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라고 쓰고 대부분이라 읽습니다) 의역 쩌는 부분이 있습니다.
후우...
*더불어 책으로 발간된 대본과는 일부 순서가 다르거나, 대사 일부가 커트된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 무대에 올라온 대본과 발간되 대본이 약간의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
씬 22 / 연못가. 눈으로 뒤덮인 산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풍경으로 짐작된다.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메이드 클라리스, 다른 하녀들과 아이 두 명이 등장한다.
그들은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그들 가운데 윌리암(아이, 빅터의 동생)이 술래로 선정되고, 윌리암은 눈가리개를 한 채로
연못가의 물 위에 놓인 다리(선착장 같은 느낌이다)위로 이동한다.
사람들은 윌리암을 놓아두고 신이 나서 숨기 위해 사라진다.
그 뒤로 크리쳐가 살며시 등장한다. '안녕, 소년'
아무것도 모르는 윌리암은 누가 등뒤에서 나타나자 자연스레 뒤를 돌아보려 하는데,
크리쳐가 돌아보지 말라고 버럭 소리를 지름으로서 그것을 막는다.
그리고 지금 여기가 어디냐고 묻자, 윌리암은 순순히 제네바 근처라 알려준다.
그 말에 윌리암을 이용할 생각을 했는지 크리쳐가 윌리암에게 친근한 척 말을 건넨다.
호수가 아름답다느니, 먼 길을 왔다느니, 너도 낚시를 하느냐는 둥의 이야기들이다.
윌리암은 친구들과 놀던 중이라 이만 가봐야겠다고 하는데,
크리쳐는 상관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계속한다. '내가 누구인지 맞춰보렴'
윌리암은 아마도 우리 가족의 지인이 아니냐고 대답하고, 판사나 시장일 거라 하자
크리쳐는 자신이 판사라고 대답하곤 윌리암의 이름을 묻는다.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다, 윌리암. 하이킹도 갈 수 있겠지. 저 산을 오를 수도 있고 말이야!'
아무도 오르지 않는 산에 오른다는 소리에 흥분한 윌리암이 신나하자,
크리쳐는 바로 윌리암을 자기 목 위에 목말을 태우곤 어서 가자고 한다.
윌리암은 당황하면서 허락을 못 받아서 안 된다고, 아버지가 화를 내실 거라고 하지만
크리쳐는 요지부동이다. 아직 윌리암은 크리쳐의 얼굴을 보지 못했기에 그저 당황할 뿐이다.
그러면서 놔달라고 애원하자, 크리쳐가 슬그머니 본론을 꺼낸다.
'네가 내 질문에 대답하면, 널 놔주마.'
윌리암이 질문이 뭐냐고 하자, 크리쳐는 기다렸다는 듯 묻는다.
'나는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남자를 찾고 있다. 그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느냐?'
윌리암은 내 이름이라고 대답하고, 그 말에 깜짝 놀란 크리쳐는
거의 집어 던지다시피 윌리암을 땅바닥에 내려놓는다.
겨우 해방된 윌리암, 처음으로 크리쳐의 얼굴을 보고 놀라 비명을 지른다.
크리쳐는 예상한 듯, 반응하지 않는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그가 네 아버지냐?'
'아니, 빅터는 내 형이예요!'
'어디에 있지?' '집에 있어요. 형은 항상 집에 있어요'
'내가 그를 만날 수 있겠니?' '당연히 안 돼죠!'
'우린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윌리암. 우린 저 산들을 함께 오를 수 있어.
단, 네가 나를 빅터에게 데려다준 뒤에 말이다.'
'싫어요! 당신은 역겹게 생겼어!'
아이인 탓에, 윌리암은 그야말로 역겨울 정도로 순수하다.
'그는 뭐지? 뭐 하는 사람이지?'
'형은 학자예요, 천재죠!'
'그가 잉골스타트에 간 적이 있나?'
윌리암은 빅터가 잉골스타트에서 공부했었다고 대답하고,
이로서 크리쳐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그를 내게 데려와라. 어서.'
'싫어요! 안 해요!'
결코 자신을 뜻을 따를 뜻이 없어 보이는 윌리암을 다시 거꾸로 들쳐업는 크리쳐.
윌리암은 자기 아버지가 높은 사람이라 크리쳐를 엄벌할 거라며 나름 협박을 해보지만
크리쳐는 '조용히 하라'라고만 하고 무대의 다른 편으로 윌리암을 데리고 사라진다.
씬 23 / 크리쳐가 윌리암을 데리고 사라져버린 직후에 다른 등장인물들이 바로 이어 다른 문에서 등장한다.
하인들 모두가 동원되어 윌리암을 찾고 있지만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무슈 프랑켄슈타인(빅터의 아버지)이 엘리자베스에게 어디서 놀았느냐고 묻자,
엘리자베스는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고 대답한다.
윌리암이 술래였으니 엘리자베스가 그를 못 본 것은 당연지사.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와중에, 무대 뒤쪽에서 성큼성큼 빠르고 급한 걸음으로 빅터가 등장한다.
'윌리암! 윌리암! 조를 나눠! 너하고 너- 날 따라와!'
그러나 무슈 프랑켄슈타인은 그런 빅터에게 이미 수색중이니 놔두고 집에나 가라고 한다.
'지금 윌리암이 사라졌다고요! 사라진 지 얼마나 됐죠?'
점심 때 이후로 안 보인다며 여전히 빅터에게 집으로 가라고 하는 무슈 프랑켄슈타인.
'전 도와야 합니다' 라고 말하지만, 무슈 프랑켄슈타인의 눈에는 동요한 상태의 빅터가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았나보다.
수색은 해도 좋으니 자기 곁에 붙어있으라고 말하는데, 하인 하나가 윌리암의 모자를 찾아낸다.
그리고 빅터, 이번에는 엘리자베스에게 따지기 시작한다.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었느냐, 왜 애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느냐는 질책 섞인 말에
엘리자베스는 화가 나서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어디에 있었느냐고 반박한다.
빅터는 윌리암의 말대로 내내 틀어박혀서 연구만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윌리암은 네가 돌봤어야지! 라면서 일방적으로 자기 할 말만 하는 빅터와 맞받아치는 엘리자베스의 말다툼에 질린듯,
무슈 프랑켄슈타인이 그만하라고 한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메이드 클라리스가 마을 사람들이 산에서 괴물을 보았단 소리를 했노라고 말한다.
빅터가 무슨 괴물이냐고 묻자 다른 하인들이 입을 모아 무시무시한 괴물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눈과 얼음뿐인 그 산에서 생명체가 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에 결국 다들 말이 안 된다 생각한다.
그러나 빅터 한 사람만은, 계속 그 괴물에 대해 묻는다.
짐승처럼 생긴 건 아니냐, 괴물- 무슨 생명체처럼 생겼느냐, 대체 정확히 뭐라고 하더냐 등등.
그리고 이때 이미 크리쳐가 자신을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해 약간의 예감을 갖는다.
그런 걱정에 빠져있는 빅터에게, 엘리자베스가 안색이 안 좋아 보인다며 화제를 바꿔 말을 건다.
'마지막으로 당신을 본 게 몇 주 전이었다. 왜 방에만 있느냐' 라고 하는데,
빅터는 이에 대해 '내가 뭐하러 당신을 볼 필요가 있지?' 라고 대답한다.
엘리자베스, 약간 포기했다는 듯 웃으면서 '그야 우린 결혼할거니까요!' 라고 답하자
빅터, '아' 라면서 얼빠진 반응을 보인다. 천재이긴 한데 사회화는 덜 된 남자다.
'가끔 내게 말을 좀 걸어주세요!' 라고 사랑스럽게 말하는 엘리자베스에게,
'할 말이 아무것도 없으면?' 같은 소리를 하는 빅터.
빅터는 내내 방안에만 있었다. 가능한 한 타인과 접하지 않으려고 했고, 심지어 약혼녀인 엘리자베스마저 멀리했다.
다른 연구를 했는지도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의 말에서 빅터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고로 무대에서 보여주지 않은 일면에서,
빅터가 크리쳐를 만들어낸 것에 대한 회한과 불안, 고뇌로 많은 시간을 보냈음을 짐작케 한다.
엘리자베스가 그런 소리를 하는 와중에, 배 한 척이 호수 저편에서 수색대 무리들 쪽으로 천천히 다가온다.
빅터가 잽싸게 달려가 배 안쪽을 보자, 거기에는 죽은 윌리암이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슬퍼하며 한탄하는 가운데, 빅터는 윌리암의 시체 옆에서 종이다발을 집어든다.
일지다. 그날, 잉골스타트에서 자신이 크리쳐에게 덮어준 망토 속에 버려두고 온 일지.
엘리자베스가 그것을 빼앗아들고 이건 빅터 당신 필체 아니냐고 묻는다.
빅터는 '이건 내 일지 같다' 고 하고, 엘리자베스는 그럼 당신 일지가 어디 있냐고 묻는다.
'몰라! 잃어버렸어! 그게 어딨는지 난 모른다고!'
신경질적으로 그렇게 말하고 무대 저편으로 사라지는 빅터. 윌리엄의 죽음의 원인에 대한 감을 잡은 듯하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실험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무슈 프랑켄슈타인은 슬픈 음성으로 아들의 죽음을 재차 확인하고 무대 저편으로 사라진다.
교회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씬 24 / 빅터는 눈덮인 산으로 두터운 외투를 입고 홀로 헤매이고 있다.
그의 기세는 흉흉하고, 당장에라도 누군가를 윽박지를 것처럼 성급하다.
'여기 있나?! 어디 있지? 여기에 있는 건가?!'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부는 듯한 무대 위를, 여기저기 쏘다니며 크리쳐를 찾아 부르는 빅터.
'어디 있지? 모습을 보여라, 괴물아!'
무대 왼쪽편에 설치된 산을 의미하는 구조물에는 파이프가 땅바닥에서 몇 미터 위까지 연결되어 있다.
크리쳐는 그 파이프를 타고 가뿐한 동작으로 빅터 앞에 나타난다.
'신이시여! 저 근육 조직 - 눈과 손 - 세포조직 - 완벽한 밸런스! 봉합선은 그대로군!
핸섬하게 만드는 건 실패했지만, 내가 저것에게 힘과 은총을 부여했군!'
빅터가 크리쳐의 모습을 보고 제일 먼저 느낀 것은 경악이나 공포가 아니라 흥분인 듯하다.
그는 크리쳐를 두고 주변을 돌며 감탄을 계속한다.
'세상에 이런 업적을 이뤄내다니! 비길 데 없는 과학의 힘!
신이여, 그날 밤의 광기- 그 열기, 그 땀, 그 주입물들-
그것이 내게로 기어오던 그 순간, 그리고 나는- 그리고 난-'
가만히 그 말을 듣고만 있던 크리쳐가 그 순간 처음으로 빅터 앞에서 입을 연다.
'너는 도망쳤다.'
빅터의 입가의 미소가 굳는다. '뭐라고?'
크리쳐는 다시 한 번 더 일러주듯 말한다.
'너는 나를 저버렸다.'
빅터는 그제야 크리쳐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을 납득한 듯 놀라서 말한다.
'저게 말을 했어!'
그리고 크리쳐는 이런 빅터의 대응에 거북해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침착하다.
'그래, 프랑켄슈타인. '이것'은 말을 한다.'
그 말에 빅터는 다시 놀라 묻는다.
'내 이름을 알아?'
크리쳐는 말없이 망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빅터에게 휙 던진다.
빅터는 그것을 받아들고, 무엇인지 확인한다. '내 일지!'
빅터의 잃어버렸던 일지다. 죽은 윌리암 곁에서 일부를 찾아낸.
'왜 나를 버렸지?' 다시 한 번 침착하게 크리쳐가 묻는다.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건지- 나는 두려웠다.'
크리쳐는 마치 빅터에게 가르쳐주듯 그때의 상황을 다시 상기시킨다.
'인간을 만들고, 그에게 생명을 주었다.'
자신의 이야기이건만, 남의 이야기인 것처럼 3인칭으로 말하는 크리쳐.
그러나 빅터는 크리쳐의 바로 그 말에 자신이 이 산에 온 진짜 목적을 기억해낸다.
'이젠 그걸 제거하러 왔다.'
크리쳐는 그 말에 비웃듯 짧게 대꾸한다. '오, 그래?'
빅터는 결연하게 '나는 너를 죽이러 왔다!' 라고 외친다.
그러자 크리쳐, 약간 으르렁거리듯 그 말에 응대한다.
어찌 보면 이 연극 전체의 가장 중요한 대사이다.
'나를 죽이러? 그럴거면 대체 왜 나를 만들었지?'(Why then did you create me?)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려고!'(To prove that I could!)
빅터는 매순간 거의 외치듯 말한다. 아직까지 담담한 크리쳐와는 대조적이다.
도리어 크리쳐가 더 조용하고 분노를 숨겨 누를 줄 아는 듯이 비쳐보이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너는 내 생生을 가지고 장난질을 했단 말인가?'
빅터는 당당하다. 귀족적인 뻔뻔함일까?
'이 모든 건 과학에서 비롯한 거야! 너는 내 가장 위대한 실험이었다 - 그렇지만 결과는 좋지 않아.
이 실험은 이제 끝을 내야 해!'
빅터가 그렇게 말하며 자연스럽게, 그러면서도 재빠르게 크리쳐의 목에 실험용 메스를 들이댄다.
크리쳐는 그것을 애들 장난이라도 되는 양, 빅터의 팔을 붙잡아 메스를 떨어트리게 하고
팔을 꺾어 빅터를 구속한다. 그리고 그 상태로 빅터에게 말을 한다.
'움직이지 마라, 천재! 나는 네게 요청할 것이 있다.'
빅터는 '젠장, 넌 요청따윌 할 입장이 아니야!' 라고 답하지만,
크리쳐는 이것이 너무나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에 빅터가 아무리 단호해도 물러나지 않는다.
'아니, 할 수 있어. 내 말을 들어. 이건 네 의무다.'
그러나 빅터는 여전히 크리쳐에게 악감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살인자에게 뭔가 해줘야 할 의무따윈 없어.'
'만약 내가 살인자라면, 넌 그런 나를 만들었지.'
여기서 바른 논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빅터가 아닌 크리쳐 쪽으로 기울어진다.
오랜 시간동안, 크리쳐는 정말로 많이 성장했다. 단순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반박과 협박, 설득이 가능할 정도로.
그러나 빅터는 계속해서 지지 않고 소리친다.
'넌 내 동생을 죽였어! 내가 아니라, 네가 죽인 거잖아!
나는 네가 태어난 그 날을 저주한다. 내가 어둠 속에서 살아가게 된 그날부터 계속-'
엘리자베스의 투정에도 굴하지 않고, 가족들 모두에게서 기인 취급을 받으면서도 빅터가 두문불출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그 또한 크리쳐를 만들어낸 것에 대해서 깊은 회의를 느끼고 있었던 것.
그 말에 크리쳐, 빅터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꺼낸다.
(의역으로라도 그럴싸하게 해석할 자신이 없으니 여기는 원문 그대로 첨부합니다.)
'Is this the region, this is soil, the clime,
Said then the lost Archangel, this the seat
That we must change for Heaven,
this mournful gloom For that celestial light?'
빅터는 크리쳐의 말에 정말로 놀란다. '그건 실낙원(paradise lost)이잖아! 실낙원을 읽은 거냐?'
크리쳐는 약간의 조소를 담아 '난 실낙원을 좋아한다.'고 한다. 여기서 관객은 아이러니함에 웃는다.
그리고 빅터는 크리쳐의 사고의 흐름의 방향을 약간 짚어냈는지 묻는다.
'왜? 넌 너 자신을 아담이라고 보는 건가?'
'나는 아담이 되어야 해. 신은 아담을 자랑스러워 했지.
그렇지만 사탄은 불쌍하고 가련한 존재였을 뿐이야. 사탄처럼 쫓겨났지만 난 나쁜 짓은 하지 않았어.
그리고 다른 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보았을 때, 나는 내 목구멍 속 깊숙한 곳으로부터 분노가 터져오르는 걸 느꼈다.
그건 사탄의 분노와도 같은 감각이었다.'
그 말에 빅터는 다시금 경의로움을 표현한다.
'이건 정말 놀랄 일이야! 넌 교육을 받았군! 그리고 기억도 할 수 있어!'
'그래, 난 토끼처럼 사냥당한 기억도 있고, 민가에서 도망을 치고, 숲속에서 피신처를 찾아낸 기억도 있지.
내 기억속에 있는 건 내가 얻어맞고 매질당한 것들뿐이야.
그럼에도 나는 착했어. 그저 선하게 살고 싶었다!'
말만 들어도, 크리쳐의 고난이 느껴질 정도로 고통스럽고 애절한 기억들이다.
그렇지만 빅터는 그보다도 다른 점에 집중한다.
'그럼 왜 윌리암을 죽였지?'
'나는 너를 보고 싶었다, 그리고 네가 지금 여기에 왔지. 그렇지 않았다면 무슨 방법이 있었을까?
내가 잉골스타트의 주민들 반을 학살한다 해도, 네가 여기에 왔을까?'
빅터는 그 말에 윌리암이 정말로 아무 죄 없이 희생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우울하게 묻는다.
'네게 친절하게 대해준 사람이 정말 단 한 명도 없었나?'
그 말에 크리쳐는, 눈먼 노인의 이야기를 빅터에게 들려준다.
'한 노인이 있었지. 그는 많은 걸 내게 가르쳐주었다. 하지만 그는 장님이었고, 한번도 내 얼굴을 보지 못했어.
그는 내가 이렇게 생겼다는 걸 결코 몰랐지!
일 년이 지나고, 그는 내게 계절을 묘사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이 돌아 하나, 둘, 셋, 넷-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았지.
내가 한 살이 되었을 때, 노인은 그들이 나를 받아들여 줄거라고 했다.
노인의 아들과 며느리, 아름다운 아내가 나를 받아들여줄 거라고.'
빅터는 인상을 찌푸리고 묻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리고 크리쳐는 비웃듯 대답한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뻔히 알텐데.'
빅터는 후회하듯 고개를 떨군다. '오, 신이시여. 그래, 알겠어.'
크리쳐는 빅터의 말을 무시하듯 바로 자기 말을 잇는다. 그만큼 강렬한 기억이었다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나는 그들을 불태웠다.'
비교적 덤덤한 그 말에 빅터가 묻는다. '후회나 한탄이 느껴지지 않는 건가?'
인간적으로는 당연한 감정일수도 있겠지만, 크리쳐는 아직 인간이 아니다.
더불어 인간이라면 마땅히 받고 자랐을 기본적인 의사소통에 대해서 전혀 배우지 못하고 저 홀로 자라기까지 했다.
크리쳐는, 노인에게서 배운대로 했을 뿐, 그런 그에게 가책은 없다.
'후회? 내가 마을을 걸어가면, 아이들은 내게 돌을 던져. 내가 음식을 구걸하면, 그들은 개를 풀었다.
대체 그 회한이라는 건 뭐하러 하는 거지?'
이제야 빅터는 자기가 생명체를 만든 것이 돌이킬 수 없는 현재를 구현해버렸다는 걸 깨닫는다.
'미안하다, 나는-'
그러나 그 말에야말로, 크리쳐는 진심으로 분노해서 외친다.
'미안?! 미안하다고?! 네가 이 모든 것의 원인이야! 이게 너의 우주라고!'
그 슬픔과 고통에 찬 호통에 빅터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크리쳐는 이어서 자신의 말을 계속한다.
'프랑켄슈타인. 이것이 내 요구다. 나는 사회의 일부가 되고 싶다. 하지만 인간들은 나와 어울리려 하지 않아.
그러니 나와 같은 종(種)- 기형적이고, 끔찍한 한 명- 그녀라면 이해할 거다, 그녀라면-'
그 말에 빅터는 놀라 다시 목소리를 높인다. '그게 무슨, 난-'
크리쳐는 이에 딱 잘라 자신이 정말로 부탁하고 싶은 바를 드디어 입에 담는다.
'나는 여자를 원한다. 나같은 여자를 만들어라.'
빅터는 확인하듯 되묻는다. '여자?' '너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능력을-'
그러나 크리쳐의 말을 자르고, 빅터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까지 친다.
'또다른 짐승- 다른 괴물을 만들라고? 아니, 난 안 할 거야, 나는-'
크리쳐가 다시 울부짖는다. '그건 내 권리다!'
홀로 되지 않고 살아가기를 원하는 권리.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짝을 원하는 권리.
그렇지만 빅터는 그마저도 비웃는다.
'너에겐 아무 권리도 없어. 너는 노예야. 넌 내가 네게 여자를 만들어주길 바라지만,
그랬다간 이제 둘이서 더 못된 짓들을 저지르겠지! 아니, 난 만들지 않을 거다.
차라리 네 맘 내키는대로 날 고문해, 난 절대로 하지 않을 거니까!'
'나는 너를 고문하지 않을 거다. 나는 너를 설득할 거다. 그러지 않겠나? 대화를 하자고.'
그렇게 말하며 크리쳐는 바닥에 앉아 빅터에게 옆에 앉으라는 듯 바닥을 턱턱 치기까지 한다.
한편 자신이 만들어낸 괴물이, 자신을 설득한다는 그 말에 빅터는 어이가 없다.
'살인자와 나눌 대화 따윈 없어!'
크리쳐는 이에 더욱 논리적인 말로 대항한다.
'너는 할 수만 있었으면 벌써 나를 죽이고도 남았을 거다! 왜 네 살인은 정당하고, 내 살인은 아니라는 거냐?'
빅터는 그 말에 더욱 기가 차다는 듯 대답한다.
'난 너하고 말다툼할 생각 없다! 신이시여, 산중턱씩에나 올라와서, 나는 지금 토론을 하고 앉았군, 너, 그러니까-'
차마 빅터가 골라내지 못한 말을, 크리쳐가 정확히 짚는다.
'살아있는 너의 창조물하고 말이다!'
빅터는 그 말에 반박하듯 더 가차없는 말들을 내뱉는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 그저 추잡한 덩어리지!
나는 네 마스터다, 넌 내게 마땅히 존경심을 보여야-!'
오만한 귀족적 사고방식이라 해야할까, 만들어놓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으면서도
꼿꼿하게 빅터는 자신의 우위를 주장한다. 내가 널 만들었으니 넌 내 노예라고.
그러나 크리쳐는 그 말에 따르기에는, 너무나 많이 깨우쳤다.
그런 빅터의 태도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크리쳐는 빅터에게 다가가 그 목줄기를 움켜쥔다.
그리고 저항하지 못하는 자신의 마스터의 숨통을 틀어쥔채로 외쳐 말한다.
'마스터에겐 의무가 있지. 넌 내가 죽도록 버려두고 떠났다! 나는 노예가 아니야. 나는 자유로운 몸이다.
만약 네가 내 요청을 거부한다면, 나는 너를 내 적으로 간주하겠다. 나는 너의 파괴를 위해 살아갈 것이며
너를 외롭게 만들기까지 결코 쉬지도 않을 것이다!'
자신의 감정에 취해 극단적인 행동을 취한 크리쳐는, 거기까지 말하고 곧 그것을 후회한다는 듯
빅터에게서 손을 거두고 무대 반대편으로 등을 돌려 몇 걸음 움직인다.
빅터의 목줄기를 움켜쥐었던 크리쳐의 손을 떨리고 있고, 스스로가 한 행동에 대해 놀란 듯하다.
'사과한다. 나는 근거를 알려주려 했을 뿐이다. 나는 논리할 수 있어.
내가 요구한 것이 모순인가? 나처럼 추악하게 생긴 다른 성별의 창조물.
만일 네가 동의하면, 우리는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남미의 야생 속으로 떠나서
우리만의 작은 낙원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평화롭게 사는 거지.
그리고 다시는 인간들은 우리를 볼 일이 없겠지. 자, 뭐라고 할 거지?'
빅터는 점점 놀라기만 할 뿐이다. 설득하겠다더니, 정말로 수긍할 수 있는 논리를 들고 있다.
'정말 놀랍군. 넌 너무 많이, 너무 빨리 배웠군!'
크리쳐가 가진 지능은, 빅터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뛰어났던 것이다.
그 말에 크리쳐는 슬쩍 묻는다. '내가 자랑스러운가?'
그렇지만 빅터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들었다는 듯 양미간을 찌푸린다. '자랑스러워? 아니.'
크리쳐는 되묻는다. '어째서지?' 빅터는 촌음의 여유도 없이 바로 대답한다. '네 논리가 틀렸으니까.'
'어디가 말이지?'
'너는 멀리 사라지겠다고 했지만 넌 아직도 사회에 섞여들어 살아가길 갈망하고 있어.
하지만 만약 네가 계속 도망쳐서 숨어사는 것에 지쳐버리면?
네가 돌아와서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보려고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나?
하지만 바로 지금, 둘이 사라져서 두 배로 더 큰 사고를 치고 다니면? 내가 왜 그걸 가능케 해줘야 한단 말이지?'
'왜냐하면 나는 외로우니까!'
빅터는 그 말에 움찔한 것처럼 보인다. 인간이고, 크리쳐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살아왔건만
빅터는 정작 잘 알지 못하는 감정이다. 너무나 생명체다운 감정. 외로움. 혼자 있고 싶지 않다는, 온기를 원하는 마음.
이것이 크리쳐가 진정으로 빅터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짝을 가진다. 하늘을 나는 모든 새도 그렇고, 너 또한 결혼을 하지!
왜 내게는 허락되지 않으면서 너만? 바로 조금 전에 너는 내 지성에 놀랐다.
그렇지만 너는 지금 내 마음을 돌처럼 굳게끔 하고 있어. 제발, 또 다른 모순을 낳지 마. 나는 정말 화가 나!
내가 바라는 모든 건 그저 사랑의 가능성일 뿐이야.'
빅터는 그 말에 얼떨떨한 표정이 된다. '사랑?'
크리쳐는 약간 들뜬 표정으로 긍정한다. '그래!'
빅터는 이해를 잘 못 하겠다는 듯 대꾸한다. '네 생각에는 그게 가능성인가?'
'그래!'
'네가?'
그러자 크리쳐는, 오래 전 노인이 들려준 말을 빅터에게 건넨다.
'착한 사람은 그럴 자격이 있지!'
그 말에 빅터가 묻는다. '네가 착한 사람인가?'
크리쳐는 열망하듯, 환호하듯 대답한다. '나는 선한 사람이 될 거야! 오, 그리 될 거라고!'
빅터는 조금 생각이 바뀌어가는 중인듯, 대답이 약간 느려졌다.
'나는 너를 외롭게 만든 것을 후회한다. 난, 이런 건 예상하지 못했어.'
'내가 감정을 가질 거라는 것 말인가?'
'네게 고백컨대 너는 한낱 방정식이고, 수학식의 정리일 뿐이었어.
풀어야만 할 퍼즐이었단 말이다. 하지만 만약 네가 감정이 있고, 또 네가 떠나겠다면-'
빅터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눈치챈 크리쳐, 애원하기 시작한다.
'프랑켄슈타인, 네가 내게 반려를 준다면, 나는 영원히 유럽을 떠나겠다. 공기 속으로 사라지겠어.
더이상 그 어떤 파괴도 저지르지 않겠다. 영영 떠나서 돌아오지 않겠어.'
잠시 침묵이 흐른다.
'조용히 살겠다고 맹세할 수 있어?' 빅터가 묻는다.
'물론이지! 제발 나를 믿어줘!' 이때부터 크리쳐의 태도는 이전의 험악함은 사라지고 애절함과 조급함만 남는다.
'네가 내게 여길 영원히 떠나서 두 번 다시- 절대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네가 정말로, 진지하게 맹세하면-'
빅터가 말을 미처 다 끝내기도 전에 크리쳐는 무릎을 끓고 애원한다.
'저 푸른 하늘에 대고 맹세한다. 흰 눈에, 내 가슴 속에서 타오르는 사랑의 불꽃에 맹세한다.
네가 내 요청을 인정한다면, 너는 두 번 다시 나를 볼 일은 없을 거야.
세상이 한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절대로- 두 번 다시!'
그 말에 빅터는 또다시 어이가 없다는 듯 대꾸한다. '네 생각엔 그게 돌고 도는 건가?'
크리쳐는 '물론.' 이라고만 대답한다.
빅터는 털을 쓰다듬으며 작업에 대한 가늠을 시작한다.
'넌 이걸 알아야 해. 그 작업은 매우 힘들어.'
'넌 혼자서 해냈어. 넌 혼자서도 충분히 해낼 능력을 갖고 있어.'
맞는 말임과 동시에, 교묘하게 빅터를 부추기는 말이다.
자신의 창조물에게서, 그것도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지능과 지성을 가진 크리쳐에게서
이런 찬탄을 듣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빅터의 기분이 매우 고조된다.
'이 세상에 오로지 나 하나- 그 누구와도 비밀을 공유할 순 없지! 봐, 저기 아래쪽을.'
그렇게 말하면서 빅터는 산 아래쪽을 가리킨다. 거기에 존재하는 건 실제로는 객석이다.
관객을 향해, 빅터는 자신의 비뚤어진 우월감을 과시한다.
'그들이 보이나? 작은 인간들, 작은 삶들!'
크리쳐는 그 말에 신이 난다는 듯 폴짝 뛰어가며 맞장구를 친다.
'작은 집들! 작은 인간들!'
실제로 원작에서 크리쳐의 신장은 2m가 훌쩍 넘는다. 연극에서는 배우 본연의 신장으로 처리되었지만,
정말 크리쳐가 느끼는 인간이란 매우 작디작은 존재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결코 받아들여주지 않고, 자신을 박해하는 존재들.
'소인족들 같으니라고. 하지만 나는 달라.'
'너는 왕이야! 과학의 왕! 내게 여자를 만들어 줘. 제발! 신부를 줘.'
'신부는 아름다워야지. 아름다운 눈과 빛나는 머리카락을 가진 신부라야 해.
그녀는 추악한 꼴이 되어선 안 돼. 신부는 가능한 한 사랑스러워야 해.'
그 말에 크리쳐는 바닥에 몸을 구르면서 전율하듯 기뻐한다. '그래!'
'실수를 또 번복하진 않겠다. 우린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해. 되돌아갈 순 없어.'
크리쳐는 환희에 차 빅터를 격려한다. '마스터, 한 번 더 마법을 보여줘! 내 애원할테니!'
빅터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여자라...난 한 번도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어.
신체상의 차이점 외에 뭐가 더 다를까? 기질? 유머? 기술?'
크리쳐는 이미 기쁨에 가득 차서 정신이 없다. 무대 위를 폴짝폴짝 뛰면서 답한다. '몰라!'
빅터는 계속 중얼거린다. '여자들이 뭘 잘 하지?' '몰라!'
두 광인의 대화같다. 빅터도 크리쳐도 서로의 말을 듣고 있지 않다.
'신이시여, 대체 이 무슨 커다란 도전이란 말인가! 내가 오류가 전혀 없는 그런 걸 만들 수 있다면-
괴물이 아닌- 여신을 만들어낸다면!'
크리쳐는 그 말을 확신하듯 따라한다. '여신.'
빅터는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괴물을 만들어내버렸다며 스스로를 저주했다고 하지만,
새로운 도전거리가 자신에게 주어졌다는 것에 어린애나 다름없이 기뻐한다.
크리쳐는 갓 태어난 생명체이고, 머리가 뛰어나다고는 하나 경험이 없어 아직 어린애같다 하지만
빅터의 경우는 멀쩡한 성인의 행할 바가 아니다. 굳이 비하자면, 그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다.
'그래! 그녀는 완벽해야 해! 상상해봐! 어쩌면 난 저주받았을지도 모르지만, 난 해보겠어!'
이미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사실상 빅터가 크리쳐의 부탁을 받아들이라는 것은 뻔하다.
그렇지만 아직도 크리쳐는 확신하지 못하겠는지 재차 묻는다.
'내 요청을 받아들여 줄 건가?'
'네가, 내가 약속을 지킨 후에 영원히 여길 떠난다고 약속해준다면 네 요청을 받아들이겠다.'
크리쳐는 물론 당연히 그러겠다고 한다. '그러겠다! 네가 그렇게 해주겠다면, 나는 약속한다!'
빅터가 크리쳐에게 손을 내민다. 악수를 하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크리쳐는 그 사회적 상호행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게 뭐지?'
빅터는 크리쳐의 언변과 지적 능력에 놀라 잠깐 잊고 있었던 사실을 기억해낸다.
크리쳐는 아직 악수조차도 모르는 어린아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잡고, 흔들어라.' '흔들라고?'
'우리가 합의를 했다는 뜻이다. 내 손을 잡아.'
크리쳐는 한달음에 사뿐하게 다가가 빅터의 손을 붙잡고, 크게 한 번 흔든다.
반쯤은 크리쳐가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는 동작에 가깝다.
그 바람에 빅터의 몸이 흔들려 둘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빅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을 붙잡은 그 손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크리쳐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고 직접 접촉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고맙다! 정말 고마워! 내 꿈이 이루어졌다!'
크리쳐는 그렇게 말하고, 이 씬에서 처음 등장한 무대 왼편의 산처럼 꾸민 구조물 위로 가뿐하게 뛰어오른다.
몇미터에 달하는 높이지만, 그 움직임은 가볍기만 하다.
'어서 집으로 가서 일을 시작해!'
그 말에 빅터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답한다. '집에서? 집에서 그 작업을 하라고?'
'안될 건 또 뭐지? '내 아버지 집에서 이 작업을 하라고? 안 돼!'
'그럼 어디가 좋을지 찾아보도록. 난 널 지켜보겠다!'
마지막 크리쳐의 대사는 얼음산 위에 쩌렁쩌렁 울려퍼진다. 빅터는 얼음벌판 위에 홀로 남겨진다.
무대는 회전을 하고, 얼음산은 사라진다.
씬 25 / 프랑켄슈타인의 집, 정확히는 무슈 프랑켄슈타인의 방이다. 집무실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슈 프랑켄슈타인은 클라리스와 함께 있는데, 클라리스는 그에게 편지를 가져다준다.
윌리암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의 편지들이다.
두 사람 다 아직 어리고 안타까운 윌리암을 생각하며 슬퍼하는데, 거친 걸음으로 빅터가 돌아온다.
그리고 클라리스 쪽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간략한 명령조로 '나가' 라고 한다.
클라리스는 잠시 눈치를 보다가 밖으로 나가고, 그녀가 나가자마자 무슈 프랑켄슈타인은
윌리암이 죽은 이런 때에 대체 지금까지 어디에 갔다 왔느냐며 아들을 질책한다.
아버지의 호통 따위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빅터는 오늘 집을 떠나겠다고 한다.
윌리암의 장례식은 어쩔거냐는 말에도 어차피 떠난 사람이라는 식이다. 너무 냉정하다.
그러면서 자신은 일을 해야하니 잉글랜드로 가겠다고 한다.
그 말에 무슈 프랑켄슈타인의 인내가 바닥이 난 듯, 대체 무슨 일이냐고 따져든다.
몇년동안 잉골스타트에 보내놨더니 어느날 급히 돌아와버리질 않나, 연구를 했다더니 결과물은 하나도 없는데다
돌아와서도 내내 방안에만 처박혀 있던 아들이 얼마나 심난했겠는가.
그래놓고는 지금 다시 떠나겠다고 하니, 이건 정말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빅터는 아버지의 분노 따윈 알 바 아니라는 듯, 자기 고집만 내세운다.
참다 못한 무슈 프랑켄슈타인이 집안의 가장으로서 가지 말라고 명령하지만, 빅터는 그마저도 거부한다.
그러자 결국 무슈 프랑켄슈타인은 그럼 엘리자베스와의 결혼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
그러자 빅터는 당연하다는 듯이 연기할 거라고 한다. 그녀는 기다릴 거라면서.
6년이나 기다렸는데 조금쯤 더 길어지는 건 별 차이가 없을 거라고 하곤 입을 다물어버린다.
무슈 프랑켄슈타인, 죽은 아내(빅터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꺼내자 빅터가 하지 말라고 버럭 화를 낸다.
그렇지만 무슈 프랑켄슈타인의 말은 계속된다.
네 어머니가 하늘로 갔을 때, 나는 너하고 엘리자베스를 행복하게 결혼시키겠다고 약속을 했다,
너는 밝고, 근심이 없던 아이였다, 그런데 너는 이제 주변 모든 걸 다 무시하더니
오로지 너 홀로 떠나려 든다, 심지어 나를 실망시키기까지 하는구나,
네가 그렇게까지 나온다면 나도 널 안 잡겠다, 갈테면 가라, 대신 엘리자베스한테는 네 입으로 직접 말해라-
등의 이야기를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무슈 프랑켄슈타인.
빅터는 여전히 신경쓰는 눈치가 아니다. 도리어 어머니 이야기가 나온 것에 불쾌해했을 뿐이다.
엘리자베스를 부르러 문 밖으로 나가기 전, 무슈 프랑켄슈타인이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한다.
'내가 기억하던 내 아들은 어디 갔느냐? 그 아이는 빛나는 눈과 항시 준비된 미소를 지니고 있었지.
그는 어디에 있느냐, 빅터? 어디로 가버렸느냐?'
무슈 프랑켄슈타인은 거기까지 말하고 문밖으로 사라진다.
잠시 뒤, 교대하듯 엘리자베스가 들어온다.
'당신 아버지 말씀에 당신이 떠난다시던데요! 왜요, 빅터? 왜 잉글랜드로 가야만 하나요?'
빅터는 잉글랜드가 전기-화학 계통에 있어 가장 중심적인 곳이기 때문이라 답한다.
엘리자베스는 그럼 우리 결혼식은 미뤄지는 거냐고 하자, 빅터는 실험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 한다.
엘리자베스가 그게 대체 무슨 실험이냐 묻자, 빅터는 그건 여자의 영역이 아니라 답한다.
엘리자베스가 결혼할 상대방에게 그렇게 말하는 건 이상하다면서 다시 생각해보라 한다.
대체 어떤 점이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는 거냐고.
그 말에 빅터는 '솔직히, 전부 다.' 라고 답한다.
'당신은 제가 당신보다 덜 총명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라고 엘리자베스가 묻자
이번에도 빅터는 바로 긍정해버린다. 여기에서도 관객들이 빅터의 생각 짧음에 웃음을 터뜨린다.
급히 빅터가 '그러니까 당신은 교육을 덜 받았잖아' 라고 답한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도 할 말이 있다. 엘리자베스는 시대 탓에 학교에 가고 싶었는데도 집안에서 보내주지 않은 것뿐이다.
여자가 공부하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던 시대였다.
공부를 해서 당신의 조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적극적으로 활기차고 긍정적인 의견을 늘어놓는 엘리자베스를
빅터는 볼타 전등을 아느냐, 축전기가 뭔지나 아느냐며 무시로 일축해버린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전혀 굴하지 않고, 뭔지 모르겠지만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며 꼭 자신을 데려가달라 한다.
빅터는 엘리자베스가 진심이란 걸 깨닫고, 어떻게든 떼어놓을 생각에
척박해서 볼 것이 없다, 나는 온종일 도서관에만 처박혀 있을 거다, 여자가 갈 곳이 아니라고 늘어놓지만
엘리자베스가 원하는 것은 사실 재미가 아니다. 빅터의 곁이다.
'나는 상관없어요! 우린 함께할 거예요.'
빅터가 이건 여자가 나설 자리가 아니라고 하자, 엘리자베스는 나는 당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보다 많은 곳을 둘러보고 싶다고 한다.
'나는 당신과 당신의 일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 음악, 정치, 모든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음악이나 정치엔 흥미없어.'
사랑스럽고 열정적인 엘리자베스의 저돌적인 자세에도 빅터는 귀찮다는 식으로 응대한다.
엘리자베스는 혹시 다른 마음에 둔 사람이 있어서 그런 거냐고 빅터에게 묻는다.
빅터는 그런 것이 전혀 아니라고, 나는 다른 그 누구와도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 말에 겨우 안심이 되었는지 엘리자베스, 그간 숨겨왔던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오, 빅터! 저 너무 외로웠어요. 당신이 떠나있었을 때보다, 돌아온 후가 더 쓸쓸했어요!
나는 무지개며 석양을 당신과 함께 지켜보고 싶었지만 당신은 나와 함께 있어주지 않았죠.
결코 곁에 있어주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가지 말라고 말해보지만, 전혀 소용이 없다. 빅터는 무조건 떠나야 한다고만 반복한다.
그러자 엘리자베스, 문 쪽으로 다가가서 문고리를 살짝 잠그더니 빅터에게로 다시 다가온다.
'빅터, 내가 당신에게 부탁을 좀 할 수 있을까요? 나는 아이를 갖고 싶어요.
당신도 아이를 원하나요?'
빅터는 냉큼 물론 원한다고 답한다.
'당신은 내가 아이를 갖길 원하나요?'
'당연하지, 물론.'
대답은 잘 한다. 그렇지만 정작 빅터는 엘리자베스에게 제대로 애정표현은 커녕 키스조차도 하지 않고 지내고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그 말에 빅터에게 훌쩍 다가서서, '그럼 키스해주세요. 이렇게.' 라면서
입술을 맞춘다. '어떻게 당신이 아이를 내게 줄 건지 보여주세요. 절 만지세요. 제 심장소리를 느껴보세요!'
그렇게 말하며 엘리자베스, 자신의 왼쪽 가슴으로 빅터의 손을 이끌어 닿게 한다.
그리고 다시 엘리자베스가 키스를 하려 하자, 굉장히 곤혹스럽고 싫다는 표정으로 잠시 그대로 참다가
결국은 엘리자베스를 밀어내면서 자신도 뒤로 물러나버린다.
'꼭 가셔야겠어요? 그냥 여기 계실 수 없나요?'
'가능하다면 나도 그냥 머물고 싶어...! 그렇지만 안 돼!'
이제는 빅터 자신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윌리암이 희생된 지금에 와서는
빅터가 만약 여성 크리쳐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분명 크리쳐는 빅터의 가족을 해칠 것이기에.
그 절박한 말에 엘리자베스는 내내 짓고 있던 미소를 접고, 결심한 듯 말한다.
'그럼 가세요. 가서 당신이 할 일을 하세요. 그리고 성공하세요.
그 뒤에 집으로 돌아와서, 그땐 정말 내 남편이 되어주세요. 내게 한 다스의 아이들을 주세요.'
그 말에 빅터는 고맙다고 한 뒤에 '당신은 아름다워. 분명 아주 아름다운 아내가 될 거야.' 라고 말한다.
내내 빅터의 신경질적이고 무례한 태도에도 견뎌내던 엘리자베스, 그 말에는 더 참지 못한 듯
'빅터! 당신은 대체 제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무슨 나비 표본이라도 되는 줄 아세요?' 라고 쏘아붙인다.
그러나 빅터는 그대로 나가버린다.
무대 위의 조명이 꺼지고, 회전무대가 다시 돌면서 다음 씬을 위해 전혀 다른 배경으로 바뀐다.
(여기서 빅터가 먼저 나갔는지 엘리자베스가 먼저 나갔는지 잘 기억이 안 나네요.
나중에 천천히 기억 더듬어보고 생각해내거든 수정하겠습니다.)
일단 2번째는 여기까지.
3번째로 마치려고 했는데 2.5랑 3으로 두 파트로 나뉘게 될 듯 ㅠㅠ
일단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몇 씬이 있는데,
씬 24가 그에 해당합니다.
어쩌면 빼먹은 부분이 있을수도 있지만, 가능한 한 모든 대사와
제가 기억하는 모든 동작의 서술을 다 적었습니다.
그 이외의 씬은 모든 대사를 다 적지는 않았습니다.
(빅터랑 크리쳐가 중요할 뿐인 1人)
열심히 기억을 되살려가며 정리하고 있긴 한데
인상적이어서 난리를 친 장면 말고는 벌써부터 기억 속에서 흐려져 가네요.
(...주연 2 캐러 외...특히;;;)
얼렁 써야디;; --;;
퇴근하고 와서 마무리하고 저는 이제 자러 감.
아 꿈에 벤크리쳐나 나왔음...아니 뭐 빅터도 좋긔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