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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찹쌀공룡 2006. 2. 5. 04:10
 

 
 
원작 더글라스 아담스.
 
'기발함 곱하기 엉뚱함 곱하기 혼을 쏙 빼놓을 정도의 유쾌함'
(*작가가 본문 중에 사용한 '무한대에 대한 정의' 를 빌렸습니다.)
 
작년에 종로 쪽에서 단관개봉으로 마치고 만 이 영화.
원작을 소설인데, 아마도 이 책을 접한 것은 중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다.
Y계와 어찌 연이 닿아 읽게 되었던 이 소설.(*Y 소설 아닙니다.)
 
역시, 혼자 보기 도무지 아까워서 적어봅니다.
 
"어떤 이론에 의하면, 누군가가 이 우주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또 그게 왜 여기에 있는지 알아내게 되면,
이 우주는 그 순간 당장 사라져 버리고
대신 더욱 기이하고 더욱 설명이 불가능한 것으로 대체된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그런 일은 이미 벌어졌다고 주장하는 이론도 있다."
 
 
 
 
 
 
가운데에서 티 컵을 들고 있는 남자, 아서 덴트.
이야기 초반부에서는 그럭저럭 평범한 지구인.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우회로 건설을 위해 아서의 집을 철거하기로 했다는 공문이 날아들고,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자신의 보금자리를 부수러 온 이들에게 필사적으로 항거하는 아서.
 
그 공문이란 것은 지방토지계획과 사무실 게시판에 공고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딱 잘라 횡포였습니다.
이유인즉슨- 그 게시판은 전등과 계단이 나간 지하실에,
사용중지된 화장실에 처박힌 자물쇠가 채워진 캐비넷 안에 처박혀 있었기 때문이죠.
순순히 승복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여기에 아서의 엉뚱한 친구인 포드 프리펙트(= 아서 우측의 스킨헤드)가 등장.
이제 곧 세계가 멸망할테니 잠시 자신과 술이나 한 잔 하러 가자고 합니다.
얼떨결에 그쪽으로 끌려가 술 한 잔 하는 사이에,
당연히도 그의 집은 철거되고 맙니다.
 
 
 
 
부서진 자신의 집 앞에서 절규하고 있는 아서의 머리 위로
정체불명의 비행물체가 내려옵니다.
그 비행물체는 외계의 것으로, 스스로를 '보고인' 이라 밝힌 목소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은하계의 변두리 지역 개발 계획에 이 행성을 지나가는
초공간 고속 항로 건설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철거 예정에 지구가 끼었노라고.
물론 지구인들은 필사적으로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노라고 항의하죠.
 
하지만 이쪽도 이쪽입니다.
지구에서 4광년거리밖에 안 되는 알파 센타우리 행성에 가보지도 않았냐면서
도리어 화를 내고, 결국 수 분 후- 지구는 파괴됩니다.
 
파괴되기 직전에 잽싸게 히치하이킹을 해서 지구를 빠져나온 아서와 포드.
포드는 사실 지구인이 아니었다고 밝힙니다.
 
하여간 그리하여 드넓은 우주로 나서게 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
 
 
 
 
참고로 '그' 보고인.
 
....보고 인에 대한 해부학적인 분석을 통해서, 그들의 두뇌가 본래는
끔찍하게 불구가 된 채 잘못 자리를 잡은,
소화불량 상태의 간肝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中略)
 
<본문 中>
 
 

전직 은하제국 대통령 자포드 비블브락스.
 
우주선 '순수한 마음 호' 를 훔쳐서
'인생, 우주,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 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
 
아니, 별로 알고 싶어서 찾는 건 아니예요.(풋;)
머리가 두 개라서인지 지구에서 초등과정 마쳤으면 필시
6년내내 '산만함' 이 통지표에 논스톱으로 찍혀있을 것 같은 남자.
 
 
 
 
우주선 '순수한 마음 호' 에 탄 주인공 외 4개체.
왼쪽부터 자포드, 트릴리안, 마빈, 포드.
 
트릴리안은 지구인인데 아서와 마찬가지로 어쩌다 얻어타게 된 여자,
마빈은 시중 로봇.
 
 
 
 
그런데 이 마빈이 또 최고란 말이지요.
자그마치 '우울증에 걸린 로봇'
 
"이 배가 날 미워해요." 그가 경찰 우주선을 가리키며 풀이 죽어 말했다.
"이 배?" 포드가 갑작스런 흥분을 보이며 말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데? 네가 아니?"
"내가 말을 걸어서 나를 미워하게 됐어요."
"네가 말을 걸었다구?" 포드가 외쳤다. "네가 말을 걸었다니 무슨 소리야?"
"간단하죠. 난 너무 지루하고 우울했어요. 그래서 여기에 와
외부 컴퓨터 플러그에 저를 연결하고 컴퓨터에게 장시간 얘기를 했지요.
우주에 대한 내 견해를 설명했어요."
마빈이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컴퓨터가 자살했어요." 마빈이 <순수한 마음 호>로 터덜터덜 걸어가며 말했다.
 
<본문 中>
 
 
 
 
1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권 "우주 가장자리에 세워진 레스토랑"
 
3권 "인생, 우주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
 
4권 "안녕히. 그리고 나눠준 물고기들 고마웠어."
 
 
 
 
무엇보다도 쌀내미의 흥미를 끌었던 것은 다름아닌 이 문구였습니다.
 
"인생, 우주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  - 그 해답이 나옵니다.
알기 쉽고, 아주 간단한 답이."
 
과연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해답이 나를 납득시킬 수 있을까, 공감시킬 수 있을까.
저는 그것이 궁금해서 이 책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사족입니다만- 그 답이,나옵니다.
 
사실 이 책에 대해서라면 정말로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지구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 사라진 돌고래들에 대해서-
우주와 단 하나의 개인과의 접점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던 도입부 이상은 스포일러가 될 뿐입니다- 아마도.
그만큼 내용 자체가 너무나도 기발한 이야기니까요.
 
작년에 단관개봉만으로 그쳤을 때,
한참 일하던 중이었고- 주말 개봉이 없었던터라
아쉽게도 저는 이것을 극장에서 보지 못했습니다.
정말로 눈물나게 아쉬웠지요.
 
하지만, 정작 주변에서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도 있고 하니
어쩌면 영화가 별로 재미없었던 것은 아닐까- 라고도 생각했었답니다.
하지만 캔맥주와 포카칩을 손에 들고 방에 앉아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
저는 포효하고 말았습니다.
 
메가박스 네 이놈.
 
 
 
 
 
 
 
 
 
 
 
 
 
 
 
당장 개봉하지 못할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나니아 5부작 소리 말고 이런 거나 좀 올리라고
버럭 소리라도 지르고 싶어지더군요.
하는김에 목두기도
 
팁입니다만, 엔딩 크레딧 올라가고 나서도 그대로 보셔야 합니다.
마지막에 크레딧 끝나고 보너스가 있으니까.
 
SF 좋아하시는 분들, 그리고 엉뚱하고 기발한 이야기를 즐기시는 분들께는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앗, 하는 사이에 날이 저물었군요.
그럼, 이 밤도즐거운 매지컬되시기를.
쟈하라독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