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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식의 천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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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만화 리뷰
2006. 11. 9. 11:39
서클 전광석화의 하가렌 동인지, [탄식의 천사] 입니다.
커플링은 에드 × 로이.
몇달 전, 쏭주냥에게서 선물받고 날뛰었던 작품입니다만
포스팅을 해야지 하면서도
주변에서 인기가 드높아 잠시 여기저기 출장 보내느라
깜빡 잊고 있었던 녀석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동인지 중에서
조금 미묘하게 어긋나서 망가져버린 로이란 캐릭터의 재구성과
BL적인 모에도에의 추구감 없이 거의 망가 수준으로 질척해지는 씬,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시리어스함이
참으로 돋보였던 한 권이었습니다.
일단 모자라나마 또 리뷰를 해 보았습니다만-
아래의 요약글을 펼쳐보시기 전에 주의사항 하나만.
소년 강
간
강 관계자 금지.
아리카와 작가 금지.
18세 미만 금지.
제가 컷을 골라 찍었으니
굳이 이웃공개로 돌릴 필요는 없다고 여겼습니다만
BL등의 거침없는 19금 표현에 대해 부담을 느끼실 법한 분들은
보시지 않는 쪽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로테스크한 표현 및 일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부분에 대해
작가분께서 미리 양해말씀을 구하셨습니다.
더불어, 커플링은 어디까지나 에드 × 로이이지
휴즈 × 로이가 아니란 것도 강조하셨고요.
첫 페이지 펴자마자 사실 조금 히껍했습니다.
작가님 말씀마따나 그림체가 정말로 미묘하게 그로테스크해서.
게다가 앞치마를 입고 저렇게 나른한 표정의 로이가 참.
"네, 네. 착하다 착해. 착하네요. 쭈쭈인가요?"
학생시절의 추억이랍니다.(..)
"마마는 남자라서 거기서 우유는 안나온답니다~"
한창 육아 플레이에 열중 중인 정체불명의 남자와 로이의 모습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자아, 어디서 우유가 나오는지 알아맞출 수 있을까나?"
뭔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컷이다 싶었는데
로이가 하이힐을 신은 것은 좀 이후에 깨달았습니다.
이런저런 휙휙 지나가는 컷들은 로이의 [생활] 로
이미 그의 삶 속에 당연한 듯 자리잡고 있는 일상이었습니다.
여자 애인을 만나러 퇴근한 이후에 들른 듯 한데-
"늦어서 미안."
"왜 이렇게 늦어-"
"미안, 미안."
"비누냄새 너무 진해."
"그런 일이니까."
이 여자는 로이가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과연 알고 있는건지.
그리고 그 술집에서, 우연히 휴즈를 만납니다.
자신에게 다짐하듯 속마음으로는 '웃는거야, 로이.' 라고.
그렇게 가볍게 인사만 하고 넘어가려는데
지나가던 남자가 로이를 불러, 뒤를 돌아보니-
"이야, 오랜만이네. 캐서린."
"이야, 가 아니잖아."
"그 때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지 않아?
너를 상처입히고 싶지 않았어. 알아줄거지?"
여전히 뜨문한 얼굴로 눈동자는 감춰둔채
실실 웃으며 조금 난처하다는 듯이 말하는 로이.
물론 이 캐서린이라는 남자와의 이전 상황은
저 또한 알지 못합니다.
"알았어."
캐서린이라 불리운 남자는 조용히 납득한 듯 하더니
바로 다음 페이지에서-
로이에게 물을 확 끼얹고는,
"상처입히고 싶지 않았던 건 내가 아니라 당신 자신이겠지!
당신은 언제나 그래! 언제나 당신은 당신밖에 몰라!
그런 주제에 항상 외로워하고! 정말이지 아버지하고 똑같아!"
그리고 등돌리고 치정극의 한 장면처럼 뛰쳐나가버립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굳은 채 웃는 로이와 여자.
이윽고 여자는 웃는 얼굴 그대로 일어섭니다.
"안녕."
"배웅해줄까?"
"아니, 됐어. ...랄까, 따라오지 마."
그렇게 여자를 보내고, 웨이트리스에게 타올을 받아 쓰면서
뻘쭘하게 그녀를 꼬셔봅니다만
딱딱하게 거절당함과 동시에 나가달라는 소리까지 듣습니다.
그리고 잠시간 멍하니 앉아있는 로이에게,
멀찌감치서 그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휴즈가 입모양으로 속삭입니다.
'바'
'보'
하하, 하고 웃으며 고개를 돌려버리는 로이.
그 진의眞意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만-
저 뒷모습이 사무치게 찡한 것은 비단 저뿐인걸까요.
여하간 술집을 나와 빗속을 홀로 걷고 있는 로이.
씬을 제외하고는 거의 처음으로 로이가 살며시 눈을 뜨는데,
이 책에서 처음 등장하는 남자 한 명이, 로이를 흘깃 쳐다보고
서로 그대로 스쳐갑니다.
'유령? 사신?
등 뒤쪽에서 시선이 느껴진다.'
[돌아보지마! 눈이 마주치면 잡아먹힌다.]
'움직여! 망할 다리!'
남자로부터 어떤 과거를 떠올리고 있는지,
어떤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가라앉은 빗속의 한기조차 남일일 만큼 필사적으로 되뇌이는 로이.
'앞으로 나아가!
붙잡히면, 잡아먹히고 만다!'
그리고 그렇게 눈을 감고 앞으로 앞으로 걸어나가다가
벽에 부딪쳐, 아이고- 라고 하면서 하나의 단락이 끝납니다.
...개그라고 보기엔 너무 시리어스하고
시리어스라고 보기엔 또 너무 개그같아서 조금 묘했던 분위기.
이런식의 전광석화 느낌에 이미 취하셨다면
당신도 꽤나 마니악! (....)
...죄송합니다.
소타 방금 다시 읽었더니...
'나는 소경이었다.
나는 귀머거리였다.
나는 젊었다.
나는 언제나 분쟁 속에 있었다.'
장면은 넘어가, 로이가 시험을 보고 있는 컷이 나옵니다.
연금술사 시험인지 뭔가 다른 시험인지는 정확히 모르게습니다만
필기 형식의 시험.
'드디어 사람 취급 받겠군.
도리어 사람의 욕망에 휘둘리고 있는 것뿐인데.'
시험을 보며, 로이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시험이 끝난 뒤의 장면으로 넘어가
휴즈를 발견하고 그를 부르는 로이.
"지금 돌아가는 길? 수고했어."
그렇게 말하는 로이는 낯모르는 여자의 팔짱을 끼고 있었고,
"오- 뭐야 너, 시험장에서 돌아가는 길에 여자 데리고 다닐 여유가 있는거야?"
"물론, 여유 그 자체지."
그리고 로이는 그녀를 휴즈에게 소개합니다.
"이 사람은 내 친구 마스 휴즈야."
"처음 뵙겠습니다."
"아, 네. 마스입니다."
"얘는 내 동생."
"오빠가 언제나 신세지고 있습니다."
갑자기 엉뚱한 소리에 휴즈도 쌀내미와 함께 놀라
"에? 너 여동생 있었어?"
...라고 하자, 로이와 그녀가 대답하기를-
구멍동서랩니다.(...)
한 남자와 둘 다 서로 관계를 가졌으니 남매란 논법.
그 소리에 휴즈가 얼굴을 감쌉니다.
"...이렇게 된거야."
"이제 됐어."
그리고 그렇게 셋이 나란히 돌아가는 길에-
노상 한복판에서 싸움이 벌어집니다.
"정말이지 어쩔 수가 없구만."
휴즈는 그렇게 말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싸움을 말리기 위해 그쪽으로 향하지만,
로이는-
예의 여동생의 "멋있어-" 소리에
멍하니 그쪽을 보며 "그렇지, 멋있지?" 라고 동감할 뿐입니다.
그리고 잠시 서로 멀쭘히 시선을 교환하다가-
"오빠는?"
"당연히 말려야지."
한 박자 늦게 휴즈를 뒤따르는 로이.
그리고 나즈막하게, 하지만 또렷하게 이어지는 나레이션.
[나는 나를 경멸하고 있다.]
또 한 단락 컷트입니다.
[정치를 경멸하는 자는 경멸해 마땅한 정치밖에 가질 수 없다.
자기자신을 경멸하는 자는 경멸할 수밖에 없는 자신밖에 갖지 못한다.]
'...같은 생각을 해 보거나 하면서'
"거짓말을 하면 혀를 뽑힌단다."
어린 시절의 기억도 살며시 떠올려봅니다만, 곧 그것을 무시합니다.
'거짓말로 충분해, 거짓말로.'
'요는 의욕이다.'
[나는 조용한 감각을 느꼈음에도
돌아가는 길에 옛날에 살던 집을 떠올려서 기분이 나빴다.
(어느 옜날인지도 모르겠고, 정확한 기억도 아닌 것 같지만.)]
[이전에 실기면접을 받았던 녀석이 잘못 연성해서 튀어나온
연못같은 것에 고여있던 액체가 역했던 탓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액체를 증발시키고 구멍을 메꿔버렸지만,
코에 들러붙은 역한 냄새가 가시질 않는다.]
그렇게 뭔가 알 수없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로이.
"다녀왔어."
"어서 와."
"실례하고 있었네."
어느샌가 동거하고 있는 여동생과 바로 요전 페이지에서 스쳐간
정체불명의 남자가 로이를 맞고 있었습니다.
"나, 위에 올라가 있을게."
"나중에 나도 올라갈게."
그렇게 말하고 로이와 남자를 두고 여동생은 위층으로 올라갑니다.
"오랜만이로군. 몇 년만이지."
"글쎄요."
"훌륭하게 자랐군."
"그런가요."
"요전에 길에서 지나쳤었는데, 기억하고 있나?"
"죄송합니다. 좀 취해 있었던지라."
"편지를 여러 통 보냈는데 읽어 보았는지 모르겠군."
"죄송합니다. 하도 바빠서.""
대화하기 무지 싫습니다를 복사치기로 표현해냈습니다.
와 닿더군요.
그리고 그 뒤의 대화로는, 이 두 사람의 이전 관계를 떠올리기가 힘들었습니다.
전광석화의 다른 책들을 더 보게 되면 그 때 생각해봐야겠다 하면서
일단 패스.
남자는 돌아가고 로이는 여동생이 있는 위층으로 올라갑니다.
"수고했어-"
"수고."
셋이 술을 마시면서 하는 이야기의 맥락을 잡아보니
그 남자는 이전에 로이의 의부였던 사람으로,
그 남자 이외에도 몇 명인가의 남자를 의부로 두었던 둥
복잡한 가정환경을 거쳤던 듯합니다.
그리고 연금술사의 자격을 따는 것에 대해서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뭐가 좋다고, 스스로 살인도구가 되려고 갈 것까진 없-잖아."
"이 녀석은 내가 그 자격을 따는 걸 반대했었어.
연금술사가 아니면 대총통이라고 내가 말했었잖아-"
나름 진지한 휴즈의 말을 웃으며 농치듯 여동생에서 흘리는 로이.
휴즈는 잠시 못마땅한 듯 시선을 돌려버리고
멍한 표정으로 로이가 생각합니다.
'경멸하고 있는건가...?'
그리고 급히 그것을 장난으로 돌리려고 합니다.
"알아, 마스.
나를 걱정해 주는거지?
고마워, 기뻐, 사랑해, 마스♡"
"난 헛소리하는 거 아닌데."
그리고 아래에서 전화가 왔다는 소리에
마스는 잠시 퇴장.
덤으로, 아까 왔던 의부가 무언가를 두고 갔으니
나중에 가지고 가 달라는 전언에 로이는 고개를 푹 떨궈버립니다.
"또 올 셈인가..."
일부러 컷트했습니다만
그대로 여동생과 로이는 키스를 하며, 섹스의 컷으로 스르륵 진행됩니다.
전화를 마치고 돌아온 마스가 그것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오옷, 근친상간-" 같은 소릴 하지만
세 사람 다 전혀 신경쓰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늬들 그런 건 방에 돌아가서 해."
"마스, 너도 할래?"
"나는 그런 건 이제 안 해."
"뭐야, 그녀 생겼다고 그러는거야?"
"네, 그렇습니다-"
"내일은 데이트라고. 아침에 빨리 나가야 하니까 이만 잘란다.
네 방 빌린다, 로이."
말하는 걸로 들어봐서는 지금 세 사람이 있는 곳이자
로이와 여동생이 일을 벌이고 있는 곳은
아무래도 '아무나 쉽게 들락거릴 수 있는 곳' 인 듯합니다.
어느 정도로 퇴폐한 생활을 거듭하고 있는지가
대사 하나, 컷 하나에서 속속들이 묻어난달까요.
"그럼 잘 자."
"잘 자."
문이 닫히고, 마스가 가버리자-
로이는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하던 행위를 멈춥니다.
그것을 본 '여동생' 은 조금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그런 로이의 버뮤다 삼각지대를 발로 꾹 누르더니 살며시 끌어안습니다.
"서지도 않는 주제에, 무리하기나 하고.
바보. 구역질 날 것 같아."
그리고 며칠뒤로 이야기는 또 넘어가는데,
로이가 자신의 방에 혼자 있을 때 휴즈가 찾아옵니다.
여동생은 어디 갔느냐는 휴즈의 물음에
며칠 안 들어왔더니 돌아와보니 없었노라고
무성의하게 대답하는 로이.
"요전에 꽤 대규모로 시행한 가택수사 있었지."
"아, 있었지, 있었지."
"그래서 잡혀서 지금쯤 강제송환 당하고 있겠지."
"?"
"불법 입국자였거든."
"엣."
"아마."
...등의 정말이지, 뜬구름같은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입니다.
바로 옆에서 여동생이라느니 하면서 관계를 가졌던 여자가 잡혀갔을지도 모른다는데
정작 로이는 무사태평.
이미 자신과는 전혀 연이 없다거나-
또는, 그 연이 있었다 하더라도 무관한 일이라고 여기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그 직후에 이어지는 휴즈의 이야기에
로이는 티도 내지 못하고 혼자 울적함의 늪 속으로 가라앉습니다.
휴즈는 약혼녀의 부모님과 식사를 하고 와서,
자신은 잘 되어가고 있다고 했기 때문에.
한 잔 하러 가자는 로이의 꼬임에 휴즈는 넘어가지 않고,
로이 혼자 그럼 산책하고 오겠다면서
의부에게 강매당한 그림을 들고 나갑니다.
여기서 조금 헷갈립니다만
이것이 과거인지, 또는 그림을 들고 나간 현재인지가
저로서는 조금 이해하기 힘듭니다.
옷차림과 맥락 등을 보아서는 들고 나간 그림을 태우며 곧바로 이어지는
이야기 같다고 생각 중입니다.
불길로 그림지는 로이의 얼굴은 처절한 정도로 고요하고-
생기가 빠져 있습니다.
캠프 파이어같은 불꽃 탓에 어디선가 부랑자들이 다가오고
그들과 어울려 노는 로이.
이웃공개가 아니라 서로이웃공개 수위로 높여야 하게 되므로
이 뒤의 몇 페이지는 뺐습니다만-
로이, 무분별하달까 지저분할정도로 질펀하게 그들 다수와 성관계를 갖습니다.
씬자체와 조금 무관합니다만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찡' 했던 컷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공중변소처럼 '사용당하고' 그대로 차가운 흙바닥에
내팽개쳐진 로이.
온 몸에는 땀과 흙과 낯모르는 사내들의 정액이 범벅이 된채,
까무룩한 의식을 겨우 되찾고 살며시 그 눈을 떴을 때-
그의 시야에는 아침해가 눈이 아플 정도로 눈부시게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톤그림자가 잔뜩 진 로이마저 비춰주는, 아침햇살이.
'아아...!!'
그리고, 다음 두 페이지는 새까만 암흑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저도 모르게 잠시 멈췄습니다.
뭐라 전하기 어려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따가운 느낌이 가슴에 느껴져 와서.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 에서 주인공 제르미는
이후에 의붓형인 이안의 애인이 되는 나디아의 오르간 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리며 슬퍼합니다.
'이렇게 깨끗한 소리를 듣고도 나는 깨끗해질 수 없다니...!'
양부에게 강요당해, 어머니를 위해 어쩔수 없이 몸을 허락해야 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조섞인 한탄입니다.
저는 마치 그 장면을 다른 만화로 옮겨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침해는 언제나와 같이 떠오르고,
그 빛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내리쬐이고,
온기는 끈적한 몸 위로도 쉬임없이 비처럼 내리고,
세상은 축복이지만,
세계는 거대한 보물상자와도 같은 곳이지만,
내게는,
아니, '나' 는- ]
그리고 그렇게 로이가 인생 최대는 아닐지 몰라도
거대한 자학과도 닮은 감정에 휩쓸려 쓰러져 있을 때,
휴즈가 등장합니다.
여기서부터는 확실하게 과거가 됩니다.
"어이- 살아있습니까?"
"살아있어. 저리로 가..."
죽은 듯 엎어져서 타인을 내치는 로이지만,
남들 싸움 말리러 갈 정도로 사람좋은 휴즈가 그것을 내버려 둘 리가 없습니다.
됐다는 로이를 들쳐 업습니다.
"의무실하고 내 방하고 네 방중에 어디가 좋아?
아, 그리고 병원."
"...내 방."
"라져."
어디서 누군가에게 맞았는지도 모르는 낯선 남자를 방에 데려다주고,
그만 가보라는 로이의 말에도 아랑곳않고
응급상자까지 가져와 바지런하게 로이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한 마스.
"...돈 없어."
"필요 없거든."
"그럼 논문 두 편 정도 대필할까. 난이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 제법 머리 좋아.
그게 아니라면, 내 몸이 목적이겠군."
"네 입으로 말하고도 웃기다는 거 알지?"
"그럼 대체 뭐가 목적- 아파파!!"
"목적같은 거 없어, 딱히."
"아, 그럼 이름. 네 이름은?"
그 소리에 로이 잠시 휴즈를 바라보고 머뭇거리다가 말합니다.
"로이. 로이 머스탱."
"실은 알고 있었어. 로이라고 불러도 되겠지, 로이 이걸로 코 막아둬. 코피 난다."
"역시 내 몸이 목적인거잖아!"
"하아? 왜 그렇게 되는데?
너 희한한 녀석이구나."
"실례야. 네 쪽이 헐씬 더 희한해."
"그런가?"
"뭐, 상관없어.
잘 부탁해, 로이."
"아, 아아."
"잘 부탁해...마스."
[너에게 어울리는 나로 있고 싶을 뿐이야
네 곁에 있는 것을 용서받을 수 있도록
네가 나를 잊지 않도록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할 셈인데도
한 번 무너지면 끝없이 부서져서 고치고 또 부서지고 고치고의 반복이라 또 멀어져버려
애당초 노력하면 할수록 그와 같은 속도로 네게서 점점 멀어져가는 것은 어쨰서지?
너는 어쩌면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닌걸까
그렇게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닐지도 몰라
나는 사실은 정말로 제대로 된 인간이라서, 이럴 때 어쩌면 좋을지 모르는 것일지도 몰라
인간이 되려면 인간이 아니게 되어서는 안 되는건가?
...같은 소리를 하는 건 네게 어울리는 내가 아니니까 말하지 않을거야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어 내가 어울리지 않아, 내가
나는 네가 되고 싶은 것일지도 몰라
내 비참한 내가 슬펐던 나는...]
이거 띄어쓰기도 없습니다.(....)
오역 있다해도 부디 양해 바랍니다.
┐-
[나는 마치 커다란 어린아이 같다.]
[자기애自己愛에 빠져서 어리광부리는 어린아이다.]
[마스의 손은 따뜻하고 든든하다.]
[나는 이대로 눈을 감은 채 있고 싶다.]
휴즈는 조용히 그런 로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었습니다.
"...응."
"아, 내가 깨운건가."
[...그렇기에]
"일어날거야.
그 노래."
"?"
"뭐야, 그 끔찍한 노래."
[눈을 뜨지 않으면 안 된다.]
"뭐냐니, 자장가잖아."
"그게 어딜 봐서 자장가야."
"그렇게 심각해?"
[세계가 가라앉는다 해도]
"끔찍해."
"지옥이 따로 없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해도]
그리고 저 뒷페이지인, 맨 마지막 페이지에 뒷쪽에 인쇄되다 만 듯한 문장이 하나.
[지금은 악성 역병이 돌고 있다.]
이렇게 한 권이 끝납니다.
과연, 정말로 끔찍한 것은 무엇이며
또한 지옥은 어디일까요.
로이는, 어디에 서 있는 걸까요.
로이의 몸은.
그리고
로이의 마음은.
다른 전광석화의 책을 더 읽어보지 않고서는 모르겠기에
현재로서는 뭐라 말씀드릴 수가 없겠군요.
물론 다 읽는다 해서 반드시 해답이 나온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이후의 작가분의 후기도 꽤 멋졌던고로 옮겨보겠습니다.
[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부족한 원고였습니다.
...중간에 읽다 마신 분들은
인간으로서
정답
입니다.
다음에는 좀 더
상쾌한 가을하늘 같은
에드로이를 그리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또 뵐 수 있다면 다음 책에서... ]
작가가 책을 인간적인 관점에서 포기했다아!
더불어, 휴즈가 부른 자장가의 원문도 말 나온 김에 첨부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자장가라서.
모짜르트의 자장가로, 국내에서도 같은 곡에 같은 가사입니다만
명사 등이 조금 다릅니다.
[ 眠れ よい子よ 庭や牧場に 鳥も羊も みんな眠れば
月は窓から 銀の光を そそぐこの夜 よい子よ 眠れや ]
[ 잘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새들도 아가양도 다들 자는데
달님은 영창으로 은구슬 금구슬을 보내주는 이 한 밤
잘자라 우리 아가 잘 자거라 ]
이상입니다.
씬 뺐으니
짧은 리뷰가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져버렸군요.
이제 또 일 좀 하다가-
이후에 뵙겠습니다.
칠만자 옥편이 저를 부릅니다.
(...그러게 한자 좀 외우라고...;;)
그럼-
쟈하라독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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