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리뷰 2.5 / 씬 26~28
*나날이 의역이 쩔어갑니다.
틀림없이 제게 강같은 오역도 흐릅니다.
도와살려주십시오.
씬 26 /
마지막으로 크리쳐와 빅터가 대화를 나눈 얼음산보다 더 기온이 낮아보이는 곳으로
배경이 바뀌어 있다.
배우 세 명이 무대 위에 등장하는데, 두 명은 그 지역의 현지인이고 한 명은 빅터다.
현지인 중 나이가 있는 쪽은 이완, 어린 쪽은 그 조카인데 랩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끔찍한 바람이 부는 것을 표현하듯 음향효과로 칼바람 부는 소리가 들려오고,
세 남자는 몸을 숙인 채로 앞으로 힘겹게 나아간다.
빅터가 여기 날씨는 항상 이러냐고 묻자, 랩은 이게 퍽 좋은 날씨라고 답한다.
객석에서 너털웃음이 터진다.
이완은 빅터에게 여기가 살기에 썩 좋은 환경은 아닐텐데 괜찮겠느냐고 묻자
빅터는 자기가 하려는 일에 안성맞춤이라 답하며, 음식을 좀 가져다줄 수 있겠느냐 묻는다.
이완이 음식을 갖다주는 거야 가능하지만 고기 따윈 없고, 생선이 전부라고 대답하자
랩이 달걀이며 귀리 비스킷, 순무 등의 음식을 더 댄다.
착하고 순박해보이지만 약간 얼빠진 청년이다.
겨우 오두막에 들어선 세 사람.
빅터가 짐을 저쪽으로 내려놔달라고 부탁하며, 이완에게 석 달치 오두막 대여료를 내민다.
그러면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해주겠다면 더 많은 돈을 주겠다고 유혹한다.
이완은 그게 무엇이냐고 묻는다.
빅터는 자신의 전공이 인체 해부라며, 연구를 진척시키기 위해서 여러 재료들이 필요하다 밝힌다.
더불어 이것이 대학내에서는 다소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공리를 위한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 말에 랩은 '듣기에 썩 안 내키는데(Oh, I don't like the sound of that)'라고 답하는데,
마지막 the sound of that은 거의 sun-da-da 로 들리는 특이한 발음이다.
그 어조가 하도 독특한 탓에, 객석에서는 다시 웃음이 터진다.
그러나 랩에 비해 물욕이 있어 보이는 삼촌 이완은 빅터에게 그게 뭐냐고, 합법적인 거냐고 묻는다.
빅터는 이곳이 법과는 참으로 멀리 떨어진 곳이며, 밤은 어둡다며 암시적인 말을 한다.
합법일 리가 없다.
이완이 정확히 원하는 게 뭐냐고 묻자, 빅터는 기다렸다는 듯이 인체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 말에 랩이 다시 또 도굴이라며 난리를 친다. 이 연극 전체의 유일한 개그 캐릭터인 듯하다.
우리는 기독교인들이라 그런 것은 꺼려진다는 듯 이완이 말하자,
빅터가 죽은 이들은 죽은 이들일 뿐이고, 그들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고 타이른다.
또한 재능이 있는 이들-물론 빅터 자신을 뜻한다-에게 할 일을 할 수 있게만 해주면
그게 얼마나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상상이나 가느냐고 한다.
질병과 아픔에서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랩은 여전히 겁에 질려서, 이건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빅터의 옆에서 떨어져 삼촌 이완의 뒤로 숨어버린다.
그러나 이완은 이미 빅터가 원하는대로 해주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다.
빅터는 질병으로 죽지 않은 젊은 여자의 시체가 있느냐고 묻고,
그녀가 이완의 친척이 아닌지, 외모는 어땠는지를 묻는다.
그녀의 시체는 그야말로 빅터가 원하던 정확히 그것이었고,
당장 그들은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씬 27 /
깊고 어두운,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이다.
무대 맨 앞에 튀어나온 곳에서 이완과 랩이 시체를 도굴하고 있다.
둘은 힘겹게 시체를 무덤에서 끌어내어 빅터 앞에 가져다 놓는다.
빅터는 재료가 도착하자, 이게 시작이라며 정기적으로 장기 또한 가져다주길 바란다 하자
또다시 랩이 '자앙기?(o-rgan?!!)'이라며 기겁을 한다.
이안이 그런 그를 호통치듯 타이르며 그냥 개밥으로 주는 고기 아니냐고 한다.
그리고 무대에서 셋은 사라진다.
한편, 객석으로 이어진 통로에서 크리쳐가 등장한다.
그는 무대에 오르지 않은 채로 객석에서 비통하게 홀로 중얼거린다.
'나는 이렇게 만들어진 건가?'
그 울림은 서글프다.
'젖은 흙에서 한밤중에, 도굴해서? 개에게나 줄 고기로 만들어졌다고? 이건 역겨울 지경이야!
그는 이 오물에서 아름다움을 빚어내 내게 줄 거란 말인가? 그리고 나는 죽음의 악취인 그녀를 원하게 되고?'
분노가 느껴지는 참담함이다.
자신이 만들어진 과정을 본다는 것은, 비단 크리쳐만이 아니라
모든 생물에게 있어 그리 아름다운 장면만은 아니다.
보든 생명체는 피와 채액, 온갖 오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나는 지식에 목말라있었다. 하지만 더 배울수록, 나는 더 이해할 수 없게 돼. 바보처럼! 어린애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의문도 품지 않았던 그때가 더 나았어.
바람처럼 빙글빙글 돌며, 숲속에서 울부짖던 그때가 더 나았다고!'
그리고 크리쳐는 무대 뒤편으로 사라진다.
씬 28 /
오두막 안, 늦은 밤 시각으로 추정된다. 빅터는 여성 크리쳐를 만드는 데 몰두하여 작업중이다.
오두막 한가운데, 무대 중앙에는 맨 처음 크리쳐가 태어났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고무인지 얇은 가죽막이 둥글게 둘러쳐져 있다.
그 안에는 머리카락이 긴 여성이 십자가에 매달려 늘어진 듯한 실루엣이 비쳐보인다.
그러다 문득 오두막 밖에서 사람의 인기척과 노크 소리가 들린다.
빅터는 급히 그 가죽막 위로 천을 뒤집어씌운다. 누가 보지 않도록.
'들어오게!'
들어온 것은 이완이었다. 이완은 또 무언가를 보따리에 가져와서 바닥에 둔다.
그리고 빅터는 드디어 모든 연구가 끝났음을 이완에게 알린다.
'곧 이 섬을 떠나실 건가요?'
'그래, 곧.'
'제가 괜찮은 서비스를 제공해드렸습니까?'
'아주 훌륭했다네.'
'음식도 괜찮으셨구요?'
'음식들은 믿기지 않을 정도였네.'
unbelievable이 가진 중의적 의미에 관객들은 또 웃음을 터뜨린다.
빅터는 실험의 결과물에 흥미를 갖는 것처럼 보이는 이완에게 돈을 건네주고 이만 가라고 한다.
이완은 순순히 돈을 받아들고 자리를 뜬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에 몹시도 피로해진 빅터.
오두막 안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하나씩 있는데, 빅터가 그 의자에 걸터앉는다.
피로한 듯 잠시 눈을 감는데, 갑자기 이완이 가져온 자루가 꿈틀대기 시작한다.
그리고 거기서에서 죽은 윌리암이 튀어나온다.
빅터는 지금 꿈을 꾸고 있다.
기절할 정도로 놀라서 의자를 넘어트리며 뒤로 크게 물러서는 빅터.
윌리암은 천진난만하게, 대체 어떻게 한 거냐고, 자기에게도 그 비밀을 알려달라 조른다.
빅터는 거만한 연구바보답게 어린 윌리암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학교에서 너무 따분했다는 것, 진정한 과학자들은 연금술사들이었다는 것,
죽은 살에 어떻게 생명을 불어넣을 생각을 했는지, 화학-기술적인 단어를 써가며
윌리암에게 설명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크리쳐를 만들게 된 궁극적인 심정을 들려준다.
'나는 창연(금속원소)과 안티몬 사이에 생기는 전기를 보고,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지.
삶의 원칙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 삶의 실질적인 불꽃은 대체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
윌리암은 프랑켄슈타인 집안에서 건실하게 자란 아이답게 대답한다.
'신이 내리시는 거지.'
그러나 빅터의 생각은 다르다.
'그렇지, 그렇지만 그게 오로지 신만 내릴 수 있는 걸까?'
윌리암은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빅터는 또 이미 윌리암의 말을 듣고 있지 않다. 자기 말을 할 뿐이다.
'인간이 신이 될 수는 없는 걸까?'
윌리암은 다시 모르겠다고 한다.
결국 빅터는 인간이 신이 되기 위한 방법.
살아있는 생명체, 삶 그 자체를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에 크리쳐를 만들게 된 것이었다고 밝힌다.
'나는 그 누구도 도달하지 않은 곳까지 떠나 봤어. 나는 내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궁금했다.
내가 인간을 창조할 수 있다면, 살아있는 사람을 말이다!
나를 봐, 지금 내가 내뱉고 들이쉬는 게 바로 신의 숨결이야!'
스스로를 신이라 여기는 오만함.
지금 그는 윌리암의 죽음으로 그 방만함의 대가를 치르고도 이런 비뚤어진 소리를 계속하고 있다.
그렇게 자아도취되어 떠들고 있는 빅터를 놓아두고, 윌리암은 슬쩍 여성 크리쳐가 있는 천막을 들추어본다.
그리고 묻는다.
'그들은 그럼 복제를 하겠네?'
생각도 못한 윌리암의 말에 빅터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뭐?'라고 대꾸한다.
'여성형에게 자궁이 있다면? 아이를 낳겠지? 얼마나 빨리 낳지?
주기는 얼마나 돼? 한 번에 몇이나 태어나? 50? 100? 1,000?'
그제야 윌리암이 하는 말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챈 빅터.
그러나 꿈속의 윌리암은 말을 그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다시 또 아이들을 낳겠지? 그들이 형의 명령을 들을까?'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형, 형은 그들의 왕이야. 그것들은 형이 말하는대로 하겠지.
아니면 더 안 좋아질 수도 있겠고? 나를 죽인 '그' 처럼 말이야.'
오두막의 지붕 위쪽에서 갑자기 '프랑켄슈타인!' 이라고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함께
크리쳐가 등장한다.
인간보다 월등한 신체조건에 타당성을 부여하고자 함인지
일반적으로는 발을 디디기 힘든 장소에서 크리쳐는 곧잘 내려오고 올라간다.
윌리암은 삽시간에 무대 저쪽으로 사라져버린다.
빅터가 꿈에서 깨어난 것이다.
'그녀는 어디 있지?'
'여기 있다.'
크리쳐는 여성 크리쳐의 실루엣을 보고 마음이 급해졌는지
허둥대는 것처럼 꿈틀대며 소리친다.
'어서 내게 그녀를 보여줘, 천재여!'
그러나 빅터는 조금 전 꾼 꿈에 마음이 심난해진 탓인지 심기가 좋지 않다.
'기다려!'
크리쳐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빅터.
크리쳐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얌전하게 굴겠다는 듯 주춤주춤
오두막 왼편에 놓인 나무상자 위에 걸터앉는다.
그러면서도 조바심이 나 못 견디겠다는 듯 실루엣 너머의 그녀와,
그녀를 데리러 들어간 빅터를 기웃거리느라 정신이 없다.
곧 음악이 깔리고, 처음으로 완성된 여자 크리쳐가 빅터의 손을 잡고
무대 한가운데에 있는 천막 안에서, 오른쪽으로 나와 모습을 드러낸다.
검은 머리카락은 쇄골보다 약간 긴 정도이고, 알몸에 군데군데 흉터는 남아있지만
창백한 피부의 그녀는 몹시도 아름답다.
크리쳐의 꿈속의 그녀보다도, 더-(같은 배우다)
'아름다워!'
크리쳐는 자연스럽게 감탄성을 흘린다.
자신이 사랑하게 될 여자,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해줄 여자가
이렇게 아름답기까지 하다니!
물론 외모야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만, 크리쳐는 자신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졌다는 생각 때문인지
거의 넋을 놓고 있다.
'그렇지.'
빅터의 대답에 크리쳐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피부를 조심스럽게 만져본다.
외설적인 느낌은 없고, 신기해하는 것돠 더불어 경배에 가까운 감탄만이 느껴진다.
'정말 섬세해! 머리카락, 팔- 엉덩이의 곡선까지도!'
여성형 크리쳐는 아주 약간의 미동이 있을 뿐이다.
아직까지 가장 중요한 '정신'적인 부분이 채워지지 않은 듯하다.
'그녀는 완벽해. 완벽한 아내지.'
그렇게 말하며 빅터는 크리쳐를 지나쳐 오두막 왼편으로 움직인다.
완벽이라는 말에 또 기쁨을 느꼈는지 '나는 너를 존경한다!' 라고 외치는 크리쳐.
그러나 빅터는 뜻밖의 말을 한다.
'너에게 그녀를 줄 수 없다.'
그 말에 기뻐 날뛰던 크리쳐가 잠시 얼이 빠진다. 그리고 묻는다. '왜?'
빅터는 이렇게 대답한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내가 어떻게 알지? 내가 이 여자를 살아나게 하면?
나는 네가 그렇게 나타날지도 몰랐어. 너희들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가 될지-
내가 이 여자에 대해 뭘 어떻게 알 수 있지?'
크리쳐는 빅터의 말에 필사적이 되어 그를 설득하려고 한다.
'Sir, 만약 가능하다면, 난 내 추한 근본을 극복할 생각이다.
그리고 합리적인 사람으로 변하겠어. 그녀, 내 아내도 그렇게 할 수 있고.'
빅터는 계속해서 부정적인 가능성만을 제시한다.
'만에 하나, 그녀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니, 그렇게 하게 될 거야. 내가 그녀에게 도덕이란 걸 가르치겠어.
눈먼 노인이 나를 가르친 것처럼-'
'하지만 넌 멀리 떠나서 살겠다고 맹세했지.
그녀가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을 더 좋아하면 어떻게 할 셈이지?'
'그녀에겐 선택권이 없어. 우린 아르헨티나로 간다.'
어떻게든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려는 하는 크리쳐를, 빅터는 더욱이 몰아붙인다.
'그녀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그녀를 만들어내버린 것을, 그녀가 받아들이기 거부하면?!
이봐, 머리를 쓰라고!'
마지막 문장은 거의 호통에 가깝다.
크리쳐가 어쩔 줄 몰라하기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빅터는 더욱 말을 퍼붓는다.
'그녀는 아마 널 거부할 거야. 그녀는 네 모습을 혐오할 거라고!
그녀는 아마 널 보자마자 바로 도망칠 걸! 그녀는 사람하고 살고 싶다고 할 거야,
너같은 괴물 나부랭이가 아니라!'
그 말에 크리쳐가 울부짖듯 외친다. '너는 잔인하기 짝이 없어! 그만해!'
빅터가 다시 여성 크리쳐에게 접근해서 그녀의 머리카락과 뺨을 어루만지기 시작한다.
크리쳐는 그것을 오오, 라면서 손을 뻗지만 감히 나서서 어떻게 하지는 못한다.
'봐. 아주 아름답고 몸매도 빼어나지. 안 그래?'
그렇게 말하고 빅터는 그녀에게 살며시 입을 맞춘다.
'이 여자의 뺨을 봐. 입술을, 가슴을 보라고! 누군들 이 가슴에 욕망을 품지 않겠느냔 말이다!
만약 그녀가 너를 떠나버리면? 그녀가 다른 누군가를 찾으면?
네가 유일하게 침대로 데려갈 수 있는, 너의 유일한 동종(同種)에게 버림받으면,
대체 네 마음이 어떨까? 넌 대체 어떻게 반응할까?'
크리쳐는 오열하듯 외친다. '그녀가 나를 떠나면, 난 미쳐버릴거야!'
거의 짐승의 울부짖음이나 다를 바가 없을 정도로 격하다.
'그건 네가 무릅써야 할 위험이지. 안 그래?'
하지만 크리쳐는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빅터가 제시하는데도
결코 꺾이지 않는다.
'아니,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왜냐면 나는 그녀에게 경배를 바칠 거니까!
그녀에게 헌신할 거야! 그녀는 절대 나를 떠나고 싶어하지 않게 될 거야!'
그 말에 빅터의 목소리도 톤도 드디어 평상시의 그것으로 돌아온다.
'그럼 그건 내가 떠안아야 할 위험부담이라는 거군.'
'그래야지! 그럼!' 크리쳐가 열광적으로 대꾸한다.
그리고 다시 여성 크리쳐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쓰다듬어 보고는,
빅터에게 말한다. 목소리에는 더할 나위 없는 애절함이 묻어난다.
'그녀는 내 거야. 제발. 부탁이야.'
'그녀를 네가 지키겠다는 거지?'
'그래, 물론이지. 그 누구도 그녀에게 위해를 가할 순 없을 거다.
내가 있을 테니까.'
'너는 지금 네가 그녀를 사랑할 거라는 거지?'
'그렇다!'
'사랑이란 누가 누구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야.
마찬가지로 누가 누구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지.
네가 네 영혼 깊숙한 곳으로부터 그걸 느끼거나, 혹은-'
빅터가 이끌어내고자 하는 답이 무엇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오, 마스터! 난 사랑해! 난 그녀를 사랑한다고! 사랑해!'
그 말에 빅터가 다시 또 확인하듯 묻는다.
'그러니까- 넌 지금 네가 영혼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거지?'
'그래! 제발 나를 믿어줘!'
'어떤 느낌이지, 사랑에 빠진다는 건?'
빅터의 그 말에, 크리쳐는 마치 누가 그걸 물어봐주길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더할 나위 없이 쾌활하고 발랄하게 두 팔을 벌리고 무대 위를 폴짝폴짝 뛰며 답한다.
'삶이 내 안으로 용솟음치고, 내 구강으로 흘러드는 것과 같고,
폐는 불이 붙은 것처럼 뜨겁고, 심장은 망치로 두들기는 듯해!
그건 마치- 내가 이 세상 모든 걸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야!
세상 모든 걸, 다!
(It feels like I can do anything in the world! Anything in the world!)'
마지막 대사에서는 하늘로 두 팔을 치켜들고 빙글빙글 돌기까지 한다.
사랑의 행복으로 인해 넘치는 힘을 주체할 수가 없다는 듯 역동적이다.
아직까지는 그저 가능성에 불과한데도.
'그렇게 느낀단 말이지?'
'그래!'
그렇게 대답하고 크리쳐는 다시 여성 크리쳐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진다.
그리고 빅터에게 말한다.
'그런 느낌이지. 그녀에게 삶을 부여해 줘. 나는 그녀에게 영원히 헌신하겠어.'
그 말을 들은 빅터는, 크리쳐가 나타난 이후 처음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 말을 기다렸다. 너는 내게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감정을 이해하고 있다는 걸 내게 보여줬어.
자, 기다려. 나는 그녀를 완성하겠다.'
빅터가 그녀를 이끌고 다시 천막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어물어물 거취를 정하지 못하는 크리쳐를 빅터가 막고 말한다.
'넌 날 도울 수 있어. 우린 그녀를 이 상태로 세상에 내보낼 순 없어.
우린 그녀에게 옷을 입혀야 해. 여왕처럼 꾸며야지.'
그 말에 다시 크리쳐가 황홀하다는 듯 빅터의 말을 따라한다.
'여왕처럼!'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몰라하는 크리쳐에게, 빅터가 다독이듯 말한다.
'트렁크로 가면 내 약혼녀의 옷가지들이 좀 있을 거야.
네 신부를 위해 제일 훌륭한 옷으로 골라.
자, 이제 난 일을 해야지. 네가 필요하면 부르도록 하지.'
빅터는 여성 크리쳐와 함께 천막 안쪽으로 사라진다.
크리쳐는 기쁨에 겨워 날뛴다.
'그녀에게 레이스와 벨벳을 입혀주어야지. 그녀에게 비단과 진주를 주어야지!
나의 짝, 천사같은 이브와 함께 정원을 거닐어야지!
나는 아담이 되고, 그녀는 이브가 되어서- 모든 지옥같은 기억들은 눈처럼 사라질 거야.'
그리고 크리쳐는 트렁크(실제로는 크리쳐가 아까 앉았던 나무 상자)로 다가가
그것을 열고 옷을 찾아보려 한다.
그러나 거기에 든 것은 서류다발들 뿐이고, 옷가지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이상한 표정으로 상자 안쪽을 더 깊숙이 찾아보려는데,
무대 한가운데의 천막 안쪽의 실루엣이 일렁인다 싶더니
빅터가 무언가를 높이 쳐드는 그림자가 또렷이 보인다.
곧이어, 높은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단말마다.
깜짝 놀란 크리쳐는 나무 상자를 팽개쳐놓고 천막으로 다가가,
(원래 회전하도록 만들어진 장치)반대편 가죽막 위에 매달린 여성 크리쳐를
빙글, 돌려서 무대 위에 다시 등장하게 한다.
딱 보기에도 이미 그녀에게 생명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희디흰 몸뚱이에는 피칠갑이 되어 있고, 그녀의 사지는 축 늘어져 있다.
크리쳐는 울부짖으며 매달린 그녀의 손발에 채워진 가죽끈을 풀어
바닥에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네가 사랑의 힘에 대해 뭘 알아?!
그건 비이성적이고, 정신나간 바보들이나 하는 짓거리야!
무질서하고, 변덕스럽고, 어지럽고, 미친 짓이라고!
무엇보다도, 그건 통제불능이야!
수백만의 '너희'들이 지구 위에 존재하게 된다고?
짝을 짓고, 아이를 낳아? 아니! 너는 오로지 너 하나뿐이야.
앞으로도 계속 그럴거고!'
빅터는 흡사 미친 사람같다.
정작 자기 스스로는 인간이면서, 사랑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있다.
사랑의 긍정성에 대해 실컷 논한 열에 들뜬 크리쳐 쪽에 비해서,
인간인 빅터가 사랑의 비논리성을 실컷 공격하는 것이 과연 다른 관객들에게는 어떻게 비쳤을까.
크리쳐는 무릎을 끓고 여성 크리쳐의 늘어진 몸을 안고 소리친다.
'눈을 떠, 나의 짝, 내 아내여! 제발 일어나! 눈을 뜨란 말이다!'
그런 크리쳐 옆으로 빅터가 자세를 낮추고 다가와 으르렁대듯이 말한다.
'그녀는, 절대로, 눈을 뜨지 않아.'
그 말에, 크리쳐가 발작적으로 빅터의 목줄기를 움켜쥐고
있는 힘껏 힘을 준다. 빅터는 옴짝달싹하지 못한다.
바로 그때, 오두막 문 밖에서 사람들이 달려와 문을 두들기기 시작한다.
새로운 등장인물은 셋으로, 보안관과 빅터의 아버지, 그리고 이완이다.
무슈 프랑켄슈타인이 빅터에게 문을 열라 큰 소리로 종용하자,
크리쳐가 분노에 찬 고함을 짧게 내지른다.
'프랑켄슈타인. 너는 약속을 어겼다. 나를 다시 만날 걸 기대하도록!'
음성은 심히 낮다. 조금 전까지 소리지르던 크리쳐같지가 않다.
이제 분노는 그의 안에서 묵직하게 하나의 심연같은 덩어리가 된 듯하다.
그리고 크리쳐, 처음 등장했던 지붕 위로 훌쩍 뛰어올라간다.
그와 동시에 문을 열고 세 사람이 등장한다.
바닥에 쓰러진 빅터를 보고 무슈 프랑켄슈타인이 제일 먼저 달려가 아들을 일으킨다.
이완이 무언가가 지붕 위로 도망쳤다고 외치지만, 그걸 살필 겨를이 없다.
지금 이 오두막 안은 온통 피투성이에,
죽은 여자 시체(그것도 봉합선이 남아있는 시체)에 자상에, 난장판이다.
세 등장인물은 그 끔찍한 광경에 하나같이 눈을 돌려버리고 싶어한다.
'아버지...?'
빅터는 크리쳐에게 목이 졸려 죽을 뻔했던 쇼크에도 불구하고 금방 일어나서
자신의 아버지를 확인한다.
'아버지...오셨군요.'
'빅터, 넌 너무 오래 집을 비웠다! 우린 모두 널 걱정했어!'
그 말에 빅터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는 듯 큰 목소리로 대꾸하며 묻는다.
'하지만, 아버진 제가 뭘 했는지 모르시잖아요!'
'넌 안전하다, 얘야- 나는 널 집에 데려가려고 왔어.'
지금 이 순간 그 무엇보다도 위로가 되는 그 말에 빅터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한 것인지,
그는 돌연 엉뚱한 말을 한다.
'아버지, 전 당장 결혼하겠습니다. 엘리자베스와 당장 결혼해야 해요!
당장, 지금 당장 말입니다!'
그러면서 빅터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일지를 건넨다.
자신이 크리쳐를 만든 과정을 모두 기록해둔 바로 문제의 그 일지다.
'받으세요, 받으라구요! 이걸 없애버리겠다고 약속해주세요, 제발.'
무슈 프랑켄슈타인은 '네 일지잖니?' 라고 하지만, 빅터의 얼굴에 드리워진 절박함은 가늠할 길이 없을 지경이다.
'없애주십시오, 아버지. 태워버리세요! 아무도 두 번 다시 그걸 읽을 일이 없도록!
약속해주세요, 치안판사로서, 약속해주십시오! 없애주실거죠?!'
아들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깨달은 무슈 프랑켄슈타인,
더는 묻지 않고 알겠다며 집에 가자고 한다.
무슈 프랑켄슈타인은 빅터를 데리고 오두막을 나선다.
뒤에 남은 두 사람- 보안관과 이완 또한 떠나려는데,
보안관이 이완을 붙잡는다.
'대체 여기서 그는 무슨 짓을 했던 거지? 대답해!'
날카로운 보안관의 질문에, 이완은 자기도 모르겠다는 듯 꽥 소리질러 대답한다.
'그분 말로는 의학 연구라고 했습니다!'
자기도 더 모르거니와 알고 싶지도 않다는 투다.
'의학 연구라고? 신이시여!'
보안관은 그렇게 말하며, 떨어진 천을 이용해 처참한 여성 크리쳐의 시신을 덮는다.
그리고 무대는 다시 회전한다.
...본사에서 이런 나를 알면 용서하디 않것디.
관광객이 끊겨서 그렇사옵니다.
이제 마지막 씬 2개 남았다!!!!
아자!!!!!!!!!!!!!!!!!!!!!!!!!!!!!!!!!!!!
(그 뒤엔 플북 리뷰랑, 각자 연기 비교 리뷰랑, 그리고 또....엉엉엉어어어어어어어어엉엉)
퇴근이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