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국기 - 몽삼장 Tr. 02
라크슌 : 음? 또 이야기를 들으러 온 거야? 나 공부해야 하는데 말이지-
뭐, 괜찮겠지. 그럼, 안 타이호로부터 들은 기린 이야기야.
몇년전에, 거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기린들이 한자리에 모인 적이 있었다고 해.
에? 정말인지 아닌지는 나도 몰라. 뭐라 해도, ‘그’ 안 타이호가 한 이야기니까.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들려주실 때, 타이호는 아주 좋은 얼굴로 웃으신다구.
렌린 : 안 타이호, 오랜만입니다. 요전에 벽하현군으로부터 호출을 받았습니다.
물론, 알고 계시겠지요. 저도 꼭 가서, 여러분과 인사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아시다시피 연국의 여성들은 아직 출입을 자유롭지 못하답니다.
정말로 유감스럽습니다.
특히, 그 사랑스러운 태 타이호를 한 번 더 만나 뵙고 싶었지만...
안 타이호는 태 타이호와 가까우시다지요.
부디, 렌린이 또 연국에서 기다리고 있겠노라고 전해주시겠습니까.
엔키 : 렌린 녀석, 멋대로 부탁이나 떠넘기고- 이래서야 땡땡이도 못 치게 됐잖아.
아- 정말! 왜 이렇게 넓은 거야, 봉산은!
타이키 : 안 타이호!
엔키 : 꼬맹이! 와 있었구나.
타이키 : 교소우 사마, 주상께서 제가 가보고 싶다면 다녀와도 좋다고 하셔서.
엔키 : 그래, 태왕과는 잘 지내는 모양이구나.
타이키 : 네! 요전에는 제 방을 주상이 계시는 곳 바로 근처로 옮겨주셨어요.
언제든지 만날 수 있도록, 이라시면서.
엔키 : 잘 됐구나.
타이키 : 네! 아, 현군사마!
벽하현군 : 이 얼마나 보기 드문 일인가요.
이 봉로궁에서 자라난 기린들이 한자리에 모이다니. 어지간해선 없는 일인 것을.
모두 아름답고 훌륭하게 자라셨군.
쿄우키 : 벽하현군.
벽하현군 : 오오, 공 타이호. 그대는 28년동안 이 봉산에 오지 않았으니. 오랜만이군.
쿄우키 : 하아, 오늘 저희들을 부르신 것은 하늘에 뭔가 이변이라도 있는 것인가, 하고
주상께서 마음을 쓰고 계시기에.
엔키 : 그건, 우리 쪽도야. 뭔가, 천제의 명이라거나.
사이린 : 어머나, 그렇다면 큰일이로군요.
벽하현군 : 심려하실 필요 없소, 재 타이호.
사이린 : 그렇...습니까?
벽하현군 : 그리고 안왕에게도, 공왕에게도 안심하라고들 전해 주시게.
그대들을 부른 것은 지금 12국의 열두 기린이
별 탈 없이 살고 있다는 기쁨을 나누기 위한 것.
호우린 : 그러고 보니, 태 타이호가 오신 것으로, 지금 기린이 없는 나라는 없게 되었군요.
타이키 : 그건, 드문 일인가요?
벽하현군 : 아니오, 이전에도 12국에 기린이 모두 있었던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요 몇 년간은, 대와 경에 기린이 없는 때가 많았지요.
케이키 : 현군, 정말로 그런 이유로...?
벽하현군 : 오야, 불만인가? 경 타이호.
케이키 : 그런 이유가 아니라...
엔키 : 하지만 그런 이유로 기린을 불러 모으다니, 들어본 적도 없는 이야기야.
벽하현군 : 안 타이호, 나라에 이변은 없는지?
엔키 : 우리 쪽은 변함이 없어- 그보다, 경이나 공을 걱정해주라고.
벽하현군 : 주상의 용태는 어떠하신가? 경 타이호.
케이키 : 네, 문제없이 정무를 보고 계십니다.
벽하현군 : 그렇습니까. 교 타이호, 그대의 나라는 어떠한가?
코우린 : 에, 에에. 주상도, 백성들도 문제없이.
엔키 : 그런가? 소문에 듣기로는...
코우린 : 문제없이,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벽하현군 : 그것은 잘 되었군. 재 타이호는 어떠한가? 새로운 왕은 상냥한 분이시라지?
사이린 : 예, 문제없이.
벽하현군 : *오왕에 관해서는, 유감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사이린 : 아니오, 이제 괜찮습니다.
벽하현군 : 공 타이호, 방 타이호의 나라들은 어떠한가요?
쿄우키 : 감사합니다. 주상도, 국정도 문제없습니다. 그저...최근 방으로부터 난민이 늘어...
호우린 : 무슨 말씀이십니까, 공 타이호!
엔키 : 호우린,
호우린 : 저희 나라도 문제없이. 아시는 바대로, 북쪽 땅 끝에서 난민이라는 것도 있지만
그것은 주상께서 행하신 것이 아닙니다.
쿄우키 : 하지만...아닙니다.
벽하현군 : 공의 기린은 걱정이 많군요.
왜 그러지, 태 타이호? 그런 슬픈 얼굴을 하다니.
타이키 : 아니오, 조금 놀란 것뿐이에요.
저어- 저는 아직 나라의 일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아마도, 문제없다고 생각해요.
벽하현군 : 어머나.
타이키 : 저어, 현군사마. 12국의 기린이 모였다고 들었지만,
여기에는 일곱 기린밖에 없는데...
엔키 : 그건 그렇네. 아아, 렌린에게서는 못 온다고 연락이 있었지만.
벽하현군 : 슌키는 지금 나라를 떠나있을 수 없다고 하는 것 같더군.
코우린 : 순국이 조금, 흔들리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벽하현군 : 교왕께서 신경을 쓰시던가?
코우린 : 아, 네. 순왕은 원래 관리였다 하여, 주상과 비슷한 듯해서 마음 쓰시는 듯합니다.
벽하현군 : 이유는 모르지만, 그럴지도 모르지. 또 류로부터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지.
안 타이호, 뭔가 들은 바는 없으신가?
엔키 : 음, 류와는 이웃 나라지만 별로 교류가 없으니까-
뭐, 가까운 시일 내에 좀 둘러볼게.
코우린 : 일국의 타이호가, 가벼이 타국에 출입하셔서는 안 됩니다.
엔키 : 알고 있어, 성실하구나- 코우린은.
벽하현군 : 남은 것은 주와 범이로군.
둘 다, <타이호는 나라를 떠날 수 없다>는 연락이 왔지.
호우린 : 아무 일도 없다고 말씀드리지 않습니까!
코우린 : 왜 그러시지요, 봉 타이호.
호우린 : 아니오, 공 타이호가 나라에 이변은 없는 것이 확실하냐고 끈질기게...
쿄우키 : 죄송합니다. 하지만...주상께서 신경을 쓰고 계신지라.
엔키 : 헤에- 그 아가씨가 말이야?
케이키 : 공 타이호, 공왕께서 봉의 국정을 신경 쓰시는 것은, 무언가 근거 있는 것입니까?
호우린 : 있을 리가 없지요.
쿄우키 : 실은...난민들의 이야기를, 주상께서 들어본 바로는-
코우린 : 그만둬 주십시오.
케이키 : 교 타이호...
코우린 : 어느 나라에건 사정은 있는 법이지요.
하지만 그것은, 타국에 밝힐만한 것은 아닙니다. 경 타이호도 잘 알고 계실 터.
케이키 : 그것은 그렇지만...
엔키 : 하지만 말이지, 여기 있는 건 기린들뿐이야.
무리해서 들을 생각은 없지만 뭔가 괴로운 일이 있다면,
여기서 만이라는 걸로 쏟아내 버리는 것도 괜찮지 않아?
사이린 : 안 타이호. 그렇게 간단한 일일까요...
엔키 : 뭐야, 사이린.
사이린 : 하지만, 정말로 괴로운 일이라면 입에 담을수록 상처가 깊어지는 것은 아닌지요.
게다가- 같은 기린이라고 해서 그 괴로움을 이해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지요.
엔키 : 그런 건 아니지. 쿄우키도 걱정 되서-
쿄우키 : 저는- 주상께서 말씀하신지라-
엔키 : 너 말이야-
케이키 : 이제 그만하지요, 안 타이호.
엔키 : 케이키까지 이러기야? 아, 알았다구. 내 맘대로 하면 되는 거지?
코우린 : 저희들은, 자신의 나라와 주상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봉 타이호도 그렇겠지요.
엔키 : 알았다니까!
타이키 : 저어, 안 타이호...그리고 여러분.
엔키 : 어?
호우린 : 태...타이호?
타이키 : 싸우...시는 건가요?
엔키 : 싸움?
코우린 : 그런...
케이키 : 타이키, 그런 얼굴하지 마세요.
사이린 : 아아, 울고 계신건가요?
벽하현군: 왜 그러시죠, 태 타이호?
타이키 : 저는...신참인 기린이니까 여러분처럼 어려운 것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케이키 : 그렇지 않습니다.
타이키 : 하지만...교크요사마가 이전에 말씀하셨어요.
경 타이호와 저는, 같은 사신목에서 태어났으니까 형제와 같은 거라고.
그러니까, 다른 기린 여러분도 그렇지요?
엔키 : 아...형제...인가.
호우린 : 형...제.
타이키 : 그걸 듣고, 아주 기뻤어요. 저는 혼자서 이 세계에 끌려온 것이 아니구나, 하고...
그래서...여러분과 만나는 것이 너무나도 기뻤어요. 그러니까...그러니까...
엔키 : 아아- 울지 마, 꼬맹아-
사이린 : 타이키, 괜찮은가요?
케이키 : 울지 마세요.
쿄우키 : 안 타이호, 대체 어떻게 해야-
엔키 : 나, 나한테 묻지 마!
호우린 : 태 타이호.
타이키 : 봉 타이호, 미안해요, 저- 정말로 몰라서-
호우린 :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태 타이호.
안 타이호께서 저희 나라를 조금 걱정해주신 것뿐이랍니다.
타이키 : 그런가요?
엔키 : 어? 어어.
호우린 : 하지만 걱정하실만한 일은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답니다.
주상은 훌륭한 분이십니다. 조금, 지나치게 엄한 면도 있지만-
반드시, 언젠가는-
코우린 : 물론입니다. 본래 만인중에서 선택되어 하늘이 옥좌를 내린 분이니까.
사이린 : 네, 저희들은 왕이란 분을 믿는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타이키 : 다행이다, 역시 여러분은 제가 생각했던 그대로의 분들이시군요!
사이린 : 에?
타이키 : 이렇게 보여 있으면, 정말로 형제 같아요.
호우린 : 그렇...습니까?
타이키 : 저어, 봉 타이호. 혹시 저라도 괜찮다면 뭐든 도울게요.
벽하현군 : 자아, 이 쪽으로들 오시게. 따뜻한 거라도 들도록 하시게.
사이린 : 네, 태 타이호, 이쪽으로. 봉래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타이키 : 네! 안 타이호, 봉 타이호, 그리고 공 타이호도 함께 가요.
호우린 : 네...네에.
쿄우키 : 네.
엔키 : 렌린, 네가 말했던 대로인 듯 하군.
렌린 : 정말로...태 타이호와, 여러분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라는 아직 안정되지 않고, 저도 아직 불안과 방황 속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마음을...누군가에게 의논할 수도 없습니다.
같은 기린인 여러분을 만나,
태어난 고향인 봉산에서 한 때라도 마음을 쉬일 수 있다면,
그리고 태 타이호의 미소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요...
*비얌 다리.
아마도 여기서 벽하현군이 사이린에게 말하는 <지난 왕의 일은 안 되었다>라는 것은
원작 11권, 화서의 꿈 파트의 이야기리라 생각합니다.
그- 왕의 이름은 시쇼우라고 원작에서 나옵니다만. 무슨 왕인지는 나오지가 않는군요.
일단 발음 <고우오우> 라 들리기에 적당히 오왕이라 했습니다만, 픽션 번역이랄까요.
덧붙여 저로서는 코우린과 호우린의 목소리를 제대로 구분할 수 없는 듯 하군요.
중간에 한 두 마디 정도는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절대음감을 가지신 여러분, 부디 우둔한 귀를 이해해 주십시오.
OTL
꽤 전에 만들어둔 대본이라, 수정을 봤어야 하는데...
후훗, 귀찮아서 그만.
참, 생각난 김에 욘석도.
'십이국기 점보기' 입니다.
http://u-maker.com/view.php?id=7437
번역 사이트를 찾지 못한 고로 원어입니다.
그런데 대체 왜 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