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03 :00.
달도 별무리도 총총하게 저물어 가고 있는
미명을 품은 도시의 새벽.
쌀내미와 사부는 지하철 2호선 삼성역으로 달렸습니다.
뭐하러 그랬느냐고 물으신다면,
정녕 그리 물으신다면-
먼저 원고를 시디로 굽습니다.
psd 파일 다 합쳐놓은 상태라서 시디 한 장에는 아까울 정도로 줄어든 용량.
자아, 지금부터 사고치러 갑니다의 한 샷.
사부와 함께.
물론 저 시디 내용물은 금수열전.
...들어가기 싫어...
들어가기 싫다구!!!!
ㅜㅜ
안에 왜 남자밖에 없는거야!!!
아니, 물론 여자라고 하더라도 동인녀가 아닌 이상은
우리가 대거 민폐를 끼칠 수밖에 없는 노릇이겠지만
여하간 그래도 왜 XY들밖에 없는거냐굿!!!!
하필 이런 때!
마음을 다잡고 후딱 끝내고 캔맥이라도 사서 건배하자는 생각에
억지로 문을 두들긴 사부와 쌀내미.
친절한 점원님, 모자를 푹 눌러쓴 두 예비범죄자 상판에게 묻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프프프프프프...프린팅하러 왔는데요.]
[프로그램 뭘로 하셨어요?]
[포토샵이요. tif 파일인데...]
시디를 건네고, 컴퓨터 뒤로 졸졸졸 따라갔습니다.
그리고 말씀드립니다.
[저어, 파일 열어서 확인 하셔야 하나요...?]
[아뇨.]
아아...
참말로 다행이구먼!!!
둘이서 얼굴을 마주보고 기쁨을 논했습니다만 그것도 잠시.
유달리 크게 설정된
미리보기 창으로 다 보여!!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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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머리가 표백상태가 된 쌀내미 & 사부.
왠지 점원분의 사무적 시선의 온도는 영하로 마구 하락하고.
그리고 여기서 사건은 터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민망함에 고개를 돌리며 필사적으로
의식과 시선을 동시에 레테의 강 저 너머로 돌리려는 쌀내미를 놔두고-
사부, 샵 밖으로 도주.
그 왜, 옛어른들 말씀 있잖습니까.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
정말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건만
눈앞에 펼쳐진 것은 백사장 아닌 현실.
[..........................]
더 이상은 노코멘트.
이후는 불문에 부치겠습니다.
우주와 일체가 되어 홍천녀로 거듭나고 싶었지 말입니다.
해상도 문제로 프린팅 시간은 겁나게 길어지고
그 동안 사부를 잡지를, 쌀내미는 가져온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그리고 여기서 다시 한 번 눈물 쏟는 점원분의 대답.
[그러죠.]
일말의 망설임도 없어♪
마치 판두부를 칼로 썬 듯 싹둑♪
쌀내미의 말에 이어진 점원님의 대답은 짐작건대 1초 이내♪
.....캬아아아악!!!
미안해요, 미안해요.
새벽부터 이런 거 보게 해서 미안해요.
만지게 해서 미안해요.
반복하게 해서 미안해요.
고르고 골라 여기로 와서 프린팅해서 미안해요.
변태라서 미안해요.
J양이 이전 말했던 것마따나 마음 속으로 무릎꿇고 대사죄.
ㅜㅜ
여하간 그 뒤의 사소한 우여곡절을 거쳐 프린팅을 모두 마치고 나와보니-
날이 밝았더라구요.
닌닌♬
OTL
OTL
OTL
세 시부터 여섯 시까지 날 밝아오도록...
엄한 남정네들에게 19금 여성향 원고 프린팅을 시켜
그들로 하여금 한동안의 이야깃거리와 더불어
새로이 시작되는 하루 아침의 찜찜함을 선사하고 나왔습니다.
저희가 나올 때 저희 쪽을 한 번 돌아보지도 않고
등 뒤로 [안녕히 가세요] 라고 던진 인사를
과연 어찌 받아들여야 좋은걸까요.
...아아.
이 시간에 코엑스면 조조 영화 이외엔 없었으니까.
여하간 그런 우여곡절을 거쳐 쌀내미와 사부는 할증 택시를 타고 갔다가
버스로 돌아왔다는 이야기.
그리고 지금 정리 좀 한 뒤에 이제 곧 인쇄소로 갑니다.
몸은 하나도 안 피곤한데
솔직히 마음은 홍수 먹는 하마의 감이 느껴집니다.
...노곤해요.
자아, 샤워도 마치고 개국(...)으로 식사도 했으니
눈썹을 다시금 소환하야 충무로로 갑니다.
동인의 성지 혜성으로.
후딱 책 나왔으면 좋겠군요.
그럼, 오늘 하루도즐거운 매지컬되시기를.
쟈하라독시드.
덧글 1.
페덱스 킨코스 삼성점 여자화장실에서 찍은 것.
덧글 2.
06년 8월 22일, 엣찌에로군 전역 축하.
2년에 걸친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마는, 당신 애인 오늘 하마 원고 인쇄하러 가야 해서 바빠요.
하마 커플 작업 마저 컬러 작업 마쳐야 할 것도 있고.
고로 나중에 봅시다.
하마는 소중하거든요, 그렇거든요.
...미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