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
사부네 시골집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이전부터 놀러오라고 했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아 가지 못하고 있다가
마침 또 앞서서 스윗블랙 녀석이 가 있다기에
입을 옷만 챙겨서 슬렁슬렁 가을산 구경하러~
2박 3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었건만 즐거운 추억도 많이 만들고,
맛난 것도 많이 먹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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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가까운 동서울 터미널로 가서 버스를 타고 부안까지 내려갔습니다.
서너시간 걸리기 때문에 중간에 휴게소에 한 번 들러요.
정안 휴게소.
저희 친가도 정읍 쪽이다 보니 휴게소는 이쪽이 익숙하지요.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맛있고~
기분 좋게 햇살 쬐며 꿈뻑꿈뻑 졸다가 휴게소라기에
잠깐 내렸습니다.
고속버스 탈 때 휴게소에서 꼭 먹는 게 있거든요.
바로 이것!
호두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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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팥이 너무 많아서 조금 취향엔 안 맞았지만
따끈따끈하기만 하면 대략 OK!
잠도 깰 겸 에스프레소 커피와 곁들여서
바람 쐬고 햇살 쪼이며 냠냠.
...버스를 찍어두지 않으면 전 찾지 못해요(...)
기억력이 새랄까 새랄까 새라서(...)
이럴 때마다 폰카님께 엎드려 절한다니까요.
ㅜㅜ
여하튼 3시간 꼬박 달려 부안에 도착했고,
시내로 나와서 저를 기다려준 사부와 스윗블랙과 합류했습니다.
얼굴은 올리지 말라고 엄포를 받았으니...
시내에 들른 김에 마트에서 간단한 주전부리 거리들 장을 봐가지고
본격적으로 사부네 마을로 들어가는 버스를 또 탑니다.
6시쯤 되니까 밖은 이미 그라데이션.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사부네 집으로 가는 십여 분 사이에 찍은 컷입니다.
폰카라 거의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하늘에 제일 먼저 높게 떠오른 저 별은 아마도 금성님?
집에 도착해서 맛나게 사골만두국을 먹고,
돌아와 자리에 앉아서 각자 알아서 작업하기 분위기.
사부는 서플용 회지 원고 작업~
스윗블랙은 사부에게 가르침 받으며 배경 배우기~
저도 앉아서 이것저것 배웠습니다.
3점 소설이라고 그려보라고 내민 배경이
사실은 6점 소실이었음이 밝혀짐.
창작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스윗블랙.
찍지마 이놈아는 무시.
ㅋㅋ
라이트박스에 헤드뱅잉하면 못써요.
첫날은 그렇게 사이좋게 작업하며 새벽 늦게까지 노닐다가 잠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미 해가 중천.
사부네 아버님 어머님 뵙기 몹시 수줍은 시간대;;
야밤에 와서 몰랐는데,
밝을 때 보니 정말 전원 풍경이었습니다.
직접 딴 감을 저렇게 엮어 널어서 곶감으로 만들고 계시더군요.
아침을 먹자며 짜파게티~
사부의 짜파게티에는 고집이 있습니다.
사부가 해주는 짜파게티는 언제나 좀 고급이예요.
간단하게 먹자며 지단용 계란까지 부치는 사부.
완성작.
짜파게티 위에 오이와 자색양파 그리고 계란지단의 황홀함.
웡 진수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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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침을 다 먹고 나자,
사부네 어머님께서 귀한 손님들이라고
이웃 마을에서 닭을 잡아오라시더군요.
그래서 산너머 이웃마을로 고고씽
사부네 귀염둥이 반야.
단풍나무 아래의 집이 운치있습니다.
정작 마음씨가 더러운 쌀냄은 동물을 그닥 사랑하지 않아
슬슬 피해다녔지만요.
마당 풍경.
날 더울 때면 평상에 누워서 수박이라도 먹으며 별 구경하며 얼마나 좋을까요.
대야에 담긴 것은 무.
이것도 지극히 한적한 농촌의 느낌이 나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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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가 원고로 시달리는 탓에 거의 외출을 못 하고 있던 터라
정말 오랜만에 산책을 하게 된 반야가 날뜁니다.
저희는 끌려갑니다...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세탁실 겸 손님방이 있는 별채의 지붕 옆쪽은 단풍으로 아예 덮여 있었습니다.
저게 또 얼마나 운치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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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라면...울겠지만 ㅠㅠ)
이웃마을인 대소마을에 가려면 산을 넘어야 합니다.
그 마을은 2가구, 3명이 산다고 하네요.
서울촌놈 쌀내미, 처음엔 깜짝 놀랐었습니다.
반야는 사부와 스윗블랙 손에 맡겨두고 저는 촬영전담~
제 폰카와 스윗블랙의 디카를 들고 오며가며 찍습니다.
햇살 아래 묘하게 설명한 들꽃 한 송이.
폰카라 이 정도지만, 정말 하늘이 파랗고 예뻤습니다.
사실 입산금지.
그래서 등산로가 없어요.
길이 아주 예뻤습니다.
처음에 올라가기 시작할 때만 해도
이거 정말 환상적인 산책로네~ 라며 좋아했지요.
산 속에 들어오면 어찌 이리 모든 게 다 살아 숨쉬는 것 같은지.
덤불조차도 싱그럽고
우거진 나무들은 마냥 상쾌합니다.
사부, 모처럼의 V가 심령사진이 된 순간.
ㅜㅜ
중반쯤 올라와서 바위 위에서 사진 찍기.
마망께 보내드릴랬더니 MMS 가는 속도가 처참해서 포기했지요.
이 바위는 사자바위라고 한다는데, 유래는 모르겠습니다.
산 아래서 보면 무지 커요.
내려다보이는 경치를 보면 참 산이란 게 좋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몸이 하찮아서 그렇죠...
산 속이라 추울까봐 꽤 두껍게 입고 와서
결국 중반에선 다 벗어서 걸치고 다녔습니다.
운동부족이라 덥더라고요.
게다가 올라갈수록 경사가 장난이 아니라
나중에는 나무 사이사이 매어둔 밧줄을 붙잡지 않고서는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어요.
생명의 위협?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여튼 장하게도 한 번도 안 넘어지고(...)
대소마을에 도착.
사슴도 키우시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다가가니까 얘들이 겁을 먹었는지 스르륵 물러나는 겁니다.
"쟤들도 오덕은 싫은가보다."
하찮은 가슴 쌀냄 가슴에 못을 박는 스윗블랙의 한마디.
잠깐 반야를 맡았는데,
힘의 역학관계라는 걸 확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하찮은 인간력 2X세보다 장엄한 견력 1세가 훨씬 강했습니다.
움직이지 말아줘;; 제발;;;;;;;
반야가 작정하고 움직이면 저는 끌려다닐 뿐.....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집 뒤켠에 있는 닭 사육장에서 직접 닭을 한 마리 들고 오셔서
그 자리에서 잡아주셨습니다.
근데 이건 뭐 닭이 아니라 봉황?
깃이 정말 예사롭지 않았더랬지요.
잡는 것부터 피 빼는 일련의 과정까지 구경했습니다.
사진을 찍을 만한 광경은 아니어서 그 부분은 생략했고요.
닭 한 마디를 잡아서 피를 빼고 내장을 제거해서 주시기까지 15분 정도밖에 안 걸렸습니다.
그리고 아직 감이 남아있는 감나무에서, 먹으라고 단감을 몇십개나 따 주셨습니다.
아래에서 열심히 따서 주워왔지요.
떫은 거 하나 없이 어찌나 달던지
돌아오는 길에만 넙죽 두 개나 먹어치웠습니다.
경사로에선 오르막 이상으로 목숨을 걸었지만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그 닭으로 저녁에는 스윗블랙과 함께 닭볶음탕을 해서 먹었습니다.
감자 대신 고구마를 듬뿍 넣고,
자색 양파와 무공해 야채들을 아낌없이 썰어넣고
국물이 조금 많게 해서 닭볶음탕~
.......인데, 먹는데 급급해서 사진따위 아무도 안 찍었던데요.
이런 고기에 굶주린 여자들 같으니...
국물이 너무 맛있다며 다음날 아침에
고구마 썰어놓고 재탕까지 해서 먹었지요.
밥에 비비다 못해 말아먹었어요.
> <
여튼 그렇게 짧은 2박 3일을 마치고 쌀월드 송파점으로 귀환했습니다.
돌아와보니 택배님이 저를 맞아주시네요.
ㄹㅁ님께서 보내주신 ㅎㅁ 책들과
딸기님께서 보내주신 ㅎㅁ 책들.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겁나 좋아요 ㅎㅁ 엉엉
그러나 시간이 너무 늦어서 감사하다고 연락도 못드렸습니다.
날 밝으면 해 지기 전에 연락드려야죠...
> <
그리고 사부네 어머님 아버님께서 챙겨주신 건강식품들.
;ㅁ;
죽염.
하루에 4-5회씩 한 알씩 먹으면 몸에 좋다 하시면서
저희 마망 드리라고 주셨습니다.
봉황산삼.
영지버섯.
상황버섯.
그리고 사진은 깜빡했지만
쌀내미의 하찮은 위장 대장 소장의 필수품 매실 진액기스 1.8리터.
엉엉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감사하단 말씀밖에 못 드리고
이런 귀한 것들을 덥석 받아왔습니다.
매실 액기스 빼고는 모두 마망께 공물로 바쳤습니다.
저나 마망이나 저희 집 A형들은 하찮아놔서...
알아서 사립니다.
ㅜㅜ
오랜만에 시골 내려가서
일광욕도 하고, 등산도 하고,토종닭도 먹고...
좋은 경험 많이 했습니다.
시골집이 있으신 분들은 이렇게 가끔 여유가 되실 때 내려가 보세요.
저는 정말로 오랜만에 여러모로 리프레쉬가 되어서
아주 가뿐하게 올라왔답니다.
즐거운 한 때를 제공해준 사부에게 감사.
그러한 2박 3일이었습니다.
다시금 이제 서울이네요.
주말엔 코믹이고...
지금쯤이면 다들 잠자리에 누워 계시겠지요.
좋은 꿈들 꾸시길 바랍니다.
그럼 저는 이만.
쟈하라독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