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침이덜밝았습니다.
노고지리 역시덜우지집니다.
하지만 나치 이미지는 언제나 바람직합니다.
(위에 걸린 이미지는 월페이퍼입니다.
혹시 원하시는 분 계실까봐 파일로 슬쩍 올려둬봅니다.)
바람직한 꿈자리에 자리 박차고 일어나 버린 쌀내미였습니다.
가끔은 드라마 시디 들으며 자야겠군요.
야외, 그것도 한밤중의 공원에서 그네에 앉은 다이치의 후드 점퍼에 싸여
'그 무릎 위에 앉아' 헐떡이는 라비칭.
(성우가 아다치 시노부상에서 미도리카와 히카루 상으로 멋대로 바뀐 게 좀 아쉽지만.)
그네 삐걱이는 소리까지 생생하더군요.
...이거야 원, 장어덮밥 먹은 이십대 후반 청년도 아니고-
하여간 가쁜 숨을 몰아쉬며 깨버렸습니다.
고마워. 고마워-곰플레이어.
각설.
엊그제 티케팅을 마치고 쌀내미, 은행엘 다녀왔더랩니다.
항공료 입금하러.
...외환은행은, 신라면이었습니다.
일하러 가지 않는 것을 핑계삼아 마음껏 폐인 라이프를 누리고 있는 쌀내미.
요 며칠간은 아예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아,
히키코모리 증상까지 함께 보여지고 있었더랩니다.
잘 땐 사진 찍지 말래니까.
하여간 그것도 새벽도 아닌, 무려 오후 2시 경.
은행이 문 연 시간을 택해 무통장 입금을 하기로 했기에
쌀내미는 부득불 옷을 꿰어찼습니다.
그리고 작년 뭐시기 잡지에서 부록으로 받은 작은 손가방에
현금 130만원과 시디 플레이어를 넣고
가뿐한 발걸음으로 현관을 나섰던 겁니다.
...꺄울.
눈 아파 대학 1학년, 밤새 TR하고 자취방으로 돌아가야 했던익명의 아침이 문득 머리를 퍼뜩 스치는 순간이었습니다.태양빛이 저를 주살하려고 눈을 형형하게 빛내고 있더이다.현관 앞 열 발자국에서 컴백홈,급히 동생의 캡을 하나 빌려쓰고 다시 나와야 했습니다. 그래도 햇빛 받으며 밖에 나와 오랜만에 걸으니까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랜덤으로 켜둔 사운드 호라이즌 앨범.손에는 즐거운 동인 여행을 위한 자금 보따리.은행에 도착했을 때에는 흥겨운 기분마저 감돌고 있었지요. 창구에 가까이 다가설 일 없이자동화 기계로 곧장 다가간 쌀내미.무매체 송금을 선택하고는 룰루랄라 버릇처럼 노래를 작게 흥얼거리며가방에 안고 있던 자금 보따리를 내려놓고 입금을 시작한 겁니다.
동인 마치에 이로서 한 발 더 가까워졌다는 가슴 뿌듯함을 안고요.그런데, 한참 기계를 상대로 비비고 있자니-뭔가 기분이 이상한 겁니다. ┐-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 라는 느낌.알몸의 사내아이라면 얼마든지 괜찮지만하지만 그 시선의 묵직함에 슬쩍 고개를 들어자동화 기기내의 거울 속을 들여다보니-
경비 아저씨가 죽도록 수상하다는 눈으로 쌀을 검열하고 있는 거예요....왜? 금액이 금액인지라 한 번에 하지 못하고 두 번에 나눠서하고 있는데.거울 속에서 눈이 마주친 뒤로는 아예 다가와서 제 뒤에서 기웃기웃. 자동화 기기 앞에서 비밀번호 조심스레 누르고 있을 때무음으로 등 뒤로 다가와 슬며시 바라보고 있는 목적불명의 닌자 아줌마보다세 배 정도 기분이 나빠.
대관절 왜 이래?뭐라 말은 못하고 후딱 끝내고 가자고 생각하며 두 번째 송금을 개시한 쌀.이제 다 끝났구나- 라고 생각하며자기 딸내미와 같은 나이의 룸싸롱 아가씨의 허벅지 안쪽을 더듬는,접대받는 중년의 수준으로 집요하게 느껴지는 그 시선에서 벗어나려 했을 때. 친근하고도 푸근하게 울려퍼지는 경비 아저씨의 한 마디.
"아아- 여행가는구나?"
'아아, 여행가는구나?'마지막에 (주)여행박사라고 떴으니 필시 그것을 보고 하시는 소리겠지만-아니, 그 전에 말이죠.그 한 단계 전에 묻고 싶은 거예요. 내가 여행을 가건 말건.내가 여행을 가건 말건.내가 여행을 가건 말건.
그게 당신이랑 대관절 무슨 상관입니까?!!! 뭐랄까. 이거- 화 내야 하는 건가, 하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가명세표를 확인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온다는지극히 스무스한 해결법을 취했습니다.다시 실외로 나오니 뼈가 타고 살이 녹는 햇빛의 맹공.정신적인 타격과 더불어 잠시 어질했던 거예요. 잠깐 은행 앞에 털썩, 쭈그려 앉아있다가문득 고개를 들면- 그곳에는 유리창이 비춰내고 있었어요.
말도 못하게 수상쩍은인간의 형상체랄까,당장 출소한느낌이랄까,예비범죄자의 낌새가 시냇물처럼 졸졸 흐르는것을.
나잖아. (...........┐-) 동생에게서 빌린 검은 캡은 깊숙히 눌러쓰고타인의 시선을 피하려는 듯 두터운 안경.까실한 후드 티 위로는 요즘 시대의 젊은 아가씨가 절대로 입지 않을 것 같은백화점 무더기 세일에서 천원 단위의 돈을 주고 구입한 검은 점퍼.요새 날씨에는 조금 싸할 법한 철 지나고 물 빠진 카키색 카고 바지.손에는 거금이 든 가방을 꼬옥 쥐고,입으로는 먼나라 이웃나라의 노래를 거슬리는 목소리로 흥얼흥얼. '저기 아빠, 그 낙원에서는 어떤 꽃이 피어?''동인화花'
자업자득이랄까요 자승자박이랄까요.그 경비원 아저씨로서는 당연히 쌀을 검열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노라고결국 납득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울기보다는 웃을 일. 껄. 뭐, 그런 일이 있었더랩니다.하여간 이래저래 해서 무사히 티케팅은 끝났답니다.이제 이번 주 내로 항공권이 우편으로 도착하면모여서 일정을 짜야겠죠.나름대로 착착 진행되어가고 있습니다.동인마치 순회여행 참, 여권 찾았습니다.정글을 거의 뒤집어엎다시피 해가며 힘겹게 말이죠.여권 찾으면서 하도 헤집어놔서의도하지 않은 다른 것들도 많이 찾았답니다. 친구에게서 재작년인가 생일선물로 받은저주인형이라던가역시 선물받은빨간 마스크라던가엣찌 에로군 군대간 뒤로 처박아두고 잊었던뽕이라던가아,거울도.
와하하하하하하-!!! 여자를 저버릴 셈인가그렇지 않다 ┐-
예전에 찍어뒀던 빨간 마스크.대체 누가 저런 걸 파는건지 김화뷁 선생님께라도 여쭙고 싶어지는군요. 이상, 또 헛소리였습니다.이번엔 제대로 날 밝았군요.그럼, 오늘 하루도즐거운 매지컬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