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중 - 08
대망의 마지막 날입니다.
엊저녁에 민박 주인 아저씨와 이야기가 된고로
기쁘게도 짐이 해결되었습니다.
숙소에 놔두고, 새벽에 와서 가져가라시는군요.
어차피 공항 가려면 아침 일곱시엔 출발해야 할 판이라서
그리 말씀드렸더니 짐을 맡아 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기쁘게도 가방 하나만 들고 룰루랄라.
현재는 그리하여 신오쿠보 바로 앞에 있는
정체불명의 약간 구리구리한 만화카페입니다.
다른 데보다 월등히 싼데다, 입지 조건의 유리함에 이곳으로 결정했지요.
밤 11시 - 아침 7시까지 나이트팩으로 1200엔.
오늘은 밤새고 컴하면서 그림이나 그리려고요.
사실, 지금 여기서 더 놀고 싶은 마음 반에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 반입니다.
놀 거 생각하면 당연히 여기 더 있고 싶지만
일주일 넘게 펜을 안 잡았더니-
손이 괴롭습니다.
선에 힘이 안 들어갈 것만 같은 이 느낌.
게다가 틈틈히 찰스다윈을 다 본 덕에 다시 머릿속은 그랑죠 일색.
하여간 오늘은-
반다이 뮤지엄 다녀왔습니다.
조금 시골이랄까, 하여간 좀 멀어서 다른 일행은 놔두고
건담건담- 거리며 쌀내미 혼자 외국서 룰루랄라.
실은 정말로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욘석들 먼저 보내고 2, 3일- 하다못해 하루라도.
혼자서 외국서 멋대로 돌아다니기.
하지만 여기-
왠지 너무 익숙해서 외국감각 그다지 없어요.
OTL
고져스한 일일생활 삽시간에 포기.
JR 야마노테센을 타고 닛뽀리에서 조반센으로 갈아타고 마쯔도까지.
동쪽 출구로 나가니 바로 왼쪽에 보였습니다.
반다이 뮤지엄.
화면에서 갓챠만(=독수리 오형제) SD 틀어주고 있어서 무지 반가웠어요.
그리고 습관대로 최상층인 8층부터 올라가서 구경합니다.
8층에는 건담 굿즈 관계.
엘리베이터를 타고 따악 내리자마자
샤아 전용 자쿠 발견.
사이즈는 쌀내미보다 조금 작은 정도.
역시 쌀빔 발하면서 카메라를 들이대다가
자프트 제복을 입은 여드름 형님 점원과 눈이 마주쳐 버렸어요.
결코 귀엽다고 말할 수 없는 얼굴로 어색하게 씨익 웃어요.
그러나 어쩐지 촬영에 제지가 없었습니다.
아싸.
여긴 촬영금지 아니구나.
그때부터 미친듯 찍어댔습니다.
지금 여기 만화카페 컴퓨터, 점원 몰래 하드 들어내서
뒤편에 고요히 자리한 USB 포트를 찾긴했는데-
...윈도우가 구식이라 프로그램을 깔아야 할 모양.
연결상태에서 카메라를 켜도 이 컴님은 묵묵부답.
바봉.
고로 사진은 돌아간 뒤에 한꺼번에 좌라락 올리겠습니다.
사실 여기선 좀 많이 찍었거든요.
재미난 상품이 많아서.
일단 건담 피규어들은 기본에다- 사이즈별로 있질 않나,
액션 피규어가 있질 않나,
의상에, 온갖 뽑기에, 캐릭터 굿즈에-
눈 돌아가게 해서 사람을 죽인다는 새로운 살해법을 발견해낼 날이 머지않은 반다이.
힘내요.
그리고나서는 대강 좀 진정하고 겨우겨우 다음 구경을 위해 5층으로 간 쌀내미.
거기도 역시 캐릭터 굿즈.
여기, 돈 내는 거 말고는 전부 굿즈관뿐이라고 절규하는 쌀내미.
하지만 안 볼 수는 없었습니다.
5층에 내리는 순간-
프리큐어 실사이즈 돌이 있었으니까.
그 옆에는 울트라맨도.
좌악 둘러보며 또 가면 라이더와 전대에 쌀빔 방출.
필사적으로 손이 부들거리는 것을 참아요.
주머니는 4차원과 연결되어서 어디론가 부르다가 내가 죽을 돈님들 다 사라졌으니까.
친구에게서 부탁받은 케로로 열쇠고리.
정말 필사적으로 도쿄 시내를 뒤졌지만-
핸드폰 고리만은 없었다는 기묘한 현실.
인형에다 책받침에 유리잔에 배낭에 필통에 샤프에 방석에 부채에-
다 있는데 왜!!!!
정작 부탁받은 핸드폰 고리만 없느냐고?!
결국 포기하고 케로로 샤프펜슬 구입.
...이래뵈도 마쯔도 반다이 뮤지엄서 사온거라고 실컷 생색이나 내는 수밖에요.
(...랄까, 제발 기쁘게 받아줍쇼. OTL)
그리곤 다시 7층으로 올라갑니다.
층수가 좀 제멋대로지만 그러려니 하세요.
올라가면서 인테리어에 다시 한 번 감동.
반다이, 네놈들은성공했다.
네놈들은승리자다.
혼자서 뮤지엄 한가운데 서서 부들거리는 묘한 외국인 여자를
무관심한 눈으로 바라보는 경비원 아저씨.
오늘 참 여러번 뵈었어요.
어쨌든
입장료 500엔이 있는 건담 뮤지엄에 들어가 봤습니다.
입구에서 팜플렛이라던가 하는 것 없이 입장료만으로 500엔을 내고
군복을 코스튬하고 있는 입관인에게 표를 건네주고 들어갑니다.
1룸은 콜로니. 1/30000 모형으로 된 콜로니와 그에 대한 설명.
2룸은 자쿠. 1년 전쟁 때 실제로 기동했던(이라고 설명된)
자쿠의 머리모형이 있어 대감동.
라이트가 들어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는 미니어쳐로 된 자쿠 양산공장.
줄지어 주욱 콘테이너 위를 지나가는 자쿠가 보이는데,
좀 보고 있으면 샤아 전용의 붉은 녀석도 있어요.
3룸은 RX-78 에 대한 각 파츠 설명.
4룸은 휴먼 사이즈로 개량된 MS GUN 슈팅 코너.
1회 500엔이라길래 그냥 옆에서 구경만.
그리고 그 옆에는 콕핏트 내로 들어가볼 수 있는 코너.
물론 역시 유료로, 촬영료 500엔.
수트를 골라입고 들어갈 수 있는데다
아무로가 왠지 친절하게 서 있어서 조금 고민했지만
4차원으로 뚫린 지갑의 현실이 쌀내미를 막아줬어요.
그리고 왠지 무진장 기뻤던 원화 코너.
...라고는 해도 열 장 정도였어요.
샤아가 많아서 기뻤던 기억.
그 옆에는 상반신뿐이지만 실사이즈 RX-78 모형.
역시 돈을 내면 눈까지 맞춰 올라가볼 수 있지만
옆에서 구경하고 있자니 간단한 설명과 더불어 눈높이가 조금 달라지는 것뿐.
허무하게도 그걸로 끝.
사진 올린 것을 보면 더욱 자세히 알 수 있겠지만
500엔 치고는 참으로 허무했던 건담 뮤지엄.
왠지 마음이 허무해져서 잠시 달랠 겸 지하의 아니메이트로.
게임룸과 함께 이어져 있어서 잠시 구경.
신발매된 북두의 권 대전게임과
건담시드데스의 메카 대전게임 잠시 구경.
...대전은 역시 메카보다는 마쵸들의 향연 쪽이 좋아요.
(물론 누님과 로리가 적당히 믹싱되면 더욱 호감도 업!)
아니메이트에서도 역시 굿즈 때문에 눈 돌아가는 사건 발생.
테니프리부터 갓슈벨에 블리치에 마왕에-
하여간 말도 못하게 다양한 굿즈들 또 잔뜩.
매장도 좁은 주제에 왜 이리 잘 갖춰놓은거냐!!
-라고 같잖은 시비를 걸어버렸습니다.
...그리곤 다 사진 찍었어요. 닛힝.
잠시 쉬면서 자판기에서 무진장 달아보이는 쵸코빵을 뽑아
쿠우병에 담아온 물과 함께 으적으적.
그리고 앉아서 애정의 그랑죠 끄적끄적.
애정으로 충전된 쌀파워를 가슴에 안고
다시 고고.
마지막으로 간 곳은 캐릭터 월드.
500엔의 건담 뮤지엄이 별로였기에
300엔의 캐릭터 월드는 더욱 별로가 아닐까 고민했지만
일단 온 김에 다 봐야지 생각에 입장했습니다.
그러나 입장하는 순간.
모든 상념이 다 날아갔습니다.
울트라맨관부터 시작.
강력광선 비비비비.
온갖 피규어들을 다 모아놓은 그 광경에 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던 쌀내미.
...라곤 하지만 사실 쌀내미 울트라맨은 그닥 잘 몰라요.
그래서 잽싸게 앞으로 가서 가면라이더.
...당신들 최고다. 최고다. 최고다.
온갖 액션 피규어에 라이더 바이크도 실사이즈로 두어 대 있었습니다.
마후라가 쌀내미 울렸어요.
그리고 나서는 오늘 건담 굿즈관 이후로 최고로 눈이 즐거웠던
전대관.
1대 고렌쟈의 다섯 전사의 실사이즈 인형부터 시작해서
데카렌쟈 모형까지.
마스크맨이나 후레쉬맨같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전대들도 물론.
신나서 마구 셔터 눌러대기.
입으로는 노래 따라 부르기.
쥬렌쟈랑 덴지만 노래가 역시 가장 좋아요.
그리고 나니 뭔가 미소녀 캐릭터 쪽으로 넘어가는 듯.
세일러문 실사판으로 맘상하게 시작했지만
판다 Z와 마징가를 보는 순간 마음 화악 풀렸습니다.
마징가 역시도 주제가를 틀어놓고 있어서 내내 따라부르며 촬영.
그 뒤로는-
대략 프리큐어와 캔디캔디, 세일러문 등등.
어째서인지 조금 시들해졌다가 나오는 길 직전에 발견한
고질라와 철인 28호가 조금 반가웠습니다.
실은 6시에 가면라이더 악수회가 있었는데,
이케부쿠로에서 약속 있어서 그냥 왔습니다.
사실- 아상 악수회면 모를까 실제로 라이더 캐스팅 배우가 오는 것도 아니니
관심 없고요.
잽싸게 나와서 역으로 돌아가 이케부쿠로로 향한 쌀내미.
내리고 보니 시간이 조금 남아서
다시 마음의 고향 만다라케로.
반다이 뮤지엄에서의 촬영 자유 추억을 한껏 되살려 점내를 몇 컷 찍다가-
점원에게 걸렸습니다.
아, 역시.
가는 길 사진 혹시나 싶어서 찍어뒀으니까 자세히 올릴게요.
아- 그리고 만다라케 동인지 코너를 가실 분들을 위한 작은 팁.
1. 서클명 확인
2. 계열 확인(애니메이션, 무대, 코믹 등등)
3. 커플링 확인
4. 발행일 확인.
4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어느 만다라케건간에 책이 다 비닐 포장 되어있어서
직접 내용을 보고 사지는 못해요.
미리 다 알아보고 가서 사야한다는 필사적인 단점.
단, 내용면에 있어서 점원에게 확인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점원이 확인할 뿐, 손님에게 보여주진 않습니다.
하여간 오늘도 갈릴레오 6권은 못 찾았습니다.
새로 찾은 것 없음.
쓸쓸하게 무너지는 가슴 안고 돌아와-
일본에 거주하는 지인분을 만나 맛난 저녁 얻어먹었습니다.
메트로폴리탄 호텔인가에 있는 차이니즈 레스토랑이었는데-
본격적이라 놀래버린 쌀내미.
코스요리 얻어 먹었습니다.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먹는 800엔 이상의 식사에 말도 못하게 감동.
아- 이래서 이 나라에 미식가가 많은걸까, 잠시 생각.
요리 하나하나가 향도 맛도 식감도 시각적 만족도도 거슬리는 것이 없었어요.
한 가지 문제라면-
양이 적었습니다.
OTL
그러니까 쌀내미 무진장 잘 먹는다니까요.
하여간 정신적 만족감에 대강 가려져서.
타국에 놀러온 기념이라고
기모노 재질로 만들어진 머리끈까지 선물받았어요.
그에 비해 연하장 하나 달랑 써간 쌀내미.
그랑죠 책 나오면 보내드린다고 주소 받아놨습니다.(........)
일행들과 만화카페 앞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해서
길거리에 앉아서 그랑죠 그리기 시작할 쌀내미.
가끔 취객들이 건드리고 갑니다.
외국에서 연습장 펴놓고 그림 그리기.
또 하나 해봤군요.
그것도 또 나중에 포스팅, 포스팅.
사진이 없으니 오늘도 글줄뿐이로군요.
대체 왜 이리 낮은 수준의 윈도우인거냐, 피시방!!!
(...만화 카페라며;)
...월광천녀나 보렵니다.
여긴 27권까지 진열되어 있군요.
참, 아까 아니메이트서 흘끗 보기로는 호에로 펜 신간 나왔던데요.
앞에 '신' 붙여서. 3권까지.
여러가지 이유로 오늘도 사진없는 밍숭한 포스팅이 되고 말았습니다만
오늘 아침엔 드디어 귀국입니다.
돌아가면 일단 좀 퍼져자고, 짐 정리한 후에 또 사진 찍어서
잽싸게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세관 검사는 잘 통과했는지 여부도요. 껄.
그럼, 다가오는 이밤도즐거운 매지컬되시기 바랍니다.
쟈하라독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