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의 여름 - 02
이제 막 시작된 여름처럼
풋풋한 15세 버젼의 이야기.
짤막하나마 또 이어봅니다.
* 일본식이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보셔야 합니다.
[15의 여름 2 / 하루카 집안(遙家)]
[푸른 하늘, 흰 구름
읿일본의 여름, 금빛 새의 여름
벌레를 잡는 선향의 향기 또한
오랜만인,
잿빛의 여름- ]
여름의 나레이션이 뜨는 한편,
다이치는 컴퓨터에다 끝없이 [만나고 싶어] 라고 타이핑을 하고 있다가
문득 스스로가 하는 짓이 좀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머리를 쓸어올리며 한숨을 쉽니다.
'관두자. 수험 노이로제 같잖아.'
라비를 만날 수 없다는 스트레스가 가장 소심한 방향으로 폭주중인 15세의 다이치.
그런 다이치를, 그의 남동생 히로타카가 부릅니다.
"형."
"히로타카."
"....."
* 하루카 동생 (히로타카)
12세. 이과계열의 형과는 반대로 문과의 성향이 강함.
성격은 온화하고 몸이 조금 약하다.
"형 말이지, 문에 열쇠 정도는 좀 채워두지 그래?
슬슬 좀, 그런 나이잖아, 형도?"
"뭐가?"
"하하. 형은 정말이지 담백하다니까-"
15세면 한국식 나이로는 16세,
고로 중3에서 고1로 넘어갈 시기이니
한참 성적으로 관심이 들끓을 때인데
정작 프라이버시 하나 없이 덤덤한 형 다이치에게
동생 히로타카가 도리어 이걸 어쩌나라는 표정을 짓습니다.
"무슨 일이야?"
"아? 응. 엄마가 오늘밤 저녁에 뭐 먹고 싶은 거 있냐고 해서."
그런데 갑자기 다이치의 안색이 바뀝니다.
"다 좋아. 그런...거?
...어이."
'설마-'
"응?"
"너...뭐 갖고 있어?"
"에?"
잠시 대화에 따라가지 못했던 히로타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뒤적뒤적 꺼냅니다.
"아아! 이거...
엄마가 오늘 아침에 왔는데
형한테 주는 걸 깜빡했다고해서."
'그렇지만'
"자, 여기."
'그럴 리가 없어.'
'그래, 지금까지 한 번도-'
'답장조차도...'
"라..."
"형? 왜 그래?"
"라비가 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씽 하니 방에서 사라진 다이치.
"......."
그리곤 아래층에 내려가 엄마에게 저녁 식사 준비를 부탁합니다.
"엄마, 오늘 저녁 식사 1인분 추가 부탁해요."
"왜 그러니, 잠깐만 다이치..."
[라비가 와]
그리고 뒤늦게 히로타카가 들여다 본 편지에는
영어로 딱 한 마디만 적혀 있었습니다.
[마중 나와]
'...어떻게 이걸로 오.늘. 라비가 온다는 걸 알 수 있는 거지?
날짜도 시간도 이름도 없어;'
*여기서의 설정은, OVA에서 라비가 지구에 온 이야기는 빠집니다.
더불어 TV판 마지막에서 라비가 지구에 관광온 것도.
순수하게, 라비는 지금 처음 지구에 온 것이 되죠.
그 말을 들은 다이치의 어머니는 조금 당황합니다.
"어머, 어쩌지. 갑자기 그런 소릴 해도...
라비군 뭘 좋아할까."
[15의 여름 3 / 셔틀 공항 ]
"오늘 달에서 온 셔틀편은 모두 종료했습니다."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미소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안내원에게, 다이치는 머쓱하게 대답합니다.
'공항에서 나가버린건가...아냐, 기다려봐.
생각해보니 오늘 온다고 쓴 것도 아니고...
혹시 달까지 마중 나오라고 한 걸지도 몰라.
그 녀석이라면 그러고도 남지.
하긴...생각해보니 그 녀석이 지구에 올 수 있을 리가 없지.
무려 '마리우스 님'이시고...'
훌쩍 시선을 보낸 포스터는, '토끼인간 현상금 포스터' 였습니다.
'이런 상금이 붙어있는 판에,
할머니들(브이메이 & 이마크 & 사유리 등)이 라비를 혼자서 보냈을 리가 없지...'
그렇게 혼자 납득하다 멈칫.
"에? 라비!?"
뻔뻔하게도 그 포스터 앞에 서 있는 라비.
"대체 몇 시간이나 기다리게 한 걸로도 부족해서
바로 눈 앞에 두고 못 찾아봐?
배짱 한 번 좋군."
나름 성질이 났다는 표정으로 투덜거리는 라비 실물.
'꿈이 아니야! 진짜 라비다!'
"아팟!
아프다면서도 일단 좋아합니다.
"왜 그런 데 서 있었던거야? 위험하게스리."
하필 포스터 앞이냐고 묻는 다이치에게
라비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합니다.
"눈에 띄잖아?"
[15의 여름 4 / 하루카 집안(속) ]
라비를 맞이해 온 저녁 식탁위에는 오로지 당근 요리 뿐.
긴장한 엄마.
'머..먹어줄까?'
마찬가지 할아버지.
'흠...잘 생겼구먼.'
역시 똑같은 동생.
'아, 정말로 귀가 있네.'
한편 다이치는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곤 해도 당근밭이 된 식탁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아마도 이 집에서 이렇게 식탁이 화려한 건
처음이겠지.'
한편으론 조금 엉뚱해보이는 식단에, 라비는 그렇게 생각하며
가족들의 긴장을 풀어주듯 빙긋 웃어보이곤
숟가락을 듭니다.
"잘 먹겠습니니다."
옆에서 다이치는 얼굴을 빨래판으로 만들고 있고요.
엄마는 라비의 그 반응에 겨우 안심하고 웃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
할아버지는 손주의 애인을 같이 한 잔 하지 않겠느냐며 술로 꼬시고,
라비는 좋다고 따라갑니다.
"엄마."
"왜?"
"내일부터 라비 먹을 거, 우리 먹던 대로 해줘도 괜찮아.
저 녀석 좋아하는 거 오므라이스거든."
"아아. 그러니?
네가 달에서 돌아온 뒤로 당근을 먹기에,
어지간히도 달에는 먹을 게 없는가보다 했지..."
그렇게 말하며 약간 얼굴을 붉히는 어머니.
라비가 시원하게 술을 들이키는 것을 보고,
할아버지는 마음에 드신 모양.
"할아버지, 그 녀석 술 주지 마세요,
말술이란 말이예요."
한편, 다이치의 어머니는
15세 아들의 남자 애인을 처음 본 어머니 입장으로서는
심경이 복잡할 법도 한데...
라비 자체에 만족했는지 흐뭇해 하시는 듯합니다.
한편, 시간이 더 지나 다이치의 아버지가 귀가하십니다.
"오셨어요, 당신♡"
"음?"
구두를 벗을 도구를 건네주는 어머니의 기분이 좋아보이자,
아버지도 웃으면서 까닭을 묻습니다.
"오늘은 기분이 꽤나 좋아보이네."
"다이치의 달 친구가 왔어요."
"달...?"
"라비군이요.
굉장히 귀여워요. 진짜로 귀도 달렸고요."
태평한 어머니와는 별개로,
아버지는 그 순간 평정심을 잃었습니다.
"뭐야?!!"
한편, 2층의 자기 방으로 올라간 다이치와 라비.
어째서인지 라비가 할아버지와 술 한 잔 한 것에 다이치는 화를 내고 있는 듯 했습니다.
"...왜 성질인데? 술 정도 가지고."
"별로."
다이치의 그 태도에, 라비 또한 발끈합니다.
"흥. 내가 온게 그렇게 마음에 안 든다면 안심하시라고.
내일이라도 돌아갈..."
말을 다 끝맺기도 전에 뒤에서 살포시 끌어안는 다이치의 두 팔.
"어이."
"........"
그렇게 분위기 잡고 있는 한편,
아버지는 여전히 아래층에서 끓고 계셨습니다.
"당신도 참. 그러지 마세요."
"시끄러워! 대체 어떤 호모 녀석이
남의 아들을 꼬드겼는지 봐야겠어!"
...15세 아들내미의 남자애인을 꼭 눈을 보셔야겠답니다.
뭐...평범한 아버지시니 그럴 수도...
"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간 아버지.
그리고 자신의 아들과 그 아들 아래서 폼 잡고 있는 아들의 애인을 발견한 아버지.
하얗게 굳었다가 거품을 물고 파랗게 되어 쓰러지는 아버지.
ㅜㅜ
"어머, 당신!"
"와앙, 아빠 죽지 마-"
"어이, 정신 차려라!"
[올해 여름은-]
Q. 아래층에서 난리난 가족들을 방관하고
다이치는 과연 무얼 하고 있었을까요?
[일대 파란이 일어날 것 같다.]
A. 자물쇠를 달고 있었습니다.
+
그것도 전자 록
+
거기다 리모콘까지.
* 이 시점에서, 다이치의 어머니는 다이치와 라비의 관계를 알고 있습니다.
이후에 '15의 여름 5회'의 리뷰에서 좀 더 상세한 설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시간적인 순서는 조금 바뀌어있으나,
책의 순서 그대로 리뷰하고 있는 것이니 양해 바랍니다.
가족들의 라비와 다이치의 관계를 알게 된 것은,
좀 더 이전의 이야기로
그것은 다음 리뷰에서 자세한 사정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겁니다.
나름 이 부분은 개그랄까, 좀 풋풋하고 따뜻한 이야기라
저는 전체적으로 '15의 여름'은 참 좋아합니다.
찰스다윈에서, 또 다시 시작된 그들의 '진정한 싸움'과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라서요.
이런 분위기의 '15의 여름'
비록 올해 여름은 지났지만, 찬찬히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오늘 리뷰는 여기까지.
즐거운 밤들 되시길.
쟈하라독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