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대본에 의하면, 이 극은 총 30개의 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를 3파트로 나누어 리뷰하고자 합니다. (뒤로 갈수록 씬 하나하나가 점차 길어집니다.)
빅터와 프랑켄의 대사는 가능한 한 다 살려서 올리려고 하다 보니 조금 길어질 듯합니다.

이 리뷰가 끝난 뒤에, 씬 1에선 누가 어쨌다 저쨌다 하며 덧붙이는 형태로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조니 리 밀러의 크리쳐, 빅터의 연기를 중심으로 각각 더 적어볼 생각입니다.
일단은, 공연을 보지 않은 분을 위한 설명이라고 생각해주세요.
가능한 한 세세하게 적었습니다.

...번역은 모두 다 제가 한 것이다 보니 아무래도 어설픕니다.
다시 말씀드리건대 저는 일본어 전공이지 영어는 으흐흐흙(...)한 poor lost thing일 뿐입니다.
오역은 발견 즉시 알려주시면 감사하고, 어느 정도의 의역은 거슬리시더라도 가벼이 넘겨 주시기를 바랍니다. ㅠㅠ

그럼...






(사진은 무대의 움직임의 이해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첨부합니다.
...다른 더 잘 찍은 사진들 웹에 있을테니 엔간하면 이런 직찍은 퍼가지 마시고요...)



씬 1 / 시작 전에 종소리가 울린다. 어쩐지 사람을 압도시키는, 잔인하고 공포스런 울림이다.
시작 15분 전부터 회전 무대 위에서 느릿하고 소름끼치게 돌고 있던 기묘한 모형물이 있다.
조명은 붉고, 둥그런 형태를 한 그 모형물은 얇은 가죽막을 몇 개 둘러싸고 안쪽이 보이지 않게 되어 있다.
안쪽에는 얼핏 어떤 형태가 보이는데, 공연 시작 전까지는 그 형태가 어설프게만 보인다.
그리고 이윽고 공연이 시작됨과 동시에 조명이 들어오고, 그 안에 무언가가 있음을 관객으로 하여금 깨닫게 한다. 
사람 크기의 무언가다.
그 가죽의 막을 틑어내며(실제로는 찢어내며) 크리쳐가 머리-상반신부터 등장한다. 
그 모형물의 의미는 자궁이었다. 심지어 탯줄마저 엿보인다.



씬 2 / 세상에 나온 크리쳐가, 자신의 존재, 특히 육체적인 면에 대해서 깨달아가는 장면.
온몸을 떨며 경련하다가, 어떤 상태가 가장 자연스러운 것인지 찾기 위해서 기어도 보고,
밸런스를 잡기 위해 엉덩이를 치켜들고 팔과 다리로 지탱해서 서 보기도 하며,
무대 위를 미친듯이 웃으면서 뛰어다니기도 한다. 
실제 갓난아기가 했다면 사랑스럽고 자연스러웠을 광경이, 크리쳐의 모습으로 하니 광기가 느껴진다.


씬 3 / 한참을 뛰어다니던 크리쳐, 지쳤는지 자궁막 앞으로 다가와 쓰러진다.
그리고 뒤늦게 등장한 그의 창조자, 빅터가 크리쳐를 보고 크게 놀라워한다.




자신의 연구가 성공했다는 생각에 기뻐 크리쳐에게 다가간 빅터는, 크리쳐가 정말로 살아 움직이며
자신에게 다가오려고 하자, 기겁해서 크리쳐에게 자신의 망토를 덮어주고 줄행랑을 쳐버린다.


씬 4 / 잉골스타트(지역명)의 밤. 광부, 매춘부, 거리의 사람들이 뛰어나와 연기를 뿜고 불티를 흩뿌리며 강렬하게 등장한다.
크리쳐는 이 모든 것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놀라고 당황해 소리를 지른다.
거리의 사람들 중 하나인 매춘부 그레텔이, 행패를 부리는 손님에게 끌려가다 크리쳐를 보고 도움을 요청한다.
크리쳐가 망토를 뒤집어쓴 채로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다가오자 손님은 도망가고,
그레텔은 크리쳐가 자신을 도와준 것이라 생각하고 웃으면서 다가와 고맙다고, 같이 와인이나 마시자고 한다.
물론 크리쳐는 그레텔의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레텔은 얼굴 좀 보여달라며 망토를 뒤집어쓴 크리쳐의 머리 부분을 걷어내고, 드러난 그의 얼굴을 보고는 경악한다.
그리고 그나마의 선의로, '소리는 안 지를테니 나 그냥 가게 해달라'고 하며 와인을 놔두고 급한 걸음으로 사라진다.
와인을 한 모금 마셔본 크리쳐, 맛이 없었는지 확 뱉어버린다.


씬 5 / 사람들이 다시 한차례 몰려와 괴물이라며 크리쳐에게 돌을 던지는 둥 박해를 거듭한다.


씬 6 / 천장의 무대장치로 이루어진 눈부신 별빛을 보고 소리를 지르는 크리쳐.
뿐만 아니라, 이글거리는 석양에 대해서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몰라
그저 거칠고 우악스럽게 팔을 휘저으며 소리를 질러댈 뿐이다. 그 와중에 망토는 다시 벗겨진다.
십수 마리의 새가 하늘로 두 차례 날아오른다.
크리쳐는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이 세상의 신비에 대해 그저 기쁨의 탄성을 내지른다.


씬 7 / 무대 위에 긴 잔디가 깔린다. 그 잔디가 의미하는 것은 숲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를 맞는 크리쳐. 처음에는 깜짝 놀라지만
곧 그것이 썩 나쁘지 않다는 걸 깨닫고 자신의 몸을 씻어주는 비에 몸을 맡긴다.
비가 그치고 나자, 춥다고 느낀 크리쳐는 아까 벗겨진 망토를 다시 찾아 몸에 두른다.
도구의 사용법을 하나하나 익혀가는 것이다.
그리고 풀을 뜯어먹어본다. 맛이 별로인 듯 풉 하고 뱉어낸다.
회차에 따라서는, 변을 보는 듯한 동작을 하는 장면도 있었다.
잔디 위에 엎드려 누눠 앞뒤로 몸을 비비는 장면을 얼핏 자위를 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표정을 봐서 그건 아니고 그냥 맨몸으로 풀을 감촉을 느꼈던 모양이다.
그저 모든 것이 신비하고 경이로운 듯, 크리쳐는 백치처럼 웃는다.
그러다 주머니에 든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일지를 발견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크리쳐는 그것을 먼저 입으로 가져가 씹고, 맛을 보려 한다.
그러나 먹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어눌하고 투박한 손놀림으로 종이를 휘리릭 넘겨본다.
파라락, 종잇장 넘어가는 소리가 객석까지 들려오고,
종이가 넘어가며 들리는 소리와 그 감각이 재미있다는 듯 즐겁게 웃는다.
갓난아이가 같은 동작을 했으면, 꺄르륵이라 표현했을 법한 동작이지만,
흉터투성이의 거대한 남성이 하는 동작에서는 기괴함이 느껴질 따름이다.


씬 8 / 관객에게 자신의 감각, 감동을 전달하고 싶다는 듯 팔다리를 휘두르며
다듬어지지 않은 성대로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뜻은 전혀 알 수 없다.
얼핏, 그가 지금 세계라는 거대한 존재 앞에서 모든 것을 신비로워하고, 또한 재미있어 한다는 것 정도만 느껴질 뿐이다.
생명, 삶이란 것에 대한 감동.
그는 즐거워한다. 행복해 보이기까지 한다.


씬 9 / 두 명의 거지, 구스타브와 클라우스가 나타나서 모닥불을 피우고 토끼고기를 요리해서 먹는다.
(이때 실제로 무대 장치를 이용, 바닥에서 불이 타오른다.)
약간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던 크리쳐의 괴이한 신음소리를 눈치채고 두 거지가 꺼지라고 하자,
크리쳐는 그들과 똑같이 소리를 지르며 응대한다.
크리쳐의 기괴한 모습에 놀란 그들은 짐이며 냄비를 두고 도망을 친다.
홀로 남은 크리쳐는, 냄비 안에서 좋은 냄새가 나는 것을 깨닫고 손을 뻗어 음식을 손대려다가
손이 데어 크게 혼이 난다. 생전 처음으로 느껴보는 화상의 고통에 악에 받친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곧, 냄비에 걸쳐 있는 숟가락을 보고, 슬쩍 손을 대어 나무로 된 숟가락은 뜨겁지 않다는 것을 알고
그것으로 음식을 퍼서 입에 넣는다. 매우 머리가 좋다. 착실하게 학습중.
한 입을 먹고는, 그것이 뜨거운지 '어허허! 어허허허!' 하고 훅훅훅, 숨을 내쉰다.
두 번째 맛보고는 맛에 만족했는지 또다시 크게 소리높여 웃는다.
곧 모닥불은 꺼지고, 거지들이 두고 간 짐가방을 베개 삼아 크리쳐는 잠에 든다.


씬 10 / 곤히 잠들어 있는 크리쳐에게 몰래 다가온 지난밤의 두 거지.
거지들은 손에 들고 있는 몽둥이로 있는 힘껏 크리쳐를 내리치며 자신들을 겁주고, 저녁을 먹어치웠다고 화를 낸다.
썩 꺼져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말라는 말만 남기고, 챙길 것을 챙겨서 두 거지들은 도망친다.


씬 11 / 왜 자신이 박해를 받는지, 왜 이렇게 부당하게 얻어맞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식은 아직 없는 상태이지만
그 와중에도 무언가 불합리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한 크리쳐.
감정을 가진 생명체답게, 억울함과 고통에 몸부림친다.


씬 12 / 천정 위에서 반투명한 구조물이 내려온다. 그 구조물은 오두막을 의미하고, 안쪽이 다 훤히 비친다.
안에는 간단한 테이블과 의자가 있고, 오두막 앞에도 긴 의자가 놓인다.
눈먼 노인 드 레이시와 그의 아들 펠릭스, 그 아내 아가타가 새로이 등장한다.
그들은 전쟁 탓에 먼 산골로 이사, 산을 개간해서 농부가 되려하는 이주민들이다.
환경은 말할 것도 없이 척박하지만, 젊은 펠릭스와 아가타는 희망에 차 있다.
눈이 먼 탓에 노인은 그들을 돕지는 못하고, 집안에서 기타를 연주하거나 소일거리를 하며 보낸다.
펠릭스와 아가타는 서로 깊게 사랑하고 있고, 펠릭스는 어서 아가타가 자신의 아들을 낳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펠릭스와 아가타가 사이좋게 땅을 개간하러 간 사이, 노인은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오두막 주변에 있다가 생전 처음으로 듣는 음악에 깜짝 놀란 크리쳐, 슬쩍 그 오두막으로 들어가본다.
노인은 예민하게 누군가 들어왔다는 것을 깨닫고, 지혜롭게 대처한다.
'나는 눈이 멀었고, 당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다. 음식을 원한다면 내 식사가 있으니 들어라.'
크리쳐는 머뭇거리다가, 노인이 자신에게 음식을 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그것을 집어먹는다.
노인은 곧 크리쳐가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노인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하는 사이에, 음식을 다 먹어치운 크리쳐는 노인의 기타를 집어들어 그에게 내민다.
'꺼져! 꺼져버려!' 영판 엉뚱한 소리를 하는 크리쳐.
노인에게 기타를 더 연주해달라고 하고 싶은데 아직 그에게는 언어체계가 없다.
그래서 유일하게 들어 기억하고 있는 말, 거지들의 말을 흉내낸 것이다.
그러나 노인은 기타를 건네는 행동과 더불어, 그 말의 의미를 깨닫고 기타를 연주해주기 시작한다.


씬 13 / 펠릭스와 아가타가 산 정상의 벌판에서 황망해하고 있다. 
말 그대로 돌무더기라, 이걸 다 골라내야만 밭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아득해서이다.
그러나 곧 둘은 기운을 차리고, 어서 빨리 시작하기로 한다.


씬 14 / 노인이 크리쳐를 가르치고 있다. paradise라는 단어를 가르치기 위해 발음을 하나하나 짚어주는 노인.
다 불러준 뒤에는, 노인이 크리쳐에게 그것을 종이에 써보라고 한다.
크리쳐는 어눌한 말이나마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낙원. 나 좋아. 좋은 말.'
그리고 거기에 열중한 크리쳐에게 노인이 손을 뻗는다. 
자신의 얼굴에 난생 처음 타인의 손이 닿자 불에 데인 것처럼 놀라 물러나는 크리쳐.
'이게 내가 보는 방법이다.' 라고 하면서 부드럽게 부탁하자, 망설임 끝에 크리쳐는 노인에게 순순히 얼굴을 내민다.
그리고 얼기설기한 봉제 인형처럼 망그러진 그의 피부를 만져본 노인은,
그가 전쟁통에 무슨 사고를 당한 것이리라 짐작한다.
대체 너는 어디서 왔느냐, 너희 부모님은 어디에 계시냐고 노인은 크리쳐에게 묻지만,
크리쳐는 여전히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낙원, 하!' 신이 난다는 듯이 소리치고 흥이 난 걸음으로 반쯤 뛰어 무대 뒤로 사라지는 크리쳐.
노인은 한숨을 쉰다.


씬 15 / 펠릭스와 아가타가 드디어 땅의 돌을 다 골라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를 대략적으로 알려주는 씬.
그들은 기쁨에 차서 서로를 깊이 끌어안고, 어서 밭을 일구기로 한다.


씬 16 /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난생 처음 보는 눈에 깜짝 놀란 크리쳐는 노인에게 그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것이 별로 아프거나 고통스럽지 않다는 걸 알아챈 크리쳐, 마냥 신기한지 구르고 난리가 났다.
노인은 엄하게 그만하고 앉으라고 말한다. 그 말에 슬금슬금 오두막 앞에 있는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 크리쳐.
오늘 공부할 주제는 원죄라고 노인이 말하자, 크리쳐가 그것을 따라한다.
공부가 많이 진행된 것 같다. 그리고 시대상에 맞춘 가르침이었겠지만, 현대인인 관객들로 하여금 실소를 머금게 한다.
죄라는 주제에 대해 듣고 있던 크리쳐가 퍼뜩 말을 꺼낸다. '나 나쁜 짓 안 했어'
그러자 노인은 알고 있다, 너는 착한 마음씨를 가졌노라고 도닥인다.
그러자 크리쳐가 이번에는 '왜 나 배고파? 왜 내 음식 없어?' 라고 묻는다.
노인이 너한테 내 식사의 절반을 주고 있지 않느냐고 대답해도 여전히 크리쳐는 납득하지 못한 눈치다.
노인은 '원래 사람은 배가 고파지는 생물이다'라고 설명해주자, 크리쳐는 '왕이랑 황제는 안 그러던데!' 라고 반문한다.
노인은 내심 혀를 차며 '네 학습속도는 참 빠르다' 고 한다.
'왜 나 왕 아냐?'라고 다시 묻는 크리쳐. 노인은 '그야 모르지, 어쩌면 넌 왕일지도 모르지'라고 대답하자,
신이 난 크리쳐가 '응! 왕! 그거 내 이름?' 하고 또 다시 묻는다.
노인은 모른다고 하며 '너 나한테 네 이름 한번도 안 가르쳐줬다'라고 한다.
'전혀 안 들어봄, 알지 못해'라는 크리쳐의 대답에, 노인은 안타까워한다.
'너는 poor lost thing'이라 하자 천진난만하게 크리쳐, 노인의 말을 따라한다.
'하지만 나는 네게 어떻게 말하는지 가르쳤지, 어떻게 읽는지도. 거기에 희망이 있다.
세상 누가 네가 이런 성취를 이루리라고 짐작이나 했겠니?'라고 노인이 위로하자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크리쳐가 매우 시무룩하게 다시 운을 뗀다. '날 미워해'
노인이 다시 묻는다. '누가 말이야?' 크리쳐는 대댑한다. '남자들. 여자들. 애들, 개들'
노인이 그렇지 않다 하지만, 크리쳐는 듣지 않는다. '돌을 던져. 나를 때려. 어디서나, 어디서나!'
눈먼 노인 이외에는 모두 크리쳐에게 그리 대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노인은 안타까워하며 농부같은 사람들은 원래 무지하니 읽고 쓸 줄 아는 우리가 이해해주자고 한다.
더불어 그들이 아마 너-크리쳐-를 두려워해서, 자기 가족들을 지키려고 그런 것일 거라고 말해준다.
'내 생김 나빠?' 크리쳐의 질문에, 노인은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한다.
'아가타 안 같아'라고 크리쳐가 이어서 말을 하자, 노인은 갑자기 왜 아가타의 이야기를 하나 해서 되묻는다.
'아가타?' '아름다운 아내!'
'그래, 아가타는 확실히 아름답지, 그리고 펠릭스는 선량해. 너를 소개하게 해 주렴'
이것이 과연 몇 번째 반복된 대화인지 알 수 없지만, 크리쳐는 이번에도 노인의 요청을 거절한다.
'안 돼.' '왜?' '날 미워해'
'아니, 안 그럴거란다! 걔들은 아직 너를 만나보지도 못했어!
그러니 여기서 기다렸다가 걔들이 집에 오거든 나랑 같이 맞이해주자꾸나.'
그러나 크리쳐는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간다.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춤을 춘다.
'눈이다! 눈, 눈!'
그는 점차로 배워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여전히 인간이라기보다는 poor lost thing일 뿐이다.


씬 17 / 펠릭스와 아가타가 각각 무엇을 손에 들고서는 서로에게 이것 보라며 난리를 친다.
펠릭스는 밖에서 장작용으로 잘 손질된 나무를, 아가타는 내장을 제거하고 잘 마무리된 산토끼를 보여준다.
누군가가 그들을 돕기 위해서 가져다준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하고 궁금해하던 두 사람. 펠릭스는 아마도 이게 요정이 한 짓일 거라며
그저 당신(요정)에게 감사하고 싶으니 나와서 인사를 받아달라고 숲 저편에 소리친다.
아가타는 그런 펠릭스를 나무라며 그냥 이건 우리의 노력의 결과라고 한다.
'우린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함께 뭉쳐서 힘을 냈고, 서로 사랑하는 걸 결코 멈추지 않았잖아요.
그리고 마법같은 일이 일어난 거죠.'
그렇게 말하며 아가타는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펠릭스의 손을 슬쩍 자기 배 위로 가져간다.
펠릭스는 그것이 임신의 의미라는 것을 깨닫고 눈을 빛내며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하며 노인을 찾는다.


씬 18 / 저녁 무렵, 크리쳐와 노인은 함께 숲속을 산책하고 있다.
'저녁 때가 점차로 따스해지고 있구나. 이제 곧 봄이 올 게야. 얼마나 좋은지!'
노인의 말에, 크리쳐가 궁금함을 표한다. '왜?'
'그야- 봄, 너도 알잖느냐. 하하!' 이 부분은 객석의 웃음을 자아낸다.
봄의 싱그러움, 희망참, 기쁨에 대해 아직 알지 못하는 크리쳐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지만,
모든 생명체와 사람에게 봄은 새로운 시작이며 추운 겨울 이후에 이어질 따스한 날들의 약속이다.
노인은 그 점을 들어 기뻐하고 있는 것이리라. 크리쳐가 다시 묻는다.
'봄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나? 왜?' '음, 우린 아직 살아있잖니!'
그리고 노인은 곧 슬슬 어두워지니 집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그러자 크리쳐가 다시 묻는다.
'어떻게 알아? 당신은 장님이잖아.'
노인은 '저 새소리가 들리느냐? 저건 나이팅게일이야. 그건 지금 어두워지고 있다는 걸 의미하지.'
'그 새가 어둠을 만든다고? 그건 말도 안 돼.' 언어는 제법 매끄러워졌지만, 여전히 크리쳐는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친구여, 그게 아니라- 기억 안 나니? 밀튼(시인) 말이다. '잠을 깨우는 나이팅게일...''
'잠 깨우는 나이팅게일!'
크리쳐가 맞장구치며 시를 읊는다. 이미 다 그는 암기하고 있다. 노인은 그의 성장을 기뻐하며 조용히 그것을 듣는다.
'에덴 동산의 밤이지(시의 내용). 달이 보이느냐?'
크리쳐는 노인을 붙잡고 달이 있는 무대의 왼쪽으로 몸을 돌리게 한다.
흐릿하고, 차가워 보이는 커다란 달이다. '저기. 저기 있다.'
'달이 어떤지 내게 알려주련.' 그러자 크리쳐는 '고독하다(solitary)'고 대답한다. 
둥글다 하얗다가 아닌, 보다 추상적이고 어려운 단어로 설명해낸 크리쳐에게 노인이 참 좋은 단어라고 칭찬해주자,
크리쳐가 제 말을 잇는다. '그리고 슬프다, 나처럼.'
'왜 슬프지?' '왜냐하면 고독하니까.' '왜 너는 슬프지?' 
'왜냐하면 내가 읽은 모든 것들, 내가 배운 모든 것들로 인해 나는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알게 되었으니까.
그 생각들이 나를 우박처럼 난타해. 내 질문은 끝이 없지만 거기에 답이란 없지.
나는 누구지? 나는 어디서 왔지? 내게 가족이 있나?'
정말로 그는 높은 수준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까지도 품게끔 되었다.
장족의 발전이다.
그 말을 들은 노인은, 그의 외로움이 안쓰러웠는지 이렇게 말한다.
'네게는 우리가 있잖니. 내 아들은 너를 외면하지 않을 거란다. 내 약속하마. 내 아들에게 나와 같이 인사를 하자꾸나.'
그러나 크리쳐는 그 말에 격렬하게 거부반응을 보인다.
노인과 함께 더불어 산 기간동안, 다른 사람에게 박해를 받지 않았다곤 하나
그 이전의 아픈 기억이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체 왜? 이건 아주 쉬운 부탁이야. 대체 뭐가-'
크리쳐는 노인의 팔을 뿌리치고 노인의 곁에서 강하게 물러나며, '두 번 다시 내게 그런 부탁하지 말라' 고 한다.
크리쳐는 떨어지고 나간 거리를 유지하며,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나는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읽었어. 황제의 삶들.'
'오, 그래. 고대 로마의 발견자들 말이지. 세상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람들이지!'
그 말에 크리쳐는 다시 더 묻는다.
'왜 사람들은 도시에서 무리를 지어 살지? 나는 도시를 상상할 수가 없어.
나는 로마를 상상조차 할 수 없어! 숫자가 너무 엄청나.'
'우리는 단결해서 누군가를 돕고, 또 선(善)을 행하지.'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노인에게, 크리쳐는 반격한다.
'하지만 당신들은 서로 학살하잖아!' '그래, 그건 모순이지.'
노인은 정말로 선량한 사람이고, 또 온화하고 인자하지만 크리쳐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크리쳐에게 세상은 노인 한 명을 제외하고는 죄다 적일 뿐이었다. 
도시건 어디건, 최소한 노인은 인간으로서 받아들여져 사회의 일부분으로 기능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크리쳐는 그렇지 못했다. 
'나는 모순이 싫어! 왜 그래야만 하지?!' 이젠 심지어 철학적이다. 노인은 나도 모른다고 한다.
자신이 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고심하는 크리쳐를, 노인은 달래려고 한다.
'나는 모른단다. 네가 좀 더 나이를 먹으면 너는 더 많이 배우게 될 거고-'
'드 레이시! 항상 당신은 모른다고 하지만- 실은 알고 있잖아! 왜 당신은 모든 걸 가졌고, 나는 아니지?
나는 문 밖에 서 있어. 나는 안쪽을 들여다보지. 하지만 감히 들어갈 수가 없어.
노인은 '정확히 무엇이 너를 두렵게 만드는게냐?' 고 묻는다.
'다! 모든 것이 다! 왜 당신은 숲속에 헛간에 살지? 거대한 도시가 아니라?'
노인은 자신이 가난해서 그렇다고 대답하자, 크리쳐는 왜냐고 또 묻는다.
노인은 자신이 이곳에 오게 된 건 전쟁탓이라고 한다. 크리쳐는 '나는 가난한가?' 라고 묻는다.
노인은 '그래, 하지만 언젠가 너는 너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누군가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라고 답한다.
'그럴까?'라고 다시 묻는 크리쳐.
'그렇지! 착한 사람에겐 그럴 자격이 있어. 너는 고운 마음씨를 가졌어.
네게 누구이건간에, 누군가 너를 사랑할 사람이 나타날게야.'
노인의 인자한 말에, 크리쳐가 또 다시 묻는다. 아주 묵직한 의문이다.
'사랑이 뭐지?'


신 19 / 이것은 크리쳐의 꿈이다.
무대 한가운데, 객석으로 움푹 들어간 곳에서 장치가 열리고 여성 크리쳐가 엎드린 채 무대에 등장한다.
마법의 주문처럼, 크리쳐가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건넨다.
'깨어나라, 나의 짝, 나의 처, 천상에서 온 가장 훌륭한 선물이여, 항시 새로운 나의 빛이여! 깨어나오!'
그러자 그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깊게 호흡을 들이쉬더니 뒷걸음질로 무대 위로 올라간다.
걷잡을 수 없는 음률, 스패니쉬 혹은 집시풍의 배경음악이 혼란스러움을 한층 더한다.
거기에 그녀가 경련을 하는 것인지 춤을 추는 것인지 짐작할 수 없는 동작으로 무대 위를 활보한다.
거기에 맞춰 함께 움직이는 크리쳐. 서로 닿고 싶어하고 가까워지고 싶어하지만 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 그것을 방해하는 듯하다.
경련하듯 움직이는 크리쳐의 뒤로 다가가는 그녀. 뒤에서 두 팔을 직선으로 죽 뻗어 크리쳐의 겨드랑이 아래로 넣는다.
끌어안는다기보다는 기절하는 사람을 받아 안듯이, 꿰어차는 동작이다.
그러나 그 어설픈 동작에 크리쳐는 전기에 감전되기라도 한 양 몸을 바들바들 떤다. 환희일까?
그러나 그도 잠시, 또다시 이상한 힘에 이끌리듯 여성 크리쳐는 뒤로 물러난다.
한 걸음 가까워졌다가 다시 물러나길 반복하며 멀어져가는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살짝 떠올라 있다.
이윽고 그녀는 무대 뒷편으로 사라지고 크리쳐의 꿈은 거기에서 끝이 난다.


씬 20 / 노인이 오두막 밖으로 나오면서, 신 19와 바로 장면이 이어진다.
크리쳐가 말한다. '나는 건물에서 나와 달렸어. 어두웠어. 무서웠어.'
노인이 묻는다. '그게 네가 기억하는 전부냐?'
크리쳐는 기억이라는 것 자체를 모르겠다고 하고, 노인은 네가 기억력을 가져서 기억을 하고 있는 것이라 알려준다.
그러나 역시 크리쳐에게는 와닿지 않는다. '그게 어떻게 되는 건데? 과정이 어떻게 되는 거야?'
노인은 모르겠다고 하지만 크리쳐는 자꾸만 이어 묻는다.
'나도 모른다니까! 건물에서 뛰쳐나왔다고? 그리고 그게 잉골스타트였다고? 그 일지의 저자가 말하길, 그는-'
크리쳐가 일지의 앞부분을 보며 말한다. '제네바. 그는 제네바에서 왔어. 빅터 프랑켄슈타인. 제네바 시민-'
노인이 묻는다. '프랑켄슈타인?' 크리쳐는 고개를 끄덕인다.
'제네바가 어디에 있는데?' 노인은 아주 멀다고 답해주고는 계속해서 일지를 읽어보라 시킨다.
크리쳐는 그 말대로 일지를 계속 읽고, 노인은 그게 당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홀로 중얼거린다.
그리고 그 중얼거림 속에 나오는 남자, 여자라는 단어를 캐치한 크리쳐가 자신의 꿈에 관해 이야기를 꺼낸다.
'나 잠자면서 뭘 봤어!' 노인은 그것이 꿈이라고 알려주며, 무슨 꿈을 꾸었는지 묻는다.
크리쳐가 갑자기 들떠서 꿈속의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노인은 짐짓 걱정스레 묻는다.
'좋은 꿈이었느냐?' 그러자 크리쳐는 그야말로 신이 났다는듯 답한다. '아주 좋았어! 그런데 그게 좋은거야?'
노인은 어정쩡하게, '좋은 꿈이 꼭 실제로 좋은 건 아니란다. 그건- 그냥 나쁜 꿈이 아니라는 것뿐이지.'
관객들이 웃는다. 그러나 크리쳐는 그게 걱정스러운지 슬쩍 묻는다. '나쁜 꿈도 있어?'
노인이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저 멀리서 펠릭스와 아가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들이 일을 마치고 돌아온 것이다.
노인은 여기서 기다려서 내 아들과 며느리를 만나보라 하지만, 크리쳐는 그렇게 못하겠다며 겁을 먹는다.
노인은 열심히 크리쳐를 설득한다.
'그 아이들은 착한 사람들이란다. 절대 다른 사람들같지 않아! 벗이여, 나는 네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지만
나는 이 세상에 협력을 위한 곳, 사랑을 위한 곳이 있다는 걸 안단다! 편견은 극복할 수 있는 거야.
그러니 여기 있으렴. 내가 너를 위해 잘 이야기해주마.'
노인의 설득에 힘겹게 마음을 굳히는 크리쳐. 일지를 주머니에 넣고, 예의바르게 그들에게 인사할 준비를 갖추고 기다린다.
그런 크리쳐의 손을 잡아주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노인.
그래도 가겠다고 하는 크리쳐를, 자기를 믿으라며 약속하겠다고 노인은 끈기있게 다독인다.
그러나 결과는 비참했다.
힘겹게 용기를 내서, '좋은 날입니다(Good day, sir)' 라고 인사한 크리쳐에게 펠릭스는 경악의 눈길을 보낸다.
크리쳐는 매우 긴장을 한 상태였고,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떨면서 '그그그그굿데이......써'라고 하는 그 모습은
확실히 정상적이진 않았다.
그러나 여기에 펠릭스와 아가타는 매우 격렬하게 반응한다. 몽둥이를 들고 와서 당장 크리쳐를 두들겨 패며
자기 아버지(노인)에게서 떨어지라고 하는 펠릭스, 쳐죽이라며 비명을 높이는 아가타.
노인은 필사적으로 그러지 말라고 말리지만, 펠릭스와 아가타는 그럴 정신이 없어 보인다.
크리쳐는 흠씬 얻어맞고 도망쳐 나가면서, 노인에게 약속이 다르다고 울부짖는다.
크리쳐가 사라지고 나자, 겨우 그 자리의 소란이 멎어들었다.
노인에게 괜찮냐고 묻는 펠릭스와 아가타.
노인은 '그는 굶주려 있었어! 그는 내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다! 너희들은 당최 자비심이란 게 없는 게냐?!'라며 화를 내지만
둘은 여전히 잘못을 저질렀다는 의식이 없다.
왜냐하면, 크리쳐의 모습을 보고 사람이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눈이 보이는 모든 인간들에게- 크리쳐는 그저 괴물일 뿐이다.
남몰래 행복한 부부 뒤에서 그들을 바라보며 살며시 일을 거들어주었던 것도,
노인의 소일거리를 도우며 열심히 사회의 일부가 되기 위해 공부를 했던 것도 모두 허사였다.
전부 다 쓸데없는 발악이었다.
눈이 먼 노인으로 인해 잠시 꿈꾸고 품었던 크리쳐의 희망은 이렇게 부서지고 만다.
노인은, 그제야 자신이 저지른 짓이 무언가를 깨닫고 슬퍼한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신이시여, 대체 제가 무슨 짓을 저지른 겁니까?' 
대답은 없다.


씬 21 / 크리쳐가 쫓겨나 들판 한가운데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발을 구르며 빙글빙글 돌고 있다.
그 동작은 분노에 차 있고, 그의 입에서는 기괴한 신음이 흘러나온다.
도저히 흥분과 광포를 참을 수 없다는 듯 몸을 쉬지 않고 움직인다.
'이런 감정이 느껴질 때, 그들은 어떻게 하지?
영웅들, 로마인들- 그들이 무엇을 하지? 알고 있다.
그들은 음모를 꾸민다. 그들은 복수한다!'
크리쳐는 오두막으로 다시 다가가 장작 하나를 빼어들고, 불을 붙인다. 실제 무대 위에서 장치를 이용해 불이 붙는다.
'나는 복수할 것이다!'
노인과 펠릭스, 아가타를 집안에 가둔채로 크리쳐는 크고 쾌활한 동작으로 오두막 주변을 뛰어다니며 불을 지른다.
장작에 붙은 불을 실제로 옮기는 것은 아니고, 조명이 붉게 타오를 뿐이다.
연기가 오두막 안에 가득 차고, 노인과 펠릭스, 아가타는 그 안에서 쓰러진다.
오두막이, 불탄다. 크리쳐의 유일한 평온의 장소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진짜 사감 줄이고 장면 설명만 넣었거든요?
대사도 빅터랑 크리쳐만 그냥저냥 적고 나머진 대강 스킵신공했거든요...
.......후.....내가 진짜 말이 많긴 많아.......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리뷰는 계속됩니다.
제 기억을 제가 정리하기 위해서.

그럼 저는 이만 자러 감미돠...
좋은 꿈들 꾸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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