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번을 아시는 분은 이 뒷페이지에 추가 버젼이 있으니
이 리뷰를 보지 마시고, 그쪽 리뷰를 봐주세요.


 

애증의 가리가리 리뷰가 끝나고,
이제 드디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유클리드입니다.
(생텍쥐페리 쏙 빼먹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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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책입니다.
시신덴의 그랑죠 책은 정말 어느 것이나 다 명작이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를 다 이해하고 나서
가장 좋아하게 된 것은 역시 이 책이었어요.

시신덴의 아이들은, 언뜻 밝고 행복해 보이는 듯하지만
실은 보는 사람이 가슴을 쥐어뜯을만큼 안타깝고 애처롭다는 점이
정말로 뭐라 말할 수 없이 매력적이잖아요?

유클리드에는, 그게 잘 나타나 있습니다.
특히나 라비의 심정으로.
...전, 라비 빠잖아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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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표지입니다.
앞표지에 그대로 이어지는 내용이예요.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라비가,
'뭐, 떨어트려도 난 그닥 상관없지롱~' 이라면서
다이치를 약올리고 있습니다.

물론 떨어트릴 수 있을 리가 만무한 다이치는
열받아 하면서도 라비를 열심히 붙들고 있고요.

15의 여름의 앳됨은 찾아보기도 힘든,
심히 길다래진 두 사람의 흐뭇한 샷입니다.

하지만, 떨어트려도 별 상관없다는 라비, 다리는 착 꼬고 있군요.
그 점에 주목합시다.
+ㅅ+



자, 그럼 유클리드 본편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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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은 '슈레이더의 가역계단'인데...
슈레더인데, 슈뢰더인지 잘 모르겠군요.
혹은 슈뢰딩거일 수도 있고.

일단 평화로운 라비루나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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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루나의 궁전을 등 뒤로 두고,
난간에 팔을 기대고 잇던 다이치가
누군가를 기다리며 중얼거립니다.

"...늦네."

그리고 슬쩍 시선을 보내는 곳은,
라비와 함께 들어가려고 했던 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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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조금 전의 과거로 돌아가보지요.

함께 정원 안으로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던 두 사람,
라비가 깜빡 잊고 열쇠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문 앞에서 곤란해하고 있었습니다.

'열쇠 안 챙긴거야, 라비?'

'시끄러.'

그냥 텔레포트해서 들어갈까, 하는데
이전의 대전쟁 이후로 마법 실드가 쳐져 있어서 안된다고 하네요.

결국 열쇠 금방 가져오겠다며
뾰로통한 표정으로 자리를 비운 라비.

현재로 돌아온 다이치 곁에,
자기 몸보다도 훨씬 커다란 날개를 가진 새가 와서
훌쩍 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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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절대 움직이지마.
넌 좀 둔해갖고, 헤맸다간 괜시리 성가셔지니까.'

'...저기, 라비.
아무리 그래도 내가 미아가 될 나이는 아니잖아...'

그렇게 신신당부를 남기고 가버린 라비.
홀로 기다리다 지친 다이치는 새를 쓰다듬으며
조금 전의 일을 되새기고 있었습니다.

'시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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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저 위쪽엔 절대로 가지 마.'

부서진 난간과 계단을 고치지도 않고,
어쩐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장소를 콕 찝어서
절대 가지 말라고 한 라비.

'...그렇게 말을 하면...
괜히 더 가고 싶어지잖아.'

'바보. 그딴 짓 하기만 해 봐라.'

무심한 표정으로
다이치를 협박하는 라비.

'어떻게 되는데?'

후환이 두렵다기보다는,
약간 기대감에 차서, 다이치가 라비를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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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심한 표정은 그다지 흔들리지 않았지만,
잠시 대답을 하지 못하는 라비.

'실컷 헤매다가, 살아서는 못 돌아오게 되겠지.'

라비의 현실감 없는 대답에,
다이치가 피식하고 웃어넘깁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렇게지만 라비는 거기에 더 대답을 덧붙이지 않고
그대로 가버렸습니다.
그리고, 잠시 다이치 곁에 머물렀던 새도
이제 다시 하늘을 향해 날아가 버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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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새가 날아간 허공을 통해,
가지 말라는 곳을 바라본 다이치.

"늦는 라비가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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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망설이지도 않고 곧장 들어갑니다.

'...다른 덴 제법 다 손질이 되어 있는데,
대체 왜 여기만....
대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 거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다리를 움직이는데,
생각보다 길이 긴 데다, 다이치 이 녀석
이젠 숫제 다리 건너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버립니다.

'...이러다 정말로 라비한테 혼나겠는데?
이거야 원...'

곤란하단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단 한 번 내친 걸음은 끝까지 가보기로 합니다.
이런 점은 정말 쓸데없이 소년만화 주인공답네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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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석, 올해는 무슨 말만 하면 나한테 성질이야.
작년엔 그 먼 지구까지도 와 주더니...'

15의 여름, 가리가리 때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 보니 라비 말을 어긴 것이 어느 정도는
억화심정에서 시작된 거네요.

여름을 맞아, 1년만에 다이치가 라비루나로 온 며칠 전.
라비의 반응은 산뜻하고도 냉정했습니다.

'뭐야, 너 왔냐.'

덕분에 다이치는 약간 삐진 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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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말이지...알고야 있지만서도
그 녀석 진짜, 태도 좀 못 고치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라비가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다이치입니다.
혼잣말로 중얼거리기를
'17이나 되어서도 귀여운 녀석' 이라고 하거든요.

...충분히 귀여워도 될 나이라고 보는데요...
얘들아, 눈화는 말이돠!!!!!!!!!
눈화는!!!!!!!!!!!!!!!!!!!!!!!
(나이를 먹어가는 3차원 눈화의 비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잡소리는 잠깐 접어두고,
잠깐 별 생각 없이 길을 따라 걷고 있다가
어느 사이엔가 막다른 길 앞에 선 것을 깨달은 다이치.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거기에는
건축법이 궁금해질 정도로 커다란 문이 있었습니다.

"우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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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종점?"

그렇게 말하면서 다이치, 손을 뻗어 문을 엽니다.
생각보다 문은 쉽게 열렸습니다.

'그렇지만...뭐지, 이 문양.
분명 본 적이 있는데....
데자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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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여기는?
누군가의 방?'

둘러보니, 오랫동안 쓰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상당히 정갈해요.

여기로 오는 길은 그렇게 황량하고,
인기척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어쨰서인지 그 긴 복도를 따라 도착한 이 방에서는
사람의 생활의 냄새가 납니다.

다이치는 그 점을 이상하게 여기고
방안을 둘러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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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창에서 쏟아지는 햇살에, 순간적으로
괴로운 표정을 짓습니다.

'철로 된 격자?'

마치 감옥처럼, 방에는 문양이 들어간 격자 창문이
철창살처럼, 외부와의 단절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사람을 막기에는 격자의 간격이 너무 넓어서 무리겠지만,
어째서인지 그 방에는 감금이 허용될 법한 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테이블 위에서
종이 무더기를 발견한 다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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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하고 보니, 전부 그것은 다이치의 편지였습니다.
다이치가, 라비에게 보낸 편지들.

'이건 내...'

환각처럼, 갑자기 손이 보이고,
빈 찻잔에 따스한 차에서 김이 뿜어오르는 광경까지 보입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기운에 어질해진 다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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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지금 건...'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당화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 철 격자 창문에
신기루처럼, 라비의 영상이 떠오릅니다.

"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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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히 새가 날아오르고,
라비의 눈은 다이치가 아닌, 창문 밖 먼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뭐지...여긴.'

정신을 차리기보다는, 가누기 힘든 몸을 지탱하기 위해서
벽에 손을 갖다 댄 다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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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에 닿는 묘한 촉감에,
자기도 모르게 벽에 그려진 무언가로 새긴 듯한,
문양인지 문자인지조차 모를 것들이
쓰여져 있었습니다.

(* 라비루나의 문자로 '카구야' 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손가락 끝에 피를 묻혀서 누군가가 무엇을 벽에 적었고...
쇠사슬이 길게, 길게...늘어뜨려져 방안 어디까지나 '그'를 옭아맸던 과거의 기억.
이 '방' 그 자체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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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 마동전사들의 기억.

3대 마동전사인 다이치에게 '불꽃'과 '대지'의 힘을 건네고
보다 더 밝고, 아름다운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토대를 만들어주고자,

그리고 또한 마동전사라는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서 금기를 저질렀던 카구야.

벌을 받아 지구로 쫓겨난 카구야와, 그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이 방에 감금당했던 카구야의 연인, 아슈레이.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내내 생각하고
결국 가장 슬픈 결말을 맞이하고 말았던 클레이오.

그 모든 슬프고, 괴로웠던 기억들이
다이치를 파고듭니다.

'나...나가야 돼...
여기서, 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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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째서인지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자기도 모르게 바닥에 쓰러져버리고 마는 다이치.

그 앞에, 환상처럼 라비가 나타납니다.

'........'

다이치가 괴로워하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듯
차갑고 무심한 시선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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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다이치는 정말로 땀까지 흘리면서 괴로워하지만,
라비의 냉랭한 표정에는 어째서인지 한 점 흔들림도 없습니다.

"라비...도와..."

그리고, 다이치는 깨닫습니다.
저렇게 차가운 라비의 표정을, 과거에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것을.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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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치가 11살이었을 때.
하나의 싸움이 끝나고, 더 커다란 싸움이 시작되었을 때.

영문 모를 공포에 질려
자신에게 행해질 처사를 거부하는 다이치를,
라비루나의 모든 사람들이 구속해서 끌고 왔습니다.
아마도, 이 방으로.

'무슨 짓이야!! 할머니!!!
도와줘요, 할머니!!'

그것은 다이치를 지구로 돌려보내기 위함이었지요.
다이치가 그것을 바랐기 떄문에.

너무나 위험한 기운을, 한낱 인간의 몸 속에 품은 다이치를
지구로 돌려보낼 수는 없다는 라비루나 수뇌부의 결정에
라비가 반대했습니다.

그럴 수는 없다고.
다이치가 다이치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자유롭게 놔둬야만 한다고.

그래서, 이 주술이 행해졌습니다.
다이치가 자신의 안에 가둔 것이,
태양과 가장 멀어지는 겨울철에 날뛸 때마다,
다이치와 라비가 함께 그것을 견뎌낼 수 있도록.

라비가 그 괴로움을 조금이라도 함께 나눠가질 수 있도록,
둘이 영혼을 연결했습니다.

'용서해다오, 다이치...
이렇게 할 수밖에 없어.'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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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두려워하면서 새파랗게 질려 거부하는 다이치의 시야에는,
라비도 있었습니다.

'라비...'

도와달라고, 아무리 외쳤어도
절대로 손을 뻗어주지 않았던 라비.

'라비-!!'

지금처럼, 냉랭한 표정으로...
마치 타인이라도 되는 양, 단절된 듯한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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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치는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 방에 잔류하고 있는 주술의 독기에, 견딜 수 없었던 것이겠죠.

한편, 라비는 현실이었습니다.
과거와 겹쳐졌을 뿐,
일단 현실의 17세의 라비가 정말로 쓰러진 다이치 앞에 있었어요.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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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돌아다니지 말라고 내가 그랬지..."

라비, 그렇게 말하면서 기절한 다이치를
발로 슬쩍 굴려서 뒤집습니다.
그리고 셔츠를 벗겨냅니다.
거기에는, 기묘한 문양들이 있었습니다.

"멍청한 자식...
내가 얼마나 고생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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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아무것도..."

주문처럼,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을
의식이 없는 다이치의 귓가에 되풀이하는 라비.

"너만은...너만은 내가 지킬거야...!"

그리고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다이치가 눈을 뜹니다.
다이치인 동시에, 다이치가 아닌 다이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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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 '존재'의 깨어남에, 놀라지 않는 라비.

"그렇지.
'너'는 알고 있지. 모두 다."

이것은, 다이치의 '어둠' 쪽의 부분입니다.
쇼코가 본 겨울의 다이치죠.

사동왕의 기운을 몸속에 억누르면서,
다이치 본연의 어둠과 섞여 만들어진
제 2의 인격이라 보셔야 할 듯합니다.

"'우.리.들'은...언제나 공범자야.
지금까지도 그렇고...앞으로도...최후의 날까지..."

다이치의 얼굴을 하고, 다이치의 몸을 가지고 있는 '다이치'.
그럼에도 다이치와는 다른 '다이치'.

말장난 같지만,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가 없네요.
그리고 라비는 분명 이 '다이치'조차도 받아들였습니다.
정확히는, 라비 또한 다이치를 이렇게 만드는 데에 일조했으니까요.

"그렇지만...이 뜨거운 여름날에...
'너'는 별로...어울리지 않아..."

'너는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지.

이 곳이 무엇인조차...

이 탑의 겨울이 어떤 것인지...

너는 몰라.

여기는 미쳐버린 혼의, 밀회의 감옥-'

(* 일부 화상이 제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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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행위를 마친 다이치는 어린아이 같은 얼굴로
라비의 무릎을 베고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라비는 그런 다이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뭐라 말할 수 없는 아릿한 표정으로
창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을 쐬며 상념에 잠겨 있었죠.

"...16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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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좀 더 애송이 같았는데 말이다, 너.
어깨도...넓어졌구나. 팔도 길고..."

애틋하게 '작년'과는 다르게 훌쩍 커버린 다이치를 가만히 지켜보는 라비.

"게다가 무거워."

기어이 한 대 치긴 칩니다.

"그러고 보니
대체 어느새 목소리가 변해버린 거지?"

잠꼬대를 하면서도 라비에게 사과하는 다이치.
미안, 내가 잘못했어...하는 게
공처가의 견본을 보는 것 같네요.

그 모습에 미소를 짓는 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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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지켜나감으로써...
나는 너를 배신하고, 또 배신하게 돼..."

어쩐지 어두움이 서린 얼굴로,
그럼에도 자신의 팔 안에 있는 다이치가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듯 바싹 끌어당겨 안는 라비.

"이것이 악몽이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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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애절함을 한데 모은 것처럼
애처롭고 힘겨운 사랑을, 고작 가벼운 입맞춤에 담는 라비.

"이 얼마나 달콤한 악몽일까..."

너를 지키기 위해서, 너를 배신한다.
너를 지키기 위해서 '다이치'와 공모한다.

설령 그 어떤 괴로움이 그 앞에 있다 하더라도,
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되어 네가 나를 원망하게 된다 할지라도.

그럼에도 나는 너를 지키겠다고 맹세했다.
나는 너를 지켜야만 한다.

그것이, 내가 살아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에.

설령 네가 행복하지 않다 해도,
겨울이 올 때마다 네가 괴로움에 몸부림을 친다 하더라도,
네 기억에도 없는 '다이치'가 나를 능욕한다 하더라도.

네가 살아있는 것이 내 삶의 이유이기 때문에.
네가 해바라기처럼 웃는 것이, 내게 유일한 이유가 되기 때문에.

이미 영혼까지도 내가 원해서 네게 매여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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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은 다시 다이치가 아슈레이의 방에 발을 들이기 전으로 돌아갑니다.

"늦는 라비가 나빠."

그렇게 말하고, 아까처럼 그 방으로 향하려는 다이치이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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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선지 기분이 이상해졌습니다.

"역시 관두자. 정말로 길이라도 잃어버렸다간
5년짜리 놀림감이야."

그리고 시계를 보니, 생각도 못하게 엄청나게
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아니, 이 둔한 녀석! 대체 몇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거야?!"

그 순간 타이밍 좋게 뒤에서 나타나
망설임없이 사랑스런 연인의 뒷통수를 까는 라비.
이래야 라비답지요.

"어이, 기다렸지?"

"...너, 너무 늦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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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게 됐군, 대신 자, 이거.
피에나가 이거 가져가라더라."

도시락을 다이치에게 넘기는 라비.
옷까지 갈아입었냐고 묻는 다이치에게,
라비가 땀이 났었다며 적당히 둘러댑니다.

...너, 너, 너야.
너라고, 너.
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드디어 정원에 들어가기 위해서
열쇠로 문을 여는데,
어쩐지 다이치, 가보지 못한(?) 저 다리 너머가
신경이 쓰이는지 다시 또 눈길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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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다이치."

열렸으니까 이리로 오라고 라비가 말을 걸자,
다이치는 곧 흥미를 잃고 라비의 뒤를 따릅니다.

"아아, 응."

그리고 저 너머, 아슈레이의 방에서 일어난 일은
라비의 기억 속에만.

[ 그곳은 밀회의 감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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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유클리드의 첫편 리뷰가 끝났습니다.
이것도 사실 얇은 책이라, 두번째는 좀 더 짧을 겁니다.
그리고 유클리드는 끝.

이후에 더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다이치의 편지가 있는 저 방은, 과거에 아슈레이의 방이었고
현재는 겨울 전용 라비의 방이기도 합니다.
그에 대한 것도, 나중에 다른 책에서 리뷰하면서 차차 설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여기에서는 일단 이정도만 해두겠습니다.








앞의 찰스다윈 시리즈 등으로 장절한 전투를 읽고,
15의 여름과 가리가리의 투닥투닥을 걸쳐서
생텍쥐페리의 마냥 행복하고 달콤한 순간을 지나
유클리드로 와 보면, 아니나 다를까 이렇습니다.

찰스다윈 마지막 권에서 라비가 눈물을 흘리며 밝혔던
자신의 각오...

다이치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면서
그를 위해서는 그 무엇이라도 바치겠다고 하는 라비가
16, 17이 되면서 그 마음이 조금이라도 변했는가...싶기도 했습니다.

그야, 쇼코의 등장에도 너무 쿨하게만 굴고
겉으로 보기에는 1년만에 만나는 다이치에게 '아, 왔냐?' 라고 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역시 라비의 의식은 여전히 12세의 그 여름에 멈춰선 채로
다이치만을 위해서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안타깝고도, 쓰라리면서 한편으로는 달콤한 한 편이었습니다.

워낙에 아끼는 책이라 좀 잘 리뷰해보고 싶어서,
열심히 동생 카메라를 몰래 굴렸습니다만
별로 화질이 좋진 않네요.
ㅠㅠ

그냥 폰카보다 조금 나은 정도?

사실 이 책에서 전체적으로 라비 얼굴이 좀 망가졌어요.
중간중간에 헉 하는 부분이 있어서
저도 마음의 필터링을 거치곤 합니다.

그럼에도 명장면은 많아서 좋네요.
참고로, 제 베스트는 이 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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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前を守ることで...
'너를 지킴으로써...
オレはお前を裏切り続けてゆく...
나는 너를 배신하고, 또 배신하게 돼...
これが悪夢だとしたら...
이것이 악몽이라 한다면...
何て甘ったるい悪夢だ...'
이 얼마나 달콤한 악몽인가...'




시신덴의 그랑죠 시리즈 전체를 통해,
제가 꼽는 최고의 명대사입니다.

약간 연극적이긴 하지만,
12세에서 13, 14, 15, 16을 거쳐
17세가 된 가장 라비의 마음이 잘 표현된
문장 같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좀 일찍 자보려고 했는데,
또 같잖은 장광설을 늘어놓느라고
길어지고 말았네요.

그럼 저는 이만 책상에서 내려갑니다.
이제 슬슬 자야죠.

그럼 다들 즐거운 꿈 꾸시기를.
쟈하라독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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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옮겨왔습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공지 꼭 읽어주세요. by 찹쌀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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