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second season' 두번째 리뷰입니다.

전편에서는 프롤로그로, 늑대 다이치와 양 라비의 이야기를 리뷰했었습니다.

오늘은 본편에 들어갑니다.

 

(*실제 나레이션과 대사는 모두 ' ' 또는 " " 안에 들어갑니다.

나머지는 제 주관적 해설이니 적당히 걸러 읽어 주십시오.)

 

 

 

 

 

 

 

 

 

 


 

 

이 편은 라비의 시점을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잡아

풀어나간 이야기입니다.

그것에 염두에 두시고 다이치의 시점이었던 1권과 비교해 보시면

더욱 이해도가 높아지리라 생각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 당근 안 돼! 싫어, 못 먹어."

 

음식을 앞에 두고 한다는 소리가 저렇습니다.

그것을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라비가 속으로 생각합니다.

 

'좋고 싫은 걸 가리다니 팔자 좋은 녀석 같으니라고.

어지간히 먹을 게 남아돌았나보지.'

 

1권의 '아주 작은 그대에게' 편에서 얼핏 이야기가 나온 바 있듯이,

라비는 힘들게 자랐습니다.

토끼귀가 있기 때문에 쉬이 사람들가 섞이지도 못했고-

어린 시절부터 자신과는 다른 인간들 틈에 치여가며 힘들게 자랐죠.

그런 라비로서는 다이치의 저런 투정이 참으로 얄미웠을 겁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뻔히 라비가 고아인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다이치는 여념없이 부치지도 못할 편지를 어머니께 계속 쓰고 있습니다.

 

투정을 부리듯 아예 돌아서버리는 라비입니다만,

뒷모습이 왠지 안타깝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장면은 바뀌고, 나무 그늘에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다이치를 라비가 발견합니다.

 

"뭐하냐?"

"소리가 좀 이상해서..."

 

라비는 예상밖이었다는 듯 눈에 별을 띄우고 다이치에게 말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너, 이럴 때는 쓸모 있구나."

"헤헤, 이것만은 특기거든."

"난 하나도 모르겠는데."

 

라비의 그 지나가는 한 마디에, 다이치가 웃으며 대답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학교에서 배웠던 걸 응용하는 거야.

이게 음성회로고, 이 I.C에 연결되어 있는 게-"

 

뭐다냐.

쌀내미와 같은 심정이 된 라비.

얼굴을 팍 찌푸리곤 뒤돌아서 일어서버립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설명해도 몰라! 난 학교같은 데 다녀본 적 없으니까."

 

라비의 표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다이치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비..."

 

왠지 풀죽은 모습으로 등 뒤에서 라비를 조용히 불러보는 다이치.

하지만 라비는 반응없이 그대로 어디론가 가버립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또 장면이 바뀌었습니다.

바위 위에 반쯤 기대듯 누워서 뭔가를 우물거리는 왕자님.

아니 왜 이리 야외에서 자꾸 누워계십니까

 

그리고 슬쩍 다이치가 뭘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뭔가 땅바닥에 끄적거리고 있는 다이치.



사용자 삽입 이미지

 

 

땅바닥에 영어로 라비라고 쓴 다이치.

그리고 라비에게 묻습니다.

 

"자 그럼- 라비, 이거 뭐라고 읽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몸을 일으켜 세우며 뭘 묻느냐는 듯한 얼굴로 태연하게 라비가 대답합니다.

 

"...내 이름이잖아."

 

그러더니 이번엔 다이치, 다른 글자를 씁니다.

 

"그럼, 이건?"

 

지면에는 DAICHI라고 나뭇가지로 적혀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네 이름이잖아. 뭐하냐?"

"그럼, 이거."

 

또 적어놨습니다.

 

'THE MOON AND THE EARTH'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달과 지구...그러니까 지금 뭐하냐고?!"

"응, 알파벳하고 어느 정도의 단어는 아는구나."

 

그리고 계속해서 묻습니다.

 

"그럼 문법은? 신문같은 거 읽을 수 있어?"

"미안하게 됐군. 못 읽어."

"그래? 숫자는? 덧셈 뺄셈같은 건 할 줄 아는 것 같고..."

 

그제서야 라비, 살짝 깨닫습니다.

다이치가 무슨 소리를 하려고 장황한 초장 설문을 늘어놓는지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눗셈이라던가, 분수, 소수는 어때?"

"그래서, 가르쳐 주겠다는거야- 도련님?"

 

다이치의 목적을 확실하게 알아챈 라비의 얼굴에서 의아함이 사라지고

대신 평소와 같은 삐딱함이 떠올랐습니다.

그 표정에 다이치가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라비, 부탁이니까 화내지 말고 들어봐."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로서는 역부족일지도 모르겠지만 알아서 해가 될 건 없잖아.

가능하다면 폭넓은 지식을 갖는게 좋은 건 당연하잖아.

가스도 하고 싶다고 했고, 괜찮다면 같이..."

 

다이치의 열심이라고 써놓은 듯한 표정과 설득에도 불구하고

라비는 들고있던 정체불명의 식품조차 휙 던져버리며 거부감을 표합니다.

 

"흥, 농담하지 말라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뭔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더 이상 이야기를 건넬 여지조차 없이 그대로 가버리려는 라비에게

다이치가 황급히 말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비! 나는 딱히 네게 강요하려거나 하는 게 아니야."

 

그 소리에도 라비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가는 다이치.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뭔가를 몰라서, 지금까지 고생한 적이 없었다고는 안 하겠지?

한 가지, 아는 것이 늘면 한 가지 곤란한 일이 줄어들어.

응, 그렇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이치의 말이 전혀 헛소리는 아니구나, 라는 듯한 표정입니다.

이런 작은 표정 하나에서도 어린시절의 곤란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사실 마음 아픕니다.

 

여기서 간단하게 '그딴 거 없었어!' 라고 외치고 그냥 가버리는 것도

제법 라비스럽지만-

입을 꾹 다물어 버리는 것이 그만큼 힘들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만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다이치의 필사적인 마음이 조금은 전해진 것이 아닐런지요.

 

시간은 흘러, 밤이 되었습니다.

토끼귀 지프차가 너른 토지 위에 정차해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차 지붕 위에 홀로 누워있는 라비의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역시 별이 예쁘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달은 지구보다 공기가 훨씬 맑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다가오는 다이치를 보고 라비는 짐짓 성가시다는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설령, 기쁘다고 해도 솔직하게 미소지으며 '네가 와서 기뻐' 라고

스트레이트하게 말하지 못하는 점이 이 토끼 왕자님의 매력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입니다.

 

"라비도 별 보는 거 좋아해?"

"별로-"

"흠, 난 좋아하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연스레 라비의 옆자리로 다가오는 다이치에게 라비가 태연하게 말합니다.

 

"별 같은 거, 달이 자전해서 밤의 반구半球가 되니까 보이는 것뿐

계속 빛나고 있는거잖아? 별로 희한할 것도 없지."

"응, 그럼 달은?"

 

자연스레 질문을 옮기는 다이치.

 

"음- 지구 주변을 일개월에 한 번씩 도는 위성이고-

지구는 태양 주변을 일년 걸려서- 공전하는 혹성이지? 아, 틀렸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금 더듬거리며 얼쭘하게 대답하는 라비를 향해 다이치는

예의 그 해바라기같은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정답. 대단하네. 딱 한 번 설명한 것뿐인데."

"흥, 이쯤이야."

 

그렇게 대답해놓고 잠시 다이치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는 왕자님.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이치가 단 한 번 해준 이야기를 모조리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머리가 좋다 어쩌다의 문제를 떠나

'나는 너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었어' 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짐직 쑥스러웠는지 얼굴을 붉히며 뒤늦게 변명합니다.

 

"별로 너한테 잘난척 하려고 한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네 말 같은 거 열심히 들을 이유 없으니까."

"응, 응."

 

마냥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긍정하는 다이치.

그리고는 그대로 뒤로 몸을 눕혀 털썩 누워버립니다.

 

"저기, 라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눈에 보이는 별은 말이지.

지금 막이라도 손에 잡힐 것 같지만, 실은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어."

 

달밤, 토끼귀 지프의 지붕 위에서 펼쳐지는 다이치의 천문학 개론.

 

"빛이 일년동안 가는 거리를 1광년이라고 해.

그 무수한 별의 대부분이 몇천광년, 몇만광년 떨어진 저편에 있는거야.

즉, 지구와 달에서 보고 있는 별은 어제, 오늘의 별이 아니라

몇천, 몇만년이나 된 별인거야."

 

그 설명에 놀란 라비가 슬쩍 물어봅니다.

 

"그렇게 오래된거야?"

"응, 그러니까 지금 보고있는 별 중에서도 이미 사라진 것이 있을지도 몰라.

예를들면, 저 별이 백만년전의 빛이라고 하자."

 

다이치가 손을 들어 밤하늘의 별을 하나 가리키고는 설명을 시작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은 10만년전에 폭발해서 사라졌을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 봐선 알 수 없지? 육안으로 알 수 있게 되는 것은 90만년 뒤야."

 

다이치가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있으려니, 문득 라비가 뜬금없는 소리를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럼, 지금 보고 있는 별의 대부분의 별의 유령일지도 모르겠네?"

"겁나는 소리 하지마..."

 

비유라지만 유령과 하는 라비에게 다이치가 눈썹을 내리며 그리 말합니다.

하지만 왕자님, 생각이 아주 확고한 모양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럼, 그럼말이지."

 

갑자기 귀여운 표정을 지어보인다 했더니 귀여운 소리를 하기 시작하는 왕자님.

 

"만약에 100만년 전의 우주인이 있고,

별이 폭발할 걸 미리 알고 뭔가 말하고 싶어했다고 해도

빛의 속도로 100만년 걸리는거잖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러스트가 너무 귀엽습니다.

아, 정말로 팍 도와서 데쳐서 초장에 찍어먹고 싶게 생긴 외계인이로군요.

 

"빛의 빠르기란 건- 분명 안-뭐라는 아저씨가 고안해낸 거랬지?"

"아인슈타인이야."

 

"그래서, 빛의 빠르기로 말하려고 했다고 해도-

달과 지구에 그게 닿을 즈음이면 모두 다 죽어버렸을 거잖아?

그 누구도 그 우주인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했고, 어찌하고 싶어했는지 아무도 몰라.

그저 아무것도 모른채로 별의 유령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비의 단조롭지만 비관적인 의견에 다이치가 살짝 웃으며

어디까지나 제3자와 같은 입장으로 말합니다.

 

"응, 그럴지도 몰라. 조금 괴롭네."

 

"도와달라고 해도 타이밍을 못 맞출거라면 도와달란 소리를 안 하는 게 낫지."

 

"분명 그 별들은 도와주지 않았다는 원한으로 빛나고 있을걸."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 같잖은 일, 있을 리가 없어."

"..............."

 

어쩐지 별하늘을 올려다보는 라비의 얼굴이 스산합니다.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눈동자는 어떤 표정으로 유령일지도 모르는,

도움을 청했을지도 모르는 별을 바라보고 있을까요.

그런 라비의 얼굴을 다이치는 소리없이 지켜보았을 뿐입니다.

 

그렇게 밤은 깊어져 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음날, 시장통에서 돌아다니던 라비는

평소와 같이 아무런 생각없이 잠시 물건에서 눈을 떼고 있는 가게에서

과일(...추정입니다.) 하나를 슬쩍합니다.

 

'흥, 멍청히 있으니까 이런 꼴을 당하는거야. 바-보.'

 

그런데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손이, 라비의 그 손을 낚아채며 날카롭게 부릅니다.

 

"라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이치였다는 것을 깨닫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다이치를 보는 라비.

 

"걱정마. 너도 줄게."

 

하지만 다이치의 표정이 의미하는 바는 그것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제, 도둑질은 하지 말라고 했잖아?"

 

"에? 그랬었어?"

 

진심으로 화내는 다이치에 비해, 라비는 내가 그런 약속을 언제 했었냐는 듯

가볍게 응수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단단히 화난 표정으로 다이치는

그 과일을 뺏어들고 가게를 향해 갑니다.

 

"돌려주고 올게."

"바- 바보, 너 그러다 두들겨 맞는다."

 

그리고는 당당히 과일가게 앞으로 가,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 앞에 섭니다.

 

"저기, 아저씨."

"응?"

"이것, 제가 훔쳤습니다. 죄송해요. 돌려드리겠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앙?"

 

정의감 발휘도 상대를 좀 가려서 보고 해야할 것 아닙니까.

말투부터 이미 달나라 야쿠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죄송합니다."

 

숙여진 다이치의 고개 앞쪽으로 부각되는 주먹이,

구도상 곧바로 이어지는 위기감을 드러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꼬맹이가!"

 

저걸로 성에 차지 않았는지, 애를 실컷 두들겨 패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과일가게 야쿠자.

 

"어디서 굴러먹던 거지새끼야? 경찰서로 넘겨주지!"

 

그런 다이치를 보며 라비가 난감하다는 듯이

'저 바보, 얼른 도망이나 칠 것이지...' 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장난끼가 어려있던 라비의 표정이 한꺼풀 벗겨진 것처럼 싸악 변했습니다.

이유인즉슨-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이치가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 죄송해요, 아저씨.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서만은 용서해주세요. 여행중이예요."

 

하지만 다이치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이 과일가게 깡패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엎드려 있는 다이치의 멱살을 쥐고 덥썩 들어올리더니-

헛소리하지 말랩니다.

자기도 힘들게 장사한다면서.

 

그러더니 잠시 다이치의 옷을 보고는 비싸보인다고 멈칫하는 순간,

결국, 보다못한 라비가 손을 뻗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저씨, 그거 과일 값 하나치곤 좀 센 거 아니야?"

 

...와-왕자님이십니다! (두둥)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야, 넌."

"어른이 되가지고 애를 그따위로 두들겨 패는 게 아니지-

그 과일 훔친 건, 이 녀석이 아니라 나야."

"뭐라고?!"

 

 라비의 고백에 더 성질을 내려는 과일가게 깡패를 피해

라비가 특유의 날렵한 몸놀림으로 채찍을 회수하더니 다이치를 일으켜 세우며 재촉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해! 빨리 못 와, 다이치!!"

 

손에 손을 맞잡고 한낮의 도주.

곡선의 대지는 좀 더 급박한 느낌과 속도감을 제시했습니다.

 

겨우 한참 멀어지고 나서야 두 사람은 호흡을 달랬고-

라비가 한탄하듯 말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 원 참- 너 뭔 생각하는거냐?

 

사실, 얼핏 보기에도 다이치의 행동은 바보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차라리 곱게 슬쩍 놔두고 왔으면 좋았을 것을, 굳이 두들겨 맞아가며

라비를 대신해 사과해야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라비."

 

뒤에서 풀죽은 목소리로 살짝 다이치가 라비를 부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야, 그만 돌아가자."

"약속해 줘. 이제 도둑질도 소매치기도 안 하겠다고."

 

두 명 다 뒷모습으로 표정을 비추지 않아, 다음 컷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집니다.

 

"뭐? 웃기지마, 너- 나는 말이야-"

 

라비가 다이치를 향해 돌아서며 그렇게 뭐라 한 마디 하려 했을 때였습니다.

 

"이제 하지마...이런 짓..."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이치는, 울고 있었습니다.

다이치는 단순히 정의감에 불타 굳이 매를 벌면서까지

그것을 돌려주려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드러나는 컷입니다.

 

라비가, '너무 좋은' 겁니다.

너무나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는 첫사랑의 상대가 그런 짓을 하는 것이 슬펐고,

그래서 '대신' 이라도 사과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겠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결국 다이치의 그런 표정에

라비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알았노라고 대답합니다.

 

"잠깐, 얼굴 이쪽으로 돌려 봐.

그 아저씨, 사정없이 퍽퍽 쳐대기는..."

"됐어, 이 정도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되긴 개뿔이.

 

"...정말이지..."

 

한탄하는 라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쩔 도리가 없구만...진짜."

 

페이지를 넘기고서는 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린 시절이니까 가능한 거라고는 하지만-

라비에게 업혀가는 다이치라니요.

 

업혀가는 다이치의 붉어진 얼굴도,

그런 다이치를 업고 가는 라비의 미묘하게 수줍음과 심통이 믹스된 얼굴도 귀여워 죽겠습니다.

다이치가 코를 눌러 막고 있는 것은 라비의 천입니다.

 

"너, 빨아서 돌려줘. 그거."

"응, 알아."

 

그러다가 슬며시 시선이 내려갑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로 쑥스러운 상황이라 어색해서 말없이 조용히 가고 있는 라비의 목덜미로

다이치의 시선이 내려꽂힙니다.

 

이 각도에서 라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아마도 처음이었겠지요.

가까이에서 내려다보는 뒷모습.

 

자신과 맞닿은 체온,

입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결국은 챙겨주고 있는 라비의 모습.

왠지, 얼굴을 붉히고 찡그리고 있는 표정이 뻔히 상상되는.

 

과연, 다이치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아마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런 기분이 아니었을까요.

'뒤에서 콕 끌어안아주고 싶은 기분'

 

"너, 냉랭한 척 해대니까 몸도 차갑지 않을까 했더니-

뭐야, 역시 따뜻하잖아."

 

그리 말하며 덜컥 껴안은 다이치에게 라비는 아니나 다를까 핀잔을 줍니다.

 

"가뜩이나 무거운데 달라붙지 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

 

잠시 괜찮은가 싶더니 곧바로 이어 흘러내리기 시작하는 다이치의 코피.

 

"고개 들어, 고개! 내 옷까지 더럽힐 셈이야?"

 

그제서야 허겁지겁 고개를 들고 아둥바둥 난리를 치는 두 녀석.

그래도 끝내 다이치를 떨구지는 않는 점이 그야말로 라비답습니다.

 

"어떻게 좀 해 줘..."

 

한숨을 쉬는 라비.

 

"아!"

 

별안간 다이치가 소리를 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야?"

"첫번째 별이야, 라비!"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금성보다도 네 녀석 코피나 어떻게 좀 해!"

"응, 정답- 잘 맞췄어요!"

"바보냐!"

달의 밤하늘에 첫번째로 뜨는 별은 금성인 모양입니다.

라비의 대꾸에 칭찬하다가 도리어 신소리를 듣는 다이치.

 

별은 하나 둘 퐁퐁, 떠오르고 선인장은 무심하게 흩어져 있는

별하늘 아래 밤의 사막을 거니는 라비와 다이치.

 

맞닿은 체온과 평소와는 다른 방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조금쯤은 더 특별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눈 식히세요. >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여기는 애정의 쌀월드입니다. > 
 

 

 

 

 

 

 

 

 

 

 

 

 

 

 

 

 

 

한편, 시간이 많이 흘러 배경이 바뀌어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9화에서 잠시 다이치와 분위기 좋으려다 만 쌀월드의 공적 토끼소녀입니다.

다이치가 노골적으로 얼굴을 붉혔었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비의 속내가 기분 좋을 리가 없습니다.

조강지부 놔두고 대체 어디서 얼마나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다이치 저 녀석이 저러는 건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갑자기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11화입니다.

겁쟁이라고 이지메를 당하던 타카를 보게 되는 다이치와 라비.

 

"뭐하는거야, 저녀석들. 한 사람을 저렇게 묶어놓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버려 둬."

 

자기 일이 아니므로 내버려두라고 딱 잘라 말하는 라비에게

다이치는 단호하게 주먹을 쥐고 그쪽으로 달려가려 하며 말합니다.

 

"하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버려 둘 수가 없단 말이야!"

 

다이치의 그 한 마디에

라비의 가슴에 작은 균열처럼 뜨끔, 하고 피어오르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소리를 한 장본인은 이미 저만치 뛰어가

라비의 속내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타카를 구해주고 있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뭐라고...? 지금, 방금 전에-'

 

라비의 안색이 창백해지며, 먹이 뒤덮입니다.

그리고, 다이치의 고백이 돌연 기억 속에서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너를 좋아해!'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흥, 시시해.'

 

자신이 다이치에게 상처를 주었던 말.

자신이, 가시를 가지고 다이치를 향해 내질렀던 말.

 

'아니야.'

 

'뭐...라고?'

 

한껏 상처입어 떨고 있던 다이치의 눈동자.

 

'애송이 고백놀음에 장단 못 맞춰 주겠다고!'

 

거기에 더욱이 간단히 무시하듯이 내뱉어버린 라비 자신.

 

'...그게 아니라'

 

'네가 말하라고 했잖아!'

 

마치 비명과도 같았던 다이치의 외마디 외침.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한테 뭘 어쩌라는거야?'

 

나는 무력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나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어.

라비는 스스로의 빈 손을 실감했을 겁니다.

다이치를 이대로 믿고 선고처럼 일개월 후의 미래를 기다리는 것도,

다이치를 돌려보내지 않기 위해 수작을 부리는 것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또한 다이치가 떠나면 더 이상 남는 것도 없었습니다.

 

라비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니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니야...'

 

'아니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 말 할 생각이 아니라...!'

 

'그 녀석에게 그런 표정 짓게 하려고 했던 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쳇, 시시해.'

 

'아니야...!'

 

'나는...'

 

'나는 좀 더'

 

'다른 할 말이 있어'


말은 커녕 호흡조차 흘려낼 수 없는 물 속에서

라비는 그저 생각 하나만으로 바둥거립니다.

전하지 못한 것.

다이치에게, 자신을 좋아한다고 했던 다이치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전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

 


사용자 삽입 이미지

 

 

'괴로워...'

 

'제길!!'

 

'이래서 물은 싫다고 했잖아'

 

떨쳐내지도, 달아나지도 못하게 끝없이 라비를 에워싸는 '물'

구속과 동시에, 벽과 같은 방어가 느껴집니다.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는 막다른 길에 세워진 듯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빨리...'

 

'빨리 말하지 않으면'

 

'늦어버리고 말아...'


라비는 다이치의 눈동자를 떠올리며 아득해져가는 의식을 재촉해

필사적으로 손을 뻗습니다.

전해야 하니까.

말해야 하니까.

그런 얼굴, 그런 표정을 짓게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심은 사실 따로이 있었고-

그것을 전하는 것이 두려워서 계속 미뤄두고만 있었으니까.

여기서 이대로 물에 가라앉아 죽어버린다면,

라비의 마음과 생각과 감정은 그대로 영원히 물 밑으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아, 말하는거야'

 

'말해...'

 

'별의 유령이 되버리기 전에...'

 

이렇게

다이치가 이야기했던 빛의 이야기는 라비의 진심과 같은 맥락을 띄게 됩니다.

라비가 묘하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관심을 보였다가

어두워졌던 것은 다름아닌 이 이유였습니다.

 

성인이 아닌 다이치를, 자신과는 다른 환경에서 잘 자란 다이치의 솔직한 마음에

자신은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런지.

결코 자신의 탓이 아닌 채로 비틀린 채 자란 열한살의 라비는

결코 다이치처럼 될 수 없습니다.

물론, 다이치 또한 라비처럼 될 수 없죠.

다이치는 라비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했습니다.

망설였지만, 그 가운데 똑똑하게 거짓없이 순수한 '고백' 을 라비에게 건넸습니다.

하지만, 라비는 그것에 순순하게 응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말해서 어쩔건데?'

 

'......'


 

내게 어쩌라는거냐, 고 다이치에게 했던 라비의 말은

동시에 스스로에게도 했던 말이었던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차피 늦었어'

 

'설령 목소리가 닿아서, 구원이 손길이 뻗쳐온다고 해도 그건 대체 언제쯤이야?'

 

'100만년뒤?'

 

라비의 표정이 슬프게 일그러집니다.

 

'언제나 그랬잖아. 잊었어?'

 

비유에 불과할 수도 있는 백만광년의 거리는-

라비가 다이치와 자신의 환경과 성장배경, 그리고 인간 자체의 거리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자신과 다이치의 거리는 그만큼 멀다고 생각했던 거죠.

다이치의 고백은 정작 다이렉트하게 다가왔지만-

자신의 마음은 백만광년 떨어진 곳에서 우주인의 마지막 구조신호처럼.

 

허무하게, 보답없이 스러져 꺼져가는 것.

이후에 혹여 누군가가 그것을 발견한다고 해도

그 뜻은 결코 알려질 일 없고,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채로 사라진-

빛의 거리 사이에서 주욱 전해지지 못한,

암흑 공간에서 사라진 '말'.

그리고 '마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잊지 않았어.

...잊지 않았지만'

 

'하지만 그 녀석은...'

 

필사적으로 다이치를 믿으려 하며, 자신의 마음의 어둠에 대항하는 라비.

지금까지 겪어온 세상 위에 놓여진 삶의 시련이라는 것에

열한 살 소년이, 홀로 얼마나 이 이상 강하게 맞서야 하는 걸까요.

어떻게 해야 이 이상 상처받지 않을까- 만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것을.

 

그렇지만, 라비는 다이치를 놓고 싶지 않다고 진심으로 바랍니다.

자신 안의 공포를 모조리 깊숙이 밀어넣어 두었다가

결국 이런 식으로 밀려 올라올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막무가내로 다이치를 믿고 싶어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내버려 둘 수가 없잖아...!!'

 

다이치의 그 대사와 함께 뒤돌아서 가버리는 등을 떠올리고는

다시금 흠칫, 위축되어버리는 라비.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녀석은?'

 

'그 녀석은 변하지 않아

다른 녀석들하고는'

 

'변하지 않아

다른 녀석들하고는'

 

'흥미본위로 네게 손을 뻗친 녀석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있었지?'

 

'마지막에는 언제나 꼭 네가 심한 꼴을 당했잖아'

 

'이번에는 뭘 기대하는거야?

응?

무얼 말하겠다는 거야?'

 

마음 속의 어둠은 가차없이 라비의 약점을 파고들어 공격합니다.

라비가 스스로 애써 다이치를 보며 떠올리지 않으려고 깊숙이 묻어두었던 생각들, 마음들.

 

라비는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와 같이, 내밀어졌던 손이 다시 거두어진다면

대체 어떻게 그것을 견뎌낼 수 있을런지 채 짐작조차 안 갈 성 싶으니까요.

다이치가 보여준 애정, 다이치를 향한 애정이 이미

어느 선을 넘고 있기 때문에- 라비는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관두라니까

상처받는 건 언제나 너잖아'

 

'아니야...나는....!!'


점점 검은 물 밑으로 빨려들듯 빠져들어가며

라비는 생명에의 위협을 느낍니다.

 

'농담이 아냐...'

 

'죽을 것 같아...'

 

'이런 곳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너를 좋아해...!!'

 

몇번이고, 몇번이고 메아리치는

다이치의 '말'

다이치의 '고백'

다이치의 '마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


전하지 못한 '말' 이 입 안에서 언제까지나 맴도는 채로-

그대로 어둠의 나락같은 물 속으로 가라앉는 라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식은땀과 함께 눈을 뜬 라비.

시야를 휘휘 둘러 바라본 곳에는 어둠에 감싸인, 익숙한 천장이 보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겨우 안도하는 라비의 이부자리 옆으로 뻗어나온 작은 팔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숨소리로 직접 전해져오는 인기척에

가슴을 가라앉히고 옆으로 돌아누워보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이치가 색색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습니다.

언제나와 같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기 같은 얼굴을 하고서...

지금, 폭탄이 떨어져도 마냥 자는 거 아니야? 이 녀석.

부럽구만."

 

약간 얄밉다는듯이 자고 있는 다이치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라비가 그렇게 중얼거립니다.

아무도 들을 일 없는, 그래서 왠지 더 쓸쓸한 독백.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어..."

 

천진난만하게 세상 때를 모르는 아이처럼 잠들어 있는 다이치를 보고

심통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얼굴을 살며시 붉히는 라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이치...

자고 있...지, 너...?"

 

살며시 잠든 다이치의 뺨을 쓰다듬으며 행여나 깨어있지 않은가 슬며시 물어보는 라비.

라비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다이치가 자고 있다는 사실이었을까요,

혹은 실은 잠에서 깨었다는 사실이었을까요.

 

혹여, 지금 다이치가 잠에서 깨어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면.

왜 그러는지 자신에게 이야기해달라고 맑은 눈으로 조른다면.

 


사용자 삽입 이미지

 

 

푹 잠들어 있는 다이치를 보며 라비는 한숨을 내쉽니다.

안도와 아쉬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기묘한 한숨.

 

그리고 '잠든 것이 확실한' 다이치에게 이번에야말로 이야기를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너 말이야...지금까지 누군가...여자 아이라던가...

좋아하게 된 적...있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광의 첫경험의 상대가...남자라서.

너...어떻게 할래, 앞으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쳇, 내쪽이 훨씬 심하잖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이치..."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너 이제 한달하고 조금이면...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 알고 있어?"

 

"다음번에는...언제 달에 올 수 있을지 같은 거 전혀 모른다는 거 알고 있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바보자식."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비가 다이치에 대해 안고 있는 가장 큰 불안감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다이치는 달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

방학을 맞아 온 것뿐으로, 한달후면 지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가지 않는 한은-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짐작조차 어려운 곳으로.

 

열한살이기에.

보장된 것은 아무것도 없이 감정뿐이기에-

 

돌아갈 곳이 있고, 안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다이치와는 달리

라비는 끊임없이 되새기고 되새깁니다.

다이치가 돌아가 버린다면.

다이치가 떠난다면.

...두 번 다시 보지 못하게 된다면.

 

작은 다이치의 손을 잡고 곁에 누운 라비는

아마도-

별의 유령만은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여기서부터는, 늑대 다이치와 양 라비의 이야기가 다시 이어집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린양을 계속 따라가는 어린늑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계속 쫓아오는 늑대를 쫓아버리기위해

빙글 돌아서 늑대와 눈을 맞추자,

그것만으로도 그 어린 늑대는 방긋 웃으며 기뻐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따라오지 말라고 했지-!!"

"왜?"

"저기 말이다, 너는 전혀 도움이 안 돼."

 

아예 대놓고 축출령을 내리지만, 어린늑대는 어린양의 말을 전혀 듣지 않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괜찮아. 지금은 아직 덜 익숙해서 그렇지만

돌을 잡아 떨구는 것도 금방 잘할 수 있게 될 거야."

 

아무래도 현실에 적용될 것 같지 않은 꿈같은 소리를 속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됐어. 난 도움 같은 거 필요없어. 혼자인 쪽이 편하다고."

 

어린양은, 더 이상 어린늑대가 따라올 틈을 주지 않고 딱 잘라 그리 말합니다.

이것으로 더 이상 따라오지 않겠지- 라고 생각하며.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럴 리 없어. 같이 있는 쪽이 훨씬 즐겁잖아?"

 

"....."

 

어린늑대는 고독이라곤 모를 것처럼 순진한 얼굴을 하고서

본질적인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합니다.

어린양은, 말을 잃었습니다.

그것은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어린양은 지금까지 자신과 관계없다고 여겨 온

'즐거움' 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말이지...나는 양이고, 너는 늑대야.

함께 있을 수가 없어."

"왜?"

"왜라니...다른 늑대들은..."

 

지금까지 어린양이 섭리라 믿어왔던 것 중의 하나를,

이 어린늑대는 간단히 깨버리려 하고 있었습니다.

왜라는 한마디가, 주욱 살기 위해 내달렸던 어린양의 입을 꾸욱 막아버렸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른 녀석들은 상관없어.

내가 너하고 같이 있고 싶은 거니까

다른 녀석들이 그런 소리 못하게 할 거야."

".............."

 

 

어린양은, 할아버지 이외에는 처음으로

타아他我로부터 함께 있고 싶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돌아가."

"응?"

 

그럼에도 어린양은 늑대를 돌려보내려 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기가 너희 집이지?

엄마가 기다려."

 

혼자인 것이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섭리를 거스르면서- 앞으로 끼칠 모든 괴로움을 알면서 이 순진한 어린늑대에게

그래 나를 따라오렴- 이라고 할 수 없었던 것일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엄마라는 소리에 어린 늑대는 주저하기 시작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때? 나같이 어중간한 검은 양보다 엄마 늑대 쪽이 훨씬 좋지?"

 

스스로 돌려보내려 했음에도,

어린 양의 표정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처연한 미소가 걸려 있었습니다.

어린아이의 얼굴에 걸린 어른의 미소.

혹자의 말과 같이, 어린아이가 일찍 철드는 것만큼 끔찍한 일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어린양은, 어린늑대를 위해서-

그리고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하는 자신을 위해서 그리 했습니다.

 

 

 

 

 

 

 

 

...여기까지, 2권 다음 파트와의 맥락이 끝납니다.

가능하면 흐름에 묻혀 같이 가려고 했는데-

라비의 이야기인지라 정말로 말 많아졌습니다.

적당히 걸러서 읽어주십시오.

 

어째서인지, 불보듯 뻔한 다이치의 심정보다

제가 이해하기에 무리일것만 같은 라비의 심정이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는 걸까요.

 

솔직히 일일히 직접 보여드리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이 파트의 연출은 멋집니다.

시선을 한 바퀴 돌려, 잠시 호흡을 끊는 최고급 연출에-

앞에서 다룬 빛의 이야기를 빗대어

물 속으로 가라앉아가는 라비의 심정을 표현한 것은 그야말로

천의무봉의 것이라고 감탄에 감탄을 했습니다.

 

리뷰에 정신이 팔려 또 날 샐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여간 왕자님.

우리의 라태공.

 

그럼, 오늘 하루도즐거운 매지컬되시기를 바랍니다.

쟈하라독시드.

 

 

 

 

 

 

덧글 1.

 

날이 갈수록 길어지는 리뷰입니다만-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여 즐거우셨다면 더 바랄 바가 없겠군요.

 

 

 

덧글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쏘니님 홈 부활!!!

이것은 근 반년만의 쾌거!!!

 

아싸라비야!!!

살맛 퐁퐁 나는구나야!!!


 

 

 

:
BLOG main image
네이버에서 옮겨왔습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공지 꼭 읽어주세요. by 찹쌀공룡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63)
그랑죠 (169)
리뷰 (177)
그랑죠 외 (124)
동인여행 (90)
생활일화 (330)
왜 사냐건 웃지요 (108)
바톤 및 테스트 (81)
끄적임 (71)
해외뉴스 (7)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달력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