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아직 미개봉작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타이틀에 끌린데다 분명 무지막지하게 화려한 소품들을 볼 수 있겠지, 라는 생각에
어둠의 경로를 통해 사부와 함께 보았습니다.
커스틴 던스트가 마리 앙투와네트 역을 맡았다는 점에도 흥미가 갔고요.
저는 클래시컬한 그녀가 정말 좋거든요.
(스파이더맨은 제발...=ㅅ=)
...뭐, 정말로 눈은 호강했습니다.
이런 호화로운 영화는 오랜만이었거든요.
핑크색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닌지라
솔직히 포스터를 보고 조금 히껍했지만
커스틴 던스트, 정말로 핑크색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구나 싶었습니다.
사실 내용은 베르사이유의 장미가 대힛트친 한국 및 일본에서는
그다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들 뻔히 아는 이야기 영상미 추가하고 드라마성 죽이고
현실적이고 좀 더 초라하지만 리얼하게 궁중에서의 권력싸움 같은 걸
(그렇다고 여인천하 같다는 것도 아니다.)
보여주는 데에 일조했다는 느낌이었지요.
스토리는 안 적을랍니다.
어차피 다 아실 것 같고.
첫 장면은 마리 앙투와네트가 앤틱 소파에 누워
시녀에게 발 손질을 받으며 곁에 준비되어 있던
핑크색의 거대한 케이크를 얄미울 정도로 콕, 한 입 찍어먹고는
카메라를 향해 씨익 미소짓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처음 프랑스로 와,
오스트리아의 모든 것을 버리고 왕태자비가 되기 위해
오스트리아의 모든 권리를 포기한 직후의 모습입니다.
거리 배경에 쓰러졌습니다.
유럽 좀 보내주세요.
ㅜㅜ
마차 캡쳐를 깜빡했습니다만
마차 겉도, 내부 장식도 힐끗 넘어가기엔 무시무시할 정도로 호화로웠습니다.
게다가 얼핏 역시 작게밖에 보이지 않는 저 귀족들의 호화로운 차림새!
마리가 처음 왕궁으로 들어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면서
둘러보는 컷입니다.
사부와 두 손을 마주잡고 봤습니다.
(그리라면 죽어버릴거야...라면서.)
...장발장, 당신이 어째서 촛대를 훔치려 했는지 알 것 같아요.
저 방 하나면 이케부쿠로 만다라케 내의 모든 책을 살 수도 있잖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ㅅ=
이것이 그 유명한 [왕비의 침대]
실물을 갖다 쓴 건지, 레플리카를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저게 제 것이어도 분명 뒹굴며 게임하겠지요.
=ㅅ=
저 디자인 너무 좋습니다.
쓸데없는 호화로움의 극치랄까, 돈지랄이랄까!
발을 딛은 순간 자신의 것이 된 모든 주변의 사물들에 대해
숨김없이 상기된 뺨을 드러내며 즐거워하는 마리.
침실 뒷쪽에 조그마한 방이 있었는데,
아마도 개인적인 휴게실 같았습니다.
...죽겠더군요.
마리 앞으로 준비된 보석함.
전부 다이아몬드로 보입니다.
저- 착연하게 가라앉아서 반짝거리는 호화로움들.
이 씬을 보면서 역시 동시에 사부와 손을 맞잡고
[부채!!!!!] 라며 쓰러졌습니다.
=ㅅ=
인간적으로 너무 예쁘지 않습니까.
크흑.
결혼식 장면.
저러니 망했지 소리가 슬슬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금칠해져 있다는 느낌.
마리와는 거의 상관도 없고 초반부에 좀 나오다 말았지만
어쩐지 이 컷에서만은 옷이 너무 아름다워서
캡쳐해 봤습니다.
...그려보면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마리와 루이의 공식적인 첫 댄스.
결혼식 직후에, 만인 앞에서 우아하게 춤을 추었습니다만
스포트라이트가 마리인지라 안 그래도 밉상인 루이는 뵈지도 않았습니다.
=ㅅ=
...전 이게
MIDDLE & LARGE 인 줄 알았습니다.
(...사이즈? =ㅅ=)
식탁이 참 여러 번 나옵니다.
그때마다 바뀌는 장식들이 가히 피토할 지경이었습니다.
제가 여지껏 살아오면서 생애 가장 호화롭게 먹었던 식사가
저거만 못하더이다.
뭐, 사실 부러운 건 장식이 아니라 음식이긴 했지만...
(무한 리필!!!!!!!!!!)
계속 보시면 아시겠지만
마리의 옷이 쉴새없이 바뀝니다.
베르사이유의 장미에서,
마리가 [금년은 벌써 예복을 54벌, 연회복도 128벌이나 만들었으니...] 라는 부분에서
[뭔 옷을 그렇게 처 만들었어!!!]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이런 사회를 보니 조금 납득이 가기도 했습니다.
한 번 입은 옷, 만인 앞에서 또 입으면 얼마나 민망할까...랄까요.
오른쪽의 노란 드레스가 예쁘다고 사부는 난리였습니다만
전 어째 저 색은 그다지.
하지만 검정색 리본과의 조화는 정말 예뻤습니다.
하얀 피부에 푸른 드레스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마리 역의 커스틴.
식사 컷이 나올 때마다 나중엔 시선을 조금씩 피했습니다.
=ㅅ=
배도 안 고픈데 서럽더군요.
핑크색이 역시 잘 어울립니다.
백금발과 같이 셋팅된 머리카락, 하얀 피부, 언제나 상기된 뺨= 볼터치.),
그리고 핑크색 리본과 레이스와 프릴과 깃털들.
새우 먹고 싶었어요.
영화에선 꽤 심플하게 나와 너무 아쉬웠던
뒤바리 부인입니다.
별로 육체미가 그렇게 죽도록 멋지진 않았는데요.
전 파멜라 엔더슨이라도 나오잖을까 생각했었습니다.
게다가 마리의 굴욕도 그리 깊게 표현되지는 않아서,
만화와의 차이점을 더 깊게 느꼈습니다.
(굳이 공통점을 꼽을 필요도 물론 없지만요.
이 감독이 베르사이유 읽었을 것 같지도 않고.)
침대 뒤쪽의 휴식실인 모양인데
씻고 나와서 물기도 안 닦고 저 비싼 소파에 그대로 편하게 푹 눕습니다.
사실 이 컷은 왼쪽은 커튼 장식 때문에 캡쳐했습니다.
취향이예요.
시집오고 오랫동안 남편의 무딤으로 인해 아이를 갖지 못해
궁중에서의 지위가 모래성같은 것임을 매번 괴로워하는데 말이죠.
...전 벽지밖에 안 보였습니다.
=ㅅ=
...댁들이 살찌지 않는 이유는...
맛있는 것이 너무 넘쳐나서, 그걸 배불리 먹지 않기 떄문이야.
언제든 원하면 집을 수 있는데 뭐하러 굳이 배부르게 먹겠어?
...따위의 감상.
역시 마리의 고독이 표현된 컷이었으나
벽과 커튼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캡쳐한 뒤에 깨달았죠.
아, 저거 마리구나...=ㅅ=
하얀 피부에 금발이라는 건
어지간한 색이 다 소화된다는 무시무시한 컬러의 조합임을 깨달아 갈 즈음.
피아노.
피아노.
...피아노.
칠 줄 모르지만, 여하간 피아노!!!!!!!!!!!!!!!!!!!!!!!!
티세트 너무 예쁘다며 사부가 눈을 반짝였습니다.
확실히 식기라던가 탐날 만한 소품이 너무 많이 나온 영화였습니다.
마리와 루이 사이의 첫 아이, 마리 테레즈.
경애하는 오스트리아의 어머니, 마리아 테레지아의 이름을 따서 붙였노라고
...베르사이유에서 읽었습니다. (.....)
너무 천사같이 사랑스러워서 한 컷 슬쩍.
인간컷은 별로 관심없지만
금발의 인간같지 않은 사랑스러운 아이는 또 논외.
...쌍이다. =ㅅ=
이 모녀, 쌍으로 인간같지 않아!!!!!
아이를 낳았어도 여전히 그녀는 고독했습니다.
.....저런 시트에 누워서 고독해보고 싶다는 저는 비뚤어진 걸까요.
실제의 컷이 아닌, 이미지 컷입니다.
[빵이 없으면, 케잌을 먹으라고 해요.]
케잌인지 과자인지 고기인지 브리오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죠.
*[IC가 없으면, 델리타를 쓰라고 해요.]
[아티스도 없다!!!!!!!!!!!!!!!!!!!!!!!!!!!!!!!!]
...민중들 열 받을만 하네요.
만화 원고용지 이야깁니다. =ㅅ=
오른쪽에 마리 테레즈, 왼쪽에 루이 샤르르.
둘 다 인형같습니다만-
첫 왕자이자, 몹시 병약했던 루이 조셉의 장례식입니다.
마리의 지나친 사치 탓에 국고가 비어서
이미 장례식조차도 쉬이 치루지 못할 지경이 되어 있었지요.
배경이 많이 어둡지만,
결코 호화로움이 가시진 않습니다.
이미 군중들이 폭동을 일으켜 밖은 소란상태였으나
그럼에도 그들의 생활에 커다란 변화는 없었습니다.
세트임에도 불구하고 저 화려했던 소도구들이 망가진 것에
절로 한탄이 새어나왔습니다.
스토리는 뭐, 말씀드렸다시피 있는 그대로라 별로 적을 것 없고요.
확실히,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와네트의 이야기는 [이야기거리] 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에는 시작, 과 끝이 있죠.
시작에는 세 가지가, 그리고 끝에도 세 가지가 있습니다.
화려한 시작/끝, 평범한 시작/끝, 비참한 시작/끝.
평범하게 시작해서 평범하게 끝나면 이야기거리로서 재미없죠.
비참하게 시작해서 화려하게 끝나는 것은 신데렐라.
그리고 이 마리 앙투와네트와 같은 역逆 신데렐라는,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한 시작으로부터 생의 끝은
분노한 민중의 손에 의한 교수형이라는,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비참한 결말을 맺습니다.
이야기거리로서 더할 나위가 없다는 소리겠죠.
제가 원한 방향과는 달랐으나, 확실히
화려한 시작과 비참한 결말의 드라마성을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워낙에 좋아하는데다
혁명의 역사에 관심이 조금 있고,
잠시나마 비운의 황태자인 루이 샤르르에 대한 방향으로 관심을 가졌었습니다만-
이후에 자신의 황태자라는 기억을 잃고,
스스로를 시민이라 일컫는 민중들 틈에서 자라나던 루이 샤르르의 뒷이야기는
제게 잠시나마 숙연함을 안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대로 된 기록이 없어, 사실 스토리감이라 생각하고 파고든 이야기였으나
결과적으로 그는 성인이 되기 전에 비참하게 죽었다 알려져 있기 때문이죠.
사실 나이가 조금 더 있었다면,
루이 샤르르 또한 자신의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자각있는 사치를 누린 뒤에 굴러떨어졌을테니
이야기감이 되었을텐데요.
자각 없이, 거대한 흐름에 휘말려 삶을 박탈당하듯 죽어버린 어린 아이에 대해서는,
우울함밖에는 떠올릴 것이 없었다는 것이 제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왠지 뒷담이 더 길어졌군요.
눈이 하도 즐거웠기에 캡쳐해본 것 뿐이었는데.
이만 과외 준비하러 가야겠습니다.
오랜만에 단비가 내리는군요.
즐거운 저녁 되시기를.
쟈하라독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