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신학기
봄.
그것은 가장 따스하고 화려하며 찬란한 계절.
봄.
그 말을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온유한 바람에 실려온 나른함의 기운이
눈꺼풀에 달고 내릴 것만 같은 이름.
봄.
새로운 시작을 약속하는 시기.
저의 경우에 대입시켜 보자면, 봄이란 신학기가 됩니다.
졸업반이지만 여전히 봄은 봄.
나른하고 느긋하고 널럴하고 즐겁고 유쾌하게 펼쳐지는 학교 생활.
...이라고 일단 생각해두고 싶긴 한데.
=ㅅ=
사실 그게 별로 그렇지만은 못한 겁니다.
이번학기에는, 원어민 교수님 수업이 딱 하나뿐입니다.
미리 4학년 수업을 다 들어버린데다
(마찬가지로 2학년 때에는 3학년, 1학년 때에는 2학년 과목에 침투했었지요;)
교양 좀 채워야겠다 싶기도 하고
엣찌에로군과 같은 수업 들으려고 일부러 시간 맞추다보니
이번 시간표는 좀 희안하게 되어버린 겝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고, 수업이 재미있었던 교수님 한 분은
이번에는 안타깝게도 수업이 없어서 듣지 못했더랬지요.
쌀내미에게, [오타쿠] 라고 대놓고 말씀하시어
가슴에 비수를 꽂으신 분이나...
자세한 사연은 아래 포스트 참조해 주세요.
(http://blog.naver.com/ykeath/100024838626 )
여하간, 학생과 제자의 관계로서는 참으로 좋아했습니다.
질문 좋아하시는 분이라, 제가 참 많이 졸졸 따라다녔거든요.
(어디 궁금한 게 한두가지여야 말입니다. =ㅅ=)
이번엔 그 분 수업이 없어 따로 인사도 드리지 못하고
설렁설렁 수업만 듣고 여전히 과건물에서는 멀찌감치 떨어져 다니고 있었는데
엊그제 복도에서 지나치가 우연히 딱 마주쳤더랩니다.
반가운 마음에 뵙자마자 건강하셨느냐고 인사를 드렸지요.
그랬더니 저를 보시며 특유의 시원한 웃는 얼굴로
교수님, 낭창하게 말씀하시기를-
”お、米さん、元気でした?
コミックマケットはどうだったんですか?
お宅の修行はうまくやってますか?”
"오, 쌀 학생, 건강하게 잘 지냈나요?
코믹마켓은 어땠어요?
오타쿠질잘 하고 있고요?"
”してませんてば!!!!!!!!!!”
"안 한다잖습니까!!!!!!!!!!!!!!!!!!!!!!!!!!!!!!!!!!!!!"
복도에서 느닷없이 소리를 높일 뻔 했습니다만
어떻게 겨우 진정하긴 했는데...
이후에, 친구와 함께 교수님께 책 복사를 부탁드릴 일이 있어 연구실에 갔다가
시간이 비신다기에 잠깐 놀았더랩니다.
터치가 되는 전자 사전 이야기가 나왔다가
NDS용 한자 그대로 라쿠비키 사전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을 보여드렸더랩니다.
한자를 화면에 쓰면, 그대로 입력이 되는 편리한 프로그램.
여하간 그러고 나더니 게임기라는 걸 들켜서
또 끊이지 않는 오타쿠 경전...
같이 들어간 친구와 함께
(그 녀석도 콜렉터인데다, 만화도 그리고 하다보니...)
봄기운도 안 드는 강의실서 땀흘리며
위 아 낫 오타쿠를 외치고 있는데
교수님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시더니 단호하게 말씀하시더이다.
오타쿠는 나쁜 게 절대로 아니라고.
그렇게 자신을 숨기려 할 필요 없다고.
무언가를 좋아하고, 거기에 대해서 무한한 열정을 가지고 집중한다는 것은
자기의 세계가 또렷하다는 의미이며,
그것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창조에 있어서도 분명 득이 되는 것일 거라고.
그리고 한 마디 추가.
”お宅が日本を救う!”
"오타쿠가 일본을 구한다!"
...왜 교수하셨어요, 출마하시지.
(.........)
좋은 말씀인 건 감사하고 참 감사한데...
그러니까...
당신의 선량한 학생은 그냥 변태기질과 성향이 충분한 동인녀일 뿐이라니까?!!
거기에 취미활동으로 더해진 요소들이 조금 더한 것뿐이라니까?!!
오타쿠 아니라규!!!!
;ㅁ;
그러나 아직까지 설득은 이루어지지 못한 채로.
OTL
연타를 당한 건 며칠 뒤,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어머니과 함께 외유를 다녀오는 길에
제가 졸업한 초등학교 동산 옆 언덕길을 따라 내려오게 되었더랬지요.
철망 안으로 올망졸망한 것들이 점심시간인지
놀고들 있는 것을 보니 귀엽더군요.
그런데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은 너무나 허술한 철망.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별 생각없이 한 마디 헀지요.
"뭐야, 철망 저거 너무 낮잖아.
저러니 변태니 뭐니 위험한 사람들 드나들지."
옆에 계시던 어머님.
무표정하게 철망을 그윽하게 바라보시더니,
직후에 제게로 시선을 돌리고서는 한 마디 하십니다.
"...너. 행여라도 들락거리지 마라."
...어무이.
오해야.
당신 딸은 2차원과 3차원의 영상 및 사진으로 족한 사람이야.
그걸 실행으로 옮기겠다고 생각지도 않고
어지간한 3차원으론 비쥬얼적인 지적부터 늘어놓는다구.
내가 길 가는 애 아무나 보고 흐흐거리는 게 아니라구.
범죄를 저지르려는 마음 같은건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다구.
내가 그리는 거, 보는 거, 난 그걸 실행으로 옮기겠다고 좋아하는 게 아니야.
그야, 어느 정도는 옮기고 싶을지 몰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대상 한정이지
그게 무저항 비폭력의 누군가를 잡아다하 하고 싶다는 게...
...마미?
...어머님?
내 말 좀 들어!!!!!!
마망 미워.
OTL²
연타 크리티컬 힛.
그게 올리버 트위스트의 마음일까요.
교수님 날 힛하시고 어머님 날 버리시니...
뭐, 변태 오탁 이야기는 좀 접어두고
제가 이번 학기에 가장 신나라 하고 있는 수업이 하나 있습니다.
이름하여 [해부 드로잉]
타과 수업인데 어차피 학점만 채우면 되는지라
애니과 친구에게 조언을 구해 한 번 넣어봤는데 말이죠.
누드 크로키 수업이 있다더라고요.
사실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면 로망 아닙니까.
누드 모델 앞에 두고 사삭사삭 그림 그려보기.
제가 그걸 언제 해보겠습니까.
뭐, 여하간 OT 빼고 지난주에 첫수업이었던지라
옆에 앉았던 사람과 상대방 얼굴 그리기를 했는데...
미술이라곤 개뿔도 모르는 쌀내미인지라
과연 상대방의 얼굴을 짓밟는 수준을 넘어서 제초제를 뿌려놨지요.
허허.
저를 그린 쪽의 그림은 사실 꽤 잘되었달까,
제가 보기에도 본인과 닮아 있어서
허락을 받고 폰카에 담아왔습니다.
'다음 주말 와이마켓...'
...이라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
=ㅅ= 룽룽.
저 미묘하게 올라간 입꼬리는 아마도 즐거운 연상작용 끝의 부산물.
그리고 제가 그린 쪽은-
(역시 허락 받았습니다.
뭐, 지인이 본다 해도 알아볼 수도 없을 것이고.
=ㅅ=)
얼굴 덩어리를 나누라길래, 좀 나눠봤습니다♡
...그린 상대방에게 불만이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닙니다.
네, 아니고말고요.
=ㅅ=;;
그리고 그리고 나서 보면서 서로 가장 웃고 말았던-
'...18...'
역시 마음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잘 되었단 뜻이 아닙니다;)
인생의 세파에 쪄든 30년쯤 후의 그의 모습입니다.
=ㅅ=
그 전에 NCIS 보며 크로키, 크로키♡
(깁스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