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진 2탄입니다.
1. 이번 학기에 듣고 있는 수업 가운데 [일본어와 컴퓨터] 라는 수업이 있습니다.
그 수업계획서 일정 중에서, 다음과 같은 것이 있었지요.
[일본인과 메일 주고 받기]
사실 좀 귀찮기도 하고 해서 그냥 옥션 거래 메일로 때우려고
교수님께 여쭤봤더니 안 된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아예 클래스 전원에게 지정을 해주셨습니다.
교수님의 지인분들 가운데 메일 교환이 가능한 몇 분께 부탁을 드리고,
그 분들과 일대 일로 메일 교환을 하도록.
여하간 저도까라니 까기학생 정신에 의거,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메일 교환을 하게 되었답니다.
상대분을 정하는 것은 제비뽑기.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종이 한 가닥을 톡 집어들었습니다.
[本間昭* (혼마 쇼*) / 50歲 / 男 /僧侶 / yakus*@***]
"어디. 혼마 쇼*. 50세의 남자 분이시고, 직업이 스..."
"...스님?!"
(僧侶(소료): 스님, 승려)
뭔가 프리즘 카드 급의 레어 제비 뽑아버렸다!
교수님도 잘 해보라고 웃으시더군요.
그런데 사실 50세의 스님께서
컴퓨터로 메일을 보내는 그림이 조금 상상이 안 가는 거예요.
뭐, 한국하고는 다르니까요.
필시 멋진 분이시겠지요.
연세가 있으심에도 최첨단의 기기를 이용해
외국의 사람들과 친분을 나누고 계셔.
so cool!!
...따위로 적당히 생각을 정리했답니다.
그리고, 엊그제인 수요일 밤에 메일을 간략하게 써서 보냈지요.
이러이러하게 소개를 받아 메일을 보냅니다.
저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며,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그리고 어제, 지난주에 횽님에게서 빌려온 히다카 쇼코의 Y만화책을
룰루랄라 읽었던 겁니다.
그리고 내리친 건-
벼락.
[키시다 토모미 씨.]
[그래, 잘 부탁해.혼마군.]
'...아.'
[히죽]
네, 제가 죽일 놈입니다.
부녀자라 그렇습니다.
썩어서 그렇습니다.
까불어서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빔 쏘지 말아주세요.
숨차요.
...잠시 저 머나먼 일본 땅을 향해 석고대죄.
실례했습니다.
어이, 곰플. 너도 빨리 죄송하다고 해.
ㅜㅜ
...뭐, 이런 기분으로 책을 다 읽고, 밤에 작업을 하다가 보니
메일이 온 것이 있기에 체크를 했지요.
혹시라도 그분이 답장을 주신걸까, 하고요.
아니나 다를까-
답장이 와 있더군요.
[보낸 사람 / H]
사과했잖습니까!!!
왜 절 시험에 들게 하는 겁니까?!
;ㅁ;
진정해. 쌀, 진정하는거야.
혼마니까 H. 혼마니까 H. 혼마니까 H.
그래 H는 휴머니즘의 이니셜이기도 하고 유머도 묵음이어서 그렇지 사실 H가 이니셜이야.
허니스트? Oh, no~ 어니스트.
세상에 얼마나 많고 많은 H가 존재하는데.
H란 그저 G와 I 사이에 존재하는 26자리 알파벳 가운데 하나일 뿐이야.
굳이 깊게 의미부여할 필요가 어디 있곘어.
그렇게 따지면 닥터 하우스도 H, 하미덴토도 H, 에다지마 헤이하치도 H인걸.
H가 엣치라는 안이한 발상은 버려!
그래도 만화를 한다는 놈이 되어가지곤 이따위로 일관된 사고방식을 가져서야 어쩌겠느냐고!
혼마니까 H. H니까 혼마. H니까 H...
[H니까 H...]
...감사합니다.
더 이상 죄송하다는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진심으로, 제 상대가 되어주신 데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역시 도를 닦으시는 분.
메일 제목만으로도 제게 이렇게 한 줄기 생활 속의 깨달음을 내리시는군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밝은 덕이라니.
ㅜㅜ
2. 지인과의 대화 중에-
그냥 조금 즐거웠던 부분이 있어 잘라봤습니다.
제가 [동인남녀] 에서 소개했던 PINK 선배와의 메신져상에서의 대화를
허락을 받고 올려봅니다.
(*이 대화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으나, 성인향입니다.)
(*검은 폰트가 PINK 선배, 적갈색 폰트가 저입니다.)
헤에.
지름이 25cm에 길이가 0.8m...
푸아아아아아아앗!!!
뭐야 그거?
무적의 쉐가레?!
신체발부 수지부모?
더 빅 매그넘 오브 더 월드?
고대 무 대륙의 잔재에서 발견된 최종병기?
이쪽의 우유는 정말 원 샷에 1000ml를 채울 수 있습니다?
지구를 떠나거라(*소세지 송 참조)도18cm(길이) 에서 그쳤다고!!!
;ㅁ;
턱선을 넘는 쥬니어.
...그러고보니 웃느라고 영상 타이틀 알려달라고 하는 걸 잊었습니다.
...하아.
죽도록 웃었지요.
그리고 아래는 덤.
역시 PINK 선배와의 대화 중에 나온 말인데-
이 선배, 자기 남자친구를 몹시 귀여어 하십니다.
그래서 흔히 부르기를- [우리 아가씨].
[그냥 있는 그대로]
찬물이 아니라 겨우내 바싹 마른 땔감으로
장작을 지펴줬구만 아주!!!
어째서 정작 전 얼굴도 본 적 없는 제 가까운 지인의 애인, 가족 혹은 친구들이
저에 대해서 이미지를 품고 있는 겁니까.
ㅜㅜ
PINK 선배는 프라이드를 가지라며 등을 도닥여 줬는데 말이죠.
...허어.
초큼 푸크러웠습니다.
(...........)
뭔가 오늘도 말이 길어졌군요.
꺼리는 조금 더 있지만
내내 이 소리만 하고 있기도 초큼.
다시 또 그림 그리러 가도록 하겠습니다.
본분에 충실해얍지요.
그럼, 즐거운 밤 되시기를.
쟈하라독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