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리니름 있습니다.
스토리를 전혀 모르는 채로 아직 안 보신 분이라면,
안 보시는 쪽이 좋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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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인가 예매해둔 쓰릴미를
드디어 요 며칠 전에 다녀왔습니다.
뮤지컬계의 마약이라 불리우는만큼 기대가 커서
미리 지인분께 앨범을 빌려 듣는 둥
철저하게 예습을 하고 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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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이번 쓰릴미는 말이 많았습니다.
많이 바뀐 무대장치와 더불어 초연 페어인
김무열 씨(그 / 리차드 롭 役)와 최재웅 씨(나 / 네이슨 레오폴트 役)의 페어가
돌아왔기 때문이던 것 같습니다.

(왼쪽이 최재웅 씨, 오른쪽이 김무열 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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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 5월 21일 일어난
끔찍한 범죄.

14살의 어린아이를 무참하게 살해하고,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게 시체를 훼손해서 유기한 사건이 있었다.

온 시카고를 술렁이게 만든 이 끔찍한 사건의 범인은
엘리트라 불러도 좋을, 동시에 소년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젊은 청년 2명이었다.

대체 왜?

어째서 그들은 죄없는 아이를 살해한 것일까?
그에 관한 이야기가 뮤지컬 '쓰릴미'를 통해 시작된다.









Prelude

서곡.
몇번이고 계속 반복해서 듣게 되는
강렬한 마약같은 이 뮤지컬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피아노' 반주.

호흡이 가빠지게 만드는 아슬아슬하고 아름다운 연주를 시작으로
뮤지컬 쓰릴미가 시작된다
.




Why

극의 시작인 '나'의 7번째 가석방 심사일.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느냐는 가석방 심의원들의 질문에
'나'는 지금껏 한 번도 입밖에 내지 않았던 이야기를 시작한다.

34년 전, 감옥에 갇히면서 자신은 오로지
'그'를 따랐을 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과거의 회상과 '나'의 자기 변론이 번갈아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Everybody wants RICHARD

18살에 고교를 졸업하고, 비슷한 지적 능력으로 인해
쭉 함께 지냈던 '그'와 '나'
'그'는 일찌기부터 '나'를 공범자로 끌어들여
범죄를 저지르기를 일삼았다.

그러나 '그'는 한마디 말도 없이 '나'를 떠나버리고,
'나'는 '그'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어느날, '그'의 호출로 두 사람의 재회가 이루어진다.

내내 '나'를 무시하려 드는 오만하고 매력적인 '그'에게
자신의 유용성을 어필하는 '나'

'그'는 다시 '나'와 시간을 보내겠다며
대신 예전처럼 자신의 범죄를 도와달라 말한다.

'나'는 싫다고 했지만 '그'는 자신의 놀이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관계는 끝이라 단언해버리고,
결국 '나'는 그날밤부터 다시 '그'와 어울려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Nothing like a fire

'그'와 함께 방화를 저지르는 '나'
'그'는 넘실거리는 불꽃을 보며 희열을 느끼고.
'나'는 그런 '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와 함께하고 싶은 욕망에 순순히 그를 따르고 만다.

동시에 '나'는 자신이 '그'가 시키는대로 순종하면
좀 더 '그'와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는다.



A written contract

계속 범죄를 저지르며 '나'를 공범자로 끌어들이려 하는 '그'의 행태에 질린 '나'.
혼자서 하라고 하는 '나'를 '그'가 계약서를 작성하자며 유혹한다.

'그'가 하는 범죄에 동참해주는 댓가로서,
'나'가 원하는 것을 '그'가 무엇이든 이루어주기로.

'나'는 무슨 일이든 너(그)에게 도움을 주고 함께할 것을,
최선을 다할 것을 맹세한다, 그 보상만 해준다면


이와 관련해서 난(그) 나의 연인(나)를 만족시킬 것을
맹세한다. 난(그) 네(나)가 원하는 것을 모두 다 너(나)에게 해줄 것이다


'그'에게 진즉부터 사랑을 받고 싶어했던 '나'는
'그'의 유혹에 넘어가, 계약서에 피로 사인을 한다.



Thrill me

개인적으로 처음 접한 쓰릴미의 노래이기도 하고,
제일 좋아하는 곡이다.

계약서의 내용(범죄를 도울 때마다 나를 사랑해줄 것)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는
'그'에게, 참다못한 '나'가 폭발하여 어서 자신을 사랑해달라고 한다.





(3:55초부터 보시면 됩니다.)

쓸데없는 일들 모두 집어치워
날 좀 쳐다봐줘 , 날 속이지 말고 thrill me, thrill me


혼자 해

잊지 마, 계약서의 내용을.
너는 날 만족시켜야만 해.
사랑해달라고 할 때마다
단지 피곤해 귀찮아 짜증냈어.
날 갖고 놀지마, 왜 날 실망시켜?
날 속이는 거야? 핑계라도 대 봐.
thrill me, thrill me.


난 아무 느낌 없어!
난 더 이상 흥분되지 않아.
창문 깨고, 자물쇠 따고, 물건 훔치고.
씨발, 우리가 해야될 일들은 이런 일들이 아냐. 전부 너무 쉬워!
흥분되지 않아!


자꾸만 이러면 나 못참아
날 좀 봐, 병신같은 내 모습.
화가 나 더 이상 못 참겠어.
빨리 만져줘 안아줘 사랑해줘
변명할 생각 마, 설득할 생각도, 이젠 필요없어
날 피해가지 마, thrill me


하지 마!
아무때나 난 안 해, 특히 이런 기분엔


타협하면서 참았어, 이젠 고소할지 몰라.
왜 이 밤을 망쳐, 왜 날 부정해야 해?
불평 그만할게, 날 만족시켜줘, thrill me


싫다고 말했다?

한 번이라도 제대로 날 느낀 적 있어?

있어.
근데 지금은 아냐.


그런 식으로 말하지마.
정말 지겨워, 짜증나 미치겠어.
내가 이런 거지같은 일을 도왔던 유일한 이유는
그 계약서 때문이야.
피로 사인한 계약서.
...찢는 거 보고 싶어?


아니. 씨발, 니가 이겼다.
빨리 끝내자.


집중해, 나한테!
어린애 취급 마라, 복종할테니까.
난 너의 공범자, 절대 배신 안 해.
thrill me, thrill me


(마지막에 서로 옷 벗고,
'나'가 '그'를 돌려세우면서 불이 딱 꺼지는데... 진짜 두근거렸다.
워낙에 템포가 빠르고 격정적인 극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내 안에 잠든 동인의 피가 움찔함인가. 진짜 무시무시하게 몰입되었던 곡이다.)



The plan

시시한 범죄는 지겨우니 거치적거리는 자신의 동생을 죽이자고 제안하는 '그'
말도 안 된다고 거부하다가, 결국 '그'의 동생이 아닌 적당한 어린애를 죽이자고 모의하기에 이른다.



Way too far

본격적으로 어린애를 죽이기 위한 준비를 하며 신이 난 '그'
그런 '그'를 바라보고 따르는 '나'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며
애환에 젖어 노래를 부른다.



Roadster

초등학교 근처에서 희생양으로 삼을, 적당한 어린애를 꼬시는 '그'
로드스터라고 하는 2인승 오픈카(주로 스포츠카)를 미끼로 꼬신다.
위험한 분위기가 잔뜩 배어있기 때문에
정작 무대에 있는 것은 '그' 한 명 뿐인데도,
가상의 어린아이에게 따라가지 말라고 외치고 싶어졌던 기억이 난다.



Superior

무고한 어린아이를 죽이고 나서 그야말로 신난 '그'와 대조되게도,
'나'는 불안에 벌벌 떤다.

그런 '나'에게 '그'는 자신들 둘은 천재적이고,
법을 초월한 초인, 즉 슈퍼맨이기 때문에 절대로 잡히지 않을 거라고 달랜다.



Ransom note

어린아이를 죽인 뒤에, 그 부모에게 자식이 살아있는 척을 하고
협박 편지를 보내서 돈을 뜯어내자고 하는 '그'



My glasses_Just lay low

어린아이의 사체가 발견되자, 벌벌 떨기 시작하는 '나'
그에 비해서 '그'는 태연하기만 하다.

그러나 차츰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나'가 실수로 떨어트리고 온 안경에 촛점이 맞춰지고,
결국 '나'에게로 경찰에 찾아오게 된다.



I'm trying to think

'나'가 경찰에게 답할 진술을 상세하게 알려주는 '그'
'나'는 열심히 궁지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 고심하며
'그'가 시키는대로 한다.



Keep your deal with me

다급한 상황이 되자 '나'를 버리려는 '그'에게 실망한 '나'.
이렇게 되면 자기도 못 참겠다며 진실을 경찰 측에게 밝히겠다고 '나'가 말하자
'그'가 그제야 잘못했다고 사과하며 용서를 구한다.



경찰한테 속은 거야
네 맘 알아, 자기야
생각해 봐, 우리 계약
사과할게, 자기야
풀려날 수 있어,
네 말 취소만 하면
피로 맺은 우리 약속
아직 지켜져야 해
나와 함께 있어 줄래
우리 관계 끊지 마
계획은 실패야
제발 혼자 두지 마
네 맘 뭔지 나도 알아
제발 나를 용서해
모든 게 나 때문이야
제발 날 떠나가지 마



문자 그대로 쭉 '나'를 병신 취급해 오던 '그'의 확연한 태도 변화.
이것이 진심인지,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죄의 댓가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인지 알 수가 없다.
결국 '나'는 사랑하는 '그'의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Afraid

결국 유죄 판결을 벗어날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사형선고를 받을까 두려워 유치장에서 벌벌 떤다.

바로 옆방에 있는 '나'에게 그런 자신의 나약함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나'는 그런 '그'의 기색을 모두 알아차리고 있다.

그리고 최종 재판 전날, 죽고 싶지 않다면서
'나'가 잠든 줄 알고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키듯 노래한다.



Life + 99 years





결국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두 사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Hate the sin but not the sinner)'이라는
명언을 남긴 전후무후한 재판이었다고 한다.(실화)

사형은 피했지만, 남은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 두 사람.
절망에 빠져야 마땅하건만,
그러나 어째서인지 '나'는 너무나도 침착하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난다.

사실 그 안경을 떨어트린 것은 '나'가 처음부터 계획한 것이었다고 한다.
언젠가 일이 잘못되면 '그'가 '나'를 쓰레기처럼 버릴 것을 알고 있었기에
살인을 시작하기 전부터 아예 '그'와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한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 그리고도 99년을 더 함께해야만 한다며
둘만 있으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없지 않느냐고 하는 '나'
'그'는 그제야 '나' 가 자신보다 한 수 위였음을 인정하고,
동시에 '나'의 함정에 빠져 그가 원하는 대로 되었음을 깨닫고 절망한다.

그리고 피날레.




Finale - Thrill me

이 모든 이야기가 끝났을 때,
'나'는 가석방 심사에서 OK를 받고
자유의 몸이 된다.

그러나 이미 몇 년 전에 '그'는 감방에서
다른 죄수의 손에 살해당하고 없다.

'그'가 없는 차가운 자유를 만끽하며,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하고 되뇌인다.

'자기야'

남은 생애 전부를 바쳐,
몇 번이라도, 그만을...

[I'm one perfect accomplice / 난 너의 완벽한 공범자
who never betray you / 절대 널 배신하지 않아

If you thrill me, / 네가 나를 전율시켜 준다면,
THRILL ME! / THRILL ME!]








아슬한 관계에서 오는 날카로운 박력, 속도감, 박진감, 손에 땀을 쥐는 급박한 전개 탓에
정말이지 아무 생각도 못하고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바로 이전 주에 보았던 '매튜본의 백조의 호수'는
총 2시간 반이 1시간처럼 느껴졌었는데,
쓰릴미는 중간에 아예 배가 아프단 걸 잊어버렸어요.

제가 장이 약해놔서, 공연날은 좀 조심하는 편인데...
이날은 어째 첫 서곡에서 장님이 불길한 징조를 보내셔서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정신차려 보니 저는 밖에 있었고, 배는 무지하게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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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통도 잊어버리고 본 거죠.

여튼 이런 뮤지컬을 한 번만 보고 말 수는 없으니,
나중에 기회를 봐서 다른 페어로 한 번 더 볼 생각입니다.

일단 김무열 씨와 최재웅 씨 페어가 워낙에 진리이니
그것만은 꼭 보라는 주변 분들 추천에 따라 본 것이었는데...
아주 크게 만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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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이미지도 멋지게 많이 나왔더라고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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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건 저는 올해가 쓰릴미 처음이라 보지 못했지만,
07년도에 류정한 씨와 김무열 씨가 함께 무대를 하셨었다고 들었습니다.

류정한 씨가 네이슨 역이였다고 하는데
이 무대도 정말 놓쳐서 두고두고 아쉬울 뿐입니다.

제발 십년 뒤에, 담배연기 다 날아오는 배심원석이라도 좋으니
기회가 한 번만 오기를...
;ㅅ;





이번에는 제법 롱런이라 11월 14일까지 한다 하니,
관심이 있으신 분은 꼭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1층과 배심원석은 5만원,
2층은 3만 5천원이라는 조금 높다 싶은 가격이지만
아마 보시고 후회는 안 하실 것 같아요.
(물론 취향이 저와 맞는다는 가정 하에. ^^;)

저는 다음에도 마음에 드는 페어가 나오면
망설이지 않고 1층을 노리고 갈 듯합니다.
>ㅅ<///

그러고 보니 이번에 무대가 대폭 바뀌는 바람에 말이 많았다던데,
이전 무대가 워낙에 멋지다고들 해서 그것도 한 번 보고팠는데 말이죠.
조금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첫번째이니만큼, 무대 장치는 신경도 안 쓰일 만큼
푹 빠져서 본 지라...)

김무열 씨의 나쁜 남자 연기도 정말 인상적이었지만,
그 이상으로 화자인 '나' 역의 최재웅 씨가 멋졌습니다.
목소리 톤과 안경이라는 아이템을 이용해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연기가 너무 멋졌고,
노래도 취향이어서 다음에는 또 어떤 뮤지컬을 하시나 찾아보려고요.
^^

같이 가신 P님의 말씀에 의하면
이번에 피아노 반주자 분이 2분인데 그 가운데 한 분이
아직 무대에 덜 익숙하신 듯해서, 만약 그 분이 반주자면
좀 덜 몰입될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다행히도 저는 아주 자연스러운 반주와 함께 감상할 수 있었고요.

마지막으로 항상 화제를 모으고 있는 쓰릴미 극중에서의 키스씬에 관한
배우분들의 인터뷰 영상이 있길래 함께 퍼왔습니다.
근데 이거 올해 거는 아니고...이것도 류정한 씨 이야기 나오고,
이율 씨 나오고 한 거 보니 07년도인 듯합니다.

그냥 가볍게 웃으실 수 있으니 흥미 있으신 분은 한 번 보세요.
^^





재웅문어님이라 감히 불러드리고 싶어요.
사...사랑합니다!
ㅜㅜ

그리고 이거 암만 생각해도
네이슨×리차드인 거 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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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옮겨왔습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공지 꼭 읽어주세요. by 찹쌀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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