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연극 리뷰

프랑켄슈타인 리뷰 pilot / 전체적 감상 +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에 대해

찹쌀공룡 2011. 5. 5. 04:10



머리가 멍하다.
JAL타고 12시간 가량을 히드로에서 나리타까지 날아왔는데,
처음에 영국 갈 때는 이 좁은 데서 어떻게 잠을 자나 싶었는데...
밥 먹고 맥주 마시고 나서 깨보니 도착 40분 전이랜다.(...)
허허허 이제 쌀내미 잠자리는 안 가릴 듯...

...좋아, 굳은 머리도 녹일 겸 횡설수설이라도 리뷰를 해보자.
할 말이 워낙에 말아야 말이지....어디서부터 말을 해야하나.



총 벤빅터를 2번, 벤크리쳐를 4번 봤다.
총 6번...썩 마음에 차는 숫자는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막공인데다, 내가 일주일내내 큐잉한 게 아니니까.



일단, 연극 전체에 대한 감상부터.
백퍼 주관에 입각한 소리이니 '의견'이라고들 생각해 주시라옹.

처음부터 당장 깨는 소리같지만, 이 연극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대본이다.
자연스럽지 못한 흐름, 씬에서 다음 씬으로 넘어가는 것에서 개연성이 깊게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내가 기대했던 '절정'이 부족했다.
고백한다. 나는 프랑켄을 여섯 번 보면서 딱 한 번밖에 울지 않았다.
(달랑 한번씩 본 위키드에서는 두 번, 빌리에선 세 번을 울었다. 나 진짜 잘 운다...)

반대로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배우들의 연기였다.
생눈으로 영접한 내가 당당하게 이거 한마디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전에 묻겠다. 당신은 베네딕트의 팬인가?
혹시 그 사람 좋아하는 것에 있어서, '덕질' 혹은 '빠질'이라고 하여
주변 사람에게 숨기거나, 조금이라도 부끄럽게 여긴 적이 있는가?

절대, 그럴 필요 없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그 남자는 그의 연기를 본 모든 시청자, 관객을 팬으로 만들고도 남을 힘이 있는 사람이다.

특히나,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그를 보고 사랑에 빠지지 않는 건
소시오패스나 할 수 있는 짓이다. (ㅋㅋㅋㅋㅋ)

물론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멋졌지만, 주인공 투톱에 비할 바가 못 되어서
그 점 또한 많이 아쉬웠다.
프랑켄의 대본은 관객들로 하여금 빅터와 크리쳐 이외의 인물에게
거의 여지를 주지 않았으니까.

 

원래는 6번 보고 전부 다 각각 따로 리뷰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건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6번 각각 뭐가 달랐는지 안 본 팬들은 솔직히 알 바 아니잖아 ㅎㅎ

비교해서 천천히 적어보려고 했는데 아우 손 얼어서 치기도 힘들다.
다 집어치워.
제일 중요하고 귀하디 귀한 우리 벤크리쳐에 대해서만 먼저 좀 썰을 풀어야지.

 

 그의 크리쳐는 아기 같다.
처음에 봤을 때의 인상은 '천진난만하다' 였는데
정말 끝까지 그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정말로, 갓 태어난 생명체라는 느낌을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초반 20여분가량, 크리쳐로 등장한 벤은
태어나서 자기 몸을 못 가누고 어쩔 줄 몰라하다(그 기적같은 연기를 고작해야 이따위 말로밖에! ㅜㅜ)
자기 창조자인 빅터에게 버림 받고
사람들로부터 외모 탓에 괴물이라 박해를 받고
그게 어떤 뜻인지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밤하늘의 빛나는 별에 대고 소리를 지르고,
태양을 보고 어쩔 줄을 몰라하며
날아가는 새를 보고 낄낄 웃다가,
비를 맞고 경이로워하고,
풀을 씹어 먹다가 뱉어내기도 한다.

정말로, 갓 태어나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가
몸만 어른의 것을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
그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정신적 불균형이
초반엔 발랄한 천진함으로 표현된다.

백치, 정신박약아에 가깝던 그의 정신이 눈먼 노인을 만나
교육을 받으며, 점차 그는 인간에 가까워진다.
그 변화는 정말로 모든 관객들을 납득시킬 정도의 힘을 가진 연기로 표현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면서,
크리쳐의 세상에 대한 불만은 차츰 만족을 향한 추구의 욕망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그것은, 눈먼 노인의 말에 의해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것으로 굳혀진다.

세상에 오로지 혼자뿐인 자신.
사회의 일부로서 받아들여져 인간과 함께하고 싶지만
흉측한 외모 탓에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자, 그가 선택한 최종적인 방법은
자신과 같은 괴물의 여성형을 만들어달라 창조자인 빅터에게 부탁하는 것이었다.

빅터는 얼토당토 않은 소리라며 처음엔 거절하다가
결국 스스로의 평안, 과학에 대한 지나친 열망 탓에
결국 크리쳐의 리퀘스트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뒤늦게사 일의 심각성을 깨닫고 만 빅터에 의해
자신의 단 하나뿐인 희망이었던 여성형 크리쳐를 잃어버린 그는
복수를 맹세하며 사라진다.

그 순수한 열망이라니!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것을 쏟아부을 대상을 원하는 그의 마음이 정말이지 아플 정도로 느껴졌다.
물론, 주고받는 것이 사랑이라지만-
그의 경우는, 그저 피하지 않고 그것을 받아줄 누군가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희망만으로도
충분히 벅찼을 텐데.

빅터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그의 약혼녀인 엘리자베스를 강간하고 죽인 그는
진심을 다해 슬퍼했다.
'진심으로 미안하다' '그러나 빅터가 약속을 깼기에, 나도 어쩔 수 없이 내 약속을 깬다'
'나를 이해하려 해 줘서 고맙다'
...남의 아픔 따위를 이해하지 못한 괴물이라면, 절대 알 수 없을 슬픔이 느껴졌다.

직후에 나타난 빅터에게, 자신을 죽이라며 소리를 지르던 것 또한 절로 가슴이 아려올 정도로 비통했다.
왜 창조자인 빅터는, 그를 고통 속으로 몰고가기만 하는 걸까?
버리고, 외면하고, 죽이려 들었다가, 희망고문을 하는가 싶더니 결국 기회가 왔을 때 죽여주지조차 않는다.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다다른 두 사람.
크리쳐인 벤은 자신보다 약한 몸을 가진 빅터를 비웃으며, 그로 하여금 자신을 뒤쫓게 한다.
그러나 빅터가 정작 죽었다는 생각이 들자 자기도 모르게 절규한다.

어그러지고 일그러졌다고는 하는, 이 세상에 유일하게 단 한 사람-
크리쳐 자신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존재가 사라진다는 건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
이어지는 대사는 더욱이 소름돋는다.

'죽지 마, 날 혼자 두고 떠나지마. 당신과 나, 우리는 하나야.'
'당신이 살아있는 동안은 나도 살아. 당신이 죽어버리면, 나도 죽어야 해.
마스터, 죽음이란 뭐지? 어떤 느낌이지? 나는- 죽을 수는 있는 거야?'

쓰러진 빅터를 향해 애원하다 못해 같이 바닥에 누워서
차갑게 식은 빅터의 얼굴을 마주하고 벌벌 떨면서 계속 말을 건다.
그리고, 크리쳐 자신이 빅터에게 저지른 만행 아닌 만행들에 대해 사과를 한다.
제기랄, 니가 왜 사과를 해. 정말 절로 이가 악물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빅터가 힘겹게 다시 눈을 뜨고 숨을 쉬자,
크리쳐는 더 이상 즐거울 수가 없다는 듯이 벌떡 뛰어오르며
'마스터, 당신은 날 사랑해! 당신은 날 사랑한다고!' 라고 기쁨의 환호성을 외친다.

그러나 빅터는, 결국 끝까지 그런 크리쳐를 거부한다.
물론, 서로 갈데까지 간 상황에서 그럼 우리 둘이 먼 데로 도망쳐서 파라다이스 하! 놀이하며 살자...라곤 못하겠지.
(...아, 그건 Y네...이런 뭣같은...;;)

빅터는 크리쳐를 거부하고, 크리쳐는 그 거부를 수용한다.
빅터와의 관계가 아예 끊어지는 것보다는, 빅터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계속 증오의 고리를 잇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야만, 살아있을 수 있으니까. 살아있다는 실감을 하기 위해서-
이 세상 단 한 사람, 자신의 잔혹한 창조자가 필요하니까.

그리고 무대 뒤편으로 크리쳐가 펄쩍펄쩍 점프를 하며 빅터를 부르고,
빅터는 크리쳐를 파괴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를 좇는다.
그리고 무대는 끝이 난다.

 

 

 자, 이제 그의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저런 게 연기로 가능하구나, 라고 하는 경지까지 갔다. -ㅅ-
배우는 눈빛 연기가 어쩌니 해도, 사실 무대 보러 가면 배우 눈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난 산만해서 무대 전체를 보고 싶어하는데다, 내 눈은 작은데 다른 볼 게 너무 많거든.

그런데 베니는 그런 걸 용납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을 보라는 듯이 그의 전신, 그의 연기에서 눈을 못 떼게 만든다.
그가 등을 돌리고 있으면 등을 따라가고, 다리를 떨면 다리를 보고....
알몸으로 나와서 처음엔 눈을 어디다 둬야 하나 생각을 솔직히 했다.
이 연극 실제로 보게 되면....그런 거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미안해 미안해 베니좌니 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내가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배우를 표현하기를,
(만화 유리가면의 주인공) 기다지마 마야 남자 사람 영국판이라고 하곤 했다.
그의 연기에 경외심을 담아서.
영국 오기 전의 소리다.

...진심으로, 지금은 저 인간이 홍천녀를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고 있다;;;;;;;;
...어 근데 아마 될 거야...
(땅불바람물 연기 좀 해봐 이 사람아 -ㅂ-;;

이것이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배우다! 라고
온세상에 소리쳐 알리고 싶을 정도로 멋진 연기였다.



그러고보니 순수하게 큐잉에만 53시간을 썼다.
스테이지 도어에서 기다린 거하고 공연 본 시간까지 다 합치면
약 70시간.

태어나서 처음 간 런던, 영어권 국가에서
8박 9일을 보냈는데, 시간 환산해보니 대략 220시간이었다.
그 중에서 70시간을 이 연극을 위해서 쓴 거다.

스스로 보기에도 이건 또라이짓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눈곱만치도 후회하지 않는다.
아니, 다음에 이 남자가 공연한다고 하면 분명 또 오겠지.
...사막 안 가길 잘했다. > < (....)



여하튼 맛봬기 가벼운 리뷰는 이렇게만.
다음 리뷰는 아마 모든 장면을 설명하고, 그때 얘가 어떻게 움직였다는 걸 쓰고 싶은데...
역시 자기만족을 위한 리뷰가 되겠지만 난 이거 써둬야 해.....
내 머리로는 이거 한 달을 못 가...남겨둬야 해...

아구 머리야. 아직 5시도 안 되었는데 멀고먼 뱅기 출발.
이건 뭐 큐잉도 아닌 주제에!!!!!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닥터후나 읽어야겠다 ;ㅁ;





더욱 상세한 리뷰는 귀국 축하 파뤼 이후 새근사근 잠든 칭구과 애인 곁에서 지큼 쓰고 있슘미돠.
각 씬마다 설명, 그리고 벤크리쳐와 벤빅터 버젼을 따로 더 쓸 예정입니다.
저 할 말 많아요 ㅋㅋㅋㅋㅋ

그리고 베니 사진도 올려야디 올려야디 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지금 돌아와서 잠도 안자고 뭐하는 짓이래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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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ssal, Thank you. Benedict Cumberbatch.

내가 가져간 게 아니라, 베네딕이 다른 팬에게서 양해를 구하고 얻어서(강조) 
나에게 사인해서 직접 준 것.
심지어 NT내의 북샵에서 팔지도 않는 포스터♡ (폴란드인 칭구가 매우 부러워함 ㅋㅋ)
...페덱스 가서 코팅해야지. 이게 대체 무슨 사이즈야 ㅠㅠㅠㅠㅠㅠ 

그나저나 이거 안 구겨지게 공수해오느라고
막날 일정 중 하나를 아예 버린데다 (내 런던 던전 엉어엉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뱅기 안에서도 내내 품에 끌어안고 있었음요 ㅠㅠ
병신돋지만 행복합니다. 
이 맛에 덕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