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책의 두께를 보고

15의 여름이 그리 두꺼운 것도 아닌데

대체 왜 이리 리뷰가 길어져가는 걸까 생각해 봤습니다.

 

토막토막 한 화마다 귀여워서

한꺼번에 죽죽 보이기 아까워서 미루다보니 이리 된 건가 싶기도 하고...

물론, 텀은 순전 제가 느리기 때문이지만요.

이건 어디까지나 너무 잘게 리뷰가 나뉘는 것 같아서 하는 소리.

 

정말로 여름이 다가옵니다.

한창 더워질 즈음해서 이 리뷰가 끝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신년계획이 서러워하겠군요.

올해 내로 동인지 시신덴판 그랑죠 리뷰는 끝내려는 생각이었는데 말이죠.

 

뭐, 아직 4월 중순.

포기하기엔 이르니 힘내보겠습니다.

 

사실 요샌 제가 지치고 제가 우울할 때

아이들 보고 싶어서 책을 꺼내들게 되더라고요.

> <

 

 

 

 

 

 

 

[15의 여름 제 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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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하고 있던 라비가 일부러 와 준 것은

(편지에 답장 한 번 안 보내줬으면서도)

죽을만큼 기쁘다.]

 

뭐 그야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당연하겠지요.

놀랍고 기쁘고 황당하고 좋아 죽는 15세의 소년의 감성이

고스란히 잘도 드러나 매우 즐거운 15의 여름이니까요.

 

[기쁘...지만...]

 

성적 공개 전광판 앞에 서서

동공을 흐릿하게 하는 다이치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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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수험생이 이래선 안 되는 거였다-]

 

네, 안 되는 거였습니다.

만화를 봐도 성적이 반드시 떨어진다고는 할 수 없다지만

만화를 그리면 성적이 반드시 떨어진다던 모 레전드오덕순정 만화의 명대사 떠오르는군요.

 

라비네 놀러가도 성적이 떨어지진 않지만

라비가 오면 성적은 곤두박질치는 겁니다.

후후후후후훗.

 

"...어이...괜찮냐, 너?"

 

연방부속 시험보는 주제에 상위 50위에서 떨어져 버렸다고 새하얗게 재가 되어 있는 다이치.

착한 오오구시군은 자신의 성적은 올랐는데도 솔직히 기뻐할 수가 없는 상황.

 

'...위험해...

본방 시험까지 이제 한달 남았는데...'

 

라비가 와 준 건 좋은데

진짜 막바지에 온 거죠.

 

일본 학교 시스템은 상세하지 않지만...

아카데미라는 게 아무래도 미쿡 쪽 시스템인 듯.

9월부터 학기 시작하는 걸 염두에 두고

6-7월쯤 시험 치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뭐, 시험만 여름에 보고 일본식으로 4월부터 시작할 수도 있겠고요.

 

여하튼 중요한 건

다이치, 발등에 불 떨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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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다간...아버지와의 약속이 날아가 버린다!!'

 

통신으로 수업을 듣고 있는데, 강사가 '그렇게 안 노려봐도 된다' 라고 할 정도로

기합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야...국내 고 3에 필적하는 상황인걸요, 지금 다이치는.

 

게다가 학교도 달랑 거기 하나 보기 때문에

만약에 연방부속 시험에 떨어져버리면

단순한 낙방만이 아니라 고등학교 재수생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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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듣고 집에 돌아가자,

왕자님이 귀를 쫑긋 세우고 다이치를 기다렸다는 듯 맞아줍니다.

 

"다이치."

 

"다녀왔어."

 

그렇지만 다이치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못합니다.

하기사 성적 떨어진 수험생이 무슨 재주로 즐거울까요.

 

물론, 그런 다이치 사정을 알 바 아닌지라

다이치네서 뒹굴거리며 게임하고 노는 라비.


"저기, CONTRA S2001 스테이지 5 공략법 가르쳐줘.

보스를 못 쓰러트리겠어."

 

"히로타카한테 물어봐."

 

왠일로 다이치가 좀 세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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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 스테이지 4 거대전함에서 스톱 상태라고."

 

다이치의 무성의한 대답에 라비가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한 듯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라비에게는 보이지 않는 방향에서

다이치의 얼굴은 미지근하게 식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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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듣고 있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을 올라서 제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다이치의 태도가 이상하다는 걸

그제야 눈치채는 라비.

조금 뿔이 난 듯합니다.

 

"듣고 있어."

 

역시나 라비 쪽을 한 번 돌아보지도 않은 채로 곧장 책상에 앉아

공부를 시작하려는 다이치에게 라비가 한 번 더 말을 겁니다.

 

"...어머니가 곧 저녁이라고 하시더라."

 

"지금 필요없어."

 

빠직.

왕자님 눈동자가 굳었습니다.

 

"...야."

 

"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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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데, 여기 있는 건 상관없지만

좀 조용히 해 줄래?

오늘 진도 정리하고 난 뒤에 뭘 하건 좀 하자."

 

미안하다는 낌새라고는 조금도 없이

냉정하게, 귀찮다는 듯 그렇게 말하는 다이치를

라비가 잠시 입을 다물고 바라봅니다.

 

"......"

 

그리고 정말 무성의하게 다이치가 한 마디, 툭 던집니다.

 

"미안."

 

그걸로 대화를 끝내려는 생각이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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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

내가...귀찮다면 그렇다고 해."

 

그 말에 다이치의 손이 멈칫합니다.

 

"무...무슨...소릴 하는거야, 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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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리라고 생각했어?

너 계속 갈팡질팡하는 면상이거든."

 

이게 아마도 오늘 하루만의 일은 아니었던가 봅니다.

그야, 성적이 떨어진 걸 안 건 당장 오늘이지만

이전부터 수험생이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은 많이 했겠지요.

마냥 적만 쓰러트리면 되는 11살의 그 시절이 아니니까요.

 

"라비.."

 

뭐라 더 말하지 못하고

다이치의 등 뒤에서 끝내 자신에게 향하지 않는 시선에

고개를 숙여버리는 라비.

 

"나는...여기에 안 오는 게 좋았을까.

미안하게 됐군.

셔틀 티켓 나는대로 2, 3일내에 돌아가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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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라비..."

 

내가 방해되면 가 주면 될 거 아니냐는 소리에

그제야 다이치, 컴퓨터 앞에서 일어나 뒤를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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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곤란한 듯한 얼굴을 한 건

설마 네가 지구에 올 거라곤 생각도 못해봐서

당황해서 그런 거야."

 

그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태도는 좀 아니지 않습니까 이 눈썹대마왕아.

11살 시절의 귀여운 얼굴로 떙그란 눈으로 동정 유도해 봤자

쏘아 놓은 살이라고.

 

"그리고 나...

한 달 뒤에는 어느 학교에 시험 쳐야 돼."

아버지와의 약속이..."

 

다이치는 다이치대로 자신의 현재 상황만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 합니다.

그야, 라비가 다이치의 엄마였다면 이해해 줬을지도 모르겠지요.

우리 아들은 수험생이니까- 라고.

 

하지만 어디 그런가요.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

 

다이치의 한기에 시베리아 북풍으로 대답하는 것이 토끼 왕자님일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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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

 

"네가 지구에서 어떤 식으로 살던지간에

나는 상관없어."

 

네가 지구에서 어떤 식으로 살던지간에-

네가 '지구에서'.

 

내가 아는 하루카 다이치는 공부(현실)에 얽매여서

나를 모른 체 하거나 하지 않아.

나를 뒷전으로 미루지 않아.

 

공부를 한다는 것은 장래를 준비한다는 거죠.

그 장래에, 라비는 계속 원거리 연애 상대로 존재할 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지구'에서의 '생활감'을 자꾸 더하게 되는 요소가

라비로서는 싫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라비 자신과 떨어져 있는 지구에서의 생활에, 다이치가 충실하게 분발하고 있다는 것이.

네가 없는 곳에서도 잘 살아보겠다는 것이.

 

아마 그런 맘인 거겠죠.

하지만, 저게 듣는 사람 입장에선 또 얼마나 짜증나는 소립니까.

 

내가 너랑 무슨 상관이야, 라는 그 섬뜩한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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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싹.

 

그 말에 그만 확 머리에 열이 올라버린 다이치,

라비의 따귀를 치고 맙니다.

 

"아...미안..."

 

제 놈이 치고도 바로 사과하고 있는데,

정작 맞은 라비는 별 말이 없다 싶더니...

 

"........."

 

퍽!!!

그렇죠, 토끼가 얼마나 무서운 동물인데.

얜 순하지 않거든요.

 

그렇게 다이치를 한 대 후려갈기고 나서

라비는 뒤돌아서 썡하니 자기 갈 길 가려고 합니다.

 

"라비!"

 

"놔!"

 

"내 이야기 좀 들어!"

 

다이치, 지금보다 신장이 1.4배 정도만 더 크다면

이게 얼마나 황홀한 순간이 되었을지...

 

(뭐 당장 내년엔 됩니다. 후후훗.

가리가리만 가도 더 쭉 뻗는 느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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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

작년에 내가 이야기했던 거 기억하고 있어?!"

 

"...윽."

 

정작 제 성질 다 부리다가도

다이치가 눈을 크게 뜨고 또렷하게 말하기 시작하면 당장은 움츠러드는 왕자님♡

 

"작년에 내가 달에 간 건 거의 가출 여행 수준이었어!

그 때 할머니가 그러셨다고. '네 할 일은 제대로 해라.'"

 

"그래서 뭐?!"

 

"달에서 돌아온 다음에

아버지와 약속했단 말이야.

달이 내 인생을 망가트리고 있다는 둥 자꾸 그런 소릴 한다면

그렇지 않다는 증거를 보여드리겠다고!

여기서 할 일을 확실하게 해보이겠다고!"

 

그게 바로 '아버지와의 약속' 이었던 겁니다.

다이치가 깨트릴 수 없는.

 

라비를 계속 만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깔려야 하거든요.

아직도 15살이라...

ㅜㅅ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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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터무니없는 학교에 시험쳐서, 턱하니 붙어서

연방부속대학(아카데미)에 들어가면

박사 학위건 뭐건 잽싸게 따서-"

 

15의 여름 들어서 처음으로 라비 앞에서 진지한 표정을 짓는 다이치.

 

"반드시 라비루나로 돌아갈 거야!!"

 

이 모든 건, 네 곁에 있기 위한 거야.

내가 노력을 하는 것도, 이 곳에서의 생활을 위한 게 아니라고!

 

너와 함께 있기 위해서야.

네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그렇게 입 밖으로 낸 다이치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는 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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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편.

 

"저...저..."

 

양면으로 펼쳐진 신문지 윗단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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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아들놈이이이이이----!!!!!!"

 

아버지는 포효하셨습니다.

 

"당신..."

 

"아범아."

 

폭발하는 아버지 뒤에서 어머니와 할아버지는 평온합니다.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뭣보다, 아버지가 저렇게 일일이 폭발하는데 덩달아 난리쳤다간

저 집안 핵을 보유하고 있는 꼴이 되어버릴 텐데요.

 

"연방부속에 시험 치겠다고 했던 건

그런 웃기지도 않은 장래계획을 위해서였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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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못 해! 절대 인정 못 한다!!!!"

 

2층까지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지는 아버지의 고함에

자기 방에서 얌전히 있던 히로타카도 귀를 막아버립니다.

 

'...나 원 참-. 복도에서 좀 싸우지 말라고.'

 

히로타카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할아버지도

굳이 다 들리게 선언할 건 뭐랍니까.

여하튼 당당해서 탈입니다, 우리 다이치는.

 

하지만 그 필사적인 다이치의 장차 계획(?)에도

라비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습니다.

 

"...나랑은 상관없어."

 

"라비!"

 

"라비루나로 돌아오라고 누가 부탁이라도 했어?

네가 네 맘대로 정해놓고 나한테 이해하라고 밀어붙이지 마."

 

"뭐..."

 

세로로 나뉜 컷이 두 사람의 단절된 마음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같은 장소에 있는데도, 같이 있지 못하는 것만 같은 나뉨.

 

"라비!!"

 

결국 참지 못하고 라비가 먼저 등을 돌리고 퇴장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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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 라비...!"

 

그림으로 보시다시피 아버지 포함 가족들은 난리났는데

다이치와 라비 이 두놈들은 스스로에게만 충실합니다.

ㅜㅜ

 

"거기 못 서냐, 다이치!!!"

 

들은 신 척도 않습니다...

아버지 지못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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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

 

네, 뒷배경으로 나오시긴 하는데...

 

쾅.

 

야속하게 문은 닫혀버리고.

삽시간에 조연에서 엑스트라로 전락한 아버지들.

 

'다이치~! 다이치이~ 돌아 와라!!

아버지하고 한 번 좀 제대로 이야기를 해 보자!'

 

'당신, 그게 이야기를 하자는 태도예요?'

 

'아범아, 이야기를 하자면서 금속 배트를 집어드는 건 반칙이란다!'

 

...네, 아버님 반칙입니다.

그러나 심정은 이해합니다.

저놈의 발랑까진 아들놈을 그냥.

ㅜㅜ

 

부모속을 참 참신한 방법으로 거덜내는 하루카 다이치 15세.

...효도해라.

 

 

 

 

 

 

 

 

 

 

 

 

 

* 어째 섭섭하게시리 9화부터는 각 화마다의 타이틀이 없네요.

 

[15의 여름 제 10회]

 

곧장 이어집니다.

다이치가 뭐라고 하건 씽하니 집 밖으로 나가버린 라비와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 밖으로 나선 다이치.

훌륭한 커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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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라잖아! 라비!"

 

무시하고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다이치보다 한참 앞서 가다가

그 소리에 슬쩍 반응하는 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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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흥'이라는 표정.

 

"...따라올 수나 있겠어?"

 

그러면서 발을 내딛는데 이건 뭐 축지법 모드 분위기.

 

"바, 바보같은 소리 하지마!

너 100미터 5초만에..."

 

네, 우리 왕자님은 인간이 아니신지라

100m 따위는 세계기록도 울고가게 뛰어버리십니다.

무려...

 

"땡. 지금은 3초면 충분해."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야! 그거 반칙이야!!!!!!!!!!!!!!!!!

 

난...네 일곱 배를 웃도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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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

 

저걸 무슨 재주로 따라잡습니까.

이놈들은 그거 못하겠네요.

 

'자기야 나 잡아봐라-'

'꺄르륵, 잡았다! 그러니까 내 거!'

'꺄아 몰라몰라'

 

...죄송합니다. 잠깐 상상했습니다.

라비가 대마초에 스피드까지 칵테일로 들이키고 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요.

솔직히 별로 보고 싶진 않습니다.

ㅜㅜㅜㅜㅜㅜㅜㅜㅜ

 

"...."

 

열심히 따라서 뛰는 다이치를 흘깃 뒤돌아 보는 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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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하게 떠오른 달을 배경으로

어째선지 라비의 얼굴은 복잡한 안타까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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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하아....

작작 좀...해라...정말이지."

 

황새가 뱁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

아라곤이 레골라스 따라하다 절벽에서 떨어진다.

다이치가 라비 따라 뛰다 내장 파열됩니다.

=_=;

 

뭐, 그래도 뛰어야죠.

저기서 안 뛰고 흐느적 흐느적 걸어 따라오는 남자는

순정만화의(Y 포함) 주인공이 될 자격 없음.

(물론 아예 안 따라가는 거라던가 부하를 시키는 건 예외로 칩니다.)

 

"제트보드가 없으면 이 모양이지."

 

약간의 비웃음조가 섞인 말투의 라비이지만, 표정은 그냥 무난하게 웃고 있습니다.

 

"뭐가 어째?!"

 

그 말에 발끈해서 바로 앞에 선 라비에게 손을 뻗어 잡으려는 다이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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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

 

...반칙왕.

토끼, 당신은 반칙의 장군이다.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100M 3초로도 부족해서 중력을 거부하고 날아다니다니

ㅜㅜ

 

하긴, 너 같은 거 싫어싫어 하면서 우리 은하를 떠나 쌩하니 날아가 버려도

라비의 튕김지수라면 가능하겠지만요.

아...그쯤 되면 개그가 되겠다.

 

여하튼, 이런 저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다이치는 깜짝 놀랍니다.

 

"바, 바보! 사람들이 보면 어떡하려고!"

 

1. 잡아다가 NASA에 판다.

2. 잡아다가 가죽을 벗겨 판다.

3. 귀로 진짜 토끼귀 머리띠를 만들어 판다.

4. 쌀에게 판다.

 

...저는 수천수만의 가능성을 다 갖다버리고

달랑 4개 안에 반드시 답을 있을 거라고 축소시켜 버리는

사지선다가 정말 좋습니다! (...)

 

"그게 뭐 어쩄다고."

 

요샛말로 쏘쿨.

예전말로 개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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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날 못 따라와."

 

그렇게 말하고는 위에서 다이치를 내려다보는 라비.

저러는데 어쩌겠습니까.

따라가야지.

 

(저럴 때 안 따라가주는 남자 정말 싫더라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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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이젠 못.하.는.건.가 하고 생각했었다."

 

마동력을 써서 중력을 거부한 다이치에게, 라비는 그렇게 말합니다.

이젠 마동력까지도 사라져서 정말로 11살 때의 일들은 과거에 불과한 줄 알았다고.

 

"여기서 마동력을 사용하는 건 별로 내키지 않아서 말이지."

 

다이치는 다이치대로 인간으로서의 사회적 상식, 룰을 지키려고 애쓰는데

어흥 이놈의 토끼.

 

슬쩍 흘겨보곤 다시 깡총깡총 날아다닙니다.

토끼한테 날개 달아줘 봤자 토끼네요.

 

"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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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르 날아오르다가, 모자를 팽개치고 지붕에서 아예 발을 떼버린 라비.

혹시 추락하는 건가 하고 깜짝 놀라서 라비 쪽을 바라본 다이치의 눈에는...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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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위화감...]

 

멍한 눈으로, 어둠이 내려앉은 마을 위에

가녀린 자신의 질량조차도 거부한 채 하얗게 빛을 발하며 활보하는 라비의 모습에

다이치는 넋을 잃습니다.

 

[나는, 꿈을 꾸고 있는 지도 모른다...라비가 지구에 왔다고 하는 꿈을-]

 

어둠 속의 한줄기 빛처럼

어렴풋한 달빛이 반사되어 머리카락이고 피부고

온통 은백색으로 창백하게 물든 그 모습이...

 

[달에 사는 라비, 달과 라비는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것인데도...

지구상의 달은...

이렇게나 라비를 비현실적인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처럼.

여기에 존재할 수 없는 무언가처럼.

 

세상도 인과도 흐름도 감정도 무시하듯

지면조차도 거부한 채로

그저 홀연히 그렇게 존재하는 라비는

분명, 비현실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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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내가 사랑한]

 

아름다운 금발과, 녹푸른 바다의 빛을 머금은 눈동자.

그 누구보다도 달과 어둠에 가까운 마동전사.

[이형(異形)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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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누구야?"

 

"......"

 

난데없는 라비의 말에, 다이치는 대답하지 못합니다.

메멘토가 아닌 이상은 뭔가 까닭이 있어 하는 소리일테니

이럴 때에는 일단 들어주는 겁니다.

 

"나는 너 같은 건 몰라."

 

"...라비."

 

지금 눈 앞에 서 있는 다이치를 부정하는 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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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내가 알고 있는 네가 아니야...!"

 

그렇게 처음으로 입 밖에 내어 다이치에게 불만을 표현하는 라비.

 

"......"

 

다이치는 눈동자를 가라앉힌 채, 듣고만 있습니다.

라비가 하려는 말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죠.

언제나 헤어져 있어야만 하는 연인들의 거리라는 것이, 좁혀지지 않음에-

 

서로 다른 곳에서 각자의 생활을 하며

짧고 작은 접점밖에 가질 수 없다는 그 아쉬움에

라비는 투정을 부리고 말았습니다.

 

"-이딴 헛소리.

변함없이, 사람이 좋고, 친구도 많고, 공사다망하신 다이치군을 질투하는 거지.

라비군은 여전히 비뚤어진 녀석이거든."

 

"라비..."

 

정작 라비는 장난 좀 쳤다면서 넘어가려고 하지만

다이치는 라비가 정말로 하려는 말을 놓치지 않습니다.

 

"아-아, 진짜 바보라니까.

시시콜콜한 농담 좀 한 걸 갖고 뭘 그리 심각한 표정이야?

일일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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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위에서의 나는...이 정도가 한계야.

그렇지만 이거라면, 네가 알고 있는...

아니, '너의 하루카 다이치'가 될 수 있는 건가?"

 

마동전사의 복장으로 라비 앞에 서는 다이치.

정작 '너는 내가 아는 다이치가 아니다'라는 소리에 이렇게 나오니

라비는 할 말을 잃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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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럼에도 라비는 말이 없습니다.

'너의 하루카 다이치'로 있기 위해서 무엇이든 하겠다는 다이치에게서

라비는 고개를 돌리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네 시시한 농담에 장단 맞춰주자면...

-나는... 그 어디에 있건 언제나 네 거야."

 

"....."

 

마치 아까의 다이치처럼, 그 말에도 라비는 다이치를 보려 하지 않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이라는 건 현실적으로 너무 가볍습니다.

더군다나 이렇게까지 해야만 곁에 있을 수 있는,

아직까지도 무력하기만 한 15세 소년들이니 더욱 그렇고요.

 

라비의 무응답에 다이치, 결국은 자신도 고개를 숙여버립니다.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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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없어.

아무것도 없어도 돼."

 

그 말에 라비가 이를 악물고 움찔 떱니다.

지금 다이치가 하고 있는 말은, 터부이기 때문이죠.

 

"네가...네가 원한다면 난 이런 모습이 되어도 좋고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어...!"

 

피를 토하기라도 할 것처럼 장렬하게...애닯습니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저 하얀 두 손뿐인데도.

그것은 아직 다이치에게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걸 다 팽개치고 서로만을 바라보며 살고 싶다는 것은

이 둘에게 있어서는 세계의 멸망과도 직결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에 관해서 다이치는 라비만큼 깊게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요.

 

그저, 지금 둘이 함께할 수 없다는 것만이 못내 아쉽고 안타까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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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없는 개그로군."

 

끝내 라비는 뒤돌아보지 않습니다.

대신 다이치가 다가와서 등 뒤에서 연인을 끌어안죠.

이게, 아마도 두 사람 사이에서의 가장 적당한 타협이 아닐까 싶은데요.

 

"...응."

 

"그 모습...

마천루 배경으로는 안 어울려. 집어치워."

 

빙점(氷點)은 거기에 있었습니다.

라비는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지만 슬며시 시선을 다이치에게 보내며

화가 풀린 표정으로 웃어 보입니다.

 

"...그렇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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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야경을 배경으로 하얗게 달빛에 물들어서 키스를 하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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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에게는 암묵의 철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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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언제부터 서로 그렇게 정했는지 모르겠다]

 

다이치는, 라비가 없을 때 홀로그램으로 라비를 보며 그리워합니다.

그리고 라비는 2대 물의 마동전사, *아슈레이가 감금되었던 방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었습니다.

그 역시도 저 멀리 떠 있는 지구를 바라보며 다이치를 떠올리고 있었지요.

 

마음으로는 언제까지나 서로를 그리고 있지만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될- '겨울'의 시기이겠지요.

 

(*라비는 '겨울'에만 자기 감금을 시도합니다.

태양의 힘이 가장 약해지는 동절기에 다이치가 마에 침범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의 몸을 마에게 내준다는 계약이므로.)

 

[가장 입 밖에 내고픈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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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말하다 못해 외치고픈,

차라리 통곡이라도 하고픈 말]

 

[그것은 결코 입 밖에 내어서는 안 될 말]

 

너만 있으면 돼.

너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필요 없어.

그 어떤 허울도, 핑계도, 의무도-

 

이 세계조차도

내 잣대에게는 무의미해.

너는 절대(絶對)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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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파멸에 몸을 맡겨버리고 싶어지는 유혹을 견뎌내며

우리들은 칭칭 휘감긴 꿈을 떼어놓는다,

여름의 끝에.]

 

'너 이외에는' 아무것도 필요 없어.

'모든 것을 저버리고서라도' 너를 원해.

 

...그렇게는 말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들을 포함하고 있는,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배척할 수는 없으니까요...

 

[언젠가- 언젠가 그 말을

굳이 마음 속에 담아둘 필요조차 없어질 그 날까지.]

 

정말로 함께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다이치는, 그것을 바라고 있겠지만

아마도 그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겠지요.

다이치가, 그 내부에 인페르노의 문을  품어 가지고 있는 이상은...

 

[우리들은 룰을 계속 지켜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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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푸른 혹성(지구)과 그 위성(달)은 원래 하나였다." 라고, 주장한 학자가 있엇다.

그에게 있어 아직 뜨겁고 부드러운 혹성에에서 태양의 인력이 작용하여

거대한 물방울처럼 떨어져 나가 태어난 것이라고.]

 

[그는 다른 학자들에게, 세간에게 비웃음을 당했다.

"그럴 리가 없다."]

 

[그리고 어느 프랑스인이 그런 그에게 결정타를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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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의 반경의 2.5배 이하의 거리를 돌고 있는 위성은

혹성의 인력에 의해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푸른 혹성의 위성은 하나의 별로서 존재할 수 없다."]

 

[푸른 별은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분신을 파멸시키는 것이다.]

 

[아무리 서로 끌어당긴다 해도

아무리 서로 필요로 한다 해도]

 

[결코]

 

[일만 오천 킬로 이하의 거리를,

그 이하로 좁힐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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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혹성이 별이기 때문에]

 

[그 주변을 도는 위성 또한 별이기 때문에]

 

[15,000 킬로의 한계거리]

 

[- 로슈한계의 법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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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달과 지구의 위험한 룰]

 

 

 

어째서 밤하늘을 올려다 본 걸까

어째서 그렇게나 울었던 걸까

이제 잊어버릴 것만 같은

My heart My eyes without TO U WOW

 

어째서 추억은 눈이 부신 걸까

어째서 미소를 찾는 걸까

지금 아련한 꿈에 혼동되어서

My heart My eyes without TO U WOW

 

MOONLIGHT 우리들이 그릇되지 않고

MOONLIGHT 눈물이 거짓이 아니고

모든 것이 하나가 될 때까지

WOW 계속 지켜보고파

 

어째서 고독은 사라지지 않는 걸까

어째서 내일과 다투는 것일까

아직 '말'은 사랑에 헤매인다

My heart My eyes without TO U WOW

 

MOONLIGHT 무언가가 변하려고 해도

MOONLIGHT 빛을 닫아버리려 하여도

영원은 그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아

WOW WOW...

 

MOONLIGHT 우리들이 그릇되지 않고

MOONLIGHT 눈물이 거짓이 아니고

모든 것이 하나가 될 때까지

WOW 계속 지켜보고파

 

 

 

MOON song by kyosuke himura

 

 

 

<FIN>

 

 

 

 

 

 

 



 

이번 리뷰는 여기까지입니다.

15의 여름으로서는 드물게도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유일한 부분이 바로 10화입니다.

 

무력하지 않지만, 결국 무력해지고 마는 그들 사랑이

처연한 빛을 띠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네요.

 

다이치를 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이치의 굴레를 멋대로 나누어 짊어지고

그를 배신하는 라비.

과연, 라비는 지구로 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다음 리뷰는 다시 15의 여름답게, 산뜻하게 진행됩니다.

그럼, 다음 리뷰의 그날까지!

 

..그래도 시신덴 옥션질은 안 해도 되서 좋네요...

ㅜㅅㅜ

 

지금부터 12시간 뒤...

제발 입찰하지 마라...

 

오랜만에 리뷰하니 시간도 어마어마하게 걸리네요.

제발 디카 좀 하나 생겼으면...

(...책 살 돈으로 디카 샀음 삽십만 년 전에 샀겠다...)

 

그럼 오늘 하루도 좋은 날 되시기를.

쟈하라독시드!

 

 

 

 

 

 

 

 

 

 

 

* 2대 물의 마동전사.

2대 불꽃의 마동전사인 카구야의 연인이자

2대 바람의 마동전사인 클레이오의 친구.

자세한 내용은 아인슈타인 리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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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옮겨왔습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공지 꼭 읽어주세요. by 찹쌀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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