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잠든...
새 직장에 출근하게 된지 2주 가량이 된 현 시점에서,
머라이어 캐리의 명곡, 'Hero'가 퍼뜩 생각이 나더군요.
부드러운 선율,
심플하고 진심어린 말들로 희망과 용기를 주는 가사,
아름다운 목소리...
워낙에 명곡이기도 하지만,
최근 제 상황이 어쩐지 겹치는 것 같아서요.
<이 아래의 가사 번역은
일부만을 제가 직접 한 겁니다>
There's a hero If you look inside your heart
You don't have to be afraid of what yor are
자신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면, 거기에 영웅이 있습니다.
스스로가 무엇인지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요.
when you feel like hope is gone
Look inside you and be strong
희망이 사라졌다 느껴질 때,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강해지세요.
And you'll finally see the truth
That a hero lies in you
그러면 당신은 마침내 진실을 깨닫게 될 겁니다.
영웅은 바로 당신 안에 있다는 것을.
아...뜬금없이 왜 영웅 타령이냐고요?
제 남친 이야기 하려는 거 아니고요 ㅎㅎ
제 안에 잠든 무언가를 깨달아서요.
그 무언가가 무엇인고 하면...
......영어요.
아...이거 촘 푸크럽네여 ㅋㅋ
쌀내미가 미쳤다든가
쌀내미가 돌았다든가
쌀내미가 정줄 놨다든가
쌀내미 개념이 안드로메다로 간 게 아니고요.
...아니, 진짜 잠들어 있었던가 보더라고요?
위기의 순간이 되니까 천연덕스럽게 깨어나던걸?
제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게 되어서
요전에 새 직장으로 옮겨갔는데...가보니 일의 특성상,
저 말고 다른 사원들도 외국어를 하신단 말이죠.
근데 문제는 영어 담당이 없어요.
(기실 별로 상대할 일이 없기도 하고, 타겟도 아니고)
그러나 뻔뻔한 저는 안되는 발음, 안되는 영어로
아주 천연덕스럽게 양인(...)이 보이면 말을 걸어요.
걍. 암 생각 없음.
근데 여기서 문제는, 첫마디는 헬로니까 별 상관없는데
그 이후에 그쪽에서 뭔가 묻는다거나
내가 제품을 설명한다거나 할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영어가 필요하단 말이죠.
근데, 이게 진짜로 제가 말은 좀 더듬더듬 한다고 쳐도-
그쪽에서 하는 말은 다 들리더라고요.
푸른 눈에게 헬로 하고 나니까
푸른 눈이 웃으면서 묻더라고요.
"Can you speak English?"
저는 저도 모르게 조건 반사적으로 답했죠.
"Yes, I can."
이건 뭐 교통 사고 나서 대출혈을 일으킨 한국인한테,
놀란 외국인이 How are you 라고 말을 걸었더니
I'm fine, Thank you, and you 라고 대답한 거랑 같은 수준.
"Oh."
푸른 눈이 미소를 지으며
저에게 한 걸음 더 다가왔을 때.
저의 마인드는 오로지 한방향으로
격렬하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아이구야 내가 왜 말을 걸었을까 쌀내미 병신인증
쟤가 나한테 아직 풀리지 않은 밀레니엄 난제 6가지를 화제삼아
말을 걸면 어쩌나 썅놈의 혀를 잘라버려야지 아아아앍 ㅅㅂ 난 이제 ㅈ됐다
...하면서 겉으로만 미소를 짓고 있었지요.
백조의 다리는 미친듯 물장구 중인겁니다.
그런데 진짜로 여기서 신기하게도-
제법 빠른 속도로 자기네 나라 말 하는데...
알아듣겠더라고요.
마치 제 안에 잠들어있던 용자가 깨어난 것 같았다능!!!!!
매우 놀라운 경험이었다능!!!!!!!!!!!!!
정말 머릿속에서 머라이어 캐리의 노래가 절로 흘렀다능!!!!!!!!
ㅎㅎㅎㅎㅎㅎ
대답은 좀 더듬더듬 했지만,
이후에는 아예 물품의 리플렛 자체에 영어로 된 게 있길래
그걸 보고 통채로 외워버렸지요.
더듬거리는 것보단 낫겠다 싶어서.
기왕이면 공부도 하고 좋잖아요.
실생활 영어도 써먹고.
딱 거기까진 좋았는데...
정신 차려보니 영어 담당.
양인이 오면 다들 제 이름 석자를 불러여.
헐 더러운 세상.
쌀내미가 영어하는 세상.
퉤.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이제 나는 어디로 가나
갈 곳 없는 나를 떠밀며
이제 난 어디로 가나
허 허이헛 허얼쑤 헛 허이헛 허얼쑤~!
이젠 쌍팔년도 육각수 노래도 생각나고.
허허허헛.
아니 뭐, 딱히 상대하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별로 불만은 없는데...
...영문과 전공자 따로 있잖아?
난 일어 전공했긔?
근데 왜 전공자도 한마음으로 나를 부르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역시 세상은 불합리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영어가 통한다는 게 젤 불합리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전에 포스팅했었는데...
제 발음이 딱 이 수준이예요.
↓
...아 진짜 들을수록 귀에 쏙쏙 들어오네여...
마치 나 자신이 남자가 되어서 녹음을 한 것 같은 이 기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튼...제가 하고픈 이야긴 그겁니다.
저 영어 잘한단 소리가 저-얼-대 아니고요.
┐-
(...그냥...혹여 저를 만나보시면 알 거임...
제 영어가 얼마나 콩글콩글한지...)
영어가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나는 영어기피증 1급 환자라고 자부하시는 분들.
...고등학교 영어만 공부하셨어도 충분해요.
정말로, 영어는 자기 안에 잠들어 있답니다.
제가 경험하고 나니까 정말 와닿아서
신비로워서 횡설수설 한번 적어봤습니다.
ㅋㅋㅋㅋㅋ
오후 출근해서 늦게까지 일하고 났더니
돌아와서 씻고 보니 자정 지났고,
이거저거 정리하고 포스팅 이거 하고 나니 벌써 두 시네요.
고로 저는 이만 자러 갑니다.
다들 좋은 꿈꾸세요.
쟈하라독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