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03 :00.

달도 별무리도 총총하게 저물어 가고 있는

미명을 품은 도시의 새벽.

 

쌀내미와 사부는 지하철 2호선 삼성역으로 달렸습니다.

뭐하러 그랬느냐고 물으신다면,

정녕 그리 물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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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프린팅하러요.
┐-
 
작업시 원고 해상도는 600인데
그랑죠 책할 때 저 상태로 가져갔더니 결국 300으로 줄여졌더랬지요.
무지 신경써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모아레는 지고 말았으니. 
 
그래서 결론.
직접 프린팅해서 들고 가기.
 
그리하야-
 

먼저 원고를 시디로 굽습니다.

psd 파일 다 합쳐놓은 상태라서 시디 한 장에는 아까울 정도로 줄어든 용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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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지금부터 사고치러 갑니다의 한 샷.

사부와 함께.

물론 저 시디 내용물은 금수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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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면서 집 앞에서 어둠에 감싸여있는 사부 모양새가
하도 그럴싸해서 다시 한 컷.
 
범죄를 저지르러 가는 기분입니다.
...랄까, 사실 성희롱에 한없이 가까운 그 현실은
범죄와 그닥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택시 타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웃었다고요.
원고하느라 그래도 즐거웠다는 둥
난 다음 원고 은혼이라는 둥 잡담해가면서.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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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가 애용하는 24시 대형 프린트샵
페덱스 킨코스 도착.
중요한 건 24시 영업라는 점.
(꼭 마감하고 나면 새벽이더라...)
 
그 빛나는 간판을 보았을 때에서야
쌀내미와 사부, 정신을 차린겁니다.
 
오늘의 중요한 미션.
 
 
[여성향 19금 원고를
민간인에게 내보이며
프린팅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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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낄낄대며 잘 오다가 그 앞에서 왠지 굳어버린 두 마리.
...들어가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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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쓰러진 사부.
...들어가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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륜 페이라도 되려는양 나무와 동화자세를 보이는 쌀내미.

...들어가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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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싫다구!!!!

 

 

ㅜㅜ

 

안에 왜 남자밖에 없는거야!!!

아니, 물론 여자라고 하더라도 동인녀가 아닌 이상은

우리가 대거 민폐를 끼칠 수밖에 없는 노릇이겠지만

여하간 그래도 왜 XY들밖에 없는거냐굿!!!!

하필 이런 때!

 

마음을 다잡고 후딱 끝내고 캔맥이라도 사서 건배하자는 생각에

억지로 문을 두들긴 사부와 쌀내미.

친절한 점원님, 모자를 푹 눌러쓴 두 예비범죄자 상판에게 묻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프프프프프프...프린팅하러 왔는데요.]

[프로그램 뭘로 하셨어요?]

[포토샵이요. tif 파일인데...]

 

시디를 건네고, 컴퓨터 뒤로 졸졸졸 따라갔습니다.

그리고 말씀드립니다.

 

[저어, 파일 열어서 확인 하셔야 하나요...?]

[아뇨.]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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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로 다행이구먼!!!

둘이서 얼굴을 마주보고 기쁨을 논했습니다만 그것도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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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리 크게 설정된

미리보기 창으로 다 보여!!

 

 

 

이런...

 

 

 

18

18

18

...

 

 

잠시 머리가 표백상태가 된 쌀내미 & 사부.

왠지 점원분의 사무적 시선의 온도는 영하로 마구 하락하고.

 

그리고 여기서 사건은 터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민망함에 고개를 돌리며 필사적으로

의식과 시선을 동시에 레테의 강 저 너머로 돌리려는 쌀내미를 놔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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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 샵 밖으로 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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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귀여니 시집같은 인간!!!
 
 
 
 
 
창 밖을 두드리며 필사적으로
 
[죽는다]
[존말할 때 들어와라]
[뒤지고 잡냐?]
[야- 이-!!!!]
 
...등등의 사인을 보내보지만, 오히려 폰을 꺼내들고 전화까지 시작.
쌀내미 진심으로 고민하기 시작.
그 와중에도 그 친절한 점원님은 표정이 뵈지 않는 뒷모습으로
착착 파일을 지정해 프린팅 준비를 하고 계셨습니다.
 
이게 만감을 스치는 겁니다. 정말로.

그 왜, 옛어른들 말씀 있잖습니까.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

 

 

정말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건만

눈앞에 펼쳐진 것은 백사장 아닌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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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다이치*라비 키스씬 펼쳐보여졌을 때도
이보다 민망하진 않았지 말입니다.
 
프린팅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리는고로
그 직원분이 자리를 뜨자 슬금슬금 들어오는 사부.
 
[...넌, 나를 배신했어.]
 
[...나부터 살고 봐야지...]
 
[넌, 지금 너 살겠다고 나를 버렸단 말야!
내가 오늘의 이 통렬한 배신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아?!!
어떻게 나를 두고 나가버릴 수가 있느냔 말야?!
네가 정녕 사람의 자식이냐, 이 놈아!!!]
 
마음껏 분노를 터뜨리는 쌀내미에게
사부, 짐짓 가라앉은 어조로 어른의 대사를 하나 툭 던집니다.
 
[그게 현실이야.]
 
[....................]
 
 
 
 
 
 
 
 
 
 
 
 
 
 
[그게 현실이야]
 
 
[그게 현실이야]
 
 
[그게 현실이야]
 
 
[그게 현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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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은 노코멘트.

이후는 불문에 부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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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포기하고 들어와 테이블에 앉아 프린트를 기다리는 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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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닦아버리는 쌀내미.

우주와 일체가 되어 홍천녀로 거듭나고 싶었지 말입니다.

 

해상도 문제로 프린팅 시간은 겁나게 길어지고

그 동안 사부를 잡지를, 쌀내미는 가져온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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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자 두 마리 어디갈까요.
한마리는 이런 페이지 보면서 크득대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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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마리는 하마소설 읽고 있고.
(그래도 나의 푸른 하늘은 멋졌다굿!!!)
 
우여곡절 끝에 프린팅은 끝나고,
왠지 심신 지칠대로 지쳐서 결과물을 확인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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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니.
왜 석병이 얼굴에 스크래치가 간 거니.
┐-
 
[다시 뽑아달라고 하지, 뭐.]
 
간단히 말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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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르고 골라 이런 페이지에 스크래치가 간 거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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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랄...
 
그리하야 좌악 페이지수 맞춰보는데
다시 또 쓸려오는 난감함.
몇 개 빠진 페이지가 있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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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에 하마원고 그득 펼쳐놓고 즉석 페이지 점검.(........)
결국 전체점검 후에 우물쭈물 재차 부탁합니다.
 
[저어, 몇 페이지에 얼룩이 져서...다시 뽑아주셨으면 하는데요.
빠진 페이지도 있고...]
 
[아, 그러세요? 얼룩진 페이지 좀 보여주시겠어요? 어떻게 되었길래...]
 
[...안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여기서 다시 한 번 눈물 쏟는 점원분의 대답.

 

[그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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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말의 망설임도 없어♪

마치 판두부를 칼로 썬 듯 싹둑♪

쌀내미의 말에 이어진 점원님의 대답은 짐작건대 1초 이내♪

 

 

.....캬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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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미안해요.

새벽부터 이런 거 보게 해서 미안해요.

만지게 해서 미안해요.

반복하게 해서 미안해요.

고르고 골라 여기로 와서 프린팅해서 미안해요.

변태라서 미안해요.

 

J양이 이전 말했던 것마따나 마음 속으로 무릎꿇고 대사죄.

ㅜㅜ

 

여하간 그 뒤의 사소한 우여곡절을 거쳐 프린팅을 모두 마치고 나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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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았더라구요.

닌닌♬

 

OTL

OTL

OTL

 

세 시부터 여섯 시까지 날 밝아오도록...

엄한 남정네들에게 19금 여성향 원고 프린팅을 시켜

그들로 하여금 한동안의 이야깃거리와 더불어

새로이 시작되는 하루 아침의 찜찜함을 선사하고 나왔습니다.

 

저희가 나올 때 저희 쪽을 한 번 돌아보지도 않고

등 뒤로 [안녕히 가세요] 라고 던진 인사를

과연 어찌 받아들여야 좋은걸까요.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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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큼 무역센터 건물이 서럽게 보인적은 없었습니다.

이 시간에 코엑스면 조조 영화 이외엔 없었으니까.

 

여하간 그런 우여곡절을 거쳐 쌀내미와 사부는 할증 택시를 타고 갔다가

버스로 돌아왔다는 이야기.

그리고 지금 정리 좀 한 뒤에 이제 곧 인쇄소로 갑니다.

 

몸은 하나도 안 피곤한데

솔직히 마음은 홍수 먹는 하마의 감이 느껴집니다.

...노곤해요.

 

자아, 샤워도 마치고 개국(...)으로 식사도 했으니

눈썹을 다시금 소환하야 충무로로 갑니다.

동인의 성지 혜성으로.

후딱 책 나왔으면 좋겠군요.

 

그럼, 오늘 하루도즐거운 매지컬되시기를.

쟈하라독시드.

 

 

 

 

 

 

 

 

 

 

 

 

 

 

 

 

 

 

덧글 1.

 

페덱스 킨코스 삼성점 여자화장실에서 찍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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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 멋지다 OL 누님들.
;ㅁ; b


 

 

 

 

 

 

 

 

덧글 2.

 

06년 8월 22일, 엣찌에로군 전역 축하.

 

2년에 걸친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마는, 당신 애인 오늘 하마 원고 인쇄하러 가야 해서 바빠요.

하마 커플 작업 마저 컬러 작업 마쳐야 할 것도 있고.

 

고로 나중에 봅시다.

하마는 소중하거든요, 그렇거든요.

...미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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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옮겨왔습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공지 꼭 읽어주세요. by 찹쌀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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