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냐건 웃지요

아즈텍의 쌍둥이

찹쌀공룡 2007. 8. 10. 11:17

 

 

 

오랜만에 창고에 들어갔다가 '바나나피쉬' 와 '야차' 를 발견했습니다.

'바나나피쉬' 의 후속작인 '야차' 는 그렇다쳐도

사실 '바나나피쉬' 는 저희 시대의 명작이었지요.

씬없는 야오이로참 좋아했었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상작용을 거듭한 뒤

문득 예전에 한의원 다닐 때의 일화가 떠올라서 오늘은 헛소리 포스팅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쌍둥이란 조금 특별한 정도의,

타인으로 하여금 '재미있겠다' 란 호기심 정도를 유별하는 정도의 소재이지요.

일상에 아주 가깝게 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이 아닌 이상 알 수 없는 감각이 있다는 말 때문에

만화나 드라마의 네타가 되기도 하고 말이죠.

 

현재, 적어도 문명사회에서는 경외라던가 멸시라던가 공포의 대상은 아닌거죠.

 

그런데 아주 오래 전에, 그렇지 못했던 곳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곳의 이름은 '아즈텍'.

 

아즈텍에는 아주 독특한 풍습이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그 풍습이란 다름아닌 쌍둥이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아즈텍에서는 쌍둥이가 태어나면 일단 격리를 시킨다고 해요.

그 쌍둥이 가운데 한 명은 신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악마이기 때문에.

 

그렇게 떨어진 채로, 캄캄한 동굴 안에서

타인의 존재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로 쌍둥이들은 자라난다고.

 

심지어는 자신의 부모조차도 만날 수 없다고 합니다.

악마일지도 모르니까요.

 

여하튼, 시간이 지나 쌍둥이들이 자라 열 다섯이 되면,

그 마을 사람들은 각각 그 쌍둥이를 따로이 데려가 치장을 시키고, 무기를 쥐어준대요.

그리곤 동시에 밀실로 밀어넣는거죠.

 

어두컴컴한 밀실에서, 쌍둥이들은 자신의 분신을 태어나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자신의 얼굴조차 본 적이 없도록 자라니까요.

그들 눈에 비치는 건, 서로의 손에 들린 시퍼런 칼날 뿐.

 

그 좁은 방 안에서 두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조정된 살의뿐이고,

결국 사투 끝에 둘 중 한 명이 살아남습니다.

 

그럼, 결과적으로 살아남은 쪽은 '신' 으로 칭송받게 되죠.

악마를 물리쳤기 때문에.

 

그리고 악마의 피를 뒤집어쓴 신은 처음으로

어두컴컴한 동굴이 아닌 바깥세상에서, 몸을 씻으러 갑니다.

치장을 하느라고 이것저것 바른데다, 땀과 피로 지저분해진 몸을.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들여다본,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깨닫게 되는 거죠.

자신이 죽인 것이 누구인지를.

 

 

 

 

 

 

...뭐, 이러한 비극적인 이야기입니다.

야차에 나온 이야기죠.

 

한의원에서 사부와 함께 노닥거리던 몇 년 전의 언젠가.

한가로운 시간에 권태를 느낀 제가

대뇌피질 기억부의 일부를 되살려 사부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것입니다.

 

그런가보다, 하면서 사부는 이야기를 들었고

제가 이야기를 마치자 사부가 묻더군요.

 

"저기, 쌀아."

 

"응?"

 

"만약에 말인데..."

 

"응."

 

 

 

 

 

 

 

 

 

 

 

 

 

 

 

 

 

"세 쌍둥이나

 

네 쌍둥이나

 

다섯 쌍둥이나

 

혹은 그 이상이태어나면 어떻게 해?"

 

 

 

"...어? 어, 그야-"

 

 

 

 

 

 

 

 

 

 

 

 

 

 

 

 

 

 

ㅅㅂ

 

...생각도 못했다...

 

갑자기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기적의 일곱 쌍둥이 순산] 같은 게 떠오르고

[세상에 이런 일이] 라던가에 나온 뉴스들이 떠오르더군요.

 

이 생명의 신비에는 어찌 대항할 거냐, 아즈텍.

개싸움이냐.

개싸움인거냐.

 

한참 나름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데

사부가 잠시 갸웃하더니

가벼운 어투로 말하더군요.

 

"그럼 역시 그 수밖에 없나..."

 

"어라? 뭔가 있는거야?"

 

"응, 그야 뭐 이런 경우에는 역시

토너먼트밖에 없지 않겠어?"

 

 

 

 

 

 

 

 

 

 

 

 

 

결국 개싸움이냐...

대전표를 해서 여하간 강한 놈만이 살아남는다 이거지.

(그런데 어째 이미지는천하제일 무술대회.)

 

그런데 이것도 잠시.

그것도 문제가 있더군요.

만약에 그 여럿의 쌍둥이들이 2승수가 아니거나, 홀수이거나 하면?

 

그걸 말하고는 또 같이 고민했지요.

(당시의 한의원이 얼마나 한가했는가를얼마나 쳐 놀았는가를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나온 결론.

 

 

 

 

 

"다이스 굴려서 부전승."

 

 

 

5 쌍둥이면 5 다이스,

6 쌍둥이면 6 다이스,

7 쌍둥이면 7 다이스,

15 쌍둥이면 15 다이스...

 

...야, 무슨 TR도 하겠다.

ㅜㅜ

 

그렇게 한가로운 한 때를 보내며 나름 즐겁게 웃었지요.

실제로 토너먼트가 되고 다이스를 굴리게 되면

그야 웃지 못할 일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난감한 아즈텍.

 

그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인데,

사실 최근에 세간에 떠도는 모 영화의 포스터를 보고 있자니 새로운 생각이 또 들더군요.

쌍둥이도 쌍둥이 나름.

 

 

 

 

[샴 쌍둥이면?]

 

┐-

 

 

 

 

 

 

 

 

 

묻어요.

┐-

 

 

 

 

 

 

오늘도 인간의 상상력이랄까 부산물 망상력의 한계를 치닫는 하루였습니다.

갑자기 떠오른 잡담.

그러고보니 요샌 잡담도 적었던 듯해서.

 

슬슬 두 시 반이로군요.

저와 같은 생활패턴을 갖지 아니하신 분들 가운데 대부분은 지금쯤 좋은 꿈들 꾸고 계시기를.

그리고 저와 같은 생활패턴을 가지신 분들은 즐거운 감상 및 작업 되고 계시기를.

 

저는 이만.

쟈하라독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