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쌀공룡 2008. 9. 18. 08:43

 

 

 

안녕하세요.

언제나와 같이 변함없이 하찮고도 하찮은 쌀입니다.

 

근간, 포스팅이 매우 드물어져

주변으로부터 약간의 빈축섞인 걱정을 사고 있기도 하지만

죄스럽게도 저는 멀쩡말짱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산에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약간 일그러진 훤한 보름달을 보며

냉커피와 함께 쿠션을 껴안고

서울보다 한층 살가운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컴질중입니다.

 

기분이 참 좋을 것 같죠?

> <

 

 

 

 

 

 

 

 

 

 

 

 

 

 

................너무 좋아 죽겠습니다..........

.........................네.........................

 

근데 어째 눈에서 염수가 흐르네요 그래.

아우 냉커피가 너무 짜서 그래요.(...)

 

 

 

 

 

 

 

 

 

 

 

 

 

지금 노트북을 쓰고 있답니다.

서브 PC 한 대가 내내 탐났던터라 이래저래 집 떠나있을 일도 많은 이 시기에

덥석 산와머니에서 황금을 소환하여(.....) 하나 장만했죠.

 

 

 

 

MSI U-100, 배터리는 6셀, 컬러는 블랙으로.

자판에 반해서 컴퓨터를 잘 아시는 지인분께 여쭤본 뒤 거의 즉시 결정하다시피 했습니다.

연휴 직전에 받아들었지요.

 

 

 

 

룰루미늉 우주토깽님 사이즈와 비교해보아도 이 정도.

배터리를 더해서 1kg이 약간 넘는 경량입니다.

제가 들고 다녀도 별 무리가 없지요.

 

 

 

 

이쪽은 신국판 소설책과의 비교.

ㅋㅋ

 

이젠 공공장소에서도 거리낌없이 오덕질 예이!

...라는 기분으로 사자마자 열심히 애니니 드라마를 다운받고 작업용 프로그램들을 깔았습니다.

 

용량 한도까지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를 받고 있는데,

지나가던 동생이 묻더군요.

 

[언니 뭐 받아?]

 

[어. 너 안 보는 거.]

 

그 때의 제 대답은 무언가 잘못된 것이었던 걸까요.

제 대답에 저의 일반인 동생을 눈썹을 힘껏 일그러뜨리며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우, 씨. 너 이거 야동 보려고 샀냐?]

 

 

 

 

야이놈아!!!!!!!!!!!!!!!!!!!!!!!!!!!!!!!!!!!!!!!!!!!!!!!!!!!!!!!!!!!!!!!!!!!

 

정말이지 생각지도 않고 있었던 터라

억울함이 환율처럼 치밀어올라 저는 그만 욱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재빨리 부정했죠.

아니라고. 야동 생각도 안 했다고. 보라고. 다 다큐멘터리랑 애니메이션이라고.

 

그랬더니 제 동생 그 소리 듣고 하는 말이...

 

[원래 그래서범죄자가 재범을 일으키는 거래.

자긴 손씻고깨끗이 살고 싶어해도, 주변에도 그렇게 봐주질 않는대.

어쩌겠어.별 단 순간 좆된거지.]

 

 

 

 

 

 

 

 

 

 

 

 

 

 

 

 

 

 

나이 먹을만큼 처먹고 제가 가출했단 소문 들리거든

그건 다 제 동생 탓이려니 해주세요...

 

저, 별 달았군요.

저 달고 태어나지도 않은 좆 됐군요.

(달고 태어나지도 않고 ㅎㅁ병도 걸렸으니 뭐...)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여튼 저건 며칠 지난 이야기고요.

지금 당장 제가 쾌적하지 않은 데에는 사실 다른 이유가 있답니다.

 

지금 제가 산에서 지내면서 배정받은 방이...

몹시 좋답니다.

쌀월드 송파점보다 몹시 넓고 쾌적하죠.

 

 

  

 

 

심지어는 제가 꿈에도 그리던 로망인 다락방.

소파에는 두 명도 충분이 누워서 뒹굴댈 수 있답니다.

밤에는 옥매트 위에 매트리스 급의 폭신한 요를 깔고 자죠.

 

 

            

 

 

그리운 추억의 앉은뱅이 책상.

여기에 노트북과 연습장, 닌텐도 등 생활의 친구들을 올려놓고 이래저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책상 아래에는 숨겨온 ㅎㅁ 책들이 그득이고요.

 

옆에 휴지통하고 티슈 붙어있다고 너무 수줍은 오해 마시고요.

야동 안 받았거든요.

저 재범 안 될거거든요.

 

     

 

 

한쪽으로는 책이 그득.

ㅎㅁ책은 아니고 거진 동화책이니 위인전이지만 사실 동화책도 무지 좋아하기에

벌써 거진 다 읽었습니다.

 

 

 

 

책상과 오르간 사이로 난 문.

짧은 복도 오른쪽으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고,

정면으로 나가면 곧장 옥상입니다.

 

 

 

 

옥상에는 널찍한 정자가 있어 여름에는 여기서 자도 시원하죠.

기분탓에 서울보다 별도 조금쯤은 더 보이는 듯합니다.

빨래도 잘 말라요.

 

 

 

 

그리고 염원의 지붕.

저 뒤로 가면 V자 형으로 계곡처럼 되어 있어서 거기서 한밤중에는 전화도 하고 아주 신났답니다.

지붕도 경사가 꽤 낮아서 기분 내키면 올라가서 바람쐬곤 하지요.

 

더운 날 저 위에서 마시는 캔맥주 하나가 정말 비할 데 없어요.

 

 

 

 

주변에 주택가들도 있어서

지붕 위에서는 이런 풍경도 막힘 없이 볼 수 있습니다.

높은 건물이 없다보니 지붕 위에 누우면 그대로 하늘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주 시원하지요.

 

 

 

 

 

 

이렇게 좋은 곳에서

미니 노트북까지 사갖고 룰루랄라 하고 있으면

이건 또 염장 포스팅이 아니냐고요?

 

저도 사실 처음에는 또 자랑 포스팅을 하려고 했답니다.

미니 노트북 샀다고. 다락방에서 지낸다고.

 

그런데 말이죠....

 

여기 인터넷 선이 없어요.

다락까지 올라오질 않아요.

 

아래서는 항시 다른 사람이 컴을 도맡아 쓰고 있는데다,

저는 제 개인 컴이 있으니 이걸 뭐 어찌 하지도 못하는 거죠.

더군다나 이 집에는 무선 인터넷을 쓰지 않으니

그야말로 맨 컴퓨터만 들고 다니는 격.

 

그러다가 오늘에야말로 무선 인터넷이 잡히는 곳을 찾아 보겠다며

다른 분들이 잠든 틈을 타

다락에서 아랫층으로 내려가 거실과 주방 등을 샅샅이 뒤졌지요.

 

 

 

 

...없네?

역시 산은 산이고 인터넷은 인터넷이라.

 

농담이 아니라 두 걸음 떼고 새로고침, 두 걸음 떼고 새로고침 하면서

온 집안을 다 뒤지고 다녔습니다.

심지어는 계단까지도.

 

 

 

 

...그래도 없네...

 

그래도 저는 굴하지 않았습니다.

실외면 어떻습니까, 옥상에서라도 하면 그만이지.

옥상 입구까지 나가서 다시 켜봤습니다.

 

 

 

 

나와주세요 제발...

 

정자 주변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뭔진 모르겠지만 제가 다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제발 좀...

 

그러던 와중에!!!!!!

드디어 단 한 군데!!!!!

잡힌 겁니다!!!!!!!!!!!!!!!!!!!!!!!!!!!!!!!!!

 

 

일단은 천신만고 끝에 연결이 된 지라 너무 기뻐서 심봤다 싶었지요.

그리고 정확히 그 곳에 자리를 잡고 올라가 노트북을 들고

자판을 치며, 주변을 둘러본 순간.

 

 

 

 

저의 마음은 갈갈이 손에 들린 무처럼 곱게 갈리고 말았습니다...

 

 

 

 

 

 

 

 

 

 

 

 

 

 

 

 

 

 

 

 

 

저 지금 저 지붕 위에 앉아 있습니다.

(.......................)

 

여기 4층이예요.

(.......................)

 

아니 뭐, 노트북 둘 데도 있고 발을 둘 수 있는 막힌 곳도 있으니

비틀거리다 떨어질 일 따윈 로또맞을 확률로밖에 없으니 일단 안전하긴 한데.

(........................)

 

모기 모기 노란 모기 노트북에 앉지 마라

아이콘이 가려지면 병맛쌀이 포효한다

(........................)

 

 

 

 

 

 

나 지금 야밤에

남의 집 지붕에서 뭐하는 짓이라냐?!!!!!!!!!!!!!!!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지나가는 사람이 위로 흘깃 올려다봤으면

저 영락없이 미친년 아님 귀신이예요...........

잘봐줘도 짤방감......................

 

 

 

 

미니 노트북을 결제하면서 꾼 꿈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겁니다....

그러나 다른 스팟을 찾지 못하는 이상은 아마도 내내 여기가 제 지정석이 되잖을까 싶습니다.

 

그나마도 액정화면이라 대낮에 이 지랄은 못할거고

아마도 야밤에 여기 앉아서 애니 다운받고 블로깅하겠지요.

아 쩔어..................................

 

그나저나 이거 어른들한테 들키지나 말아야 하는데.

시집갈 나이 다 되더니 쌀이도 이제 살림 맡아도 되겠다며

가사일 돕는 거 되게 예뻐하시는데 야밤에 지붕에 쪼그리고 앉아 컴질하는 거 들키면

삽시간에 뭐 되겠군요.................................

 

밤바람은 그렇다치고

새벽바람은 차갑습니다.

 

심지어 여기서 컴질하는 동안

히어로군의 전화도 놓쳤군요.

어째 오랜만에 포스팅하고도 서러워라.

 

이미 오늘이 되어버린 목요일도 새벽같이 일어나야 하니

이만 방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모기님도 이제 그만 하세요.

 

그럼, 좋은 밤 되시기를...

그리고 누군가 이 건물 안에서 제발 무선 인터넷 좀 근시일 내로 써주시기를...

 

신청 안 하고 적당히 걍 빌붙어 쓸랬는데

왠지 서러워져서 네스팟 주말에 당장 신청해버릴지도...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서러움에 손가락이 곱습니다.

그럼 이만.

 

쟈하라독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