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마치고 돌아와 왠지 시작되는 느낌의 새벽입니다.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하루였지만
오늘도 역시 즐거운 날.
어제 놀러왔던 달걀양과 이야기를 하던 중에
이번 여름에 나가게 될 코믹에 낼, 그녀의 동아리 회지의 콘티를
부탁받억지로 우겨서 맡았습니다.
물론, 달걀이 파트만요.
여하간-
결론은하가렌.
(........)
쉬지도 않지
은혼은 제대로 안 봐서 별로라고 하고
그랑죠는 동인 자체를 안 즐긴다고 하고
동인녀가 아닌 그녀가 그나마 제대로 접한 것은 하가렌 뿐.
제게 일임하겠다는 일견 무시무시한 소리에
회지를 19금으로 만들 작정인가를 고민했지만
그럴 녀석도 아니고 하니 적당히 타협.
알에드.
알에드.
┐+
실은 하이에드 하고 싶지만 이 녀석 애니는 안 봤다고 하니 알에드.
...라고 했지만서도-
왠지 제가 짜놓고 마음에 안 들었던 고로
알에드 콘티 두 개 파기.
아예 새로 짠 커플링은-
휴즈로이
...제 그림으론 휴즈로이 안 나오니까
사실 내친김에 분위기 죽이는 그림 그리는 달걀이에게 맡겨서
눈 호강 좀 해보자 라는 수작적인 결정이었습니다만
여하간 결과적으로 그녀는 OK.
고로 3고째 들어가서 휴즈로이로 콘티 마치고 메일로 보낸 뒤에
룰루랄라 알바 갔습니다.
가는 와중에 커사장과(...) 푸른하늘 형으로부터 받은
고맙고 유익한 문자 메시지.
[2호선 홍대입구 만화 전문 서적 북새통 문고
개점 2주년 기념으로 13-14일 (양일간)
30% 할인중. ]
아하하.
평소 같았으면-
천리마를 타고 날아갈 양인데.
생활비까지 아끼는 건 그렇다치더라도
지금 도무지 만화책 사고 있을 형편이 아닌지라
각혈의 심정으로 안 본 셈 치기로 했습니다.
...그런 속마음도 모르고
평소 잘 사지도 않던 P양은 내일 만화책 사러 같이 가자며
오랜만에 연락해옵니다.
"내일 같이 가자. 너도 갈 거지?"
"...아니, 나 자숙하기로 했다. 지갑속 돈데크만 장기 체재중이야."
"동인지를 숙청하는 건 어때?"
"쌀월드 건전해질 헛소리 하지 말고 너 혼자 다녀와라."
"쯧쯧, 불쌍한 것. 이 좋은 때를 놓치다니.
너 고등학교 때도 한양문고 할인할 때 쿠폰 놓고가서 25% 놓쳤던 적 있었지?
맞아, 맞아."
"...끊는다."
"그럼 난 내일 오랜만에 책에 묻혀볼까나♪
너른 맘으로 내 널 동정해주지."
뚜. 뚜. 뚜....
...동정할 거면...
동정할 거면먹물돈을 줘!!!!
스즈의 심정이 되어 외치고 있는 쌀내미.
(스즈켄이 아닙니다;)
아아, 괜히 명대사가 아니었구나- 따위의 헛생각을 해봤습니다.
(* 하지만 좋은 정보를 일러주기 위해
일부러 연락해준 커피사탕과 푸른하늘 형님께 감사를.
P, 넌 제외다 ┐-
신경써줘서 고마워요. 복 받으실게요.)
오늘은 어쩐지 호프집이 좀 붐벼서 내내 일하고 있다가-
생각난 김에 가져간 시디로 음악을 바꿉니다.
주중 알바한다는 학생이 갖다둔 시디는 거의 대중가요 쪽.
...쌀내미 모릅니다.
┐-
가게에서 애니 음악 틀어놓기는 자중하기로 했으니
얌전하게 팝송이라던가 조금 지난 옛 마이너 밴드의 앨범이라던가
J-POP 중에서도 나카노모리나 Love Psychedelico 같은
일어로 안 들릴 법한 쪽으로.
그리하야 오늘 가져간 시디는 Savage Garden의 앨범과
Love Psychedelico 3rd, 그리고-
Rammstein의 mutter.
몽환적인 새비지 가든의 노래가 지나고-
묘하게 밝은 듯 우울한 러브 사이키델리코의 멜로디가 흐르고.
한참 람스타인 앨범이 돌아가고 있는데
아사장님께서 부르십니다.
"쌀아.(실제로 이리 부르시지는 않습니다.)
지금 나오는 이 묵직한 음악, 네가 틀어놓은 거냐?"
"니옙, 아사장님.(저는 이렇게 부릅니다.)"
"...취향 좋구나. 꺼라."
"...히엥..."
끄라니 꺼얍지요.
툴툴대며 끄고 나니 슬쩍 오징어회 갖다주셔서 먹고 삽시간에 풀렸습니다.
껄껄.
(호프집 옆건물에 아사장님의 어머님께서 운영하시는 횟집이 있거든요.
꼬시고나, 국물.)
생각해보니 독일어니까 별로 상관은 없겠지만
노래가 엄하긴 하더군요.
...음, 확실히.
그렇게 지내고 난 하루였습니다.
과연 오늘 북새통 문고에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쌀내미.
라비의 토끼귀 이상으로 오랜 벗이 되어준 지름신의 인도를
어찌 거부할 것인가.(두둥)
잡설을 늘어놓는 새에 창밖은 밝아져 옵니다.
그림 좀 그리고 누워야겠군요.
그럼- 즐거운 일요일 되시기를.
(...랄까, 비앤비였던가요?)
쟈하라독시드.
덧글.
<플레이 버튼을 클릭하세요>
사랑하는 아이들아, 귀를 기울여 보렴
나는 네 베게맡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네게 선물을 가져왔단다
나의 가슴에서 도려내어
이 심장을 가짐으로서 나는 힘을 얻는단다,
네 눈꺼풀을 강탈할 수 있도록
아침이 깨어날 때까지 노래하리
천국에는 밝은 빛이
나의 가슴이 불타올라
그들은 밤에 너를 찾아올거야
악마, 유령과 검은 요정
지하실의 통로에서부터 기어와서
너의 침대 아래에서 기다리겠지
사랑하는 아이들아, 귀를 기울여 보렴
나는 네 베게맡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네게 선물을 가져왔단다
천국에는 밝은 빛이
나의 가슴이 불타올라
그들은 밤중에 네게 찾아와서
너의 뜨거운 눈물을 훔쳐갈거야
달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다가
나의 차가운 혈관 속에 부어주겠지
사랑하는 아이들아, 귀를 기울여 보렴
나는 네 베게맡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아침이 깨어날 때까지 노래하리
천국에는 밝은 빛이
나의 가슴이 불타올라
그나저나-
이 가사를 가지고 SM 룰을 기막히게 설명해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