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여름 코미케 여행기 - 05
이날은 원래 같이 다니던 Y양과 따로이 헤어져
각자 일본에서의 지인을 만나 알아서 놀고,
저녁에 신쥬쿠에 들러 돌아와 다함께 저녁을 먹자- 라는 것이었습니다만.
저는 애당초 지인 끌고 이케부쿠로 순회 다시 할 생각이었지요.
=ㅅ=
일반관광은 제가 탐나는 물품이 있을 때에나 하는 거고
제가 탐내는 물품은 90% 이상이 책입니다, 책.
이 순도 높은 외길 애정.
...이었는데, 그날 만나기로 한 동아리 언니가
학교에 일정이 급히 생겼다고 해서
아효 괜찮아요를 연발하며 발걸음도 가볍게 시부야를 거쳐 이케부쿠로로 갔습니다.
못 보게 된 건 초큼 아쉬웠지만
사실 혼자 돌아다니는 거 꽤나 좋아하는지라
그럼 다시 또 다시 마음의 고향을 찾아갈까나 하고 룰루랄라 나섰지요.
Y양의 말로는...
[...너 도리어 좋아하지 않았어?]
...라고.
에이, 설마.
언니 못 만나서 얼마나 섭했다규~
>ㅅ<////
...라는 감상으로 일단 시부야부터 갔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서 뺑뺑 돌았습니다.
시부야와 신쥬쿠는 솔직히 지금도 길 잘 못 찾아요.
...랄까, 한국에서도 좀 복잡하면 잘 못 찾습니다.
방향감각과 공간감각이 탯줄과 함께 떨어져 나가버려서.
하치공 동상 출구로 나와서 주변을 자알 둘러보면 높다란 건물 가운데
반갑게도 SAMSUNG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오른쪽으로 109 백화점이 보이지요.
제게는 저곳이 바로 만다라케에의 표지판이란 느낌.
이날도 늦게 나온지라 일단 식사부터 해야겠다 싶어서
모스버거로 다시 한 번 향했습니다.
치킨 카레도 맛있었지만 추천받았던 한정품 뭐시기가
내내 마음에 남아서.
이름은 까먹었습니다만
멕시칸 소스(달콤한 맛)와 함께 난에 올려진 이것저것과 함께 먹는 음식이었습니다.
음료수는 역시 메론 소다.
밀가루 난 위에 고기와 야채와 비스켓 등이 얹혀져 함께 먹는 것.
이거 버거라고 하긴 되게 뭐한데-
맛은 있었지만, 먹기 죽도록 불편했습니다.
내숭까야 하는 상대와 함께 가서 먹어선 안 될 음식이랄까.
시부야 만다라케 역시도 이제와서 뭘 더 찍어...란 느낌이라
책만 착착 챙겨오고 말았습니다.
수치스러워하는 Y양이 없어서 남성향 코너에도 들어가서
퀸즈 블레이드 동인지를 신나게 찾았지요.
몇 개 마음에 드는 건 있었는데
가격대 성능비의 문제랄까, 너무 얇고 비싸거나 그림이 논외인 것들 뿐이라 포기.
그리고 만다라케에서 나와 다시 역으로 향하는 길에
교복 입은 여고생들이 뭔가 폰카를 꺼내들고 거리에서 꺅꺅 거리고 있기에 가까이 가보니-
왠 생쥐가 있더군요.
사람이 있는데 도망가지도 않고.
그나마 보도블럭 위에 올라와 있던 것이 내려간 장면이지만,
저대로도 한참을 있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서의 생쥐라.
그런데 보통 그 여고생들의 반응은 [귀여워~] 여서 조금 생소했습니다.
[더러워~] 가 아닌가? (갸웃)
광고판이 크기도 하지.
역에서 찍은 것입니다.
[목숨과도 같은 속눈썹]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래, 저 속눈썹이면 하늘까지 닿으란 소리 나올만도 하겠군요.
그리곤 곧장 이케부쿠로로.
수요일이 레이디즈 데이인지라 영화관람료를 여성에 한해 할인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평소에 1,800엔인가, 수요일 한정으로 1,000엔이 된다더군요.
뭐 좀 볼 거 없나 기웃거리다보니 익숙한 녀석.
주온 판데믹.
솔직히 이제 지겹습니다.
이 소재는 비디오판에서가 가장 무서웠어.
=ㅅ=;;
HERO도 극장판 개봉한다고 하고 있더군요.
뭐, 저야 기무타쿠에 그다지 애정을 바치고 있지만 않지만
주변에 워낙에 팬이 많아 절로 눈이 가긴 했습니다.
드라마는 아베 히로시(TRICK의 남자 주인공인 '우에다 지로' 역의 배우)가 나온다기에
1화를 보고 스톱.
제 취향이 아니었던지라.
당시에도 지금도 일드는 개그 위주로만,
그것도 혀만 적시는 수준으로 보고 있기에 좀 거리가 있습니다.
노다메 돌돌이!!
사실 극장가에서 기웃댄 건 이 녀석 탓.
마침 나루토 극장판도 개봉해있고 하기에
코미케 마지막 날 이케부쿠로에 갔을 때
귀국일이 수요일 오후 비행기이고 하니 오전에 Y양을 꼬셔서 같이 보자고 했다가-
[싫어, 나 나루토 안 봤는 걸.]
이라고 간단하게 거절당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답하기를-
[나도 사실 애니는 안 보는 데다 만화도 3X권까지밖에 안 봤는걸?]
[에? 근데 뭐하러 보려고?]
[그야-]
[나루토가네 발을 딛고 기고있잖아!
굿 잡이랄까, 나 저체위좋단 말야!]
사감 없이 그저 순수한 마음 그대로를 상대에게 전하고
만면에 미소를 담아 Y양을 바라본 저.
저를 바라보는 Y양의 표정은 마치-
제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동인혼에 감탄했다고 하더군요.
>ㅅ<//
아휴 푸크러.
그러고보니 코미케 마지막 날에 왔을 때에는 너무 지친데다 사람이 많아
찍는 걸 깜빡했었는데-
만다라케 이케부쿠로점 표지가 바뀌었더군요.
이전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이쪽도 그럭저럭.
색감이라면 이쪽도 취향이군요.
이 날 또한 화려하게 걷고 걷고 또 걸으며 헤매였습니다.
만다라케 - 케이북스 동인관 - 케이북스 코믹관 - 메이키도 - 라신반 - 아니메이트.
메이키도 간판.
의외로 찾아보기 쉽게 되어 있었습니다.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면서도 한자가 저거인 줄은 몰랐어요.
명휘당.
밝게 빛나는 아름다운 가게.
>ㅅ<///
아무도 없는 메이키도 앞에서 셀카 한 컷.
양산 들기도 귀찮아서 걍 아디다스 블랙 캡으로 뒤집어쓴 쌀대가리.
전날 산 나폴나폴한 카키색 치마가 마음에 들었던 겝니다.
에반게리온 캔커피를 아니메이트에서 한참 팔고 있었는데-
버젼이 세 개더군요.
아스카, 카지와 미사토, 겐도와 리츠코.
당연히 아스카를 마셔야지, 라고 120엔의 거금을 집어넣고 힘차게 버튼을 눌렀는데-
[없어. 바보. 꺼져.]
...라고 환청이 들리는 [품절] 표시가 붉게 들어와 있더군요.
미사토와 카지라도 마실까 했더니 그쪽도 품절.
남은 것은 리츠코와 겐도 뿐인데-
대체 뭘 어쩌라고!!!!!!!!!!!!!!
내가 아무리마이너라는미들 네임을 가진김 마이너 쌀이라곤 해도
에반게리온에서 겐도와 리츠코 커플링을 최우선으로지지할 정도는 아니란 말이다!!!!
그렇게 다 돈 뒤에는 지쳐서 잠시 쉬기로 했습니다.
다음 약속 시간까지 시간도 그닥 많이 남지 않았고,
모처럼 편의점 아이스크림도 하나 먹고 싶고 해서.
메이키도 뒤쪽에 보면 여름에 앉아 쉬기 딱 좋은 나무 푸르른 공원이 하나 있습니다.
앉을 자리가 많은 것도 아니거니와
아이들이 놀기에는 놀이 기구가 너무 협소하긴 하지만
담배 한 대 피우러 나온 회사원들이나
소녀로드 나왔다가 잠시 지친 부녀자들에겐 좋은 휴식장소.
레몬 슬러쉬를 샀습니다.
어째 아이스크림이 전부 한국것들과 다 비스므레해서.
전 외국에 나갔으면 설령 맛이 없더라도 그곳의 것을 먹자, 주의거든요.
그 편이 여러모로 재미있기도 하고.
결과적으로는-
니나노.
시원하고 맛나요.
이전에 먹은 100엔 미만의 유자 슬러쉬도 맛났는데
이건 103엔인가 했던 것 같지만 여하간 맛났습니다.
>ㅅ<///
굽이 전혀 없는, 그야말로 '쓰레빠'.
격하게 돌아다닐 때에는 네놈이 최고십니다.
코미케 3일을 버티게 해 준 쌀내미의 친구.
한국 돌아가면 족욕 시켜줄게, 족발림.
(...이라고 당시 생각했던 것이 지금 포스팅 하면서 생각났습니다. 안 했군요.
=ㅂ=)
손님도 참 많이 수고하고 계셨어요.
특히 왼손님.
그림 그리는 손이랍시고 오른손엔 무거운 물건 잘 안 들거든요.
한국 돌아온 뒤로도 왼손 마디마디가 하루 정도는 더 아팠던 듯.
=ㅅ=
나중에 생고생할 것도 분명 알고 있고,
책으로 인해 그만큼 고생을 해봤으면 좀 알 법도 싶은데.
대체 왜 저는-
그럼에도 욕망에 달리고 마는 걸까요.
...끝나지 않는 인생의 신비 오춘기의 영험한 기운을 이끌고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랄까나.
사실 이 날 아침에 나서면서도 Y양과 이야기를 하기를-
[쌀아, 너 지금도 짐 조랭 많은 거 알지? 오늘은 설마 더 안 살거지?]
[응. 설마~ 나 오늘 돌돌이도 안 갖고 나가잖아.]
...라는 대화를 나누었었지요.
결과는?
케이북스 대형봉투 그득그득.
손 아팠어요.
아효~
아휴 푸크러.
>ㅅ</// b
여하간 그러다가 약속 시간이 되어 신쥬쿠로 향했습니다.
저녁에는 Y양과 L양과 신쥬쿠에서 만나 펜촉을 사기로 했었거든요.
게임센터에서 본 비상구 낙서.
어딜 가던 이런 건 참 귀엽단 말이지.
큰북의 달인 또 두들겼지요.
제가 일본에 있었던 내내 무슨 축제라도 있었는지
유카타 입은 아가씨들을 꽤나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저렇게 무더기로 본 건 저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만.
예뻤습니다.
그리곤 L양과 Y양과 약속대로 신쥬쿠역에서 만나 세카이도로.
뭔가 재미난 펜촉이 멋대로 계셔.
달랑 4개에 525엔은 무섭지만, 사실 사보고 싶기도 하고.
우리나라 천자펜과 비슷한 걸까나.
글씨를 쓰기 위한 습자펜 같았습니다.
펜촉 종류 너무 많아요.
;ㅁ;
부러워라!
돈 있고 여유만 되었으면 종류별로 다 사다가 써보고 싶은 모자란 그림쟁이 이 마음.
원고용지도 종류별로 너무 많아요.
ㅜㅜ
델리타 하나만 죽어라 쓰고 있는 쌀내미 신세가 처량하사와.
(아티스 아닌 게 어디냐고 해둬야 할까요;;)
역시 만화의 나라이니만큼 이런 것도 잘 되어있구나 싶어서 심히 부러웠습니다.
구경 좀 하다가, 당초의 목적대로
제브라 스푼펜 (무광) 144입 2상자만을 구입했습니다.
L양의 할인 카드의 도움을 빌어 뚝딱뚝딱 대 할인.
ㅜㅜ
요새 델리타 인터넷 화방 이용하면
상자단위로는 잘 팔아주지도 않으면서 겁나 비싸요.
10개에 만원이란 말이죠.
ㅜㅜ
단순계산으로 140개면 14배고 4개는 덤이라 쳐도
14만원.
이런 미치광이들.
무슨 펜촉이 하나에 천원이냐.
하나당 채 사백원도 안 되는 착한 가격에
사부 거 한 통 제 거 한 통 사가지고 들어왔습니다.
행복!
열심히 그려 제끼겠습니다~
그리고 그 날은 돌아와 Y양과 L양과 J양과 쌀내미 넷이서
돌아가기 전날의 막간 파티를 즐겼습니다.
>ㅅ<///
이날의 선택은 맥주와 피자!
도미노에서 1/4 판마다 종류를 넣을 수 있는 피자 한 판과
맥주 6캔을 사와서 룰루미늉.
L양의 기쁨에 가득찬 V 사인.
왼쪽부터 [정열의 망고] [칼테일 칼로리] [에비스] [노도고시(목넘김)] 인데
[정열의 망고] 와 [칵테일 칼로리] 는 알콜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과일 주스같은 느낌으로
아주 가볍게 마실 수 있었습니다.
맛있었어요.
(*정열의 망고와 칵테일 칼로리, 제품명 정확하지 않습니다.)
에비스는 Y양의 취향, 노도고시는 L양의 취향.
정작 제 취향인 기린은 냉장고에서 냉기를 더하라고 놔둔 사이
배가 차버려서 아웃;
바질이 올라가 있는데,
다들 향이 너무 짙다면서도 맛나게 먹었습니다.
싫어하진 않지만, 저는 치우고 먹었고요.
=ㅂ=
이쪽은 베이컨.
그리고 함께 세트로 시킨 너겟.
오징어와 새우.
이쪽이 취향적으로는 가장 좋습니다.
무엇보다 얇은 팬피자라 부담없이 먹을수 있어서 좋아요.
빵 두꺼운 피자는 사실 먹긴 먹어도 부담스럽기도 하고
빵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냥저냥.
맥주군단!
;ㅁ;
이날도 그렇게 행복하게 먹고 마셨습니다.
결국 코미케에서 땀흘린 건 그럭저럭 다 칼로리로 보충한 셈이 되어 만족.
(...이라고 허세를 부려본다. 기왕 빠졌으면 얼마나 좋아. =ㅅ=;)
다음날은 조금 느즈막히 일어나서
느긋하게 동네를 돌며 과자 등의 선물들을 사고,
짐이 많으니 일찌감치 공항으로 가기로 했던지라
치우고 일찌감치 잠들었습니다.
챙긴 물건들이 조금 미묘한 것들이 많아
(빈 캔이라던지, 펜촉이라던지-)
혹시 세관 통과 못하면 어떻게 하냐는 소리가 나왔었지요.
J양은 다음날 퇴근하고 돌아와서
집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을 저를 초큼 기대하겠다고 하더군요.
찔리는 게 많아 순간 절로 불안해졌습니다.
비행기에 가지고 탈 수 없는 품목에동인심과 25금 곰플이 추가되지 않는 한
아마도 괜찮다구욧!!!!!!!!!!
이 날은 짐을 꾸리고 잠이 들었습니다.
트렁크 꾸리다가 슬쩍 또 한 컷.
웃으면서 이걸 찍을 때까지만해도 사실
이 트렁크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전혀몰랐지만요.
그냥 이게 짐의 전부면 참 행복할텐데, 라는 소박하고 덧없는 희망만을 입에 올렸을 뿐.
이렇게 6일째의 이야기도 끝.
내일의 7일째 이야기, 귀국하던 날의 여행기로 이번 여행기도 끝이로군요.
조금 시원섭섭합니다.
오늘은 이글루스 쪽에 포스팅할 거리도 많으니 그럼 이만.
쟈하라독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