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랜만에 이어지는 찰스다윈 리뷰입니다.

한동안 정신없다고 동인지 자체를 들여다보질 않은 듯하군요.

(그보단 메일에 쇼크먹었지...=ㅅ=)

 

사실 라비와 다이치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그랑죠 동인지란 건

어찌보면 어불성설인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게 또 시신덴 그랑죠의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누가 동인지를 2.5cm 두께로 내겠습니까.

 

게다가 이번 리뷰에는 다들 혀를 내두르는 인쇄기법-

4도인쇄가 들어간 파트입니다.

기본색인 검정 잉크에, 파랑, 빨강, 초록을 넣어

무려 4색으로 인쇄해 동인지를 만든 시신덴 누님들께는

경의를 표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예고한대로 여전히 1대 전사들의 이야기로,

이번에는 세 사람 가운데

바람의 마동전사인 사일레스와

불꽃의 마동전사인 아인의 첫만남 편이 되겠습니다.

 

 

 

 

 

 

이야기의 프롤로그는 아주 황량하게 모두 다 불타버린 벌판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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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과 싸우는 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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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자기자신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그 심연 또한 너를 바라보고 있을 터이니.

 

니체.]

 

그리고, 한명의 청년이 저 멀리서부터 비틀비틀,

매우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며

반쯤 죽어버린 눈으로 시선조차 고정하지 못하며 화면으로 다가옵니다.

 

'...나는

이런 결과를 바란 것이 아니었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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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끝내도록 하자.

형제여-'

 

[The Another Story of Evolution Theory

~ 황혼의 끝에 선 도시]

 

'너와 처음 만났던 날...'

 

그리고, 화면에 다가오는 얼굴은 사일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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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확실한 미래를 보았다.

네 안에 '그것' 이 보였다.'

 

과거를 회상하며, 모든 것을 끝내자는 사일레스의 말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그리고, 끝을 내는 대상은 누가 되는 걸까요.

 

이 이야기는, 이렇게 회상모드로 돌아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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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전란의 시대였습니다.

당시 아델라이드, 현재 라비루나의 이 세계는 몹시도 혼란스러웠고

어디에나 전쟁의 불씨가 뻗어 있었습니다.

 

이 계기가 된 것은 다름아닌 사신상이었습니다.

 

"우리들이 만든 신상은 우리들의 것이다!"

 

"신상을 눈뜨게 해서는 안 된다! 이 세계는 또 다시 지옥으로 변할 터!"

 

그리고 한편, 그런 와중에 어쩐지 홀로 고요한 분위기의 오두막으로

배경은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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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분위기는 죽어가는 노인과 그 곁을 떠나는 어린아이입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검을 지고 나가는 아이의 등 뒤에서,

노인은 홀로 생각합니다.

 

'살아가거라...

너는 이 세계의 운명을 쥐고 있는 운명의 아이.'

 

그리고 또 장면은 바뀌어 홍수가 난 것인지 범람한 강이 비춰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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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요! 여기만 막으면 마을에 물은 흘러들어오지 않아!"

 

조그마한 아이가, 나무를 밧줄로 엮으며 사람들에게 그렇게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며 그 소년의 부모님은

다급한 와중에도 뿌듯함을 담아 말합니다.

 

"...저런 작은 아이가 사람들을 이끌다니..."

 

"아아, 그야말로 정령왕에게 선택받은 구세주가 될 아이야."

 

그리고 또 장면은 바뀌어, 이번에는 고요한 호수가 컷에 담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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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귀를 가진 금발의 아이는,

순결한 이만이 곁에 다가올 수 있다는 유니콘을 옆에 두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옆에서 살포시 건네오는 말소리.

 

[...무엇 때문에 울지?]

 

고개를 들어보니, 거기에는 그녀의 아름다운 정령왕, 아쿠바이트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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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윽고 알겠다는 듯이 무언가 허공에 떠다니는 물방울 같은 것을

손으로 감싸듯 받치는 아쿠아비트.

 

[이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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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생명의 핵(코어)다. 이 지상의 여러 생명은 물에서 태어나

물 속으로 환원되지.

싸움이 계속되면 그 양 또한 보통이 아니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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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익숙해졌지만 말이야]

 

뚝뚝 눈물을 흘리는 소녀를 앞에 두고, 아쿠아비트는 자못 냉정하게 그리 말합니다.

자신에게서 태어나는 생명들이건만

그 어리석음에는 진저리가 난다는 듯.

 

하지만 곧 태도를 바꾸어 소녀에게 좀 더 다가섭니다.

 

[...그런가...

네게는 나와 같은 아픔이 있는건가.

다른 정령왕들조차 알지 못하는 이 아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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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는건가]

 

슬퍼하는 소녀를 앞에 두고

조각같이 아름다운 얼굴을 조금 찌푸려 보이던 아쿠아비트,

이윽고 탄식하듯 말을 잇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나는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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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만들어버린 건가...]

 

자신이 만든 생명체이지만

자신과 같은 아픔을 공유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아쿠아비트.

 

사실, 아쿠아비트가 인간에 대해 한 발 물러서 '질려버린 듯한' 시선을 가진 것은

그가 가진 고유의 능력 때문입니다.

고통을, 아픔을 아는 능력.

 

그렇기에, 순수한 생명이 이렇게 자신과 같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며 한탄하는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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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지 말아라...

생명의 코어는 네 몸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야.

너는 그저...내 고통을 이렇게 해서 느끼고 있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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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사랑스런 아이야,

이제 눈물을 거두렴]

 

다정스런 얼굴로 소녀에게 입을 맞추는 아쿠아비트.

하지만 소녀는 아쿠아비트에게 키스를 받고도,

아픔을 곧장 마비시키지는 못합니다.

 

"...."

 

조그마한 손가락으로 그녀가 가리킨 것은,

아쿠아비트가 시선을 옮긴 것은 다름 아닌

트윈 픽스 사이에 서 있는 사신상이었습니다.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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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도...

...아파..."

 

[....그것도 네게는 보여져 버리는 건가]

 

사신상이 아프다고 하는 그녀에게,

아쿠아비트는 가르쳐줍니다.

 

[저것에 흡수되는 것은 멸망해가는 사람들의 탄식,

비명, 증오와 분노, 여러가지 고통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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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

 

그런 소녀를, 아쿠아비트는 번쩍 들어올려 제 품에 안으며

변하지 않는 표정이지만, 마음을 담아 말합니다.

 

[용서해주렴]

 

얼핏 흘러가는, 소녀의 눈물과 생명의 코어에 섞여-

푸른 빛의 물방울도 함께 산산히 부숴지고 있었습니다.

 

[죄없는 낙원의 아이로서 태어난 네게

나는 최초의 슬픔을 일깨워버린 모양이구나...]

 

저는 그것이, 아쿠아비트의 감정이라 생각합니다.

그가 가진 세계에 대한 사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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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세월은 흐르고,

각자 마동전사들은 성장해 나갑니다.

서로가 닿지 않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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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불꽃의 숙명을 가진 아이여-]

 

등뒤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란 흑발의 소년은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잽싸게 검으로 손을 뻗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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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불길 속에서 피어오르는 '무언가' 를 향해

대검을 손에 쥐고 검세를 잡으며 외칩니다.

 

"...마성이냐?!"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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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당신은..."

 

곧 그 존재의 정체를 꺠달은 듯, 눈에서 전의가 사라집니다.

 

[그래

너는 나를 알고 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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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항상 곁에 있었다]

 

"할머니가 말씀하셨던

불꽃의 정령왕 이프리티 그란조트가 당신인가...

나의 수호정령..."

 

처음으로 마주하는 그 순간에,

그랑죠는 무심한 듯 근엄하게 소년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싸워야 하는 숙명을 가진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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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에게 싸울 '술' 을 부여했다

'술' 은...네 안에 잠든 힘을 불러 일으켜 발현시키는 것

그 힘을 믿어라]

 

"나는 무엇을 하면 돼지?"

 

[사신상이 주박으로부터 풀려나려고 하고 있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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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들의 집결의 때가 왔다

너는 형제 자매들과 만나

그 무엇에도 변함없을, 굳은 결속을 맺을 필요가 있다]

 

"형제 자매들?"

 

[함께 숙업으로 이어진, 싸워야 할 자들이다

2명이 더 있지]

 

거기까지만 말을 남기고 곧 그랑죠는 사라져 버립니다.

처음부터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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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또 전혀 다른 곳에서

많은 이들의 죽음을 앞에 두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자신도 상처를 입었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생명들이 무참하게 짓이겨져 있는 그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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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을 만들고 처량하게 마냥 앉아있는 그에게,

또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슬퍼하지 말아요...

마음 상냥한 나의 전사여...]

 

그리고 그 따스한 목소리에, 소년은 눈물을 그치고

뒤를 돌아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합니다.

 

"당신은...윈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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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수호하는 바람의 정령왕..."

 

미소짓는 그녀 앞에, 소년은 무릎을 꿇습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당신께 선택받았으면서도 저는 마을을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전사여...당신은 아직 어려요

진정한 전투는 이제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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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당신의 형제 자매가 모일 것입니다

그것을 기다리세요]

 

그리고 부드럽게 포옹한 뒤, 그녀 역시도 앞선 두 정령왕과 마찬가지로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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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가...모인다..."

 

자신의 수호 정령의 마지막 한 마디를 되새기며 자리에서 일어선 소년.

장면은 아쿠아비트와  흐른 세월을 입증하듯 훌쩍 자란 소녀에게로 다시 돌아갑니다.

 

[너는 가야 해

숙명의 별 아래 태어난 형제 자매들과 모여 싸우지 않으면 안 돼]

 

"...아쿠아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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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뭇거리는 소녀에게,

아쿠아비트는 눈매만을 살짝 접는, 하지만 가장 상냥하게 그녀를 응시하고는-

 

부푼 소매 옷을 하사합니다.

(...앤 셜리 강백호가 그리 갖고 싶어했던.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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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시 너와 함께 있다

가거라]

 

그리고 무형의 기운이 이끄는대로, 그녀는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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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찬 마을 한 가운데에서

문득 퍼진 불온한 침묵이 땀흘리고 있던 소년에게로 가 닿았습니다.

 

"?"

 

그에 소년이 고개를 들어 시선을 옮기자,

그 곳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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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덩치보다도 커다란 곰을 짊어진 작은 체구의 흑발의 소년이 서 있었습니다.

웅성거리는 장내를 헤치고

자기도 모르게 어떤 확신을 가지고 앞으로 다가선 소년은

그의 뒷모습이 서서히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것을 응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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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그것이, 흑발 소년의 첫 이미지였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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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만나는 순간, 이마의 인이 잠시나마 빛을 발했고-

그로서 잠시나마 불투명했던 확신이 제 자리를 찾았습니다.

"...기다리고 있었어, 형제...!"

 

덥썩 뛰어나가 흑발 소년을 손을 잡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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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름은 사일런트. 사람들은 사일레스라고들 불러.

네 이름은?"

 

사일레스의 주저없는 말에, 잠시 머뭇대던 흑발의 소년도

굳게 다물었던 입술을 조금 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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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

 

짧은 한 마디였지만, 서로에게는 첫 만남.

같은 숙명을 짊어진 전사의, 형제의 첫 만남이었기에

사일레스는 아인을 꼭 껴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진심을 담아, 기쁨을 표하듯이.

 

"모두들 걱정하지 마. 이 녀석은 내가 찾고 있던 전사야."

 

그리고 사일레스의 그 말에, 마을 사람들의 표정 또한 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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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찾았어!"

 

활짝 웃으며 아인을 놔 주는 사일레스로 하여금,

사람들은 또 다른 기쁨을 만끽합니다.

 

"구세주가 두사람까지 모였어."

 

"그럼 구세주의 수호를..."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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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사람을 본 건 처음이야."

 

이름 한 마디 외에는 죽 입을 다물고 있던 아인이

겨우 입을 열어 말한 내용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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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식량으로 삼으려고 가져온 것인데

놀라게 한 모양이야."

 

무표정하게 말을 잇는 아인에게,

여전히 즐거운 마음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사일레스가 콧노래까지 부르며 말합니다.

 

"괜찮아. 그럼 일단 우리집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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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적당한 오두막 없어?"

 

"에?"

 

"비바람만 피할 수 있으면 돼."

 

"너 혼자서?"

 

깜짝 놀란 사일레스가 그렇게 묻자,

도리어 의아하다는 듯 아인이 대답합니다.

 

"나는 지금까지도 죽 혼자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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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고는 곰을 짊어지고 혼자 슥슥 걸어가버리는 아인의 뒷모습을,

사일레스는 할 말을 잃은 듯 잠시 바라봅니다.

 

...전 왜 자꾸 성상편의 사가라군이 떠오르는걸까요.

=ㅅ=

(...곰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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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오두막을 찾아 자리잡은 아인에게,

야밤에 손님이 찾아옵니다.

 

"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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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아닌 사일레스.

 

"불편한 거 없어?"

 

생긋 웃으며 오두막 안으로 들어오는 사일레스에게

별달리 시선도 주지 않고 손을 멈추지 않는 아인은 딱 잘라 답합니다.

 

"없어."

 

"...그거 뭐야?"

 

"화살촉."

 

"그...그래."

 

'말이 없는 녀석이로군.'

 

대화가 똑똑 끊기는 것을 느끼며 잠시 어찌할까 생각하는 사일레스입니다만

곧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인의 대검이었습니다.

 

"대단한 검이네. 봐도 돼?"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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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정말 굉장해.

네 검이야?"

 

"아버지의 유품이야.

내가 태어나기 전에 죽었어."

 

"그런가...

하지만 이런 검을 쓸 수 있는 남자라면

분명 용맹한 전사셨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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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렇게 생각해."

 

'오, 웃었다.'

 

자신의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에 대한 칭찬에,

아인은 처음으로 무표정을 풀고 조금 미소를 띄웁니다.

 

"'아인' 이란 건 아버지가 붙여준 이름이야?"

 

"그런 것 같아."

 

"그런 것 같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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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길러 준 할머니의 이야기로는

엄마가 죽기 전에 그렇게 말했다나 봐."

 

"어머니..돌아가셨구나."

 

"나를 낳고 죽었대. 얼굴도 몰라."

 

이야기를 잘못 꺼냈나 하며 머뭇하는 사일레스와 달리

정작 아인은 남 일 말하듯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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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란 분은?"

 

"내가 여섯살 때 병으로 죽었어."

 

도무지 더 할 말이 없는 사일레스.

결국 잠시 입을 다물고 맙니다.

"아인...'아인 소프'.

의미는 '절대' '무' '모든 것의 시작' ...'하얀 불꽃'.

...좋은 이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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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도 아네."

 

"내 아버지는 학자에다 신관이었어."

 

"너는 '사일런트(침묵)' 라고 하는 이름치고는 잘 말하는구나."

 

"응. 다들 그렇게 말해."

 

그리고 잘 되었다면서 다 된 화살촉을 아인은 사일레스에게 줍니다.

그것을 받아들며 미소짓는 사일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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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모님도 요전 전투에서 돌아가셨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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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게는 형제가 생겼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

 

그 말에 처음으로 사일레스를 보며 아인은 설핏 미소를 짓습니다.

 

"아, 맞아. 새 옷을 가지고 왔어."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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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네가 온 걸 환영하는 축제를 벌인다고 하는데 그 모습으론 좀 그렇잖아?

입어 봐. 분명 어울릴걸."

 

묘한 표정으로 옷을 바라보고 있는 아인.

잠시 곁눈질해서 사일레스를 보지만,

사일레스는 아인을 위해 가져온 또 다른 무언가를 뒤적이느라 열중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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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생각없이 옷을 벗는 아인의 몸뚱아리에는,

그간 삶의 궤적처럼 상처들이 즐비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눈치채는 사일레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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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떨어진 작은 점.

...어째 꾀죄죄하다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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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너 우리 집으로 와!!!"

 

"왜, 왜 그래?"

 

엉겹결에 사일레스에서 끌려서 옷 입다 만 채로

밖으로 끌려가는 아인.

...벼룩이었던 모양입니다.

 

"옷만 입으면 안 돼?"

 

"그 전에 목욕부터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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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해...나 죽어...!"

 

"시끄럿!"

 

직접 욕조에 물 받아 보글보글 씻기고 있는 사일레스.

형제랄까 근친이랄까 여하간 두 사람의 정이 느껴져

절로 입가에 썩소인지 미소가 머금어지는 연출입니다.

 

굿잡, 누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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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겨주던 중에도 내내 보이는 상처는

어쩐지 사일레스로 하여금 조금 숙연해지게 만든 듯 합니다.

 

자기보다 커다란 짐승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고, 또 들고 옮기는 것이

일상인 이 아이는

대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온 것일런지.

 

그렇게 잠시 상념에 젖어있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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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은 정말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

 

"야! 야! 얼굴 내밀어, 얼굴!"

 

아기를 씻길 때에는 요주의를, 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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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못 알아볼 정도인걸."

 

때빼고 광낸 버젼의 아인입니다.

짧은 머리도 좋군요.

 

더불어 꾀죄죄한 것은 공에 의해 씻겨지기 위해 좋은 것이므로

사실 이제 여타 더러움은 필요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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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너 미형이 되겠구나.

앞으로가 기대되는걸.  거리의 여자들이 분명 내버려두지 않을 걸."

 

"?"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아인의 어리둥절한 표정에

사일레스는 여전히 뭐가 그리 좋은지 웃어가며

거울 본 적도 없느냐고 핀잔 아닌 핀잔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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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늘은 이만 자기로 할까."

 

그러면서 잠옷을 꺼내주자, 아인 시큰둥하게 대답하길-

 

"또 갈아입어?"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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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도 별도 저물어가는 한밤중.

잘 자고 있던 아인이 갑자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자,

그 결에 잠에서 깬 사일레스가 왜 그러느냐고 묻습니다.

 

"왜 그래?"

 

"기분 나빠서 못 자겠어."

 

그리고는 바닥에서 이불도 없이 잠을 청합니다.

부드러운 시트와 포근한 이불이 기분 나쁘다, 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에게는 이질적인 것이었기 때문이겠지요.

 

...공수를 통털어 허리는 남자의 생명임을 아직 알지 못하는 어린 나이라곤 하나

동인녀로서 통탄하지 않을 수 없는 한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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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어이."

 

그리고 바닥에서 곧 잠들어버린 아인을 내려다보며

어쩔 수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사일레스.

결국 이불을 덮어주며, 자신도 내려갑니다.

 

'혼자서...산 속에서...

대체 어떻게 살아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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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도 훨씬 작은 어깨를 하고서...'

 

개인적으로 이번 리뷰의 가장 나이스컷이라 생각하는 파트입니다.

...사족 붙이자면, 번역도 조금 동인틱하게 의역했습니다.

(...저 정도면 의여깅 아니라 구라번역이라 해도 되겠지만.

=ㅅ=)

 

그렇게 밤은 수확없이 깊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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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날부터 천천히

마을에 익숙해져가는 아인.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사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기억에 남을 만한 첫 날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만났습니다.

 

 

 

 

 

 

 

 

 

 

 

 

 

 

 

 

 

일단 이번 리뷰는 여기까지입니다.

읽느라고 수고하셨습니다.

그래도 지난번에 비해서는 좀 더 이야기가 쉬워서

읽기에 편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실 요새 좀 리뷰가 뜨음하다보니...악순환이 일어났었지요.

 

안 쓴다 → 반응이 없다 → 누가 읽긴 하나 → 아씨 귀찮아 →

아, 진짜 이거 아무도 안 읽는 거 아냐? → 그럼 안 써도 상관없잖을까? →

근데 라비랑 다이치는 왜 안 나와?

 

...악순환이랄까 바보랄까. (....=ㅅ=)

 

그래도 가끔 재미있게 읽어주신다는 분들이라던가

다음 편 기대하고 있겠다는 소리를 들으면

역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 알 수 없는 게 인간.

 

다른 거 리뷰할 바에야 사실 시신덴 리뷰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어쩐지 최근엔 그닥 내키지 않아 미루고 말 때가 많습니다.

(..........)

 

하지만 역시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토스 스파이크가 되는 포스트는

쓸 때에도, 쓰고 나서도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악마성 드라큘라 조금 더 진행해 봐야겠군요.

...재, 재밌습니다.(...)

 

개강 앞두고 게임질에 신났습니다.

바로 다음주라고 생각하니 이번주는 목숨을 걸어서라도 놀자란 기분마저 든달까.

안경알도 새로 하고 해서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평안한 밤 되시기를 바라며 저는 이만.

쟈하라독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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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옮겨왔습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공지 꼭 읽어주세요. by 찹쌀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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