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화/곡물근황

제가 어른이 되었나 봅니다

찹쌀공룡 2010. 11. 6. 22:42



두어 달 전,
갑자기 만화 '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이 보고 싶더라고요.
별 생각 없이 전질을 구입했었어요.
그게 12권인가 13권짜리였다죠, 아마.

그리고 어제, 진짜 뜬금없이 란마 1/2이 보고 싶더라고요.
차 끓이려고 물주전자 올려놓고 있으려니
갑자기 아카네의 '바카송(란마 바보바보 반복이 예술이죠)'이 생각나더라고요.

급 보고 싶어졌나 싶더니...




정신차려보니 이미 내 손꾸락은 38권 전질의 결제를 마친 상태였지




초능력자 몇 번 봐야하고,
베르사이유 특별전도 가야하고,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도 조지킬, 류지킬을 2번 봐야 하고
빌리 엘리어트도 봐야 하고
영웅도 봐야하나 하고 있는데...

염병할 손꾸락이 엉엉




요새는 책을 살 때 두 번 고민을 안 하고 사는 것 같아요.
(3, 4천원짜리 수입 과자 하나 사먹는 건 백 번 고민한다...)

이전에도 책 사는 데에 돈을 아끼진 않았지만,
그래도 보고 싶다고 전질 바로 사버리고 이러진 않았는데...
리브로 할인한다고 신나서 소설책 좍좍 산 게 엊그젠데.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그러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내가 어른이 되었구나.

어릴 때에는, 보고 싶은 거 있으면
찔리는 가슴 안고 대여점에라도 가든가,
용돈 모아서 한달에 한두 권, 아니면
세뱃돈이나 알바라도 해서 모은 돈으로
몇 권 사는 게 전부였죠.

그땐 동대문에 있는 20% 할인점에서
5만원어치 하면 진짜 그득 들고 왔었어요.

지금 5만원이면 진짜 몇 권이나 사나...
5~9,000원짜리 책들도 부지기수라...여차하면 진짜
열 권도 못 사요.

그때 생각엔...어른 되면 보고 싶은 거 맘껏 사봐야지 했었어요.
진짜 돈 되는대로 사고 싶은 책 다 사서 쉬지도 않고 책만 읽어야지, 하고.
그러면서 다음 권을 궁금해하며 한 권씩 사서 읽던 그 즐거움이
어느새 잊혀져가고 있었던 것 같네요.
그때의 그 두근거림에 비하면, 지금은 확실히 좀 더 시들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나나' 사다가 '은비가 내리는 나라' 하고 '붉은 진주', '빅토리 비키'를
매달 열독하던 걸 생각하면 정말이지...우후.(97년도 폐간)
(댕기나 하이센스, 화이트도 있었지만 안 쉬고 매달 사본 건 나나뿐이었죠)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이렇게 돈 조금 벌어서 덥석 전질을 사서 읽게 된 지금에 와서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지금이 더 행복해.
(........)

그땐 돈이 없어서 못 산 거고.
지금은 살 수 있는 거고.
결국 변한 건 내 사정이랑 취향의 깊이 정도.(.......)

아...돈벌어서 정말 다행이야..(.......)




...설마 돈이 없어도 예전이 더 좋았다던가 하는
그런 훈훈한 결론을 바란 건 아니시겠지요들?

뭐래, 돈이 얼마나 좋은건데.(.......)
뭐니뭐니해도 머니.(.......)

행복은 마음에서 오지만,
덕질은 주머니로 승부하는 거임.(........)






...돈 벌기 위해 오늘도 궁리하러 감요.
장기 말고 뭘 팔까나 그래...

요즈음 하도 포스팅이 없어
무난한 뻘소리 한번 해봤습니다. 후훗.

다들 좋은 밤 되세요.
쟈하라독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