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번 원고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라고 하니 사실 좀 지난 일이죠.

 

사실 제가 좀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을 한답니다.

제 방은 기본적으로 책과 영상에 의한 쾌락주의를 위한 일인용이라

작업용이 못 되거든요.

 

그러나 작업을 하려면 상당히 무리가 필요한데,

그 중 하나가 책상에 빈공간이 없어 바닥에서 양반다리로 작업한다는 거지요.

뭐, 각설하고.

 

그날도 언제나와 같이 저는 룽룽룽 펜을 씻을 물과 잉크를 옆에다 두고

음악을 틀어놓고 터치를 했던 겁니다.

그러다가 일이 터졌지요.

 

장롱 위쪽에 고이 쌓아둔 빈박스가...

제 머리 위로

다이빙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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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울.

 

 

 

 

 

 

 

터치하던 손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의 크리티컬 힛이었습니다.

말이 좋아 빈박스지, 그게 5개만 넘어가도 아픕니다. 

게다가 날 선 빈박스는 자칫하면 하찮은 피부도 찢습니다.

 

뭐, 여튼 그건 좀 하찮은 문제였습니다.

급히 눈을 뜬 저는 일단 원고가 무사한지 확인했습니다.

 

네, 무사하더군요.

잉크가 좀 튄 부분도 있었지만

여튼 원고 진행 상황 자체에 문제가 일어날만큼 커다란 피해는 없었어요.

 

다만,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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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와 물이 사나운 해일이 되어 사방에 널려있던

쌀월드 국보들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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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단적으로 말하자면-

제가 좀 끔찍하게 여기는 마이 프레셔스.

 

책들이잉크와 잉크 씻는 물의 범람에당한 겁니다.

젖은 거지요.

 

책이 수고 잉크와 잉크 씻는 물이 공...따위 생각도 잠시.

일단 부리나케 휴지와 걸레를 가져와

코팅된 표지에만 묻은 것들은 닦아내고,

안쪽까지 스며든 것들은 물기를 짜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련의 작업을 마친 후에 냉동실에 넣어 하루 정도 내버려두었지요.

(책이 젖었을 때의 요령입니다.

그냥 말리는 것보다, 훨씬 확실하게 '읽을 수 있는 수준' 으로 되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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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해의 피해자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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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한 얼룩  정도는 뭐 타박상 수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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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끽해야 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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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는 잠시 회복이 불가능한가 싶은 전망이 엿보였던

초중상의 분들까지 고루고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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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진지하게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원고중만 아니었으면 잠깐 엎드려 울었을 거예요.

그러나 일이 있어 나가야만 했으므로 책 그렇게 냉동실에 넣어두고

외출하고 돌아와서, 다음날 책을 꺼내서 말렸지요.

 

일단, 다행히도 사망자는 없었습니다.

제일 심해 보이던 책도 읽을 수는 있겠더라고요.

ㅜㅅㅜ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이게 제가 혼자 뻘짓한거니(박스 올려둔 게 저니까...) 망정이지

혹여 남이 실수한 거였으면 얼마나 맘상했겠어요.

 

 

 

[...미; 미안해 쌀아. 내...내가 새로 사줄게, 응?]

 

[...아냐. 됐어. 읽을 수는 있고...권수도 있는데 저걸 아깝게 왜 다 사...됐어...]

 

[아니...그래도...;;;]

 

[...됐어...그냥 읽을게...신경쓰지 마...]

 

 

 

뭐 대략 짐작컨대 이런 대화가 오가지 않았을까요?

그럼 저는 맘은 맘대로 상하고, 책은 결국 그냥 그대로인채로 넘어갔겠지요.

책 망가뜨린 놈 쪽은 미안해서 함부로 놀러도 못 오게 될지도 모르고.

 

그래도, 제가 멍청한 짓 한 거니

제가 저를 달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어, 미안 쌀아.]

 

[...됐어. 어쩔 수 없지 뭐.]

 

[대신 내가 나중에저것들보다 훨씬야하고 존나 쌔끈한 책백권 사줄게.]

 

[진짜? 아싸~ 존나 계약서에 손가락 따서 혈서 쓰센.]

 

 

 

뭐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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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유용한혼자놀기스킬입니다.

┐=

 

게다가 저 혈서를 쓴 저는 약속도 심지어 잘지키지 않겠어요?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행해줄겁니다.

아 듬직해.

 

책에 어떠한 수난을 당해 서글프신 분들은

저처럼 해 보세요, 요렇게.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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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돈이 좀 생기는대로

수해를 입은 쌀이에게 좀 위로의 뜻을 담아 책을 선물해야겠다는 그 날의 결론.

딱 백권만 선물하겠어염.

옥션이나 좀 볼까

 

뭐, 그러한 이야기였습니다.

혹자는

[혼자 존나 잘 노는구나 우리 쌀냄]

...이라며칭찬해 주셨습니다.

...칭찬?

 

 

 

 

 

 

벌써 오늘도 두 시를 향해 달려가는군요.

두 시간 늦어진 신데렐라 기분으로 저는 이만.

그림 좀 마무리하고 자야겠습니다.

 

그럼, 좋은 꿈들 꾸시기를.

쟈하라독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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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옮겨왔습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공지 꼭 읽어주세요. by 찹쌀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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