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록본까지의 리뷰를 마치고
드디어 5권에 들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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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 시신덴의 빅 팬이지만,
5권의 표지는 어째 좀 헐해 보여요.(...)

흐릿하고 러프하며 간단해 보이는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 제 취향에
그렇게 보이는 걸수도 있지만요.

그러나 속은 좋다는 거.
아...하긴 내용상 변명편이니까 그러지만도 않을지도요.

그럼 안쪽 내용 들어가겠습니다.




15의 여름 [어둠의 맨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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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눈보다도 차갑고
한밤중의 어둠보다도 깊은 암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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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순간적으로도 닿고 싶지 않은...]

다이치의 '어둠'에 관한 이야기를 전편에서
쇼코에게 듣고 있었지요.
그 소리에, 라비의 표정이 어두워집니다.

있는 힘을 다해 다이치를 보호하려고 하고 있음에도,
완전히 다할 수가 없는 안타까움.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까지고 암흑의 수감자일 수밖에 없는데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현재가 고작이라는 자괴감.

그 모든 것이, 라비로 하여금 씁쓸한 미소를 짓게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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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봐 주라..."

라비가 씁쓸하게 그리 중얼거리는 것을
쇼코가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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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렇게 지독한 남자가 아니라고."

역시 전편에서, 쇼코는 라비에게
자신의 연인(다이치)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지요.
그리고 그건 딱 듣기에 올바르고 바른 남자친구의 일례는 아니었고요.

그 와중에 쇼코가 라비에게 '당신, 내 남친과 닮았다' 라고 하자
그 말에 대한 대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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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 그래.
나는 친절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착한 청년입니다♡"

라비의 장난스런 말에, 쇼코의 표정이 굳어집니다.
그리고 그걸 깨닫지 못하고 라비를 말을 잇는데...

"상냥하고 배려할 줄 아는..."

"그만해."

"에?"

난데없이 말이 막힌 라비가 당황하며
그제야 제대로 쇼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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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랬어."

"에? 에? 그렇지만 지금 이야기로는
도저히 그런 사람으로는 안 들렸어."

남자를 자기 불안 해소용으로 쓰지 말라며
옷 입고 차갑게 나가버리던 그 남자가
친절하고 상냥하고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건 좀 안 맞잖아요.

"그래. 냉정하고, 싫은 녀석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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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변해가더라고.
사귀는 동안에 점점..."

"......"

잠시 입을 다물었던 라비가 그 말에 감을 잡았다는 듯 말을 받습니다.

"다정해졌구나?"

"....처음 만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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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었어."

겨울.
라비와 다이치에게 있어서, 쇼코 이상으로 커다란 의미가 있는 계절입니다.

지구와 달이 가장 멀어지는 시기.
다이치와 라비가 함께할 수 없는 시기.
다이치의 어둠이 깨어나는 시기.
라비가 스스로를 감금하며, 고통을 당해야 하는 시기.

"얼음처럼 차가운 남자였어.
다가가기도 힘들어서, 같이 있어도
나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것 같았어...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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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귀고 나서 2개월 정도 지나고 나서부터...
조금씩 변했어."

쇼코가 음료수를 사서, 다이치에게 내밀었습니다.
폭설이 내렸던 그날에서 2달이 지났다곤 해도 날씨는 아직 추웠고,
쇼코는 음료수를 내민 뒤에 입김으로 시린 손을 데웠습니다.

다이치, 그것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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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에게 자신이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줍니다.
쇼코가 놀란 눈으로 다이치를 보자,
그는 다정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다정하게 내게 웃어주게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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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잖아."

"......."

얼핏 듣기엔 당연한 소리지요.
그렇지만 쇼코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처음에는 나도 드디어 마음을 열어 주었다고
기뻐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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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다정함이
가슴에 스며들었어."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다이치의 작은 친절에 기뻐하는 쇼코.
확실히, '누가 그렇게 얇게 입고 나오래? 추우면 집에 가던가.' 라면서
폭력을 부르는 말투를 구사할 것 같은 남자가
어느날 갑자기 자기 옷 벗어주면 감격이 치밀어오르기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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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까지...언제나 나는 걸음이 빠른 그를 뒤따라 걸었어.
그가 날 버려두고 가버리지 않도록.
 싸움을 해도, 버림받는 게 무서워서 사과를 하는 건 언제나 나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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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어느 사이엔가
그는 보폭을 나하고 맞춰주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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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지도 않게 되었어.
내가 가고 싶다고 하면, 어디든 데려가 주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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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그게 어디가 문제인데?"

"나, 봄이 되면서 점점 나쁜 여자가 되어갔어.
엄청나게 제멋대로 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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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웃으면서 뭐든지 내 말을 들어줬어.
매일 학교로 데리러 오라고 하고,
한밤중에 불러내기도 했어.
기다리라고 하면 빗속에서라도
그는 몇시간이고 기다려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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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났을 때하고 비교하면, 아예 다른 사람이었어.
보통, 그런 경우 기뻐하는 게 당연하겠지."

마치 다이치의 마음을 시험하듯이,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짓을 이것저것 해본 쇼코.
그렇지만, 다이치는 그 어느 때라도 그런 쇼코의 요구를
다 받아주게 되었습니다.

자전거 뒤에 타고, 더는 못 달리겠다고 하는 다이치에게
안 된다고, 어디까지 더 달리라고 쇼코가 명령하면,
다이치는 힘들어하면서도 그것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다정하게 내게 대해주면 대해줄수록,
내 상처는 커져가기만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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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린지 알겠어?
점점 깨닫게 되는 거야.
그는 나를 좋아하게 된 것도 아니고,
마음을 내게 열어준 것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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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소리없이 혼자서,
내게 빚이라도 갚으려는 것처럼
보상하려고 하는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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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여자로서의 자존심이 찢기는 인정.
그리고 그 이상으로 가슴이 아픈 '사랑 받지 못했다'는 인식.

그런 괴로운 고백을 들으면서,
라비는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다이치가, 진정으로 쇼코를 사랑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처음부터 라비는 염두에 두지 않았을 테니까요.

잠시간 위로가 될 수는 있을 것이고,
공허한 마음을 아주 잠깐 달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정작 다이치의 '진짜 부분'에 닿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사람 뿐이니까요.

"그래, 정말로 아예 다른 사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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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누가 아니라, 바로 그가 지난 겨울의 자기자신을
지독하게 혐오하고 있었어.
...그런 자기자신에게, 나를 말려들게 한 걸 후회하고 있었던 거야."

쇼코의 말은 지레짐작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정확하기도 했습니다.

여자 특유의 날카로운 감과, 내내 곁에서 다이치를 지켜본 가락으로
정곡을 찌른 게지요.

"봄이 오자, 눈이 녹는 것처럼
제정신을 되찾았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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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게 아니야!!
그는 그 무렵의 자기자신을 부정하고...
그걸 알고 있는 나를 다정함으로 거절한거야...!!"

"..........."

라비, 새까만 머리에 잘 어울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나한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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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해져버린 그야말로,
내게 있어서는 아득한 존재였어.
점점 알 수가 없어졌지.
처음 만났을 무렵의 그가 차라리 더 성실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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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바닥이 보이지 않는 암흑의 빛을 속속들이 드러내는,
그런 그를 좋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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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그는, 절대로 닿을 수 없는 깊은 어딘가에...
전부 가둬버린거야."

겨울이 지나간 다이치의 상태를 정확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겨울의 다이치는 스스로 상태가 이상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걸 스스로 어떻게 하지 못하는 거죠.
그리고 겨울이 지나면, 그렇게 어둠을 자연스레 몸에 두른
또 다른 자기자신을 부정하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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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지키려고 그랬을지도 모르잖아?"

라비는, 어떻게든 쇼코가 가장 자괴적인 결과에 다다르지 않도록
자기 스스로도 믿지 못할 소리를 해봅니다.

"대체 무엇으로부터?
그것조차도 나는 알 수가 없어.
그걸 물어보는 것조차도 허락받지 못한거야..."

이젠 아예 자조를 하고 있는 쇼코.
라비가 가볍게, 그렇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말을 잇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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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 할 일도 있는 법이잖아."

"...나는...그와 같은 공기로 숨을 쉬고 싶었던 것뿐이었어."

쇼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게 얼마나 불가능한 것인지 안다는 표정으로
미소 짓습니다.

"응. 이해해..."

쇼코는 아마도, 이제야 자신의 마음에 결론을 지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다이치에게 다가설 수 없다는 것을.
라비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의 마음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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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석은 알고 있었어. 그래서 더욱 필요 없었던 거야.
쇼코.'

또 약간 뜻모를 소리를 혼잣말로 더하는 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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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난 못된 여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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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넌 좋은 여자야.
그러니까 울지 마."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울고 있는 여자아이를
말로만 달래는 라비.
미소가 필살기예요, 저 왕자.

"......."

"이제 곧 그 남자 여기 올 거 아냐. 그렇지?"

속을 다 꿰뚫어 보는 것처럼 말하는 라비에게
뭐라 말도 못하고 눈물을 그치는 쇼코.

"자아- 그럼 난 이만 물러나기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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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너무 그 남자 괴롭히지 말고."

마치 남의 일이라는 것처럼 그렇게 말하고,
길가던 참견꾼의 역할을 마치려는 라비.

그런 라비를 뭔가 신기한 것 보듯이
잠시 눈을 떼지 못하고 쇼코는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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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만 결국 이기지 못하고, 마음 속에 떠오른 생각을
슬쩍 입에 담아 봅니다.

"- 라비...?"

그 말에 검은 머리 헌팅남의 가면을 뒤집어쓴 토끼 왕자,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천연덕스런 표정으로
뒤를 돌아봅니다.

"에? 뭐? 지금 무슨 말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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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 그래? 그럼 안녕~♡"

그렇게 말하면서, 속으로는 '헉, 정말이지 무서워, 여자란!!!' 이라고
진저리를 치면서 라비는 잽싸게 쇼코의 곁을 뜹니다.
그리고 그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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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엑!!!'

바로 앞에서 다이치가 쇼코와의 약속 시간에 맞춰
다가오고 있는 걸 발견했거든요.
변장까지 하고 쇼코를 염탐하러 온 걸 알면
과연 다이치가 뭐라고 할지 알 수가 없지요.

허...쿨한 척 한 거 다 말짱도루묵.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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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싸게 다이치 앞쪽에서 방향을 바꿔서 다른 쪽으로 가보지만,
글쎄 저렇게 거동수상한 흑발미남이 어디 흔할까요.

"?"

별 생각 없이 시선을 돌렸던 다이치는,
어디서 많이 본 익숙한 모습에 눈을 크게 뜹니다.

'히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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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에는 쇼코가 기다리고 서 있고,
라비는 종종걸음으로 변장까지 하고 어딘가로 멀어져가고.

'들켰다아아아아아!!!!!!'

라비는 보노보노 땀을 흘리며 퇴각하고,
그 뒤에서 다이치는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며
대체 라비가 뭔짓을 한 건지 짐작할 수가 없어
괴상한 표정을 짓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래도 약속시간은 정해졌고, 쇼코의 뒷모습이 보이니
지금 당장 라비를 따라갈 수는 없지요.
더군다나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니 더욱이.









이번 리뷰는 여기까지입니다.
5권을 시신덴이 두 파트로 나누셨으니
저도 거기에 맞춰서 가겠사와요.

뒤쪽이 훨씬 짧으니
봐서 그건 근시일내에 다시.

5권은 흑발 왕자의 의미심장한 표정이 많이 나와
리뷰하는 저도 퍽 즐겁네요.
>ㅅ<///

그럼 다른 할 일을 좇아 저는 이만.
벅스에서 Lonely island 앨범 파네요.
잽싸게 사서 계속 듣고 있습니다.
아아, 너무 좋아...Iran so far가 없는 건 아쉽지만!!!
ㅠㅠ

기분만은 보트를 타네요.
그럼 좋은 밤들 되시기를~
쟈하라독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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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옮겨왔습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공지 꼭 읽어주세요. by 찹쌀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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