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 새해를 맞아 방청소를 했습니다.
...랄까, 건프라를 위한 공간을 확보했죠.
지금 상황에서 실컷 조립해도 둘 데를 마땅히 못 찾아서
망가진다거나 하면 분명 죽고 싶어질테니.
가뜩이나 설날에 손님들이 제 방에 슬쩍 들어와서는
책이랑 피규어들 건드린 것도 마땅찮은데 말입니다.
하여간-
뭐, 신년 기분을 내보고 싶었던 것도 있고-
하여간 해 저문 시간, 투닥투닥 청소는 시작되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쌀월드 송파점 청소의 최관건은 다름아닌
'책정리' 였습니다.
그나마 덜 보는 책들을 박스에 차곡차곡 정리해서
창고로 또 밀어넣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문제가 생긴 겁니다.
더 이상 넣을 게 없더군요.
이젠 밖에 나온 게 그야말로 다 '항상 보는' 책들뿐이라.
하여간 청소 도중에 의외의 것들이 발굴되어서
청소하다 손놓고 폰카로 찍어봤습니다.
24권에서'1부 완결'이 난 '견야차'.
이런 개종자
열받아서 24권까지 사서 구석에 처박아두곤 잊어버린 모양입니다.
저거, 해적판이라 캐릭터 이름이 좀 오락가락합니다.
셋쇼마루, 세츠쇼마루, 살생환.
┐-
잠시 창고로 밀어넣어버릴까 하다가
다카하시 루미코상의 책은 액션 때문에라도 참아야 한다고 손 떨었습니다.
'달의요정 세일러문'.
쌀내미의 미소녀 변신물 양대산맥 중 하나인.
문제는-
마지막 권만 없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난감함이 하늘을 양단할 상황이죠.
(.........)
잠시 진정하기 위해 책 이외의 짐에 눈을 돌린 쌀내미.
뒤적거리고 있다가-
있었는지 의심되는소녀 시절의 흔적 발견.
각종 비디오 테잎 & 음악 테잎들.
'아아, 여신님' 더빙 테잎이라던가 '공각기동대' 테잎.
비디오 테잎은 주로 '바람의 검심'.
그러던 와중, 발견.
아이노쿠사비 비디오 테잎.
(무자막)
쌀내미 BL 라이프 개화의 시절이로군요.
일어 하나도 모르면서 '페트' 라는 단어 하나로 애니를 보았더랬죠.
에덴 시리즈와 레드 시리즈, 한일 코믹스 등에 묻혀가던 시절.
쌀내미의 첫 국내 Y 동인지. 소설입니다.
RED라고 하는 시리즈인데-
일명 '바리데기 시리즈' 라고 불리우는 학원물이 주가 되었던 시리즈.
남자와 남자가 연애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마악 깨닫기 시작했던 시절의 잔상입니다.
(푸핫)
드라마시디로도 유명한 리맨물 시리즈'3시부터 사랑한다'
웨딩로맨스 출판사에서 웨딩북스 시리즈로 나온 번역 Y 소설.
이것 이외에도 'P.B boy' 시리즈라던가. (일명 피치보이 시리즈)
'부탁해 달링' '추억의 리본타이' 등이 발굴되었습니다.
그 중 가장 쌀내미를 웃게 만든 것은 단연 '한랭전선 콘닥터'
'후지미 교향악단 2번가' 시리즈의 국내판입니다.
(...라곤 해도, 이것들 모두 다 무허가 아니었는지요.)
아즈미 토오루의파판 번역동인지.
역시 무허가판.
제길, 이런 걸 돈 주고 샀었다니
유기소년 (98년 출간본) 동인지 발견.
현직 작가인 이영유님 (닉네임 HASH)과 또 다른 회원인 GAM님의
즐거운 이야기들.
건담윙, 유유백서, 테일즈오브데스, 킹오파, 파판, 저스티스 학원 등이
수록된 즐거운 Y 동인지.
또 다른 희귀본 발견.
'펭귄'- 역시 98년본.
프로 만화가이신 문애라님, 심혜진님 등의 만화 수록본.
(*다른 분들의 네임은 제가 몰라서 넣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심혜진님의 경우는 메이저 단행본인 '안녕하세요 세바스찬입니다' 의
외전격인 시리어스풍 원고가 삽입되어 있어 아주 룰루랄라 하면서 읽었죠.
마악 아카와 블랙체리 등의 판매전에 다니기 시작했던 시절.
그리고 한동안 혜소님께 빠져서봉신연의 동인지를 열심히 사모았더랬죠.
그 분의 선線을, 굉장히 좋아했었어요.
김언형님의'마마님 마마님'(97년도 발간본)
역시 굉장히 좋아했었습니다.
중학교 때 낸 소식지발견.
손에 쥐고 어찌나 웃었던지.
이래봬도 희귀본.
나중에 프로 만화가 되면 프리미엄 붙여서 팔라면서
지인들을 살살 꼬드겨서 팔아먹었던 복사본이었죠.
어디서 그런 씨알도 안 먹힐 생구라를
사실, 이제와서 백드럼이지만 나중에 데뷔한다면
저거 먼저 수거해야 할 것 같은데요.(푸핫)
MC 스퀘어도 발견.
푸하하하하!!!
이거 뒤집어쓰고 분명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스토리 궁리했을 건데요.
(...랄까, 이거 오래비놈 거 같은데.)
하여간 대강 구석에 처박혀 있던 곳곳의 책들을 다 들어내다가-
발견,에로책.
아니, 뭐 정확히는 에로책이 아니라 성인 만화잡지.
친구에게서 예전에 받은 것.
하아, 또 줄기차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신나게 정리해서 방의 두각이 좀 드러나기 시작했을 때-
톤박스 발굴.
┐-
쓰는 것들 몇 장만 빼두고 주욱 발밑에 깔아두고 있었습니다.
...미안합니다, 델리타.
하여간 중간에 TV로 연극 '이' 까지 봐가면서 띄엄띄엄한 정리,
자정이 가까워져서 겨우 끝냈습니다.
청소와 빨래도 끝냈고요.
스스로 보고 뿌듯할 정도의 광경.
하여간 이제 뭐가 어디있는지는 대강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디 이대로 오래가기를.
책상 위의 달력은 이영도님의 폴라리스 랩소디.
작년에 피를 마시는 새 박스셋 구입했을 때 딸려온 경품이었는데,
저거 둘 자리가 없다는 것도 방정리 결심에 한 몫 했죠.
아셈하비샵에서 받아온 케로로 지름간언.
'안사고 버티는건가? 게로게로'
저 아래에는 '에너지 절약' 이라고 적혀 있지만요.
더불어, 간만에 연습장 정리 좌악하다가
과거의 주마등같은 추억들 발견.
당시 패러디는 거의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국내 동인계와 전혀 무관계하지는 않아 몇 개의 콘티를 발견했습니다.
원피스라던가, 헌터헌터같은.
순진한 콘티들이더군요.
변변히 키스씬 하나 없는.
배신자, 배신자...!
쓸데없는 낙서들을 대거 돌이켜보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야말로 쌀내미로 하여금 배를 잡고 뒹굴게 만든 해프닝이 있었으니-
한참 방정리 중에 어머님께서 부르시던군요.
책 내놨냐고.
제가 언제 책 버리는 거 봤수, 하면서 밖으로 나가보니
이웃집에서 대거 책을 내놨더군요.
일단 들여놓고 정리하고 있는데-
귀여니 책 발견.
푸-하하하하하하!!!!!
이거, 나름 인연인가요?
아아- 정말로 웃다 죽을 뻔했습니다.
살다살다- 귀여니 책을 줍다니.
왠지 굉장한 일 같아 일단 챙겨뒀습니다.
누구 귀여니 팬 분 있으면 가져가세요.
그 즉시 저와의 연은 끊기겠지만- 푸핫
아아- 하여간 이리하여 무사히 방정리를 마쳤습니다.
표면적이 두 배로 늘었으니
이제 태아포즈로 잠들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닛힝.
...오죽하면.
정리 뒤에 즐겁게 방을 닦고 있는데
슬그머니 어머님께서 방문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고 물으십니다.
"영웅이(=엣찌에로군)랑 헤어졌냐...?"
...어무이.
작년에 머리 잘랐을 때도 그 소리 하지 않았수...?
┐-
내는 머리도 자르지 말고 방 정리도 하지 말고 평생 살까.
참, 이건 덤.
지하철에서 본 핑크 토끼 꼬맹이.
(도무지 자랑할 건덕지는 못 되지만 도촬입니다.
고로, 이 포스트는 스크랩 금지.)
로리심이 순간 입밖으로 튀어나올 지경으로 타오를 뻔했습니다.
하여간, 취향의 코드란 건 위험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
그럼, 넓어진 방에서 저는 또 그림 그리러 이만.
즐거운 꿈 꾸시기를.
쟈하라독시드.
덧글.
카메라 고장났습니다.
OTL
아인슈타인 리뷰, 카메라 수리 이후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지하철 8호선 송파 근처에 니콘 수리 가능한 곳
아시는 분 계시면 부디 일러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