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지지난달부터 별렀던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보러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갑작스런 일정이었는데도 흔쾌히 세이가 같이 가준다고 해서
둘이 세종문화회관에 앉아서 아주 걍 오도방정을 떨다가 입장함.
;ㅁ;

뭐, 공연은 그냥 평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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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좋았음.

가볍고도 얄팍한 나의 혼이 대우주를 날았음.
코스모가 내게 손짓했슈.

입장하면서도 컨디션 난조란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려서,
혹시 별다른 안내 없이
언더(*주연 배우의 사정상 무대 위에 오르지 못하게 되었을 때를 위한 대역 배우)가
나오시면 어떡하나, 하면서 2층에서 오페라 글래스로
분장한 빵지킬이 나오시길 기다렸지요.

근데 분장을 했으니 얼굴로 구분을 못 하는 거예요.
곧 이야기가 시작되고, 첫 곡인 'Lost in the darkness'를 부르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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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이 빵이 아니면 누가 나의 빵이란 말인가.

실제로는 이 짤방의 8배속으로 박수치며 광란한 쌀.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하라쇼!!!!!!!!!!!!!!!!!!!!!!!!!!!!!!!!!!!!!!!

심지어는 공연 보러 가기 전날부터 열이 나서,
공연 보고 와서는 38도까지 올랐다가...
다음날 바로 내리는 괴현상도 보였지요.

설마 신종 플루나 감기인가 생각했는데
콧물도 안 나오고, 몸도 안 아프고, 두통도 없고, 기침도 안 나오는데
오로지 열만 오르는 거예요. 땀이 더 나는 것도 아님;

결론.
아...상사병이었구나.(...)

이 괴현상에 대한 메리냥의 코멘트 :

'언니는 신종플루에 걸렸다가,
빵의 목소리가 타미 플루가 되어 언니를 지켜준 거예요.'


이보게 동생.
내 나이가 이십대 중반일세.
그런 황당무계한 소릴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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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믿어버리지 않겠는가.

빵타미 고마워요.
ㅜㅜ

빵이 쌀을 구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연 후기를 제대로 다 적었다간
앞으로 한달동안 공연 포스팅만 하게 생겼으니 그건 넘어가고...
짧게 몇 곡에 대한 코멘트만 적어봅니다.



'Facade' /
지킬이 정신병에 걸린 아버지를 구해내겠다고 다짐한 직후,
런던의 군중들이 귀족, 평민 할 것 없이 모여 대합창.
악마의 혓바닥처럼 새빨갛게 넘실거리는 런던의 해질 무렵을 배경으로
인간의 본성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노래하는 것이 공연 초반부터
관객들을 제대로 휘어잡아 압도함!!!!!!!!!!!
ㅜㅜ



'I must go on' & 'Take me as I am' /
지킬이 자신의 약혼녀인 엠마와 6주 뒤 결혼을 앞두고
서로의 사랑을 노래하는 파트.
지킬은 자신의 길, '인간의 본성 가운데 선과 악을 분리하여
정신병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구해내겠다'는 명제를 가지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이 일을 성공시켜야 하며
그를 위해서는 약혼녀인 엠마에게도 많은 괴로움을 끼치게 될 것이라 함.
그러나 엠마는, 자신은 그것을 각오했다고 하면서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꿈이 나의 꿈이니 함께 하자고 화답.
엠마 배우분이 제가 본 엠마 가운데 가장 성량이 풍부하셔서
넋을 놓고 브래드와 노래하시는 걸 들었지요.

후...우리 빵이랑 키스하더라.
부러운 녀자...



'Bring on the men' /
존나 남자다운(...후...) 지킬이 약혼식 끝나자마자
자기 친구 끌고 퇴폐업소 분위기가 풍기는 술집에 기분전환을 하러 감.
그곳에서 세상풍파에 치이고 지쳤지만,
그럼에도 순수한 영혼을 가진 창부 루시를 만나요.
거기서 루시가 쇼를 위해서 무대에서 음탕한 기질을 드러내며 부르는 노래.
'남잘 데려와!' 라고 호탕하게 외치는 창부와
자신에게 조금 잘해준 것뿐인 지킬에게 온 마음을 다해
사랑에 빠지는 소녀 같은 순수함이 굉장히 대조적인데
바로 그 점이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워요.

후...우리 빵 훑더라.
부러운 녀자...



'This is the monment' /
제가 이 뮤지컬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이자
1막에서 가장 돋보였던 노래.(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자신이 발명한 약의 적당한 투약 대상을 찾아내지 못하자,
결국 자신이 시작한 일이니 자신이 끝을 내야 한다고 결심하고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
아버지를 구하기 위한 약을 완성하기로 함.
그 결심과 함께 부르는 노래인데,
바로 여기에서 브래드 리틀의 진가가 처음으로 제대로 엿보였던 것만 같음.

노래의 마지막 구절인
 'When I look back, I will always recall(뒤돌아볼 때마다 나는 추억하리).
Moment for moment, this was the moment(그 순간 순간을, 바로 그 순간을).
The greatest moment of them all(가장 위대한 순간을!)'
...부분에서
마지막에, all 부분이 아주 긴 호흡으로 높게, 높게 그리고 크게 올라갑니다.

결코 좁다고 할 수 없는 세종문화회관을 꽉 채우고도 모자라다는 듯
쩌렁쩌렁하게 와 닿는 그 목소리에...
쌀냄 정줄 놓음.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후...빵에게 실망했다던 인터팍 평점의 누구씨 당신은
중세 유럽에서 카스트라토 노래라도 듣고 온거냐능...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Alive' /
약을 먹고 하이드로 변모한 지킬.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그대로 하나의 인격으로 만들어낸 듯한 하이드는
마악 탄생해서, 자신의 내부에서 넘치는 힘을 기뻐하며
생동하는 느낌에 전율합니다.
직전까지 환희에 넘쳐 지킬 연기하던 남자는 사라지고,
전혀 다른 배우가 나와서 연기하는 것 같았음.
의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묶었던 머리를 풀고, 목소리가 바뀌는 건데...
그것만으로 빵은 지킬에서 하이드로 완벽하게 변모하시더군요.
역시 기절함.



'Sympathy and Tenderness' /
하이드에게 당한 상처를, 술집에서 만났던 의사 지킬에게 찾아와 치료받는 루시.
그녀는 둘이 동일인물인 줄 알지 못하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지금까지 받지 못했던
상냥함, 다정함 등의 부드럽고 따스한 감정에 어쩔 줄 몰라합니다.



'Someone like you' /
루시가 자신과는 너무도 다른 지킬을 향해 연심을 품게 되어 부르는 노래.
당신 같은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면, 얼마나 황홀하고 이 세상이 달라 보일까 하며
사람을 사랑하게 된 그 순간의 기쁨을 소리높여 노래합니다.

'당신 같은 사람이 혹시 나 같은 여자를 찾는다면,
나는 날개를 단 것만 같을 텐데. 살아있음을 느낄 텐데.
당신 같은 사람이 나 같은 여자를 사랑한다면...그런다면...'
루시에 대한 사랑스러움이 백배 증가하는 노래입니다.

후...우리 빵한테 치료받고 키스하더라.
후...부러운 뇨자...



'Murder, Merder' /
하이드가 런던 밤거리를 뛰어다니며
지킬일 때 자신에게 거슬렀던 나라의 권력자들을 가차없이 살해하자,
시내에 대소동이 일어납니다.
서로를 믿을 수가 없고 민심이 흉흉해지자
런던 시민들이 뛰어나와 살인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파트.
이 부분도 대합창인데, 힘이 넘치다 못해 기를 빨리는 기분이었습니다.
;ㅁ;



'In his eyes' /
걱정스럽게 지킬을 바라보는 엠마와
자신에게 따스함을 준 지킬을 잊지 못하는 루시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
물론 두 사람은 극중에서 서로의 존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이 파트는 서로 다른 성격의 여성 두 명이
함께 지킬에 대한 애정을 표하며 부르는 노래라, 대조가 더욱 또렷하달까요.

이번 무대에서는 두 분의 목소리가...
지금까지 봤던 루시&엠마 가운데서 가장 조화가 잘 되었던 것 같다 느껴져서
너무너무너무 좋았습니다.
;ㅁ;



'A Dangerous game' /
지킬과의 대립으로(양면성) 당분간 자신이 런던을 떠나있게 될 거라며
루시에게 자신을 기다리라고 으름장을 놓는 하이드.
루시는 하이드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가 주는 금단의 쾌락에 몸을 떨며
추락하는 듯한 자신의 영혼에 불안해하며 어쩔 줄 몰라합니다.
개인적으로 'This is the moment' 다음으로 좋아하는 노래임.

이건 다른 버젼의 루시의 노래를 제가 너무 인상깊게 들어서(콜린 섹스톤)
사실 조금 아쉬웠지만,
빵님의 목소리에는 도저히 이견을 제시할 수가 없었어요.

...부러웠다, 루시...



'New life' /
하이드를 몰아내려고 결심한 지킬이,
루시에게 런던을 떠나 있으라며 전별을 보냅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해하고, 다시는 지킬을 만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지만
젊은 나이에 너무나 쉽게 타인에게 몸을 의탁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갖지 못하다가
태어나 처음으로 받은 호의로 새 인생을 꿈꾸게 되어
환희에 차 부르는 노래.

그러나 이 노래를 부른 직후에 찾아온 하이드의 손에
루시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정신을 차렸을 때 자신의 눈앞에서 루시의 싸늘한 시신을 발견한 지킬은
더 이상 절규하며 그 자리에서 뛰쳐나갑니다.

하이드가 루시 안아주더라.
노래 듣고 감동하기 바빠서 나중엔 진짜 질투할 여력도 없었음...
...후...


'Lost in the Darkness+Confrontation' /
자신 안에 키워낸 악마(하이드)로 인해 살인까지 저질렀다는 걸 알게 된 지킬은
그래도 아버지를 구해내겠다며 괴로움에 떨지만
결국 더 이상 자신이 하이드를 지배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두 사람의 대립을 가장 또렷하게 드러내는 클라이막스랄 수 있는 파트인데,
한 사람이 무대 위에서 순간순간적으로 연출에 의해
지킬과 하이드라는 대조적인 역을 연기하며 노래하는 장면은
가히 신들린 듯 압도적!!!!!!!!!!!!!!!!!!!!!!!

이 파트를 보는 내내 심장이 뛰어서 정말 혼났어요.
마음속으로 대체 누구한테 하는 소린진 몰라도


'이런 남자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게 사람이냐?!!!!!!!!!!!!!'



...따위의 객관성이라곤 난지도에 갖다버린 소리를
외치고 있었지요.

정말정말 행복한 세 시간이었음...
고작해야 앉아서 편안하게 무대 관람한 주제에
나올 때에는 다리가 풀려서 휘청거릴 정도.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여튼 마지막까지 위트있게 인사를 마치고 들어가셨고
쌀은 모종의 맹세를 했지요.

이분이 어떤 무대로 오시든, 내한만 하신다면
저는 만사를 제쳐놓고 따라가 알현을 하겠다고.

뒤늦게 앨범 못 샀다고 땅치고 후회하고 있는데...
...................아 진짜 내가 왜 그랬지...............
하루만에 무슨 그리움이 새록새록.........
마약 같은 남자...후....



토요일엔 저렇게 극락 구경을 하고
어제인 일요일은 또 일요일대로 천국에 잠깐 댕겨왔지요.
행복이 별건가.
그냥 현재진행형일 뿐이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빵사마에 대한 애정에 젖어
몸과 마음이 흐물흐물 녹아버릴 정도로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ㅅ;

아 진짜...
저 곡들마다 백마디씩 더 적어야 되는데...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비내리는 월요일 아침이지만
택배 받을 생각에 쌀은 햄볶네연.
지인분들 모두 좋은 기분으로 월요일 시작하셨길 바랍니다.
그럼, 점심 맛나게 드시길.

쟈하라독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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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옮겨왔습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공지 꼭 읽어주세요. by 찹쌀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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