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미리 예매해두었던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를 보러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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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아트 센터는 처음이었는데,
같이 간 지인들이 워낙에 베테랑이셔서
모든 기대를 저버리고 편안하게,
사랑하는 류정한 씨를 뵈러 간다는 기분으로 갔습니다.

광진구, 송파구민 특별 할인으로
50%란 엄청난 할인가이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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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본 캐스팅은(존칭 생략)
류정한 - 차지연 - 전동석 - 조휘
...이었습니다.

옥주현 씨 노래가 조금 취향이 아닌 듯해서
류정한 씨와, 차지연 씨의 캐스팅으로
날짜를 맞췄더니 저리 되었지요.

류정한 씨야 워낙에 목소리를 좋아하니 보증수표에 가까운 느낌이었지만
차지연 씨는 무대에서 실제로 뵙기는 또 처음이라
과연 어떤 느낌일까, 좍좍 지르는 메르세데스를
과연 얼마나 멋지게 표현해 주실까 기대가 컸답니다.

이번에도 미리 영문판 앨범으로
복습을 철저히 마치고 갔었던지라
노래는 다 알고, 정말 배우분들의 연기와 가창력을 즐기고 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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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의 곡과 함께, 대강 기억나는대로만 적자면-
(* 한국판 제목은 실제 곡명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When love is true (우리 사랑 진실할 때) -

곧 한 배의 선장이 될 에드몽 단테스와
그의 연인 메르세데스가 밝게 빛나는 미래와
행복에 취해서 부르는 노래.

마냥 밝지만, 그 직후에 바로 에드몽의 친구 몬데고의 배신으로
수렁에 처박힐 미래가 보여 좀 가엾죠.

그리고 실제로 약혼식이랍시고 행복하게 춤추고 술마시고 놀다가,
몬데고가 뒤집어씌운 누명으로 인해 헌병대에 끌려가는데,
1층 무대 객석을 한바퀴 좍 돌아서 가는 것이...정말 부러웠어요.

(류님과 1m내의 같은 공기로 호흡하고 싶다면
1층의 테두리 자리로 예매해볼 것!!!!)



I'll be there (나 항상 그대 곁에) -

솔직히, 조금 맥이 빠졌어요.
원래 좍좍 지르는 노래인 줄 알고 있었는데
류정한 씨가 컨디션 조절을 하시느라고 그랬는지
상당히 중요한 노래인데도, 목소리에 힘이 없으셨기 때문.

R님의 말씀에 의하면 '요새 이 옵화 목소리 늠 아끼신다~'인데...
정확하게 공감했다!!!!!!!
ㅜㅜ

메르세데스 역인 차지연 씨 목소리가,
약간 허스키한데도 고음이 너무 곱고 예뻐서

류정한 씨보다 차지연 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들었지요.
역시 노래는 좋더라...그래도 류님이
너무 덜 지르시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눈이 세모꼴이 되었었다능.



A story told (역사는 승리한 자들만의 작품이니까)

몬데고, 당글라스, 빌포트, 즉 배신자 트리오의 노래.
이전까지는 어째 좀 오늘 무대 김이 빠지네...하고 있다가
갑자기 제가 신이 나기 시작했다지요.
역시 남자들의 트리오(혹은 그 이상)는 참 좋아요.



Everyday a little death (하루하루 죽어가)

감옥에 갇힌 에드몽이 자신의 처지를 저주하고 비관하며 부르는 노래.
희망을 잃은 다른 죄수들도 함께 부르는데
아름다운 멜로디에 비탄이 담겨 매우 멋져요.
원곡부터도 좋아하던 노래.

다만, 여기서는 몬데고가 메르데세스에게
에드몽이 죽었다고 구라를 치며(썩을 놈!) 나랑 살자~ 하고
 꼬시는 부분도 함께 들어가 있어서 먼 눈으로 바라보았지요.
여하간 딴 건 몰라도 에드몽이 친구 고르는 눈은 없었다는 게
뼈저리게 판명나는 순간이어염.

그리고 직후에 깜빵 동기(...)인 파리아 신부님이
굴 파고 나타나면서 무대에 활기를 더하시지요.



When we are kings (우리가 왕이 되어)

친구와 지인이 자신을 모함하고 배신해서
일이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며 복수심을 불태우는 에드몽에게
파리아 신부가 워워워워, 님아 컴다운을 외치며
사는 데 별로 필요없는 분노와 증오를
재활용 쓰레기통에 잘 분류해서 버릴 것을 권하지요.

...뭐, 못 버리지만.
=ㅅ=

결국 그 뒤에 신부는 죽고,
신부의 시체 자루에 대신 들어간 에드몽이
감옥을 탈출해서 유쾌하고 한편으로는 위험하고 거친 해적들과 만나고
신부가 유언으로 남긴 보물을 찾으러 가죠.

그리고 보물 잘 찾고, 재산을 풍풍 불려서
이제는 나 메르세데스 찾아가겠삼! 하면서
믿음직한 부하를 시켜서 그녀의 종적을 찾게 하죠.



When the world was mine (온 세상 내 것 같았지)

에드몽이 죽은 줄 알고 포기하고 몬데고와 결혼한 메르세데스,
몬데고와 결혼해서 알베르트란 애까지 하나 낳고 사는데
어째 몬데고는 몬데고대로 바람이나 피우고 도박이나 하고,
메르세데스는 몬데고에게 전혀 애정을 표하지 않아 서로 깝깝한 상황.
그나마 애는 천진하게 자라서 망정이랄까요?

여튼 남편님하와 말다툼 좀 하시고
짱난다며 한 곡조 뽑으시는데 이게 또 매우 고와요.
저 진짜 이번에 차지연 씨에게 제대로 반한 듯.
이 분 목소리 너무 매력적이예요.



Hell to your doorstep (너에게 선사하는 지옥)

앞부분에 매우 기대했던 'I'll be there'이 좀 기대치에 못 미쳐서
오늘 류정한 씨 컨디션 별로신가 하면서 투덜거렸던 생각이
쏘옥~ 들어간 한 곡이었습니다.

정말, 제가 지금껏 본 류정한 씨 무대 중에서
가장 열과 성을 다해 지르셨어요.

(컨디션이 그다지 좋으셨던 것 같지는 않음에도!)

정말 이분 목소리는 따라다니면서
핥을 가치가 있다는 걸 다시금 되새긴 곡이었죠.

일케 멋지게 부르시면서 앞엔 왜 아끼셨삼 이 옵화야~ 소리가
절로 나올 지경이었어요!!!!!!!!!!!!!!!!!

정말 얄밉고 멋지고,
이 맛에 뮤덕질 하는 거고,
류님은 따라야 할 분인거고!!!!!!!!!!!!!!!!!!

이 곡 끝나고 딱 1막이 끝났는데,
관객들 모두 있는 힘껏 박수를 치고는, 조명이 들어오자마자
류님의 사자후에 대한 흥분에 정신이 없었지요.
ㅜㅜ

아, 정말 이거 한 곡을 들으러 왔어도
내가 후회하진 않았겠구나 싶을 정도로 멋졌어요.

엉엉엉엉엉엉엉엉엉엉엉엉엉엉엉
옵화만 믿고 따르겠다옹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삽시간에 앞의 불충한 마음은 사그라들고
그저 이분은 따라야 해!!!!!!!!!! ...의 충성심이 피어났지요.
직접 들어보시면 정말 거부하실 수가 없을 거임.



Ah, Women (아, 여자란)

알베르트가 카니발에 구경을 가고 싶다면서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아 위험한 밤거리를 뛰어댕기다가,
에드몽이 사주한 해적 패거리의 꾀임에 빠져
그만 돌기둥에 어여쁜 포즈로 감금을 당하지요.

에드몽이 처음부터 몬데고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연줄로 이용해 먹으려고 알베르트에게 접근한지라
잘해주면서 환심을 사려고 꼬드기지요.

너도 여자 쫓아오다 여기까지 왔냐?
나도 그랬다~ 하면서 같이 입을 맞춰 부르는 노래.
근데, 아무리 원곡 제목이 'Ah, Women' 이어도 그렇지
가사를 '아~ 여자~' 하고 해놓으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깨더라고요.

류정한 씨는 베테랑이시고, 또 워낙에 발성이 좋으셔서 그렇다 치고,
알베르트 역의 전동석 씨는 솔직히 '아~ 여자' 가 아니라
'아여자~'로 들려서 이건 뭐 '아녀자'인가 했어요.
ㅠㅠ



I know those eyes (저 눈빛을 난 알아요)

몬테 크리스토 백작으로서,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파리에 입성한 에드몽.

다들 어디서 굴러들어왔는지는 몰라도
돈도 많고 위험한 과거가 있을 것 같은 백작 몬테에게 지대한 관심을 품는데,
배신자 트리오는 변해버린 몬테(=에드몽)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지만
그래도 과거의 연인이었다고 메르세데스만은
한눈에 그가 에드몽임을 간파하지요.

메르세데스는, 분명 몬데고가 죽었다고 했는데
당신이 살아 돌아오다니! 라면서 놀라워하지만,
에드몽은 '난 갸 아녀, 갸는 디졌어, 고로 더 이상 니가 아는 나는 없다!!!!' 라고
한껏 삐짐을 드러내지요.

그리고 이야기는 본격적인 복수극으로 접어들어서,
돈과 권력을 마구 휘둘려서 몬테는 배신자들을 파멸의 길로 몰아갑니다.
하나는 목을 매고, 하나는 파산하고, 하나는 망하죠.
몬데고는 망한 쪽.



Pretty lies (아름다운 거짓말)

알베르트와 그의 약혼녀 발렌타인이 함께 부르는 노래.
알베르트는 가문의 명예라도 지켜야겠다며, 몬테에게 결투를 신청하겠다 하고
발렌타인과 메르세데스는 각을 보고 덤비라며 달랩니다.

그러나 결국 말 안 듣고, 몰라 엄마도 너도 왜 내 맘 몰라줘, 다 미워, 하면서
알베르트가 나가버리죠.
 
홀로 남은 발렌타인이 아름답고 평온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죽은 자신의 아버지가 들려주었던 '마냥 아름답기만 한 세상'에 대한 회상을 노래합니다.
그것은 아름다운 거짓말.



All this time (세월이 지나)

알베르트가 결투를 신청하러 갈 것을 알고,
자기 아들마저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진 메르세데스는
몬테에게 결투하지 말라고 애원을 하러 갑니다.
그러나 몬테는 자신을 배신한 옛 연인의 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해버리죠.

그리고 뒤에 남겨진 메르세데스는
그렇게 변해버린 몬테를 보며 과거를 되새기곤
현재로 이어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 서글퍼해요.

그리고 결국 세월이 지나서
변해버리고 만 많은 것들에 대해서
애절하고 절절한 감상을 담아 부르는 노래예요.



The man I used to be (과거의 나를 보네)

거의 다 완성되어가려는 복수라는 작품을 보고,
문득 이것이 자신이 바랐던 것인가 하고 허탈함을 느끼는 몬테.

뒤늦게사 자신의 안에서 싹튼 용서를 깨닫고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부르는 노래예요.
잃었던 자기자신을 되찾는다는 의미에서,
몬테에서 가장 중요하며 결말에 한 획을 긋는 곡이기도 해요.

그냥 류옵화 목소리에
행복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긴 했지만.
;ㅅ;



그리고 노래를 마치자 어디선가 타이밍 좋게 다시 나타나는 메르세데스.
'나 이제 몬데고랑 빠이빠이했삼! 난 니가 죽은 줄 알았삼!'
그래서 두 사람의 오해는 눈녹듯 사그라들지만,
남겨진 몬데고는 인간답게 눈이 뒤집혀서 몬테에게 달려들지요.

몬데고와 엎치락 뒤치락하며 칼쌈질을 하던 몬테,
자기 복수 다 마쳤으니 이제 그만하자는데
원래 사람이 화장실 가기 전하고 다녀온 뒤 마음이 다른 법.
몬데고는 이제 막 빡쳤는데 증오를 가라앉히라는 말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죠.

투닥거리다가 결국 몬테가 이기지만,
네 갈 길 가라면서 칼을 놓고 몬데고를 죽이지 않은 채로
그대로 뒤돌아섭니다.

몬데고는 기회는 이때다 하면서 몬테의 등을 노리고 칼을 주워드는데,
여기서 난데없이 알베르트가 지 아버지인 몬데고를 총으로 쏩니다.
(.........)

몬데고는 죽고, 제 아버지를 죽였다고
충격에 떨고 있는 알베르트에게, 메르세데스가 진실을 알려줍니다.
'얘가 니 애비다'
(.........)

그러니까- 알베르트는 몬데고가 아니라, 몬테의 아들이었던 거죠.
그리고 그걸 안 알베르트가 몬테와 서로 얼싸안고,
메르세데스도 포옹을 하면서 갑자기 훈훈하게 마무리하죠.
원작 소설에선 셋이서 멀~리 떠나서 행복하게 삽니다.
(.........)

후후후, 뮤지컬은 멋졌지만
정말이지 몬테 크리스토 원작 소설 자체는 결말이 취향이 아녜요.
애니메이션 암굴왕 쪽이 훨씬 더 제 취향이었음.

그리고 마지막엔 다시 'I'll be there (나 언제나 그대 곁에)'로 마무리를 하죠.
악역 하나 뒈졌으니 이제 우린 뭉쳐서 행복하게 살자옹!!!!!!
동화 속에서 악마를 하나 물리친 것 같은 완벽한 권선징악적 깔쌈한 결말!!!!!!!
정말이지 결말은 아니돠아...



그리고 앵콜까지도, 정말 박수를 부르는 멋진 무대였습니다.
등장 인물들이 나오시면서
각각 메인으로 부른 노래를 다시 한 소절씩 불러주셨죠.

초반 부분은 잘 기억이 나지 않고,
배신자 트리오의 'A story told (역사는 승리한 자들만의 작품이니까)'과
알베르트와 발렌타인의 'Pretty lies (아름다운 거짓말)',
그리고 메르세데스의 'All this time (세월이 지나)'.
물론 마지막은 몬테 크리스토의 'Hell to your doorstep (너에게 선사하는 지옥)'이었죠.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메르세데스와 몬테의 듀엣으로,
'I'll be there (나 언제나 그대 곁에)' 한 번 더 해주셨고요.

멋진 마무리, 앵콜까지 포함해서 정말 좋은 무대였습니다.
안 보셨는데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류님의 고음에 못 견디는 유니버설을 고려하더라도
꼭 한 번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얼렁 라이센스 풀 버젼 앨범이나 나왔으면 싶습니다.
이거 보고 나니 암굴왕 동인지가 또 몹시 땡기네요.
어디 좀 괜찮은 거 없나.

그럼, 다들 좋은 밤 되시기를.
월요일 휴무를 맞아 녹초가 된 쌀냄은
수다도 실컷 떨었겠다 겨울옷 정리하러 갑니다.

쟈하라독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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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옮겨왔습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공지 꼭 읽어주세요. by 찹쌀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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