사진을 찍어서 일주일 내내
메모리카드에만 들고 다니다가
드디어 리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노느라 너무 바빠서...후...
오늘도 유준상*박해일 커플 이끼 보고 오느라 바빴긔...
(................)

헛소리는 넣어두고, 표지부터 보시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층 어른스러워진 다이치와 라비의 앞뒤로 찍은 투샷입니다.
흰색의 표지는 찰스다윈 2권 재판 이후로 처음이라
이것도 나름 느낌이 새롭더라고요.
^^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짧게 사족을 덧붙여볼까 싶네요.
이번에는 시점이, 조금 특이하게 오오하시군이예요.

오오하시가 누구냐고 하신다면-
그랑죠 소설판에 나오는 다이치의 친구로,
달의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반인이랍니다.

시신덴이 이 설정을 적극 활용,
여름 한철 외에는 라비를 만나지 못하고
겨울에는 다중이(...)가 되곤 하는 다이치의 뒷바라지 역할로
새로이 그려냈답니다.
^^

얘도 다이치랑 친구만 안 먹었으면 평범하게 잘 살았을 것을
이래저래 난민 라이프예요...
이거 다 보시고 나서, 나중에 아날로그 하트의 인터뷰 다이치편을 다시 보시면
좀 더 공감이 깊어지실 것 같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 이야기의 화자인 오오하시군이 전화를 받고 있습니다.
간지나게 영어로 대화하면서 담배를 물고 있긴 한데...

Can I help you가
캔 아이 헤르프 유 겠지...
(최근 일본인의 영어발음에 익숙해져 삐딱해진 쌀냄)


사용자 삽입 이미지



LUNA

The girl want to become lunatic
She is waiting for the moon

(소녀는 미치고 싶어했다
그녀는 달을 기다렸다)

오오하시, 무언가 이야기를 마치고 전화를 끊자마자
'젠장!' 이라면서 여행가방을 꾸리며 성질을 부립니다.

그런 그를 조용히 바라보는 것은 다이치의 애견 그랑죠.(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왜 하필 8일이나! 크리스마스 직전에!"

갑작스레 양복을 차려입고 뿔이 나 있는 오오하시.
알고보니 학회에 참석을 해야 하는데,
남들 다 노는 주간과 겹친 모양입니다.
저거 서럽지요.

"...라이벌도 없는 평화로운 물리학회에서 무슨 소리야.
게다가  게다가 합계 하루는 이동시간.
하루는 H대 학장주최의 크리스마스 파티.
학회시간은 6일. 네 발표시간은 15분,
그 뒤에는 네가 좋아서 청강하는 발표가 전부
날짜가 제각각인 것뿐이잖아."

다이치가 얄밉게 꼼꼼하게 찝어주네요.
그러다가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는지 슬쩍 훑어봅니다.

"뭐야. '해명되는 이 미스테리 서클의 수수께끼' 라는 건?"

그 순간 얼굴을 붉히며 오오하시가 문을 박차고 돌아와서 책을 뻇네요.

"시끄러! 숨 좀 돌리려고 그런다, 왜!"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리학회원으로서 말하자면,
달랑 15분의 발표를 위해서 홀로그래프까지 가지고 들어가는 건 우리들이라고!
이 칭찬해 마땅할, 기합 넣는 방식에 비하자면..."

"물성계분과회에서 수트를 새로 어울리게 만든 것도 너희들이지."

(다들 학생이라 코미케처럼 수더분한 차림들이었던 것을
다이치가 비꼬고 있음.)

"넌 상관없잖아, 넌!
이번엔 가뜩이나 학회 패스해버려서 속 편한 주제에!"

코트를 입으면서 꿍얼거리는 걸로도 부족해서
오오하시군, 기어이 소리 한 번 더 지릅니다.

"난 학회 끝나자마자 학회지에 낼 논문 작성까지 해야 한단 말이다!"

"난 이제 곧 끝나."

태연한 얼굴로 다이치가 그렇게 말하자,
바로 그 등에 달라붙어 오오하시, 눈을 반짝이자
마지못해 다이치가 알았다면서 도와주겠다고 합니다.

"조교수하고 만나기로 한 시간이야."

그 말에 재빨리 뛰쳐나가는 오오하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이치. 내가 돌아올 때까지 바보짓 하지 마."

갑자기 엄중한 얼굴이 되어 그렇게 말하는 오오하시에게,
다이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산뜻하게 웃어보입니다.

"뭐가?"

"시끄럿! 널 이 무렵에 혼자 놔둬서
변변한 꼴을 본 적이 없어!"

"괜찮아."

"그랑죠! 이 바보를 부탁한다!"

알았다는 듯 힘차게 대답하는 그랑죠(犬).

그리고 장면을 바뀌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갑자기 들려온 벨소리에 오오하시, 바로 전화를 받는데
어쩐지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만만치 않습니다.

"다이치냐?"

"응."

간단한 대답에 비해서 전화 저편의 비정상적일 정도로 실내가 시끄러운 듯합니다.

"........."

".........."

"뭐 하고 있어?"

"친구들이 와 있어. 린다하고 마이크.
그랑죠에게도 먹이 잘 주고 있어."

다이치가 친구 불러다 시끄럽게 놀고 있다는 말에 오오하시가 안심하다가도,
마음에 걸렸던 한마디를 기어이 묻고 맙니다.

"그래...편지...안 썼어?"

"편지...? 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니, 됐어. 크리스마스 다음날에는 돌아갈거야.
방 너무 어지럽히지 마."

"알았어...응...응, 그럼."

어쩐지 오오하시에게 보고한 것과 달리, 방은 벌써 이미 지저분하고
친구가 와 있는 기색은 없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랑죠가 불안한 눈빛이네요.

"...정말이지. 걱정이 너무 많아 탈이야., 저 녀석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겨우 편지 정도를 갖고
뭐가 어쨌다고 그러는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책상 위에는 편지를 쓰려던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새 종이와 연필, 그리고 구겨서 버린 종이.

"...그렇지 않아?
라비..."

다이치가 지구에 홀로 있을 때를 위한 홀로그램 영상기입니다.
마치 정말로 라비가 곁에 있는 것처럼, 다이치는 그렇게 말을 겁니다.
결코 대답해줄 리가 없는데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로 4일째. 벌써 후반부다, 내일은 일단 내 발표회가 끝난다.
그때까지 저 상태라면 어떻게든 되겠지...그랑죠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그 목소리...묘하게 무감각하지 않았던가?
'평소와 마찬가지로'...겨울 무렵의 '그녀석'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 3년간 매년 보아온 그녀석의 광기...'

그러다가 문득 다른 친구들을 떠올리는 오오하시.

'신년 10일까지는 돌아가겠지만...'

'나는 정월 3일부터 가족여행이라...'

'린다는 며칠부터 간다고 했었지?
21일이다! 내가 다이치이게 전화하기 하루 전날!
마이크는? ...모르겠어. 그렇지만...'



실제로는 마이크도, 린다도 부르지 않고 그저 혼자서
편지를 쓰고 있었던 것이겠지요.
오오하시가 자기 일에 치여서 그것을 조금 늦게 눈치채었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거짓말쟁이 자식!'

둘러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가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납니다.

"왜 그러지? 미스터 오오하시."

"죄송합니다, 잠깐 전화를 좀..."

그렇게 말해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선 오오하시.
바로 집에 전화를 걸어보는데...받질 않습니다.

"젠장! 그 바보!"

초조함에 거칠게 수화기를 내려놓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생각해내야 돼. 요전 전화 때 상태가 어땠었지?
그 목소리...역시 혼자 놔두는 게 아니었어!'

황급히 새로이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며,
끝까지 전화를 받지 않는 다이치를 타박합니다.

"전화 정도는 받으라고!"

'적어도 그쪽에서 눈이라도 내리고 있으면 좋겠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부탁이야, 달님.
당신이 겨울 무렵의 다이치를 죽이고 있다고...'

빈 밥그릇을 깨닫고 다이치에게 다가간 그랑죠.
그렇지만 바닥을 뒹굴고 있는 상태가, 이미 좋지 않아 보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오하시군, 지금 돌아가는 건가?"

"죄송합니다, 교수님!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앗...자네...!"

결국 교수도 뿌리치고 예정보다 이른 비행기로 돌아오게 되는 오오하시.

'젠장! 대체 내가 왜 이렇게까지!'

짜증을 내면서도 결국 어쩔 수 없이 다이치를 신경쓰고 마는
자기자신이 참 지겹다는 투입니다.

[독일 연방 베를린
12월 25일 오전 0시 크리스마스]

아마도, 배경이 된 다이치와 오오하시의 거주지는
현재 독일이었던 모양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며칠만에 돌아와본 집에는
창유리가 다 깨어져 눈과 바람이 실내로 들이닥치고 있었습니다.

오오하시는 심기가 불편한 얼굴로,
그런 다이치와 그랑죠를 보며 한마디 합니다.

"...산타클로스께서 돌아오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하다, 그랑죠. 역시 설산구조견답구나.
너를 다이치에게 붙여둬서 다행이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해주는 오오하시에게,
그랑죠가 걱정된다는 듯 끄응, 하고 소리를 냅니다.

"괜찮아...아직 살아 있어."

그러나 방은 상상한 그대로 엉망진창입니다.
그야말로 절로 얼굴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겠네요.

"그만큼 어지르지 말라고 말했건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본 것이 벌써 몇 번째일까.
이 계절이 되면, 몇번씩 다이치의 주위에서 일어나곤 하는 기묘한 현상.'

사람 키가 닿지 않을 창문 위쪽까지 죄다 깨져 있기에 뭔가 했더니
다이치가 돌이라도 던져 깬 건 아닌 모양이네요.
그리고 그걸 오오하시는 폴터가이스트라고 하고 있고요.

'이전, 불씨라곤 없는 이 방에서 화재를 낸 적도 있었다.'

다이치가 가진 본연의 힘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그러다가 문득 오오하시의 시선이 가 닿은 곳은-

'이건...'

편지였습니다.

'제정신으로 하는 연애가 아니야...'

[라비 건강해? 이쪽은 벌써 X마스....
올해 크리스마스는 혼자서...오오하시 녀석은 지금...
학회 발표로....이 발표...11월부터...CG를...내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편지 앞에서 다시금 숙연해져버린 오오하시.
이 계절이 되면, 매번 드러나곤 하는 다이치의 광기에는
언제나 라비의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11살, 그 어린 시절- 달로 향했던 작은 휴가에서 만났다는
달의 주민-
다이치의 연인.

"내 방으로 가자. 여기 있으면 이번에야말로 동사해버릴거야.
너야말로 어제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지?"

여전히 다이치와 오오하시를 걱정하고 있는 그랑죠에게
걱정말라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오오하시가 그렇게 말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차고 푸른...저 빛이 다이치를 광기로 떨어트린다.
편지를 채운 세 장, 겨우 그 세 장의 문자가 녀석을 죽음으로 유혹한다.'

'어쨰서...
이런 사랑을 해야만 하는 걸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역시 이번에는 일본에 귀국시켰어야 했나?
-아니, 이녀석의 광기를, 이녀석의 부모님께 보여드릴 수는 없어.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매년 이 녀석에게 얽매일 필요가 있나?
어머니도 새해에 안 돌아오는 나를 섭섭하게 여기고 계신다.

이미 한 번, 클래스메이트로서의 생활도 집어치우고
이녀석을 내버리지 않았던가.
대체 왜 여지껏 나는 이런 귀찮은 녀석을...

하루카 다이치-

아카데미에 오고 나서, 반복한 스킵의 횟수는 4번째.
이론물리의 천재라 불리며,
밝고 행동력 있는 성격으로 학부에서의 인망을 얻고 있으며...'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그러나 이런 다이치는..아무도 모른다.'

망가지고, 괴로워하며, 밝음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있는 괴로움 덩어리,
스스로를 망가뜨리기를 원하는, 엉망진창의 좌절뿐인 다이치.

'라비...너도 모르겠지?
나는 옛날부터 이 녀석에게만은 지고 싶지 않았어.
공부든 스포츠든...여자아이에 관한 것도 그랬지.
아카데미를 받은 것도 원래는...'

다이치에 대한 경쟁심, 질투심에서 시작된 라이벌에 가까운 우정.
그것이 지금은...

'그런데 어째서
이녀석의 이런 모습을 알고 있는게
나, 바로 나여야만 하지? 왜 나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참 오오하시가 생각에 잠겨 있자니,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뜬 다이치가 묻습니다.

"...오늘이 며칠이지?"

"2시간 전부터 크리스마스야."

"내일 밤...에 돌아오는 거 아니었어?"

"예정대로라면 말이지.
내일밤에 돌아왔으면 너 아주 제대로 냉동참치가 되어 있었을 걸."

"달이..."

"시끄러. 40도나 열이 난다고, 너."

"달이 멀어져 가고 있어..."

"지구, 달 사이의 조수마찰이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1년에 3cm, 2년이면 6cm.
46억년이 지나면 약 15km.
달은 지구로부터 점차 멀어져가."

오오하시가 그 말을 마침과 동시에
심상찮은 소리가 등뒤에서 들려 급히 다이치에게 뛰어가니
다이치는 마악 어떤 약을 입에 넣고 있었습니다.

"뭐하는 거야?! 너...입 벌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이치가 입에 넣은 약을 억지로 뱉게 하고는
있는 힘껏 뺨을 후려치는 오오하시.

"...이거 마약이잖아...
너 언제부터 이런 걸..."

"잠들지 않으면 달에 갈 수가 없어.
눈을 뜨면 언제나 나는 지구의 중력에 사로잡혀서
움직일 수가 없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달이...나를 책망하고 있어..."

"다이치....아무도 너를 책망하지 않아."

"내 곁에서 누군가가 우는 거야...
카구야히메가 달에 돌아가고 싶다고 우는 것처럼..."

"그게 아니라고, 다이치!"

갑갑한 소리만 늘어놓는 다이치에게, 결국 참다못한 오오하시가
소리를 버럭 지릅니다.

"카구야히메는 달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울었던거야!
달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책망하지 않아!
왜 너는 그렇게 너 자신을 상처입히는 거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제 좀..."

[집어치워]

'나는 그 말을 삼킨다'

[그런 사랑은 집어치워]

'몇번이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까지 몇번이나 하려고 했던 말.
그렇지만, 그건 이 남자에게 있어서
'사는 거 집어치워' 라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돌아가고 싶어..."

결국, 또 같은 말만 반복하고 마는 다이치.
'라비'가 있는 달이기도 하지만,
다이치에게 있어서는 '라비' 그 자체와도 마찬가지인 달.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오로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다이치는 애절하게 반복합니다.
그렇게 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 오오하시는 이번에도 그런 친구를 쓰다듬어 주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은 미쳐버린 사랑이다-
그 마음의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조금씩...조금씩 소리를 내면서 무너져 간다.
편지가 거기에 박차를 가한다.

1개월에 1번, 정기적인 편지다.
'좋아한다' 라든가 '만나고 싶다' 라는 말은
한마디도 없는 일기 같은 편지.

차마 쓰지 못하고 버려진 내용은
그 10배.'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것이 다이치를 광기의 못으로 빠져들게 한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이런 사랑이 가능한 걸까?

상대방에 대한 생각만으로 미쳐버릴 정도로...
모든 걸 내던져버릴 정도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아.
그런가. 그런 거였구나.'

갑자기 다이치가 라비에게 쓴 편지를 손에 들고는
무언가 깨달았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왜 내가 저런 바보자식을 돌봐주는 건지 알았다.'

높게 뜬 달, 지면 가득히 깔린 흰 눈.
우편함에 편지를 넣고 그랑죠와 함께 돌아서는 오오하시.

'나는 분명...녀석의 그런 사랑이 부러운 거다.'

"자,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 들러서
따뜻한 우유 사줄게, 그랑죠."

"왕♡"

그렇게, 또 어느 겨울밤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Fin]










아득한 연인을 그리워하다 못해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남자가 있고-

그리고 그런 남자를 이성적으로 지켜보며 말리고 싶어하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순간에서는 그러지 못하는,
그 광기까지 어릴 수 있는 감정을 갖는 것을 부러워하는 또 다른 남자의 이야기.

이 단편은, 일상 앞에서 무너지지 못하는
다이치를 보는 씁쓸하면서 동시에 미묘하게 끝맛이 단,
바닥에 제대로 섞이지 않은 시럽이 깔린 진한 아메리카노 같은 느낌이네요.

오오하시의 존재가 가장 크게 느껴졌던 한 편인 동시에,
정말로 시련을 겪는 부분이 다른 시점을 통해 드러나
다이치와 라비라는 아이들이, 정말로 더 이상 아이들이 아님을
절실하게 깨닫게 해 주는 한 편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 뒤에 이어질 라비의 이야기는 더욱 그렇죠.
정말 알아갈수록 애절한 우리 아가들입니다...



오늘 근무가 벅찼던지 좀 힘드네요.
타이밍이 안 좋았던 탓에
벌써 며칠쨰 이걸 붙잡고 있었던 건지...

사족을 덧붙이자면 한도 끝도 없이 덧붙일 수 있는 파트이지만,
이만 마치겠습니다.

그럼, 다들 좋은 밤 되세요.
쟈하라독시드♡


:



* 비번을 아시는 분은, 이 뒤에 무삭제판 리뷰가 있으니
페이지를 넘겨, 그쪽 리뷰를 봐 주세요.




유클리드 두번째 리뷰입니다.
앞편이 라비의 속내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번엔 다이치의 속내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네요.

이쪽은 밝은 느낌이라,
그다지 쌍을 이루고 있지는 않지만...

나레이션이 많아서 이번에는 제 잡설 없이,
대사를 그대로 옮기는 식의 리뷰로 가볼까 합니다.
^^

그럼, 바로 들어가지요.
내용은 '유클리드 - 01'에서 바로 이어진답니다.






'기하학적 착시(geometrical optical illusion)'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우리들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다지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말로 옮길 수 없는 생각에
속만 태우고 있는 것도 아닌 채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저 이렇게 둘이서 전망이 좋은 언덕이나,
서늘하고 상쾌한 바람이 부는 나무 그늘로 발을 옮겨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거나,
별 쓸모도 없는 기계를 조립한다거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즉, 늘어져서 분에 넘치게끔, 시간을 보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떤 보석보다도 귀중한 이 시간을
라비는 때때로'

"시간 낭비야."

(어쩌냐, 이 쌓인 일거리들...)

'...라고 돌이키곤 하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시 쌓인 일을 처리하려는 기색도 없이
자잘한 입싸움에 의한 시시한 오기로 다투기

...라도 하지 않는 한은,
매일 질리지도 않고
나의 킬링 타임에 어울려 주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흔들리며 떠오르는 서광과
가볍고 매끄러운, 이 여름의 더위 속에서
나는 겨우 나 자신을 되찾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평온한 시간 속에 빠져든다.

나를 둘러싼 시간을 모두 거짓으로 만들어 버릴 것만 같은,
눈을 감고 있어도 아른거리는 빛의 홍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스스로의 내부를,
작은 배에 타고 요동하면서
물결에 휩쓸리고 있는 것만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소용돌이치며 집어 삼키려고 하는 파도와...

빛나는 수면.

백과 흑-

둘 다 같다, 똑같은 나.

괜찮아, 지지 않는다.

나는

지지 않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빛 속에서 눈을 뜨면
그 사람이 있을 테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반드시 있을 테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눈꺼풀을 깜빡일 때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강해진다.
이 시간을 영원하게 만들기 위해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작년보다 조금 야위었을까?
아아, 그렇지만 얼굴은 좀 더 부드러워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목소리가 기분 좋다.
이쪽을 보지 않는 걸까?'

(뭐야? 먹고 싶어? 조금만이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능하다면 웃는 얼굴로 바라봐 주는 쪽이 좋다.'

'화난 얼굴이라도 좋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얀 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금빛 머리카락.'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린 풀잎색 눈동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말이지...나를 한없이 팔불출로 만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오하시만이 아니라,
세상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은근슬쩍 분위기를 파고들어,
라비에게 엉큼한 짓을 하려는 다이치.

대낮부터 왜 이러냐는 라비에게
'네가 날 유혹한 거다' 라고 했다가 한 대 쥐어터집니다.

그러고도 결국 손길이 쉬지 않고 음흉해지자,
라비가 그만하라고 하지요.
그러자 다이치가 뻔뻔하게 대꾸를 합니다.

"뭐 어때서 그래.
닳는 것도 아니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닳거든, HP가!!!!!!!!'

(*힛트 포인트 : 체력지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난하냐, 그렇게 몇번씩이나 당해줄 것 같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뭘 그리 화내고 그래?
엄청 아팠단 말야)

(시끄럿! 자업자득이야!
좀 더 아래쪽을 공격당하지 않은 걸
감사하라고!)




[FIN]





이번 리뷰, 그러니까 유클리드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뒷부분은 참 산뜻하고 귀엽지요?

라비와는 또 다른 각오로, 자기 자신의 어둠을 받아들이며
결코 패배하지 않겠다고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권이었습니다.

함께 같은 상대와 싸우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군요.
같은 방향인데도 결코 함께할 수 없는 싸움을,
둘은 이렇게 각자의 길에서 밟아나가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쪽은 그래도 좀 더 뿌듯하고,
라비를 정말로 소중하게 여기고, 동시에
연애하는 남자답게 '이쁜 내 애인 자랑하고파~'의 포스가
너무 귀여워서 빙그레 미소짓고 마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여간...진상하고 다이치는 패야 맛인 듯.
ㅠㅠㅠㅠㅠㅠㅠ

근데 하루에 두 번 해주면 저흰 감사하죠 뭐....
(다이치만 팰 일이 아님....)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이번 리뷰에서 가장 제가 마음에 들어했던 컷은!
단연 이 샷이었습니다!!!!
>ㅅ</////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 이 시점에서 다이치는 라비를 '사진으로만' 오오하시에게 보여준 상태랍니다.
혹시라도 오해 없으시길.

여튼, 오오하시에게만이 아니라
이렇게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연인을
온 세상에 자랑하고 싶다는 건
인간적으로 당연한 거겠죠?
;ㅁ;

여튼, 같잖긴 해도(....)
이번에도 옷 벗기려고 하고, 맨 피부도 쓰다듬기에
공개수위를 살짝 낮췄습니다.
후후후후훗.

다음 리뷰는 '아인슈타니움'이 될 예정입니다.
예~전에, 찰스다윈 2권 다음에 리뷰했던 '아인슈타인'의 부속편 같은 느낌이지요.

그런데 애들 나이 먹고 나서, 찰스다윈 이야기 다 나온 뒤에 보시는 게
이해가 빠를 것 같아서 뒤로 미뤄뒀지요.
보시기 전에 '아인슈타인' 리뷰를 한 번 보시는 것도 괜찮을 성 싶네요.
(......또 느긋해지겠지요...네, 요새 휴무가 좀....)
^^

그럼 좋은 밤들 되시기를.
쟈하라독시드~


:

유클리드 - 02(완)

2010. 5. 11. 00:44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내용을 보시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 비번을 아시는 분은 이 뒷페이지에 추가 버젼이 있으니
이 리뷰를 보지 마시고, 그쪽 리뷰를 봐주세요.


 

애증의 가리가리 리뷰가 끝나고,
이제 드디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유클리드입니다.
(생텍쥐페리 쏙 빼먹고 있을 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책입니다.
시신덴의 그랑죠 책은 정말 어느 것이나 다 명작이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를 다 이해하고 나서
가장 좋아하게 된 것은 역시 이 책이었어요.

시신덴의 아이들은, 언뜻 밝고 행복해 보이는 듯하지만
실은 보는 사람이 가슴을 쥐어뜯을만큼 안타깝고 애처롭다는 점이
정말로 뭐라 말할 수 없이 매력적이잖아요?

유클리드에는, 그게 잘 나타나 있습니다.
특히나 라비의 심정으로.
...전, 라비 빠잖아요.
;ㅅ;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속표지입니다.
앞표지에 그대로 이어지는 내용이예요.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라비가,
'뭐, 떨어트려도 난 그닥 상관없지롱~' 이라면서
다이치를 약올리고 있습니다.

물론 떨어트릴 수 있을 리가 만무한 다이치는
열받아 하면서도 라비를 열심히 붙들고 있고요.

15의 여름의 앳됨은 찾아보기도 힘든,
심히 길다래진 두 사람의 흐뭇한 샷입니다.

하지만, 떨어트려도 별 상관없다는 라비, 다리는 착 꼬고 있군요.
그 점에 주목합시다.
+ㅅ+



자, 그럼 유클리드 본편
들어가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타이틀은 '슈레이더의 가역계단'인데...
슈레더인데, 슈뢰더인지 잘 모르겠군요.
혹은 슈뢰딩거일 수도 있고.

일단 평화로운 라비루나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비루나의 궁전을 등 뒤로 두고,
난간에 팔을 기대고 잇던 다이치가
누군가를 기다리며 중얼거립니다.

"...늦네."

그리고 슬쩍 시선을 보내는 곳은,
라비와 함께 들어가려고 했던 정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잠시, 조금 전의 과거로 돌아가보지요.

함께 정원 안으로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던 두 사람,
라비가 깜빡 잊고 열쇠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문 앞에서 곤란해하고 있었습니다.

'열쇠 안 챙긴거야, 라비?'

'시끄러.'

그냥 텔레포트해서 들어갈까, 하는데
이전의 대전쟁 이후로 마법 실드가 쳐져 있어서 안된다고 하네요.

결국 열쇠 금방 가져오겠다며
뾰로통한 표정으로 자리를 비운 라비.

현재로 돌아온 다이치 곁에,
자기 몸보다도 훨씬 커다란 날개를 가진 새가 와서
훌쩍 앉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거기서 절대 움직이지마.
넌 좀 둔해갖고, 헤맸다간 괜시리 성가셔지니까.'

'...저기, 라비.
아무리 그래도 내가 미아가 될 나이는 아니잖아...'

그렇게 신신당부를 남기고 가버린 라비.
홀로 기다리다 지친 다이치는 새를 쓰다듬으며
조금 전의 일을 되새기고 있었습니다.

'시끄러워.'


사용자 삽입 이미지


'특히 저 위쪽엔 절대로 가지 마.'

부서진 난간과 계단을 고치지도 않고,
어쩐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장소를 콕 찝어서
절대 가지 말라고 한 라비.

'...그렇게 말을 하면...
괜히 더 가고 싶어지잖아.'

'바보. 그딴 짓 하기만 해 봐라.'

무심한 표정으로
다이치를 협박하는 라비.

'어떻게 되는데?'

후환이 두렵다기보다는,
약간 기대감에 차서, 다이치가 라비를 돌아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무심한 표정은 그다지 흔들리지 않았지만,
잠시 대답을 하지 못하는 라비.

'실컷 헤매다가, 살아서는 못 돌아오게 되겠지.'

라비의 현실감 없는 대답에,
다이치가 피식하고 웃어넘깁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렇게지만 라비는 거기에 더 대답을 덧붙이지 않고
그대로 가버렸습니다.
그리고, 잠시 다이치 곁에 머물렀던 새도
이제 다시 하늘을 향해 날아가 버리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잠시 새가 날아간 허공을 통해,
가지 말라는 곳을 바라본 다이치.

"늦는 라비가 나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망설이지도 않고 곧장 들어갑니다.

'...다른 덴 제법 다 손질이 되어 있는데,
대체 왜 여기만....
대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 거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다리를 움직이는데,
생각보다 길이 긴 데다, 다이치 이 녀석
이젠 숫제 다리 건너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버립니다.

'...이러다 정말로 라비한테 혼나겠는데?
이거야 원...'

곤란하단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단 한 번 내친 걸음은 끝까지 가보기로 합니다.
이런 점은 정말 쓸데없이 소년만화 주인공답네요.
;ㅅ;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녀석, 올해는 무슨 말만 하면 나한테 성질이야.
작년엔 그 먼 지구까지도 와 주더니...'

15의 여름, 가리가리 때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 보니 라비 말을 어긴 것이 어느 정도는
억화심정에서 시작된 거네요.

여름을 맞아, 1년만에 다이치가 라비루나로 온 며칠 전.
라비의 반응은 산뜻하고도 냉정했습니다.

'뭐야, 너 왔냐.'

덕분에 다이치는 약간 삐진 게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말이지...알고야 있지만서도
그 녀석 진짜, 태도 좀 못 고치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라비가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다이치입니다.
혼잣말로 중얼거리기를
'17이나 되어서도 귀여운 녀석' 이라고 하거든요.

...충분히 귀여워도 될 나이라고 보는데요...
얘들아, 눈화는 말이돠!!!!!!!!!
눈화는!!!!!!!!!!!!!!!!!!!!!!!
(나이를 먹어가는 3차원 눈화의 비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잡소리는 잠깐 접어두고,
잠깐 별 생각 없이 길을 따라 걷고 있다가
어느 사이엔가 막다른 길 앞에 선 것을 깨달은 다이치.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거기에는
건축법이 궁금해질 정도로 커다란 문이 있었습니다.

"우왓..."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가 종점?"

그렇게 말하면서 다이치, 손을 뻗어 문을 엽니다.
생각보다 문은 쉽게 열렸습니다.

'그렇지만...뭐지, 이 문양.
분명 본 적이 있는데....
데자뷰인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지, 여기는?
누군가의 방?'

둘러보니, 오랫동안 쓰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상당히 정갈해요.

여기로 오는 길은 그렇게 황량하고,
인기척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어쨰서인지 그 긴 복도를 따라 도착한 이 방에서는
사람의 생활의 냄새가 납니다.

다이치는 그 점을 이상하게 여기고
방안을 둘러보기 시작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창에서 쏟아지는 햇살에, 순간적으로
괴로운 표정을 짓습니다.

'철로 된 격자?'

마치 감옥처럼, 방에는 문양이 들어간 격자 창문이
철창살처럼, 외부와의 단절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사람을 막기에는 격자의 간격이 너무 넓어서 무리겠지만,
어째서인지 그 방에는 감금이 허용될 법한 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테이블 위에서
종이 무더기를 발견한 다이치.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뭔가 하고 보니, 전부 그것은 다이치의 편지였습니다.
다이치가, 라비에게 보낸 편지들.

'이건 내...'

환각처럼, 갑자기 손이 보이고,
빈 찻잔에 따스한 차에서 김이 뿜어오르는 광경까지 보입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기운에 어질해진 다이치.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지...지금 건...'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당화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 철 격자 창문에
신기루처럼, 라비의 영상이 떠오릅니다.

"라...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제히 새가 날아오르고,
라비의 눈은 다이치가 아닌, 창문 밖 먼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뭐지...여긴.'

정신을 차리기보다는, 가누기 힘든 몸을 지탱하기 위해서
벽에 손을 갖다 댄 다이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손끝에 닿는 묘한 촉감에,
자기도 모르게 벽에 그려진 무언가로 새긴 듯한,
문양인지 문자인지조차 모를 것들이
쓰여져 있었습니다.

(* 라비루나의 문자로 '카구야' 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손가락 끝에 피를 묻혀서 누군가가 무엇을 벽에 적었고...
쇠사슬이 길게, 길게...늘어뜨려져 방안 어디까지나 '그'를 옭아맸던 과거의 기억.
이 '방' 그 자체의 기억.


사용자 삽입 이미지


2대 마동전사들의 기억.

3대 마동전사인 다이치에게 '불꽃'과 '대지'의 힘을 건네고
보다 더 밝고, 아름다운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토대를 만들어주고자,

그리고 또한 마동전사라는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서 금기를 저질렀던 카구야.

벌을 받아 지구로 쫓겨난 카구야와, 그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이 방에 감금당했던 카구야의 연인, 아슈레이.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내내 생각하고
결국 가장 슬픈 결말을 맞이하고 말았던 클레이오.

그 모든 슬프고, 괴로웠던 기억들이
다이치를 파고듭니다.

'나...나가야 돼...
여기서, 나가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어째서인지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자기도 모르게 바닥에 쓰러져버리고 마는 다이치.

그 앞에, 환상처럼 라비가 나타납니다.

'........'

다이치가 괴로워하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듯
차갑고 무심한 시선을 하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

다이치는 정말로 땀까지 흘리면서 괴로워하지만,
라비의 냉랭한 표정에는 어째서인지 한 점 흔들림도 없습니다.

"라비...도와..."

그리고, 다이치는 깨닫습니다.
저렇게 차가운 라비의 표정을, 과거에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것을.

'...하지 마!!!'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이치가 11살이었을 때.
하나의 싸움이 끝나고, 더 커다란 싸움이 시작되었을 때.

영문 모를 공포에 질려
자신에게 행해질 처사를 거부하는 다이치를,
라비루나의 모든 사람들이 구속해서 끌고 왔습니다.
아마도, 이 방으로.

'무슨 짓이야!! 할머니!!!
도와줘요, 할머니!!'

그것은 다이치를 지구로 돌려보내기 위함이었지요.
다이치가 그것을 바랐기 떄문에.

너무나 위험한 기운을, 한낱 인간의 몸 속에 품은 다이치를
지구로 돌려보낼 수는 없다는 라비루나 수뇌부의 결정에
라비가 반대했습니다.

그럴 수는 없다고.
다이치가 다이치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자유롭게 놔둬야만 한다고.

그래서, 이 주술이 행해졌습니다.
다이치가 자신의 안에 가둔 것이,
태양과 가장 멀어지는 겨울철에 날뛸 때마다,
다이치와 라비가 함께 그것을 견뎌낼 수 있도록.

라비가 그 괴로움을 조금이라도 함께 나눠가질 수 있도록,
둘이 영혼을 연결했습니다.

'용서해다오, 다이치...
이렇게 할 수밖에 없어.'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면서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말로 두려워하면서 새파랗게 질려 거부하는 다이치의 시야에는,
라비도 있었습니다.

'라비...'

도와달라고, 아무리 외쳤어도
절대로 손을 뻗어주지 않았던 라비.

'라비-!!'

지금처럼, 냉랭한 표정으로...
마치 타인이라도 되는 양, 단절된 듯한 눈으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이치는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 방에 잔류하고 있는 주술의 독기에, 견딜 수 없었던 것이겠죠.

한편, 라비는 현실이었습니다.
과거와 겹쳐졌을 뿐,
일단 현실의 17세의 라비가 정말로 쓰러진 다이치 앞에 있었어요.

다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니까 돌아다니지 말라고 내가 그랬지..."

라비, 그렇게 말하면서 기절한 다이치를
발로 슬쩍 굴려서 뒤집습니다.
그리고 셔츠를 벗겨냅니다.
거기에는, 기묘한 문양들이 있었습니다.

"멍청한 자식...
내가 얼마나 고생해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너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아무것도..."

주문처럼,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을
의식이 없는 다이치의 귓가에 되풀이하는 라비.

"너만은...너만은 내가 지킬거야...!"

그리고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다이치가 눈을 뜹니다.
다이치인 동시에, 다이치가 아닌 다이치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아."

그 '존재'의 깨어남에, 놀라지 않는 라비.

"그렇지.
'너'는 알고 있지. 모두 다."

이것은, 다이치의 '어둠' 쪽의 부분입니다.
쇼코가 본 겨울의 다이치죠.

사동왕의 기운을 몸속에 억누르면서,
다이치 본연의 어둠과 섞여 만들어진
제 2의 인격이라 보셔야 할 듯합니다.

"'우.리.들'은...언제나 공범자야.
지금까지도 그렇고...앞으로도...최후의 날까지..."

다이치의 얼굴을 하고, 다이치의 몸을 가지고 있는 '다이치'.
그럼에도 다이치와는 다른 '다이치'.

말장난 같지만,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가 없네요.
그리고 라비는 분명 이 '다이치'조차도 받아들였습니다.
정확히는, 라비 또한 다이치를 이렇게 만드는 데에 일조했으니까요.

"그렇지만...이 뜨거운 여름날에...
'너'는 별로...어울리지 않아..."

'너는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지.

이 곳이 무엇인조차...

이 탑의 겨울이 어떤 것인지...

너는 몰라.

여기는 미쳐버린 혼의, 밀회의 감옥-'

(* 일부 화상이 제외되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행위를 마친 다이치는 어린아이 같은 얼굴로
라비의 무릎을 베고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라비는 그런 다이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뭐라 말할 수 없는 아릿한 표정으로
창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을 쐬며 상념에 잠겨 있었죠.

"...16인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작년에는 좀 더 애송이 같았는데 말이다, 너.
어깨도...넓어졌구나. 팔도 길고..."

애틋하게 '작년'과는 다르게 훌쩍 커버린 다이치를 가만히 지켜보는 라비.

"게다가 무거워."

기어이 한 대 치긴 칩니다.

"그러고 보니
대체 어느새 목소리가 변해버린 거지?"

잠꼬대를 하면서도 라비에게 사과하는 다이치.
미안, 내가 잘못했어...하는 게
공처가의 견본을 보는 것 같네요.

그 모습에 미소를 짓는 라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너를 지켜나감으로써...
나는 너를 배신하고, 또 배신하게 돼..."

어쩐지 어두움이 서린 얼굴로,
그럼에도 자신의 팔 안에 있는 다이치가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듯 바싹 끌어당겨 안는 라비.

"이것이 악몽이라 한다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세상 모든 애절함을 한데 모은 것처럼
애처롭고 힘겨운 사랑을, 고작 가벼운 입맞춤에 담는 라비.

"이 얼마나 달콤한 악몽일까..."

너를 지키기 위해서, 너를 배신한다.
너를 지키기 위해서 '다이치'와 공모한다.

설령 그 어떤 괴로움이 그 앞에 있다 하더라도,
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되어 네가 나를 원망하게 된다 할지라도.

그럼에도 나는 너를 지키겠다고 맹세했다.
나는 너를 지켜야만 한다.

그것이, 내가 살아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에.

설령 네가 행복하지 않다 해도,
겨울이 올 때마다 네가 괴로움에 몸부림을 친다 하더라도,
네 기억에도 없는 '다이치'가 나를 능욕한다 하더라도.

네가 살아있는 것이 내 삶의 이유이기 때문에.
네가 해바라기처럼 웃는 것이, 내게 유일한 이유가 되기 때문에.

이미 영혼까지도 내가 원해서 네게 매여 있는 것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면은 다시 다이치가 아슈레이의 방에 발을 들이기 전으로 돌아갑니다.

"늦는 라비가 나빠."

그렇게 말하고, 아까처럼 그 방으로 향하려는 다이치이건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어째선지 기분이 이상해졌습니다.

"역시 관두자. 정말로 길이라도 잃어버렸다간
5년짜리 놀림감이야."

그리고 시계를 보니, 생각도 못하게 엄청나게
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아니, 이 둔한 녀석! 대체 몇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거야?!"

그 순간 타이밍 좋게 뒤에서 나타나
망설임없이 사랑스런 연인의 뒷통수를 까는 라비.
이래야 라비답지요.

"어이, 기다렸지?"

"...너, 너무 늦잖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안하게 됐군, 대신 자, 이거.
피에나가 이거 가져가라더라."

도시락을 다이치에게 넘기는 라비.
옷까지 갈아입었냐고 묻는 다이치에게,
라비가 땀이 났었다며 적당히 둘러댑니다.

...너, 너, 너야.
너라고, 너.
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드디어 정원에 들어가기 위해서
열쇠로 문을 여는데,
어쩐지 다이치, 가보지 못한(?) 저 다리 너머가
신경이 쓰이는지 다시 또 눈길을 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이, 다이치."

열렸으니까 이리로 오라고 라비가 말을 걸자,
다이치는 곧 흥미를 잃고 라비의 뒤를 따릅니다.

"아아, 응."

그리고 저 너머, 아슈레이의 방에서 일어난 일은
라비의 기억 속에만.

[ 그곳은 밀회의 감옥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유클리드의 첫편 리뷰가 끝났습니다.
이것도 사실 얇은 책이라, 두번째는 좀 더 짧을 겁니다.
그리고 유클리드는 끝.

이후에 더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다이치의 편지가 있는 저 방은, 과거에 아슈레이의 방이었고
현재는 겨울 전용 라비의 방이기도 합니다.
그에 대한 것도, 나중에 다른 책에서 리뷰하면서 차차 설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여기에서는 일단 이정도만 해두겠습니다.








앞의 찰스다윈 시리즈 등으로 장절한 전투를 읽고,
15의 여름과 가리가리의 투닥투닥을 걸쳐서
생텍쥐페리의 마냥 행복하고 달콤한 순간을 지나
유클리드로 와 보면, 아니나 다를까 이렇습니다.

찰스다윈 마지막 권에서 라비가 눈물을 흘리며 밝혔던
자신의 각오...

다이치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면서
그를 위해서는 그 무엇이라도 바치겠다고 하는 라비가
16, 17이 되면서 그 마음이 조금이라도 변했는가...싶기도 했습니다.

그야, 쇼코의 등장에도 너무 쿨하게만 굴고
겉으로 보기에는 1년만에 만나는 다이치에게 '아, 왔냐?' 라고 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역시 라비의 의식은 여전히 12세의 그 여름에 멈춰선 채로
다이치만을 위해서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안타깝고도, 쓰라리면서 한편으로는 달콤한 한 편이었습니다.

워낙에 아끼는 책이라 좀 잘 리뷰해보고 싶어서,
열심히 동생 카메라를 몰래 굴렸습니다만
별로 화질이 좋진 않네요.
ㅠㅠ

그냥 폰카보다 조금 나은 정도?

사실 이 책에서 전체적으로 라비 얼굴이 좀 망가졌어요.
중간중간에 헉 하는 부분이 있어서
저도 마음의 필터링을 거치곤 합니다.

그럼에도 명장면은 많아서 좋네요.
참고로, 제 베스트는 이 컷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お前を守ることで...
'너를 지킴으로써...
オレはお前を裏切り続けてゆく...
나는 너를 배신하고, 또 배신하게 돼...
これが悪夢だとしたら...
이것이 악몽이라 한다면...
何て甘ったるい悪夢だ...'
이 얼마나 달콤한 악몽인가...'




시신덴의 그랑죠 시리즈 전체를 통해,
제가 꼽는 최고의 명대사입니다.

약간 연극적이긴 하지만,
12세에서 13, 14, 15, 16을 거쳐
17세가 된 가장 라비의 마음이 잘 표현된
문장 같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좀 일찍 자보려고 했는데,
또 같잖은 장광설을 늘어놓느라고
길어지고 말았네요.

그럼 저는 이만 책상에서 내려갑니다.
이제 슬슬 자야죠.

그럼 다들 즐거운 꿈 꾸시기를.
쟈하라독시드!


:

유클리드 - 01

2010. 4. 27. 01:40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내용을 보시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내용을 보시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드디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갈릴레오 갈릴레이,
통칭 가리가리의 마지막 리뷰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표지를 스캔뜬 게 아니라
옥션에 뜬 이미지를 그대로 갖고 있었던 듯.
여러모로 애증의 7권입니다.

5권까지는, 제가 일본에 갔을 때만 해도
만다라케 등지에서 구매하는 데에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6권과 7권은 옥션에서도
긍지 드높은 가격으로 때때로 재림하시곤 해서
거의 포기했었는데...

고마운 친구 메르양이 일본에 다녀오면서
케이북스에서 찾아다 주었지요.
그것도, 기대해 본 적도 없는 저렴한 가격에.
(책 볼 때마다 감사해연 멜양.)
;ㅁ;ㅁ;ㅁ;ㅁ;ㅁ;ㅁ;ㅁ;ㅁ;ㅁ;

사실, 어렵게 구한 것도 구한 거지만...
완결이 아니라 더욱 안타까움이 남는 가리가리 7권입니다.
뭐, 이거 썰을 풀자면 저 오늘 못 자게 될 성 싶으니
일단 리뷰부터 들어갈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도 지구는
돌고 있다]

SHISINDEN
2001


15의 여름 / side story '구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6권에서, 다이치를 메시지 폰으로 불러낸 쇼코.
센트럴 파크 분수대에서 4시 반에 보자고 했는데
30분이 지나도록 다이치는 안 옵니다.

표정이 암울하죠.
쇼코가 갑자기 여대생으로 쑥 자라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드실 수도 있지만
착시현상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이치 이 자식, 여하간 느려터져갖곤.
벌써 5시잖아."

숨어서 쇼코의 동향을 살피는 라비.
보아하니, 다이치에게
센트럴파크 분수대 앞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한 건
라비였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쇼코에게는
다이치가 불러낸 것처럼 연락을 했겠죠.
두 사람에게 대화할 자리를 만든 걸까요, 이 츤데레 본처 토끼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그 녀석 진짜.
쇼코 저러다 가버릴라. 혹시 모르니 이 주변 좀 돌아볼까..."

저 혼자 안절부절 못 하다가 안되겠다 싶었는지
다이치를 찾으려고 나서는데-

"이러지 마세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에?"

갑자기 새된 비명소리가 걸음을 붙잡아,
라비가 뒤를 돌아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야 갑자기. 소리지를 것까진 없잖아.
그냥 잠~깐 차나 한 잔 같이 하자고 하는 거야.
따라와."

"쌀쌀맞게 굴지 말고."

"놔요!"

질 나쁜 패거리들에게 걸린 쇼코.
라비는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해 잠시 바라만 봅니다.

"뭐야, 저것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도 일단 가서 도와줘야겠단 생각에 걸음을 옮기다가 아차, 합니다.

"내가 나가면 안 돼지, 참."

얼굴을 일전에 보여버렸으니까요.
다이치랑 마주칠지도 모르는데 두 번이나 우연히 만났고,
다이치랑 아는 사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묘해지겠죠.

그래서 누가 좀 도와주겠지...하는 생각에 라비, 상황을 보기로 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죠.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겁까지 줘 가며
어디선가 패거리가 늘어난 건달 집단.

"뭐야, 어이...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지구인들은..."

갑자기 나타난 이상한 패거리도 그렇거니와
도움을 줄 생각도 않는 주변 사람들도 이상하게만 보이는 라비.
여기가 무슨 달의 슬램가냐고 중얼거리는데,
그 와중에 쇼코는 본격적으로 끌려가기 시작합니다.

"그만 하라고요!"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모른체를 하며 아무도 안 도와주자,
애가 타기 시작한 라비.
어이어이어이, 하면서 어쩔 줄을 몰라하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이치, 빨리 오라고~! 아, 정말.
이걸 어쩐다~?"

그 와중에 쇼코는 어딘가 골목으로 끌려갑니다.
...2001년의 일본은 도시 한가운데서 인신매매가 비일비재했던가요.(...)

"어쩔 수 없지..."

고민을 마친 듯, 중얼거리는 라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이치! 이건 다 네놈 탓이야!"

쇼코를 구하기 위해 달립니다.
정의의 토끼예효.
>ㅅ<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맹렬하게 온몸을 던져 대쉬를 해서 쇼코가 끌려간 골목길에 도착한 라비,
한편 쇼코는 인신매매 당하기 일보직전인 듯,
억지로 차량에 태워지고 있었고요.

"싫어! 살려줘...!"

보통 살면서 겪기 힘든 순간에 조우한 쇼코,
핀치에 몰리자 자기도 모르게 떠오르는 이름을 외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이치!!"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춰
토깽이어사 출두.

"멈춰, 네놈들!"

"엉?"

갑작스런 태클에 목소리가 난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는 패거리들.
차량까지 준비되어 있고 넷이면
정말로 인신매매였던 듯.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라비 역시도 차까지 떡하니 준비되어 있는 걸 보고는
이게 진짜로 좀 위험한 거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신매매단 패거리들은
갑자기 나타난 방해꾼이 고깝기만 하고요.

"...뭐야, 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모델 삘이잖아."

"근데 남자 아냐?"

라비의 화사한 외모를 보고 수군대는 패거리를 향해,
'어라어라, 너무 쳐다보지 마. 상스러움이 옮을라' 따위의
얄미운 소릴 중얼거리는 여유만만 왕자님.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당신...?"

저 눈에 띄는 얼굴을 못 알아볼 리가 없겠죠.
머리색이 달라져서 좀 헛갈려하기는 하지만.

"이야, 또 만났네, 아가씨♡"

먼저 선수쳐서 아는 척을 해버린 라비,
패거리를 곱게 구슬러 보려고 합니다.

"어이, 걔는 나하고 선약이 있어.
미안하지만 그 손 좀 놔 주지?"

일행이 있으니 언감생심 마음 품지 말고
후딱 꺼지란 소릴 돌려 말하고 상황 정리를 하려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야, 역시 남자잖아."

"...뭔 소릴 하는 거야, 너?
혼자서 폼 잡는 거 아니다.
이거 바보 아냐?"

그렇게 말하면서 패거리 중 하나가 근처에 널려있던
준비된 소품(...) 각목을 집어들자,
기세를 타기라도 한 듯 다른 놈도 큰소릴 치네요.

"쓸데없이 껴들었다간 죽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곤 아예 이제 둘러싸 버리네요.
지들 말마따나 달랑 한 명 상대로.

"이 녀석 돈도 별로 없어보이는데...
이러면 안 돼지, 갑자기 튀어나와서
분위기를 깨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거야 원. 말이 전혀 안 통하네..."

쇼코를 놔줄 생각은 커녕, 라비마저 위협하고
폭행하려 드는 꼴을 보고 질려버린 듯.
그래도 한 번 더 경고를 해줍니다.

"저기 말이지, 관두는 게 몸보신을 위해서 좋을거야, 형씨들."

"하아?"

"뭐라는 거야, 이 자식?"

...유인원의 아이큐는 있어야 저 말도 알아들을 건데 말이죠...
기껏 친절하게 말려줬으나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네효.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모처럼 직접 나서셨으니
좀 놀아드리지."

셋이서 하나 밟겠다는 생각에 신이 난 듯.
얼굴엔 찌질하다고밖에 표현할 도리 없는 미소를 띄운 건달놈이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려 합니다.

"...바보! 위험해! 도망쳐!"

넌 남자의 버뮤다 삼각지대라도 까고 좀 도망을 치련, 아가씨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안됐지만..."

그 사이에 뒤에서 각목 든 녀석이 소리없이
라비를 내리치려는데, 자기 뒷통수에 눈 달린 걸 증명하려고
라비, 가볍게 피해버립니다.

"이쪽은 프로라고.
날도 더운데 풋내기 사내자식들하고 놀 맘은 안 들지만....
뭐, 밤비들은 좀 살살 다뤄줄게♡"

그리고 당하는 입장에선 천불나게 싱긋이 미소짓곤 손가락 까딱질.
보는 저희는 좋~지요.
아이구 이뻐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자식이...!"

한 명이 발 헛디뎌서 넘어진 정도로는 정신 못 차리지요.

"어디서 까불어!!"

주먹을 날려 보지만, 감히 옥체에 건드리지도 못합니다.
=ㅅ=
웃흥흥.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와중에 쇼코는 마비약이라도 먹었나요
왜 움직일 생각은 하지도 않나요
마치 연인처럼 팔 두르고 있는 놈은 뭔가요
네가 그러고도 다이치를 코끝으로 부리던 여자 맞나요
(........유감이 많았나, 나....)

"어...어이..."

같은 패거리가 맥을 못 추자, 이거 어째 상황 돌아가는 게 좀 이상하다고
눈치를 챈 장발남.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거의 곡예 수준으로 날아댕기며 잘 싸우는 라비를 보고,
이거 안되겠다 싶어서 마구 휘두른 막대기 끄트머리에
라비의 두건이 걸려버렸습니다.
움찔하는 라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마도 다급한 대로 휘두른 거겠지만,
라비로서는 루나가 아닌, 심지어 달도 아닌 곳에서
두건이 벗겨지면 좀 곤란해서 자기도 모르게 멈칫하지요.

"자, 잠깐!"

그 사이에 잽싸게 한놈이 라비를 뒤에서 붙잡고,
한심할 정도로 맥을 못 추면서 겨우 움직임만 막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쇼코는 수렁에 빠진 남의 딸 되려고
건달들 차량에 실리고 있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만하라고, 멍청이들아!!"

정말로 열이 받은 라비가 화를 내고,
쇼코는 싫어하면서도 저항을 못 하고 끌려가게 생겼지요.

"시끄러, 좀 가만히 있어...!!"

그런데 뒤에서 왠 검은 머리가 등장합니다.
손을 들어올리는가 싶더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쇼코를 붙잡고 있던 장발남을 수도로 내리쳐 단번에 비틀거리게 만드네요.
이거야 뭐 누군지 고민할 것도 없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인공이고요.

"...뭐 하는 거야?"

"...다이치!"

...다이치는 어려지고, 쇼코는 성장하고...
...교생과 학생 정도로 보이네요.
누님들 왜 그랬음메...
ㅜ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이...아차차차."

잽싸게 다이치에게 가려다가,
자신을 붙잡고 있는 손이 있다는 걸 깨닫는 라비.

"쇼코...?"

차에 실려있는 게 쇼코라는 걸 그제야 깨달은 다이치.
라비가 싸우는 것만 보고 달려온 모양입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려는데,
성질이 난 라비가 버럭 화를 냅니다.

"멍청아! 이거저거 따지지 말고
얼런 가세하기나 해!"

그렇게 말하는 사이에, 수도 한 방에 나가떨어진
장발남이, 리턴매치를 시도하려고
뒤에서 다이치를 붙잡으려 합니다.

"...아, 위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역시 부부는 통하는 법인지라,
나도 뒤통수에 눈달렸다고 광고하느라고
그대로 팔꿈치로 장발남을 찍어버리는 다이치.

"...할 리가 없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뭐야, 대체 늬들?"

그나마 멀쩡하던 나머지 하나마저 간단히 쓰러트려 버리는 것을 보자,
라비를 붙잡고 있던 놈이 손을 떨며 묻습니다.
라비는 서비스라도 하듯이 웃어보이더니,

"그래서-"

두 주먹을 이용해서 양쪽에서 머리를 쥐어박아버립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으으으윽!"

그거 맞았다고 머리 아파 찡얼대는 녀석을 뒤돌려차기로 해결하는 라비.

"내가 관두라고 했잖아."

이제야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인정했는지,
남은 두 놈이 도망을 치려고 눈짓을 합니다.

"젠장..."

"어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차의 시동을 걸고, 제 패거리 버리고
도망가려는 놈들의 기척을 깨달은 라비.

"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놓치지 마!"

라비가 명령처럼 짧게 한마디 하자,
다이치가 한숨을 쉬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차 쪽을 바라보곤
마동력을 사용합니다.

"...정말이지."

붉은 빛으로 기묘하게 다이치의 눈이 빛나더니,
갑자기 멀쩡하던 타이어에 펑크가 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별 생각 없이 일을 저질러놓고 보니,
눈앞에 일반인 쇼코가 있었죠.
은근슬쩍 마무리를 하려고 머쓱하게 웃으며
펑크가 왜 났을까~ 하며 사족을 덧붙이는 다이치.

'아차, 사고쳤다~'

"럭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지만 그 눈치 빠른 쇼코가 다이치의 순간 달라진 눈빛을 놓쳤을 리가 없죠.

'저 눈동자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단 처리는 끝.
차 타고 도망가려던 녀석들도 함께 정리 끝~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 이대로 잠깐 놔두면 알아서 정신 차리겠지."

전부 다 넉다운 시켰다는 소리.
한겨울도 아니고 알아서 인나서 가겠지요.
도쿄 한가운데면 일사병 정도는 걸릴지 몰라도.

"...그래서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다이치의 말인즉슨, 대체 왜 자기를 불러냈으며
거기에 쇼코가 있고, 라비가 이상한 남정네들과 쌈질을 하고 있느냐는 거겠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기 말이다, 나는 네놈이..."

성질을 내려다 말고 옆을 보니, 위기 탈출해서 멍해진건지
눈도 안 깜빡이고 네 녀석들 하는 걸 지켜보겠다는 건지
눈을 말똥말똥하게 뜬 쇼코가 있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급히 말을 바꾸는 라비.

"오오! 다이치잖아! 오랜만.
뭐야, 네놈이었어? 저 애한테 들러붙은 나쁜 벌레란 게?"

라비는 쇼코 이야기를 다 들은 상태고,
라비와 다이치가 아는 사이란 걸 들켜버렸고.
대략적으로 무마하려고 다이치의 손등까지 꼬집으며
협조를 요구하는 라비.

"아아, 오랜만. 이런 데서 만날 줄이야..."

다이치 역시 곤란해 하면서도 결국 말을 맞춰줍니다.

"...아- 쇼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녀석, 마이클이라고 해.
세미나 같이 들어."

"하-이♡ 나 마이클, 잘 부탁해요-♡"

...일본 여자애들은 아주 귀엽네~ 따위의 멘트를 덧붙이고 있으나...
어색해요. 특히나 마이클 따위의 네이밍이라니,
다이치 그건 아니잖니.

이건 구해준 사람들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만 눈치채고,
좀전에 다이치가 보여준 묘한 눈빛도 그렇고
묻고 싶은 건 산더미인데...
쇼코로서는 갑갑하기만 한 상황이네요.

그리고 사람들이 이제야 몰려옵니다.

"아, 안되겠다.
어이, 도망가자!"

"에? 왜?"

물론 라비는 태연자약하죠.
연약한 여자애 끌려가려는 걸 도와줬는데 내가 뭐가 아쉬워서? 라는 식.
그러나 폭행치사인지라. 허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쇼코 너도 빨리!"

휘말리기 싫으면 너도 어서 같이 도망가자고 말하는 다이치에게
쇼코가 정신이 들었단 듯이 함께 달리려고 하다가,
다이치가 덧붙이는 말에 흠칫합니다.

"뛸.수.있.지?"

"....!!"

뭐,
임산부에게 뛰라고 할 남자는 아니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이치...?'

기절한 인신매매 패거리들을 남겨놓고 반대편 골목으로 뛰면서,
쇼코는 다이치가 어떤 것을 눈치챘는지에 대해서 고심합니다.
과연, 이후의 이야기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러나 온갖 난무하는 추측들을 뒤로한 채,
가리가리 7권은, 아쉽게도 여기서 끝입니다.

[fin]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 진짜 애증이란 게 이런 건가 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솔직히 이제 뒤야 뻔하긴 하죠.

쇼코하고는 어떻게든 빠이빠이고,
쇼코가 워낙에 눈치가 있으니 라비가 다이치의 진짜 정인이란 것도 알아차릴 거 같고.
다이치가 자기와는 어울릴 수 없는 다른 세계 사람이란 것도 납득하게 될 거고.
그리고 라비는 마음 놓고 달로 돌아가야 하지 않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 젠장 어떻게 여기서 끝ㅇ르 낼 수가인어ㅣㅅㅇ넘ㄴ햐ㅓㄶㄴ
ㅠ유ㅏㅣ뉴나ㅣㅘㅣㅇ헞ㅇ러지;허ㅣ'ㅠㅏㅔㄷㅎ
ㅠㅣ
;ㅁ;ㅁ;ㅁㅁ;ㅁ람ㅁㄹ밈;ㅁ;ㅁ;ㅁ;ㅁ;ㅁ;ㅁ;ㅁ

누님들 미워어어어어어어엉ㅇ

후기에는! 후기에는!!!!!!!!!!!!!!!!!!!

7권으로 끝내려다가 양이 늘어나서 나눴다면서,
2001년 겨울에 8권 낼 걸 예정하고 있대매!!!!!!!!!!!!!!!!!!!

지금이 2010년도여!!!!!!!!!!!!!!!!!!!!!!!!!!!!!!!!!!!!
밀레니엄 베이비가 초등학교 4학년이라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누굴 보살로 만들려고 이런 끔찍한 절단을...
이건 절단신공도 아니고 그냥 절단이여, 절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안 돼...2시야...
전 자야 함.
더 이상 원질을 할 수가 없숴....
ㅠㅠㅠㅠㅠㅠ



여튼, 가리가리 7권까지의 내용은 이렇게 끝입니다.
이제 남은 건 호킹하고 유클리드, 생떽쥐페리, 아인슈타니움이네요.
그거 끝나고 봐서 상업지 찰스다윈 리뷰를 다시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3권까지 나오고 발행 중지한 책이라 과연 어떻게 될 지는 미지수.

여튼...다이치 15세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다음은 다이치 16세 버젼인 생떽쥐페리와 유클리드가 되겠네요.

생떽은 사실상 p2p를 타고 꽤 여기저기 돌아댕겨서
아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지만, 워낙에 이야기가 사랑스러워서 버릴 수 없으니
리뷰를 해야겠고....
유클리드는 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랍니다.
라비의 고뇌와 다이치에 대한 사랑이 절절히 느껴지거든요.
후후후훗.
(다음 편을 생각하며 가리가리 미완에 대한 분노를 가라앉히기 셀프 시스템;)





그럼 이만 자야하는 시시한 직장인 쌀내미는 이만.
좋은 꿈들 꾸세요.

쟈하라독시드!


:



오랜만에 또 이어집니다.
최근에 이래저래 바빠서 블로그 자체가 등한시 되고 있는
팍팍한 요즈음이예요.
ㅠㅠ

책도 3-4일간 한 권을 붙들고 있었으니,
저로서는 정말 꽤나 정신없었던 편이네요.

그래도 오늘 하루 휴일을 받아서
괴혼도 하고, 집안 정리도 하고, 책 정리도 하고
여기저기 볼일도 보고, 장도 보고...
뿌듯하고 밀도 높은 하루였습니다.

그 하루의 마무리로, 갈릴레오 리뷰를~
후후후훗.


사용자 삽입 이미지


6권의 표지는
개인적으로 신문을 읽는 다이치와,
그 옆에 앉아있는 귀가 쫑긋한 라비가 좋아서
매우 좋아하는 일러스트 중 하나랍니다.
>ㅅ<///

그럼 바로 본편 들어가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여름날이 아니었더라면
우리들은 대체
어떤 인생을 걷고 있었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누구를 사랑하고
그 누구를 위해 살아갈까'

[나는 그와 같은 공기로 호흡하고 싶었던 것뿐이야]

<15의 여름 / Side story / 슬픈 소원>



다이치를 사랑함으로 인해
아직도 지난 겨울의 한기를 몸에 두르고 있는 것만 같은
쇼코의 한마디를 시작으로,
6권이 시작합니다.

장면은 바로 전환되어서,
5권 끝에서 다이치와 라비가 대화를 나누던 것과 이어져요.

"그래서?"

다이치가 라비에게 묻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비 네가 보기엔 어땠어?
...눈치 챘지?"

대체 뭘 물어보는가 했더니,
가리가리에서 가장 화제가 된 문제가 불거집니다.

"쇼코 뱃속에...아무것도 없었지?"

다이치가 보기에는, 쇼코의 뱃속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던 겁니다.
정신없을 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마동전사이고 마동력을 가진 다이치의 자식이어야 할
쇼코 뱃속의 아기에게서 아무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거지요.

"아무'것'도 라니...어이."

다이치의 말투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라비, 얼굴이 묘하게 찡그립니다.
그야 그렇지요. 생명을 지칭하는 대명사에 '것'은 좀 아니지요.

"아니, 나한테는...쇼코한테서
마동력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내 애가 아니지 않을까 하는 것밖엔
모르겠단 말이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다이치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라비.

"혹시...다른...애라든가..."

곤혹스러워하면서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되짚어 보려는 다이치에게,
라비가 사정없이 다시 발을 들이댑니다.

"바아-보. 쇼코가 그럴 애냐?"

과연, 그 말에는 걷어채이면서도 다이치도 쉽사리 수긍합니다.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를
다이치 아이라 우기는 것이라는 가설은 이로서 패스.

"생명 반응은 쇼코 한명뿐이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게 다야."

딴청을 피우듯 숲을 내려다보고 있지만,
라비가 던진 말은 결정적이었습니다.

다이치는 쇼코에게서 마동력을 느끼지 못했다 하고 있고,
라비는 쇼코의 생명 반응이 하나뿐이라고 하죠.
결국, 결론은 그녀가 임신하지 않았다는 쪽으로 향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가...역시."

사실은 확인한 다이치의 표정이
안도보다는 안타까움으로 느껴지는 건 저뿐일까요?

라비도 그렇게 말하는 다이치에게
안심했냐는 둥 얄미운 소리를 덧붙이지 않고
잠시 입을 다뭅니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쇼코를 그런 거짓말까지 하게끔
궁지로 몰아넣은 건-"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로 너야."

가장 깊은 유대로 이어졌음에도
이런 일의 추궁에는 일절 용서가 없는 듯,
라비가 단정한 표정으로 다이치에게 말합니다.

"아아..."

그리고 다이치 또한 별로 거기에 대해서
이제 와서 지지부진한 설명을 덧붙이려 하지 않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알고 있어."

씁쓸하게 그리 대답하며, 두 사람은 서로 시선을 마주하지 않고,
숲과 인접한 바다를 내려다봅니다.(바다인지 호수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체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셈이야?!
대체 왜 화를 안 내는 거냐고?!

날카롭게 화를 내며 다이치의 뺨을 떄린 쇼코.
지나간 날의 회상입니다.

아마도, 이번 임신 건이 대두되기 이전에
둘의 마지막이 되었던 장면인 듯합니다.
다이치의 기만적인 태도에 눈치를 채고 질려서
노골적으로 분노를 드러내는 쇼코.

"...평생 내 곁에 있을 생각이 아니라면
다정하게 대하지 마!"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동정 따위로 붙잡고 싶지 않아!"

그렇게 말하고 다이치에게서 등을 돌리고 뛰어가 버렸던 쇼코.
자신의 곁에 다이치가 묵묵히 머무르며
원하는 것을 모두 난처해 하면서도 조용히 따르는 그가
더 이상 자신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음을 깨닫고
결국 저런 소리까지 입 밖에 내다니, 얼마나 비참했을까요.

...뭐, 그러게 누가 다이치한테 반하래
11살 때부터 내세까지 임자 점 찍은 애한테 반한 죄뿐인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여름날'이...
그 생각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절대로 되돌이킬 수 없다는
나의 확신과 자신

그런 자신의 오만함이
그녀를
크게 상처입히고 말았다'



5권 마지막에 라비와 다이치가 나누었던 이야기대로,
11살의 그 여름날은 이미 돌아오지 않지요.
그 어떤 수를 써도 돌아갈 수 없는 과거.
그리고 다이치 스스로가 돌이킬 생각도 아마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라비를 만났으니까.

그럼에도 자꾸만 '그 여름날만 아니었더라면...' 라고 되뇌이는 건
결국 '어차피 절대 못 돌아가니까' 라는 전제를 밑바탕에 깔고
쇼코에 대한 죄의식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다이치 스스로도 알고 있는 거지요.

해바라기는, 오로지 태양빛만을 따르듯이
다이치와 라비 또한 서로밖에 따를 수 없게
운명이, 그리고 서로의 의지와 영혼으로 결정지어 버렸으니.







<15의 여름 / Side story / 시어머니와 며느리(웃음)의 회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목대로 갈까요.
시어머니가 마당정원에 물을 뿌리고 있었습니다.
언제나와 같이 싱그러운 모습이시군요.

그런데 여기서 그림체가 좀...달라졌습니다.
ㅠㅠ
길죽한 라비는 좋지만....히잉.

"...."

다이치의 어머니에게 무언가 말을 꺼내려고 하는데,
좀 주저가 되는지
발톱을 깎으면서 슬그머니 운을 틔워 봅니다.

"저기...아주머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왜 그러니, 라비?"

며느리 부르는 소리에 작은 물방울을 튀기며
다정하게 시선을 보내주시는 시어머니.

"여자란...약한 걸까요, 강한 걸까요?"

갑자기 엉뚱한 화제였지만
다이치의 어머니는 별로 당황하거나
왜 그런 소리를 하냐는 말은 없습니다.

"글쎄...어떨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랑을 하면 약해지는 여자도 있고,
반대로 강해지는 여자도 있지."

"...흐-응."

어머니의 대답에 그다지 감흥받지 못한 듯
라비, 엉성한 대답을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지만 말이지...
엄마가 될 각오를 굳히고 아이를 낳은 여자는
대체로 강해진단다.
그 어떤 동물이라도...여자는 아이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자기 목숨을 걸고 싸우는 법이야."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지만,
어머니로서의 강인함이 엿보이는 그 단단하고 다사로운 말에
라비가 미소를 짓습니다.

".........."

지난 회까지 16이던 아이가 갑자기 민증 까고
편의점에서 담배를 살 연령으로 둔갑한 것에는 조금 식겁했지만
이 컷이 유독 심한 거니 넘어가도록 할까요.

스무 살 라비도 이쁘니까효♡
(토깍지 삼매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을 꺼내는 라비.

"...저기, 아주머니.
다이치...그 건 말인데요...그...
아마 여자애가 착각한 게 아닐까 하는데요...
아니...그러니까..."

망설이면서 쇼코의 임신이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슬쩍 귀띔을 하려는데, 어머니의 단정적인 말이 바로 이어져버립니다.

"그렇겠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에?"

너무나 쉽게 긍정해버리는 시어머니의 귀신 같은 눈치에
매우 놀라는 며느리.
어떻게 알고 있느냐는 듯, 황당한 눈치입니다.

"그렇지만, 이번 일은 그 아이에게 있어서
쓴 약이 되겠지."

물론 상대방 여자아이에게도 말이지, 하고
덧붙이는 어머니는
처음부터 쇼코가 임신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계셨다는 투입니다.

그걸 다 알면서도
다이치의 정신이 사하라 사막을 헤매이도록
그냥 놔두셨다는 거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비, 너도 이런 소동이 또 일어나는 건 싫잖니?"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어 보이는 어머니.
미소만은 너무나 싱그럽습니다.

"아..."

말 그대로 다이치에게 생고생을 시켜서,
두 번 다시 남의 집 귀한 딸과 바람을 피워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뻔히 나올 결론을 내버려두고 지켜보셨다는 어머님 말씀.

역시 어머니는 강해요.
강력해요.
ㅜ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니, 그게...
하하하하...."

결국 얼없이 웃어버리는 라비.
그리고 결국 라비가 이 화제를 꺼낸 것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는 것으로 보아
라비가 어떤 식으로든 쇼코와 접촉을 했을 거란 것도
어느 정도는 눈치를 채셨을 것만 같습니다.

싱글싱글 웃으시는데 거 참.
어허허허허.

SD 라비 왈
'역시 아주머니께는 못 당하겠어...'







<15의 여름 / Side story / 약속>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카데미의 카페테리아에 앉아 있던 다이치.
메시지 폰으로 무언가 온 것을 확인하자,
누가 보냈는지 약속 장소가 시간이 적혀 있습니다.

[센트럴 파크 분수 앞에서 오후 4시 반]

그걸 보고 있는데, 옆에서
누가 다이치를 부릅니다.

"...어이."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거짓말이었던 거지?
그럼 됐잖아.
이제 내버려 둬."

오오하시까지도 다 사정을 알고 있는 듯,
그렇게 말합니다.
메시지의 발신자는 쇼코였던 모양이네요.

"그렇게 나오는 여자는 관계되면 성가셔져."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이치의 친구로서 비교적 옳은 충고이긴 하지만,
다이치는 그럴 마음이 없는 듯 가볍게 무시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네요.

"시끄러워. 깡그리 무시해버릴 정도로
신경줄이 두껍지가 못하단 말야, 나는."

그렇지만 오오하시는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모양입니다.

"그치만...결국 채인 건 너잖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걔는 대체 이제 와서 뭘 어쩌겠다고..."

오오하시의 말에 묵묵히 뒷모습을 보이던 다이치가
조용히 그걸 부정합니다.

"...아니야."

"뭐가 아니야?"

"잘못한 건 나였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혼자 할 말 정하고 맘 정했는지
들고 있던 가방 오오하시에게 쌩~ 던져버리는 다이치.
주인공답습니다.
(.....욕임.....)

"앗, 야! 다이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밤엔 집으로 돌아갈거야!
히로한테서 연락 오거든 내 짐 걔한테 줘!"

"뭐어?!"

지시조로 말하고 어딘가로 급히 향하는 다이치.
뒤에 남은 오오하시는 다이치 가방을 부둥켜 안고 투덜거릴 뿐입니다.

'야 이 바보 자식아,
내가 네놈 셔틀인 줄 알아!!! 망할 놈!!!
저러니까 이제 내버려 두라고 한 거야!
날 끌여들이지 말라고!!!!!'

고생이예요, 오오하시.
그러게 어쩌다 저런 지구인도 아닌 걸 친구로 둬가지고...
ㅠㅅㅠ






[Fin]







권 내용은 끝입니다.
비교적 가벼워서 한번에 리뷰할 수 있었네요.

그리고 나머지 페이지는
또 시신엔이 좋아하는 노래와 이미지 일러스트의 조합이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별의 물방울 흘러 떨어지네
부드러운 등에
나와 같은 상처를 가진 여자

천사였던 머나먼 옛날
가두어 둔 비극 속을
두 사람은 다시 또 헤매이는가

살며시 스친 손가락의 미열이
가슴에 새기는 심홍의 TATTOO



사용자 삽입 이미지


Love & Pain 달을 불사르는
밤의 짐승이 되어라

Love & Pain 화석이었던
불꽃, 어둠을 태울 때까지

꿈을 찾아다니고, 꿈을 두려워하며
슬픔을 배운다
영혼만이 서로 사랑할 수 있어

서로 주고받는 시선만으로 사랑을 하면
죄가 되지 않는다고 그 누가 정했나

Love & Pain 한숨 속에서
밤의 짐승이 되어라

Love & Pain 방황하는 고통
달콤한 키스로 잠재워줘



사용자 삽입 이미지


Love & Pain 달을 불사르는
밤의 짐승이 되어라

Love & Pain 화석이었던
불꽃, 어둠을 태울 때까지

괴로움으로, 또는 미칠 듯한 심정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미래의 모든 것을 주겠어

날개를 잃은 천사여
격렬하고 덧없는 짐승이여




불꽃의 화석(炎の化石)
song by 히무로 쿄스케(
氷室京介)






가사만으로는 잘 어울린다 싶은 것들이 많은데,
어쩐지 노래를 들어보면 또 이미지가 달라지는 곡도 많은 것 같아요.
유튜브에서 한 번 찾아봤어요.
흥미 있으신 분은 들어보시길.





그리고 대망의 후기에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


헤롱헤롱 죽어가는 작자 두 사람.
고양이 캐릭터 아래쪽에 여우 캐릭터도 있습니다.
각각 사쿠라 씨와 다치바나 씨라고 하네요.

지금까지 후기는 번역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번역할 일이 없지만...
어쩐지 내켜서 이 컷 하나만 찍어 봤습니다.

이걸로 가리가리 6권의 리뷰는 끝~
다음에는 마지막 권인 7권으로 곧장 들어갑니다.
>ㅅ<












어쨰 오늘은 양이 적으니 금방 끝나겠지 했는데
어느새 정신 차려보니 새벽 1시를 달리고 있네요.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이게 무슨.
ㅠㅠ

저는 이만 자러 갑니다.
다들 좋은 꿈 꾸세요~

쟈하라독시드!


:



내용이 짧길래 부담이 적어서
텀도 짧게~

내일 나가면, 월요일까진 안 돌아올 예정이라
미리 즐거운 주말들 되시라고
앞서 리뷰합니다☆




[15의 여름 side story
생각(思惑)]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단 라비와는 스쳐지나갔고,
약속대로 쇼코와 만난 다이치.

"네가 병원까지 따라올 필요 없다니까!"

다이치가 어머님의 지엄하신 명에 따라
함께 병원에 가겠다 말을 한 모양이죠.
쇼코는 그것을 거부합니다.

"...그럴 순 없잖아. 쇼코."

자기 아이라는 책임감도 있겠지만
제 생각엔 어머님의 프라이팬이 컸을 듯.
풀죽은 표정은 귀엽네요.

"싫어, 꼴불견이야!
내일 나 혼자서 갈거야!"

바로 몇 분 전에(이야깃속 시간 흐름상)
라비에게 울면서 다이치 이야기를 했던 것이
거짓말인 것 마냥 다이치를 한사코 거절하는 쇼코.

"쇼코..."

난감해하는 다이치를 앞에 두고
손톱을 깨무는데, 뭐라 말은 못하고 눈에는 눈물만 고입니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

서로 말없이 시선을 돌리는 두 사람.
먼저 다이치를 본 건 쇼코 쪽이었습니다.

"...왜..."

"응?"

쇼코의 낌새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다이치가
쇼코의 얼굴을 그제야 똑바로 바라봅니다.

"쇼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결과 어떻게 되었는지 이야기 할테니까
내일 데리러 와,
메일로 시간 알려줄게."

그렇게 말하고 그대로 썡하니 가버리는 쇼코.
그리고 그런 쇼코를 붙잡지 못하고
다이치는 난감한 기색만 내비칩니다.

"......."

다이치를 뒤에 두고 돌아서서 가버리면서,
쇼코는 기어이 참았던 눈물을 떨구고 맙니다.
입으로는 조용히, 사라져버린 또 다른 모습의- 겨울의 그에 대한
원망에 젖어서.

"...바보!"

남겨진 다이치는 점눈이 되어
쇼코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다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휙, 하고 표정과 시선을 동시에 돌리네요.
쇼코가 갔으니
다른 상대와 다른 이야기를 시작해야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거기 있지? 나와."

어느새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토끼.
매지컬한 달나라 토끼는 나무도 잘 오르는군요♡

"하여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쇼코쨩하고 잡담 좀 했지♡"

라비, 맑게, 밝게, 곱게 웃으면서
나무에서 가볍게 뛰어내립니다.

"참견쟁이."

약간 뾰루퉁한 얼굴로
다이치가 투정을 부려 보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네놈이 처신을 제대로 했으면
이런 쓸데없는 짓 안하거든, *멍청아."

택도 없습니다.

"네...죄송합니다..."

그나저나...나름 꽤 강도 높은 욕까지 나왔군요;
(번역은 멍청이로 했어요. 이건 흐름 깨니까 아래에서 다시.)
왕좌님 이러지 말라능
ㅠ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서 너, 알겠어?"

"...응. 네가 어드바이스해 준 덕에 말이지."

"어쩔 생각이야?"

"...곤란한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

".........."

아무 말 없이,
바로 요전에 함께 석양을 보며
키스했던 바로 그곳에서
등을 돌리고, 이번엔 암울한 대화를 하네요.

행복의 증거 같았던 그 장소에서
등을 돌린 것뿐인데,
답답한 심정이 너무 잘 전해져 오는 것 같아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안쓰럽네."

"응."


사용자 삽입 이미지


"쇼코, 좋아해?"

평생의 개념을 넘어 혼까지도 하나로 엮여 갈 연인에게
라비가 아름다운 얼굴로, 아스라한 표정으로 묻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뜻하게 대답하는 다이치.

"...좋아졌을지도 모르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그 첫 여름이 오지 않았더라면]



12세의 라비(시신덴 설정상)
11세의 다이치.

그들이 만난, 그 해의 여름.
그랑죠 본편의 무대가 되었던- 바로 그 시즌.

그때, 하루카 집안에서 상점가의 복권이 당첨되어서 다이치가 달에 오지 않았더라면.
다이치가 무리에서 이탈해서 구리구리를 좇지 않았더라면.
얄밉게 툴툴거리기만 하는, 동성의 소년에게 시선이 머물지 않았더라면.
그 소년이, 다이치의 애틋하고 풋풋한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더라면.
함께 목숨을 걸고, 생사를 넘나들며 함께하지 않았더라면.
암흑을, 영혼을 공유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다이치는 쇼코를 정말로 좋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반대로, 어둠이 없는 다이치를 쇼코가 사랑했을지는 미지수지만.

여하튼, 이 마지막 한 문장으로 확실해졌네요.
독자의 입장에서, 저로서는 '아, 역시' 라는 느낌.

결국, 다이치는 쇼코를 정말로 받아들일 마음에 전혀 없었던 거죠.
마음 한 조각도 주지 않았어요.
레알 개늠색히임...후.

그리고 한편으론, 라비도 다이치가 이럴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거죠.

자기가 물러난다느니 하는 소리를 해도,
결국 다이치가 선택하게 되는 건 라비 자신이라는 걸.
'선택'보다는 '운명'에 가까울 정도로 깊고, 질기고 강한 인연이기에.

보는 저는 좀 속이 편해졌네요.
쇼코 이만 꺼지라옹!!!
>ㅅ<////






일단 가리가리 5권은 여기까지네요.
그럼 이후의 이야기는 6권에서!
내일 약속이 있어 오늘은 또 이만 자러 갑니다.

좋은 꿈 꾸세요.
쟈하라독시드!










덧.

"네놈이 처신을 제대로 했으면
이런 쓸데없는 짓 안하거든, 멍청아."

원문은

「てめェがちゃんとしてりゃ
こんないらぬ世話やかねェ-んだよ、タコ」

...입니다.
(한자와 히라가나, 가타카나까지 그대로 옮겼습니다)

'タコ(타코 : 낙지, 문어)'를 '멍청아'로 해뒀는데...
이거 사실 욕으로서의 (제가 아는 한) 거의 최상급이랍니다.

얼간이 자식, 멍청이, 바보 같은 것보다
좀 더 원초적이랄까...

저를 가르친 일본인 교수님(한국어를 20년 이상 공부하고 사용하신)
말씀에 의하면 말이죠.

이 '타코'에 가장 가까운 한국어는...어...
'개새끼' 인 것 같다고 하셨었죠.
...좀 귀엽게 해도 개늠이네요. 개늠식히! (....)

하지만;
차마 왕자 입에서 그런 쌍욕 나오게 하긴 싫긔;;;
다이치도 그렇게까지 욕먹게 하긴 가여우니
멍청이로 해둡니다.

그래도 기왕 이렇게 구구절절 고친 김에 적용시켜 볼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네놈이 처신을 제대로 했으면
이런 쓸데없는 짓 안하거든, 개자식아."

"네...죄송합니다..."







.......새, 새롭네효!
(........)


:


재록본까지의 리뷰를 마치고
드디어 5권에 들어섰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전 시신덴의 빅 팬이지만,
5권의 표지는 어째 좀 헐해 보여요.(...)

흐릿하고 러프하며 간단해 보이는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 제 취향에
그렇게 보이는 걸수도 있지만요.

그러나 속은 좋다는 거.
아...하긴 내용상 변명편이니까 그러지만도 않을지도요.

그럼 안쪽 내용 들어가겠습니다.




15의 여름 [어둠의 맨얼굴]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겨울의 눈보다도 차갑고
한밤중의 어둠보다도 깊은 암흑]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말로, 순간적으로도 닿고 싶지 않은...]

다이치의 '어둠'에 관한 이야기를 전편에서
쇼코에게 듣고 있었지요.
그 소리에, 라비의 표정이 어두워집니다.

있는 힘을 다해 다이치를 보호하려고 하고 있음에도,
완전히 다할 수가 없는 안타까움.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까지고 암흑의 수감자일 수밖에 없는데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현재가 고작이라는 자괴감.

그 모든 것이, 라비로 하여금 씁쓸한 미소를 짓게끔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좀 봐 주라..."

라비가 씁쓸하게 그리 중얼거리는 것을
쇼코가 듣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난 그렇게 지독한 남자가 아니라고."

역시 전편에서, 쇼코는 라비에게
자신의 연인(다이치)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지요.
그리고 그건 딱 듣기에 올바르고 바른 남자친구의 일례는 아니었고요.

그 와중에 쇼코가 라비에게 '당신, 내 남친과 닮았다' 라고 하자
그 말에 대한 대답이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

"그래, 그래.
나는 친절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착한 청년입니다♡"

라비의 장난스런 말에, 쇼코의 표정이 굳어집니다.
그리고 그걸 깨닫지 못하고 라비를 말을 잇는데...

"상냥하고 배려할 줄 아는..."

"그만해."

"에?"

난데없이 말이 막힌 라비가 당황하며
그제야 제대로 쇼코를 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도 그랬어."

"에? 에? 그렇지만 지금 이야기로는
도저히 그런 사람으로는 안 들렸어."

남자를 자기 불안 해소용으로 쓰지 말라며
옷 입고 차갑게 나가버리던 그 남자가
친절하고 상냥하고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건 좀 안 맞잖아요.

"그래. 냉정하고, 싫은 녀석이었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게 변해가더라고.
사귀는 동안에 점점..."

"......"

잠시 입을 다물었던 라비가 그 말에 감을 잡았다는 듯 말을 받습니다.

"다정해졌구나?"

"....처음 만난 건..."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겨울이었어."

겨울.
라비와 다이치에게 있어서, 쇼코 이상으로 커다란 의미가 있는 계절입니다.

지구와 달이 가장 멀어지는 시기.
다이치와 라비가 함께할 수 없는 시기.
다이치의 어둠이 깨어나는 시기.
라비가 스스로를 감금하며, 고통을 당해야 하는 시기.

"얼음처럼 차가운 남자였어.
다가가기도 힘들어서, 같이 있어도
나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것 같았어...
그런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귀고 나서 2개월 정도 지나고 나서부터...
조금씩 변했어."

쇼코가 음료수를 사서, 다이치에게 내밀었습니다.
폭설이 내렸던 그날에서 2달이 지났다곤 해도 날씨는 아직 추웠고,
쇼코는 음료수를 내민 뒤에 입김으로 시린 손을 데웠습니다.

다이치, 그것을 보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쇼코에게 자신이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줍니다.
쇼코가 놀란 눈으로 다이치를 보자,
그는 다정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다정하게 내게 웃어주게 되었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좋은 일이잖아."

"......."

얼핏 듣기엔 당연한 소리지요.
그렇지만 쇼코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처음에는 나도 드디어 마음을 열어 주었다고
기뻐했었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그마한 다정함이
가슴에 스며들었어."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다이치의 작은 친절에 기뻐하는 쇼코.
확실히, '누가 그렇게 얇게 입고 나오래? 추우면 집에 가던가.' 라면서
폭력을 부르는 말투를 구사할 것 같은 남자가
어느날 갑자기 자기 옷 벗어주면 감격이 치밀어오르기도 하겠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그때까지...언제나 나는 걸음이 빠른 그를 뒤따라 걸었어.
그가 날 버려두고 가버리지 않도록.
 싸움을 해도, 버림받는 게 무서워서 사과를 하는 건 언제나 나였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지만, 어느 사이엔가
그는 보폭을 나하고 맞춰주게 되었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싸우지도 않게 되었어.
내가 가고 싶다고 하면, 어디든 데려가 주게 되었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체 그게 어디가 문제인데?"

"나, 봄이 되면서 점점 나쁜 여자가 되어갔어.
엄청나게 제멋대로 굴었거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는 웃으면서 뭐든지 내 말을 들어줬어.
매일 학교로 데리러 오라고 하고,
한밤중에 불러내기도 했어.
기다리라고 하면 빗속에서라도
그는 몇시간이고 기다려줬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처음 만났을 때하고 비교하면, 아예 다른 사람이었어.
보통, 그런 경우 기뻐하는 게 당연하겠지."

마치 다이치의 마음을 시험하듯이,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짓을 이것저것 해본 쇼코.
그렇지만, 다이치는 그 어느 때라도 그런 쇼코의 요구를
다 받아주게 되었습니다.

자전거 뒤에 타고, 더는 못 달리겠다고 하는 다이치에게
안 된다고, 어디까지 더 달리라고 쇼코가 명령하면,
다이치는 힘들어하면서도 그것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다정하게 내게 대해주면 대해줄수록,
내 상처는 커져가기만 하는 거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무슨 소린지 알겠어?
점점 깨닫게 되는 거야.
그는 나를 좋아하게 된 것도 아니고,
마음을 내게 열어준 것도 아니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저 소리없이 혼자서,
내게 빚이라도 갚으려는 것처럼
보상하려고 하는 거였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쇼코의, 여자로서의 자존심이 찢기는 인정.
그리고 그 이상으로 가슴이 아픈 '사랑 받지 못했다'는 인식.

그런 괴로운 고백을 들으면서,
라비는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다이치가, 진정으로 쇼코를 사랑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처음부터 라비는 염두에 두지 않았을 테니까요.

잠시간 위로가 될 수는 있을 것이고,
공허한 마음을 아주 잠깐 달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정작 다이치의 '진짜 부분'에 닿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사람 뿐이니까요.

"그래, 정말로 아예 다른 사람이었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른 누가 아니라, 바로 그가 지난 겨울의 자기자신을
지독하게 혐오하고 있었어.
...그런 자기자신에게, 나를 말려들게 한 걸 후회하고 있었던 거야."

쇼코의 말은 지레짐작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정확하기도 했습니다.

여자 특유의 날카로운 감과, 내내 곁에서 다이치를 지켜본 가락으로
정곡을 찌른 게지요.

"봄이 오자, 눈이 녹는 것처럼
제정신을 되찾았다고나 할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니, 그게 아니야!!
그는 그 무렵의 자기자신을 부정하고...
그걸 알고 있는 나를 다정함으로 거절한거야...!!"

"..........."

라비, 새까만 머리에 잘 어울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나한테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정해져버린 그야말로,
내게 있어서는 아득한 존재였어.
점점 알 수가 없어졌지.
처음 만났을 무렵의 그가 차라리 더 성실했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그 바닥이 보이지 않는 암흑의 빛을 속속들이 드러내는,
그런 그를 좋아했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의 그는, 절대로 닿을 수 없는 깊은 어딘가에...
전부 가둬버린거야."

겨울이 지나간 다이치의 상태를 정확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겨울의 다이치는 스스로 상태가 이상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걸 스스로 어떻게 하지 못하는 거죠.
그리고 겨울이 지나면, 그렇게 어둠을 자연스레 몸에 두른
또 다른 자기자신을 부정하는 것이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너를 지키려고 그랬을지도 모르잖아?"

라비는, 어떻게든 쇼코가 가장 자괴적인 결과에 다다르지 않도록
자기 스스로도 믿지 못할 소리를 해봅니다.

"대체 무엇으로부터?
그것조차도 나는 알 수가 없어.
그걸 물어보는 것조차도 허락받지 못한거야..."

이젠 아예 자조를 하고 있는 쇼코.
라비가 가볍게, 그렇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말을 잇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말 못 할 일도 있는 법이잖아."

"...나는...그와 같은 공기로 숨을 쉬고 싶었던 것뿐이었어."

쇼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게 얼마나 불가능한 것인지 안다는 표정으로
미소 짓습니다.

"응. 이해해..."

쇼코는 아마도, 이제야 자신의 마음에 결론을 지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다이치에게 다가설 수 없다는 것을.
라비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의 마음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녀석은 알고 있었어. 그래서 더욱 필요 없었던 거야.
쇼코.'

또 약간 뜻모를 소리를 혼잣말로 더하는 라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역시 난 못된 여자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니, 넌 좋은 여자야.
그러니까 울지 마."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울고 있는 여자아이를
말로만 달래는 라비.
미소가 필살기예요, 저 왕자.

"......."

"이제 곧 그 남자 여기 올 거 아냐. 그렇지?"

속을 다 꿰뚫어 보는 것처럼 말하는 라비에게
뭐라 말도 못하고 눈물을 그치는 쇼코.

"자아- 그럼 난 이만 물러나기로 할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럼, 너무 그 남자 괴롭히지 말고."

마치 남의 일이라는 것처럼 그렇게 말하고,
길가던 참견꾼의 역할을 마치려는 라비.

그런 라비를 뭔가 신기한 것 보듯이
잠시 눈을 떼지 못하고 쇼코는 바라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그렇지만 결국 이기지 못하고, 마음 속에 떠오른 생각을
슬쩍 입에 담아 봅니다.

"- 라비...?"

그 말에 검은 머리 헌팅남의 가면을 뒤집어쓴 토끼 왕자,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천연덕스런 표정으로
뒤를 돌아봅니다.

"에? 뭐? 지금 무슨 말 했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니."

"아, 그래? 그럼 안녕~♡"

그렇게 말하면서, 속으로는 '헉, 정말이지 무서워, 여자란!!!' 이라고
진저리를 치면서 라비는 잽싸게 쇼코의 곁을 뜹니다.
그리고 그러다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으엑!!!'

바로 앞에서 다이치가 쇼코와의 약속 시간에 맞춰
다가오고 있는 걸 발견했거든요.
변장까지 하고 쇼코를 염탐하러 온 걸 알면
과연 다이치가 뭐라고 할지 알 수가 없지요.

허...쿨한 척 한 거 다 말짱도루묵.
ㅋㅋ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잽싸게 다이치 앞쪽에서 방향을 바꿔서 다른 쪽으로 가보지만,
글쎄 저렇게 거동수상한 흑발미남이 어디 흔할까요.

"?"

별 생각 없이 시선을 돌렸던 다이치는,
어디서 많이 본 익숙한 모습에 눈을 크게 뜹니다.

'히익~~~~!'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앞에는 쇼코가 기다리고 서 있고,
라비는 종종걸음으로 변장까지 하고 어딘가로 멀어져가고.

'들켰다아아아아아!!!!!!'

라비는 보노보노 땀을 흘리며 퇴각하고,
그 뒤에서 다이치는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며
대체 라비가 뭔짓을 한 건지 짐작할 수가 없어
괴상한 표정을 짓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래도 약속시간은 정해졌고, 쇼코의 뒷모습이 보이니
지금 당장 라비를 따라갈 수는 없지요.
더군다나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니 더욱이.









이번 리뷰는 여기까지입니다.
5권을 시신덴이 두 파트로 나누셨으니
저도 거기에 맞춰서 가겠사와요.

뒤쪽이 훨씬 짧으니
봐서 그건 근시일내에 다시.

5권은 흑발 왕자의 의미심장한 표정이 많이 나와
리뷰하는 저도 퍽 즐겁네요.
>ㅅ<///

그럼 다른 할 일을 좇아 저는 이만.
벅스에서 Lonely island 앨범 파네요.
잽싸게 사서 계속 듣고 있습니다.
아아, 너무 좋아...Iran so far가 없는 건 아쉽지만!!!
ㅠㅠ

기분만은 보트를 타네요.
그럼 좋은 밤들 되시기를~
쟈하라독시드~


:



가리가리는 총 7권,
그 가운데 1-4권은 재록본, 합본호로 묶여 나와있습니다.
제가 가진 건 그 합본호 쪽이구요.

오늘의 리뷰는,
 시신덴이 나중에 합본을 하면서 추가한 짧은 번외편입니다.









[늑대 소년]
Song by 槇原 敬之(마키하라 노리유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춤추는 늑대들의 무리 속에서
나는 달을 향해 울부짖는다

이 목소리가 들린다면
나를 구하러 와 줘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가르쳐 줘

똑똑히 들려오는 그 말,
사랑이란 도대체 어떤 것인지



도시를 바라보는 '늑대소년' 다이치.
그의 심장(마음)은 여러 속박에 의해 옴짝달싹도 할 수 없도록
꽁꽁 묶여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춤추는 늑대들의 무리 속에서
나는 달을 향해 울부짖는다

이렇게 커다란 소리에도 지지 않고,
뚫고 나갈 정도로 더욱 크게


추운 겨울날에 어울리지 않는 차림새로
많은 인파 한가운데에 앉아 처량하게 눈을 맞는 다이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내게 가르쳐 줘

사랑하는 사람에게 닿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그러다가 문득 인파 속에서,
여기에 있을 리가 없으며 있어서도 안 될,
그러나 마음으로는 언제나 함께하고픈 사랑스러운 라비의 얼굴이
염려스럽다는 듯 다이치를 바라보고 있는것을 발견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사람과 같은 마음으로
눈물을 흘릴 수 있는지



급히 등을 돌려 다이치에게서 달아나는 라비의 뒷모습을
재빨리 따라나서는 다이치.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사람과 같은 마음으로
웃을 수 있는지



온몸이 얼어붙을 것만 같은 한기 속에서,
겨우 만난 그 사랑스러운 온기를
품에 끌어안았는가 했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강인함,
그런 것은 이제 더이상 내게 필요 없어


끌어안은 것이, 라비가 아닌 다이치의 숙명, 즉 '속박'과 '구속'의 이미지를 가진
사슬로 바뀌어 버립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 어깨에 부딪히며 걸어가는 사람들도
TV에서 흐르는 즐거운 뉴스도 슬픈 뉴스도
전부 타인에게 일어난 사건 뿐이잖아



"귀찮단 말이야!"


"정말 그래도 괜찮겠어?"

암흑의 다이치와
마동전사로서 누구보다도 양(陽)의 기운이 충만한 다이치가
서로 반목합니다.

마치 다른 두 사람 사이에 끼어있는 것처럼,
혼란스럽기만 한 다이치.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나는 눈물을 흘려도 상관없어

그 사람이 나 때문에 눈물을 흘렸으면 하는
그런 생각 하지 않아



자신이 매여있는 속박의 사슬만큼이나,
라비 또한 겨울에는 제약을 받습니다.

결국 함께 한다 해도 한계가 있고,
이 사랑이 자칫하면 모든 것을 부숴버릴 악몽같은 힘이 되리라는 것을
무의식중에 다이치는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설령 모든 것이 사라진다고 해도 가스와 라비는 끝까지 함께 하겠지만
다이치가 그걸 바랄 리가 없지요.
라비가 끝난다면 함께 끝나고 싶어할지는 몰라도,
자신의 손으로 라비가 살아있는 세상을 부수길 원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랑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
나는 말을 배운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
나는 옷을 입고 머리를 자른다



마치 늑대소년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모든 것을 감내해야만 하는 다이치.
그리고 라비.
그런 서로를 지키고자 하는 두 사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랑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
이 숲을 빠져나간다-



라비를 잃지 않기 위해서,
마동전사 하루카 다이치로서 이 세계에서
라비를 사랑하기 위해서
마동전사로서의 길을 선택하는 다이치.

그렇지만, 어느 날 그 구속이 다할지 모릅니다.
끊어지는 사슬이 마치 그런 미래를 예지하는 것만 같아서
불안함을 더한 채로, 이 단편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다음 수록편은 좀 더 밝습니다.

◇ 1985 ◇
- 달에서 온 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곧 다가올 가을에도, 꽁꽁 얼어붙는 겨울에도
그대 모습을 끌어안고 잠이 드네
그대 아닌 다른 그 누구도 이렇게까지 사랑하진 않아]


라비가 마법적인 장치를 가지고 무언가를 하면서
노래를 중얼거리고 있자, 다이치가 무슨 노래냐고 묻습니다.

"그거 무슨 노래야?"

라비가 콧노래를 하는 게 신기했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일본 노래여서 더욱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응? 아아. 낮에 아주머니가 부르시던 거야.
왠지 기억에 남아서. 제목까진 모르겠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흐응. 아, 맞다. 깜빡했다.
너한테 편지 왔어."

어머니가 부르신 게 기억에 남았단 소리에 수긍하다가,
깜빡 잊을 뻔했던 편지를 꺼내는 다이치.

"나한테?"

지구에 라비가 와 있다는 것 자체가 별일인데,
거기다 다이치 주소를 알고 편지를 보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해서
라비가 되묻습니다.

"사유리 아주머니가 보내신 거 아니야?"

그렇게 물으면서 다이치가 라비가 만지고 있는 도구가 뭔지 묻습니다.
이게 뭐냐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니. 가스가 보낸 건데."

"가스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헤에. 뭐라고 썼는데?"

웃으면서 가스가 썼다는 편지의 내용을 묻는 다이치.

"-너 수험 언제였지?"

라비가 묻는 말에 다이치가 조금 께름칙하다는 듯 답합니다.

"뭐야, 갑자기...상기시키지 마.
다다음주야."

"그걸 상기 안 하고 있으면 어쩔 건데."

서로를 위해서 중요한 시험이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지만, 요즘 이래저래 일이 많아서
제대로 공부에 집중을 못했는걸.
이렇게 얼빠진 수험생은 이 세상에 나 하나뿐인걸."

이젠 될대로 되라는 느낌이라면서 심난해하는 다이치.
그야 그렇죠. 요새 정말 일이 많았죠.(...)

"분명 지금 시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짓거릴 이래저래 일으키는
얼빠진 녀석은 이 세상에서 너 하나뿐이겠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비의 냉정한 말에 뾰로퉁한 표정을 짓는 다이치.
그러나 할 말은 없는 거지요.

"-그래서? 가스가 뭐래?"

"........."

[...평의회를 더 이상 막을 수가 없어서
...후에 데리러 가겠습니다.
....다이치 군에게도 안부 전해주세요.]

편지의 내용은 아무래도 지구에 무단으로 내려간 라비에 대해서
시끄러워진 루나의 평의회가 더 이상은 안 되겠다며
라비를 소환하라고 난리가 났다는 것 같네요.

그러나 라비는 다이치를 보며 그냥 웃습니다.

"수험 힘내래."

[여름이 가면 모든 것이 끝이 나네
그대와의 밤을 잊을 수 있게 해 줘]




노래는 오다 카즈마사(小田和正)의 '1985'라는 곡입니다.
조용히 시작하지만, 멜로디가 조금 격해지는가 싶더니 결국 잔잔합니다.
옛날 곡이라는 느낌이 물씬 나지만, 꽤 저는 꽤 취향이네요.
시신덴의 선곡 중에서는 드물게도 제 마음에 들기도 하고.(....)
들어보시고 싶은 분은 아래 링크를.

小田和正/1985






흑발 라비와, 블랙 다이치의 이야기들이 더욱이 깊숙이 파고들,
다음 리뷰에서 또 뵙겠습니다.
그럼 좋은 밤 되세요.

쟈하라독시드!


:



연말, 2009년 마지막 리뷰네요.
집에 돌아온 이 행복과 기쁨을
리뷰로 표현해야겠다 싶어서
잽싸게 사진을 찍고, 이미지 편집을 했답니다.

손이 시려워서 곧장 리뷰 들어가겠습니다.
정말 이놈의 창문 앞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가구(...책...)이 너무 많아서 인테리어 변경도 못하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5의 여름 Side Story [나는 인간이 아니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람들이 많은, 대낮의 공원으로 쇼코를 만나러 간 라비.
물론 라비는 정체를 숨긴 상태이고,
두 사람은 초면입니다.

"당신...누구야?"

"...딱히 아무도 아닌데. 그냥 지나가던 헌팅남이야."

"..........."

헐 저런 헌팅남은 지하철 몇호선 몇번 출구 앞에 출몰하나여
저 좀 데려가주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생판 모를 사람이라서 되레 더 이야기하기 편한 경우도 있잖아?"

전편에서 시작된 쇼코의 임신과 남자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자기에게 털어놓아 보라고 권하는 라비.
그 말에 쇼코는 웃습니다.

"이상한 사람이네."

"아직 안심하긴 일러. 흑심이 가득하다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도 그럴 것이- 그런 들개보다 내가 더 좋은 남자일지도 모르잖아?"

자신은 흑심이 있는 남자라고 주장하는 토끼.
반면, 그 말에 되레 쇼코는 라비에 대해서 경계를 풀어버린 듯합니다.

"나도 분명 그저 한번 건드려나 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거라고 생각해."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쇼코야. 너는?]

"........."

학원에 갔다가 돌아올 때까지도, 다이치는 그곳에 그렇게 눈을 맞고
위험한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쇼코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결국 먼저 말을 걸었고요.

"벙어리야?"

"...너랑 무슨 상관이야. 가던 길이나 가."

다이치의 차가운 거절에 얼굴을 붉히며 조금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 쇼코.

"물론 아무 상관도 없긴 하지만.
내일 아침 신문에서 네 기사를 발견하거나 하면
역시 기분 별로일 것 같아서 말이지."

그야, 보통 저 상태로라면 동사하겠지요.
그리고 한 번 말이나 걸어볼 걸, 하고 후회할테고.
쇼코는 일반론으로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니까, 좀 자기만족을 위해서 이러는 것뿐이야."

"...별로 죽을 마음 없어."

겨우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눈을 털어내는 다이치.

"그냥, 달이..."

뜻밖의 단어에 쇼코가 어리둥절해합니다.

"달?"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달이 보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

쓸쓸한 눈으로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는 다이치.
그 눈에는, 멀리있는 연인을 그리는 애절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건 좀 무리일 것 같네.
내일 모레까진 계속 눈이 온댔으니까.
흐응, 그나저나 죽을 마음 없었던 거구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안 죽어.
여기서 떨어진다고 해도 난 안 죽어."

확신을 담아서 자신이 죽지 않을 거라 말하는 다이치에게,
쇼코가 당연한 의문을 담아 묻습니다.

"거짓말. 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간이 아니거든, 나는."

하루카 다이치 안에 잠든 어둠이 깨어나는 시기, 겨울-
다이치는, 지구와 달이 가장 멀어지는 이 시기에
이렇게 다른 모습의 다이치가 나타나곤 했습니다.

11살의 그 여름날 이후, 언제나.









15의 여름 Side Story [한겨울의 해바라기]

그대로 이어집니다.

[나는 인간이 아니거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이치의 말에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는 쇼코.

[그런 말이 정말일 리가 없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가 성가시니까 보내려고 꾸머대는 시시한 거짓말이야.
틀림없이 그럴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쇼코는 정작 다이치의 등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흔히들 생각하기 쉬운 중2병이라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간단할 텐데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새하얀 눈 속에서 어째서 그렇게 보인 걸까...]

쇼코 쪽을 바라보지도 않고 성가셔하던 다이치가,
겨우 눈을 돌려 눈이 마주친다 한 순간.
쇼코의 눈에 비친 것은-

[차갑게 나를 보는 눈이...
한순간, 심홍색으로 불타올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 봐."

그 말에 팟, 하고 정신을 차린 쇼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럼...개? 유기견이네."

겨우 여유를 되찾고, 다이치에게 정말 개에게 하듯이 손을 내미는 쇼코.

"이리 온, 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존은 또 뭐야.
나한테 상관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 번 쇼코가 내미는 손을 거절하는 다이치.
그러나 쇼코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날씨만 개면 달은 내 방에서도 보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 나한테 작업 거는 거야?"

"그런 건 아니지만...어쨌든 지금 우리집 아빠가 단신부임 중이셔서
엄마가 3일 전부터 그쪽에 가 계시거든. 당분간은 안 오셔."

"...그럴 생각도 아니라면...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군."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도 일단은 남자거든?"

"어머, 개잖아?
이리 온, 존. 밥 줄게."

전혀 기세가 죽지 않는 쇼코.
얘 확실히 좀 위험하긴 하네요.
;ㅁ;

"...이상한 여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설파 속에서 하루종일 웅크리고 있던 개한테
그런 소릴 들을 이유는 없어."

당당하게 쇼코가 그렇게 말하자, 다이치가 피식 웃으면서 동의합니다.

"그건 그렇네."

그리고 너무나도 가볍게, 마치 공중을 날듯이 창살을 넘어서 쇼코 쪽으로,
창살의 안쪽으로 들어옵니다.
그 동작에 쇼코는 조금 놀란 눈으로 다이치를 보게 되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이라면 아직 도망치기 늦지 않았어."

그 동작에 쇼코가 기묘함을 느꼈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다시 한 번 더 기묘한 말투로 겁을 주는 다이치.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쇼코가 다이치에서 등을 돌리고 걷기에 그대로 가버리나 하는데,
마음을 정했는지 뒤를 돌아 다이치를 봅니다.
더할 나위 없이 똑바로 눈을 뜨고 보면서 입을 열어 한 말은-

"이쪽이야, 존."

결국 다이치를 끝까지 개 취급하기로 한 듯.
다시 장면은 현재로 돌아옵니다.

"내가 주운 건, 버려진 개 같은 게 아니었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훨씬, 비교도 안 되게 위험한 맹수였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때도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어.
그렇지만 어째선지..그래도 좋다고 생각했었어.
그 무렵의 나는...
분명...누가 어딘가로 나를 좀 데려가주길 바랐으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상이 아닌...먼 어딘가로..."

일상에 질려있었던 쇼코는 비일상을 바랐고,
그래서 직감적으로 다이치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렇게 저돌적으로 접근을 감행했던 모양입니다.

그럼, 다시 이야기는 다이치와 쇼코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난로가 있다니, 대단하네."

보통 현대 일본 가정에서 벽난로는 보기 힘든 소품이죠.
순수하게 경탄을 표현하는 다이치.

"안은 히터야.
외할아버지가 지으신 집이야. 낡아서 큰일이야. 자, 마셔."

아까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다이치의 모습으로 봐서는
집안으로 들어와서 타월로 닦고, 몸만 뎁힌 듯합니다.
쇼코가 내미는 잔을 바라보는 다이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쇼코가 먼저 난로 앞에 자리를 잡고 앉자,
다이치도 한숨을 내쉬고는 그 옆에 앉습니다.

"...중학생이야?"

"아아."

"이름...존이라고 부르면 돼?"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루카...하루카 다이치."

"에?"

"...왜 그래?"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인데...
친구의 친구가 히가시고에 다니는데, 혹시 사귀었다거나?"

"아아. 마키무라?"

"세상 참 좁네."

다이치의 이름을 듣고 자신의 친구와의 연계를 떠올린 쇼코.
그나저나 다이치 이 녀석은 또 연상을 사귀었군요.
(...시신덴 설정상 라비가 다이치보다 연상이예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 소문 별로 안 좋지? 여자들 사이에서."

"응. 나빠."

"그 여자들이 하는 소리, 절반 정도는 진짜일걸."

"흐응."

그 말을 듣고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화제를 바꾸는 쇼코.

"정말로 있구나, 달에 네 진짜 연인이."

그 말에 흠칫하는 다이치.

"그래서 저 눈 속에서 달을 찾고 있었던 거야?"

"........."

굳은 표정으로 대꾸하지 않는 다이치.
아무리 제정신이 아닌 상태라 해도, 라비에 관한 것은 가볍게 입에 올릴 수 없겠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기, 하루카..."

"이거 다 마시면 나갈게."

"왜? 밖에 눈 또 내리기 시작했어."

"여자 혼자 있는 집에 있을 순 없잖아."

"헤에-  꽤 신사네."

중학생 치고는  어른스러운 소리를 하는 다이치에게
쇼코가 약간 장난스럽게 그리 대답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본적으로 신사적이거나 그렇진 않아.
별로 나하고 얽히지 않는 게 좋아. 누님."

"그럼..."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본적으로 그렇지도 않다니,
신사인 척 하는 거 집어치우지 그래?"

".........."

명백하게 쇼코의 그 말은 도발이었습니다.
신사인 척 그만둬라.
여자에게 손댈 수 없다고 하면서 나가는 거 그만둬라.

"그럴 맘 없다고 하지 않았어?"

"지금, 마음이 바뀌었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정신이 아니네."

"너만큼은 아냐."

그렇게 얼핏 보기엔 살벌한 대화를 잘도 나눈 다이치와 쇼코.
그 말을 듣고, 라비는 뜨끔하게 웃습니다.

"...뭔가...엄청 위험한 시작인데?"

(그러면서 개그 컷으로 '여러분, 걱정 마세요, 이거 그랑죠 맞아요!'라고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네, 아닌 거 같죠.........................시신덴이 보기에도 그랬나 봄.)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래.
그날의 나는 내가 봐도 이해가 안 갔으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평범하긴 하지만, 집안 사정이란 게 좀 있어서
엄마는...아빠하고 그 애인이 사는 집에 처들어 간 거였어.
엄마가 돌아오는 날이 내가 아빠를 잃게 될 날이었다는 거지.
진부한 이야기지?"

"아니아니."

"그렇지만 그 때문이었을까.
나는 그에게 강렬하게 끌렸어...그런 거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의 어둠에."

다이치의 '어둠'에 끌렸다는 말에 흠칫하는 라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말이지.'

"어둠이라고 해야할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바닥이 안 보이는 새까만 빛을 품고 있었어."

'도통 방심을 못하겠다니까...'

너무나 정확하게 다이치의 본질을 짚어내는 쇼코를 보며
라비는 내심 여자의 직감이란 것에 경악을 느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녀석, 아침에 눈 뜨고는
뭐라고 했는지 알아?"

"...뭐라고 했는데?"

그러면서 옆에 조그맣게 '우와- 듣고 싶지 않아' 라고 쓰여 있네요.
ㅠㅠ
그야 듣고 싶지 않겠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당신, 대체 뭣 때문에
자승자박을 하고 있는 건지는 몰라도
그런 거 배출용으로 남자 써먹지마]

하룻밤 보낸 뒤에 아침에 저런 소리 들으면 정말 최악이겠네요.
...뭐, 쇼코 잘못이기도 하긴 하지만.
끌어들였다고 따라가서 할 거 해놓고 저건 또 무슨 개매너임
ㅠㅠ

안했으면 말이나 안해
ㅠ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믿겨져?
눈 속에서 온종일 쭈그리고 앉아있던 녀석이
나한테 그런 소릴 했다니까?"

"...정말 어이없다."

라비는 이제 심히 얼굴을 붉히고 있습니다.
왠지는 몰라도 부끄러워하네요.
다이치가 한 대사라고는 도무지 생각되지 않는 탓도 있을 테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지만 정말 푹 빠져버렸어. 어째서였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고 나서 몇 번을 만나도 내내 그는 냉정했고,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있었어.
만날 때마다 소리를 지르고, 싸우고...
그렇지만 그러면서도 그에게 끌렸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겨울의 눈보다도 차갑고...
한밤중보다도 깊은 암흑에...
거기에 조금이라도 닿고 싶었던 건지도 몰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인간이 아닌 자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경우가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게다가...]

"달에 있는 연인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고,
그 녀석에게서도 직접 들었는데...
신기하게도 그게 신경쓰이지가 않더라고."

[대체로 그건 여자다]

"...별일이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도 참.
왜 이런 생판 모르는 작업남한테
이런 이야기를 해버렸나 몰라."

"...뭐 어때."

[...이쪽이 아무리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도]

"벌써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었으니, 그 뒤도 궁금한데?
TV 드라마 같아서 듣고 싶어."

흥미 위주라는 듯이 그렇게 가벼운 태도를 유지하는 라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리 교묘하게 위장해도-]

"......후후. 그 뒤가 더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그런 타입의 인간들은, 간단히
낌새를 눈치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뭘 말이야?"

"당신, 분위기가 그 녀석하고 닮았어."

[...정말이지, 여자는 도저히 잴 수 없는 뭔가가 있다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이걸로 가리가리 4권까지의 리뷰가 끝났습니다.
다만, 제가 가진 책은 재록이라 뒤에 '늑대 소년'이라는 부록이 있으니
다음엔 그거 리뷰를 하고, 5권 초반으로 들어가도록 하려고요.
한 권을 한번에 마치기엔 5권이 조금 버거우니까...

어떻게 보시고 계신가 모르겠습니다.
이제 슬슬 '겨울'의 블랙 다이치에 대해서 느낌이 오시나요.
저는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좀 오락가락해서...

제가 기분 좋은 새해를 맞았기에,
가능하다면 이웃 분들도 즐거운 첫날 되셨으면 해서
포스팅을 해 보았습니다.
>ㅅ<////

새해 인사는 이거 다음 페이지에 따로 할 생각이니 패스하겠습니다.
신년에도 그랑죠 리뷰는 계속됩니다.
그럼, 즐거운 연초 되시기를.

쟈하라독시드!



:



짧습니다.

이 다음 편이 길어서 호흡을 어떻게 맞춰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
;ㅁ;

바로 가겠습니다.






[15의 여름 side story '유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푸싯.
아름답게 캔맥주의 풀톱을 따는 소리.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흐-...응.
'피의 기억'은 어머니께서 이어받으신 모양이네."

...기억이 가물하시겠지만(...ㅜㅜ)
지난편에서, 히로타카와 라비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 가운데에는,
다이치의 어머니에 관한 내용이 있었지요.

조금 신비로운 분입니다.
프라이팬의 사용능력과는 상관없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과연. 판도라의 샘에서 본 그녀와 안 닮은 것도 아니고..."

라비가 말하는 '판도라의 샘'에서 본 그녀란 다름아닌 2대 마동전사인 카구야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중얼거림은,

'만약 전투가 조금 더 일찍 벌어졌다면 어머니가 불꽃의 마동전사였으려나?'

헐!
그래서야 나의 다이라비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능!
;ㅁ;

미니컷은, 맥주를 마시며 행복해하는 라비여요.
아이 귀여워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형, 꼭 다른 사람 같았어.'

히로타카의 말을 되새기는 라비.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겨울에 핀 해바라기...인가."

라비는 다이치를 '해바라기'처럼 생각합니다.
어둠의 속성을 지닌 자신과는 달리,
빛을 받고 똑바로 자라난 바른 녀석이라고.

그렇지만 그런 다이치라 해도,
어둠을 몸안에 봉인한 채로 맞이하는 겨울은
이렇게나 힘겨운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여름방학에만 만나온 라비로선 알 길이 없었지만,
히로타카에게 이야기를 들음으로서 아주 조금은 알게 되었죠.

하지만, 다이치만 고통을 당하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이건 또 좀 나중 이야기지만...라비도 나눠가진 탓에
함께 괴로워하고 있었어요.

저 멀리 야경을 바라보며,
남의 집 지붕 등지에서 마시는 맥주에 곁들이는 푸념.
분위기는 샤워 마친 것 같은데
저러다 감기나 안 걸리려나 몰라요, 우리 왕자님.
ㅠㅠ

저도 짧다 느끼지만, '유대' 편은 이걸로 끝입니다.







[15의 여름 side story '남자란 녀석들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시 다이치에게로 넘어왔습니다.
약상자를 보아하니, 오오하시군 다이치에게
간단한 상처 치료를 해주고 있는 모양이예요.

"진짜야?"

자초지종을 듣고서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오오하시.

그야, 15세에 아버지 될 길이 열렸노라 하면
친구로서 당황스럽기는 하겠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성 페리스라면 그 3달 전에 헤어진 여자 말야?"

"...2달 전이야."

"2달이나 계속 사귀었다니 너 치고는 꽤 간다 싶었는데..."

"...5달 이상 사귀었거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게 오래 사귄거야?!
너 이놈의 자식, 나 모르게!!!!!"

"대체 왜 내가 너한테 다 보고해야 되는데?!!!"

드디어 열받은 오오하시군.
친구가 저런 놈이면 좀 화나기도 하겠네요.

비밀주의도 아니고 제일 친한 친구한테
사사건건 다 숨기고 다니면서
정작 여차했을 땐 이리로 숨어들어오다니.
후훗.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흐응...뭐, 만약 그렇다면 여하튼 나쁜 건 너니까
네놈이 어떻게든 알아서 하시지, 라는 느낌이네."

오오하시의 바른 판단에, 시선도 주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며 투덜거리는 다이치.

'이 녀석의 추궁이 라비보다 더 성가셔...어째서...'

네 생각해주는 유일한 친구이니 그 입 다물라고 해주고 싶네요.
다이치는 정말 이후로도 두고두고 오오하시의 고마움을 모름.
후....
ㅠ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말로...너야?"

혹시나 하는 마음인지 오오하시도 확인을 해둡니다.
정말로 쇼코의 뱃속에 있는 아이의 아버지가 다이치가 맞느냐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쇼코 말로는 그래."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생각중이야."


"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째서일까, 싶어서 말이야."

상당히 의미심장한 한마디입니다.
수많은 추론이 떠오르지만,
일단 대략적인 결말을 알고 있는 저로서는
접어두겠습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엔 가리가리 4권의 마지막 파트까지 하게 되겠네요.
그리고 나서 합본호에 들어간 외전 추가하고...
5권으로 넘어가면 될 듯.
^^

책상 앞에 앉아 한숨을 쉬는 쌀을 위해
친구가 소매담요를 사준다 합니다. 후후후훗.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CSI 테이프 공구 진행중이네요.
바람같이 결제해야지 흐흐흐흐흐흙
아 너무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러고 있습니다.
연말이 약속으로 그득 채워져가서 기분은 좋네요.
이웃분들 모두 즐거운 날들 보내고 계시기를.

쟈하라독시드!


:




휴대폰을 어제 새로 바꿨는데,
이 휴대폰을 컴과 연결하고 나서
연결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나면
컴퓨터가 느려진다는 정체불명의 시스템오류(...인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타자치는 것보다 글자 뜨는 게 한참 느려요.
한 줄 정도?
OTL

그래도 이건 뭐 프로그램 따로 사용하는 거 없으니
할 만 하네요.










[버려진 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얘네 동네의 명소이기라도 한지
모두 다 그 공원에만 모이는군요.
쇼코는 다시금 다이치를 처음 만난 바로 그곳에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와
경박하게 말을 겁니다.

"어이, 거기 언니. 무슨 일이라도 있어?
혼자야? 아니면 남친 기다리는 중?"


사용자 삽입 이미지


"...헌팅이라면 관 둬.
나 임신중이야."

단칼에 외간 남자를 거절하는 쇼코.

"우왓, 갑자기 엄청나게 우울한 이야기. 진짜?"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야."

역시나 가벼운 헌팅남의 말에,
흥, 하고 코웃음을 치는 쇼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서? 이런 데 있는 건, 여기서 뛰어 내리려고 그러는 거야?"

그러고 보아하니 자살의 명소가 될 것 같은 장소이기도 하네요.

"설마. ...추억을 곱씹고 있었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뭘?"

검은 머리에 모자를 쓴 헌팅남이
계속 쇼코에게 말을 걸자,
쇼코도 머리가 복잡했던 것을 털어내기 위함인지
입을 열기 시작합니다.

"크리스마스...열흘 전쯤이었으려나.
드물게도 폭설이 내렸지.
여기서 버려진 개를 주웠어."

다이치와 처음 만난 날의 쇼코.
옆에 있던 누군가가
'에, 뭐야 저거? 눈이 이렇게 오는데 저 차림이라니...기분 나빠-' 라며
쇼코더러 어서 가자고 하고 있었습니다.

"아아. 그런 거 알지.
내버려 둘 수가 없잖아."

헌팅남이, 버려진 개를 보았다는 쇼코의 말에
긍정으로 응수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쇼코가 '버려진 개'라고 표현한 것은
다름아닌 다이치였습니다.

저 추운 겨울날, 앞섶이 다 벌어진 얇은 셔츠 하나에
바지 하나 걸치고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안전창살 너머로 앉아 있는, 아직 앳된 남자 아이.

"내버려뒀어, 처음에는.
기분 나쁘기도 헀고.'

옆에 있던 친구가 학원에 늦는다며 쇼코를 불렀고,
쇼코도 처음 한 번은 그렇게 다이치를 놔두고 돌아가 버립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서로 모르는 사이였거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학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똑같은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는 다이치를 다시 보게 됩니다.

"...그렇지만, 어쩐지 내가 아니라, 그 녀석 쪽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도, 아무것도, 나한테 관여하지 마...라는 느낌이어서...
그걸 보자니 조금 화가 나더라고."

너무나도 공허한 표정으로 먼 하늘을 바라보는 다이치의 옆모습.
겨울, 14세의 다이치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폭설 속에서 하염없이 앉아있었을지...

쇼코가 거기에 손을 내민 것도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흐-응...
그 개, 아직도 길러?"

쓸쓸하다는 듯 개 이야기를 하는 쇼코에게,
현실로 돌아와 현팅남이 묻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답 없이 눈을 감고 괴로운 표정을 짓는 쇼코.
그 표정을 보고, 남자가 다 알고 있다는 듯 다시 말합니다.

"그런데도, 아직 좋아하는구나."

처음부터 개 이야기 따위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
그렇게 모든 걸 꿰뚫어본 듯한 남자의 말투에,
무엇보다도 입 밖에 한 번도 내지 않았는데도
쇼코가 지금도 그 '버려진 개'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남자의 눈치에
쇼코가 놀라 눈을 뜨고 처음으로 제대로 그를 봅니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당신 누구야?"

온갖 쿨한 척은 다 하더니
결국 다이치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쇼코에게
흑발 변장까지 하고 다가온 게
과연 어느 달나라 마리우스 님인지.
ㅠㅠ

마동전사이기 때문에
다이치의 아이가 걱정되기도 했겠지만,
물론 저는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멋대로! 굳게 믿고 있답니다.
후후후후후훗.











15의 여름과 가리가리는 편이 짧아요.
이어서 바로 한 편 더 갑니다.

[전날 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응. 미안해요.
잘 부탁해요. 카즈야 형(=오오이시).
이틀쯤 지나면 아버지도 조금쯤은 화가 가라앉으실 것 같으니까...
아마도요."

히로타카는 오오이시네 집으로 도망친 다이치의
뒷치다꺼리를 하고 있고, 라비는 그 통화를 들으면서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형 참고서가은 건 내일 세미나로 가져갈게요.
응...그럼, 잘 부탁해요."

그렇게 히로타카가 수화기를 내려놓자,
라비가 슬쩍 눈치를 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제 보니까
너 참 바지런하구나, 여러모로..."

다이치가 몰고 온 폭풍의 뒤처리를 말끔하게 해내는
12살 어린 동생을 라비가 칭찬합니다.

"그걸 이제 알았어?"

뻐기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게 자연스럽다는 듯이
히로타카가 그렇게 대답하네요.
여긴 10대가 없어요, 진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좀 더 빨리 칭찬해줘도 됐는데."

"다이치 녀석 12살 떄하고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야."

히로타카의 말은 가볍게 무시.

"그 녀석이 남을 신경써주는 건 어딘가 좀
어긋난 데가 있으니까 말이지."

"형은 외곬수인데다, 일을 좀 엉성하게 처리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맞아맞아."

형과 애인을 씹으면서 사이좋고 호호하하 웃는 시형제.
이 집, 시댁과의 갈등은 없겠군요.

그러고 있는데 히로타카가 다시 묻습니다.

"그래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서라니?"

"뭐가 궁금한데? 쇼코 누나 떄문에 그러는 거지?"

다이치 앞에서라면 내가 왜 궁금해하냐, 이 머저리 자식아 하고 소리를 질렀을 것 같은 라비도
히로타카 앞에서는 한결 솔직합니다.
얼굴을 붉히고 손가락으로 뺨을 긁으며 침묵으로 긍정하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짜 너, 눈치 더럽게 빠른 꼬맹이구나."

"형이 너무 알기 쉬운거야."

시무룩한 얼굴로 그렇게 대답하는 히로타카.
벌써 다이치에게 보낼 짐을 다 쌌습니다.

"그래서, 미인이야?"

"라비 형 정도는 아니지만, 귀여워.
형이 사귄 여자들 중에선 꽤 괜찮은 편이었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평소엔 좀 더 뭐랄까...
말하기 좀 그렇지만 머리 나쁠 거 같거든."

"...신나셨구만, 다이치 녀석."

그렇게 말하면서 라비가 '나는 헌팅 한 번 하려고 했다간
앗, 하는 사이에 라비루나에 가쉽이 퍼져버린다고.' 라고 중얼거립니다.

...그래서, 우리 왕자님 헌팅 한 번도 못하셨쎄요?
정절 토끼세여?
ㅠ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니, 여자애들 쪽이 말이야."

'아아, 마리우스 님 역할도 정말 힘들다니까.'
혼자 헌팅을 못한다는 비애에 빠져 있다가, 히로타카의 그 말에
라비, 다시 표정을 다잡습니다.

"우리 형, 꽤 잘 나갈 조건 갖추고 있고...
게다가 사람들에게 모두 다정하고.
인기가 있어도 이상할 건 없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모두, 형의 겉모습밖에 안 보고 있는 것 같더라고.
겉하고 속의 갭을 눈치채고 나면 잽싸게 헤어져버리는 거지.
여자들은 참 다부져."

"갭?"

"형의 다정함은 무관심의 뒷면이라는 거지.
그러니까 쇼코 누나처럼 반년씩이나 사귀는 건 처음이었어.
응. 정말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 신경쓰지 않아도 돼."

자기 입으로 우리 형 여자 있었어, 라고 하면서도
히로타카는 정작 다이치에 대해 어설프게나마 변명해주고 있다는 걸 깨닫고
라비가 그렇게 말합니다.

"뭐, 평상시 형이라면 안 사귈 타입인데
그것도 하필 크리스마스 때 말이지."

"뭐 이유라도 있어?"

'크리스마스에 데이트할 사람 없으면
우울해진다거나, 뭐 그런 거 아냐?' 라면서 라비가 묻자,
히로타카가 그건 아니라고 손을 흔듭니다.

"크리스마스하고는 직접적으로 상관없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 형, 계절이 추워지면 몸상태도 안 좋아지고, 그보다...
정서불안이랄까, 뭐랄까 껄끄러워져.
불면증도 생기는 것 같고.
그 탓인지 이상한 짓을 많이 하거든.
갑자기 휙 하고 어디로 사라져서
하루 이틀 정도 안 돌아오기도 하고.
말수도 극단적으로 줄어들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매년 조금씩 더 심해진단 말이지."

히로타카는 걱정된다는 듯 한숨을 쉬지만,
라비는 표정을 차갑게 굳힙니다.

뒤에 떠 있는 지구의 배경이 의미심장하네요.
태양과 가장 멀어지는 겨울철이 되면,
다이치 안에 봉인한 어둠이 더욱 효과적으로 들끓기 시작하니
다이치라는 인성에 영향을 주는 거죠.

라비는 그것을 함께 나누고 있으니 알고 있었지만,
지구의 가족들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지금 처음으로 듣고 있는 거고요.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작년 겨울에도 학교를 일주일이나 빼먹은 걸
아버지한테 들킨거야."

어린 아이가 학교도 안 가고 마음대로 밖으로 도는 걸
가만히 두고 볼 부모는 없죠.
다이치의 부모도, 그런 다이치를 불러 앉혀 놓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다이치.'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다면 똑바로 말을 하렴.
아버지는 네 편이야.
그 어떤 일이 있다 해도 네 힘이 되어주마.
혹시, 이지메라던가...그런 걸 당하는 거냐?'

아버지는 자못 진지하게 그렇게 물었습니다.

"아버지는 일도 손에 안 잡힐 정도로
걱정하고 계셨어.
형이...갑자기 미친 것처럼 웃기 시작하더니..."

그렇지만, 다이치는 아버지의 그 진심어린 말을
아주 큰 소리로 비웃었습니다.

'다이치...'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 최고예요, 아버지.
아버지에게 그런 개그 센스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아하하하.
나한테 그따위 짓 하는 녀석이 있었다면
진작에 잿더미로 만들어 줬을 걸요.'

아무렇지도 않게 차갑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다이치.
어머니는 굳은 얼굴로 그런 말을 하는 자신의 어린 아들을 바라보았고,
아버지는 낯빛을 달리했습니다.

'...아니...
재도 안 남을 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신을 거스르는 녀석이 있으면 죽여버리겠다는 소리를
간접적으로 하는 다이치에게서,
설마하니 정말로 '불'의 힘을 이용해 사람을 태우겠다는 뜻으로까진 이해하지 못했어도
악의가 충만하다는 것을 깨달은 아버지,
참지 못하고 손을 듭니다.

'...다이치!'

"그때 형, 꼭 다른 사람 같았어.
말대꾸는 했어도 아버지 앞에서 그렇게 군 적은 없었는데...
게다가 그때, 엄마도 평상시와 달랐어.
형하고 아버지가 다투는 건 기본적으로
좀 강도가 센 투닥거림 같은 거니까
그게 더 일이 커지지 않는 한은 엄마도 가만히 계셨거든.
그때만큼은...아버지가 형을 때리기 전에 말렸어. 진심으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 가족들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고는, 신발도 신지 않고
그 차림새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린 다이치.

"형이 눈 속으로...내가버린 뒤에도 계속 이상했어."

"...다이치...
정신과 의사에게라도 데려가야 하지 않을까?"

안색이 창백해진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자,
어머니는 더욱 가라앉은 음색으로 그러지 말라고 합니다.

"아니오,당신. 그렇게 해도 소용 없어요.
저 애가 스스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지만...이건 매년 더 심해지기만 하잖아?"

좌절하는 아버지의 말, 그들의 대화를
문밖에서 히로타카가 듣고 있었습니다.

"지금, 저 아이는 싸우고 있는 거예요."

"여보..."

"저 아이는, 자기 자신하고...
자신의 내부에 있는 무언가와 싸우고 있어요.
저 아이의 괴로움은 정신과 치료 같은 걸로는
해결되지 않아요."

마치 텔레파시 능력자라도 되는 것처럼
아들의 진짜 문제를 이해하는 다이치의 어머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그 확신을 담은 어조에, 아버지도 입을 다뭅니다.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건
언젠가 올 그 날까지 조용히 저 아이를 지탱하는 것뿐이예요.
그것이, 우리들 가족의 싸움이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게 하기로 했잖아요?
저 아이가 돌아온...
여름이 끝나던 그 무렵에..."

라비루나에서의 전투를 마치고 돌아온 다이치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그 속에서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다이치를 씹어 삼키려고 하는 어둠을 품고 있었습니다.
사실, 지구로 돌아온 것조차도 라비 덕택이었을 정도니까요.

인간의 그릇으로서는 다스리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암흑을 짊어지고,
그것을 위해 가스, 라비, 다이치가 함께 싸워나가겠다고
제각각 맹세를 했죠.

그때, 다이치의 가족들도 함께 맹세를 했던 겁니다.
아들을 지키겠다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엄마는...옛날부터 묘하게 형하고 이심전심이었어.
형이 열이 나거나, 어디 다치거나 하면 잘도 미리 알아차리곤 했어."

어린 다이치와 히로타카가,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놀다가
사이좋게 넘어졌습니다.
히로타카를 감싸느라 정작 머리에 커다란 혹이 생긴 건 다이치 쪽이었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디선가 어머니가 허겁지겁 달려옵니다.
다이치가 다친 것 같아서...라면서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별 상관 없는 소리긴 하지만,
우리 엄마 꽤 영감 체질이야.
자주 유령 같은 건 보더라고."

모성애의 신비에서 삼류 오컬트가 되었군요...;
그 말을 듣고 라비가 묻습니다.

"너는?"

"나는 그 쪽은 전혀☆"

"...아니, 그게 아니라."

"아아...미안. 삐진 것처럼 들렸어?
걱정 마."

감기에 걸려서 누워있는 히로타카를 위해서,
다이치와 어머니가 함작으로 토끼 사과를 만들어 방문 앞에 두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엄마도 형도 내게 신경써줬으니까.
내가 아무래도 몸이 좀 약해서."

기침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히로타카,
창밖에서 기운차게 화단에 물을 주는 어머니와 형을 지켜봅니다.

"소외감같은 거, 거의 못 느꼈어.
자가중독도 그렇게까지는 안 일어났고.
뭐, 난 좀 드라이한 애였으니까."

...지금도 애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누가 뭐래도
형은 내 동경의 대상이었어. 정말 좋아했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뚤어지기라도 했으면
내 마음도 좀 바뀌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실망할 틈도 없었어.
그 전에 라비 형이 우리 형을 훔쳐가 버렸으니까."

그 말에 움찔하는 라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야, 원망을 산 게 내 쪽이었어?"

그렇게 말하면서 씩 웃어버립니다.
그리고는 '너, 그럼 요전에 그 일도 그냥 심술이었냐?'하고 물으면서요.
라비를 노린 건 아니었던 게죠.

"그것도 좀 그럴지도.
하지만 우리 형도 같은 죄인이니까.
여하튼 라비 형, 우리 형 잘 부탁해."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형이 가버리면 일단 돌아올 곳은 없으니까.
이 집, 15년 뒤에는 2세대 주택이 될 거야."

할아버지가 돌아가신다는 건지
자기가 나간다는 건지...

전자면 좀! 많이 떼끼 손주이고.
후자면 헐...니가 나가면 어쩌라고...로군요.
어느쪽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너, 참 다부지게 산다...히로 쨩."

'어째 그러는 나는 불쌍해' 라면서 훌쩍거리는 라비.
왕자 주제에.
ㅜㅜ

"뭐, 형이 그런 소리 안 해도 내가 다부지긴 해.
아, 그리고...쇼코 누나 말인데.
그러니까 그 두 사람이 만난 건 그 무렵이었을 거야.
눈이 한참 내리는데 뛰쳐나가서는
형 이틀인 안 돌아왔으니까..."

정확히 그때죠.
옷차림새 보아하니 그때 아버지한테 한 대 맞으려다가
그대로 나가서 하루종일 앉아있다가 쇼코가 주워온 거로구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기, 그 쇼코라는 애.
어떻게 생겼는지 가르쳐줘."

전편의 흑발 라비는 여기서 기인한 것.

"흐...응.
나도 2, 3번 밖에 본 적 없는데."
 
히로타카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분명
자기가 기억하는 상세한 이미지를 라비에게 알려줬겠지요.







오늘 리뷰는 여기까지입니다.
일단, 다음 편은 좀 짧게 가겠군요.

이제부터 시작되는 마무리...랄까 수습?
다음편에 또 이어지겠습니다.

오늘은 원래 일정이 좀 뒤집혀서
그나마 느긋하게 리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더니.

그럼, 저녁들 맛있게 드시고
즐거운 밤 되시기를.

저도 할 일 하러 갑니다.
쟈하라독시드.


: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죽는 지인분들의 마감에
하찮은 곡물 손 좀 덜어드리느라 지지난주 내내 좀 달렸습니다.
그리고 지난주는 제 공부로 좀 달렸지요.
정신차려보니 벌써 11월도 중순!
백야행이 개봉했네요 그래.

블로그 버려둘 생각은 아니었다는 그런 소립니다;;;
주인 없는 동안에도 지켜주신 댓글들에 송구스러워서 그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쌓인 포스팅거리는 많지만,
일단 미루던 가리가리부터 가겠습니다.







15의 여름 side story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낮에 쇼코와 만나고 온 뒤,
조용한 집안에서 다이치, 말없이 가족들의 눈치를 봅니다.

어머니는 설거지를 하시고
아버지는 식후에 수박을 즐기며 신문을 읽으시지요.

"그러고 보니 다이치."

평범하게 말 한마디 건 것뿐인데
죄 지은 놈 화들짝 놀라서 먹던 수박 떨어트리지 않은 게 용할 노릇.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왜, 왜요 아버지?"

"전국 모의 시험 결과 잘 나왔더구나.
그래서 요즘 상태는 어떻냐?"

마음의 구름을 걷으셨는지 라비가 다이치 바로 곁에 앉아있는데도
눈을 똑바로 마주하고 다정하게 웃으면서
아들의 수험을 화제로 끄집어내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ㅠㅠ

만물의 영장의 순응력은
언제 봐도 굉장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응. 이대로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아요."

"뭐, 약속은 약속이니까."

"알고 있어요."

다이치가 연방부속의 시험에 합격하면,
장차 라비와 가까워져서 알콩달콩하게 살겠다는 야망을
라비에게 너무 큰 목소리로 밝히다가
온 가족들에게도 알린 바 있었지요.

밑거래(?)가 보이는 듯합니다.
;ㅁ;

말없이 수박을 먹는 라비.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무난하게 야구 중계를 보고 있는데
식구들은 그걸 끝으로 누구 하나 말이 없고,
히로타카가 '어째 공기가 불온하다'라면서 분위기를 깨닫습니다.

눈치 빠른 녀석.
네 오늘의 다이치는,
가족들에게 밝혀야 할 중대한 사실이 있는 거죠.

"...아버지."

"응?"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전에, 저하고 히로한테 말씀하셨었잖아요.
'나는 손자와 야구며 축구며 이것저것 하고 싶으니까 너희들 빨리 결혼해라' 라고."

그 말에 조용히 신문으로 얼굴을 가리며 재채기를 하시는 아버지.
이건 또 무슨 폭탄을 던지려고, 못된 장남.

"..........."

"지금도 젊은 할아버지 되는 거, 로망 있어요?"

할아버지는 어째 대화가 이상하게 흘러간다 하면서
그렇게 말하는 다이치를 바라보고 계시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
다이치, 이제 됐다.
최근들어 나도 슬슬 이 광경이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그 '겨우 익숙해지기 시작한 광경'이 꽃처럼 예쁘게 웃어보입니다.
'헷☆ 아직 본론 안 나왔어요, 아저씨'라는 소악마의 미소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손자는 히로가..."

라비의 미소를 보고 '빙긋이라니...빙긋이라니...'라면서
한숨을 내쉬는 아버지.
초등학생이 갑자기 먼 미래 이야기를 들은 탓에
히로는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습니다.

사실 아버지에게 손자를 안겨주는 것보단,
스스로가 손자인 쪽이 어울리는 나이잖아요.
...둘 다.

그런데 갑자기 이 이야기가 왜 나왔는고 하니.
눈치도 빠르신 아버지.

"...다이치...?
...설마..너..."

"...역시 남자라면 책임 져야겠지...
그지?"

하면서 데헷♡이라고 창백해진 빗금을 달고 귀여운 척 웃어보이는 다이치.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어림없습니다.
신문을 구기면서 깜짝 놀라 눈을 부릅뜨는 아버지.

손자 보시기 전에 늙겠습니다, 늙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곤 라비를 무시무시한 눈으로 노려보십니다.
아니요, 저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요? 아무리 저래도 그건 무리죠."

손을 휘휘 저어보이며 '저 임신 안했어요' 라고 자연의 섭리를 밝히는 라비.

"...심지어 그럼 다른 사람이 더 있다는 거냐...?"

바탕화면에 깔린 그물망이 아버지의 분노의 고조를 알리고 있습니다.

"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치."

"나, 나는 동경한단다! 그- 젊은 증조 할아버지라던가 하는 거!"

분노를 빙자한 가정 폭력의 일발이 날아가기 일보직전,
할아버님께서 말려주려고 한마디 보태시지만
이미 마왕 레벨을 넘어선 아버지에겐 들리지 않습니다.

"너~라~는~ 녀석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꽝!!!!!!!!!!!

무언가 커다란 타격음이 났는데,
라비도, 히로도, 할아버지도 모두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습니다.
아버지한테 한 대 맞은 거라면 사실 놀랄 일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결과물인 다이치는 어쨌든 나가떨어져 있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문제는 아버지가 아직 팔을 안 내려치셨단 거죠.
어라, 그럼 누가 다이치를 저 모양으로 만든 걸까 하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의의 프라이팬.
이 집안에서 유일하게 치마를 입고 앞치마를 두르시는 분이
엄한 얼굴로 아들을 부르십니다.

"다이치."

"네, 넷!"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상대방 아가씨는 몇 살이지?"

"17이고 내년에 고3으로 진급해요."

"그래. 그럼 일단...
그 아가씨와 네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
서로 이야기하렴. 병원에도 가고.
그리고 집에 데리고 오렴."

어머니의 고요한 분노의 일발을 지켜본 가족들이
제각각 감상을 표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화내시는 거 처음 봤다. 반할 것 같아♡' 라면서
묘한 경외심을 갖는 라비라던가.

'나도 이렇게까지 화내는 건 처음 봤어.' 라고 할아버지를 꼭 붙드는 히로.

'나도 처음 봤다.' 라고 같이 놀라고 있는 할아버지.

"그리고 그쪽 부모님과 이야기를 하자꾸나. 알겠지?"

"네."

...어머니 말은 잘 듣는군요.
라비에게 하는 거 보면 확 때려주고 싶었는데,
역시 어머니는 다르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럼 일단 당신."

갑자기 어머니가 아버지를 호명하자,
긴장했던 아버지도 함께 굳어서 씩씩하게 대답하십니다.

"네!"

군기 들었군요, 이 집안.

"처리하세요."

"라져."

Fight! ...라지만 대전 배틀은 아니고,
굳이 비유하자면...스트리트 파이터의 차 부수기랄까...

그래, 맞아라 다이치.
ㅜ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비군. 너도 같이 하렴."

아들의 연인이라고 데려온 소년에게도 너른 마음을 써주시는 어마마마.
사실 노멀한 시선으로 보면, 지금 다이치를 가장 두들겨패야 할 건
바로 라비죠.

떡으로 반죽해서 새해 떡국 끓여먹자고 할 정도로 늘씬하게 패고 또 패야 하거늘.

사실, 라비가 다이치의 바람에 대해서 진심을 다해 성질을 내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이후의 리뷰에서 차차 밝히게 될 거고요. ^^;)

정작 라비는 그냥 피식 웃어보이는가 하더니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호-이♡"

둘리냐.
여튼 야밤에 개잡듯 애 하나 패고 있는 아버지와 며느님.(...)


사용자 삽입 이미지


딩동.
누군가의 손가락이 누군가의 집을 벨을 누르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꺄하하하하하.
카즈야(오오하시의 이름)- 록키 다이쨩 왔어."

"응-."

그런데 왜 록키인고 했더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다이치의 모양새를 보고 놀라는 오오하시.
 
"너 뭐냐? 어쩌다 그랬어?"

"미안...오늘밤만 재워줄래?"

말 그대로 록키.
넝마가 되도록 맞았군요.

'이제 나한테는 너밖엔 안 남았구나.
필시 독자들도 적으로 돌아섰을거야...'

...어.
너 맞으니까 좀 시원하긴 하다, 다이치.

찰스다윈 때는 눈물만 흘리면
다들 아이구 우쭈쭈쭈 그로디망 우리 다이치 하던 게
대체 어느 고생대 이야기인지 기억이 안날 정도임.
(.......)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주에는 스페셜 라비와
블랙 다이치 버젼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번편은 충격에 잠겨 있던 독자들이
모두 한마음이 되어 다이치를 두들겨 줄 수 있었던 듯하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데 솔직히 시원은 하더라고요.
진짜 우쭈쭈쭈해주던 우리 12살짜리 어디갔는지...
후.

책상 앞에 앉아있으면 손이 굳는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모두들 건강 조심하시고
따스한 겨울 보내실 수 있기를.

그럼, 점심 맛나게 드시고
오늘 오후도 좋은 시간 되시길.
저는 이만.

쟈하라독시드!

:



새아침이 밝았습니다.
ㅜㅜ

아픈 게 낫고 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침이
꼭 그날인 것만 같아요!
쌀렐루야!
;ㅁ;

좋은 기분으로 곧장 시작하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차가운 눈이 한없이 쏟아져 모든 것을 다 덮어버리고 있습니다.
지면도 건물도 본래의 빛깔을 잃고,
세상이 이렇게 순결하고 쓸쓸한 곳이라고
차갑게 속삭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어딘가의 '건너편'에 셔츠 차림으로
'타인'의 시야와 등돌리고 앉아 있는 다이치.

그런 다이치에게, 누군가 말을 겁니다.

[저기, 자살희망자 씨.
네가 온종일 거기 있었던 거 알고 있거든?

그 상태로도 살아있다면,
아무래도 너 동사하긴 그른 것 같아.

어떻게 해서든 죽고 싶다면 방법을 바꿔 보지 그래?]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흘긋 비친 다이치의 옆모습은 어쩐지 피곤하고 곤란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다이치의 등 뒤에서, 조금 전의 목소리가 계속 말을 겁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사이토 쇼코였습니다.
(이름이 제대로 나왔으니 이번 편부터는 호칭을 쇼코로 가겠습니다.)

[나, 쇼코라고 해. 너는?]



이것이, 불륜의 시작그들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잠시 과거를 엿보았는데,
지금 현재가 급하니 잠시 접어두고 돌아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생리가 없다는 말을 꺼냄과 동시에 쇼코는 울기 시작했고,
다이치의 얼굴은 한여름과 어울리지 않게 창백해져버렸습니다.

"...진짜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묻자마자 쇼코가 돌진하듯 얼굴을 감싸고
다이치에게로 뛰어옵니다.

"...윽."

일단 달려오는 쇼코를 받아주면서
다이치가 그녀의 이름을 부릅니다.

"쇼...쇼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말?
정말 내 애 맞..."

...이건 맞아야 합니다.
펀치가 아니라 킥이나 굽으로 찍어야 함...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구나. 나 맞구나..."

한 대 맞고서는 그래도 조용히 인정하는 다이치.

"나...이제...
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고개를 들고 본격적으로 다이치에게 고난의 우박을 내리기 시작하는 쇼코.

"...응."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응, 미안해.
혼자서 힘들었겠구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도와줘...다이치..."

다이치, 본격적으로 땀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응...분발할게. 어떻게든...하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같이 생각하자. 뭔가...좋은 방법을.
내일...다시 연락할게.
병원에도 같이 갈게..."

한낮의 강변에서 사고의 뒷처리에
정줄을 놓아가고 있는 15세입니다.

후...리얼하게 보자면 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몇 시간 전의 회상을 마치고
장렬하게 침대에 기대어 죽어 있는 다이치.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낙태..."

"...했다가는 더더욱 아쿠아비트에게 미움받게 될 걸."
'그리고 나한테도.

무서운 소리를 하는 다이치에게
가볍게 라비가 일침을 놓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 '혼'을 집어넣는 거 꽤 힘든 일인 모양이더라고."

갑자기 근엄한 얼굴의 아쿠아비트가 나온 것까진 좋았는데...
하는 말씀은...;;

[우리 애와는 헤어져 주실까]

느이 집 애였슈? 물의 정령왕.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쿠아비트에게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두 번 다시 달에 못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렇다고 지구에 있으면 안전할까? 따위의 생각에
다시 또 벌벌 떨고 있는 다이치.

"...거기까진 생각 안 했어."

"호호오."

일부러 의성어를 크게 소리내어 말하는 건
상대방의 말이 우스울 때 하는 소리겠지요.
ㅜㅜ

"그럼 네 여친 아이 낳겠네?
힘내, 파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말을 듣고 잠시 입을 다무는가 했더니...
갑자기 얼굴이 팍 굳어져서는 라비에게 우는 소리를 하며 달려듭니다.
...이런 점은 열다섯이 맞긴 하군요.

아...패주고 싶다.

"우와아앙!!!!
나 좀 도와줘어어!!!!!!!!!!!!!!!!!"

얼씨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에잇, 어디다 어리광이야?!
애처럼 굴지 마!
네가 자초한 결과잖아!!!"

당당하게 바람피운 해바라기 인의 얼굴을 발로 차버리는 라비.
내 알 바 아니라는 글자도 유독 두껍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 라비 너도
여자친구 1, 2명쯤은 있을 거 아냐?"

...덜 맞았습니다.
라비가 실제로 여자친구가 있든가 말든가는 둘째치고,
이젠 남에게까지 자기 기준을 적용시켜서
너무 냉정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투입니다.

...누님들, 어쩌자고 이런 개종자를 그리셨어요...
후.....................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다이치의 너도 애인 있을 거 아냐! 소리에
라비가 왠지 쓸쓸한 뒷모습으로 조용히 대답하는가 싶은데...

".................없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말에 조금 놀라서 라비를 보는 다이치.
한쪽은 깨끗한데 다른 한쪽만 피웠다면 이건 뭐...

"그럴 리가 있냐, 바-보."

돌아보는 라비의 얼굴은 어쩐지 바람둥이 기질이 철철 넘칩니다.
다이치는 분하다는 듯 뺨을 붉히고 눈물까지 살짝 맺혀서는

"열받아."

...따위의 분수에 맞지 않는 소릴 하고 있고요.

뭐, 그런데 저도 라비에게 특정 여자친구가 없을 것 같긴 해요.
대신 좀 더 가볍게 여러 사람 만나고 돌아다녔겠죠...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참을 그렇게 대화 단절되어 앉아있다가,
다이치가 또 대화의 싹을 틔웁니다.

"아. 혹시..."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질투했어?"

"내가? 왜?"

개코도 당치 않다는 표정으로 다이치를 보며 전혀 이해가 안간다고
귀 사이에 물음표까지 띄우는 라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왜냐니..."

다시 또 데미지를 받고 몸을 약간 웅크리는 다이치.

".........."

라비, 그런 다이치를 잠시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에? 에?"

덥썩 멱살을 잡아서 자신을 일으키는 라비의 손길에,
다이치는 구타를 예상했는지 눈을 감습니다.
라비에게 저항하지 않고 여린 표정을 드러내는 건 잘하는 짓이지만...
...후.

한편 다가온 라비는
박치기라도 할 기세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 입술 박치기.
뭐지 이 '채찍과 당근' 모드는?! 하면서
두근거린 것도 잠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채찍 - 당근 - 몽둥이로군요.

"덜.떨.어.진.놈."

말칸을 가시로 만들어 상대방의 가슴을 후벼파는
새천년을 열 신기술을 연마한 토끼 왕자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래도 뭘 잘 모르시나 본데,
이 하반신만 성장한 애송이."

그렇게 혼나는 와중에도 '라비는 품위가 없어...'라면서
툴툴대는 다이치.
...라비의 입은 둘째치고 네 하반신은 정말 품위없긴 하다, 얘...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낙태를 하건 애를 낳건 네놈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잖아.
혹시 애가 태어나면 어쩔 셈인데? 엉?"

"...그, 그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역시 책임은 져야 하지 않을...악!!!!!!!"

말을 다 끝맺기도 전에 라비가 읽고 있던 잡지로 다이치의 머리를
인정사정없이 내려칩니다.
만화라서 그렇지...저거 꽤 아픈데 말이죠.
ㅜㅅㅜ

"똑바로 앉아!!!!!!"

찡찡 울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라비가 소리지르는 것을 듣는 다이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야, 똑바로 들어.
지구에 그대로 놔 둘 수 있을 것 같아?
네 애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설마하니 평범한 인간으로 태어나리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엉?!"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지와 불꽃의 마동전사, 하루카 다이치!"

"아!"

제 1의 문제가 새로이 불거지는 이 순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가 아니잖아, '아'가."

모처럼 성인 버젼으로 마동전사 복장을 보여주신 건 좋은데...
이거 어째 소프트 SM끼가.
...하긴 다이치는 지금 좀 비오는 날 먼지 나게 맞아야 함.

'확 잘게 썰어버린다, 너 이 자식.
IF vol.4의 앙케이트를 읽어.'

...소식지(IF)도 더불어 홍보하시는 시신덴.
IF는 안 봐서 모르겠지만, 아마 중요한 건 대체로
아날로그 하트에 들어가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계속]







시신덴 누님들이 여기서 끊으셨으니 저도 끊습니다.
다음주에는 03에서 예고된 아버지와의 피바람이 이어집니다.

슬슬 점심 시간이군요.
배도 슬슬 고프고 좋은 기분입니다.
이번주 내내 어째 즐거울 것 같아요. 후후후후훗.

그럼 이 글 보시는 분들도 모두 점심 맛나게 드시고
즐거운 오후 보내시기를.

쟈하라독시드!


:



Q. 리뷰하기 위해서 쌀은 제일 먼저 무엇을 했을까요?

1. 빨래
2. 청소
3. 세탁
4. 득도
5. 책 찾기
(.......)



숨겨진 가리가리를 찾느라 방안을 뒤지고 있는 이런 상황.
후....원래 제가 좀 제자리의 개념이 얕아서.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리뷰 안하고 책장에 꽂혀만 있는 책들이
젤 안전하답니다...



이미지만 정리해놓고
제대로 된 리뷰는 내일로 미룹니다.
일단 중간의 맛보기 아버지 이야기 한 번 보시죠.




[나른한 사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곳은 21세기.
어딘가의 건설현장입니다.

여기서 밝혀지는 하루카 집안의 밥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이, 다이쇼!"

연세가 좀 있어 보이는 인부 아저씨께서
다이치의 아버지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부릅니다.

"이야, *아저씨."

"이제 좀 괜찮나?
쓰러졌다고 듣고선 무슨 천변지이라도
일어난 줄 알았지."

"아픈 데 찌르시는 건 여전하시네요."

분위기를 보아하니 서로 잘 아는 사이인 모양입니다.
다이치의 부친이 근무하는 회사의 동료가 아닐까 싶어요.


(*大將 : 요미가나가 확실치 않아 일단 상식적인 선으로 읽습니다.
얼핏 듣기론 아버지 이름은 다이키라고도 했던 것 같은데.)

(*다이치의 부친이, 자신보다 연상인 사람을 부르는 호칭이라
'어르신'으로 할까 '아저씨'로 할까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리도 '어르신'은 제 이미지에 공사장에서 일하시게 하면 안 될 것 같아(;;)
다이치의 부친 역시 아저씨이지만, 아저씨라는 호칭을 택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야, 기운이 없구만. 뭐 고민이라도 있나?"

그렇게 물으며 아저씨가 자신의 도시락 보따리를 들고 내려와
다이치의 부친 옆에 자리를 잡고 앉으십니다.

"아니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한 두사람.
이윽고 아저씨가 크게 웃기 시작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여쁜 아내에, 잘 자란 자랑스런 아들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
고민이라니, 자네도 참 배부른 사람이구만!"

아직 제대로 운을 떼지도 않았는데, 아저씨는 다이치의 아버지가
자식들 걱정에 기운이 빠진 것이 배부른 소리라고 합니다.

"...그렇죠."

"큰 아들의 수험 때문에 그러나?
그렇지만 그...연방대학 부속고교지?
거기라면 떨어져도 붙어도 부끄러울 게 없지 않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게다가 설령 붙는다 하더라도
입학해서 일년 뒤에는 본교로 가버려서,
여간해선 못 돌아오게 되어버렸다간
그거야말로 쓸쓸하지 않겠어?"

아들의 수험공부가 걱정되는 것이리라고 지레짐작을 하신 아저씨.

"...그렇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네 큰 아들이라면 괜찮아.
아직 가능성이 산더미 같잖나.
한두 가지 좌절에 쓰러질 리가 없다니까.
정말로 좋은 눈을 가지고 있어.
요새 젊은 애들에겐 보기 드물 정도야."

보기 드문 눈을 가지고 조금 패륜했을 뿐.(...)
아주 조금 불효했을 뿐.(...)
괜찮아요 대는 히로타카가 이어줄 거니까.(...)

"...네에."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다이치의 부친이 여전히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자,
아저씨가 보다못해 등을 손바닥으로 한 번 칩니다.

"기운 좀 내라고!
세상에는 자기 자식이 잘못된 길로 빠져서
눈물짓는 부모들이 5만명이나 있다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매우 그 연배다운 방식으로
식사를 마치고, 컵에 차를 따르는 아저씨.

한편, 다이치의 아버지가 아득한 눈을 하고 하늘 저편을 올려다보며
무겁게 닫혀 있던 입을 엽니다.

"저어...아저씨."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으응?"

"아들이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것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남자에 빠지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이 그나마 덜할까요..."

궤적을 그리며 바닥을 향해 낙하하는 찻잔.
이 집안 남자들은 남 놀래키는 데 재주가 있는 것 같아요.
ㅜㅜ

그렇게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 사람 사는 게 여러가지니까."

"...네."


사람 사는 게 여러가지여서 아들이 달나라 마동 전사에
토끼 귀 가진 금발 왕자가 며느리.
...와아, 스펙터클한데요?
ㅜㅜ

[아버지여 마음을 단단히 다지시오.
오늘밤엔 필시 전쟁입니다.]

마지막 두꺼운 폰트의 나레이션이,
이어질 피바람을 예상하게 합니다.
이거 흐름이 같거든요.

아마 지금쯤 다이치는 구여친과 만나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듣고 있지 않았을까요.
아빠 힘내요! (...)












내일은 다이치와 라비의 대화가 이어집니다.
허리가 아파서 오래 앉아있기 힘드니 저는 이만.
좋은 밤들 되세요.

쟈하라독시드!
>ㅅ<////



:



그럼 제대로 내용 있는 리뷰 갑니다.

그런데...15의 여름의 풋풋함에서
괘씸함 + 야오이에서의 금기에 대한 어처구니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 그랬어요.)

판단은 읽으시는 분들의 몫.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15의 여름 side story 사건 발생]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이치네 집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비 군, 미안하지만 전화 좀 받아줘.
지금 뭐하는 중이라-"

"네네."

시어머님의 말에도 잘 따르는 토끼 왕자.
이 고부지간은 사이가 좋을 것 같죠.

"네, 여보세요. 하루카입니다."
(* 개인 전화가 아닌 '집안'의 전화를 대신 받은 것이므로,
이런 경우에는 자신이 하루카 집안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일단 저렇게 밝히는 것이 보통입니다.
뭐, 마음은 이미 하루카 라비인가요. 후후후훗.)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 히로타카니?"

"앙?"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가 익숙한 것처럼 다이치의 동생 이름을 부르자
라비가 의아해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집안에 내선이 되어 있음;
이것이 22세기 퀄리티!!!

뒤에 있는 히로타카가 프린트를 들고 나갈 폼을 취하고 있는 걸 보니
어제 리뷰와 바로 이어지는 듯하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네. 전화 바꿨습니다."

전화를 받으니 라비가 능글맞은 말투로
장난을 치듯 말합니다.

"요-형님. 전화 왔어. 사이토라는 여자애한테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이토? 누구더라?"

잘 기억을 못 하고 있자, 히로타카가 뒤에서
귀띔해줍니다.

'왜, 그 성(聖) 페리스 학원의...'

하지만 라비는 다이치가 상대가 누군지 알건 말건
곧장 연결해 줍니다.

"곧 알게 될 거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보세요."

애인한테 여자의 전화가 걸려왔다는데
정작 본처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계단을 올라옵니다.

"아아...응."

그리고 다이치의 방을 흘긋거리다가 히로타카와 마주칩니다.
히로타카가 도리어 난감해하는 중.

"아니, 딱히 뭐..."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야? 다이치의 이거?"

그렇게 물어보면서 새끼손가락을 들어보이는 라비.
진짜 표정은 놀릴 거리 생겼다, 신난다...로 밖에 보이지 않아요. ㅜㅜ
이건 뭐 안심해도 정도가 있지.

그러나 히로타카가 그나마 형을 위한답시고(...)
대답해줍니다.

"전 여친이야. 전 여친.
근데 혹시 화난 거야?"

"언제 헤어졌는데?"

"2개월 전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화를 끊은 다이치는
바깥쪽이 슬슬 거슬리기 시작한 듯.

그리고 히로타카는 자신의 걱정도 허무하게
라비가 정말로 단순히 재미있어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허무해하죠.

'그래서? 미인이야?'

요러고 있고.
ㅜㅜ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결국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다이치.
그런 다이치를 보고 히죽거리는 라비를 보고,
'불쌍한 형...'이라며 제 형을 불쌍해합니다.

글쎄 그 불쌍함 언제까지 가나 보자.
=ㅂ=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잠깐 나갔다 올게."

"다녀오세요옹."

평소 같으면 절대 안 할 소리까지 하는 걸 보니
도리어 라비는 신이 난 듯.
ㅜㅜ

이 녀석 정말 위기감이 결여되어 있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금방..."

전 여친의 존재를 라비가 알아차린 것에 대해
다이치가 계속 계면쩍어하자
라비도 잠시 생글거리던 표정을 지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눈 깜짝할 새에 다녀올게."

그렇게 말하고 나가버립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갑자기 왜 변명은 하고 저런대? 저 녀석..."

"이런 경우엔 변명을 하는 게 보통 아니야?"

첩을 만나러 가는 서방이 본처에게 변명하는 문화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라비...
확실히 이놈이고 저놈이고 정조관념이 없어요.
ㅜㅅ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안해."

따가운 햇볕에 얼굴을 가리고 약속장소에 나가보니
약속 상대인 사이토가 먼저 나와 있었습니다.

"수험 공부하느라 정신 없을 때라는 건 알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냐, 괜찮아."

다이치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대답하자,
사이토가 풀밭을 미끄러져 내려옵니다.

"그렇지만, 와 줄 거라곤 생각 못했어."

"에? 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좀 말랐네.
그래도 나하고 사귀었을 때보다 건강해 보여."

"그러...려나?"

애매모호하게 웃으면서 대답하는 다이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응. 조금 열받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안."

역시 뭐라 할 말이 없어서 웃기만 하는 다이치.
너랑 헤어져서 나 살판 났다, 라고 할 줏대는 못 되지요.

"...날이 덥네. 카페라도 갈까?"

"아니, 됐어.
이 근처가 이야기하기 더 좋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흠, 그럼 이거."


사용자 삽입 이미지


"햇볕 따가우니까."

다이치 이 녀석 의외로 섬세하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후후. 변함없이 다정하구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지만 그런 점도 열받아."

그렇지만 그 옷을 그대로 돌려주면서
전혀 의외의 반응을 보이는 사이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열이 받는다니 대체...' 라며 되돌려받은 옷을 들고
멀쭘하게 중얼거리는 다이치.

"...할 이야기라는게 뭐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응, 그 이후로 생각을 좀 해 봤는데 말이지...
아무래도 모르겠더라고."

"뭐가?"

"왜 우리들 헤어져야 했던 걸까...하고."

과거 회상 장면에는
지금보다 훨씬 강렬한 얼굴로
매섭게 손을 든 사이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게 백일몽이 아니었다면, 차인 건 내 쪽이라고 생각하는데..."

'대체 여자의 따귀라는 건 왜 그렇게 아픈 걸까,
심지어 일방적이고.'

기억을 되살리며 뺨을 어루만지는 다이치.
뭘 잘못해서 저리 얻어맞았는지는 몰라도 크게 실수한 듯.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니, 차인 건 나야."

"............."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만 통 반박을 못하는 다이치.
아예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다시 실내로 장소를 바꾸자고 권해봅니다.

"일다, 역시 카페 안 갈래?
시원한 거라도 마시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앞장서서 가려는 듯 뒤돌아 가는 다이치 등뒤에서
그제야 사이토가 다급하게 외칩니다.

"안 한단 말이야...! 다이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기...내가 뭐 잘못한 게 있다면 사과할테니까,
일단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해 줄래, 쇼코?"

"[그.걸] 안 해. 벌써 두 달 넘었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드디어 다이치의 내면에서 진정한 곤란함이
쓰나미와 같이 몰려들고 있음.

"...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전 사실 이때 이해 못했음.
그냥 내 일본어가 짧아서 그런가보다 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편 다이치가 전 여친 만나러 갔다는데
음료수 마시고 과자 먹으면서 만화책 보느라 신난 라비.

한참 키득거리면서 페이지를 넘기는데
뒤를 지나가는 기척이 있어 힐긋 시선을 보내보지요.

"응?"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와악!!!"

...돌이켜보면 지구에 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리액션을 취한 라비.
그렇게 만든 건 달걀귀신 얼굴에 그라데이션 톤을 짙게 깔고
적당히 부패되어 있는 다이치였습니다.
풀이 팍 죽었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라서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는 라비.

"기척까진 지워도 되니까
숨 정도는 쉬어, 너!"

얼마나 소리없이 들어왔기에 저럴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 깜빡 잊고 있었다."

그러더니 내쉬는 것은 길디긴 한숨.
중증이군요.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제부터 시작되는 경찰청 사람들.

"...여러분. 저는 이렇게 추리했습니다.
헤어졌던 여자친구가 갑자기 전화를 다시 걸어온다면
용건은 대체로 3가지 정도로 추려지지요.

'1. 갑자기 얼굴이 보고 싶어서.'
'2. 다시 한 번 나랑 사귀자.'
'3. 임신했어.'

세번째에서 티나게 움찔하는 다이치.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야 이 자식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그것도 라비 앞에서.
입이 열 개 아니라 백 개라도 무슨 할 말이 있을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빙고.
아무래도 그는 그 중에서도
최악의 카드를 뽑아버린 모양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상. 후루하타 라비사부로가 보내드렸습니다."

(*1994년도부터 후지TV에서 방영되었던 '후루하타 닌자부로(古畑任三郎)'라는
형사 드라마의 패러디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침대에 엎어져 본처의 날카로운 추리력에 감탄...보다는 좌절하는 다이치.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경우엔 역시 내 쪽이겠지?"

"...뭐가?"

"물러나는 쪽."

뭔 소리를 하나 했더니 그럼 자기랑 헤어지자고 하는 소리인 듯.
임신한 여친이랑 잘 살아라 나는 달로 돌아가서
귀 달린 새끈한 딴 놈 만날란다의 여유만만 토끼 황태자에게
다이치,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응-?"

그러나 라비는 정작 포키(*우리나라의 빼빼로와 비슷) 물고
저녁밥 메뉴 이야기하듯 무심하기만 합니다.
그 얼굴에, 라비의 말이 장난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걸 알아차린 다이치.

"...윽..."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이시여...!! 왜 맨날 저만!!!!!
내가 대체 뭘 어쨌다고 그래!!!
근면, 정직, 성실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이 나에게!!!!!
우와아아아아아아악!!!!!!!"

"그 이상 지껄이면 혀 잡아 빼버린다."

점눈이 되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다이치를
라비가 조용히 말로 죽입니다.

'피임은 제대로 하라고.
여자애들이 '오늘은 안전한 날'이라는 것만큼
덴져러스한 게 어딨다고.'

...문제는 그 부분인거냐? 본처.
==;;



시신덴 역시도 할 말이 많았는지 컷 아래쪽에
종알종알 적어두셨습니다.

[이 남자에게 천벌을 → 다이치]

[계속, 그런데 이 이야기 진짜 계속 그려도 되나?]

[너도 쇼크라도 좀 받던가 해라 → 라비]

그러게 누가 이런 이야기 쓰래요 이 사람들아...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Fin]





일단 기념할 만한 가리가리 첫편은
이렇게 예정한 대로 충공깽으로 들어가게 되었네요.

할 말은 많았는데...
손가락이 곱아서 타자 치기가 힘듭니다.
왜 내 자리는 항상 창문 옆인 건지...

게다가 왜 여기만 시베리아인거야!!!!!!!
이런 시베리아 벌판에서 귤깔레이션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그럼 이 본처와 바람난 서방 이야기는 이만,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따스한 오후 보내세요.

쟈하라독시드!













덤.

이거슨 충공깽 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상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만만찮은 애니라고
저보다 고수이신 모 님께서 극렬 예찬한 멋진 심슨.

:




지난 번에 마무리지은 15의 여름에 이어서,
새로운 책으로 들어갑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갈릴레오 갈릴레이, 통칭 가리가리.

오프닝처럼 들어가봅니다.
조금 길게 끊으려고 보니 길어져서
그건 내일 중에 올릴게요.

내용이 좀 충공깽이라...
여튼 오늘은 짧게.

이전에 15의 여름에 문득 히로타카가
라비를 보고 괴상한 짓을 할...뻔 했던 적이 있었죠.
거기에 이어집니다.
(결국 15의 여름과 갈릴레오 갈릴레이도 세트;)





[15의 여름 side story]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형, 그것은 인생 최대의 강적이다]

다이치 방의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히로타카가 묻습니다.

"형, 잠깐 괜찮아?"

"응-"

"이 문제 푸는 법을 모르겠는데...
모범답안 좀."

"아아. 가지고 와."

"응♡"

동생에게 모범 답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 형.
넌 대단하다.(.......)
그래 나도 국민학교 중학교 때까진 해줄수 있었던 거 같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일 실력 테스트인데
역시 수학은 편차치 떨어트릴 수가 없어서 말이지.
정말이지~ 에스컬레이터 식이라서
어차피 시험 안 보고 중학교 올라갈텐데
뭐하러 이 고생을 할 필요가 있는 건지..."

투덜거리는 히로타카를 힐긋 쳐다보더니,
컴퓨터에 무언가를 쳐넣기 시작하는 다이치.

"어디 봐."

다이치가 문네 풀이를 써주는 줄 알고,
히로타카가 화면을 보자
거기에는 엉뚱한 글자가.

[하루카 히로타카(12세)는, 이과 계열 과목이 약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루카 히로타카(12세)는, 이과 계열 과목이 약합니다.
따라서 문과 지망, 장래에 무엇이 될까 하는 것은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이과 과목이 특기인 하루카 다이치(15세)는
그런 동생에게 잘 못 하는 이과를 가르쳐 주거나,
게임 소프트니 제트보드를 만들어 주거나 하는 친절한 형님입니다.
게다가 다정하고 여자에게도 인기가 있으며,
운동신경발군에 싸움도 잘하고...
그런 형님을 동생 히로타카는 아주 존경하고 또 좋아합니다.]

저렇게 장황하게 적는 걸 보니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이라고 판단한 히로타카.

"...무슨 소리가 하고 싶은 거야? 형."

[히로타카는, 형과 닮아서 아주 영리한 소년이므로
행여 실수로라도, 형을 적으로 돌리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찌릿.

라비에게 키스를 하려다 만 장면을 떠올리며,
귀신 같은 형이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고 조용히 승복합니다.

"...자중하겠습니다."

"착하구나, 나의 동생아.
자. 모범답안하고 해설."

어느새 그건 다 끝냈는지 잽싸게 프린트해서 히로타카에게 넘겨주는 다이치.

"실력 테스트 열심히 해."

"...네."










<Fin>


결론 : 남의 떡 탐내다가 가정에 피바람을 일으키지 말지어다, 동생이여!







이어지는 내용은 바로 내일 들어가겠습니다.
오늘밤에 다 하고 잘랬더니
이거 한 번 끊는 게 좋겠다 싶네요.
귀여운 시작에 어울리지 않게 뒤는 좀........세니까.
ㅠㅠ

그럼, 다들 즐거운 밤 되시길!!!
쟈하라독시드!


:



올해에는 시신덴 리뷰를 마쳐야지 생각했던 걸 떠올리고 보니
벌써 11월이 코앞.
ㅜㅜ

...일주일에 한번씩만 포스팅하자!!!!!!!!!
할 수 있다 쌀냄!!!!
...아, 안 되면 격주로라도....





일단 지난 가가린 S, D 사이드의 뒤에 바로 이어지는 쪽페이지 하나부터.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키스하다 말고 갑자기 뭔가를 떠올린 라비.
잽싸게 다이치의 뺨을 한 대 후려갈깁니다.

[약속된 따귀]

"갑자기 뭐하는 거야."

'아침엔 내가 잘못했어.
이번에야말로 화나게 만들지 않으려고 했는데...' 라고
중얼거리는 다이치를 무시하고 라비가 일갈합니다.

"시끄러웟!!!!"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너 이 자식, 그 홀로그램 대체 뭘 어쩔 셈이야?!"

"'그' 홀로그램이라면...아, '그거'?"

라비 섹시영상이 멋대로 홀로그램에 추가되어 있습니다.
영상은 사진이나 비디오 따위로 추가한 뒤에
거기에 자기가 원하는 동작을 시킬 수 있게 만들었나 본데요?

얘 그냥 바로 대학 가도 되잖겄소?
이것이 22세기인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튼 라비가 소리를 지릅니다.

"그래! 끝까지 다 봐버렸다!!!!!!!"

'내가 언제 그딴 짓 했어?!'

'아, 해줘도 되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손톱 같은 달이 뜬 어둔 밤에, 다이치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으아아악∼

그리고 시신덴 누님들의 나레이션 한마디

[얘들아 축제 끝나버린다?]

>ㅂ<////








그럼 바로 이어서
05년판 15의 여름이 묶여 나오면서
덤으로 추가된 짧은 단편 갑니다.









[타오르는 각(刻)]


사용자 삽입 이미지


"헤에. 낮엔 죽고 싶을 정도로 더웠지만,
해가 지니까 또 안 그러네. 숲 덕인가?"

시간상 위쪽의 투닥거림과 바로 이어집니다.
어느새 기분이 좋아졌는지 생글생글 웃고 있는 라비.

"고정하셨나이까, 공주 마마."

말투는 장난스럽지만 한숨을 폭 쉬면서 다이치가 그렇게 말하자,
라비가 싱긋 웃으면서 대답합니다.

"...뭐, 그럭저럭."

'공주님이 아니라 왕자님이지만'

"숲이 붉게 물들어서...
뭐랄까 지구가 아닌 것 같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구는 풍경이 너무 뒤죽박죽이라 영 못쓰겠다니까."

"가을이 되면 더 붉어져. 단풍(*紅葉:붉은 잎)이 드니까."

다이치, 겨우 기분이 풀린 라비에게 그렇게 설명해줍니다.

"이 숲 전체가 다 빨갛게 물드는 거야?"

"응. 꼭 불꽃처럼 말이지."

그 말을 듣자 라비가 눈을 반짝입니다.

"...헤에...그거 볼 만하겠네."

그리고 단풍잎 하나를 집어들더니, 신이 나서
멜로디까지 넣습니다.

"좋오-아. 자, 잘 봐."

라비가 뭔가 하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챈 다이치가
기겁합니다.

"엣, 너 무슨 짓을 하려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와앗-"

갑자기 돌풍이 불어와 잠깐 눈을 감았다 뜬 다이치.

"...윽."

"하하하...이거 굉장하다!"

대체 얼마나 숲이 숲이어서 사람이 안 오는지는 몰라도
귀까지 풀어헤치고 마법까지 쓰고 아주 신났습니다.

알콩달콩한 한때를 위한 이런 어거지 너무 좋아요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어이어이어이."

라비의 성격을 알고 있기도 하고, 이미 저질러 버린 일이라
어떻게 하려고 하진 않지만 뒤에서 조용히 그렇게 말해보는
내 남자에겐 따뜻하지만 차가운 도시 아이 다이치.
후훗♡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 걱정할 것 없어.
시간을 앞당기거나 하는 그런 마법은
그리 간단히 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이 숲의 기억을 되살려 보여주고 있을 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라비, 중력따위는 무시하고 폴짝 뛰어
나무 위로 오릅니다.

"그냥 환상이야."

그렇게 환하게 웃는 라비에게,
다이치는 설핏 웃어보입니다.

"...마치 숲이 불타오르는 것만 같아."

"응. 대화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짜 불길이라면 좋을텐데."

다이치의 말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라비.
다이치가 말을 잇습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모두 다 타서
재가 되어버릴 정도로..."

"뭐야, 그거."

자못 심드렁해 보이는 표정으로 라비가 대꾸하자,
다이치가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옛날에, 오시치(お七)라는 여자가 있었어.
어느날 불이 나서 그 여자의 집이 다 타버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응."

"그녀의 가족들이 절로 피난을 갔지.
그리고 거기서 오시치는
절에서 일하는 시중인인 기치사부로(吉三郞)를 만나
사랑에 빠져.

그렇지만 집을 새로 짓고 나자
오시치는 마을로 내려가게 돼.

그녀는 16세였어.

사랑에 미쳐, 분별을 잃어버린 건지
단순히 어리석었던 건지 알 수 없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 번 더 불이 나면,
그리운 기치사부로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빠져."

"응."

"그녀는 에도의 거리에 불을 지르고 말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격렬한 여자네."

"응."

"그래서, 기치사부로와는 만났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니.
오시치는 방화죄를 물어 화형당했어."

"...바보 같은 여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 너한텐 무리지."

가볍게 털어버리려는 듯 라비가 그렇게 말합니다.
여러가지 의미로, 정말로 그렇기도 하거니와
사랑에 미쳐 스스로를 죽이고 만 오시치를 다이치에게 겹쳐 보고 싶지 않겠죠.

비록,
너무나 강렬하고 또렷한 불과 붉은 색의 이미지,
그리고 라비에게 미쳐버리곤 하는
다이치의 이미지와 똑같다고 해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야 화형을 당해도 안 죽지.
누가 뭐라해도 우주에서 가장 불에게 사랑받는 몸인걸."

그렇게 말하며, 불꽃을 만들어
라비가 보여주는 붉게 물든 환상의 단풍잎을 태웁니다.

"그 어떤 업화가 어루만진다 해도,
너를 재로 만들지는 못하겠지."

"아아...설령 지구가 초토화된다 해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죽지 않겠지."

그렇게 말하며 불길에 부서지는 단풍잎을
손으로 잡아 으스러트립니다.

자신이 선택한 운명의 대가를 알고 있다는 듯.
그리고 겨울마다 미쳐버리곤 하는,
자신의 안에 잠든 어둠과 광기를 알고 있다는 듯...

"그리고 그런 비극적인 결말의 사랑 이야기,
나는 사양이야."

".............."

라비가 깨끗하게 끝을 맺으며,
마법을 풀어 숲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립니다.
붉게 물든 아름다운 단풍을 바라보면서도
자기 자신의 파멸을,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종말을 생각하는 다이치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것처럼.

"...응."

그리고 다시, 저무는 석양을 향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기 시작합니다.






<Fin>












후후후.
아까 싸울 때는 달이 떠 있는데
싸우고 나서 기분 풀린 라비는 석양을 바라보며 걷네요 그래.
분명 노숙을 한 게 틀림없어요.
아이 좋아.(.......)

'야채장수 오시치' 이야기는
만화 '유리가면'을 보신 분이라면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야가 했던 '불'의 연기에서 나온 캐릭터죠.

연극의 각본 및 소설로도 알려져 있으나,
사실 이 아가씨 실존인물이랍니다.
1683년에 불이 나 기치사부로를 만나고,
그 이듬해인 1684년에 불을 질렀다 하네요.

조금 사족을 덧붙이지면-
당시에도 15세 이하에게는 사형까지는 판결하지 않았기에
재판을 맡았던 마을 부교(町奉行 : 사또 정도로 생각하세요)인
카이쇼 마사치카(甲斐庄正親)는 '그대는 15세가 아닌가'라고 여러 번 물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오시치 스스로가 '아니오, 저는 16세입니다' 라고 증언하여
결국 화형 판결을 내렸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기록이 미비하여 평민 및 천민의 경우,
그들의 연령은 스스로의 고백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여기서 오시치가 15세라고 했다면, 사형을 면했겠지요.

라비의 말마따나 정말 좀 격렬한 여자입니다.
실화라고 생각하면 공포스럽지만.



금요일이라 벌써부터 신났습니다.
금요일은 아침부터 좋아요. 후후후후후후훗.

얼른 끝나고 집에 가서
우리 스펜서랑 제인 아자씨랑 깁스 파파랑 직립꽃사슴을 볼 생각에
가슴이 둑흔둑흔.

그럼, 모두들 즐거운 금요일 아침 되시기를∼☆
쟈하라독시드!


:
◀ PREV | 1 | 2 | 3 | 4 | 5 | NEXT ▶

BLOG main image
네이버에서 옮겨왔습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공지 꼭 읽어주세요. by 찹쌀공룡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63)
그랑죠 (169)
그랑죠 리뷰 (13)
그랑죠 OST (8)
그랑죠 정보 (9)
그랑죠 기타 (41)
시신덴의 그랑죠 (98)
리뷰 (177)
그랑죠 외 (124)
동인여행 (90)
생활일화 (330)
왜 사냐건 웃지요 (108)
바톤 및 테스트 (81)
끄적임 (71)
해외뉴스 (7)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달력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