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다시 보고 싶은 구절이 있어서 오츠이치의 '소생이야기'를 집었다.
생각난 김에 기억에 남고 재미있었던 부분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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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생, 1박 2일로 야쓰카다케(八ヶ岳)에 다녀왔다. 놀러 갔다 온 것이 아니라, 일 관계로 다녀온 것이다. 지난 일기에 썼던 대로, 카사이선생님과 대담을 하고 왔다.
15일.
나가노현의 모역에 도착한 소생과 코분샤(光文社) 사람들 총 4명은, 호텔 버스에게 무시당했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굉장히 호화롭고 괴이한 형태의 호텔이었다. 버블 붕괴 이후의 일본밖에 알지 못하는 소생, 붕괴 이전의 굉장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호텔의 로비에서 카사이선생님과 대면했다. 3번째 뵙는 자리였다. 그렇지만 역시 긴장했다. 호텔에서 카사이선생님의 작업장으로 이동했다. 카사이선생님께서 직접 차를 운전하셨다.
카사이선생님의 작업장은 대단했다. 지하실이니 다락방까지 있었다. 거대한 스피커도 있었다. 카사이선생님과 코분샤에서 나온 분께서 ‘오십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그 이후에 온천으로 이동해 모두들 탕에 들어갔다. 소생이 사우나에서 나오자 아무도 없었다. 역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전부 꿈이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소생 따위가 책을 출판하고, 카사이선생의 작업장을 방문해서 함께 온천에 들어갈 수 있을 리가 없다. 대체 나는 언제부터 꿈속 세계를 헤매고 있었던 것일까. 아마도 중학교 졸업했을 즈음부터 내 머리는 맛이 가서, 소설가가 되었다고 하는 백일몽을 체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함께 있었던 편집자나 카사이선생님은, 소생의 바람이 만들어낸 환영으로, 실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다 대고 소생은 말을 걸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호텔 버스에게 무시를 당한 것이다. 사우나의 열기로 겨우 소생의 머리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소생은 겨우 그 사실을 깨달았다.
욕탕에서 나오자 편집자며 카사이선생님의 아드님인 카케루군의 환영이 있었다. 소생, 아직 자신의 머리가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음을 깨우쳤다. 환영들과 중화요리점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환영 주제에 다들 제법 존재감이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난 뒤에는 대담이 있었다. 대담을 마치고 카사이선생님과 헤어졌다.
16일.
호텔 침대에서 일어난 소생은, 왜 자신이 있는 곳이 병원 침대가 아닌 것인가 하고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혹시 버블의 낌새가 느껴지는 내부 장식은 소생의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이고, 사실은 소박한 병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납득했다. 호텔 내부를 걷다가 로비로 이동했다. 로비에서 미리 약속했던 대로 편집자의 환영들과 만나서, 퇴원해서 역으로 갔다.
도쿄에 도착해서, 신쥬쿠역에서 일러스트레이터 하스미선생님과 만났다. 무엇보다 하스미선생 또한 소생의 상상의 산물임에 틀림없다. 편집자와 하스미선생님과 셋이서 러시아 요리를 먹으러 간다는 백일몽을 꾸었다. 꿈에 불과한데도 굉장히 맛있었다. 하지만 맛있기 때문에야말로 이것이 꿈이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맛있는 음식이 현실에 존재할 리가 없다.
두 사람의 환영들과 나이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이제 슬슬 나이를 생각하고 싶지 않은 연령대가 되어 있었다. 소생, 올해로 스물다섯이 될 예정이었다. 편집자의 환영이 ‘자신의 삶에 한 획을 그어야 할 나이가 되면 우울해지죠.’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소생이 25살이 될 리가 없다. 진짜 소생은 아마도 10살 정도일 것이다. 아마도, 야구 시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차에 치일 뻔한 강아지를 구하려다가 부상을 당했을 것이다. 그리고 깊은 잠에 빠져들어, 이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소생, 얼른 눈을 떠서 재활을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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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에 나비가 되는 건 이해가 가는데
나비가 뭐가 아쉬워서 내가 되고 싶겠어, 안 그래?
그런 생각을 했다.
갑작스런 비에 자전거가 홀딱 젖었다.
* 윗글('소생이야기' 인용부분)은 원서의 내용을 번역한 것이다.
고로 굳이 다시 일본어로 옮기고픈 마음이 없어 오늘은 적지 아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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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얼른 눈을 떠서 재활을 시작하고 싶은 기분이다. 아마 나는 재작년 12월 19일 새벽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설치류에게서 발생했다는 설이 유력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지금까지 눈을 못 뜨고 있는 건 아닐까.
어디서 도피질이야. 지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