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라이브로 연극 '이'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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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ㅅㅜ b

벌써 5년이나 되어버렸네요.
'왕의 남자'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었죠.
그 원작으로 유명한 연극 '이'입니다.

개봉 전에, 한참 저는 한의원에서 일하고 있었죠.
당시에 같이 일하던 seermana와
우연히 '이준기' 씨의 스틸샷과 '여자보다 아름다운 남자' 라는 광고문구를 보고
혹해서 이준기 씨 싸이에 들어가 영화 언제 개봉하냐고
매일 핥핥대었지요.

그런데 정작 영화를 보고 나와서는,
캐릭터 '연산'과 '녹수'에 노골노골 녹았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미친놈 미친년, 악녀 코드를 진짜 좋아하거든요....

게다가 제가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이준기 씨의 공길은, 너무나 다정하고 순수하더라고요.
정말 왕의 마음을 인간적으로 위로하려고 한 것뿐.
전 그런 거 필요없고요~
(..........)



영화를 보기도 전에, 연극의 대사를 우연히 몇 마디 접했는데
정말 이건 너무 궁금해 돌겠더라고요.



'슬픔처럼 잡스러운 게 없을 게다. 그런데 어이하여 나는 이렇게 서럽기만 하단 말이냐?'

'이, 너도 아프지? 아프다고 말해. 너도 나처럼 아프다고 말 해.'

'마마, 마마가 내 안에 들어옵니다. 더 세게 치세요, 이놈의 영광입니다.'

'참 이상하지? 돌아서면 이내 네가 사무치니. 이리 와 나를 안아라.'

'마마, 이놈을 가지세요. 이놈을 가지시고 장생이는 살려주세요.
그럼 다시는 장생이하고 입도 안 맞추고, 이놈 물건을 작두로 자르기라도 하겠으니...'

'난 내 가슴이 벌렁거릴 때만 살아있다고 느껴.'

'네놈은 본시 여자도 아닌 것이 여자이고, 부끄럽고 수줍고.
때론 앙탈도 부리고
때론 서글퍼 꺼꺽 울기도 하고
때론 턱없이 헤헤 웃는구나.
그것이로? 이, 정히 너는 그것이로?'

'왕이여, 부탁이니 한번만 나를 위해 웃어 주오.'




대사는 제가 기억하고 있는 것을 더듬은 것이니
아마 꽤 다르겠지요.
여튼, 대사만 봐도 이렇게나 '헉!' 이라고
동인녀 심금을 울리는 데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러 가니 어땠는가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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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훨씬 멋지더라고요.

연극와 영화는 인물의 해석, 그리고 포커스를 맞춘 것 자체가 조금 달라서
새로운 기분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굉장히 시리어스할 거라고 손수건까지 준비해서 갔는데,
의외로 중간중간 빵빵 터지게 웃을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더욱 만족도가 높았구요.



무엇보다, 역시 연극은 정말 코앞에서 배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이 호흡이 생생해진달까요.
특히나 무대를 압도적으로 휘어잡는 배우분들의 연기로
정말 숨소리도 못 내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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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본 캐스팅은 이러했어요.

연산 / 전수환
공길 / 오만석
장생 / 이승훈
녹수 / 하지혜
홍내관 / 조희봉




오만석 씨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연극 '이'에 출연하지 않으신다 해서
R님과 급히 마지막 공연을 보러 갔답니다.

오만석 씨를 사실 저는 잘 모르고,
영화 '우리동네'에서 음침하게 잘생긴 정줄놓은 살인마 청년으로밖에 못 봐서...
과연 어떤 식으로 공길이를 연기하실까 궁금했더랬죠.

같이 가신 R님께서 공길은 꼭 오만석 씨 버젼을 봐야 한다고
극찬을 하셔서 기대치가 높았어요.
그리고 그 기대치만큼 꼭 채워서 돌아왔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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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이렇게 훤칠하게 생긴 미남이시고,
여성스러움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분인데도
무대 위의 '공길'은 정말로 분위기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정말로...여자랄까, 계집의 색기가 흘러요.
옴므파탈에야 익숙하다지만,
남자가 내비치는 여성형 색기라니...이게 또 새로웠습니다.



영화에서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던 '공길'의 캐릭터도
좀 더 이해가 갔고요.

연극의 공길은-
비천한 삶이 싫어서, 그것을 벗어나고자 왕의 환심을 사서 권력을 지향합니다.

그러나 결국 사랑하던 장생과 대립을 일으킨 끝에 장생이 죽고,
반쯤 이용 목적으로 접근해서 구스르던 연산에게도 또한
인간적인 정을 느끼게 되어서 갈대처럼 흔들라다가
결국 연산을 죽이는 대신, 스스로를 죽이는 길을 택하죠.

광대로서, 우인으로서 좀 더 자유로운 영혼이 되길 갈구하던
장생이 바랐던 것처럼, 마지막은 장생의 뜻을 품고,
한편으론 마음을 주었던 연산의 품에 안겨 죽음을 맞이합니다.



제각기 다른 인간의 욕망과 서로의 지향점, 위치 등에 따라
인간이 서로 엇갈리고 부대끼는 한편의 멋진 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받은 것만 같습니다.

그것은 결코 타인에게 농락당하거나, 의지해서도 안 되며
자아가 자아로서만 오롯이 존재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버리지 않고, 자신의 뜻을 관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요.

그리고 후회할 짓 좀 하지 말자는 메시지도요.
=ㅂ=



여튼, 이렇게 오만석 씨의 마지막 공연을 보게 되어
감개무량합니다.

가능하다면 또 다른 연산인 '김내하' 씨의 캐스팅
그리고 또 다른 녹수인 '진경' 씨의 캐스팅으로도 보고 싶긴 하지만...
일단 올해는 이 한 번으로 끝마칠 성 싶습니다.
이걸 보고 나니 어째 다시 '우리 동네'가 보고 싶네요.
(사실 그닥 취향이 아니었던 영화지만 ㅠㅠ)

올해 공연이 아직 열흘 정도가 남았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은 꼭 한 번 '오만석' 씨의 공길을 만나보세요.
정말로 멋진 무대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후후훗!




아직 3월 초인데
올해들어 벌써 공연만 5번에,
티켓북엔 영화니 이거저거 티켓이 13장째네요.

뿌듯하고 행복은 한데, 허허허.
한편으론 이 문화생활 언제까지 즐길 수 있으려나 싶기도 하고...
=ㅂ=



오늘은 좀 정리할 것이 있어 일찍 내려가야겠습니다.
좋은 밤들 되세요.

쟈하라독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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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옮겨왔습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공지 꼭 읽어주세요. by 찹쌀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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