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전체 리뷰 라스트입니다.

(대본에서와의 대사 순서가 크게 바뀐 부분이 있습니다.
제 하찮은 기억에 의존한 것이니 양해 부탁드려요 :-))

 

 

 

씬 29/

무대가 회전한다.
원래 오두막이 있던 자리의 뒤편에 마련된 프랑켄슈타인의 집이 나타난다.
정확히는, 하나의 방이다.
방은 원형 회전 무대의 공간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벽에는 테라스의 창문이 여럿 있다.
왼편에는 침대가 놓여 있고, 등장인물들은 오른쪽에서 문을 열고 무대 뒤쪽에서부터 등장한다.

첫 장면은, 하인들과 엘리자베스가 술잔을 들고 결혼축가 노래를 부르며
엘리자베스의 방(혹은 앞으로 빅터와 엘리자베스의 침실이 될 방) 앞으로
들어오는 장면까지다.

'서약은 이루어졌고
매듭은 단단히 묶였네
화환은 신랑과 신부에게로
던져졌네

목소리를 드높여라
손에 든 잔을 들어라
그리고 축복하라,
프랑켄슈타인 가(家)를!'
(실제로 무대 위에서는 더 가사가 길었으나
제 막귀로는 대본의 힘을 빈 이것이 최종본 ㅠㅠ)

노래는 단순한 멜로디로, 흥겹다.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메이드 클라리스가 방으로 들어오고,
뒤에서 노래부르는 하인들을 무시하고
클라리스는 엘리자베스와 방에 들어오자마자 문을 쾅 닫아버린다.
문 뒤편에 남겨진 하인들을 무시하는 그 동작에 관객들은 웃는다.

두 여자는, 신혼 첫날밤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 이야기 가운데서, 프랑켄슈타인이 아직 한번도 엘리자베스와 동침한 적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키스는 고사하고 이야기조차 제대로 나누지 않는 약혼자가,
엘리자베스에게 혼전에 열렬한 구애를 했을 턱이 없기는 하다.
(또한 그 시대에 따른 도덕관 역시 처녀의 혼전 순결을 중시하고 있다)

엘리자베스는 빅터에게 아름다워보이고 싶다면서
클라리스에게 자신을 잘 꾸며달라고 하고,
클라리스는 신혼 첫날밤의 차림새로 그녀를 꾸며주면서
그림처럼 아름답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둘이 기도를 하고, 클라리스가 방을 나서려는데
갑자기 경비를 도는 하인들과 빅터가
속옷 바람이나 진배없는 엘리자베스의 방으로 성큼성큼 들어온다.
엘리자베스는 깜짝 놀라 두 팔로 상체를 감싸면서 '빅터!'라고 부르지만
빅터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하인들에게 보고를 요구한다.
테라스와 지붕에는 아무도 없으며, 호수 쪽에도 사람을 내려보냈다는 보고다.
놀란 엘리자베스는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여기에 경비를 세워뒀어. 문이라는 문 옆에 모두 경비를 붙여뒀지.'
엘리자베스는 신혼 첫날밤을 앞두고 너무나 뜬금없는 빅터의 행동에 설명을 요구한다.
'왜요?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말해줘요.'
그리고 빅터는 그제야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나는 진즉에 이 이야기를 당신에게 했어야 했어.'
엘리자베스가 동의하자, 빅터는 크리쳐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것은- 내 실험 가운데 하나였어, 엘리자베스.
당신은 이걸 믿기 힘들거야, 그리고 설명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해.
하지만 단순한 사실은- 나는 인간을 하나 만들었어.'

물론 엘리자베스는 이해하기 힘들어한다. 빅터는 다시 반복한다.
'내가 한 사람을 만들었다고. 그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에 성공했어.'
'뭐라고요?'
'내가 남자를 만들었다고!'
'생명을 불어넣어요? 당신 말인즉슨, 당신이 한 남자를 생명을 주었다는 건가요?'
'그래, 그를 내가 살려냈어! 내 창조물, 내가 그에게 삶을 주었어!'

빅터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엘리자베스에게 짜증을 내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위대한 과업에 대해서, 이 여자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업신여김이
슬쩍 엿보이기도 하는 옹졸한 짜증이다.
'당신의 창조물.'
엘리자베스는 그저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리고 빅터는 그 말투에서 엘리자베스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챈다.

'믿지 않는군.'
'아뇨. 아뇨, 믿어요. 당신이 창조물을 만들어내고 그에게 삶을 주었다고 말한다면,
그럼- 나는 믿겠어요. 물론.'
그렇게 말하곤 그녀는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깨닫지 못한 듯, 웃음을 터뜨린다.
'그게 뭔데요? 강아지 같은 거예요?'

빅터는 버럭 화를 낸다.
'아니, 기능하는 인간- 인간이란 짐승을 만들었단 말이야!'
엘리자베스는 침착하게 그 말을 받는다.
'이건 너무 터무니없어요. 당신이 일종의 창조물을 만들었다고요?
그래, 그게 뭘 어쨌다는 거죠?'
''그것'이 날 좇아와.'

거기까지 말을 들은 엘리자베스, 아무래도 빅터를 다독여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빅터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대화를 진행시키려고 한다.
'빅터, 다신은 지금 아주 아파요. 스코틀랜드에서 당신은 끔찍한 일을 겪었어요.'
물론 끔찍한 일이긴 했다.
다만, 그건 타인에 의해 휘말린 사고따위가 아니라 빅터 스스로가 완전히 주도한 끔찍함이었을 뿐이다.
엘리자베스는 아직 그것을 모른다.

'이것 봐. 여기에- 밖에- '그것'이 있어. 그리고 '그것'은 나를 파괴하고 싶어해!
나는 그것을 여기로 불러들였고, 이제 반드시- 그것이 나를 죽이기 전에 내가 그것을 죽여야 해!'
그 말에 엘리자베스가 반색을 하며 묻는다.
'무슨 말이죠? 여기로 불러들이다뇨?'
'나는 그가 여기로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내- 내-'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빅터. 엘리자베스가 그 뒷말을 잇는다.
'결혼식이요?'
바로 직전 씬에서, 빅터가 뜬금없이 아버지를 붙들고 결혼하겠다고 하는가 싶더니
바로 결혼식을 미끼로 썼다는 걸 여기서 알 수 있다.

'그 사람을 초대했다는 건가요? 빅터! 손님 리스트에 없었잖아요!'
아직도 사태파악을 잘 못하고 있는 엘리자베스에게, 빅터는 다시 소리를 버럭 지른다.
'엘리자베스! 난 심각해! 부탁이니 나를 좀 믿어줘!'
'당신이 일종의 몬스터를 만들었다는 걸 나한테 믿어달라고요?'
'그래, 나는-'

빅터는 갑갑해서 거의 내내 소리만 지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엘리자베스는 빅터에게 생각도 못한 것을 묻는다.
'왜요?'

'뭐라고?'
'왜, 왜 그러셨는데요?'
'그야 내게 완벽에 대한 꿈이 있었으니까.
나는 자연을 따라 그녀의 은신처로 살며시 따라가, 그녀의 비밀을 벗겨냈어.
나는 이 어두컴컴한 세상에 빛의 급류를 가져왔다고.
내가 했어, 엘리자베스, 바로 내가!'
엘리자베스는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빅터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자랑하느라 정신이 없다.

'당신의 천재성을 의심한 적은 없었어요.'
'내가 죽음을 눌렀어! 내가 해냈다고! 내가 살아있는 생명체를 만들어냈어!'
'하지만, 당신이 생명체를 만들길 원했다면-'
'그래, 바로 그거야! 그게 바로 정확히 내가 원했던 거야!'
빅터는 이제야 말이 통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엘리자베스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왜 제게 아이를 주지 않으셨죠? 우린 더 일찍 결혼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말하며 엘리자베스는 침대를 가리킨다.
빅터는 도리질을 한다.
'아니야, 아니야 그게 아니라-'

'이게 일반적으로 생명을 만드는 방법이잖아요, 빅터!'
'나는 과학 이야기를 하는 거야.'
엘리자베스와 빅터의 대화는 여기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두 사람의 사고방식 차이 때문이다.

'아니, 당신은 자존심 이야길 하고 있는 거예요!
당신은 신께서 하시는 일을 하려고 했어요.
그렇게 말했죠?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고요!'

'당신 안에서 나는 낙원을 찾아냈어. 하지만, 우린 이미 선악과를 맛보아버렸지.
되돌아갈 수는 없어.'
'당신은 자연의 섭리에 간섭해서 우리를 혼돈 속으로 이끌었어요.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거죠?'

엘리자베스는 교육을 받지 못해 언뜻 어리석은 듯 보이지만,
당시의 신앙심 깊고, 과학에 무지한 일반인을 대변하는 캐릭터와도 같다.
빅터가, 이 시대상에 반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빅터는 그 말을 듣고 권총을 고쳐들고 말한다.
'집 근처에 모두 경비를 세워뒀어. 난 내가 만든 이 괴물을 죽일 거야.
그리고 나서 돌아올게.'

엘리자베스는 뭔가 예감하기라도 한 듯 빅터를 잡는다.
'제발, 가지 마세요! 제 곁에 계셔주세요! 제발!'
물론, 여기서 말을 잘 들으면 빅터가 아니다.

'가봐야겠어. 엘리자베스, 당신을 정말로 사랑하기 위해 노력할게.'
'빅터!'
참 대사 하나하나가 찰지게 얄미운 빅터다.
6년 넘도록 기다려준 지고지순한 여자에게 결혼식날 한다는 말이 저렇다.

빅터가 거칠게 문을 닫고 나가버린 뒤,
엘리자베스는 침대 곁에서 객석 쪽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신께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급한 걸음으로 문으로 향하는데-
침대 안쪽에 숨어 있었던 크리쳐가 용수철처럼 튕겨져 튀어나와
엘리자베스를 거의 끌어안다시피 붙잡고 입을 막는다.




'비명 지르지 마! 나는 당신을 해치지 않아. 소리 지르지 마, 당신 도움이 필요하다.'
엘리자베스는 덜덜 떨고 있지만,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에 겨우 조금 진정한다.
그러나 돌발적인 스트레스 상황인지라 어깨는 계속 들썩이고 있다.
'내가 누구인지 짐작이 가?'
엘리자베스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인다. 객석 맨 뒤쪽에서 알아보기엔 힘들 정도로 살짝이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빅터가 아무 말도 안 해줬겠지, 안 그런가?'
다시 한 번 엘리자베스가 끄덕인다.
'비명 지르지 마. 지금 당신을 놓아주겠어.'

조심스럽게 크리쳐가 엘리자베스를 구속하고 있던 팔을 푼다.
그러나 크리쳐가 놓아준 뒤에도 엘리자베스는 공포에 압도되었는지 움직이지 않는다.

'뒤로 돌아. 나를 봐.'
엘리자베스는 크리쳐의 그 말에 아주 조심스럽게, 그리고 천천히 뒤로 돈다.
그리고 정말 무서운 것을 봤다는 듯이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부터 '히익' 소리를 내며
눈을 크게 뜬다.
크리쳐는 그런 엘리자베스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담담하기만 하다.
'나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요청할 게 있어.'

엘리자베스는 크리쳐에게 이름이 뭔지 묻는다.
그 말에 크리쳐는 기가 막히다는 듯 대답한다.
'내 이름? 내겐 과하다 못해 넘치는 소리로군! 그는 내게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았어.'

그리고 크리쳐는 엘리자베스에게, 자신의 머리를 만져보라고 한다.
머리카락이 없는 맨머리 위로, 엘리자베스가 조심스레 손을 뻗고
이윽고 맨살 위로 접촉이 이루어진다.
'무엇이 느껴지지, 엘리자베스?'
'온기요.'

그리고 나서는 크리쳐가 엘리자베스의 손을 잡아, 자신의 옷깃을 벌리고
왼쪽 가슴에 가져가곤 다시 묻는다.
'그럼, 여기는?'
'심장박동이요.'
'그래, 당신 것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말하며 크리쳐가 엘리자베스의 가슴 위로 손을 얹는다.
엘리자베스는 불편하다는 듯 됐으면 손을 좀 떼달라고 부탁한다.
거기서 평범한 여자와, 남자의 대화가 된 것만 같아서 관객들은 긴장을 풀고 잠시 웃는다.

'요청거리가 있다셨지요?'
'마담, 당신의 남편은 착한 사람이야. 하지만 그는 자기가 한 말을 지키지 않았지.
만약 당신에게 아이가 있다면, 그리고 그 아이가 나처럼 생겼다면 당신은 아이를 저버릴 거요?'

그 물음에 엘리자베스는 당치 않다는 듯이 강한 어조로 부정한다.
'전 절대 제 아이를 저버리지 않아요.'
'절대로?'
'결코.'
'얼마나 흉측하게 생겼는지는 상관없이?'
'전혀 상관없어요!'
엘리자베스의 곧고 상냥한 성품이 드러나는 단적인 대화다.

'그러나 당신의 남편은 나를 저버렸지. 그는 나를 버렸어.
왜냐하면 내가 이런 몰골이라서. 왜냐면,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니까.'
그 말에 엘리자베스는 만약 크리쳐가 빅터에게 이 말을 하고 싶은 거라면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한다.

크리쳐는 빅터가 침실로 오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엘리자베스는 그 말에 대답은 않고, 빅터가 자기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한다.
다시 한 번, 크리쳐는 빅터가 첫날밤인데 엘리자베스에게 욕망하지 않겠느냐고 묻지만,
엘리자베스는 불리한 사람 편에 마땅히 서야 한다는 말만 한다.
그리고 크리쳐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이에 크리쳐가 대답하기를-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어, 하지만 일단 태어났으니 살아가기 위해 싸워야지.
모든 삶을 소중해- 이런 나의 삶이라 해도!
그는 딱 하나, 내가 필요로 하는 것, 내가 결여된 것을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어겼어.
나느 친구를 원해! 그게 전부요.'

그러자 엘리자베스, 조금 전보다 조금 더 표정이 풀어지며 크리쳐 쪽을 본다.
'내가 당신의 친구가 될게요. 당신이 허락해준다면.'
그러자 크리쳐는 약간 놀랍다는 듯이 엘리자베스를 보며 되묻는다.
'정말 그래줄 거요?'
엘리자베스는 진심이다.
'당신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면...어디 우리가 뭘 할 수 있나 한 번 보죠.'

그러자 크리쳐는 자기가 뛰쳐나오면서 흐트러진 침대의 이불을 어설픈 동작으로 정리하며 말한다.
'나와 함께 앉아. 나는 당신을 해하지 않을 거야, 약속해. 나는 교육을 받았어!'
그 말에 다시 관객이 웃는다. 크리쳐가 나름 필사적인 것이 보여서일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잠시 크리쳐를 응시하다가, 이윽고 침대로 다가가 크리쳐 곁에 앉는다.

'놀라워요. 당신은 정말로 대단해요. 알고 있어요?'
이제 엘리자베스는 모든 경계심을 다 푼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내가?'
'그래요, 당신.'

확실히 크리쳐의 존재 자체는 기적이다. 놀랍지 않을 수가 없다.
그 말에 크리쳐가 '아마도 나 또한 천재라서 그렇겠지?' 라고 대답하자
다시 객석에서는 와르르 웃음이 터진다.
엘리자베스는 살며시 미소를 더하며 '아마 그럴거예요. 그럼, 당신은 뭘 잘하시죠?' 라면서
대화를 이끌어나가려고 한다.

'나는 융화의 예술에 능해. 나는 보고, 듣고, 배웠지.
처음에 나는 아무것도 몰랐어. 하지만 인간들의 방식을 나는 공부했지. 천천히 익혔어.
어떻게 파멸하는지, 어떻게 증오하는지, 어떻게 천박해지는지, 어떻게 굴욕감을 주는지.
그리고 나의 마스터의 발 아래서, 나는 가장 높은 수준의 인간들의 기술을 배웠지.
다른 생명체들에게는 없는 기술- 나는 마침내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지 익혔어.'

그 말에 엘리자베스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말의 내용이 아무래도 점차로 위험해지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거짓말?'

크리쳐는 침대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간다.
엘리자베스가 뛰쳐나갈 것을 예상하고, 그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미리 도주로를 막아버리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밤에 나는 누군가를 만났지- 완벽해.
나를 이해하려고 해 줘서 고맙소. 하지만 그는 약속을 어겼어.
그러니 나 또한 내 약속을 어길 거요. 진심으로 미안해, 엘리자베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죠?'
그렇게 말하곤,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는 엘리자베스.
이미 도주로가 막혔다는 것을 깨닫고 불안하게 두리번거린다.
길은 없다.

그럼에도 있는 힘껏 달려서 일단 크리쳐의 마수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엘리자베스.
'빅터!'
비명을 지르며 문으로 달려가보지만, 크리쳐에게 붙잡힌다.
크리쳐는 우악스럽게 그녀를 침대 위로 끌고 간다.
(실제로는 원심력으로 거의 회전해서 사뿐하게 침대 위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싫다고 울부짖으며 거부하는 엘리자베스를 깔아눕힌다.
엘리자베스의 머리는 침대 발치, 즉 객석 쪽으로 향해 있고
크리쳐의 몸은 정면으로 객석을 바라보고 있다.
그 상태에서 크리쳐가 엘리자베스의 가느다란 두 다리를 벌리고,
파고드는 동작을 한다. 엘리자베스의 저항은 미약하지 않지만 효과는 없다.

그리고 크리쳐가 막 엘리자베스에게 삽입한 직후,
빅터가 침실로 뛰쳐들어온다.
'엘리자베스!'
크리쳐가 앞뒤로 몸을 움직인다. 엘리자베스는 더욱이 오열하고,
빅터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엘리자베스의 울부짖음을 듣는다.

곧 크리쳐가 절정을 맞고, 몸을 빼내는 동작을 한다.
엘리자베스는 거의 실신 직전인듯, 크리쳐가 그녀의 머리를 붙잡는데도
거의 저항이 없다.

빠직.
가느다란 뼈가 부러지는 효과음이 소름끼치게 무대 위에 울려퍼지고,
엘리자베스의 목이 크리쳐의 두 손 안에서 돌아간다.
엘리자베스의 몸이 힘없이 그대로 침대 위로 널브러진다. 죽었다.

크리쳐는 엘리자베스의 드러난 두 다리를 긴 치맛자락으로 덮는다.
그리고 빅터 앞으로 간다.
총을 가진 빅터는, 크리쳐를 쏘려고 한다.
'해 봐. 날 쏘라고!'

그러나 빅터는 쏘지 못하고 망설인다.
크리쳐는 그 찰나의 순간, 빅터가 자신을 쏘지 않을 것임을 알아차린다.
죽여주지도 않는 것이다.
곧 사람이 들이닥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빅터가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의 손에 죽을 가능성도 있다.
크리쳐는 그대로 창문을 통해 달아난다.

곧이어 하인들과 클라리스, 무슈 프랑켄이 들어온다.
엘리자베스를 되살려내겠다며 어서 시신을 옮기라는 빅터의 명령에
클라리스는 빅터가 미쳤다고 한다.
그러자 빅터는 도리어 화를 내며,
'난 안 미쳤어! 내겐 네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 힘이 있어!
감히 내가 미쳤다고?!'

남들이 보기에 그런 빅터의 분노는 전혀 정당하지 않다.
정말로, 그저 미치광이일 뿐이다.
무슈 프랑켄슈타인조차도 더는 못 참겠다며 그 광태에 분노한다.

빅터는 그런 주변 사람들 따위 내 알바 아니라는 듯
창가로 다가가 달아난 크리쳐에게 들으라고 외친다.
'너! 뒤를 돌아보면 언제건 내가 있을 거다!!'
진정 크리쳐가 바란대로의 행동양상이다.

보다못한 무슈 프랑켄슈타인은 하인들을 시켜 빅터를 억누르라고 한다.
'대체 뭘 한 게냐? 처음엔 윌리암, 이젠 엘리자베스.
온 사방에 죽음뿐이로구나! 네 정신은 어지럽혀졌다, 그건-'

그러나 빅터는 이런 상황에조차 그 말에 반대한다.
'내 정신은 우수해요!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나다고요!'
무슈 프랑켄슈타인은 빅터를 한 대 치려는 듯이 손을 들지만, 곧 내린다.

빅터와 하인들은 퇴장하고, 클라리스와 무슈 프랑켄슈타인만이 남는다.
자신이 낳은 자식이 무슨 짓을 한 건지에 대해 한탄하는 아버지.
클라리스는 당신께선 최선을 다 하셨다고 위로하지만, 무슈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실패했다고 말한다.

 



 

씬 30 - 최종장 /

원형 무대의 뒤쪽, 반달형이 그 아래쪽으로 빠져있어 시커먼 균열이 보인다.
지금까지중에 가장 가짓수가 많은 옷가지를 걸친 크리쳐가 천천히 무대 위로 등장한다.
살을 에일듯한 찬 바람소리가 관객들의 귀에도 들려온다.
뭉게뭉게 무대 위로 깔리는 연기는 닿기만 해도 시릴 것처럼 느껴진다.
그보다 한층 더 냉랭한 목소리로, 크리쳐가 입을 연다.



'나의 마음은 암흑처럼 깜깜하고, 악취가 풍긴다.
내 정신은 한때 아름다움에 대한 꿈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복수가 들끓고 있는 용광로일 뿐!
3년 전에 태어났을 때, 나는 햇볕을 즐기며 웃었고 새들의 지저귐에 울었다.
세상은 그저 내게 풍요로운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눈과 서리로 가득찬 쓰레기로구나.'

그렇게 말하곤 크리쳐는 바닥에 등에 맨 자루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거기에 들어있던 접시와 술병, 와인잔과 고기를 꺼내어 가지런히 놓는다.

'아들은 아버지가 되고, 주인은 노예가 된다.
나는 타타르와 러시아를 지나, 흑해를 가로질러 그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나는 그를 이 얼음판 위로 불러들였다.
우리니 북으로 향했다. 언제나 북쪽으로.
그의 개들은 죽었고 그는 모든 생필품들을 다 소진했다.
하지만 우리 둘은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계약을 맺었지.
그는 살아있는 한 나를 파괴해야만 하고, 나는 그를 이끌어야 한다는!'

그리고는 몸을 돌려, 텅 빈 공동을 향해 소리친다.
'프랑켄슈타인! 오라!'

가라앉아 있던 검은 공간의 무대가 위로 올라오며 무대 전체의 바닥이 채워진다.
온몸에 서리가 내려앉아 얼어버린 듯한 프랑켄슈타인 등장.
그러나 움직임은 매우 느리고, 한걸음 앞으로 걷는 것조차 힘겨워보인다.
그야말로 실신 일보 직전이란 느낌을 준다.
빅터는 썰매를 끌고 있는데, 겨우 한 걸음 앞으로 옮기자마자 풀썩 그 자리에 쓰러진다.

'왜 그러지? 오, 추운가?'
빅터를 보면 무대가 정말 북극처럼 느껴지는데, 크리쳐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왜냐면 크리쳐는 방정맞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움직임이 가볍기 때문이다. 연신 폴짝인다.
그리고 쓰러진 빅터를 주욱 끌고 와 음식 앞에 대령시킨다.

'이리 와, 위대하신 탐험가여! 봐- 음식이 있다. 바다표범 고기!
탐험가들의 음식이지!'

조금 전에 크리쳐가 바닥에 꾸린 것은 빅터를 위한 식탁이었던 모양이다.
새빨간 고기는 전혀 식욕을 돋우게 생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빅터는 개의치 않고 얼굴을 파묻고 몇입을 힘겹게 베어문다.
상당히 오랫동안 굶주린 것 같다.

'너는 힘을 원했지. 자기자신을 봐. 스스로를 보라고.
왜 나를 범죄자 취급하지?'

그 말에 빅터가 고개를 쳐들고 겨우 이 씬에서의 첫 대사를 입에 올린다.
답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너는 내 아내를 죽였어!'

그러나 그 거센 비난에도 크리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너도 내 아내를 죽였지.'
'네가 초래한 결과야!'
솔직히 이쯤되면 무대를 뛰쳐 올라가 빅터의 멱살을 붙잡고 싶어지는데,
크리쳐의 대사가 이어진다.

'내가? 어떻게? 내가 뭘 했지? 내가 나를 만들어달라고 부탁이라도 했나?
내가 오물들을 그러모아 날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던가?
나는 남들과 다르지, 그리고 그걸 스스로 잘 알고 있고!
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저 '누군가'가 될 수 없지?
왜 인류는 나를 혐오하지?
내게 동정심을 보여준 건 엘리자베스뿐이었다.
사랑스런 엘리자베스, 나는 아직도 그녀의 입술을 기억한다, 그 딸기같던 입술...
난 여전히 그녀 가슴의 온기를, 허벅지를 기억한다...'

빅터는 바둥거리지만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는 듯 이윽고 축 처진다.
'일어나! 가야지, 극지로! 새로운 발견을 해내야지!
뭐라고 했었지? 세상이란 어둠에 빛을 가져왔다고 했었지?! 가야지! 북쪽으로!'

빅터 주변을 가벼운 걸음걸이로 뱅뱅 돌며 목소리를 높이는 크리쳐.
그러나 빅터는 여전히 꼼짝도 않는다.
'마스터?'

크리쳐는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는지 빅터 곁에서 자세를 낮추고 말을 건다.
'벌써 죽어버렸단 소린 하지 마. 마스터?
이제 더 이상은 기력이 없어? 왜, 우린 시작부터 힘겨웠잖아!'
그리고 아예 빅터 곁에 마주보고 누워버린다.

'날 두고 가지 마. 날 혼자 두지 마! 당신과 나, 우린 하나야!'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저릿해질 정도로 절박한 대사다.
그리고 여전히 대답없는 빅터에게 크리쳐는 급한 어조로 말을 건넨다.

'당신이 살아있는 동안은 나도 살아. 당신이 가버리면, 나도 가야 해.
마스터, 죽음이란 뭐지? 대체 어떤 느낌이지? 내가 죽기는 하나?
여전히 빅터는 미동도 않는다. 크리쳐의 두려움이 급증한다.

'나는 우리가 하이킹을 가는 걸 꿈꿨었어.
함께 산책하고, 이야기를 나누길 원했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하는지, 어떻게 여자에게 구애하는지.
내가 당신을 찾아낸 뒤로, 당신은 내게서 등을 돌리기만 했어!
왜 나를 돌아보지 않는 거지?!'



서글프다. 구슬프기 짝이 없는 독백이다.
크리쳐는 몸을 일으켜 빅터의 상체를 약간 들어 안고,
그 이마와 뺨에 입을 맞춘다.

'오, 프랑켄슈타인. 내 잔인함을 용서해 줘. 제발 날 용서해.
나는 계속해야만 했어, 멈출 수가 없었어.
달이 나를 비추고 있어. 저 고독한 달이!
우린 오로지 앞으로만 나아갈 수 있었지. 우린 되돌아갈 수가 없었어.'



그렇게 말하며 크리쳐는 몸을 일으켜 주섬주섬 술병에서 술을 잔에 옮겨 따른다.
'마스터! 마셔, 좋은 와인이야! 제발 마셔!'
그리고 그것을 빅터의 입가로 흘려넣는다.
그러나 입술로 들어가는 것보다도 밖으로 흘러내리는 양이 더 많다.
이미 빅터의 영혼은 그 몸을 떠난 것처럼 보인다.

'내가 원한 건 당신의 사랑이었어. 나는 내 모든 마음을 다해 당신을 사랑했어.
가여운 나의 창조자여.'
목소리에는 물기가 섞여있다. 금방이라도 끄어어, 하고 비통한 울음이 터져나올 것만 같다.

 




그리고 그 순간에 기적처럼 빅터가 재채기를 한다.
와인이 식도로 흘러들어갔던 모양이다.

'마스터! 당신은 날 사랑해! 날 사랑한다고!'
빅터에게서 떨어져 다시 폴짝 폴짝 뛰는 크리쳐는 기쁨에 젖어있다.
빅터가 죽지 않고 살아남으로서, 크리쳐는 혼자가 아니게 되었다.
고독의 비탄에 잠기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크리쳐는 그 어두운 기쁨을 어린아이처럼 표현한다.

빅터는 아주 약한 목소리로 조그맣게 말한다.
'난 사랑이 무언지 몰라.'
크리쳐는 한껏 고양된 목소리로 신이 나서 대답한다.
'내가 가르쳐 줄게!'

여기서 빅터는 처음으로, 크리쳐가 진정 감정을 가졌다는 것을 납득했다는 듯한 말을 입에 담는다.
'그래. 네가 나보다 더 잘 알지. 너는 영혼을 가졌고, 나는 아닌가.'
'나는 몰라! 토론해보자!'

빅터는 죽음의 직전까지 갔기에, 무언가 달라진 듯하다.
어쩌면, 2년이라는 시간동안 크리쳐를 내내 좇으면서
그 안에서 무언가가 변했는지도 모른다.
이전의 빅터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 같은 대사를 읊는다.

'내가 가졌던 사랑의 모든 기회들을, 나는 날려버렸엇지.
모든 인간적 따스함들을 내가 조각내버렸어. 내가 이해한 건 혐오뿐이야.
공허, 절망, 나는 오래 전에 끝장나 있었어.
하지만 네가 내게 목적을 주었지.'

빅터는 스스로에게 결함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기 자신이 인간적일 수 있는 기회를 포기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너, 내가 요구한다. 가라. 걸어가! 너는 파괴되어야만 해.'

그 말에 크리쳐는 잠시 암담한 표정을 짓는다.
빅터는 살아있지만, 그의 내부 또한 큰 변화를 겪었지만-
그럼에도 빅터는 크리쳐가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여주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평생. 절대로.
크리쳐는 짧은 순간 그것을 이해하고, 수용한다.

그들에게는 이 길밖에 남아있지 않다.

크리쳐는 잠시 침묵하다가, 덩실덩실 춤을 추듯이 스텝을 밟으며
다시 회전하기 시작하는 무대 위에서 움직인다.
'좋아. 바로 그 정신이야! 내 비참한 삶에 끝을 선사하라고!
가라! 북으로!'

크리쳐의 대사와 함께 무대에서 잠시 사라졌던 연기가 다시 자욱이 피어오르기 시작하고,
OST가 점점 더 크게 울려퍼진다.
크리쳐는 덩실덩실 춤을 추듯이, 돌아가는 무대 위에서 움직여
무대 뒤쪽으로 간다.

무대 정면 뒤쪽의 문이 크게 열리는데, 그 안쪽은 온통 하얀 빛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앞에 무엇이 더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빅터는 그 앞으로 힘겹게 몸을 일으켜 무대 뒤편의 빛,
크리쳐를 향해 썰매를 끌고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한다.

이윽고 두 사람이 무대 바깥쪽 문 밖으로 다 사라지고,
문이 닫힌다.
연기와 함께 음악도 끝을 맺는다.

그렇게 결론 아닌 결론을 내린 채로, 극은 결말에 다다른다.















전체 리뷰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이제 이후에 정리할 것은...

- 벤크리쳐 / 조니빅터 - 벤빅터 / 조니크리쳐 각각 객석에서 본 느낌의 차이

- 가까이에서 본 연극은 이러했다 및 무대 뒤에서 친구들과 나눈 벤벤 이야기

- 플북과 함께 캐릭터 소개 (할까말까 미정)

...이렇게네요.



참- 그리고 마지막 씬에서 중요한 대사라 뺄 수는 없었는데, 제 영어 실력으로는 해석이 안 되는
그런 슬픈 문장이 있었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의역을 넘어서 심각하게 오역인 듯해서 이것만 일단 따로 적습니다.
(어디 이것 하나뿐이겠느냐마는...)

위에서 제가 '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저 '누군가'가 될 수 없지?' 라 해석한 부분의 원문은
'Why can I not be who I am?' 입니다.
(혹시 바른 번역을 알려주실 존잘분이 계시면 점핑 절합니다. ㅜㅜ)

그럼 이렇게 제 전체 무대 리뷰는 끝을 맺습니다.
다들 상쾌한 아침 맞고 계시기를...



:






*나날이 의역이 쩔어갑니다.
틀림없이 제게 강같은 오역도 흐릅니다.
도와살려주십시오.






씬 26 /
마지막으로 크리쳐와 빅터가 대화를 나눈 얼음산보다 더 기온이 낮아보이는 곳으로
배경이 바뀌어 있다.
배우 세 명이 무대 위에 등장하는데, 두 명은 그 지역의 현지인이고 한 명은 빅터다.
현지인 중 나이가 있는 쪽은 이완, 어린 쪽은 그 조카인데 랩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끔찍한 바람이 부는 것을 표현하듯 음향효과로 칼바람 부는 소리가 들려오고,
세 남자는 몸을 숙인 채로 앞으로 힘겹게 나아간다.

빅터가 여기 날씨는 항상 이러냐고 묻자, 랩은 이게 퍽 좋은 날씨라고 답한다.
객석에서 너털웃음이 터진다.
이완은 빅터에게 여기가 살기에 썩 좋은 환경은 아닐텐데 괜찮겠느냐고 묻자
빅터는 자기가 하려는 일에 안성맞춤이라 답하며, 음식을 좀 가져다줄 수 있겠느냐 묻는다.

이완이 음식을 갖다주는 거야 가능하지만 고기 따윈 없고, 생선이 전부라고 대답하자
랩이 달걀이며 귀리 비스킷, 순무 등의 음식을 더 댄다.
착하고 순박해보이지만 약간 얼빠진 청년이다.

겨우 오두막에 들어선 세 사람.
빅터가 짐을 저쪽으로 내려놔달라고 부탁하며, 이완에게 석 달치 오두막 대여료를 내민다.
그러면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해주겠다면 더 많은 돈을 주겠다고 유혹한다.
이완은 그게 무엇이냐고 묻는다.

빅터는 자신의 전공이 인체 해부라며, 연구를 진척시키기 위해서 여러 재료들이 필요하다 밝힌다.
더불어 이것이 대학내에서는 다소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공리를 위한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 말에 랩은 '듣기에 썩 안 내키는데(Oh, I don't like the sound of that)'라고 답하는데,
마지막 the sound of that은 거의 sun-da-da 로 들리는 특이한 발음이다.
그 어조가 하도 독특한 탓에, 객석에서는 다시 웃음이 터진다.

그러나 랩에 비해 물욕이 있어 보이는 삼촌 이완은 빅터에게 그게 뭐냐고, 합법적인 거냐고 묻는다.
빅터는 이곳이 법과는 참으로 멀리 떨어진 곳이며, 밤은 어둡다며 암시적인 말을 한다.
합법일 리가 없다.

이완이 정확히 원하는 게 뭐냐고 묻자, 빅터는 기다렸다는 듯이 인체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 말에 랩이 다시 또 도굴이라며 난리를 친다. 이 연극 전체의 유일한 개그 캐릭터인 듯하다.

우리는 기독교인들이라 그런 것은 꺼려진다는 듯 이완이 말하자,
빅터가 죽은 이들은 죽은 이들일 뿐이고, 그들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고 타이른다.
또한 재능이 있는 이들-물론 빅터 자신을 뜻한다-에게 할 일을 할 수 있게만 해주면
그게 얼마나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상상이나 가느냐고 한다.
질병과 아픔에서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랩은 여전히 겁에 질려서, 이건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빅터의 옆에서 떨어져 삼촌 이완의 뒤로 숨어버린다.
그러나 이완은 이미 빅터가 원하는대로 해주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다.

빅터는 질병으로 죽지 않은 젊은 여자의 시체가 있느냐고 묻고,
그녀가 이완의 친척이 아닌지, 외모는 어땠는지를 묻는다.
그녀의 시체는 그야말로 빅터가 원하던 정확히 그것이었고,
당장 그들은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씬 27 /
깊고 어두운,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이다.
무대 맨 앞에 튀어나온 곳에서 이완과 랩이 시체를 도굴하고 있다.
둘은 힘겹게 시체를 무덤에서 끌어내어 빅터 앞에 가져다 놓는다.

빅터는 재료가 도착하자, 이게 시작이라며 정기적으로 장기 또한 가져다주길 바란다 하자
또다시 랩이 '자앙기?(o-rgan?!!)'이라며 기겁을 한다.
이안이 그런 그를 호통치듯 타이르며 그냥 개밥으로 주는 고기 아니냐고 한다.
그리고 무대에서 셋은 사라진다.

한편, 객석으로 이어진 통로에서 크리쳐가 등장한다.
그는 무대에 오르지 않은 채로 객석에서 비통하게 홀로 중얼거린다.
'나는 이렇게 만들어진 건가?'
그 울림은 서글프다.

'젖은 흙에서 한밤중에, 도굴해서? 개에게나 줄 고기로 만들어졌다고? 이건 역겨울 지경이야!
그는 이 오물에서 아름다움을 빚어내 내게 줄 거란 말인가? 그리고 나는 죽음의 악취인 그녀를 원하게 되고?'

분노가 느껴지는 참담함이다.
자신이 만들어진 과정을 본다는 것은, 비단 크리쳐만이 아니라
모든 생물에게 있어 그리 아름다운 장면만은 아니다.
보든 생명체는 피와 채액, 온갖 오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나는 지식에 목말라있었다. 하지만 더 배울수록, 나는 더 이해할 수 없게 돼. 바보처럼! 어린애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의문도 품지 않았던 그때가 더 나았어.
바람처럼 빙글빙글 돌며, 숲속에서 울부짖던 그때가 더 나았다고!'

그리고 크리쳐는 무대 뒤편으로 사라진다.







씬 28 /
오두막 안, 늦은 밤 시각으로 추정된다. 빅터는 여성 크리쳐를 만드는 데 몰두하여 작업중이다.
오두막 한가운데, 무대 중앙에는 맨 처음 크리쳐가 태어났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고무인지 얇은 가죽막이 둥글게 둘러쳐져 있다.
그 안에는 머리카락이 긴 여성이 십자가에 매달려 늘어진 듯한 실루엣이 비쳐보인다.

그러다 문득 오두막 밖에서 사람의 인기척과 노크 소리가 들린다.
빅터는 급히 그 가죽막 위로 천을 뒤집어씌운다. 누가 보지 않도록.
'들어오게!'

들어온 것은 이완이었다. 이완은 또 무언가를 보따리에 가져와서 바닥에 둔다.
그리고 빅터는 드디어 모든 연구가 끝났음을 이완에게 알린다.

'곧 이 섬을 떠나실 건가요?'
'그래, 곧.'
'제가 괜찮은 서비스를 제공해드렸습니까?'
'아주 훌륭했다네.'
'음식도 괜찮으셨구요?'
'음식들은 믿기지 않을 정도였네.'

unbelievable이 가진 중의적 의미에 관객들은 또 웃음을 터뜨린다.
빅터는 실험의 결과물에 흥미를 갖는 것처럼 보이는 이완에게 돈을 건네주고 이만 가라고 한다.
이완은 순순히 돈을 받아들고 자리를 뜬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에 몹시도 피로해진 빅터.
오두막 안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하나씩 있는데, 빅터가 그 의자에 걸터앉는다.
피로한 듯 잠시 눈을 감는데, 갑자기 이완이 가져온 자루가 꿈틀대기 시작한다.
그리고 거기서에서 죽은 윌리암이 튀어나온다.
빅터는 지금 꿈을 꾸고 있다.

기절할 정도로 놀라서 의자를 넘어트리며 뒤로 크게 물러서는 빅터.
윌리암은 천진난만하게, 대체 어떻게 한 거냐고, 자기에게도 그 비밀을 알려달라 조른다.
빅터는 거만한 연구바보답게 어린 윌리암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학교에서 너무 따분했다는 것, 진정한 과학자들은 연금술사들이었다는 것,
죽은 살에 어떻게 생명을 불어넣을 생각을 했는지, 화학-기술적인 단어를 써가며
윌리암에게 설명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크리쳐를 만들게 된 궁극적인 심정을 들려준다.

'나는 창연(금속원소)과  안티몬 사이에 생기는 전기를 보고,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지.
삶의 원칙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 삶의 실질적인 불꽃은 대체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

윌리암은 프랑켄슈타인 집안에서 건실하게 자란 아이답게 대답한다.
'신이 내리시는 거지.'
그러나 빅터의 생각은 다르다.
'그렇지, 그렇지만 그게 오로지 신만 내릴 수 있는 걸까?'

윌리암은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빅터는 또 이미 윌리암의 말을 듣고 있지 않다. 자기 말을 할 뿐이다.
'인간이 신이 될 수는 없는 걸까?'
윌리암은 다시 모르겠다고 한다.

결국 빅터는 인간이 신이 되기 위한 방법.
살아있는 생명체, 삶 그 자체를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에 크리쳐를 만들게 된 것이었다고 밝힌다.

'나는 그 누구도 도달하지 않은 곳까지 떠나 봤어. 나는 내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궁금했다.
내가 인간을 창조할 수 있다면, 살아있는 사람을 말이다!
나를 봐, 지금 내가 내뱉고 들이쉬는 게 바로 신의 숨결이야!'

스스로를 신이라 여기는 오만함.
지금 그는 윌리암의 죽음으로 그 방만함의 대가를 치르고도 이런 비뚤어진 소리를 계속하고 있다.
그렇게 자아도취되어 떠들고 있는 빅터를 놓아두고, 윌리암은 슬쩍 여성 크리쳐가 있는 천막을 들추어본다.
그리고 묻는다.

'그들은 그럼 복제를 하겠네?'
생각도 못한 윌리암의 말에 빅터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뭐?'라고 대꾸한다.

'여성형에게 자궁이 있다면? 아이를 낳겠지? 얼마나 빨리 낳지?
주기는 얼마나 돼? 한 번에 몇이나 태어나? 50? 100? 1,000?'
그제야 윌리암이 하는 말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챈 빅터.
그러나 꿈속의 윌리암은 말을 그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다시 또 아이들을 낳겠지? 그들이 형의 명령을 들을까?'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형, 형은 그들의 왕이야. 그것들은 형이 말하는대로 하겠지.
아니면 더 안 좋아질 수도 있겠고? 나를 죽인 '그' 처럼 말이야.'

오두막의 지붕 위쪽에서 갑자기 '프랑켄슈타인!' 이라고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함께
크리쳐가 등장한다.
인간보다 월등한 신체조건에 타당성을 부여하고자 함인지
일반적으로는 발을 디디기 힘든 장소에서 크리쳐는 곧잘 내려오고 올라간다.

윌리암은 삽시간에 무대 저쪽으로 사라져버린다.
빅터가 꿈에서 깨어난 것이다.
'그녀는 어디 있지?'
'여기 있다.'

크리쳐는 여성 크리쳐의 실루엣을 보고 마음이 급해졌는지
허둥대는 것처럼 꿈틀대며 소리친다.
'어서 내게 그녀를 보여줘, 천재여!'
그러나 빅터는 조금 전 꾼 꿈에 마음이 심난해진 탓인지 심기가 좋지 않다.
'기다려!'
크리쳐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빅터.

크리쳐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얌전하게 굴겠다는 듯 주춤주춤
오두막 왼편에 놓인 나무상자 위에 걸터앉는다.
그러면서도 조바심이 나 못 견디겠다는 듯 실루엣 너머의 그녀와,
그녀를 데리러 들어간 빅터를 기웃거리느라 정신이 없다.

곧 음악이 깔리고, 처음으로 완성된 여자 크리쳐가 빅터의 손을 잡고
무대 한가운데에 있는 천막 안에서, 오른쪽으로 나와 모습을 드러낸다.
검은 머리카락은 쇄골보다 약간 긴 정도이고, 알몸에 군데군데 흉터는 남아있지만
창백한 피부의 그녀는 몹시도 아름답다.
크리쳐의 꿈속의 그녀보다도, 더-(같은 배우다)

'아름다워!'
크리쳐는 자연스럽게 감탄성을 흘린다.
자신이 사랑하게 될 여자,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해줄 여자가
이렇게 아름답기까지 하다니!
물론 외모야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만, 크리쳐는 자신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졌다는 생각 때문인지
거의 넋을 놓고 있다.

'그렇지.'
빅터의 대답에 크리쳐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피부를 조심스럽게 만져본다.
외설적인 느낌은 없고, 신기해하는 것돠 더불어 경배에 가까운 감탄만이 느껴진다.
'정말 섬세해! 머리카락, 팔- 엉덩이의 곡선까지도!'
여성형 크리쳐는 아주 약간의 미동이 있을 뿐이다.
아직까지 가장 중요한 '정신'적인 부분이 채워지지 않은 듯하다.

'그녀는 완벽해. 완벽한 아내지.'
그렇게 말하며 빅터는 크리쳐를 지나쳐 오두막 왼편으로 움직인다.
완벽이라는 말에 또 기쁨을 느꼈는지 '나는 너를 존경한다!' 라고 외치는 크리쳐.
그러나 빅터는 뜻밖의 말을 한다.
'너에게 그녀를 줄 수 없다.'

그 말에 기뻐 날뛰던 크리쳐가 잠시 얼이 빠진다. 그리고 묻는다. '왜?'
빅터는 이렇게 대답한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내가 어떻게 알지? 내가 이 여자를 살아나게 하면?
나는 네가 그렇게 나타날지도 몰랐어. 너희들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가 될지-
내가 이 여자에 대해 뭘 어떻게 알 수 있지?'

크리쳐는 빅터의 말에 필사적이 되어 그를 설득하려고 한다.
'Sir, 만약 가능하다면, 난 내 추한 근본을 극복할 생각이다.
그리고 합리적인 사람으로 변하겠어. 그녀, 내 아내도 그렇게 할 수 있고.'

빅터는 계속해서 부정적인 가능성만을 제시한다.
'만에 하나, 그녀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니, 그렇게 하게 될 거야. 내가 그녀에게 도덕이란 걸 가르치겠어.
눈먼 노인이 나를 가르친 것처럼-'
'하지만 넌 멀리 떠나서 살겠다고 맹세했지.
그녀가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을 더 좋아하면 어떻게 할 셈이지?'
'그녀에겐 선택권이 없어. 우린 아르헨티나로 간다.'

어떻게든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려는 하는 크리쳐를, 빅터는 더욱이 몰아붙인다.
'그녀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그녀를 만들어내버린 것을, 그녀가 받아들이기 거부하면?!
이봐, 머리를 쓰라고!'
마지막 문장은 거의 호통에 가깝다.
크리쳐가 어쩔 줄 몰라하기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빅터는 더욱 말을 퍼붓는다.

'그녀는 아마 널 거부할 거야. 그녀는 네 모습을 혐오할 거라고!
그녀는 아마 널 보자마자 바로 도망칠 걸! 그녀는 사람하고 살고 싶다고 할 거야,
너같은 괴물 나부랭이가 아니라!'

그 말에 크리쳐가 울부짖듯 외친다. '너는 잔인하기 짝이 없어! 그만해!'
빅터가 다시 여성 크리쳐에게 접근해서 그녀의 머리카락과 뺨을 어루만지기 시작한다.
크리쳐는 그것을 오오, 라면서 손을 뻗지만 감히 나서서 어떻게 하지는 못한다.
'봐. 아주 아름답고 몸매도 빼어나지. 안 그래?'

그렇게 말하고 빅터는 그녀에게 살며시 입을 맞춘다.
'이 여자의 뺨을 봐. 입술을, 가슴을 보라고! 누군들 이 가슴에 욕망을 품지 않겠느냔 말이다!
만약 그녀가 너를 떠나버리면? 그녀가 다른 누군가를 찾으면?
네가 유일하게 침대로 데려갈 수 있는, 너의 유일한 동종(同種)에게 버림받으면,
대체 네 마음이 어떨까? 넌 대체 어떻게 반응할까?'

크리쳐는 오열하듯 외친다. '그녀가 나를 떠나면, 난 미쳐버릴거야!'
거의 짐승의 울부짖음이나 다를 바가 없을 정도로 격하다.
'그건 네가 무릅써야 할 위험이지. 안 그래?'

하지만 크리쳐는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빅터가 제시하는데도
결코 꺾이지 않는다.
'아니,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왜냐면 나는 그녀에게 경배를 바칠 거니까!
그녀에게 헌신할 거야! 그녀는 절대 나를 떠나고 싶어하지 않게 될 거야!'

그 말에 빅터의 목소리도 톤도 드디어 평상시의 그것으로 돌아온다.
'그럼 그건 내가 떠안아야 할 위험부담이라는 거군.'
'그래야지! 그럼!' 크리쳐가 열광적으로 대꾸한다.
그리고 다시 여성 크리쳐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쓰다듬어 보고는,
빅터에게 말한다. 목소리에는 더할 나위 없는 애절함이 묻어난다.

'그녀는 내 거야. 제발. 부탁이야.'
'그녀를 네가 지키겠다는 거지?'
'그래, 물론이지. 그 누구도 그녀에게 위해를 가할 순 없을 거다.
내가 있을 테니까.'

'너는 지금 네가 그녀를 사랑할 거라는 거지?'
'그렇다!'
'사랑이란 누가 누구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야.
마찬가지로 누가 누구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지.
네가 네 영혼 깊숙한 곳으로부터 그걸 느끼거나, 혹은-'
빅터가 이끌어내고자 하는 답이 무엇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오, 마스터! 난 사랑해! 난 그녀를 사랑한다고! 사랑해!'
그 말에 빅터가 다시 또 확인하듯 묻는다.
'그러니까- 넌 지금 네가 영혼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거지?'
'그래! 제발 나를 믿어줘!'

'어떤 느낌이지, 사랑에 빠진다는 건?'
빅터의 그 말에, 크리쳐는 마치 누가 그걸 물어봐주길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더할 나위 없이 쾌활하고 발랄하게 두 팔을 벌리고 무대 위를 폴짝폴짝 뛰며 답한다.
'삶이 내 안으로 용솟음치고, 내 구강으로 흘러드는 것과 같고,
폐는 불이 붙은 것처럼 뜨겁고, 심장은 망치로 두들기는 듯해!
그건 마치- 내가 이 세상 모든 걸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야!
세상 모든 걸, 다!
(It feels like I can do anything in the world! Anything in the world!)'

마지막 대사에서는 하늘로 두 팔을 치켜들고 빙글빙글 돌기까지 한다.
사랑의 행복으로 인해 넘치는 힘을 주체할 수가 없다는 듯 역동적이다.
아직까지는 그저 가능성에 불과한데도.

'그렇게 느낀단 말이지?'
'그래!'
그렇게 대답하고 크리쳐는 다시 여성 크리쳐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진다.
그리고 빅터에게 말한다.
'그런 느낌이지. 그녀에게 삶을 부여해 줘. 나는 그녀에게 영원히 헌신하겠어.'

그 말을 들은 빅터는, 크리쳐가 나타난 이후 처음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 말을 기다렸다. 너는 내게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감정을 이해하고 있다는 걸 내게 보여줬어.
자, 기다려. 나는 그녀를 완성하겠다.'

빅터가 그녀를 이끌고 다시 천막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어물어물 거취를 정하지 못하는 크리쳐를 빅터가 막고 말한다.
'넌 날 도울 수 있어. 우린 그녀를 이 상태로 세상에 내보낼 순 없어.
우린 그녀에게 옷을 입혀야 해. 여왕처럼 꾸며야지.'
그 말에 다시 크리쳐가 황홀하다는 듯 빅터의 말을 따라한다.
'여왕처럼!'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몰라하는 크리쳐에게, 빅터가 다독이듯 말한다.
'트렁크로 가면 내 약혼녀의 옷가지들이 좀 있을 거야.
네 신부를 위해 제일 훌륭한 옷으로 골라.
자, 이제 난 일을 해야지. 네가 필요하면 부르도록 하지.'
빅터는 여성 크리쳐와 함께 천막 안쪽으로 사라진다.

크리쳐는 기쁨에 겨워 날뛴다.
'그녀에게 레이스와 벨벳을 입혀주어야지. 그녀에게 비단과 진주를 주어야지!
나의 짝, 천사같은 이브와 함께 정원을 거닐어야지!
나는 아담이 되고, 그녀는 이브가 되어서- 모든 지옥같은 기억들은 눈처럼 사라질 거야.'

그리고 크리쳐는 트렁크(실제로는 크리쳐가 아까 앉았던 나무 상자)로 다가가
그것을 열고 옷을 찾아보려 한다.
그러나 거기에 든 것은 서류다발들 뿐이고, 옷가지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이상한 표정으로 상자 안쪽을 더 깊숙이 찾아보려는데,
무대 한가운데의 천막 안쪽의 실루엣이 일렁인다 싶더니
빅터가 무언가를 높이 쳐드는 그림자가 또렷이 보인다.
곧이어, 높은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단말마다.

깜짝 놀란 크리쳐는 나무 상자를 팽개쳐놓고 천막으로 다가가,
(원래 회전하도록 만들어진 장치)반대편 가죽막 위에 매달린 여성 크리쳐를
빙글, 돌려서 무대 위에 다시 등장하게 한다.
딱 보기에도 이미 그녀에게 생명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희디흰 몸뚱이에는 피칠갑이 되어 있고, 그녀의 사지는 축 늘어져 있다.
크리쳐는 울부짖으며 매달린 그녀의 손발에 채워진 가죽끈을 풀어
바닥에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네가 사랑의 힘에 대해 뭘 알아?!
그건 비이성적이고, 정신나간 바보들이나 하는 짓거리야!
무질서하고, 변덕스럽고, 어지럽고, 미친 짓이라고!
무엇보다도, 그건 통제불능이야!
수백만의 '너희'들이 지구 위에 존재하게 된다고?
짝을 짓고, 아이를 낳아? 아니! 너는 오로지 너 하나뿐이야.
앞으로도 계속 그럴거고!'

빅터는 흡사 미친 사람같다.
정작 자기 스스로는 인간이면서, 사랑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있다.
사랑의 긍정성에 대해 실컷 논한 열에 들뜬 크리쳐 쪽에 비해서,
인간인 빅터가 사랑의 비논리성을 실컷 공격하는 것이 과연 다른 관객들에게는 어떻게 비쳤을까.

크리쳐는 무릎을 끓고 여성 크리쳐의 늘어진 몸을 안고 소리친다.
'눈을 떠, 나의 짝, 내 아내여! 제발 일어나! 눈을 뜨란 말이다!'

그런 크리쳐 옆으로 빅터가 자세를 낮추고 다가와 으르렁대듯이 말한다.
'그녀는, 절대로, 눈을 뜨지 않아.'

그 말에, 크리쳐가 발작적으로 빅터의 목줄기를 움켜쥐고
있는 힘껏 힘을 준다. 빅터는 옴짝달싹하지 못한다.
바로 그때, 오두막 문 밖에서 사람들이 달려와 문을 두들기기 시작한다.
새로운 등장인물은 셋으로, 보안관과 빅터의 아버지, 그리고 이완이다.

무슈 프랑켄슈타인이 빅터에게 문을 열라 큰 소리로 종용하자,
크리쳐가 분노에 찬 고함을 짧게 내지른다.
'프랑켄슈타인. 너는 약속을 어겼다. 나를 다시 만날 걸 기대하도록!'
음성은 심히 낮다. 조금 전까지 소리지르던 크리쳐같지가 않다.
이제 분노는 그의 안에서 묵직하게 하나의 심연같은 덩어리가 된 듯하다.

그리고 크리쳐, 처음 등장했던 지붕 위로 훌쩍 뛰어올라간다.
그와 동시에 문을 열고 세 사람이 등장한다.
바닥에 쓰러진 빅터를 보고 무슈 프랑켄슈타인이 제일 먼저 달려가 아들을 일으킨다.
이완이 무언가가 지붕 위로 도망쳤다고 외치지만, 그걸 살필 겨를이 없다.

지금 이 오두막 안은 온통 피투성이에,
죽은 여자 시체(그것도 봉합선이 남아있는 시체)에 자상에, 난장판이다.
세 등장인물은 그 끔찍한 광경에 하나같이 눈을 돌려버리고 싶어한다.

'아버지...?'
빅터는 크리쳐에게 목이 졸려 죽을 뻔했던 쇼크에도 불구하고 금방 일어나서
자신의 아버지를 확인한다.
'아버지...오셨군요.'
'빅터, 넌 너무 오래 집을 비웠다! 우린 모두 널 걱정했어!'

그 말에 빅터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는 듯 큰 목소리로 대꾸하며 묻는다.
'하지만, 아버진 제가 뭘 했는지 모르시잖아요!'
'넌 안전하다, 얘야- 나는 널 집에 데려가려고 왔어.'

지금 이 순간 그 무엇보다도 위로가 되는 그 말에 빅터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한 것인지,
그는 돌연 엉뚱한 말을 한다.
'아버지, 전 당장 결혼하겠습니다. 엘리자베스와 당장 결혼해야 해요!
당장, 지금 당장 말입니다!'

그러면서 빅터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일지를 건넨다.
자신이 크리쳐를 만든 과정을 모두 기록해둔 바로 문제의 그 일지다.
'받으세요, 받으라구요! 이걸 없애버리겠다고 약속해주세요, 제발.'
무슈 프랑켄슈타인은 '네 일지잖니?' 라고 하지만, 빅터의 얼굴에 드리워진 절박함은 가늠할 길이 없을 지경이다.

'없애주십시오, 아버지. 태워버리세요! 아무도 두 번 다시 그걸 읽을 일이 없도록!
약속해주세요, 치안판사로서, 약속해주십시오! 없애주실거죠?!'
아들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깨달은 무슈 프랑켄슈타인,
더는 묻지 않고 알겠다며 집에 가자고 한다.
무슈 프랑켄슈타인은 빅터를 데리고 오두막을 나선다.

뒤에 남은 두 사람- 보안관과 이완 또한 떠나려는데,
보안관이 이완을 붙잡는다.
'대체 여기서 그는 무슨 짓을 했던 거지? 대답해!'
날카로운 보안관의 질문에, 이완은 자기도 모르겠다는 듯 꽥 소리질러 대답한다.
'그분 말로는 의학 연구라고 했습니다!'
자기도 더 모르거니와 알고 싶지도 않다는 투다.

'의학 연구라고? 신이시여!'
보안관은 그렇게 말하며, 떨어진 천을 이용해 처참한 여성 크리쳐의 시신을 덮는다.
그리고 무대는 다시 회전한다.

















...본사에서 이런 나를 알면 용서하디 않것디.
관광객이 끊겨서 그렇사옵니다.

이제 마지막 씬 2개 남았다!!!!
아자!!!!!!!!!!!!!!!!!!!!!!!!!!!!!!!!!!!!
(그 뒤엔 플북 리뷰랑, 각자 연기 비교 리뷰랑, 그리고 또....엉엉엉어어어어어어어어엉엉)

퇴근이나 하자....


:

 

 


*일부(라고 쓰고 대부분이라 읽습니다) 의역 쩌는 부분이 있습니다.
후우...

*더불어 책으로 발간된 대본과는 일부 순서가 다르거나, 대사 일부가 커트된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 무대에 올라온 대본과 발간되 대본이 약간의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

 



씬 22 / 연못가. 눈으로 뒤덮인 산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풍경으로 짐작된다.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메이드 클라리스, 다른 하녀들과 아이 두 명이 등장한다.
그들은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그들 가운데 윌리암(아이, 빅터의 동생)이 술래로 선정되고, 윌리암은 눈가리개를 한 채로
연못가의 물 위에 놓인 다리(선착장 같은 느낌이다)위로 이동한다.
사람들은 윌리암을 놓아두고 신이 나서 숨기 위해 사라진다.

그 뒤로 크리쳐가 살며시 등장한다. '안녕, 소년'
아무것도 모르는 윌리암은 누가 등뒤에서 나타나자 자연스레 뒤를 돌아보려 하는데,
크리쳐가 돌아보지 말라고 버럭 소리를 지름으로서 그것을 막는다.
그리고 지금 여기가 어디냐고 묻자, 윌리암은 순순히 제네바 근처라 알려준다.
그 말에 윌리암을 이용할 생각을 했는지 크리쳐가 윌리암에게 친근한 척 말을 건넨다.
호수가 아름답다느니, 먼 길을 왔다느니, 너도 낚시를 하느냐는 둥의 이야기들이다.
윌리암은 친구들과 놀던 중이라 이만 가봐야겠다고 하는데,
크리쳐는 상관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계속한다. '내가 누구인지 맞춰보렴'

윌리암은 아마도 우리 가족의 지인이 아니냐고 대답하고, 판사나 시장일 거라 하자
크리쳐는 자신이 판사라고 대답하곤 윌리암의 이름을 묻는다.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다, 윌리암. 하이킹도 갈 수 있겠지. 저 산을 오를 수도 있고 말이야!'
아무도 오르지 않는 산에 오른다는 소리에 흥분한 윌리암이 신나하자,
크리쳐는 바로 윌리암을 자기 목 위에 목말을 태우곤 어서 가자고 한다.

윌리암은 당황하면서 허락을 못 받아서 안 된다고, 아버지가 화를 내실 거라고 하지만
크리쳐는 요지부동이다. 아직 윌리암은 크리쳐의 얼굴을 보지 못했기에 그저 당황할 뿐이다.
그러면서 놔달라고 애원하자, 크리쳐가 슬그머니 본론을 꺼낸다.

'네가 내 질문에 대답하면, 널 놔주마.'
윌리암이 질문이 뭐냐고 하자, 크리쳐는 기다렸다는 듯 묻는다.
'나는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남자를 찾고 있다. 그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느냐?'
윌리암은 내 이름이라고 대답하고, 그 말에 깜짝 놀란 크리쳐는
거의 집어 던지다시피 윌리암을 땅바닥에 내려놓는다.
겨우 해방된 윌리암, 처음으로 크리쳐의 얼굴을 보고 놀라 비명을 지른다.
크리쳐는 예상한 듯, 반응하지 않는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그가 네 아버지냐?'
'아니, 빅터는 내 형이예요!'
'어디에 있지?' '집에 있어요. 형은 항상 집에 있어요'
'내가 그를 만날 수 있겠니?' '당연히 안 돼죠!'
'우린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윌리암. 우린 저 산들을 함께 오를 수 있어.
단, 네가 나를 빅터에게 데려다준 뒤에 말이다.'
'싫어요! 당신은 역겹게 생겼어!'
아이인 탓에, 윌리암은 그야말로 역겨울 정도로 순수하다.

'그는 뭐지? 뭐 하는 사람이지?'
'형은 학자예요, 천재죠!'
'그가 잉골스타트에 간 적이 있나?'

윌리암은 빅터가 잉골스타트에서 공부했었다고 대답하고,
이로서 크리쳐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그를 내게 데려와라. 어서.'
'싫어요! 안 해요!'
결코 자신을 뜻을 따를 뜻이 없어 보이는 윌리암을 다시 거꾸로 들쳐업는 크리쳐.
윌리암은 자기 아버지가 높은 사람이라 크리쳐를 엄벌할 거라며 나름 협박을 해보지만
크리쳐는 '조용히 하라'라고만 하고 무대의 다른 편으로 윌리암을 데리고 사라진다.

 



씬 23 / 크리쳐가 윌리암을 데리고 사라져버린 직후에 다른 등장인물들이 바로 이어 다른 문에서 등장한다.
하인들 모두가 동원되어 윌리암을 찾고 있지만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무슈 프랑켄슈타인(빅터의 아버지)이 엘리자베스에게 어디서 놀았느냐고 묻자,
엘리자베스는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고 대답한다.
윌리암이 술래였으니 엘리자베스가 그를 못 본 것은 당연지사.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와중에, 무대 뒤쪽에서 성큼성큼 빠르고 급한 걸음으로 빅터가 등장한다.




'윌리암! 윌리암! 조를 나눠! 너하고 너- 날 따라와!'
그러나 무슈 프랑켄슈타인은 그런 빅터에게 이미 수색중이니 놔두고 집에나 가라고 한다.
'지금 윌리암이 사라졌다고요! 사라진 지 얼마나 됐죠?'
점심 때 이후로 안 보인다며 여전히 빅터에게 집으로 가라고 하는 무슈 프랑켄슈타인.
'전 도와야 합니다' 라고 말하지만, 무슈 프랑켄슈타인의 눈에는 동요한 상태의 빅터가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았나보다.

수색은 해도 좋으니 자기 곁에 붙어있으라고 말하는데, 하인 하나가 윌리암의 모자를 찾아낸다.
그리고 빅터, 이번에는 엘리자베스에게 따지기 시작한다.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었느냐, 왜 애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느냐는 질책 섞인 말에
엘리자베스는 화가 나서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어디에 있었느냐고 반박한다.
빅터는 윌리암의 말대로 내내 틀어박혀서 연구만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윌리암은 네가 돌봤어야지! 라면서 일방적으로 자기 할 말만 하는 빅터와 맞받아치는 엘리자베스의 말다툼에 질린듯,
무슈 프랑켄슈타인이 그만하라고 한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메이드 클라리스가 마을 사람들이 산에서 괴물을 보았단 소리를 했노라고 말한다.
빅터가 무슨 괴물이냐고 묻자 다른 하인들이 입을 모아 무시무시한 괴물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눈과 얼음뿐인 그 산에서 생명체가 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에 결국 다들 말이 안 된다 생각한다.

그러나 빅터 한 사람만은, 계속 그 괴물에 대해 묻는다.
짐승처럼 생긴 건 아니냐, 괴물- 무슨 생명체처럼 생겼느냐, 대체 정확히 뭐라고 하더냐 등등.
그리고 이때 이미 크리쳐가 자신을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해 약간의 예감을 갖는다.
그런 걱정에 빠져있는 빅터에게, 엘리자베스가 안색이 안 좋아 보인다며 화제를 바꿔 말을 건다.

'마지막으로 당신을 본 게 몇 주 전이었다. 왜 방에만 있느냐' 라고 하는데,
빅터는 이에 대해 '내가 뭐하러 당신을 볼 필요가 있지?' 라고 대답한다.
엘리자베스, 약간 포기했다는 듯 웃으면서 '그야 우린 결혼할거니까요!' 라고 답하자
빅터, '아' 라면서 얼빠진 반응을 보인다. 천재이긴 한데 사회화는 덜 된 남자다.
'가끔 내게 말을 좀 걸어주세요!' 라고 사랑스럽게 말하는 엘리자베스에게,
'할 말이 아무것도 없으면?' 같은 소리를 하는 빅터.

빅터는 내내 방안에만 있었다. 가능한 한 타인과 접하지 않으려고 했고, 심지어 약혼녀인 엘리자베스마저 멀리했다.
다른 연구를 했는지도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의 말에서 빅터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고로 무대에서 보여주지 않은 일면에서,
빅터가 크리쳐를 만들어낸 것에 대한 회한과 불안, 고뇌로 많은 시간을 보냈음을 짐작케 한다.

엘리자베스가 그런 소리를 하는 와중에, 배 한 척이 호수 저편에서 수색대 무리들 쪽으로 천천히 다가온다.
빅터가 잽싸게 달려가 배 안쪽을 보자, 거기에는 죽은 윌리암이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슬퍼하며 한탄하는 가운데, 빅터는 윌리암의 시체 옆에서 종이다발을 집어든다.
일지다. 그날, 잉골스타트에서 자신이 크리쳐에게 덮어준 망토 속에 버려두고 온 일지.
엘리자베스가 그것을 빼앗아들고 이건 빅터 당신 필체 아니냐고 묻는다.
빅터는 '이건 내 일지 같다' 고 하고, 엘리자베스는 그럼 당신 일지가 어디 있냐고 묻는다.
'몰라! 잃어버렸어! 그게 어딨는지 난 모른다고!'

신경질적으로 그렇게 말하고 무대 저편으로 사라지는 빅터. 윌리엄의 죽음의 원인에 대한 감을 잡은 듯하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실험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무슈 프랑켄슈타인은 슬픈 음성으로 아들의 죽음을 재차 확인하고 무대 저편으로 사라진다.
교회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씬 24 / 빅터는 눈덮인 산으로 두터운 외투를 입고 홀로 헤매이고 있다.
그의 기세는 흉흉하고, 당장에라도 누군가를 윽박지를 것처럼 성급하다.
'여기 있나?! 어디 있지? 여기에 있는 건가?!'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부는 듯한 무대 위를, 여기저기 쏘다니며 크리쳐를 찾아 부르는 빅터.
'어디 있지? 모습을 보여라, 괴물아!'
무대 왼쪽편에 설치된 산을 의미하는 구조물에는 파이프가 땅바닥에서 몇 미터 위까지 연결되어 있다.
크리쳐는 그 파이프를 타고 가뿐한 동작으로 빅터 앞에 나타난다.

'신이시여! 저 근육 조직 - 눈과 손 - 세포조직 - 완벽한 밸런스! 봉합선은 그대로군!
핸섬하게 만드는 건 실패했지만, 내가 저것에게 힘과 은총을 부여했군!'
빅터가 크리쳐의 모습을 보고 제일 먼저 느낀 것은 경악이나 공포가 아니라 흥분인 듯하다.




그는 크리쳐를 두고 주변을 돌며 감탄을 계속한다.
'세상에 이런 업적을 이뤄내다니! 비길 데 없는 과학의 힘!
신이여, 그날 밤의 광기- 그 열기, 그 땀, 그 주입물들-
그것이 내게로 기어오던 그 순간, 그리고 나는- 그리고 난-'

가만히 그 말을 듣고만 있던 크리쳐가 그 순간 처음으로 빅터 앞에서 입을 연다.
'너는 도망쳤다.'
빅터의 입가의 미소가 굳는다. '뭐라고?'
크리쳐는 다시 한 번 더 일러주듯 말한다.
'너는 나를 저버렸다.'

빅터는 그제야 크리쳐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을 납득한 듯 놀라서 말한다.
'저게 말을 했어!'
그리고 크리쳐는 이런 빅터의 대응에 거북해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침착하다.
'그래, 프랑켄슈타인. '이것'은 말을 한다.'
그 말에 빅터는 다시 놀라 묻는다.
'내 이름을 알아?'

크리쳐는 말없이 망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빅터에게 휙 던진다.
빅터는 그것을 받아들고, 무엇인지 확인한다. '내 일지!'
빅터의 잃어버렸던 일지다. 죽은 윌리암 곁에서 일부를 찾아낸.
'왜 나를 버렸지?' 다시 한 번 침착하게 크리쳐가 묻는다.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건지- 나는 두려웠다.'

크리쳐는 마치 빅터에게 가르쳐주듯 그때의 상황을 다시 상기시킨다.
'인간을 만들고, 그에게 생명을 주었다.'
자신의 이야기이건만, 남의 이야기인 것처럼 3인칭으로 말하는 크리쳐.

그러나 빅터는 크리쳐의 바로 그 말에 자신이 이 산에 온 진짜 목적을 기억해낸다.
'이젠 그걸 제거하러 왔다.'
크리쳐는 그 말에 비웃듯 짧게 대꾸한다. '오, 그래?'
빅터는 결연하게 '나는 너를 죽이러 왔다!' 라고 외친다.

그러자 크리쳐, 약간 으르렁거리듯 그 말에 응대한다.
어찌 보면 이 연극 전체의 가장 중요한 대사이다.
'나를 죽이러? 그럴거면 대체 왜 나를 만들었지?'(Why then did you create me?)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려고!'(To prove that I could!)

빅터는 매순간 거의 외치듯 말한다. 아직까지 담담한 크리쳐와는 대조적이다.
도리어 크리쳐가 더 조용하고 분노를 숨겨 누를 줄 아는 듯이 비쳐보이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너는 내 생生을 가지고 장난질을 했단 말인가?'

빅터는 당당하다. 귀족적인 뻔뻔함일까?
'이 모든 건 과학에서 비롯한 거야! 너는 내 가장 위대한 실험이었다 - 그렇지만 결과는 좋지 않아.
이 실험은 이제 끝을 내야 해!'
빅터가 그렇게 말하며 자연스럽게, 그러면서도 재빠르게 크리쳐의 목에 실험용 메스를 들이댄다.



크리쳐는 그것을 애들 장난이라도 되는 양, 빅터의 팔을 붙잡아 메스를 떨어트리게 하고
팔을 꺾어 빅터를 구속한다. 그리고 그 상태로 빅터에게 말을 한다.

'움직이지 마라, 천재! 나는 네게 요청할 것이 있다.'
빅터는 '젠장, 넌 요청따윌 할 입장이 아니야!' 라고 답하지만,
크리쳐는 이것이 너무나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에 빅터가 아무리 단호해도 물러나지 않는다.

'아니, 할 수 있어. 내 말을 들어. 이건 네 의무다.'
그러나 빅터는 여전히 크리쳐에게 악감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살인자에게 뭔가 해줘야 할 의무따윈 없어.'
'만약 내가 살인자라면, 넌 그런 나를 만들었지.'
여기서 바른 논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빅터가 아닌 크리쳐 쪽으로 기울어진다.
오랜 시간동안, 크리쳐는 정말로 많이 성장했다. 단순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반박과 협박, 설득이 가능할 정도로.

그러나 빅터는 계속해서 지지 않고 소리친다.
'넌 내 동생을 죽였어! 내가 아니라, 네가 죽인 거잖아!
나는 네가 태어난 그 날을 저주한다. 내가 어둠 속에서 살아가게 된 그날부터 계속-'
엘리자베스의 투정에도 굴하지 않고, 가족들 모두에게서 기인 취급을 받으면서도 빅터가 두문불출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그 또한 크리쳐를 만들어낸 것에 대해서 깊은 회의를 느끼고 있었던 것.
그 말에 크리쳐, 빅터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꺼낸다.

(의역으로라도 그럴싸하게 해석할 자신이 없으니 여기는 원문 그대로 첨부합니다.)
'Is this the region, this is soil, the clime,
Said then the lost Archangel, this the seat
That we must change for Heaven,
this mournful gloom For that celestial light?'

빅터는 크리쳐의 말에 정말로 놀란다. '그건 실낙원(paradise lost)이잖아! 실낙원을 읽은 거냐?'
크리쳐는 약간의 조소를 담아 '난 실낙원을 좋아한다.'고 한다. 여기서 관객은 아이러니함에 웃는다.
그리고 빅터는 크리쳐의 사고의 흐름의 방향을 약간 짚어냈는지 묻는다.

'왜? 넌 너 자신을 아담이라고 보는 건가?'
'나는 아담이 되어야 해. 신은 아담을 자랑스러워 했지.
그렇지만 사탄은 불쌍하고 가련한 존재였을 뿐이야. 사탄처럼 쫓겨났지만 난 나쁜 짓은 하지 않았어.
그리고 다른 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보았을 때, 나는 내 목구멍 속 깊숙한 곳으로부터 분노가 터져오르는 걸 느꼈다.
그건 사탄의 분노와도 같은 감각이었다.'

그 말에 빅터는 다시금 경의로움을 표현한다.
'이건 정말 놀랄 일이야! 넌 교육을 받았군! 그리고 기억도 할 수 있어!'




'그래, 난 토끼처럼 사냥당한 기억도 있고, 민가에서 도망을 치고, 숲속에서 피신처를 찾아낸 기억도 있지.
내 기억속에 있는 건 내가 얻어맞고 매질당한 것들뿐이야.
그럼에도 나는 착했어. 그저 선하게 살고 싶었다!'
말만 들어도, 크리쳐의 고난이 느껴질 정도로 고통스럽고 애절한 기억들이다.

그렇지만 빅터는 그보다도 다른 점에 집중한다.
'그럼 왜 윌리암을 죽였지?'
'나는 너를 보고 싶었다, 그리고 네가 지금 여기에 왔지. 그렇지 않았다면 무슨 방법이 있었을까?
내가 잉골스타트의 주민들 반을 학살한다 해도, 네가 여기에 왔을까?'
빅터는 그 말에 윌리암이 정말로 아무 죄 없이 희생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우울하게 묻는다.
'네게 친절하게 대해준 사람이 정말 단 한 명도 없었나?'
그 말에 크리쳐는, 눈먼 노인의 이야기를 빅터에게 들려준다.

'한 노인이 있었지. 그는 많은 걸 내게 가르쳐주었다. 하지만 그는 장님이었고, 한번도 내 얼굴을 보지 못했어.
그는 내가 이렇게 생겼다는 걸 결코 몰랐지!
일 년이 지나고, 그는 내게 계절을 묘사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이 돌아 하나, 둘, 셋, 넷-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았지.
내가 한 살이 되었을 때, 노인은 그들이 나를 받아들여 줄거라고 했다.
노인의 아들과 며느리, 아름다운 아내가 나를 받아들여줄 거라고.'

빅터는 인상을 찌푸리고 묻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리고 크리쳐는 비웃듯 대답한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뻔히 알텐데.'
빅터는 후회하듯 고개를 떨군다. '오, 신이시여. 그래, 알겠어.'
크리쳐는 빅터의 말을 무시하듯 바로 자기 말을 잇는다. 그만큼 강렬한 기억이었다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나는 그들을 불태웠다.'

비교적 덤덤한 그 말에 빅터가 묻는다. '후회나 한탄이 느껴지지 않는 건가?'
인간적으로는 당연한 감정일수도 있겠지만, 크리쳐는 아직 인간이 아니다.
더불어 인간이라면 마땅히 받고 자랐을 기본적인 의사소통에 대해서 전혀 배우지 못하고 저 홀로 자라기까지 했다.
크리쳐는, 노인에게서 배운대로 했을 뿐, 그런 그에게 가책은 없다.
'후회? 내가 마을을 걸어가면, 아이들은 내게 돌을 던져. 내가 음식을 구걸하면, 그들은 개를 풀었다.
대체 그 회한이라는 건 뭐하러 하는 거지?'
이제야 빅터는 자기가 생명체를 만든 것이 돌이킬 수 없는 현재를 구현해버렸다는 걸 깨닫는다.

'미안하다, 나는-'
그러나 그 말에야말로, 크리쳐는 진심으로 분노해서 외친다.
'미안?! 미안하다고?! 네가 이 모든 것의 원인이야! 이게 너의 우주라고!'
그 슬픔과 고통에 찬 호통에 빅터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크리쳐는 이어서 자신의 말을 계속한다.

'프랑켄슈타인. 이것이 내 요구다. 나는 사회의 일부가 되고 싶다. 하지만 인간들은 나와 어울리려 하지 않아.
그러니 나와 같은 종(種)- 기형적이고, 끔찍한 한 명- 그녀라면 이해할 거다, 그녀라면-'
그 말에 빅터는 놀라 다시 목소리를 높인다. '그게 무슨, 난-'
크리쳐는 이에 딱 잘라 자신이 정말로 부탁하고 싶은 바를 드디어 입에 담는다.
'나는 여자를 원한다. 나같은 여자를 만들어라.'

빅터는 확인하듯 되묻는다. '여자?' '너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능력을-'
그러나 크리쳐의 말을 자르고, 빅터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까지 친다.
'또다른 짐승- 다른 괴물을 만들라고? 아니, 난 안 할 거야, 나는-'
크리쳐가 다시 울부짖는다. '그건 내 권리다!'
홀로 되지 않고 살아가기를 원하는 권리.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짝을 원하는 권리.
그렇지만 빅터는 그마저도 비웃는다.

'너에겐 아무 권리도 없어. 너는 노예야. 넌 내가 네게 여자를 만들어주길 바라지만,
그랬다간 이제 둘이서 더 못된 짓들을 저지르겠지! 아니, 난 만들지 않을 거다.
차라리 네 맘 내키는대로 날 고문해, 난 절대로 하지 않을 거니까!'
'나는 너를 고문하지 않을 거다. 나는 너를 설득할 거다. 그러지 않겠나? 대화를 하자고.'
그렇게 말하며 크리쳐는 바닥에 앉아 빅터에게 옆에 앉으라는 듯 바닥을 턱턱 치기까지 한다.
한편 자신이 만들어낸 괴물이, 자신을 설득한다는 그 말에 빅터는 어이가 없다.

'살인자와 나눌 대화 따윈 없어!'
크리쳐는 이에 더욱 논리적인 말로 대항한다.
'너는 할 수만 있었으면 벌써 나를 죽이고도 남았을 거다! 왜 네 살인은 정당하고, 내 살인은 아니라는 거냐?'
빅터는 그 말에 더욱 기가 차다는 듯 대답한다.
'난 너하고 말다툼할 생각 없다! 신이시여, 산중턱씩에나 올라와서, 나는 지금 토론을 하고 앉았군, 너, 그러니까-'

차마 빅터가 골라내지 못한 말을, 크리쳐가 정확히 짚는다.
'살아있는 너의 창조물하고 말이다!'
빅터는 그 말에 반박하듯 더 가차없는 말들을 내뱉는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 그저 추잡한 덩어리지!
나는 네 마스터다, 넌 내게 마땅히 존경심을 보여야-!'
오만한 귀족적 사고방식이라 해야할까, 만들어놓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으면서도
꼿꼿하게 빅터는 자신의 우위를 주장한다. 내가 널 만들었으니 넌 내 노예라고.
그러나 크리쳐는 그 말에 따르기에는, 너무나 많이 깨우쳤다.




그런 빅터의 태도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크리쳐는 빅터에게 다가가 그 목줄기를 움켜쥔다.
그리고 저항하지 못하는 자신의 마스터의 숨통을 틀어쥔채로 외쳐 말한다.
'마스터에겐 의무가 있지. 넌 내가 죽도록 버려두고 떠났다! 나는 노예가 아니야. 나는 자유로운 몸이다.
만약 네가 내 요청을 거부한다면, 나는 너를 내 적으로 간주하겠다. 나는 너의 파괴를 위해 살아갈 것이며
너를 외롭게 만들기까지 결코 쉬지도 않을 것이다!'
자신의 감정에 취해 극단적인 행동을 취한 크리쳐는, 거기까지 말하고 곧 그것을 후회한다는 듯
빅터에게서 손을 거두고 무대 반대편으로 등을 돌려 몇 걸음 움직인다.
빅터의 목줄기를 움켜쥐었던 크리쳐의 손을 떨리고 있고, 스스로가 한 행동에 대해 놀란 듯하다.

'사과한다. 나는 근거를 알려주려 했을 뿐이다. 나는 논리할 수 있어.
내가 요구한 것이 모순인가? 나처럼 추악하게 생긴 다른 성별의 창조물.
만일 네가 동의하면, 우리는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남미의 야생 속으로 떠나서
우리만의 작은 낙원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평화롭게 사는 거지.
그리고 다시는 인간들은 우리를 볼 일이 없겠지. 자, 뭐라고 할 거지?'
빅터는 점점 놀라기만 할 뿐이다. 설득하겠다더니, 정말로 수긍할 수 있는 논리를 들고 있다.
'정말 놀랍군. 넌 너무 많이, 너무 빨리 배웠군!'
크리쳐가 가진 지능은, 빅터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뛰어났던 것이다.

그 말에 크리쳐는 슬쩍 묻는다. '내가 자랑스러운가?'
그렇지만 빅터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들었다는 듯 양미간을 찌푸린다. '자랑스러워? 아니.'
크리쳐는 되묻는다. '어째서지?' 빅터는 촌음의 여유도 없이 바로 대답한다. '네 논리가 틀렸으니까.'
'어디가 말이지?'
'너는 멀리 사라지겠다고 했지만 넌 아직도 사회에 섞여들어 살아가길 갈망하고 있어.
하지만 만약 네가 계속 도망쳐서 숨어사는 것에 지쳐버리면?
네가 돌아와서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보려고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나?
하지만 바로 지금, 둘이 사라져서 두 배로 더 큰 사고를 치고 다니면? 내가 왜 그걸 가능케 해줘야 한단 말이지?'
'왜냐하면 나는 외로우니까!'

빅터는 그 말에 움찔한 것처럼 보인다. 인간이고, 크리쳐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살아왔건만
빅터는 정작 잘 알지 못하는 감정이다. 너무나 생명체다운 감정. 외로움. 혼자 있고 싶지 않다는, 온기를 원하는 마음.
이것이 크리쳐가 진정으로 빅터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짝을 가진다. 하늘을 나는 모든 새도 그렇고, 너 또한 결혼을 하지!
왜 내게는 허락되지 않으면서 너만? 바로 조금 전에 너는 내 지성에 놀랐다.
그렇지만 너는 지금 내 마음을 돌처럼 굳게끔 하고 있어. 제발, 또 다른 모순을 낳지 마. 나는 정말 화가 나!
내가 바라는 모든 건 그저 사랑의 가능성일 뿐이야.'

빅터는 그 말에 얼떨떨한 표정이 된다. '사랑?'
크리쳐는 약간 들뜬 표정으로 긍정한다. '그래!'
빅터는 이해를 잘 못 하겠다는 듯 대꾸한다. '네 생각에는 그게 가능성인가?'
'그래!'
'네가?'
그러자 크리쳐는, 오래 전 노인이 들려준 말을 빅터에게 건넨다.
'착한 사람은 그럴 자격이 있지!'

그 말에 빅터가 묻는다. '네가 착한 사람인가?'
크리쳐는 열망하듯, 환호하듯 대답한다. '나는 선한 사람이 될 거야! 오, 그리 될 거라고!'

빅터는 조금 생각이 바뀌어가는 중인듯, 대답이 약간 느려졌다.
'나는 너를 외롭게 만든 것을 후회한다. 난, 이런 건 예상하지 못했어.'
'내가 감정을 가질 거라는 것 말인가?'
'네게 고백컨대 너는 한낱 방정식이고, 수학식의 정리일 뿐이었어.
풀어야만 할 퍼즐이었단 말이다. 하지만 만약 네가 감정이 있고, 또 네가 떠나겠다면-'
빅터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눈치챈 크리쳐, 애원하기 시작한다.

'프랑켄슈타인, 네가 내게 반려를 준다면, 나는 영원히 유럽을 떠나겠다. 공기 속으로 사라지겠어.
더이상 그 어떤 파괴도 저지르지 않겠다. 영영 떠나서 돌아오지 않겠어.'
잠시 침묵이 흐른다.

'조용히 살겠다고 맹세할 수 있어?' 빅터가 묻는다.
'물론이지! 제발 나를 믿어줘!' 이때부터 크리쳐의 태도는 이전의 험악함은 사라지고 애절함과 조급함만 남는다.
'네가 내게 여길 영원히 떠나서 두 번 다시- 절대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네가 정말로, 진지하게 맹세하면-'
빅터가 말을 미처 다 끝내기도 전에 크리쳐는 무릎을 끓고 애원한다.
'저 푸른 하늘에 대고 맹세한다. 흰 눈에, 내 가슴 속에서 타오르는 사랑의 불꽃에 맹세한다.
네가 내 요청을 인정한다면, 너는 두 번 다시 나를 볼 일은 없을 거야.
세상이 한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절대로- 두 번 다시!'
그 말에 빅터는 또다시 어이가 없다는 듯 대꾸한다. '네 생각엔 그게 돌고 도는 건가?'
크리쳐는 '물론.' 이라고만 대답한다.

빅터는 털을 쓰다듬으며 작업에 대한 가늠을 시작한다.
'넌 이걸 알아야 해. 그 작업은 매우 힘들어.'
'넌 혼자서 해냈어. 넌 혼자서도 충분히 해낼 능력을 갖고 있어.'
맞는 말임과 동시에, 교묘하게 빅터를 부추기는 말이다.
자신의 창조물에게서, 그것도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지능과 지성을 가진 크리쳐에게서
이런 찬탄을 듣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빅터의 기분이 매우 고조된다.

'이 세상에 오로지 나 하나- 그 누구와도 비밀을 공유할 순 없지! 봐, 저기 아래쪽을.'
그렇게 말하면서 빅터는 산 아래쪽을 가리킨다. 거기에 존재하는 건 실제로는 객석이다.
관객을 향해, 빅터는 자신의 비뚤어진 우월감을 과시한다.
'그들이 보이나? 작은 인간들, 작은 삶들!'
크리쳐는 그 말에 신이 난다는 듯 폴짝 뛰어가며 맞장구를 친다.



'작은 집들! 작은 인간들!'
실제로 원작에서 크리쳐의 신장은 2m가 훌쩍 넘는다. 연극에서는 배우 본연의 신장으로 처리되었지만,
정말 크리쳐가 느끼는 인간이란 매우 작디작은 존재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결코 받아들여주지 않고, 자신을 박해하는 존재들.
'소인족들 같으니라고. 하지만 나는 달라.'
'너는 왕이야! 과학의 왕! 내게 여자를 만들어 줘. 제발! 신부를 줘.'

'신부는 아름다워야지. 아름다운 눈과 빛나는 머리카락을 가진 신부라야 해.
그녀는 추악한 꼴이 되어선 안 돼. 신부는 가능한 한 사랑스러워야 해.'
그 말에 크리쳐는 바닥에 몸을 구르면서 전율하듯 기뻐한다. '그래!'

'실수를 또 번복하진 않겠다. 우린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해. 되돌아갈 순 없어.'
크리쳐는 환희에 차 빅터를 격려한다. '마스터, 한 번 더 마법을 보여줘! 내 애원할테니!'
빅터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여자라...난 한 번도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어.
신체상의 차이점 외에 뭐가 더 다를까? 기질? 유머? 기술?'
크리쳐는 이미 기쁨에 가득 차서 정신이 없다. 무대 위를 폴짝폴짝 뛰면서 답한다. '몰라!'
빅터는 계속 중얼거린다. '여자들이 뭘 잘 하지?' '몰라!'
두 광인의 대화같다. 빅터도 크리쳐도 서로의 말을 듣고 있지 않다.
'신이시여, 대체 이 무슨 커다란 도전이란 말인가! 내가 오류가 전혀 없는 그런 걸 만들 수 있다면-
괴물이 아닌- 여신을 만들어낸다면!'
크리쳐는 그 말을 확신하듯 따라한다. '여신.'

빅터는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괴물을 만들어내버렸다며 스스로를 저주했다고 하지만,
새로운 도전거리가 자신에게 주어졌다는 것에 어린애나 다름없이 기뻐한다.
크리쳐는 갓 태어난 생명체이고, 머리가 뛰어나다고는 하나 경험이 없어 아직 어린애같다 하지만
빅터의 경우는 멀쩡한 성인의 행할 바가 아니다. 굳이 비하자면, 그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다.

'그래! 그녀는 완벽해야 해! 상상해봐! 어쩌면 난 저주받았을지도 모르지만, 난 해보겠어!'
이미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사실상 빅터가 크리쳐의 부탁을 받아들이라는 것은 뻔하다.
그렇지만 아직도 크리쳐는 확신하지 못하겠는지 재차 묻는다.

'내 요청을 받아들여 줄 건가?'
'네가, 내가 약속을 지킨 후에 영원히 여길 떠난다고 약속해준다면 네 요청을 받아들이겠다.'
크리쳐는 물론 당연히 그러겠다고 한다. '그러겠다! 네가 그렇게 해주겠다면, 나는 약속한다!'
빅터가 크리쳐에게 손을 내민다. 악수를 하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크리쳐는 그 사회적 상호행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게 뭐지?'
빅터는 크리쳐의 언변과 지적 능력에 놀라 잠깐 잊고 있었던 사실을 기억해낸다.
크리쳐는 아직 악수조차도 모르는 어린아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잡고, 흔들어라.' '흔들라고?'
'우리가 합의를 했다는 뜻이다. 내 손을 잡아.'



크리쳐는 한달음에 사뿐하게 다가가 빅터의 손을 붙잡고, 크게 한 번 흔든다.
반쯤은 크리쳐가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는 동작에 가깝다.
그 바람에 빅터의 몸이 흔들려 둘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빅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을 붙잡은 그 손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크리쳐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고 직접 접촉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고맙다! 정말 고마워! 내 꿈이 이루어졌다!'
크리쳐는 그렇게 말하고, 이 씬에서 처음 등장한 무대 왼편의 산처럼 꾸민 구조물 위로 가뿐하게 뛰어오른다.
몇미터에 달하는 높이지만, 그 움직임은 가볍기만 하다.
'어서 집으로 가서 일을 시작해!'

그 말에 빅터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답한다. '집에서? 집에서 그 작업을 하라고?'
'안될 건 또 뭐지? '내 아버지 집에서 이 작업을 하라고? 안 돼!'
'그럼 어디가 좋을지 찾아보도록. 난 널 지켜보겠다!'

마지막 크리쳐의 대사는 얼음산 위에 쩌렁쩌렁 울려퍼진다. 빅터는 얼음벌판 위에 홀로 남겨진다.
무대는 회전을 하고, 얼음산은 사라진다.



 

씬 25 / 프랑켄슈타인의 집, 정확히는 무슈 프랑켄슈타인의 방이다. 집무실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슈 프랑켄슈타인은 클라리스와 함께 있는데, 클라리스는 그에게 편지를 가져다준다.
윌리암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의 편지들이다.

두 사람 다 아직 어리고 안타까운 윌리암을 생각하며 슬퍼하는데, 거친 걸음으로 빅터가 돌아온다.
그리고 클라리스 쪽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간략한 명령조로 '나가' 라고 한다.
클라리스는 잠시 눈치를 보다가 밖으로 나가고, 그녀가 나가자마자 무슈 프랑켄슈타인은
윌리암이 죽은 이런 때에 대체 지금까지 어디에 갔다 왔느냐며 아들을 질책한다.

아버지의 호통 따위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빅터는 오늘 집을 떠나겠다고 한다.
윌리암의 장례식은 어쩔거냐는 말에도 어차피 떠난 사람이라는 식이다. 너무 냉정하다.
그러면서 자신은 일을 해야하니 잉글랜드로 가겠다고 한다.

그 말에 무슈 프랑켄슈타인의 인내가 바닥이 난 듯, 대체 무슨 일이냐고 따져든다.
몇년동안 잉골스타트에 보내놨더니 어느날 급히 돌아와버리질 않나, 연구를 했다더니 결과물은 하나도 없는데다
돌아와서도 내내 방안에만 처박혀 있던 아들이 얼마나 심난했겠는가.
그래놓고는 지금 다시 떠나겠다고 하니, 이건 정말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빅터는 아버지의 분노 따윈 알 바 아니라는 듯, 자기 고집만 내세운다.
참다 못한 무슈 프랑켄슈타인이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지 말라고 명령하지만, 빅터는 그마저도 거부한다.

그러자 결국 무슈 프랑켄슈타인은 그럼 엘리자베스와의 결혼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
그러자 빅터는 당연하다는 듯이 연기할 거라고 한다. 그녀는 기다릴 거라면서.
6년이나 기다렸는데 조금쯤 더 길어지는 건 별 차이가 없을 거라고 하곤 입을 다물어버린다.

무슈 프랑켄슈타인, 죽은 아내(빅터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꺼내자 빅터가 하지 말라고 버럭 화를 낸다.
그렇지만 무슈 프랑켄슈타인의 말은 계속된다.

네 어머니가 하늘로 갔을 때, 나는 너하고 엘리자베스를 행복하게 결혼시키겠다고 약속을 했다,
너는 밝고, 근심이 없던 아이였다, 그런데 너는 이제 주변 모든 걸 다 무시하더니
오로지 너 홀로 떠나려 든다, 심지어 나를 실망시키기까지 하는구나,
네가 그렇게까지 나온다면 나도 널 안 잡겠다, 갈테면 가라, 대신 엘리자베스한테는 네 입으로 직접 말해라-
등의 이야기를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무슈 프랑켄슈타인.
빅터는 여전히 신경쓰는 눈치가 아니다. 도리어 어머니 이야기가 나온 것에 불쾌해했을 뿐이다.

엘리자베스를 부르러 문 밖으로 나가기 전, 무슈 프랑켄슈타인이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한다.
'내가 기억하던 내 아들은 어디 갔느냐? 그 아이는 빛나는 눈과 항시 준비된 미소를 지니고 있었지.
그는 어디에 있느냐, 빅터? 어디로 가버렸느냐?'

무슈 프랑켄슈타인은 거기까지 말하고 문밖으로 사라진다.
잠시 뒤, 교대하듯 엘리자베스가 들어온다.
'당신 아버지 말씀에 당신이 떠난다시던데요! 왜요, 빅터? 왜 잉글랜드로 가야만 하나요?'

빅터는 잉글랜드가 전기-화학 계통에 있어 가장 중심적인 곳이기 때문이라 답한다.
엘리자베스는 그럼 우리 결혼식은 미뤄지는 거냐고 하자, 빅터는 실험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 한다.
엘리자베스가 그게 대체 무슨 실험이냐 묻자, 빅터는 그건 여자의 영역이 아니라 답한다.
엘리자베스가 결혼할 상대방에게 그렇게 말하는 건 이상하다면서 다시 생각해보라 한다.
대체 어떤 점이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는 거냐고.

그 말에 빅터는 '솔직히, 전부 다.' 라고 답한다.
'당신은 제가 당신보다 덜 총명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라고 엘리자베스가 묻자
이번에도 빅터는 바로 긍정해버린다. 여기에서도 관객들이 빅터의 생각 짧음에 웃음을 터뜨린다.
급히 빅터가 '그러니까 당신은 교육을 덜 받았잖아' 라고 답한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도 할 말이 있다. 엘리자베스는 시대 탓에 학교에 가고 싶었는데도 집안에서 보내주지 않은 것뿐이다.
여자가 공부하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던 시대였다.
공부를 해서 당신의 조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적극적으로 활기차고 긍정적인 의견을 늘어놓는 엘리자베스를
빅터는 볼타 전등을 아느냐, 축전기가 뭔지나 아느냐며 무시로 일축해버린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전혀 굴하지 않고, 뭔지 모르겠지만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며 꼭 자신을 데려가달라 한다.

빅터는 엘리자베스가 진심이란 걸 깨닫고, 어떻게든 떼어놓을 생각에
척박해서 볼 것이 없다, 나는 온종일 도서관에만 처박혀 있을 거다, 여자가 갈 곳이 아니라고 늘어놓지만
엘리자베스가 원하는 것은 사실 재미가 아니다. 빅터의 곁이다.
'나는 상관없어요! 우린 함께할 거예요.'

빅터가 이건 여자가 나설 자리가 아니라고 하자, 엘리자베스는 나는 당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보다 많은 곳을 둘러보고 싶다고 한다.
'나는 당신과 당신의 일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 음악, 정치, 모든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음악이나 정치엔 흥미없어.'
사랑스럽고 열정적인 엘리자베스의 저돌적인 자세에도 빅터는 귀찮다는 식으로 응대한다.

엘리자베스는 혹시 다른 마음에 둔 사람이 있어서 그런 거냐고 빅터에게 묻는다.
빅터는 그런 것이 전혀 아니라고, 나는 다른 그 누구와도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 말에 겨우 안심이 되었는지 엘리자베스, 그간 숨겨왔던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오, 빅터! 저 너무 외로웠어요. 당신이 떠나있었을 때보다, 돌아온 후가 더 쓸쓸했어요!
나는 무지개며 석양을 당신과 함께 지켜보고 싶었지만 당신은 나와 함께 있어주지 않았죠.
결코 곁에 있어주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가지 말라고 말해보지만, 전혀 소용이 없다. 빅터는 무조건 떠나야 한다고만 반복한다.
그러자 엘리자베스, 문 쪽으로 다가가서 문고리를 살짝 잠그더니 빅터에게로 다시 다가온다.
'빅터, 내가 당신에게 부탁을 좀 할 수 있을까요? 나는 아이를 갖고 싶어요.
당신도 아이를 원하나요?'
빅터는 냉큼 물론 원한다고 답한다.

'당신은 내가 아이를 갖길 원하나요?'
'당연하지, 물론.'
대답은 잘 한다. 그렇지만 정작 빅터는 엘리자베스에게 제대로 애정표현은 커녕 키스조차도 하지 않고 지내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그 말에 빅터에게 훌쩍 다가서서, '그럼 키스해주세요. 이렇게.' 라면서
입술을 맞춘다. '어떻게 당신이 아이를 내게 줄 건지 보여주세요. 절 만지세요. 제 심장소리를 느껴보세요!'

그렇게 말하며 엘리자베스, 자신의 왼쪽 가슴으로 빅터의 손을 이끌어 닿게 한다.
그리고 다시 엘리자베스가 키스를 하려 하자, 굉장히 곤혹스럽고 싫다는 표정으로 잠시 그대로 참다가
결국은 엘리자베스를 밀어내면서 자신도 뒤로 물러나버린다.

'꼭 가셔야겠어요? 그냥 여기 계실 수 없나요?'
'가능하다면 나도 그냥 머물고 싶어...! 그렇지만 안 돼!'
이제는 빅터 자신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윌리암이 희생된 지금에 와서는
빅터가 만약 여성 크리쳐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분명 크리쳐는 빅터의 가족을 해칠 것이기에.

그 절박한 말에 엘리자베스는 내내 짓고 있던 미소를 접고, 결심한 듯 말한다.
'그럼 가세요. 가서 당신이 할 일을 하세요. 그리고 성공하세요.
그 뒤에 집으로 돌아와서, 그땐 정말 내 남편이 되어주세요. 내게 한 다스의 아이들을 주세요.'

그 말에 빅터는 고맙다고 한 뒤에 '당신은 아름다워. 분명 아주 아름다운 아내가 될 거야.' 라고 말한다.
내내 빅터의 신경질적이고 무례한 태도에도 견뎌내던 엘리자베스, 그 말에는 더 참지 못한 듯
'빅터! 당신은 대체 제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무슨 나비 표본이라도 되는 줄 아세요?' 라고 쏘아붙인다.

그러나 빅터는 그대로 나가버린다.
무대 위의 조명이 꺼지고, 회전무대가 다시 돌면서 다음 씬을 위해 전혀 다른 배경으로 바뀐다.
(여기서 빅터가 먼저 나갔는지 엘리자베스가 먼저 나갔는지 잘 기억이 안 나네요.
나중에 천천히 기억 더듬어보고 생각해내거든 수정하겠습니다.)















일단 2번째는 여기까지.
3번째로 마치려고 했는데 2.5랑 3으로 두 파트로 나뉘게 될 듯 ㅠㅠ

일단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몇 씬이 있는데,
씬 24가 그에 해당합니다.
어쩌면 빼먹은 부분이 있을수도 있지만, 가능한 한 모든 대사와
제가 기억하는 모든 동작의 서술을 다 적었습니다.

그 이외의 씬은 모든 대사를 다 적지는 않았습니다.
(빅터랑 크리쳐가 중요할 뿐인 1人)

열심히 기억을 되살려가며 정리하고 있긴 한데
인상적이어서 난리를 친 장면 말고는 벌써부터 기억 속에서 흐려져 가네요.
(...주연 2 캐러 외...특히;;;)
얼렁 써야디;; --;;

퇴근하고 와서 마무리하고 저는 이제 자러 감.
아 꿈에 벤크리쳐나 나왔음...아니 뭐 빅터도 좋긔
;ㅅ;


:

 

 




프랑켄슈타인 대본에 의하면, 이 극은 총 30개의 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를 3파트로 나누어 리뷰하고자 합니다. (뒤로 갈수록 씬 하나하나가 점차 길어집니다.)
빅터와 프랑켄의 대사는 가능한 한 다 살려서 올리려고 하다 보니 조금 길어질 듯합니다.

이 리뷰가 끝난 뒤에, 씬 1에선 누가 어쨌다 저쨌다 하며 덧붙이는 형태로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조니 리 밀러의 크리쳐, 빅터의 연기를 중심으로 각각 더 적어볼 생각입니다.
일단은, 공연을 보지 않은 분을 위한 설명이라고 생각해주세요.
가능한 한 세세하게 적었습니다.

...번역은 모두 다 제가 한 것이다 보니 아무래도 어설픕니다.
다시 말씀드리건대 저는 일본어 전공이지 영어는 으흐흐흙(...)한 poor lost thing일 뿐입니다.
오역은 발견 즉시 알려주시면 감사하고, 어느 정도의 의역은 거슬리시더라도 가벼이 넘겨 주시기를 바랍니다. ㅠㅠ

그럼...






(사진은 무대의 움직임의 이해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첨부합니다.
...다른 더 잘 찍은 사진들 웹에 있을테니 엔간하면 이런 직찍은 퍼가지 마시고요...)



씬 1 / 시작 전에 종소리가 울린다. 어쩐지 사람을 압도시키는, 잔인하고 공포스런 울림이다.
시작 15분 전부터 회전 무대 위에서 느릿하고 소름끼치게 돌고 있던 기묘한 모형물이 있다.
조명은 붉고, 둥그런 형태를 한 그 모형물은 얇은 가죽막을 몇 개 둘러싸고 안쪽이 보이지 않게 되어 있다.
안쪽에는 얼핏 어떤 형태가 보이는데, 공연 시작 전까지는 그 형태가 어설프게만 보인다.
그리고 이윽고 공연이 시작됨과 동시에 조명이 들어오고, 그 안에 무언가가 있음을 관객으로 하여금 깨닫게 한다. 
사람 크기의 무언가다.
그 가죽의 막을 틑어내며(실제로는 찢어내며) 크리쳐가 머리-상반신부터 등장한다. 
그 모형물의 의미는 자궁이었다. 심지어 탯줄마저 엿보인다.



씬 2 / 세상에 나온 크리쳐가, 자신의 존재, 특히 육체적인 면에 대해서 깨달아가는 장면.
온몸을 떨며 경련하다가, 어떤 상태가 가장 자연스러운 것인지 찾기 위해서 기어도 보고,
밸런스를 잡기 위해 엉덩이를 치켜들고 팔과 다리로 지탱해서 서 보기도 하며,
무대 위를 미친듯이 웃으면서 뛰어다니기도 한다. 
실제 갓난아기가 했다면 사랑스럽고 자연스러웠을 광경이, 크리쳐의 모습으로 하니 광기가 느껴진다.


씬 3 / 한참을 뛰어다니던 크리쳐, 지쳤는지 자궁막 앞으로 다가와 쓰러진다.
그리고 뒤늦게 등장한 그의 창조자, 빅터가 크리쳐를 보고 크게 놀라워한다.




자신의 연구가 성공했다는 생각에 기뻐 크리쳐에게 다가간 빅터는, 크리쳐가 정말로 살아 움직이며
자신에게 다가오려고 하자, 기겁해서 크리쳐에게 자신의 망토를 덮어주고 줄행랑을 쳐버린다.


씬 4 / 잉골스타트(지역명)의 밤. 광부, 매춘부, 거리의 사람들이 뛰어나와 연기를 뿜고 불티를 흩뿌리며 강렬하게 등장한다.
크리쳐는 이 모든 것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놀라고 당황해 소리를 지른다.
거리의 사람들 중 하나인 매춘부 그레텔이, 행패를 부리는 손님에게 끌려가다 크리쳐를 보고 도움을 요청한다.
크리쳐가 망토를 뒤집어쓴 채로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다가오자 손님은 도망가고,
그레텔은 크리쳐가 자신을 도와준 것이라 생각하고 웃으면서 다가와 고맙다고, 같이 와인이나 마시자고 한다.
물론 크리쳐는 그레텔의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레텔은 얼굴 좀 보여달라며 망토를 뒤집어쓴 크리쳐의 머리 부분을 걷어내고, 드러난 그의 얼굴을 보고는 경악한다.
그리고 그나마의 선의로, '소리는 안 지를테니 나 그냥 가게 해달라'고 하며 와인을 놔두고 급한 걸음으로 사라진다.
와인을 한 모금 마셔본 크리쳐, 맛이 없었는지 확 뱉어버린다.


씬 5 / 사람들이 다시 한차례 몰려와 괴물이라며 크리쳐에게 돌을 던지는 둥 박해를 거듭한다.


씬 6 / 천장의 무대장치로 이루어진 눈부신 별빛을 보고 소리를 지르는 크리쳐.
뿐만 아니라, 이글거리는 석양에 대해서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몰라
그저 거칠고 우악스럽게 팔을 휘저으며 소리를 질러댈 뿐이다. 그 와중에 망토는 다시 벗겨진다.
십수 마리의 새가 하늘로 두 차례 날아오른다.
크리쳐는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이 세상의 신비에 대해 그저 기쁨의 탄성을 내지른다.


씬 7 / 무대 위에 긴 잔디가 깔린다. 그 잔디가 의미하는 것은 숲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를 맞는 크리쳐. 처음에는 깜짝 놀라지만
곧 그것이 썩 나쁘지 않다는 걸 깨닫고 자신의 몸을 씻어주는 비에 몸을 맡긴다.
비가 그치고 나자, 춥다고 느낀 크리쳐는 아까 벗겨진 망토를 다시 찾아 몸에 두른다.
도구의 사용법을 하나하나 익혀가는 것이다.
그리고 풀을 뜯어먹어본다. 맛이 별로인 듯 풉 하고 뱉어낸다.
회차에 따라서는, 변을 보는 듯한 동작을 하는 장면도 있었다.
잔디 위에 엎드려 누눠 앞뒤로 몸을 비비는 장면을 얼핏 자위를 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표정을 봐서 그건 아니고 그냥 맨몸으로 풀을 감촉을 느꼈던 모양이다.
그저 모든 것이 신비하고 경이로운 듯, 크리쳐는 백치처럼 웃는다.
그러다 주머니에 든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일지를 발견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크리쳐는 그것을 먼저 입으로 가져가 씹고, 맛을 보려 한다.
그러나 먹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어눌하고 투박한 손놀림으로 종이를 휘리릭 넘겨본다.
파라락, 종잇장 넘어가는 소리가 객석까지 들려오고,
종이가 넘어가며 들리는 소리와 그 감각이 재미있다는 듯 즐겁게 웃는다.
갓난아이가 같은 동작을 했으면, 꺄르륵이라 표현했을 법한 동작이지만,
흉터투성이의 거대한 남성이 하는 동작에서는 기괴함이 느껴질 따름이다.


씬 8 / 관객에게 자신의 감각, 감동을 전달하고 싶다는 듯 팔다리를 휘두르며
다듬어지지 않은 성대로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뜻은 전혀 알 수 없다.
얼핏, 그가 지금 세계라는 거대한 존재 앞에서 모든 것을 신비로워하고, 또한 재미있어 한다는 것 정도만 느껴질 뿐이다.
생명, 삶이란 것에 대한 감동.
그는 즐거워한다. 행복해 보이기까지 한다.


씬 9 / 두 명의 거지, 구스타브와 클라우스가 나타나서 모닥불을 피우고 토끼고기를 요리해서 먹는다.
(이때 실제로 무대 장치를 이용, 바닥에서 불이 타오른다.)
약간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던 크리쳐의 괴이한 신음소리를 눈치채고 두 거지가 꺼지라고 하자,
크리쳐는 그들과 똑같이 소리를 지르며 응대한다.
크리쳐의 기괴한 모습에 놀란 그들은 짐이며 냄비를 두고 도망을 친다.
홀로 남은 크리쳐는, 냄비 안에서 좋은 냄새가 나는 것을 깨닫고 손을 뻗어 음식을 손대려다가
손이 데어 크게 혼이 난다. 생전 처음으로 느껴보는 화상의 고통에 악에 받친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곧, 냄비에 걸쳐 있는 숟가락을 보고, 슬쩍 손을 대어 나무로 된 숟가락은 뜨겁지 않다는 것을 알고
그것으로 음식을 퍼서 입에 넣는다. 매우 머리가 좋다. 착실하게 학습중.
한 입을 먹고는, 그것이 뜨거운지 '어허허! 어허허허!' 하고 훅훅훅, 숨을 내쉰다.
두 번째 맛보고는 맛에 만족했는지 또다시 크게 소리높여 웃는다.
곧 모닥불은 꺼지고, 거지들이 두고 간 짐가방을 베개 삼아 크리쳐는 잠에 든다.


씬 10 / 곤히 잠들어 있는 크리쳐에게 몰래 다가온 지난밤의 두 거지.
거지들은 손에 들고 있는 몽둥이로 있는 힘껏 크리쳐를 내리치며 자신들을 겁주고, 저녁을 먹어치웠다고 화를 낸다.
썩 꺼져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말라는 말만 남기고, 챙길 것을 챙겨서 두 거지들은 도망친다.


씬 11 / 왜 자신이 박해를 받는지, 왜 이렇게 부당하게 얻어맞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식은 아직 없는 상태이지만
그 와중에도 무언가 불합리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한 크리쳐.
감정을 가진 생명체답게, 억울함과 고통에 몸부림친다.


씬 12 / 천정 위에서 반투명한 구조물이 내려온다. 그 구조물은 오두막을 의미하고, 안쪽이 다 훤히 비친다.
안에는 간단한 테이블과 의자가 있고, 오두막 앞에도 긴 의자가 놓인다.
눈먼 노인 드 레이시와 그의 아들 펠릭스, 그 아내 아가타가 새로이 등장한다.
그들은 전쟁 탓에 먼 산골로 이사, 산을 개간해서 농부가 되려하는 이주민들이다.
환경은 말할 것도 없이 척박하지만, 젊은 펠릭스와 아가타는 희망에 차 있다.
눈이 먼 탓에 노인은 그들을 돕지는 못하고, 집안에서 기타를 연주하거나 소일거리를 하며 보낸다.
펠릭스와 아가타는 서로 깊게 사랑하고 있고, 펠릭스는 어서 아가타가 자신의 아들을 낳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펠릭스와 아가타가 사이좋게 땅을 개간하러 간 사이, 노인은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오두막 주변에 있다가 생전 처음으로 듣는 음악에 깜짝 놀란 크리쳐, 슬쩍 그 오두막으로 들어가본다.
노인은 예민하게 누군가 들어왔다는 것을 깨닫고, 지혜롭게 대처한다.
'나는 눈이 멀었고, 당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다. 음식을 원한다면 내 식사가 있으니 들어라.'
크리쳐는 머뭇거리다가, 노인이 자신에게 음식을 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그것을 집어먹는다.
노인은 곧 크리쳐가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노인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하는 사이에, 음식을 다 먹어치운 크리쳐는 노인의 기타를 집어들어 그에게 내민다.
'꺼져! 꺼져버려!' 영판 엉뚱한 소리를 하는 크리쳐.
노인에게 기타를 더 연주해달라고 하고 싶은데 아직 그에게는 언어체계가 없다.
그래서 유일하게 들어 기억하고 있는 말, 거지들의 말을 흉내낸 것이다.
그러나 노인은 기타를 건네는 행동과 더불어, 그 말의 의미를 깨닫고 기타를 연주해주기 시작한다.


씬 13 / 펠릭스와 아가타가 산 정상의 벌판에서 황망해하고 있다. 
말 그대로 돌무더기라, 이걸 다 골라내야만 밭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아득해서이다.
그러나 곧 둘은 기운을 차리고, 어서 빨리 시작하기로 한다.


씬 14 / 노인이 크리쳐를 가르치고 있다. paradise라는 단어를 가르치기 위해 발음을 하나하나 짚어주는 노인.
다 불러준 뒤에는, 노인이 크리쳐에게 그것을 종이에 써보라고 한다.
크리쳐는 어눌한 말이나마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낙원. 나 좋아. 좋은 말.'
그리고 거기에 열중한 크리쳐에게 노인이 손을 뻗는다. 
자신의 얼굴에 난생 처음 타인의 손이 닿자 불에 데인 것처럼 놀라 물러나는 크리쳐.
'이게 내가 보는 방법이다.' 라고 하면서 부드럽게 부탁하자, 망설임 끝에 크리쳐는 노인에게 순순히 얼굴을 내민다.
그리고 얼기설기한 봉제 인형처럼 망그러진 그의 피부를 만져본 노인은,
그가 전쟁통에 무슨 사고를 당한 것이리라 짐작한다.
대체 너는 어디서 왔느냐, 너희 부모님은 어디에 계시냐고 노인은 크리쳐에게 묻지만,
크리쳐는 여전히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낙원, 하!' 신이 난다는 듯이 소리치고 흥이 난 걸음으로 반쯤 뛰어 무대 뒤로 사라지는 크리쳐.
노인은 한숨을 쉰다.


씬 15 / 펠릭스와 아가타가 드디어 땅의 돌을 다 골라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를 대략적으로 알려주는 씬.
그들은 기쁨에 차서 서로를 깊이 끌어안고, 어서 밭을 일구기로 한다.


씬 16 /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난생 처음 보는 눈에 깜짝 놀란 크리쳐는 노인에게 그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것이 별로 아프거나 고통스럽지 않다는 걸 알아챈 크리쳐, 마냥 신기한지 구르고 난리가 났다.
노인은 엄하게 그만하고 앉으라고 말한다. 그 말에 슬금슬금 오두막 앞에 있는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 크리쳐.
오늘 공부할 주제는 원죄라고 노인이 말하자, 크리쳐가 그것을 따라한다.
공부가 많이 진행된 것 같다. 그리고 시대상에 맞춘 가르침이었겠지만, 현대인인 관객들로 하여금 실소를 머금게 한다.
죄라는 주제에 대해 듣고 있던 크리쳐가 퍼뜩 말을 꺼낸다. '나 나쁜 짓 안 했어'
그러자 노인은 알고 있다, 너는 착한 마음씨를 가졌노라고 도닥인다.
그러자 크리쳐가 이번에는 '왜 나 배고파? 왜 내 음식 없어?' 라고 묻는다.
노인이 너한테 내 식사의 절반을 주고 있지 않느냐고 대답해도 여전히 크리쳐는 납득하지 못한 눈치다.
노인은 '원래 사람은 배가 고파지는 생물이다'라고 설명해주자, 크리쳐는 '왕이랑 황제는 안 그러던데!' 라고 반문한다.
노인은 내심 혀를 차며 '네 학습속도는 참 빠르다' 고 한다.
'왜 나 왕 아냐?'라고 다시 묻는 크리쳐. 노인은 '그야 모르지, 어쩌면 넌 왕일지도 모르지'라고 대답하자,
신이 난 크리쳐가 '응! 왕! 그거 내 이름?' 하고 또 다시 묻는다.
노인은 모른다고 하며 '너 나한테 네 이름 한번도 안 가르쳐줬다'라고 한다.
'전혀 안 들어봄, 알지 못해'라는 크리쳐의 대답에, 노인은 안타까워한다.
'너는 poor lost thing'이라 하자 천진난만하게 크리쳐, 노인의 말을 따라한다.
'하지만 나는 네게 어떻게 말하는지 가르쳤지, 어떻게 읽는지도. 거기에 희망이 있다.
세상 누가 네가 이런 성취를 이루리라고 짐작이나 했겠니?'라고 노인이 위로하자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크리쳐가 매우 시무룩하게 다시 운을 뗀다. '날 미워해'
노인이 다시 묻는다. '누가 말이야?' 크리쳐는 대댑한다. '남자들. 여자들. 애들, 개들'
노인이 그렇지 않다 하지만, 크리쳐는 듣지 않는다. '돌을 던져. 나를 때려. 어디서나, 어디서나!'
눈먼 노인 이외에는 모두 크리쳐에게 그리 대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노인은 안타까워하며 농부같은 사람들은 원래 무지하니 읽고 쓸 줄 아는 우리가 이해해주자고 한다.
더불어 그들이 아마 너-크리쳐-를 두려워해서, 자기 가족들을 지키려고 그런 것일 거라고 말해준다.
'내 생김 나빠?' 크리쳐의 질문에, 노인은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한다.
'아가타 안 같아'라고 크리쳐가 이어서 말을 하자, 노인은 갑자기 왜 아가타의 이야기를 하나 해서 되묻는다.
'아가타?' '아름다운 아내!'
'그래, 아가타는 확실히 아름답지, 그리고 펠릭스는 선량해. 너를 소개하게 해 주렴'
이것이 과연 몇 번째 반복된 대화인지 알 수 없지만, 크리쳐는 이번에도 노인의 요청을 거절한다.
'안 돼.' '왜?' '날 미워해'
'아니, 안 그럴거란다! 걔들은 아직 너를 만나보지도 못했어!
그러니 여기서 기다렸다가 걔들이 집에 오거든 나랑 같이 맞이해주자꾸나.'
그러나 크리쳐는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간다.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춤을 춘다.
'눈이다! 눈, 눈!'
그는 점차로 배워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여전히 인간이라기보다는 poor lost thing일 뿐이다.


씬 17 / 펠릭스와 아가타가 각각 무엇을 손에 들고서는 서로에게 이것 보라며 난리를 친다.
펠릭스는 밖에서 장작용으로 잘 손질된 나무를, 아가타는 내장을 제거하고 잘 마무리된 산토끼를 보여준다.
누군가가 그들을 돕기 위해서 가져다준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하고 궁금해하던 두 사람. 펠릭스는 아마도 이게 요정이 한 짓일 거라며
그저 당신(요정)에게 감사하고 싶으니 나와서 인사를 받아달라고 숲 저편에 소리친다.
아가타는 그런 펠릭스를 나무라며 그냥 이건 우리의 노력의 결과라고 한다.
'우린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함께 뭉쳐서 힘을 냈고, 서로 사랑하는 걸 결코 멈추지 않았잖아요.
그리고 마법같은 일이 일어난 거죠.'
그렇게 말하며 아가타는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펠릭스의 손을 슬쩍 자기 배 위로 가져간다.
펠릭스는 그것이 임신의 의미라는 것을 깨닫고 눈을 빛내며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하며 노인을 찾는다.


씬 18 / 저녁 무렵, 크리쳐와 노인은 함께 숲속을 산책하고 있다.
'저녁 때가 점차로 따스해지고 있구나. 이제 곧 봄이 올 게야. 얼마나 좋은지!'
노인의 말에, 크리쳐가 궁금함을 표한다. '왜?'
'그야- 봄, 너도 알잖느냐. 하하!' 이 부분은 객석의 웃음을 자아낸다.
봄의 싱그러움, 희망참, 기쁨에 대해 아직 알지 못하는 크리쳐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지만,
모든 생명체와 사람에게 봄은 새로운 시작이며 추운 겨울 이후에 이어질 따스한 날들의 약속이다.
노인은 그 점을 들어 기뻐하고 있는 것이리라. 크리쳐가 다시 묻는다.
'봄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나? 왜?' '음, 우린 아직 살아있잖니!'
그리고 노인은 곧 슬슬 어두워지니 집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그러자 크리쳐가 다시 묻는다.
'어떻게 알아? 당신은 장님이잖아.'
노인은 '저 새소리가 들리느냐? 저건 나이팅게일이야. 그건 지금 어두워지고 있다는 걸 의미하지.'
'그 새가 어둠을 만든다고? 그건 말도 안 돼.' 언어는 제법 매끄러워졌지만, 여전히 크리쳐는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친구여, 그게 아니라- 기억 안 나니? 밀튼(시인) 말이다. '잠을 깨우는 나이팅게일...''
'잠 깨우는 나이팅게일!'
크리쳐가 맞장구치며 시를 읊는다. 이미 다 그는 암기하고 있다. 노인은 그의 성장을 기뻐하며 조용히 그것을 듣는다.
'에덴 동산의 밤이지(시의 내용). 달이 보이느냐?'
크리쳐는 노인을 붙잡고 달이 있는 무대의 왼쪽으로 몸을 돌리게 한다.
흐릿하고, 차가워 보이는 커다란 달이다. '저기. 저기 있다.'
'달이 어떤지 내게 알려주련.' 그러자 크리쳐는 '고독하다(solitary)'고 대답한다. 
둥글다 하얗다가 아닌, 보다 추상적이고 어려운 단어로 설명해낸 크리쳐에게 노인이 참 좋은 단어라고 칭찬해주자,
크리쳐가 제 말을 잇는다. '그리고 슬프다, 나처럼.'
'왜 슬프지?' '왜냐하면 고독하니까.' '왜 너는 슬프지?' 
'왜냐하면 내가 읽은 모든 것들, 내가 배운 모든 것들로 인해 나는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알게 되었으니까.
그 생각들이 나를 우박처럼 난타해. 내 질문은 끝이 없지만 거기에 답이란 없지.
나는 누구지? 나는 어디서 왔지? 내게 가족이 있나?'
정말로 그는 높은 수준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까지도 품게끔 되었다.
장족의 발전이다.
그 말을 들은 노인은, 그의 외로움이 안쓰러웠는지 이렇게 말한다.
'네게는 우리가 있잖니. 내 아들은 너를 외면하지 않을 거란다. 내 약속하마. 내 아들에게 나와 같이 인사를 하자꾸나.'
그러나 크리쳐는 그 말에 격렬하게 거부반응을 보인다.
노인과 함께 더불어 산 기간동안, 다른 사람에게 박해를 받지 않았다곤 하나
그 이전의 아픈 기억이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체 왜? 이건 아주 쉬운 부탁이야. 대체 뭐가-'
크리쳐는 노인의 팔을 뿌리치고 노인의 곁에서 강하게 물러나며, '두 번 다시 내게 그런 부탁하지 말라' 고 한다.
크리쳐는 떨어지고 나간 거리를 유지하며,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나는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읽었어. 황제의 삶들.'
'오, 그래. 고대 로마의 발견자들 말이지. 세상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람들이지!'
그 말에 크리쳐는 다시 더 묻는다.
'왜 사람들은 도시에서 무리를 지어 살지? 나는 도시를 상상할 수가 없어.
나는 로마를 상상조차 할 수 없어! 숫자가 너무 엄청나.'
'우리는 단결해서 누군가를 돕고, 또 선(善)을 행하지.'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노인에게, 크리쳐는 반격한다.
'하지만 당신들은 서로 학살하잖아!' '그래, 그건 모순이지.'
노인은 정말로 선량한 사람이고, 또 온화하고 인자하지만 크리쳐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크리쳐에게 세상은 노인 한 명을 제외하고는 죄다 적일 뿐이었다. 
도시건 어디건, 최소한 노인은 인간으로서 받아들여져 사회의 일부분으로 기능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크리쳐는 그렇지 못했다. 
'나는 모순이 싫어! 왜 그래야만 하지?!' 이젠 심지어 철학적이다. 노인은 나도 모른다고 한다.
자신이 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고심하는 크리쳐를, 노인은 달래려고 한다.
'나는 모른단다. 네가 좀 더 나이를 먹으면 너는 더 많이 배우게 될 거고-'
'드 레이시! 항상 당신은 모른다고 하지만- 실은 알고 있잖아! 왜 당신은 모든 걸 가졌고, 나는 아니지?
나는 문 밖에 서 있어. 나는 안쪽을 들여다보지. 하지만 감히 들어갈 수가 없어.
노인은 '정확히 무엇이 너를 두렵게 만드는게냐?' 고 묻는다.
'다! 모든 것이 다! 왜 당신은 숲속에 헛간에 살지? 거대한 도시가 아니라?'
노인은 자신이 가난해서 그렇다고 대답하자, 크리쳐는 왜냐고 또 묻는다.
노인은 자신이 이곳에 오게 된 건 전쟁탓이라고 한다. 크리쳐는 '나는 가난한가?' 라고 묻는다.
노인은 '그래, 하지만 언젠가 너는 너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누군가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라고 답한다.
'그럴까?'라고 다시 묻는 크리쳐.
'그렇지! 착한 사람에겐 그럴 자격이 있어. 너는 고운 마음씨를 가졌어.
네게 누구이건간에, 누군가 너를 사랑할 사람이 나타날게야.'
노인의 인자한 말에, 크리쳐가 또 다시 묻는다. 아주 묵직한 의문이다.
'사랑이 뭐지?'


신 19 / 이것은 크리쳐의 꿈이다.
무대 한가운데, 객석으로 움푹 들어간 곳에서 장치가 열리고 여성 크리쳐가 엎드린 채 무대에 등장한다.
마법의 주문처럼, 크리쳐가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건넨다.
'깨어나라, 나의 짝, 나의 처, 천상에서 온 가장 훌륭한 선물이여, 항시 새로운 나의 빛이여! 깨어나오!'
그러자 그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깊게 호흡을 들이쉬더니 뒷걸음질로 무대 위로 올라간다.
걷잡을 수 없는 음률, 스패니쉬 혹은 집시풍의 배경음악이 혼란스러움을 한층 더한다.
거기에 그녀가 경련을 하는 것인지 춤을 추는 것인지 짐작할 수 없는 동작으로 무대 위를 활보한다.
거기에 맞춰 함께 움직이는 크리쳐. 서로 닿고 싶어하고 가까워지고 싶어하지만 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 그것을 방해하는 듯하다.
경련하듯 움직이는 크리쳐의 뒤로 다가가는 그녀. 뒤에서 두 팔을 직선으로 죽 뻗어 크리쳐의 겨드랑이 아래로 넣는다.
끌어안는다기보다는 기절하는 사람을 받아 안듯이, 꿰어차는 동작이다.
그러나 그 어설픈 동작에 크리쳐는 전기에 감전되기라도 한 양 몸을 바들바들 떤다. 환희일까?
그러나 그도 잠시, 또다시 이상한 힘에 이끌리듯 여성 크리쳐는 뒤로 물러난다.
한 걸음 가까워졌다가 다시 물러나길 반복하며 멀어져가는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살짝 떠올라 있다.
이윽고 그녀는 무대 뒷편으로 사라지고 크리쳐의 꿈은 거기에서 끝이 난다.


씬 20 / 노인이 오두막 밖으로 나오면서, 신 19와 바로 장면이 이어진다.
크리쳐가 말한다. '나는 건물에서 나와 달렸어. 어두웠어. 무서웠어.'
노인이 묻는다. '그게 네가 기억하는 전부냐?'
크리쳐는 기억이라는 것 자체를 모르겠다고 하고, 노인은 네가 기억력을 가져서 기억을 하고 있는 것이라 알려준다.
그러나 역시 크리쳐에게는 와닿지 않는다. '그게 어떻게 되는 건데? 과정이 어떻게 되는 거야?'
노인은 모르겠다고 하지만 크리쳐는 자꾸만 이어 묻는다.
'나도 모른다니까! 건물에서 뛰쳐나왔다고? 그리고 그게 잉골스타트였다고? 그 일지의 저자가 말하길, 그는-'
크리쳐가 일지의 앞부분을 보며 말한다. '제네바. 그는 제네바에서 왔어. 빅터 프랑켄슈타인. 제네바 시민-'
노인이 묻는다. '프랑켄슈타인?' 크리쳐는 고개를 끄덕인다.
'제네바가 어디에 있는데?' 노인은 아주 멀다고 답해주고는 계속해서 일지를 읽어보라 시킨다.
크리쳐는 그 말대로 일지를 계속 읽고, 노인은 그게 당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홀로 중얼거린다.
그리고 그 중얼거림 속에 나오는 남자, 여자라는 단어를 캐치한 크리쳐가 자신의 꿈에 관해 이야기를 꺼낸다.
'나 잠자면서 뭘 봤어!' 노인은 그것이 꿈이라고 알려주며, 무슨 꿈을 꾸었는지 묻는다.
크리쳐가 갑자기 들떠서 꿈속의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노인은 짐짓 걱정스레 묻는다.
'좋은 꿈이었느냐?' 그러자 크리쳐는 그야말로 신이 났다는듯 답한다. '아주 좋았어! 그런데 그게 좋은거야?'
노인은 어정쩡하게, '좋은 꿈이 꼭 실제로 좋은 건 아니란다. 그건- 그냥 나쁜 꿈이 아니라는 것뿐이지.'
관객들이 웃는다. 그러나 크리쳐는 그게 걱정스러운지 슬쩍 묻는다. '나쁜 꿈도 있어?'
노인이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저 멀리서 펠릭스와 아가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들이 일을 마치고 돌아온 것이다.
노인은 여기서 기다려서 내 아들과 며느리를 만나보라 하지만, 크리쳐는 그렇게 못하겠다며 겁을 먹는다.
노인은 열심히 크리쳐를 설득한다.
'그 아이들은 착한 사람들이란다. 절대 다른 사람들같지 않아! 벗이여, 나는 네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지만
나는 이 세상에 협력을 위한 곳, 사랑을 위한 곳이 있다는 걸 안단다! 편견은 극복할 수 있는 거야.
그러니 여기 있으렴. 내가 너를 위해 잘 이야기해주마.'
노인의 설득에 힘겹게 마음을 굳히는 크리쳐. 일지를 주머니에 넣고, 예의바르게 그들에게 인사할 준비를 갖추고 기다린다.
그런 크리쳐의 손을 잡아주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노인.
그래도 가겠다고 하는 크리쳐를, 자기를 믿으라며 약속하겠다고 노인은 끈기있게 다독인다.
그러나 결과는 비참했다.
힘겹게 용기를 내서, '좋은 날입니다(Good day, sir)' 라고 인사한 크리쳐에게 펠릭스는 경악의 눈길을 보낸다.
크리쳐는 매우 긴장을 한 상태였고,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떨면서 '그그그그굿데이......써'라고 하는 그 모습은
확실히 정상적이진 않았다.
그러나 여기에 펠릭스와 아가타는 매우 격렬하게 반응한다. 몽둥이를 들고 와서 당장 크리쳐를 두들겨 패며
자기 아버지(노인)에게서 떨어지라고 하는 펠릭스, 쳐죽이라며 비명을 높이는 아가타.
노인은 필사적으로 그러지 말라고 말리지만, 펠릭스와 아가타는 그럴 정신이 없어 보인다.
크리쳐는 흠씬 얻어맞고 도망쳐 나가면서, 노인에게 약속이 다르다고 울부짖는다.
크리쳐가 사라지고 나자, 겨우 그 자리의 소란이 멎어들었다.
노인에게 괜찮냐고 묻는 펠릭스와 아가타.
노인은 '그는 굶주려 있었어! 그는 내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다! 너희들은 당최 자비심이란 게 없는 게냐?!'라며 화를 내지만
둘은 여전히 잘못을 저질렀다는 의식이 없다.
왜냐하면, 크리쳐의 모습을 보고 사람이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눈이 보이는 모든 인간들에게- 크리쳐는 그저 괴물일 뿐이다.
남몰래 행복한 부부 뒤에서 그들을 바라보며 살며시 일을 거들어주었던 것도,
노인의 소일거리를 도우며 열심히 사회의 일부가 되기 위해 공부를 했던 것도 모두 허사였다.
전부 다 쓸데없는 발악이었다.
눈이 먼 노인으로 인해 잠시 꿈꾸고 품었던 크리쳐의 희망은 이렇게 부서지고 만다.
노인은, 그제야 자신이 저지른 짓이 무언가를 깨닫고 슬퍼한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신이시여, 대체 제가 무슨 짓을 저지른 겁니까?' 
대답은 없다.


씬 21 / 크리쳐가 쫓겨나 들판 한가운데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발을 구르며 빙글빙글 돌고 있다.
그 동작은 분노에 차 있고, 그의 입에서는 기괴한 신음이 흘러나온다.
도저히 흥분과 광포를 참을 수 없다는 듯 몸을 쉬지 않고 움직인다.
'이런 감정이 느껴질 때, 그들은 어떻게 하지?
영웅들, 로마인들- 그들이 무엇을 하지? 알고 있다.
그들은 음모를 꾸민다. 그들은 복수한다!'
크리쳐는 오두막으로 다시 다가가 장작 하나를 빼어들고, 불을 붙인다. 실제 무대 위에서 장치를 이용해 불이 붙는다.
'나는 복수할 것이다!'
노인과 펠릭스, 아가타를 집안에 가둔채로 크리쳐는 크고 쾌활한 동작으로 오두막 주변을 뛰어다니며 불을 지른다.
장작에 붙은 불을 실제로 옮기는 것은 아니고, 조명이 붉게 타오를 뿐이다.
연기가 오두막 안에 가득 차고, 노인과 펠릭스, 아가타는 그 안에서 쓰러진다.
오두막이, 불탄다. 크리쳐의 유일한 평온의 장소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진짜 사감 줄이고 장면 설명만 넣었거든요?
대사도 빅터랑 크리쳐만 그냥저냥 적고 나머진 대강 스킵신공했거든요...
.......후.....내가 진짜 말이 많긴 많아.......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리뷰는 계속됩니다.
제 기억을 제가 정리하기 위해서.

그럼 저는 이만 자러 감미돠...
좋은 꿈들 꾸셨기를.



:



머리가 멍하다.
JAL타고 12시간 가량을 히드로에서 나리타까지 날아왔는데,
처음에 영국 갈 때는 이 좁은 데서 어떻게 잠을 자나 싶었는데...
밥 먹고 맥주 마시고 나서 깨보니 도착 40분 전이랜다.(...)
허허허 이제 쌀내미 잠자리는 안 가릴 듯...

...좋아, 굳은 머리도 녹일 겸 횡설수설이라도 리뷰를 해보자.
할 말이 워낙에 말아야 말이지....어디서부터 말을 해야하나.



총 벤빅터를 2번, 벤크리쳐를 4번 봤다.
총 6번...썩 마음에 차는 숫자는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막공인데다, 내가 일주일내내 큐잉한 게 아니니까.



일단, 연극 전체에 대한 감상부터.
백퍼 주관에 입각한 소리이니 '의견'이라고들 생각해 주시라옹.

처음부터 당장 깨는 소리같지만, 이 연극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대본이다.
자연스럽지 못한 흐름, 씬에서 다음 씬으로 넘어가는 것에서 개연성이 깊게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내가 기대했던 '절정'이 부족했다.
고백한다. 나는 프랑켄을 여섯 번 보면서 딱 한 번밖에 울지 않았다.
(달랑 한번씩 본 위키드에서는 두 번, 빌리에선 세 번을 울었다. 나 진짜 잘 운다...)

반대로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배우들의 연기였다.
생눈으로 영접한 내가 당당하게 이거 한마디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전에 묻겠다. 당신은 베네딕트의 팬인가?
혹시 그 사람 좋아하는 것에 있어서, '덕질' 혹은 '빠질'이라고 하여
주변 사람에게 숨기거나, 조금이라도 부끄럽게 여긴 적이 있는가?

절대, 그럴 필요 없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그 남자는 그의 연기를 본 모든 시청자, 관객을 팬으로 만들고도 남을 힘이 있는 사람이다.

특히나,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그를 보고 사랑에 빠지지 않는 건
소시오패스나 할 수 있는 짓이다. (ㅋㅋㅋㅋㅋ)

물론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멋졌지만, 주인공 투톱에 비할 바가 못 되어서
그 점 또한 많이 아쉬웠다.
프랑켄의 대본은 관객들로 하여금 빅터와 크리쳐 이외의 인물에게
거의 여지를 주지 않았으니까.

 

원래는 6번 보고 전부 다 각각 따로 리뷰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건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6번 각각 뭐가 달랐는지 안 본 팬들은 솔직히 알 바 아니잖아 ㅎㅎ

비교해서 천천히 적어보려고 했는데 아우 손 얼어서 치기도 힘들다.
다 집어치워.
제일 중요하고 귀하디 귀한 우리 벤크리쳐에 대해서만 먼저 좀 썰을 풀어야지.

 

 그의 크리쳐는 아기 같다.
처음에 봤을 때의 인상은 '천진난만하다' 였는데
정말 끝까지 그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정말로, 갓 태어난 생명체라는 느낌을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초반 20여분가량, 크리쳐로 등장한 벤은
태어나서 자기 몸을 못 가누고 어쩔 줄 몰라하다(그 기적같은 연기를 고작해야 이따위 말로밖에! ㅜㅜ)
자기 창조자인 빅터에게 버림 받고
사람들로부터 외모 탓에 괴물이라 박해를 받고
그게 어떤 뜻인지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밤하늘의 빛나는 별에 대고 소리를 지르고,
태양을 보고 어쩔 줄을 몰라하며
날아가는 새를 보고 낄낄 웃다가,
비를 맞고 경이로워하고,
풀을 씹어 먹다가 뱉어내기도 한다.

정말로, 갓 태어나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가
몸만 어른의 것을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
그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정신적 불균형이
초반엔 발랄한 천진함으로 표현된다.

백치, 정신박약아에 가깝던 그의 정신이 눈먼 노인을 만나
교육을 받으며, 점차 그는 인간에 가까워진다.
그 변화는 정말로 모든 관객들을 납득시킬 정도의 힘을 가진 연기로 표현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면서,
크리쳐의 세상에 대한 불만은 차츰 만족을 향한 추구의 욕망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그것은, 눈먼 노인의 말에 의해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것으로 굳혀진다.

세상에 오로지 혼자뿐인 자신.
사회의 일부로서 받아들여져 인간과 함께하고 싶지만
흉측한 외모 탓에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자, 그가 선택한 최종적인 방법은
자신과 같은 괴물의 여성형을 만들어달라 창조자인 빅터에게 부탁하는 것이었다.

빅터는 얼토당토 않은 소리라며 처음엔 거절하다가
결국 스스로의 평안, 과학에 대한 지나친 열망 탓에
결국 크리쳐의 리퀘스트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뒤늦게사 일의 심각성을 깨닫고 만 빅터에 의해
자신의 단 하나뿐인 희망이었던 여성형 크리쳐를 잃어버린 그는
복수를 맹세하며 사라진다.

그 순수한 열망이라니!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것을 쏟아부을 대상을 원하는 그의 마음이 정말이지 아플 정도로 느껴졌다.
물론, 주고받는 것이 사랑이라지만-
그의 경우는, 그저 피하지 않고 그것을 받아줄 누군가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희망만으로도
충분히 벅찼을 텐데.

빅터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그의 약혼녀인 엘리자베스를 강간하고 죽인 그는
진심을 다해 슬퍼했다.
'진심으로 미안하다' '그러나 빅터가 약속을 깼기에, 나도 어쩔 수 없이 내 약속을 깬다'
'나를 이해하려 해 줘서 고맙다'
...남의 아픔 따위를 이해하지 못한 괴물이라면, 절대 알 수 없을 슬픔이 느껴졌다.

직후에 나타난 빅터에게, 자신을 죽이라며 소리를 지르던 것 또한 절로 가슴이 아려올 정도로 비통했다.
왜 창조자인 빅터는, 그를 고통 속으로 몰고가기만 하는 걸까?
버리고, 외면하고, 죽이려 들었다가, 희망고문을 하는가 싶더니 결국 기회가 왔을 때 죽여주지조차 않는다.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다다른 두 사람.
크리쳐인 벤은 자신보다 약한 몸을 가진 빅터를 비웃으며, 그로 하여금 자신을 뒤쫓게 한다.
그러나 빅터가 정작 죽었다는 생각이 들자 자기도 모르게 절규한다.

어그러지고 일그러졌다고는 하는, 이 세상에 유일하게 단 한 사람-
크리쳐 자신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존재가 사라진다는 건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
이어지는 대사는 더욱이 소름돋는다.

'죽지 마, 날 혼자 두고 떠나지마. 당신과 나, 우리는 하나야.'
'당신이 살아있는 동안은 나도 살아. 당신이 죽어버리면, 나도 죽어야 해.
마스터, 죽음이란 뭐지? 어떤 느낌이지? 나는- 죽을 수는 있는 거야?'

쓰러진 빅터를 향해 애원하다 못해 같이 바닥에 누워서
차갑게 식은 빅터의 얼굴을 마주하고 벌벌 떨면서 계속 말을 건다.
그리고, 크리쳐 자신이 빅터에게 저지른 만행 아닌 만행들에 대해 사과를 한다.
제기랄, 니가 왜 사과를 해. 정말 절로 이가 악물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빅터가 힘겹게 다시 눈을 뜨고 숨을 쉬자,
크리쳐는 더 이상 즐거울 수가 없다는 듯이 벌떡 뛰어오르며
'마스터, 당신은 날 사랑해! 당신은 날 사랑한다고!' 라고 기쁨의 환호성을 외친다.

그러나 빅터는, 결국 끝까지 그런 크리쳐를 거부한다.
물론, 서로 갈데까지 간 상황에서 그럼 우리 둘이 먼 데로 도망쳐서 파라다이스 하! 놀이하며 살자...라곤 못하겠지.
(...아, 그건 Y네...이런 뭣같은...;;)

빅터는 크리쳐를 거부하고, 크리쳐는 그 거부를 수용한다.
빅터와의 관계가 아예 끊어지는 것보다는, 빅터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계속 증오의 고리를 잇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야만, 살아있을 수 있으니까. 살아있다는 실감을 하기 위해서-
이 세상 단 한 사람, 자신의 잔혹한 창조자가 필요하니까.

그리고 무대 뒤편으로 크리쳐가 펄쩍펄쩍 점프를 하며 빅터를 부르고,
빅터는 크리쳐를 파괴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를 좇는다.
그리고 무대는 끝이 난다.

 

 

 자, 이제 그의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저런 게 연기로 가능하구나, 라고 하는 경지까지 갔다. -ㅅ-
배우는 눈빛 연기가 어쩌니 해도, 사실 무대 보러 가면 배우 눈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난 산만해서 무대 전체를 보고 싶어하는데다, 내 눈은 작은데 다른 볼 게 너무 많거든.

그런데 베니는 그런 걸 용납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을 보라는 듯이 그의 전신, 그의 연기에서 눈을 못 떼게 만든다.
그가 등을 돌리고 있으면 등을 따라가고, 다리를 떨면 다리를 보고....
알몸으로 나와서 처음엔 눈을 어디다 둬야 하나 생각을 솔직히 했다.
이 연극 실제로 보게 되면....그런 거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미안해 미안해 베니좌니 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내가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배우를 표현하기를,
(만화 유리가면의 주인공) 기다지마 마야 남자 사람 영국판이라고 하곤 했다.
그의 연기에 경외심을 담아서.
영국 오기 전의 소리다.

...진심으로, 지금은 저 인간이 홍천녀를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고 있다;;;;;;;;
...어 근데 아마 될 거야...
(땅불바람물 연기 좀 해봐 이 사람아 -ㅂ-;;

이것이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배우다! 라고
온세상에 소리쳐 알리고 싶을 정도로 멋진 연기였다.



그러고보니 순수하게 큐잉에만 53시간을 썼다.
스테이지 도어에서 기다린 거하고 공연 본 시간까지 다 합치면
약 70시간.

태어나서 처음 간 런던, 영어권 국가에서
8박 9일을 보냈는데, 시간 환산해보니 대략 220시간이었다.
그 중에서 70시간을 이 연극을 위해서 쓴 거다.

스스로 보기에도 이건 또라이짓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눈곱만치도 후회하지 않는다.
아니, 다음에 이 남자가 공연한다고 하면 분명 또 오겠지.
...사막 안 가길 잘했다. > < (....)



여하튼 맛봬기 가벼운 리뷰는 이렇게만.
다음 리뷰는 아마 모든 장면을 설명하고, 그때 얘가 어떻게 움직였다는 걸 쓰고 싶은데...
역시 자기만족을 위한 리뷰가 되겠지만 난 이거 써둬야 해.....
내 머리로는 이거 한 달을 못 가...남겨둬야 해...

아구 머리야. 아직 5시도 안 되었는데 멀고먼 뱅기 출발.
이건 뭐 큐잉도 아닌 주제에!!!!!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닥터후나 읽어야겠다 ;ㅁ;





더욱 상세한 리뷰는 귀국 축하 파뤼 이후 새근사근 잠든 칭구과 애인 곁에서 지큼 쓰고 있슘미돠.
각 씬마다 설명, 그리고 벤크리쳐와 벤빅터 버젼을 따로 더 쓸 예정입니다.
저 할 말 많아요 ㅋㅋㅋㅋㅋ

그리고 베니 사진도 올려야디 올려야디 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지금 돌아와서 잠도 안자고 뭐하는 짓이래 엉엉


[##_http://ykeath.tistory.com/script/powerEditor/pages/1C%7Ccfile10.uf@1426F8434DC1D60E096548.jpg%7Cwidth=%22400%22%20height=%22300%22%20alt=%22%22%20filena





To ssal, Thank you. Benedict Cumberbatch.

내가 가져간 게 아니라, 베네딕이 다른 팬에게서 양해를 구하고 얻어서(강조) 
나에게 사인해서 직접 준 것.
심지어 NT내의 북샵에서 팔지도 않는 포스터♡ (폴란드인 칭구가 매우 부러워함 ㅋㅋ)
...페덱스 가서 코팅해야지. 이게 대체 무슨 사이즈야 ㅠㅠㅠㅠㅠㅠ 

그나저나 이거 안 구겨지게 공수해오느라고
막날 일정 중 하나를 아예 버린데다 (내 런던 던전 엉어엉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뱅기 안에서도 내내 품에 끌어안고 있었음요 ㅠㅠ
병신돋지만 행복합니다. 
이 맛에 덕질♡
> <




:



올해 들어 어쩐지 시들해져서, 한동안 공연 안 보고 지냈다.
그냥...이제 안 봐도 평생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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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지.(........)
이 좋은 걸 안하고 어찌 살아.

애들이랑 모여서 막걸리를 위장에다 들이부으며
부어라 마셔라 풍악을 울려라 하다가...

[거미여인의 키스 나 40% 할인쿠폰 생겼다!]

[뭐이야?! 정존잘님이 모리놔를 하신다고!!!! 나도!! 나도!!!]

[너 대신 간 조지킬(일이 있어서 양도했었다) 진짜 끝내줘써! 나 또 보러가고 싶어! 빕으로!]

[뭐이야?! 난 포기했는데 그게 그리 좋았다고?!!
나도 갈래! 나도!!!!!!]

..........정신차려보니 16만원이더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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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괜찮아. 내년엔 다 한꺼번에 골로 간다.(...2012 !!!)
나는 두렵지 아니하다.
(..........)

각설.
오랜만에 스크롤바 내려야 하는 포스팅을 할랬더니
서두부터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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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아닌데 공연만 같이 보러 다니는(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애들이 너 나랑 사귀녜...)
이카에와 함께 갔돠.

카에 덕분에 할인도 잔뜩 받고 이런 좋은 공연 놓치지 않아서
이번에도 엎드려 감사할 따름.
(님 우리 다음 티케팅은 담주 수욜이야 핥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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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것은 바로 이 캐스팅.





접힌 부분은 다이제스트.
(내용이 고대로 담겨 있으니 보실 분만 보세요.
요 아래 '줄거리'를 클릭하면 됨!)






슬픈 이야기다.
암울한 이야기다.

그래도, 나는 이 이야기가 좋다.
참 좋은 극이었다.

보고 나니 박은태 씨와 김승대 씨의 무대도 궁금해지긴 하는데...
아마 내가 이미 최고의 무대를 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은 확신처럼 깊다.
정성화 씨의 예명은 정존잘로 지으셨어야 한다니까.
진짜 이분은 공연 안하셨음 한국 공연계의 손실이었을거여. 흙흙흙흙

존재 자체로 점수 마구 드려서(타나토노트)
다음 생 열라 맛깔지게 살게 해드려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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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포스터에 실린 거 보고 식겁했는데...
은태 옵화, 땀구멍은 어디 갔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옵화가...매력적이긴 하지만
솔까 잘생긴 분은 아니자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 운명 피하고 싶어를 내 염장이 쫄깃하게 불러주셔서
밤이고 낮이고 내 하찮은 고막과 영혼을 떨리기 했던 그분의 얼굴은
이렇게 생기지 않았었자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팬이라면서 잘생기게 찍어줘도 ㅈㄹ...)

옵화가 곰보여도 난 옵화를 샤릉함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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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는 카에랑 동대문까지 설렁설렁 걸었다.
그리고 두타 1층 카페에 앉아서 노닥노닥 덕덕한 토크를 나누다가
무난하게 11시쯤 헤어져서
막차를 놓치지 않고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 밤새 비행기표와 휴무 대체, 아이폰 셋팅, 독타에 시달리다
이제야 포스팅 마치고...자야지.

새벽 근무 생각보다 나쁘지 않돠.
수면 시간이 정확하니 의외로 건강도 딱히 나쁘지 않고.

아이폰 벨소리도 셜록으로 바꿨겠다 이젠 자야겠다.
오늘 알람도 다시금 상콤하게 셜록 오프닝으로 깨어나겠군화.






아...오늘은 출근 전에 장을 봐야지.
집에 야채가 없어............내 식이섬유..................


:



드디어!
라이브로 연극 '이'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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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ㅅㅜ b

벌써 5년이나 되어버렸네요.
'왕의 남자'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었죠.
그 원작으로 유명한 연극 '이'입니다.

개봉 전에, 한참 저는 한의원에서 일하고 있었죠.
당시에 같이 일하던 seermana와
우연히 '이준기' 씨의 스틸샷과 '여자보다 아름다운 남자' 라는 광고문구를 보고
혹해서 이준기 씨 싸이에 들어가 영화 언제 개봉하냐고
매일 핥핥대었지요.

그런데 정작 영화를 보고 나와서는,
캐릭터 '연산'과 '녹수'에 노골노골 녹았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미친놈 미친년, 악녀 코드를 진짜 좋아하거든요....

게다가 제가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이준기 씨의 공길은, 너무나 다정하고 순수하더라고요.
정말 왕의 마음을 인간적으로 위로하려고 한 것뿐.
전 그런 거 필요없고요~
(..........)



영화를 보기도 전에, 연극의 대사를 우연히 몇 마디 접했는데
정말 이건 너무 궁금해 돌겠더라고요.



'슬픔처럼 잡스러운 게 없을 게다. 그런데 어이하여 나는 이렇게 서럽기만 하단 말이냐?'

'이, 너도 아프지? 아프다고 말해. 너도 나처럼 아프다고 말 해.'

'마마, 마마가 내 안에 들어옵니다. 더 세게 치세요, 이놈의 영광입니다.'

'참 이상하지? 돌아서면 이내 네가 사무치니. 이리 와 나를 안아라.'

'마마, 이놈을 가지세요. 이놈을 가지시고 장생이는 살려주세요.
그럼 다시는 장생이하고 입도 안 맞추고, 이놈 물건을 작두로 자르기라도 하겠으니...'

'난 내 가슴이 벌렁거릴 때만 살아있다고 느껴.'

'네놈은 본시 여자도 아닌 것이 여자이고, 부끄럽고 수줍고.
때론 앙탈도 부리고
때론 서글퍼 꺼꺽 울기도 하고
때론 턱없이 헤헤 웃는구나.
그것이로? 이, 정히 너는 그것이로?'

'왕이여, 부탁이니 한번만 나를 위해 웃어 주오.'




대사는 제가 기억하고 있는 것을 더듬은 것이니
아마 꽤 다르겠지요.
여튼, 대사만 봐도 이렇게나 '헉!' 이라고
동인녀 심금을 울리는 데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러 가니 어땠는가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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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훨씬 멋지더라고요.

연극와 영화는 인물의 해석, 그리고 포커스를 맞춘 것 자체가 조금 달라서
새로운 기분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굉장히 시리어스할 거라고 손수건까지 준비해서 갔는데,
의외로 중간중간 빵빵 터지게 웃을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더욱 만족도가 높았구요.



무엇보다, 역시 연극은 정말 코앞에서 배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이 호흡이 생생해진달까요.
특히나 무대를 압도적으로 휘어잡는 배우분들의 연기로
정말 숨소리도 못 내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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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본 캐스팅은 이러했어요.

연산 / 전수환
공길 / 오만석
장생 / 이승훈
녹수 / 하지혜
홍내관 / 조희봉




오만석 씨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연극 '이'에 출연하지 않으신다 해서
R님과 급히 마지막 공연을 보러 갔답니다.

오만석 씨를 사실 저는 잘 모르고,
영화 '우리동네'에서 음침하게 잘생긴 정줄놓은 살인마 청년으로밖에 못 봐서...
과연 어떤 식으로 공길이를 연기하실까 궁금했더랬죠.

같이 가신 R님께서 공길은 꼭 오만석 씨 버젼을 봐야 한다고
극찬을 하셔서 기대치가 높았어요.
그리고 그 기대치만큼 꼭 채워서 돌아왔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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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이렇게 훤칠하게 생긴 미남이시고,
여성스러움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분인데도
무대 위의 '공길'은 정말로 분위기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정말로...여자랄까, 계집의 색기가 흘러요.
옴므파탈에야 익숙하다지만,
남자가 내비치는 여성형 색기라니...이게 또 새로웠습니다.



영화에서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던 '공길'의 캐릭터도
좀 더 이해가 갔고요.

연극의 공길은-
비천한 삶이 싫어서, 그것을 벗어나고자 왕의 환심을 사서 권력을 지향합니다.

그러나 결국 사랑하던 장생과 대립을 일으킨 끝에 장생이 죽고,
반쯤 이용 목적으로 접근해서 구스르던 연산에게도 또한
인간적인 정을 느끼게 되어서 갈대처럼 흔들라다가
결국 연산을 죽이는 대신, 스스로를 죽이는 길을 택하죠.

광대로서, 우인으로서 좀 더 자유로운 영혼이 되길 갈구하던
장생이 바랐던 것처럼, 마지막은 장생의 뜻을 품고,
한편으론 마음을 주었던 연산의 품에 안겨 죽음을 맞이합니다.



제각기 다른 인간의 욕망과 서로의 지향점, 위치 등에 따라
인간이 서로 엇갈리고 부대끼는 한편의 멋진 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받은 것만 같습니다.

그것은 결코 타인에게 농락당하거나, 의지해서도 안 되며
자아가 자아로서만 오롯이 존재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버리지 않고, 자신의 뜻을 관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요.

그리고 후회할 짓 좀 하지 말자는 메시지도요.
=ㅂ=



여튼, 이렇게 오만석 씨의 마지막 공연을 보게 되어
감개무량합니다.

가능하다면 또 다른 연산인 '김내하' 씨의 캐스팅
그리고 또 다른 녹수인 '진경' 씨의 캐스팅으로도 보고 싶긴 하지만...
일단 올해는 이 한 번으로 끝마칠 성 싶습니다.
이걸 보고 나니 어째 다시 '우리 동네'가 보고 싶네요.
(사실 그닥 취향이 아니었던 영화지만 ㅠㅠ)

올해 공연이 아직 열흘 정도가 남았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은 꼭 한 번 '오만석' 씨의 공길을 만나보세요.
정말로 멋진 무대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후후훗!




아직 3월 초인데
올해들어 벌써 공연만 5번에,
티켓북엔 영화니 이거저거 티켓이 13장째네요.

뿌듯하고 행복은 한데, 허허허.
한편으론 이 문화생활 언제까지 즐길 수 있으려나 싶기도 하고...
=ㅂ=



오늘은 좀 정리할 것이 있어 일찍 내려가야겠습니다.
좋은 밤들 되세요.

쟈하라독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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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옮겨왔습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공지 꼭 읽어주세요. by 찹쌀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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