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라면 사족을 못 쓰는 쌀이지만,
이건 그런 오컬트 류의 이야기는 아니고요.
그냥 리얼하게 무서웠던 이야기.

지난 주말에 해수욕장에 갔을 때
모종의 일이 있었거든요.






격포 해수욕장에서 놀다가
채석강(바다와 암반이 맞닿은 절벽보다 낮은 지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더랬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러고 사진 찍고 놀면서 한참 즐거웠단 말이죠.

저 너머에 보이는 등대까지 가보고 싶다는 쌀의 말에
한번 가보자면서 따라와준 친구들.
그런데 가다보니 길이 끊겨 있어서,
등대로 가려면 헤엄쳐야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채석강 끄트머리
인적 드문 곳에서 잠깐 바위 위에 늘어져서
짤은 자고, 저와 씨어는 사진을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잠깐 쉬었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끼리만 있는 줄 알고 시끄럽게 별짓을 다하고 놀았는데
알고보니 뒤에 장발에, 주황색 티를 입은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한명
이 있더라고요.
민망해져서 좀 입 다물고 소근소근 떠들다가
이제 그만 돌아가자면서 무거운 엉덩이를 떼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 없었죠, 그죠.

근데 그 남자가 따라오기 시작한 겁니다.
언뜻언뜻 친구들을 확인하는 척하면서 뒤를 돌아볼때마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오는 그 남자가
어느 순간 흠칫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인적이 드문 곳을 벗어나기 위해서
바위더미를 나름 빠르게 이동했는데
계속 거리를 유지하고 따라오는 거예요.

해수욕장에서 가까운 곳으로 돌아오자,
다시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니 그제야 맘이 좀 놓이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저 남자도 혼자 앉아 있다가
우리들 돌아가는 걸 보고 이만 가야겠다 생각한 거겠지 싶어서
공연한 피해망상을 다 했나 싶었죠.

발도 아프고 하니 잠깐 쉬었다가
위로 올라가서 회라도 먹으러 가자고 다시 여유를 찾고
적당히 바위 위에 걸터앉았어요.
그런데...

우리를 그대로 추월해가나 했더니
저만치 가서, 그대로 걸터앉아서 저희쪽을 보는 거예요.


셋 다 그 순간 겁이 덜컥 나서 눈을 굴리면서
열심히 딴소리를 했죠.
속으로는 이거 어떡하냐, 설마 해수욕장 밖까지 따라오진 않겠지 그러면서.

좀 쉬다가 이제 회고 뭐고 집어치우고
일단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가서
곧바로 택시 잡아타자고 셋이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해수욕장 밖으로 나갔는데...

...계속 따라와.

해수욕장에서 해수욕장 입구(주차장 요금 받는 곳)를 지나서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데에는 짐작건데 500m 이상.
물론 직선로 따위 아니고,
우리 일행 이외에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음.

어느 정도 걷다 보니까 그 남자가 안 보여서
이젠 됐나 보다, 싶었지만
그래도 역시 불안하니까 버스는 관두고
택시를 타고 가자...라면서 개인택시 기다리는 곳에 앉아서
예민한 신경을 가다듬고 있었는데...

그 남자가 저만치 우리 앞을 지나가더라고요.
버스 정류장까지 따라온거였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택시 불러놓고 앉아있는 걸 보고는
다른 방향으로 가서는 나타나지 않음.

사실 이때 김기사 어쩌고가 아니라
표정은 완전 썩어있었음.
등 뒤의 기척에 겁이 나서 겨우 도망쳐 도착해서
택시를 불러놓고 '설마 이 이상 따라오진 않겠지...'라던 때였거든요.

셋 다 소름 좌악 끼친다며
택시를 타고도 차마 이대로 곧장 집으로는 못 가겠다고
결국 예정에도 없던 이순시 세트장으로 갔지요.
집으로 곧장 가면 차 몰고 따라오기라도 할 것 같아서 무서웠거든요.



그리고 그날 저녁엔 어제 포스팅에서 이야기했다시피
신이 나서 고기 먹고 노느라고 잊고 있었어요.

그리고 일요일밤.
서울에 저희가 도착하자마자
부지런하게도 사진을 정리했다면서
사부가 메신져로 사진을 보내줬어요.

그러면서 하는 말.

[그 남자, 우리가 처음
채석강 쪽으로 갈 때부터
사진에 찍혀 있었어...]



아아아아아아아아악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리얼하게 소름이 돋았어요.
기분 나빠서 잘 나온 사진들까지도 그 남자 나온 건 싹 다 지워버렸음.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보건대,
어쩌면 팔려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금도 가슴이 다 뛸 정도.
ㅜㅜ

짐작건대, 정말로 인신매매단 등이었다면
그 남자는 정찰원이었던 거고,
만약에 거기서 저희가 뭐 괜찮겠지 하면서
그냥 밥 먹자고 그 근처에서 어슬렁거렸다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후...
건장한 남자도 인신매매를 당하는 게 요새 세상임.
저같이 덩치 있고 굽 신었을 때 키가 170이 넘는 여자도 표적이 될 수 있다고 하면...
진짜 몸조심들 합시다.
ㅜㅅㅜ

그나마 인신매매는 무난하게 생각한 거라고요.
진짜 못생기고 예쁘고 뭐 그런 문제가 아님.
자기 방어 능력이 떨어지고 체력 근력이 떨어지는 여성들은 특히나
정말, 정말로 조심하세요.

조심을 해야 한다, 아니다는
자신의 외모가 아니라, 자신의 힘을 기준으로 생각하시기를.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나같은 걸 뭐하러 노리겠어 따위의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고 가능한 한 재빠르게 사람 많은 곳으로 나가서
그 지역을 벗어나세요...

담력 훈련 못 댕겨온 게 못내 아쉬울 뻔했는데...
그 남자가 처음부터 따라왔단 소리에
그 아쉬움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던데요.
후...





공포 체험 이야기를 하자는 게 목적이 아니라,
지인분들 조심하라고! 절대 조심하라고! 적은 글이니
트랙백 혹은 링크를 하셔도 좋습니다.
ㅜㅅㅜ

건강하고 밝고 안전한 사회를 바라며
저는 이만.


:
BLOG main image
네이버에서 옮겨왔습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공지 꼭 읽어주세요. by 찹쌀공룡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63)
그랑죠 (169)
리뷰 (177)
그랑죠 외 (124)
동인여행 (90)
생활일화 (330)
왜 사냐건 웃지요 (108)
바톤 및 테스트 (81)
끄적임 (71)
해외뉴스 (7)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달력

«   2025/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Today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