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월드 수난기
불과 두어 시간 전-
쌀내미는 모니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클릭하며
폐인으로의 지름길을 일변도로 전진 사투를 벌였습니다.
결과는...이라고 하면.
...패배했습니다.
져버렸습니다.
낙찰 못 받아냈습니다.
뼈와 살이 분리되는 듯한 아픔을 참아내며 F5를 클릭했으나
저는 패배곡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옥션이여...!
오늘 저의 관건은 바로 요놈.
아직 아직 쌀월드에서 계속되고 있는 idea 의 하가렌 동인 열전.
이번 입찰건수는 'MP'
커플링은 알에드로-
케이스가 있는 2권짜리 북이었습니다.
...케이스 있는 거니까, 가서 산다고 해도 어차피 돈 좀 써야 할 테고.
시작가가 200엔이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습니다.
이거 말고도 다른 시리즈도 좌라락 있었고.
여하간 케이스까지 붙은데다 시작가가 너무 착한
이 책을 어제부터 눈여겨 봐뒀던 쌀내미.
종료시각은 10시 40분.
10시 20분이 되자 컴을 켜고 자리에 앉았습니다만-
이미 그 시점에서 610엔에 입찰자 4명.
뭐, 각오했던 바다- 라고 생각하고는
제발제발이라며 30분까지 기다려보는데-
┐-
순식간에 가격은 천 엔이 넘고.
입찰자수가 순식간에 불어남과 동시에 가격은 몇 배로.
나중에는 어차피 손에 닿지도 않을 놈의 거
얼마나 팔리나 어디 보기나 하자 하는 심정으로
F5 클릭클릭.
그리고, 결과.
어제의 입찰자수 : 4명 , 종료시 입찰자수 : 19명.
시작가 : 200엔, 종료가 : 2400엔.
입찰자수는다섯배에 가격은열두배로 뛰었군요.
잊지 못할 겁니다.
네, 오래도록.
(지난번 쪽도 2000엔까지만 사겠다고 바득바득 별렸다가
하루만에 2100엔까지 올라서 포기했더니
결국 2100엔에 그대로 낙찰되었더라는
각혈어린 뒷담이;)
뭐, 그리고 이건 별로 상관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생각해보니 자켓을 보는 건 처음인지라 잽싸게 올려봅니다.
시신덴의 JANE '오펠리아 나이트' 드라마시디.
미개봉 상태의 것을 3150엔에 누가 올려놨더군요.
조금 끌렸지만 하필 오펠리아야- 라면서 패스.
케이론의 흔적이라면 건드렸을지도요.
(오펠리아 나이트라면 본편에서 가장 서비스가 적은
바로 그 에피가 아닙니까;)
여하간, 오늘도 아픔이 많은 밤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한 가지 입찰건수를 주말즈음에 남긴채로.
(정신 못 차렸단 겁니다;)
BL의 신이여.
제게 미소를!
지를것이 있어 고민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지름에 대한 욕구 자체만을 가졌단 것으로도
인간은 행복한 것이라고
휘긴경혹자는 말씀하셨습니다.
...믿습니다!
┐-
참, 그리고 내친 김에 전혀 상관없는 잡담도 하나.
...나름 재미있었으니까.
쌀내미는 질문을 자주 하는 건실한 일어과생입니다.
학구열에 불타올라 종잡을 수 없어 그런 것이라면
그 얼마나 바람직하겠느냐고 하겠지만
쌀월드를 3회 이상 방문하신 분이라면 쉬이 짐작할 수 있듯이
제 일어의 태반은 애니메이션과 BL에 기초된 것입니다.
거의 매 수업마다 하나씩 질문을 들고가 묻는 쌀내미.
뭐, 나름 열심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불문이라는 거죠.
엊그제의 일이었습니다.
사쿠스즈이 쨘쨘쨔라라에서 도무지 확실하게 들리지 않는 두어 부분이 있어
대강 일단 적어간 쌀내미.
50대의 지긋한 남자분 원어민 K 교수님께 여쭙니다.
애니메이션 관련 이야기인지라 확 오지 않으신다면서
괜찮다면 음원을 들려줄 수 있겠냐고 하시더군요.
뭐, 중간 부분 파트만이라면 괜찮겠지- 라고 생각해버린 저.
쭐래쭐래 연구실로 따라갔습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스피커를 연결하고- 볼륨을 높이는 동안
블로그에 들어와서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파트를 찾고 있는데-
K 교수님 왈.
'그냥 다 듣게 놔 두십시오. 처음부터 들어야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을테니.'
'...네?'
순간 허걱.
한국어를 조금 (아니, 꽤나...) 아시는 교수님.
'어라, 가사가 있네요?'
...있지요. 제가 받아적어 놓은 가사.
┐-
여하간 스피커를 타고 쨘쨘쨔라라는 울려퍼지기 시작하고-
가사가 흘러나오자 고개를 돌려버리고
아예 푸른하늘을 바라보는 쌀내미.
링겔 킥-!!
링겔 빔-!!
...집에 보내줘...
그 상황에서도 웃겨서 고개를 돌리고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는데
교수님, 돌리는 방법을 모르시는지라
그 상태로 두 번을 더 들으시더이다.
난감함의 강을 넘어 바다로 흘러든 제 표류정신.
여하간 질문은 끝을 맺었고, 나름 해답을 받은 채로
교수님께 인사를 드리고 밖으로 나오려는 쌀내미.
교수님께서 잘 가라시며 인사를 하면서
여느 때와 같이 평온하고 유머러스한 얼굴로 툭, 말씀하십니다.
아니, 폭탄을 던지십니다.
"米さん.오타쿠였군요?"
오타쿠
오타쿠
오타쿠
오타쿠
아녀!!!!!
너무 교수님 얼굴이 평온하고 인자해서 순간 잘못 들었는가 했어요.
"米さん. 김치찌개를 좋아하는군요." 라던가
"米さん. 오늘은 치마를 입었군요." 정도의 억양으로
대뜸 날아든 폭탄.
여하간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어댑니다.
(여기서부터는 대화 그대로 적어봅니다.)
"아닙니다! 교수님, 오해예요! 저는-"
"괜찮습니다."
"아뇨, 그러니까-"
"괜찮다니까요. 자- 가슴을 펴세요."
"...하아?"
"현대의 일본을 일으켜 세운 것은 바로 오타쿠들입니다."
"...교수님..."
전 안 세웠거든요?!!!
┐-
우리대학 일어과 오타쿠의 이미지는 혹독하단 말입니다.
안경을 쓰고, 2:8 가르마에 땀이 많고 부채를 들어야 하며
손에는 건담 또는 미소녀 화보집을 들어야 하고 지저분한 면바지에
쓸데없이 눈에 띄는 거슬리는 행동이 있어야 한다고요.
...엄격해요.
(반 이상 진심임을 밝혀둡니다...)
여하간 그러한 이야기.
뭐, 아직은 근성 덜 죽었으니
옥션도 질문도 남았다는 심정으로 나아가렵니다.
삶이 곧 정진이어야 할 것.
파도는밀려 오는것이 아니라
밀고 오는것입니다.
(...은사님 말씀을 지름신과 BL의 정진의 용도로 도용해도 되는걸까...)
포스트를 쓰는 와중에 빅뉴스가 들어왔으니 급히 다음 포스팅으로.
어째 오늘은 신났군요.
다음 리뷰나 할 일인데. 허헛.
그럼-자하라독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