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훌쩍 다가왔습니다.
수박은 미친듯 팔리고
코미케 때 데오드란트는 뭘로 쓸까 고민하고,
뒤늦은 다이어트 계획이 시작되는 계절입니다.
하지만 제 여름맞이는 다른 쪽부터 시작합니다.
공포 영화를 찾죠.
제가 좀 공포영화를 좋아합니다.
원래는 여름에나 생각나면 한 번 보고 그랬는데,
요샌 사시사철 가리지 않고
선호도 메인 장르로서 즐기고 있을 정도로.
그래서 요새 본 몇 편, 적어봤습니다.
* 제가 본 순서대로 적었습니다.
* 공포와 재미의 별 갯수는 지극히 사적입니다.
[1408]
공포 : 별 두 개 반
재미 : 별 세 개 반
친구 M군에게서 추천받아 본 영화.
존 쿠삭이라는 배우를 처음으로 인지한 영화인데,
쟝르는 심령 스릴러 쪽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모 호텔의 1408호라는 일정 공간 내에서 벌어지는
신비롭고 오싹하고 목숨에 약간 위협도 주는 뭐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밤에 불끄고 혼자 봐도 괜찮은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닥 크게 놀라는 장면 없고,
심하게 무서운 장면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소재는 재미있었어요.
[피와 초콜릿]
공포 : 별 하나 이하
재미 : 별 두 개 반
자주 다니는 모 클럽에서 공포영화 카테고리에 넣은 것에 낚였습니다.
공포 아니던데요.
늑대인간 이야기입니다.
군더더기가 그다지 없고 깔끔은 하지만,
여름밤을 식혀줄 짜릿한 공포를 기대한 쌀은
성질을 부리고 말았습니다.
[디스터비아]
공포 : 별 두 개
재미 : 별 두 개 반
주인공이 트랜스포머 주인공과 겹쳐서 별 생각없이 봤습니다.
사실 공포 장르는 좋아해도, 스릴러를 좋아하는 건 아니라서...
주인공의 이웃이 연쇄살인마라,
그것을 밝혀내고 확정하기 위해 진실에 다가서는 그런 내용입니다.
카피는 좋았어요.
[모든 살인자는 누군가의 이웃이다.]
= [니네 옆집의 멀쩡해뵈는 그 아줌마도 사람 여럿 잡아봤을지도 모르지롱.]
[아기의 방]
공포 : 별 두 개 반
재미 : 별 세 개 반
'잠 못 들게 하는 영화' 라는 슬로건 하에 스페인에서 제작된
6편 가운데 하나입니다.
염원의 마이홈을 꾸린 주인공 부부와 아기.
한국과는 달리 갓난쟁이에게도 따로 방을 주는 서양인들 방식에 따라
부부침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아기방을 두고,
아기를 언제나 지켜보기 위해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하고,
부부침실에서 그것을 지켜봅니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남자가 어느 순간 그 화면에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집안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확신에 사로잡힌 주인공이
그 집의 진실에 파고들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역시 소재가 흥미로웠습니다.
공포도가 뒤로 갈수록 낮아져서 좀 아쉬웠고
나름 전형적인 마무리가 아까웠지만,
만들어진 게 좀 오래 전 같더라고요.
저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밤에 혼자봐도 괜찮은지는 모르겠습니다.
[쏘우 4]
공포 : 별 하나 반
재미 : 별 두 개 반
쏘우 시리즈 워낙에 좋아합니다.
그런데 H-ero군은 공포 보면 뒷맛 안 좋다고 별로 안 즐기셔서
결국 혼자 보게 되었습니다.
음, 사실 2까지는 소름 좍좍 끼친다고 정말정말 좋아했는데
3부터는 좀 시들하긴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지 한참 되어서 보게 되었죠.
이번엔 그다지 뒤통수치지도 않았고 (;ㅁ;)
토할듯 잔인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좀 징그러웠던 장면이 있었던 것 같아 공포에 별 하나 반입니다.
고어도 공포니까...
내장과 피 보기 싫으신 분은 피하시는 겁니다.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
공포 : 별 두 개 반
재미 : 별 세 개
판의 미로 감독이 만든 거라고 해서 절대 안 보겠다고 생각했는데(우울할까봐)
광고 영상을 보니 어째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참혹한,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과거가 있는 건물을 사서,
장애아를 위한 작은 복지 시설로 개조할 생각이었던 주인공 부부가
그 곳에 입주한지 며칠만에 자신의 양아들을 잃어버립니다.
실종이라 생각하고 사방팔방을 뒤지다가,
아들이 '실종'된 것이 아니라
집 안에 존재하는 다른 존재에게 끌려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주인공이
아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입니다.
해피엔딩인가, 언해피인가에 대해서는
H-ero군과 의견이 맞지 않았습니다만
나쁘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영상미랄 것까진 없어도 건물이 참 아름다웠고
아주 무섭진 않아도 살짝 살짝씩 움찔움찔한 장면도 있었지요.
[퍼스트 본]
공포 : 별 하나
재미 : 별 두 개 반
공포영화라기엔 아주 미묘했습니다.
하나도 안 무서웠거든요.
감독의 첫 영화라는데, 앞으로를 기대해보겠다고밖에는.
심리물에 가깝습니다.
첫 임신을 한 주인공 부부는 교외로 내려가 출산을 기다리게 됩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마냥 행복할 것만 같았던 임신은
꿈꿔왔던 이상과는 전혀 다르게 주인공(임산부)를 옭아맵니다.
임신부터 출산, 그리고 약간의 양육과정까지 포함한 기간 동안
주인공은 내내 정서불안과 정체불명의 공포에 시달립니다.
당연히 행복하고, 만인에게서 축복받아야 할 멀쩡한 아내의 첫 임신이
악몽이 되어가는 그런 이야기.
그러나 역시 무섭지는 않습니다.
뭐 결말적으로 소름끼칠런지는 모르겠는데
여하간 무서운 장면 따윈 없습니다.
전혀 없습니다.
하나도 없습니다.
(...엔지간히 한이 맺힌 듯...)
[인사이드]
공포 : 별 세 개
재미 : 별 세 개 반
댓글란이 아주 신났던 게 기억납니다.
[감독이 정신병자입니다. 어떻게 이런 끔찍한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는지...]
[진짜 소름끼칩니다. 토할 것 같아요.]
[근간에 본 공포영화 중에 제일 무서웠습니다! 차기작을 기대!]
...뭐 이랬던 것 같은데.
여하간 위쪽에 본 것들이 거의 안 무섭다 보니까 무섭다기에 좀 기대하고 봤는데...
안 무서웠습니다.
┐-;;
결론은 제가 좀 요새 공포에 무뎌진 게 아닐까 싶어요.
자동차 사고로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주인공 여자는,
그럼에도 살아남은 자신과 뱃속의 아이를 이끌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잃어버린 것이 워낙에 큰 탓에 일절 기쁨 따위는 누리지 못하고
나날이 우울하고 조용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출산 예정일 전날,
갑자기 그런 그녀의 집에 정체불명의 여자가 찾아듭니다.
'난 너를 알고 있어. 이 문 열어.'
여러가지 대응에도 불구하고, 정체불명의 여자는 주인공의 집으로 들어오고,
갖가지 일상적인 날붙이들과 피가 좀 난무하게 됩니다.
이런 것도 고어인가 싶은데,
일단은 살아있는 인간이 살인마로 활개치니 스릴러입니다.
'아파 보이는' 장면들이 이래저래 나옵니다.
징그러운 장면은 좀 있는데, 무섭지는 않습니다.
깜짝 깜짝 놀라는 장면도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역시 내장과 피 보기 싫으신 분은 피하세요.
[더 셀]
공포 : 별 하나 반
재미 : 별 네 개
포스터 보고 제니퍼 로페즈가
꼭 커디 원장(from 닥터 하우스)처럼 나왔어...라고 생각했던 바 있습니다.
영상미가 환상적이었습니다.
연쇄살인마의 무너져가는 정신세계같은 류는 꽤 좋아하는 편이라
룰루랄라 즐겁게 보았습니다.
다만,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약간 몽상적이고 다채롭고 슬픈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연쇄살인마 하나가 등장하고, 주인공 여자는 심리치료사 같은 역할로
연쇄살인마가 마지막으로 붙잡아다 숨겨놓은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그의 의식으로 잠입합니다.
시한장치가 되어있는 피해자에게 차차 죽음은 다가오고,
그 감금처를 알아내기 위해 주인공은 연쇄살인마의 의식 속,
어둡고도 암울하고 아름다운 환상 속을 헤매입니다.
영상미만으로도 별 두 개는 일단 먹고 들어갈 듯 싶었습니다.
그리고 의식이라던가 꿈에 관련된 이야기는 언제나 참 좋군요.
참, 역시 무섭지는 않습니다.
그냥 예뻐요.
...아, 내장 잠깐 나옵니다.
별로 고어는 아닌데...
[크립]
공포 : 별 두 개 반
재미 : 별 네 개
일상적이고 무난한 공간일 지하철.
아침이 오기까지, 누군가가 자신들을 찾아내기까지
어둠 속에서 익숙지 않은 공간을 헤매여야 하는 공포!
주인공 여자는, 모 유명인사를 인터뷰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려고 합니다.
그런데 긴장을 가라앉히기 위해 마신 술이 과했는지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깜빡 졸고 말고, 일어나보니 이미 입구의 셔터가 다 내려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열차는 어째서인지 운행되고 있었고
안심하고 올라탄 열차는 어둠 속 터널 한가운데서 멈춰버립니다.
열차에는 주인공을 좋아하는 남자 하나가 숨어들어 있었고,
그 남자는 그 상황을 틈타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대쉬하려 하나
갑작스레 등장한, 정체불명의 괴물에 의해 눈깜짝할 새에 살해당하고 맙니다.
그대로 있으면 자신도 죽임을 당할 거라는 공포 앞에서
그녀는 도망치고, 도망치고, 도망칩니다.
그리고, 어둠 속 괴물은 그런 그녀를 쫓아...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다지 깜짝 깜짝 놀라는 장면은 없었고,
괴물의 모습이 확연하게 밝혀지기 전까진
그나마 좀 엄청난 기대를 했던 것도 좀 덜해져서
생각보다 무섭지 않게 보았습니다.
그래도 지하철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소재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꽤 시니컬한 결말도 포함해서.
아. 이것도 좀 고어라
내장이라던가 뭐 아파 보이는 거 싫어하시는 분께는 비추입니다.
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공포에 좀 빠삭한 지인 K님께 받은 목록이 좌르륵.
요샌 정말 공포가 공포가 아닌 것 같아요.
어째 이리 무섭지가 않은지;;;
제가, 무거운 영화 볼 때는 신나게
미친 듯 무서워하고 소리지르고 발발 떨다가
영화 끝나는 순간 불꺼진 화장실에 잘 들어가는 타입이거든요.
밤에 잠을 못 잤다던가
꿈에 나왔다던가 하는 그런 거 잘 모르고요.
그래도 보는 순간에는 신나게 무서워하곤 했는데,
요샌 간이 부었는지
찰랑이는 커피잔 손에 쥐고도 잘만 봅니다.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여기서 선택.
1. 강도를 높여 진짜 소름끼치고 무시무시한 공포물을 본다.
2. 서정적이고 마음을 적시는 아름다운 영화를 봐서 사라져가는 감성을 좀 돌이킨(...)다.
...2가 나을 것 같아서 뭘 볼까 하고 찾다가
결국 또 추천받은 공포물을 다운받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
=ㅅ=;;;
극장 가서 무서운 거 한 편 보고 오면 좀 나아지려나 싶기도 하고...
에잉, 원고나 하렵니다.
[いつでも そこに(언제나 그곳에) Mcdonald]
아, 이건 일본 맥도날드 광고라던데...
'언제나 그곳에'서 스토킹을 감행하는 피에로씨.
쩝니다.
;ㅁ;
전부 짧게 4편으로 되어 있는데
따로 보시지 말고, 이어서 보시면 내용이 이해가 갈 겁니다.
전 그것도 모르고 막판에 어두운 골목길을 내달리는 피에로씨가
배달가는 줄 알았죠.(...)
별로 햄버거 팔아먹을 생각이 없는가 보다 싶었습니다.(...)
아니면 안티가 만든 영상이던가...
다시 원고하러 갑니다.
포스팅 내용은 좀 뭐했지만
밝아오는 아침, 좋은 하루 시작하시기를.
쟈하라독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