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수 없는 존재의 하찮음
정읍 시골집에 문안을 다녀오면서
산외 한우마을에 들렀습니다.
저희 식구들은 날 것과 생선류가 금지된 마마몬을 전제로
외식은 언제나 고기거든요.
여기가 한우가 싸기로 소문난 곳이라고 하면서
(저를 제외한) 식구들은 모두 룰루랄라 신나 엑셀을 밟았더랩니다.
...다만 아침에 급하게 나오느라 양산을 못 챙긴
하찮은 쌀은 땡볕 아래 빈혈을 일으켜서 휘청휘청.
컨실러로 가려도 뺨까지 드리워지는 다크서클을 주체하지 못하고
일단 뒤를 따랐습니다.
금호 한우방이라는 곳에 사람들이 유독 많이 몰렸기에 그곳으로 가서
치마살이랑 등심을 주문했지요.
현지에서 잡아 그날 들여온 소를 매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옆에 부속되어 있는 가게에서 100g당 얼마씩 자릿세를 지불하고 먹는 방식이더군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신선해!
솔직히 별로 즐겁지 않지만피가 뚝뚝 떨어져!
솔직히 집에 가고 싶지만여튼 산지직송이야!
...전 배가 부른 건가요.(...)
┐-;;
여튼 계산해서 푸짐한 양의 고기를 들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2근 반(1500g)이...많더라고요. 아주.
여긴 1근을 정말 600g으로 썰어주시거든요.
(보통 고기집은 150 ~ 200g이 1인분.)
2근 시키면 대강 6인분 나오는겁니다...
100g에 2350원이라는 쌀내미 울리는 착한 가격.
1500g의 자릿세로 낸 14,000원을 더해봤자 48,780원.
6인분으로 쳐도 1인분에 8,000원 정도밖에 안 나온다는 이 감사함.
그리하여 펼쳐진 Let's the 고기 파티!
뭐, 전라북도까지 가서 먹은 산지 직송의 한우고기집에 다녀온
개인적인 감상은...
역시구운 김치는 맛있어요.(...)
쌈무좋아요.(...)
양파랑 파 와사비 소스에 절여주는 것도 참 맛있었어요.(...)
아, 고기요?
고기는...
딱다섯 점먹었습니다...
저희 집 식구들은...
소고기는 불에 닿은 직후에 먹는 거라고 인식하고 있어서...
익을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안될까요...
오빠야 동생아 아직 빨개...
그나마 좀 익은 건 날 것을 삼가야 하는 마마몬 몫...
...저기요, 미노타우르스가 보면 화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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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이 하찮음으로 구성되어 있는 쌀은
늘 소고기 경쟁에서 패배하곤 하죠.
그나마 집에서 먹을 땐 좀 나은데, 밖에 나와서는 한층 더 무시무시하답니다.
저보다 키도 작고 예쁘장하게 생긴 제 여동생만 해도
더 먹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질책하며 끝의 끝까지 밀어넣곤 하지요.
배가 부른 후에도 고기가 남아 있으면분을 참지 못하고결국 젓가락을 들어요.(...)
결국 구운 김치 메인의 야채 파티를 벌이다 배 차서 젓가락을 내려놓은 쌀.
1500g이여 안녕.
너는 마치 매미와도 같이...
소일 때 몇년을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소고기로 화한 직후에는 그야말로 꿈처럼 덧없이 짧은 생을 마감했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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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감에 행복해하며 공짜 인스턴트 모카 커피를 제각각 손에 들고
가게를 빠져나온 저희 가족.
심리적으로는 훌륭한 육식 & 양식 지향이건만
하찮은 위장님 덕에 싱그러운 초록빛 풀들과 친밀한 쌀내미는...
그걸 먹고도 돌아오는 길에 들른 휴게소에서 먹은
쮸쮸바 하나에 결국 배탈이 났지요.
위장님 미안해요 내가 나빴어요 진정하세요
아 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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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집에 돌아와 아직까지 가라앉지 않은 위장님께
아메리카노 내려서, 헌상하고 있습니다...
참 오늘은...새삼스럽게 한층 더 하찮았습니다.
오가면서 들고 간 500여p의 두툼한 모젠님의 지난 와이 신간이
저를 달래주었지요.
...아, 기름 자글자글한 삼겹살에 김치 구워서 얹어 냉면하고 같이 마구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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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위장님께 그 뒤에 또 엎드려 빌어야겠지만...)
뭐 그러한 이야기였습니다.
배탈로 체력도 게이지 바닥이고하니 오늘은 일찍 좀 누워볼까 싶습니다.
내일은 새벽같이 일어나 삼시세끼 쌀밥과 야채와 계란 먹고
원고나 해야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밤 되시기를.
쟈하라독시드!