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친구로부터 애니메이션 관람 초대권을 받아
신촌 다녀왔습니다.
간 김에 크리스피 크림도넛도 하나 슬쩍 받아먹고 헌책방도 들러보고.
하지만 주목적은 여성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보기 위해서.
뭐랄까, '페스티벌' 이라던가 '영화제' 쪽에서는
사실 그다지 제 입맛에 맞는 것들이 없는지라
큰 기대 없었는데-
다 보고 난 심정으로는
DVD로 만들어서 팔아주면 안될까나- 랄까요.
사실 친구의 초대가 아니었다면 아예 연이 없었을 듯한 상영회였기에
더더욱 인상이 깊었던 듯도 합니다.
팜플렛을 하나 집어왔는데-
개인적으로는 나머지들도 다 보고 싶어졌더랩니다.
한 시간 남짓이 언제 그리 쏠랑 가버렸는지도 모르고 지나갈 정도로
너무나 즐겁게 봐서.
제가 본 것은 이 프로그램.짧은 것은 3분 가량에서 길면 10분 가량.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보기 전에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은 '클라라' 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이었는데-약간 앤틱한 느낌의 인형으로 제작된클레이 애니메이션이었음에도 불구하고짧은 시간 내내 주인공 소녀 클라라의 혼돈과 괴로움이 느껴져굉장히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장면 도중에, 클라라가 끓는 냄비 속에자신의 손가락을 집어넣었다가 그대로 바닥을 구르며 괴로워하는 씬이 있었더랩니다.아주 자연스럽게 보는 저도 몸을 흠칫하고 말았습니다....정말 멋졌습니다. 그리고 홍익대학교 마크가 찍혔었던 '거지 포핀'더러운 펭귄 부자가 세탁기라는 미지의 기계를 만나팔자를 편다는 내용을너무나도 즐겁게 영상화한 작품.특히 세탁기에 한 번 휘말리고 나온 아들 펭귄에게서 나오는 광채에눈부셔 어쩔줄을 몰라하는 아버지와의 장면은 그야말로 최고.무지 웃었습니다.움직임도 너무 부드럽고 예뻤습니다. 그리고 전체 작품 중에서 제 개인적 취향에 의거해가히 눈물을 뽑을 지경으로 멋졌던 '육다골대녀肉多骨大女'그 뜻은 언문 그대로 '살은 많고 뼈는 큰 여자' 였는데-
대사 하나와 연출 하나가 모두 예술이었습니다.친구들과 같이 봐서 다행이었다고 느껴질 정도.(혼자 보기 아까운 거 혼자 보면 발악하는 악습이 있습니다;) 참고로 이 캐릭터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모든 특징을 한몸에 감싸안은 여인네로-살은 많고 뼈는 굵으며 발목이 안 보이는 아톰 다리에강철과도 같은 곱슬머리, 큰바위얼굴에 홧병마저 가진 여자입니다.(...홧병은 영어 자막에서 fire vase로 표기되어 또 얼마나 웃었던지.) 그런데 어쩐지 이 애니 감독분 성함이 꼭 어디서 뵌 것 같더랍니다.그래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뚱땅뚱땅 인물검색을 해보니-과연, 뜨더군요. 이애림님.중학 시절 쌀내미에게 Short story라는 만화책으로 삶에 화두 던지신 분. 덧붙여 이 '육다골대녀' 는 05년 선보인 '별별 이야기' 의 파트 중 하나더군요.DVD 찾아보니 있으니 월급 받으면 지르자고미래의 저와 모의 중. 나머지도 멋진 이야기들뿐이라고 해야할까요-재미없는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하나 하나가 다 너무나도 재미있고 공부가 될 만한 것들 뿐.이런 멋진 애니들을 접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같이 가자고 해주고 초대권 준 D양에게 무한감사. 그리고 크리스피 크림도넛 하나 물고(물론 그냥 주는 걸로)오는 길에 L양이 발견했다는 헌책방에 가봅니다.그런데 이게 왠걸.폐업한 만화방에서 만화책 받아오는 헌책방을 예상했던 쌀내미.의외의 광경에 놀라고 맙니다.
한 명 이상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길.이미 권券 성인에게 침식당해읽다 쌓고, 읽다 쌓기를 반복한 듯잘못 건드리면 무너질 것 마냥 마구잡이로 쌓여있는 동서고금의 책들.정말이지...
내 스타일이야~
~(┐-)~
여하간 함께 간 친구들과 왠 보물창고냐면서
뒤지기 시작. 신났더랩니다.
왠지 익숙한 얼굴이 떠 있는 정체불명의 도서도 뵈고.혹시-
이놈은 없을까.알려질대로 알려진 자기방어술.┐- 눈에 불을 켜고 뒤져봤지만 없었습니다.아쉬운지고.(하지만 있었어도 구입했을런지는 미지수...)그리고서는 또 뭔가 정체불명의 소설들을 찾아 헤매이는 겁니다.
세자매 탐정단.작가 이름이 어디서 많이 봤다 싶어서기억을 더듬어보니-이전에 잠시 추리소설 쪽에 빠졌을 때, 몇 권인가 읽어본 작가님의 책.고양이 저택인가 하는 시리즈가 있었지요.(하지만 정작 취향에 안 맞아서 관뒀던.)
...카피 누가 정한건지 잠시 친구들과 머리 맞대고 고민.그리고 또 막 뒤지고 있으려니-왠 초 레어 아이템이.
수사반장.(옵션 케이스 포함)표지엔 우리의 빨간색 마니아석굴암유방암최불암 아저씨.
...이,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국어로 세로읽기는 사양.(종성 때문에;)아아, 그리운지고.
그리하야 오늘의 수확물들.
시티헌터 완전판 7권.거진 새것이었는데 정가 5000원인 것이 1500원이라기에머리와 마음과 지갑을 비우고 결재.
강경옥님의 레드땅.단권이기에 아무 생각 없이 샀습니다.어째서인지 안 봤기에.
일일사전.어차피 하나 필요하던 참이니사전류는 헌책방에서- 라는 쌀내미 지론 하에 적당히 구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원서....뭐, 다른 원서면 확실히 절대로 절대로 다섯 페이지 이상 안 읽겠지만앨리스라면 번역본으로 하도 읽어댄지라대강 순서랑 흐름이랑 묘한 단어들 꿰고 있으니어찌 되겠지, 하는 심정에서 집어온 녀석. 후훗.이로서-
이제 다음주 밥값 없어요.┐- ...네, 굶겠습니다.질렐루야! 슬슬 또 밤시간이 다가옵니다마는오늘은 조금 미리 자고 일어나서 작업하는 게 나을 성 싶군요.그러고보니 어제 새벽녘에 잠들었더란 걸깜빡 잊은 쌀내미. 그럼, 오늘 밤도즐거운 매지컬되시기를 바라며.쟈하라독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