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제가 좋아죽는 지인분들의 마감에
하찮은 곡물 손 좀 덜어드리느라 지지난주 내내 좀 달렸습니다.
그리고 지난주는 제 공부로 좀 달렸지요.
정신차려보니 벌써 11월도 중순!
백야행이 개봉했네요 그래.

블로그 버려둘 생각은 아니었다는 그런 소립니다;;;
주인 없는 동안에도 지켜주신 댓글들에 송구스러워서 그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쌓인 포스팅거리는 많지만,
일단 미루던 가리가리부터 가겠습니다.







15의 여름 sid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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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쇼코와 만나고 온 뒤,
조용한 집안에서 다이치, 말없이 가족들의 눈치를 봅니다.

어머니는 설거지를 하시고
아버지는 식후에 수박을 즐기며 신문을 읽으시지요.

"그러고 보니 다이치."

평범하게 말 한마디 건 것뿐인데
죄 지은 놈 화들짝 놀라서 먹던 수박 떨어트리지 않은 게 용할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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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요 아버지?"

"전국 모의 시험 결과 잘 나왔더구나.
그래서 요즘 상태는 어떻냐?"

마음의 구름을 걷으셨는지 라비가 다이치 바로 곁에 앉아있는데도
눈을 똑바로 마주하고 다정하게 웃으면서
아들의 수험을 화제로 끄집어내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ㅠㅠ

만물의 영장의 순응력은
언제 봐도 굉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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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대로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아요."

"뭐, 약속은 약속이니까."

"알고 있어요."

다이치가 연방부속의 시험에 합격하면,
장차 라비와 가까워져서 알콩달콩하게 살겠다는 야망을
라비에게 너무 큰 목소리로 밝히다가
온 가족들에게도 알린 바 있었지요.

밑거래(?)가 보이는 듯합니다.
;ㅁ;

말없이 수박을 먹는 라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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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하게 야구 중계를 보고 있는데
식구들은 그걸 끝으로 누구 하나 말이 없고,
히로타카가 '어째 공기가 불온하다'라면서 분위기를 깨닫습니다.

눈치 빠른 녀석.
네 오늘의 다이치는,
가족들에게 밝혀야 할 중대한 사실이 있는 거죠.

"...아버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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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저하고 히로한테 말씀하셨었잖아요.
'나는 손자와 야구며 축구며 이것저것 하고 싶으니까 너희들 빨리 결혼해라' 라고."

그 말에 조용히 신문으로 얼굴을 가리며 재채기를 하시는 아버지.
이건 또 무슨 폭탄을 던지려고, 못된 장남.

"..........."

"지금도 젊은 할아버지 되는 거, 로망 있어요?"

할아버지는 어째 대화가 이상하게 흘러간다 하면서
그렇게 말하는 다이치를 바라보고 계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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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
다이치, 이제 됐다.
최근들어 나도 슬슬 이 광경이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그 '겨우 익숙해지기 시작한 광경'이 꽃처럼 예쁘게 웃어보입니다.
'헷☆ 아직 본론 안 나왔어요, 아저씨'라는 소악마의 미소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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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는 히로가..."

라비의 미소를 보고 '빙긋이라니...빙긋이라니...'라면서
한숨을 내쉬는 아버지.
초등학생이 갑자기 먼 미래 이야기를 들은 탓에
히로는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습니다.

사실 아버지에게 손자를 안겨주는 것보단,
스스로가 손자인 쪽이 어울리는 나이잖아요.
...둘 다.

그런데 갑자기 이 이야기가 왜 나왔는고 하니.
눈치도 빠르신 아버지.

"...다이치...?
...설마..너..."

"...역시 남자라면 책임 져야겠지...
그지?"

하면서 데헷♡이라고 창백해진 빗금을 달고 귀여운 척 웃어보이는 다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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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림없습니다.
신문을 구기면서 깜짝 놀라 눈을 부릅뜨는 아버지.

손자 보시기 전에 늙겠습니다, 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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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라비를 무시무시한 눈으로 노려보십니다.
아니요, 저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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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요? 아무리 저래도 그건 무리죠."

손을 휘휘 저어보이며 '저 임신 안했어요' 라고 자연의 섭리를 밝히는 라비.

"...심지어 그럼 다른 사람이 더 있다는 거냐...?"

바탕화면에 깔린 그물망이 아버지의 분노의 고조를 알리고 있습니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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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

"나, 나는 동경한단다! 그- 젊은 증조 할아버지라던가 하는 거!"

분노를 빙자한 가정 폭력의 일발이 날아가기 일보직전,
할아버님께서 말려주려고 한마디 보태시지만
이미 마왕 레벨을 넘어선 아버지에겐 들리지 않습니다.

"너~라~는~ 녀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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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

무언가 커다란 타격음이 났는데,
라비도, 히로도, 할아버지도 모두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습니다.
아버지한테 한 대 맞은 거라면 사실 놀랄 일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결과물인 다이치는 어쨌든 나가떨어져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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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아버지가 아직 팔을 안 내려치셨단 거죠.
어라, 그럼 누가 다이치를 저 모양으로 만든 걸까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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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프라이팬.
이 집안에서 유일하게 치마를 입고 앞치마를 두르시는 분이
엄한 얼굴로 아들을 부르십니다.

"다이치."

"네,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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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아가씨는 몇 살이지?"

"17이고 내년에 고3으로 진급해요."

"그래. 그럼 일단...
그 아가씨와 네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
서로 이야기하렴. 병원에도 가고.
그리고 집에 데리고 오렴."

어머니의 고요한 분노의 일발을 지켜본 가족들이
제각각 감상을 표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화내시는 거 처음 봤다. 반할 것 같아♡' 라면서
묘한 경외심을 갖는 라비라던가.

'나도 이렇게까지 화내는 건 처음 봤어.' 라고 할아버지를 꼭 붙드는 히로.

'나도 처음 봤다.' 라고 같이 놀라고 있는 할아버지.

"그리고 그쪽 부모님과 이야기를 하자꾸나. 알겠지?"

"네."

...어머니 말은 잘 듣는군요.
라비에게 하는 거 보면 확 때려주고 싶었는데,
역시 어머니는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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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일단 당신."

갑자기 어머니가 아버지를 호명하자,
긴장했던 아버지도 함께 굳어서 씩씩하게 대답하십니다.

"네!"

군기 들었군요, 이 집안.

"처리하세요."

"라져."

Fight! ...라지만 대전 배틀은 아니고,
굳이 비유하자면...스트리트 파이터의 차 부수기랄까...

그래, 맞아라 다이치.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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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군. 너도 같이 하렴."

아들의 연인이라고 데려온 소년에게도 너른 마음을 써주시는 어마마마.
사실 노멀한 시선으로 보면, 지금 다이치를 가장 두들겨패야 할 건
바로 라비죠.

떡으로 반죽해서 새해 떡국 끓여먹자고 할 정도로 늘씬하게 패고 또 패야 하거늘.

사실, 라비가 다이치의 바람에 대해서 진심을 다해 성질을 내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이후의 리뷰에서 차차 밝히게 될 거고요. ^^;)

정작 라비는 그냥 피식 웃어보이는가 하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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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

둘리냐.
여튼 야밤에 개잡듯 애 하나 패고 있는 아버지와 며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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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누군가의 손가락이 누군가의 집을 벨을 누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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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하하하하하.
카즈야(오오하시의 이름)- 록키 다이쨩 왔어."

"응-."

그런데 왜 록키인고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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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치의 모양새를 보고 놀라는 오오하시.
 
"너 뭐냐? 어쩌다 그랬어?"

"미안...오늘밤만 재워줄래?"

말 그대로 록키.
넝마가 되도록 맞았군요.

'이제 나한테는 너밖엔 안 남았구나.
필시 독자들도 적으로 돌아섰을거야...'

...어.
너 맞으니까 좀 시원하긴 하다, 다이치.

찰스다윈 때는 눈물만 흘리면
다들 아이구 우쭈쭈쭈 그로디망 우리 다이치 하던 게
대체 어느 고생대 이야기인지 기억이 안날 정도임.
(.......)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주에는 스페셜 라비와
블랙 다이치 버젼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번편은 충격에 잠겨 있던 독자들이
모두 한마음이 되어 다이치를 두들겨 줄 수 있었던 듯하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데 솔직히 시원은 하더라고요.
진짜 우쭈쭈쭈해주던 우리 12살짜리 어디갔는지...
후.

책상 앞에 앉아있으면 손이 굳는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모두들 건강 조심하시고
따스한 겨울 보내실 수 있기를.

그럼, 점심 맛나게 드시고
오늘 오후도 좋은 시간 되시길.
저는 이만.

쟈하라독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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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옮겨왔습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공지 꼭 읽어주세요. by 찹쌀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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