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국인데
아직 짐 안 쌌습니다.
저녁 비행기라 마음이 좀 널럴한 탓.
게다가 지금 마음은 일본에 가는 게 아니라 부코에 가는 기분이랄까.
열차 대신 럭셔리하게 비행기 타고 내려가서 책 사러 간다는 기분.
(그러나 정작 부코는 가본 적 없다;)
그나저나 코미케를 위해 생체시계를 맞춰야 하니
사실 지금 자야 하는데 말이죠.
오늘 아침에 좀 일찍 인나느라고 밸런스를 무너트려
그만 오후에 잠들고 말았더니
정작 잠들어야 할 지금-
쌩쌩합니다.
야동이라도 보며 잠들어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체력도 보존해야 하는게 이게 무슨 망발이냐고 스스로도 생각은 하지만
지금도 내내 부스 체크중입니다.
신간이 오늘 자정 지나서 올라온 곳도 있고.
ㅜㅜ
여하간 부스 체크하느라 못 자고 있다는 이 중생에게
보다 못했는지 고고언니 하는 말씀이-
[내가 옆에 있으면 이불 목까지 끄져다 덮어주고 도닥이면서 자장가 불러줬을 텐데]
...라시는 겁니다. 저는 놀라서
[..헛! 그 무슨 온정을;;;]
...이라는데, 언니가 이전에 자신의 오라버니가 들려준
자장가가 있노라며 살며시 메신져를 통해 가사를 들려주었습니다.
잘자라, 우리 쌀냄♪
앞뜰과 뒷동산에~♪
새들도
(무서워;;)
아가양도
(전혀아가가 아냐;;;)
다들 자는데~♪
왜 너만 안자려고
(...어라?)
뻐팅기고 있느냐~♪
(...이게 아닌 것 같은데;;)
지옥으로 가거라아아아아!!!!!!!!!!!!!!!!
잘 자라 우리 쌀냄
잘 가~거~라♪
이 자장가에서 드러나는 지배적인 정조는 '귀찮음' 입니다.
그 사회적 성격이 또렷한 이 귀찮음은 밤 되면 알아서 퍼 잘 것이지
어째서 노래 따위를 불러줘야 하느냐는
사내아이적 섬세함의 결여성에서 오고 있다고 추측됩니다.
잠에 대한 적극적인 권유가 강하게 드러나며,
지금 자지 않으면 영원히 재워 주겠다는 깊은 의지마저 짙게 묻어납니다.
이 작품에서 '자장가' 란 자율적 행동의 산물이 아닌,
그야말로 '후딱 쳐 자' 라는 의미의 회유적으로 전달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문장의 '잘 자거라' 가 '잘 가거라' 로
변형된 점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귀찮음과 짜증의 극치,
'먹고 떨어져라' 의 한국인적 정서가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밤' 과 '잠' 의 두 둔덕을 잇는 작은 다리같은 역할의 '자장가' 가
이 순간 사회학적 의미를 벗어나
화자로 하여금 협박이라는 어조에 가까운 새 의미를 부여받으며
재탄생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요컨대-
┐-
어린시절에 이 자장가를 듣고 자라서
범죄자 및 정키 등이 되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짜로 짐 싸야겠군요.
누가 여행 때마다 짐 좀 대신 안 싸주나.
아효
=ㅅ=;
그럼 저는 이만.
즐거운 밤 되시길 바랍니다.
쟈하라독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